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짠가?
어느 학교에서 스승의 날 받은 꽃바구니를 트렁크에 싣다가 찰칵 사진을 찍혔단다.
어느 학교에서 아이가 등교하면서 30000원 상당의 호두과자를 들고오다가 교문을 지키고 있던 민간인 사찰단에 걸려서 선생님이 불려 내려와 사유서를 썼단다. 선물도 받지 않았는데 그 반 아이가 들고 왔다는 이유로 썼다는 사유서라니~ 거짓말이겠지?
선생님께 10만원 봉투를 주고, 다시 전화해서 제가 잘못해서 100만원을 드렸었나 봐요. 하고는 그거 녹음해서 증거 자료 가지고는 협박했다는 학부모 이야기까지!!! 다 거짓말이겠지?!
언론 때문이 아니라, 스승의 날, 아이들의 스승이 아직 되지 않았다 느끼기에 어떠한 선물도 받을 수 없다고 얘기했던 나는 그래도 이건 작은 거라서 괜찮다고 엄마가 말했으니 제발 받아달라고 하는 아이의 구구절절한 편지를 보면서 로션으로 추정되는 예쁜 포장 하나를 전담 시간에 아이의 가방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작년에 선물 돌려줬다가 집에 돌아간 아이가 펑펑 울어서 혼났다는 1학년 엄마의 이야기를 해 준 옆 반 샘님의 말까지 생각하니 돌려주면 아이가 상처를 받을 것도 같고, 어머니께 무례를 범하는 것도 같고...
그런데, 이런 괴담들을 들으니 참으로 복잡하다.
시교육청과 지역 교육청(교과부에서도 왔다 그랬던가?)에서 해운대지역에 감사단이 떴다는 연락이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기분이 정말 안 좋았다.
아이들이 정성껏 써 준 편지와 선생님이 재밌겠다고 해서 빌려준다는 책과 자기가 읽고 주는 짐한 책과 종이접기로 만들어 온 액자와... 그런 거 책상 위에 펼쳐두고 혼자 좋아서 기념 촬영하던 나는 스승의 날 급우울해졌다.
꽃바구니도 다 치워두라는 말을 들으면서, 너무 기분이 안 좋아서, 나보고 사유서 쓰라고 한다면 쓸 거라고 절대 치울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스승의 날에 선생님 죄인 취급하기!
이런 스승의 날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만들어 두곤, 뭘 받나 안 받나 감시를 한다니 이거 말이 되나?
순수한 마음으로 아무 것도 안 받겠다고 했던 나도 언론 덕에 남의 눈이 무서워서 받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새!!! 정말 속상하다.(물론 학부모님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지는 않으시겠지만 말이다.)
올해는 조용하구나~ 했는데 2학년 때 가르쳤던 두 아이가 (중2가 되어) 퇴근 시간에 맞추어 찾아와서 걔들 데리고 가서 맛있는 거 사 주면서 이런 착잡한 맘을 달랬다. 나랑 함께 했던 많은 시간의 하나하나가 다 생각난다는 두 아이, 자기들을 잊지 않았다고 좋아하는 두 아이, 스승의 날인데 선생님께 얻어 먹는다고 죄송하다는 두 아이에게 이 다음에 잘 자라서 너희들이 한 번 쏴라고 했더니 아르바이트 하면 다시 찾아 온다고 한다. 아르바이트 말고 직장 구하면 말이야...
그래도 아이들 덕에 행복한 하루를 시작했다. 희망찬 반 아이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서 천천히 옮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