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11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그림만 놓고 본다면...단연 내 취향이 결코 아닐 뿐더러 평생 쳐다보지도 않았을 만화다. 그러나 이제는 좋아하는 만화 5위 안에 꼭 드는 내게 있어 가장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주인공 카이는 얼굴은 여자처럼 예쁘장하지만 성장 배경과 성격을 보자하면 평범하지가 않다. 엄마는 '숲의 가장자리' 라 불리는 사창가에서 일하고, 그 자신 또한 잔심부름을 하며 지낸다. 뿐만 아니라 성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삐 뿔린 망아지 같다.  특히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진정 주인공 맞나 의심스럽기도...;;

그런 카이도 버려진 숲의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다소 진지하다. 언제까지나 코믹하고 철없이 굴 줄 알았는데 제법 공과 사를 가릴 줄 안달까. 물론 그의 일상은 대다수 코믹, 명랑이다.

카이의 천재적 재능은 그 자신보다 주변에 의해 발견된다. 한때 세계적인 명성의 피아니스트이자 그의 음악 스승이 되는 아지노와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미묘한 라이벌 관계의 슈우헤이 등 주변이 그의 재능을 먼저 알아보고 그를 음악의 세계로 이끈다. 그리고 그 또한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을 더욱 음악에 심취하게 만든다.

물론 고집쟁이에 망아지 같은 성격인 녀석이 음악의 세계로 들어오기 까지는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아지노와의 대치 상태, 첫 피아노 콩쿠르의 탈락, 거기다 피아노의 숲의 화재까지...수없이 많은 일을 겪으며 카이는 자신이 피아노를 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이 없이는 살 수 없듯이...

그러나 한편으로는 만화 속에 드러난 현실에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카이는 아지노란 스승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의 재능을 발견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 피아노를 칠수도 없었을 것이다. 가난과 환경 때문에 재능이 있음에도 그 재능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니 어찌 속이 쓰리지 않겠는가.

또 친구 슈우헤이와 카이를 비교해보자면 살리에르와 모짜르트를 보는 것만 같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살리에르가 결코 천재인 모짜르트를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둘은 좋은 라이벌 관계가 될 소지가 더 크긴 하지만.

뿐만 아니라 여기서 나오는 콩쿠르 대회 같은 경우에도  어리고 재능있는 음악생을 뽑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누를려는 경향을 보인다. 재능을 살려주기 보다는 타인의 재능을 시기하고 그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이기적인 모습이 좋아보일리가 없다.

이처럼 피아노의 숲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한 소년이 음악을 만나고 피아노를 통해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이자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폭의 그림과 피아노 소리와 같이...앞으로도 꾸준히 카이의 성장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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