수퍼남매맘님의 페이퍼를 보고 영화 '써니'를 처음 알았다. (나는 이렇게 세상사가 어둡다.) 그리고 나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야기 했더니 울 부장님은 그 영화 나온 지가 언젠데, 아직 하겠냐고 벌써 끝났을거야 하신다. 희망아빠는 인기가 좋아서 감독판까지 나온다는 말이 있으니 아직 찾아보면 할 거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하여 찬이의 유치원 졸업생 캠프날이라서 희망이를 삼촌네에 맡기고 우리 둘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희망이에게는 저녁에 데리러 갈 테니 강아지들이랑 잘 놀고 있으라고 하고.
희망아빠는 내 옆에서 눈물을 콕콕 찍으면서 보고, 나는 확실히 기대가 크면 감흥이 적은 법이야~ 하면서 보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내 또래의 어느 여인은 감탄을 하면서 "그래서 날 보고 이 영화를 보라고 했구나." 하면서 영화에 대한 좋은 느낌을 이야기한다.
너어어어무 좋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본 영화라 참 좋았고, 그 잔잔한 일상들 속에 나의 학창시절도 아주 잠시나마 떠올랐고, 그러면서 나는 너무 얌전하게 학교를 다녔나보다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다.
나오기 힘든데, 분위기를 몰아서 한 편을 더 보자는데 둘이 의견일치를 모아서 희마이의 동의를 구하니 선뜻 그러라 그런다. 삼촌집에서 자겠다고 말이다.
그럼 우리 뭘 볼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시간상 그리고 상영관 수로 보아 트랜스포머3가 인기가 있나 보다. 1, 2를 안 본 나는 작품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그랬는지, 일찍 잠자는 습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진짜 영화가 재미없었는지... 하여튼 자다깨다 하면서 보았다.
피천득의 인연이 생각났다.
마지막은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처럼 마지막은 보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래야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나와 느끼는 그 충만함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건데... 아쉽다.
써니~ 아직 안 보신 분은 없겠으나 만약 있으시다면 보시라 권하고 싶다.
교복 입은 딸 아이의 모습에 오버랩되는 주인공의 학창시절 자유복! 나 중학교 입학할 때 교복 자율화, 두발 자율화 되었는데, 졸업하고 나니 다시 학생들은 교복을 입더라. 교복자율화시대의 우리 이야기이니 감정이입이 잘 되고, 자기를 잃고 살아가는 주부의 모습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고 동창생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