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에 가면 밥 먹다 말고 달려오며 포옥 안기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좋아했던가? 하는 새삼스러움과

요즘 사는 것이 힘드나? 하는 걱정과

선생님 인기 많네요. 하는 제자들의 말에 조금의 우쭐거림과...

그렇게 급식실 가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작년 아이들.

이제는 잊을만 하건만, 이렇게 달려와 주고, 안기는 걸로 봐서, 작년에 내가 저희들에게 조금 잘 해 준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ㅋㅋ~

참 신기하게도 학교에 새로운 1학년이 들어오고나면 어제까지 귀여웠던 아이들이 전혀 귀엽지 않고 1학년만 귀여워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1학년보다 2학년이 더 귀여운 것이, 정이란 참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는 정말 잘 하고 있다는 소식, 누구는 선생님께 꾸중 들었다는 소식, 누구는 멀리 이사간다는 소식~

그저 보기만 해도 좋은, 참 좋은 사이가 된 것도 좋다.

왜 숙제 안 해 왔느냐, 왜 친구를 괴롭히느냐 라는 잔소리로부터 해방되어 그들을 볼 수 있어 참 좋다.

참으로 기쁜 것은 1학년 때 애를 많이 먹였던 아이가, 지금은 너무 잘 하고 있다는 말에

선생님의 노하우가 참으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잘 하도록 만들기란 참 쉽지 않은데, 아이가 자발적인 노력을 하게 만드셨으니 말이다.

아이와 교사도 나름의 궁합이 있는 것 같다.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다른 선생님을 만나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 꼬맹이들의 매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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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5-2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안기는 모습 그려보니 저도 흐뭇^*^
선생님과의 궁합이 있군요~~

희망찬샘 2012-05-26 11:29   좋아요 0 | URL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진리를 깨우치는 순간이지요.

글샘 2012-05-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8세 남자들이 '선생님~ 사랑해요~'하면서 폭 안기...지는 않고, 저를 안아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
정이 참 무서운 거예요. ㅎㅎ

희망찬샘 2012-05-26 11:30   좋아요 0 | URL
18세 남자아이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에요. 아이들의 성격이 무척 좋거나, 선생님이 너무 좋으시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하는데,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헤아려 봅니다. ^^

BRINY 2012-05-2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을 먹은 자그마한 우동가게에서 저를 알아보는 회사원 차림의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6년전에 고교를 졸업하여 올봄에 대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취직했다는 제자였습니다. 6년만에 보는 건데, 저를 바로 알아봤다고 하더라구요. 좋은 추억만 이것 저것 꺼내 얘기해주는데, 참 고맙더라구요. 저도 그때 학생들에게 조금은 잘 해 주었나 봅니다.

희망찬샘 2012-05-26 11:32   좋아요 0 | URL
요즘은 제자를 만나면 못 알아보게 되면 참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월도 많이 흘렀고, 저를 거쳐간 아이들도 많다보니 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제는 학원차 타고 가면서 길가는 저를 큰 소리로 불러 주었던 친구 때문에 참으로 기분 좋았어요. 진짜 좋아야 할 수 있는 행동이니까 말이지요. 덩치만 큰 우리 반 아이들, 하는 짓 귀여워 우리는 또 알콩달콩 잘 살고 있어요. BRINY님도 아이들과 소통하시는 멋진 선생님이시니 아이들이 선생님의 좋은 모습만 기억해 줄 거예요. 우리는 좋은 선생님 자뻑 클럽~ ^^

BRINY 2012-05-2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그 맛에 교사를 계속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좋은 선생님 자뻑 클럽~~

글샘 2012-05-26 13:06   좋아요 0 | URL
저는 저보다 덩치가 큰 남자아이들한테 안겨보는 게 그렇게 기분좋은 줄 몰랐습니다. ^^
성적 취향이 변해가는 중인가??? ㅋ 근데 암튼 그런 아이들이 참 좋은데...(공통점은 엄마가 없다는...) 그럼 내가 엄마로 보이나??? 암튼...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 아이들이 애정표현을 하는 거, 참 좋은 거 같네요. 자뻑 클럽도 이런 거야 뭐... 하도 안 일어나는 거니깐, ㅎㅎㅎ

희망찬샘 2012-05-28 15: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맛! 바로 그것!!!
아이들이 나이 들수록 애정표현을 잘 못하는데, 글샘님 인기는 대단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