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카쓰(카카오스토리)는 유쾌하지 못하다.
누군가가 상처 받을 글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카쓰 때문에 학교폭력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생기부에 등록하도록 올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명시되어 있다.
자신들의 사소한 말들이 누군가의 가슴을 멍들게 한다는 사실을 아직 이 아이들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해자는 우선은 힘의 강자일 확률이 높다. 그들에게는 남을 배려해야 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게 친구 신청을 한 아이들의 카쓰를 방문해 보면 학교와 교사를 욕하고, 친구를 비방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왜 나보고 이런 글을 올려 둔 공간에 오라 했을까 심히 궁금하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서 혹은 그의 친구들에게서 상처 받고 그곳을 나온다.
그리고 친구 수락 단추를 누르지 않는다.
친구 수락을 하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카쓰에만 접속하면 그들의 글이 보이니까.
날 초대한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냐고 물었다!
그냥, 나 여기 와서 니가 쓴 글 다 봤다.라고 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서운 저희 반 선생님이 알면 그냥 넘어가기 힘든 건수인지라 혹시 또 훈계의 말을 들을까 나의 댓글을 보며 쫄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6딩 이 아이들의 뇌구조는 이원화 되어 있는 것도 같다.
1. 선생님은 친구들을 놀리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친구의 이름을 들먹이며 놀렸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히히덕 거렸다.
2. 선생님이랑 친구 하고 싶어서 선생님을 초대하였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서 선생님이 내가 쓴 글을 읽으면 나에게 실망할 것 같다~ 거나 이 일이 담임 선생님께 전달되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수도 있을거라는 계산은 어려운가 보다. 거기까지 생각할 힘은 아직 키우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아이들이 가볍게 느껴진다.
참으로 가볍게!!!
아이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참 잘 지내고 싶은데, 카쓰가 우리의 관계를 어렵게 한다. 모르는 게 약, 아는 게 병인거다.
희망이랑 찬이는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지만,
학교에서 친구 관계가 서툰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정말 아프다.
다수의 힘을 빌어 소수를 괴롭히는 폭력은 언제 없어질까?
사실 학교폭력과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로 표면적으로는 그 피해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완전히 긁어내지 않으면 전이되고 재발되는 암세포 같다고나 할까?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한 학교 공동체를 꾸릴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날마다 고민해야 한다.
다행인지,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그러는 거 싫어하는거 아는지 카쓰에 친구에 대한 안 좋은 말은 가려 쓰는 것 같다. 그러나 말줄임표 사이에 들어가 있을 그 무언가는 여전히 찜찜한 기분을 남긴다.
중학교는 교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도 아이들이 씹을만한 그 날의 일용할 양식이 될 것도 같다.
생활지도 어려운 초딩 6 담임으로 사는 맘 고생도 나름 심한데,
중고딩 담임샘님들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