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의 분류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생기거나 사라지면서 변화해왔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러한 분류는 우리에게 처음부터, 즉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서부터 당연한 것으로서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당연한 것‘이 있으면 ‘왜 그렇게되었는가‘라는 내력을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내력을 알지 못하면 그 필연성도 잃게 됩니다. - P21

오늘날 대학은 취업문을 위한 길로 전락해버린지 오래다. 학과는 문과와 이과로 분리되어 있어 서로 간 교류가 자유롭지 않다. 학생은 전공에 따른 전문화된 공부만 한다. 교양 수업이 있기는 하지만 학점을 따기 위해서 선택해서 듣는 그런 가벼운 수업인 경우가 많다. 오래전부터 반복되어온 고질적인 대학의 문제를 타개할 방법은 없는 걸까. 더 배우기 위한 학생을 받는 곳이 대학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대학이 취업문이 되어서는 더 이상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전공만 배운다면 잘하면 취업은 하겠지만 향후 자신이 더 배우고 싶다고 해도 다시 배워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일본이 서양 문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한 에도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학술 영역과 학술을 위한 말도 이입∙번역되었습니다. 대학의 학부 학과와 그 분류 등의 기초가 모색되고 정착된 때도 이 시기입니다(P457). 다른 언어와 모어를 대응시키는 사전이 주변에 없다면, 다른 말로 쓰인 책을 앞에 놓고서도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메이지 시대에 걸쳐 서양 문화와 조우하여 이를 소화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그런 도움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학술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니시 아마네는 서양 학술을 문자 그대로 몸으로 받아들이고 기존의 한문 고양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그러나 그에만 머무르지 않는 지식과 발상에 대해 새로운 일본어를 창조하고, 때로는 이를 다듬고 수정하는 노력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는 말의 기초를 구축했습니다. ⌜백학연환⌟의, 특히 ⌜총론⌟은 그러한 행위의 정수가 담긴 매우 드문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P458).



일본 근대 시기 빼놓을 수 없는 학자 하면 후쿠자와 유키치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서양사정⌟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집한 자료들을 가져와 직접 번역하여 책을 펴냈다. 'right'의 번역어를 '통어'로 정하는 등 당시 일본인들에게 생소했던 서양 문명의 이론과 실제에 대응하는 개념을 다양하게 소개했었다. 그를 비롯하여 다양한 일본 근대 학자들이 서양 문명을 배우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재배치하여 자국민들에게 내놓았다. 

⌜백학연환⌟이라는 문서는 메이지 3년경에 쓰였습니다. 서기로 말하자면 1870~1871년경,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전입니다. 니시 아마네는 에도 시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활약한 인물입니다. 에도 막부와 메이지 신정부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기존의 일본의 지를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당시에는 아직 아무도 당연한 것으로 알지 못했던 서양의 지를 이해하고 흡수하여 번역, 강연, 저술을 통해 공공에 알리는 활동을 계속했습니다(P18). 원래 ⌜백학연환⌟은 니시 아마네가 사숙에서 했던 강의를 기록한 글인데, 강의를 들었던 나가미가 필기한 것입니다. 왜 150년도 더 된 강의록을 굳이 지금 읽으려고 할까요? '학술' 때문입니다. 학술의 전체상을 어떻게 파악할까,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하는 큰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P20). ⌜백학연환⌟은 니시 아마네 전집 제4권에 수록되어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도서관 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덧붙이자면 제4권은 중고책도 쉽게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석 없이 술술 읽을 수는 없는 책입니다. 가능하다면 이 글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면서 오늘날의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P462).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학술 관련 용어 번역은 대부분 근대 일본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니시 아마네는 당시 그런 학술 용어의 번역을 담당했던 대표적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늘 사전을 사용한다.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순우리말은 번역어보다 오히려 덜 사용하고 어색한 단어가 아닐까. 이름에는 예쁘라고 순우리말을 사용할 뿐 대부분은 번역어인데 그 기원은 제대로 알아보려고 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Politics 가 왜 '정치'라는 단어로 번역되었을까.
니시 아마네는 ⌜백학연환⌟이라는 문서에서 학술의 전체상을 파악하며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백학연환은 총론과 본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론에는 학문의 경계, 학술, 학술의 방략, 신치지학, 진리의 총 6항목으로 본문에 들어가기 전 개요를 담고 있다. 본편 제1편은 보통학을, 제2편은 개별학, 즉 심리, 물리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앞 표지에 보이는 학술 영어 단어 중 특히 Science, Theory, System, 영어와 한문,번역어를 비교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릴 법하다. '왜 서로 안 맞는 것 같지?'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Science는 과학이고 Theory는 이론이고 System은 체계이기 때문이다. 하나만 설명을 해보면 System은 우리가 생각하는 체계가 맞다. 단지 규모라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크기의 규모가 아니고 짜임새나 구조, 기획이나 구상을 뜻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체계가 맞는 것이다. 이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아래 단어들을 비롯한 학문 체계와 방법론에 관련된 용어의 기원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Practice 實際 실제
Science 學 학
Arts 術 술
Theory 觀察 관찰
System 規模 규모
Induction 歸納法 귀납법
Liberal Art 藝術 예술
Literature 文學 문학
Deduction 演繹法 연역법
Mechanical Art 技術 기술



근대에 학문 분류가 세워지기 이전까지는 전공을 배우기 전 기초 학문인 Liberal Arts라는 교육 과정이 있었다. 모티머 애들러는 '평생공부 가이드'라는 책에서 나는 인간 학식의 분야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기예'를 주로 앎의 한 종류, 즉 생산 기술이나 실행 기술('그것'과 '무엇'과 '이유'의 앎과 구별되는 '어떻게'의 앎)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것을 독자들에게 요청한다. 나는 기예를 예술적 기예와 유용한 기예로 나누었다. 예술적 기예는 우리를 즐겁게 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데 쓰이고, 유용한 기예는 기술자와 수공업자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바지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유용한 기예의 영역에서 우리는 두 부류를 살펴봐야 한다. 한 부류는 예로부터 자유기예라 불렀다. 이 기예는 문법, 수사학, 논리학(쓰고 읽고, 말하고 듣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기예)을 말한다. 요컨대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고 형식의 기술을 뜻한다(P178, P179).라고 했다. 여기서의 자유기예가 Liberal Arts이다. 이 책에서는 예술로 표현했다. '평생공부 가이드'는 교양인이라면 갖춰야할 평생학습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제시하는 아주 유용한 책이다.

현재 Encyclopedia(엔사이클로피디아)라고 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백과사전‘이나 ‘백과전서‘라고 번역됩니다. 오늘날의 용법으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이 번역어 그대로 중세나 고대에 대입하면 문제가생깁니다. ‘백과사전‘이라는 의미는 좀 더 현대에 가까운 용법이기 때문입니다. 마루는 EyKUKAIOS TALSEL의 EyKUKANOG라는 말이 고대 그리스에서는 ‘둥근 고리를 이룬다‘라기보다 ‘보통‘ ‘일상의‘라는 의미였다고 지적합니다. 즉, Evkukios Talla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의미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일반교양‘이랄까요. 이것이 로마 교육에 편입되고 중세를 거쳐 ‘자유학예 (artes liberales)‘라고 불립니다. 영어에서 말하는 Liberal arts 입니다. 자유학예란 의학, 법학, 신학 등 한층 고도의 학문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를 쌓는 공부였습니다. - P59

학술을 어떻게 분류하느냐에는 시대와 문화의 세계관, 학술관이 반영됩니다. 자유학예에는 대략 절반 가량이 말을 배우고, 말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한 학술에 할당되어 있으므로 그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의미하는Eykuk入Los maidela의 이념이 ‘자유학예‘에 계승되고, 이윽고 오늘날 대학의 ‘일반교양‘에까지 이어집니다. - P60



저자는 니시 아마네가 가져온 원문의 출처를 위해 웹에서의 검색 방법 등 추적을 장시간 하는데 그 부분은 따라가기가 좀 버거웠다. 그러니까 이 출처가 어느 논문 또는 사전, 사전이면 몇 년도 버전인지까지 추적하는 과정이다. 당연히 구글 검색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꽤나 지난한 과정이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 이런 수고로운 과정을 거친다면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과연 대부분의 독자가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논문을 쓴다던지 어떤 특정 이유가 있으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 대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학술'에 대한 개념이다. 학과 술은 이렇게 엄밀히 구별되는 개념이라 설명하고 있다.

학學자의 성질은 원래 동사動詞다. 도를 배운다, 혹은 글(文)을 배운다 등 모두 동사의 문자로서 명사로서 쓰이는 일은 적다. 실명사實名詞에는 많은 경우 도道 자를 쓴다. 중국(漢) 태고에는 도예라는 두 문자로 나타냈으며, 나중에 이르러 도를 행한다는 행자에서 생겨난 술자를 사용했다. 학과 도란 같은 종류로서 종래 일본에서는 와카和의 학이라고 하지 않고 ‘와카의 도라든가 ‘글짓기(學)"의 도‘라고 해왔다.
(백학연환] 문단 3 문장 1~5) - P98

‘학‘과 ‘술‘을 구별하기 위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여기에 한사람의 병자가 있다. 전쟁에서 다리에 총을 맞았다고 한다. 고로 의사(醫者)를 불러 치료(療治)를 하는데, 의사가 인체人體의 근육과 뼈, 피부와 살, 오장육부의 구조를 아는 것이 학이요, 총에 맞은 다리를 치료할 때는 이렇게 근육과 뼈의 구조를 잘 알고 있기때문에 총탄(丸)을 어떻게 빼낼까를 궁리하여 치료를 하는데, 이것이 곧 ‘술‘이다.(『백학연환」‘을본‘에서) - P160



한 가지 놀랐던 것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본래는 '희철학'이었다는 사실이다. '희'라는 동사가 빠진 것은 역시 행위가 빠진 것이므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희철학'은 주렴계의 '사희현'에서 온 개념이다. '중국철학사 하' 책에서는 '사희현'이라는 명확한 개념은 나와 있지 않은 것 같고 '명철'에 대한 개념이 들어가 있다. 마음이 밝으면 통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성인의 경지는 배워서 도달할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있다."
"요체(핵심적 방법)가 있습니까?"
"하나가 요체이다. 하나란 무욕이다. 사욕이 없으면 고요히 비어 행동이 직각적이다. 고요히 허심하면 밝아지고 밝으면 (사리에) 통철한다. 행동이 직각적이면 공명정대하고 공명정대하면 널리 미친다. 밝고 통철하고 공명정대하고 널리 미치면 아마 성인에 가깝다."

니시 아마네가 Philosophy에 대한 '철학'이라는 번역어를 만들 때 참조한 말이 바로 주렴계의 통서에 나오는 '사희현士希賢', 즉 '선비는 현명함을 사랑하고 희구한다'입니다. 여기에서 '현철함을 사랑하고 희구한다', 즉 '희철학希哲學'이라고 번역했고 이윽고 맨앞의 '희'가 떨어져나가고 '철학'이 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의미를 보존한다는 점에서 '희'라는 동사적인 말이 떨어진 것은 생각할수록 안타깝습니다. 왜냐하면 '희'는 원어 philo 즉 '사랑한다' '좋아한다'라는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철학'만으로는 단순히 Sophia, '지知'의 학문이라는 뜻이 되어버립니다. 플라톤이 묘사한 소크라테스는 지를 희구하여 그러한 지를 가졌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원했습니다. 이 동사가 빠진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 P278~279


이 책의 장점은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다. 원문인 고대 그리스어를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영어로 번역한 사전의 내용, 그리고 관련 서양 철학자들의 이론에 대한 인용 뿐 아니라 동양 철학자들의 이론까지 소개하고 있어 비교 확인하며 볼 수 있다.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이 책을 읽는다면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점이 하나 더 있다면 학문을 배우는 데 있어서 교훈적이거나 실용적인 지침이 많았던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일 수 있는데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나는 어떤 것이든 당연시하지 말고 내력과 상황을 확인하는 것, 이 경계선이 유효한가 묻는 것이 유용했다.

번역어를 읽을 때 ‘내가 만약 이 말을 번역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해보는 것도 언어 사용 훈련이 될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사전을 펼치면 encyclopedia 항목에는 ‘백과사전‘이라든가 ‘전문사전‘이라는 번역어가 나옵니다. 그러나 누군가 애써서 만들어 놓은 번역어를 그저 빌려 쓰지만 말고, 내 지식의 범위 내에서 이를 번역한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 P48

여기서 니시 아마네와 동시대 사람이기도 한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대학 교육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학생이 대학에서 배워야만 하는 것은 지식의 체계화다. 즉, 각각 독립된 부분적인 지식 간의 관계와 이들과 전체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고, 그때까지 다양한 곳에서 얻은 지식의 영역에 속하는 부분적인 견해를 연결하여 이른바 지식의 모든 영역의 지도를 만든다. (J. S. 밀, 『대학 교육에 대하여 Inaugural address delivered to the University of St.Andrews, Feb. 1st 1867』, 다케우치 잇세이竹內 옮김, 이와나미문고, 2011,p.15/원서 p.8) - P79

이미 그어져 있는 경계선을 당연시하지 말고 그렇게 된 내력과 현 상황을 확인할 것. 나아가 그러한 경계선이 타당한가를 검토해볼것. 필요하다면 다시 선을 그을 것. 지금 「백학연환」을 다시 읽는 데는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수많은 학문을 보면서 학역간의 차이, 현재와 과거의 차이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 P90

사람은 툭하면 좋은(좋다고 간주되는) 것만을 알고 싶어하며 나쁜(나쁘다고 간주되는) 것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좋은 것'만을 알고자 하는 태도는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나쁜 것'과의 대비를 통해서만 비로소 한층 더 '좋은 것'을 판별할 수 있으며, 거꾸로 참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생각할 때 정말로 '합리적'인가 의심할 수 있습니다. - P188

무언가에 대해 내 생각으로 그것이 선인가 아닌가라고 판단하는 것은 반드시 타당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가 감각으로 느끼는 것, 경험하는 것에 기초한 지가 있을 것입니다. 니시 아마네가 생각하는 '실재적인 앎'은 실제 경험, 경험과 실중에 기초한 앎이었습니다. - P307

'진리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한문에서 예를 가져온다'라는 식으로 문제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때 기억 속에서 '아, 맹자의 그 대목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연상 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임하고 있는 문제와 어울리는 한문을 떠올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그 글이 기억에 새겨져 있을 만큼 거듭 읽었고, 자유자재로 떠올려서 언제나 쓸 수 있을 만큼 숙지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에도 시대의 교육 방법을 조사해보면 그렇게 해서 한문을 익히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 P332~333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포기하자는 사고방식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중에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좀 더 정확히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내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일 것입니다. - P353

학문에서 과거의 시행착오를 안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반대편에는 최신 지식만 알아도 충분하고, 잘못임이 판명된 과거의 지식은 의미가 없다는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우리가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산수나 수학이 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학 수업에서 수학의 역사를 가르치는 경우는 드뭅니다. 과연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피타고라스의 정리 등을 발견했을까, 왜 확률과 미적분이라는 발상이 생겨났을까,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우리가 아는 수학의 모습이 생겨났을까, 그리고 어째서 mathematics가 '수학'으로 번역되었을까(mathematics에는 '수'라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은데도), '기하'는 어떤 의미인가 등의 역사적 경위는 수학에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 대신 수학의 정리나 공식만 외우고 이를 구사한 계산과 증명을 하는 것이 수학 과목에서 받는 인상 같습니다. 즉, 여기에는 '왜 이런 것들을 생각했는가?'라는, 학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 동기나 질문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질문과 동기를 결여한 채로, 성과만을 알고 활용하려는 일종의 공리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과연 수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지 의문입니다. - P380

백학을 조망하겠다는 시도는 장기나 체스에서 상대방의 수나 말이 놓인 판을 보는 것, 어떤 단어를 다른 단어와의 관계 속에서 살피고자 하는 데 해당합니다. 어떤 학술의 위치나 가치를 알려면 학술 전체의 모습, 다른 학술들과의 차이를 확인해보는 것 외에는 더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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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오늘부터 2일간 썼다. 차주에 광복절이 껴 있어서 잘만 보낸다면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지방에 짧게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해진 일정은 없어 방콕하면서 아래와 같은 책을 읽으며 보낼 듯하다. 


<캘리번과 마녀>는 이번 달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 책에서 base로 언급되는 책이고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는 그동안 계속 찜해 놓고만 있던 책이었는데 도서관에 마침 있길래 두 권 모두 대출을 했다. 태풍이 올라온다 하여 화요일에 빌렸으나 <캘리번과 마녀> 시작만 하고 아직 몇 페이지 읽지 못했다. 


<흉노 유목제국사>와 <젠더와 역사의 정치>는 얼마 전 구입한 책들인데 읽고 싶은 우선순위가 높았던 책들이라 기운이 올랐을 때 읽는 것으로 해야겠다.




아! 그리고 현재 보고 있는 중드가 있어서 그것도 머리 식힐 때 볼 것 같고. 원작 소설이 나와 있더라. 도서관 인기 대출 순위에도 높은 것이 놀라웠다.







태풍 전 하늘이 계속 예뻐서 볼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태풍 전날은 동네에 무지개가 떠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오랜만에 본 무지개였다). 



출근하고 난 뒤 회사 근처 산책을 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찍은 것들이다. 


이런 일상의 순간들이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이제 책을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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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11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휴가시군요! 저도 14일은 연차낸 터라, 오늘 밤부터 왕창 책 읽고 영화 볼 계획입니다!(계획만 ㅋㅋㅋㅋ)
암튼 많이 읽고 많이 보는 알찬 휴가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3-08-11 21:21   좋아요 1 | URL
ㅎㅎ 잠자냥님도 14일에 연차 쓰셨군요. 책 보고 영화도 보고 냥이들하고 꿀 같은 휴가 보내시길!

서곡 2023-08-11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예쁜 무지개 잘 봤습니다 남은 팔월 건강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8-11 21:23   좋아요 1 | URL
별 생각 없이 지나갔다면 못 봤을 풍경이었는데 그날 하늘이 워낙 예뻐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무지개를 포착할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은오 2023-08-11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충격.... 화가님 직장다니시는데 책을 그렇게 많이 읽으셨던 건가요? 저 지금 알았어요 😱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책들을 출근하시면서 많이 읽으실 수가 있죠?!

거리의화가 2023-08-11 21:27   좋아요 1 | URL
그래서 주중에는 몇 페이지 못 읽고 주말에 몰아서 읽습니다^^

바람돌이 2023-08-11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가를 책과 함께. ^^ 맛난거 드시면서 꽉찬 휴가 보내세요.
어제 저녁에 운동나갔다가 태풍 뒤의 하늘이 너무 예쁘던데 사진을 안 찍었네요. 화가님이 찍어준 하늘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

거리의화가 2023-08-11 21:32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베트남 여행 잘 하고 돌아오셨군요^^
저도 귀찮아서 사진 안 찍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요새 하늘이 예뻐서 자꾸 보게 되더군요. 실물보다야 못하지만 사진으로 남기면 나중에라도 볼 수 있으니 찍으려고요.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3-08-11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지개를 정말 오랜만에 거리의 화가님 사진으로 보네요. 알찬 휴가 보내시기 바래요~~ 맛난 것도 많이 드시구요.
잠자냥님 댓글처럼 책도 왕창 많이 읽으시기를^^

거리의화가 2023-08-11 21:37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무지개를 본 거였어요. 하늘을 쳐다보고 올라가기 망정이지 못 볼뻔 했네요. 요새 하늘이 참 이쁩니다^^ 감사해요.

미미 2023-08-1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달의 책 읽으면서 <캘리번과 마녀>를 같이 읽을까 뒤이어 읽을까 고민하며 일단 꺼내두었습니다. 정말 폭풍전 구름은 막 잡힐듯 말듯 선명하더군요!
휴가 즐겁게 보내세요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3-08-11 21:39   좋아요 1 | URL
폭풍 전 구름 뭉게뭉게하더라구요. 특히나 땅 가까이에 있는 듯 해서 더 잡힐 것 같이 보였습니다. 미미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3-08-11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개를 직접 눈으로 본지가 몇 년 된 듯한데 화가 님 사진에서...^^
즐거운 휴가 되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8-11 21:40   좋아요 1 | URL
무지개를 찰나에서 포착할 줄이야. 몇 개월 전이었나 무지개를 볼 기회가 있긴 했는데 그 때는 달리는 차 안이어서 찍을 수가 없었어요.
나무님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독서괭 2023-08-11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 넘나 예쁘네요^^ 무지개도 화가님 덕분에 보고요. 휴가라니 넘 좋으시겠어요! 알차게 보내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3-08-11 21:41   좋아요 1 | URL
무지개 사진 찍어두길 잘했네요. 이리 다들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괭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 2023-08-11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 너무나 좋습니다. 그리고 휴가시라니, 그것도 너무나 좋네요. 휴가도 잘 보내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 잘 쉬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8-11 21:42   좋아요 0 | URL
휴가는 역시나 좋은 것이죠^^* 잘 쉬고 책도 많이 읽고 하겠습니다. 다락방님도 주말 잘 쉬세요!^^

자목련 2023-08-11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휴를 책과 함께 보내시는 화가 님, 리뷰도 곧 올라오겠네요.
올려주신 하늘 넘 예뻐요!

거리의화가 2023-08-11 21:43   좋아요 0 | URL
휴가 때 어디 가는 것도 좋지만 읽고 싶은 책들 마음껏 읽으면서 보내는 시간이 제겐 더 좋네요^^
하늘 사진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쁩니다.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3-08-11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과 함께 휴가 보내시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요즘 하늘이 넘 예쁘더라고요.
저도 계속 사진 찍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3-08-11 21:45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도 평상시 많이 걷고 하셔서 사진 많이 찍으실 것 같아요. 걷고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일상의 풍경들을 마주하게 되더라구요. 그런 순간이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3-08-12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풍 오기 전날 저녁에 하늘이 멋졌는데, 저는 그저 보기만 했네요 집에서는 하늘이 멋지게 나올 곳이 없어요 무지개 뜬 거 보셨군요 그날 무지개 뜬 것 같은 하늘색이었는데 저는 못 봤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남은 휴가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12 17:48   좋아요 0 | URL
집 밖에 나와야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분명 있네요. 희선님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8-12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찬 휴가, 휴식같은 휴가, 행복한 휴가 되세요~~

거리의화가 2023-08-12 17:49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7월에 총 14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읽기에는 덥거나 추운 것도 도움이 되는지 여름과 겨울에 좀 더 읽게 되는 것 같다^^

초반에는 역사서 위주로 읽었고 막판에는 무더위가 시작된 만큼 가벼운 책들도 곁들여 가며 읽었다. 


읽은 책들은 모두 리뷰를 길게든 짧게든 올렸지만 그냥 올리기에는 민망하니 간단하게만 써 본다.




< 1984 >

원서로 읽는데다가 중간부터 드문 드문 읽고 진도가 안 나가서 4개월 정도만에 겨우 읽었다.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대표적인 소설 중 한 권이라고 한다(그러고 보니 집에 멋진 신세계가 있었는데 읽지를 않았네). 누군가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문명에 의한 감시와 통제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도 놀라운 통찰을 안겨준다. 문제는 그 감시와 통제로 인해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다는 데 있지 않을까.


< 돌궐 유목제국사 >

구입한 지는 한참 지났는데 이제 읽을 시점이 되어서 읽게 되었다. 작가가 그동안 이 중앙아시아 연구를 해온 연구자라 그런지 믿음이 갔다. 사료가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추측에 기반할 수 없지만 돌궐 제국의 전사를 다룬 책이 거의 유일하고 더군다나 중국 등 한문 자료만이 아니라 투르크어에 기반한 유물과 유적 자료를 찾아 사료를 보충한 점은 인정해줄 만하다. 연구자의 남은 책들을 마저 읽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4 >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4권은 수, 당, 오대십국, 북송 시기까지를 다룬다. 6년 전 김용 무협지인 <사조영웅전>에 기반한 역사를 본다고 보았던 것 같은데 북송 부분만 보았는지 그 부분만 흔적이 있고 앞부분은 흔적이 없다. 이것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 역시 이번에 읽으니 앞부분은 처음 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 당은 정치 체제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느낌이지만 송나라는 앞선 오대십국 때문이 아니라 체제 자체가 변혁에 가깝게 바뀌었기 때문에 다른 체제였다. 


< 중국의 역사 : 송대 >

송나라 역사를 훑어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 해서 찾아보았으나 딱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은 살 만한 게 없었기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이 책은 작가가 1900년대 초 살았기 때문에 글이 좀 딱딱하고 옛스러운 표현이 많아 고루한 편이다. 그렇지만 내용면에서는 충실한 편이라 느꼈다. 정치, 외교, 군사, 제도,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다룬다. 나는 특히 왕안석의 개혁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다룰 줄이야 하고 놀랐다. 또한 경제, 상업 측면이 무척 자세하다 느꼈다. 송은 북송과 남송이 마치 전혀 다른 국가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기에 개혁의 변화의 측면에 다룬 것도 도움이 되었다. 


< 나도 루쉰의 유물이다 >

루쉰의 아내인 주안에 대한 평전이다. 나오자마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놓길 잘했다 싶다. 어떤 책을 읽든 작가의 작품은 시대적 배경과 개인사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루쉰의 작품을 읽기도 전에 루쉰의 자서전이나 평전이 아닌 전처의 평전을 읽는 것이 우려가 되었다. 하지만 읽고 난 뒤의 소감은 오히려 앞으로 루쉰의 작품을 읽을 때 참고할 만한 하나의 길잡이를 만났다는 생각이다. 주안은 구시대의 여성상에 맞춰 사느라 힘겨운 삶을 살아야만 했다. 루쉰의 사랑과 인정이 있었다면 견뎌낼 수 있었을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않았다. 


< 조용한 미국인 >

조용한 미국인은 본격적인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기 전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기간 동안을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향후 베트남의 암울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당시 사람들은 이후의 결과를 원치도 않았을 것이고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을 통해서 당시 베트남에 들어온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사실 이 책은 전쟁을 배경으로 한 것일 뿐 사람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느꼈다. 순진함은 무모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과 모든 것에 피해 있고 싶다고 해서 방관자로 살 수도 없다는 것 등 말이다.


< 베트남 전쟁 >

조용한 미국인을 읽고 나서 바로 이어서 읽었다. 이 책은 한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전후의 역사를 다루는데 그 때문에 베트남전사라기보다는 베트남 참전의 한국현대사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저자는 한국현대사 전공자고 베트남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온 바가 있어 신뢰가 갔다. 연구자의 글이 딱딱하기 쉬운데 무척 쉽게 대중적으로 잘 씌어 있어서 술술 잘 읽히는 것이 장점이었다. 베트남전에 한국이 왜 참여헸고 그 이후 전개 과정은 어떠했으며 결과 이후는 어떠했는지 역사를 기술하며 한국을 둘러싼 다른 나라들과의 이해 관계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야말로 친절한 입문서다.


< 성의 변증법 >

파이어스톤이 나아간 곳은 성적 해방의 길이다. 기존의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했던 권리 동등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성적 계급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세계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생식조절에 대한 점유, 인공생식에 대한 주장은 현재로서도 놀라워 보이는데 당시로서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아동기를 없애자'는 주장은 제목만 봤을 때는 와 닿지 않았었다. 페미니즘과 아동기를 없애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동기라는 명칭이 근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중세까지만 해도 그런 구분 자체가 없었다고. 이렇게 근대에 들어서 생긴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등의 구분은 억압을 만들어내는 기제가 되었다. 여성의 급진 해방을 주장했던 파이어스톤은 정작 개인은 불행했던 것 같다. 


< 하버드 중국사 당 >

당의 전기와 후기의 변화에 집중해서 기술하여 변화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계적인 제국으로 발돋움한 당이 외부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문화가 내부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금융 거래, 차 문화, 불교 문화, 당시 등 경제, 문화적으로 지금도 사용하는 것들이 이 무렵 등장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당나라 여성의 권위가 강하다고 인식되는 것은 북방의 이민족과 잦은 교류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한족보다 남녀의 평등이 중요시된 북방의 문화가 이입이 되면서 무측천, 태평공주, 위황후까지 반세기 이상의 시기를 여성이 지배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1 >

1권은 장강과 황하 길을 따른 풍광을 마주하며 역사를 이야기하고 장소에 걸맞는 한시를 소개해준다. 장강 여행에 앞서 중국의 시인 '이백', '두보', '소동파'의 연고지를 찾아간 것은 독자로서도 반가웠다. 장강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두 곳만 꼽아본다면 도원과 황강의 동파적벽이었다. 황하 여행에서는 호구폭포壺口瀑布, 화산 동봉 하기정下棋亭이 인상적이었다. 화산의 화기정은 동봉에 있어 에스컬레이터나 케이블카 등이 없어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거의 수직의 절벽이라 감히 올라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탁 트인 풍경이 멋스러웠다. 무협지에 단골로 나오는 곳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2 >

중국한시기행 2권 후속편은 '강남' 지역과 '유배길' 편으로 묶여 있다. '강남' 지역 중 인상적인 곳은 항주였는데 이 곳은 소동파와 인연이 깊다. 소동파는 항주를 최고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항주의 모습은 소동파가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꼽을 곳은 황산이다. "오악에서 돌아오면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에서 돌아오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의 문장을 통해서도 오악보다 황산을 꼽은 이유를 알 만하다. 유배지 중 첫 번째로 꼽은 곳은 영주다. 영주는 유종원의 유배지였고 두 번째는 혜주, 이 곳은 소동파의 많은 사연이 담겨 있는 곳이었다. 


< 경성 백화점 상품 박물지 >

조선의 근대 시기 백화점은 모든 유행의 집결지이자 집합소 기능을 하는 곳이었다. 1920~1930년대 경성의 백화점에서 팔았던 각종 물건들의 유래를 통해 당시의 풍경을 엿본다. 백화점에서 팔았을 법한 물건들과 광고에 등장하는 단골 아이템들을 통해 그 당시 어떤 것이 유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의 각 층별로 목차를 설정하는 것은 좋았으나 안내를 백화점을 둘러보는 느낌으로 했다면 더 실감났을 것 같다. 막상 내용은 근대 물품 탄생의 기원과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으로만 되어 있어 아쉬웠다(이런 책들은 그동안 많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토지 19 >

일본 스파이(밀정)이가 길가에서 죽음을 당했다. 문제는 이것이 정치적인 보복이 아니라 치정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이 문제다. 차라리 조선 독립군에 의해서 살해를 당한 것이라면 속이 더 편했을까. 아무튼 여러 명 등을 친 배설자였으니 그의 말로는 이것이 당연한 귀결이었다. 오가타는 아들인 쇼지와 만주를 여행하면서 인실을 떠올렸다. 영광은 양현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갈등한다. 악극단의 연주자인 자신의 처지가 양현에게 가당치 않다 느꼈을까. 윤국이는 양현을 포기하고 떠났고 환국이와의 관계도 껄끄러워진 영광은 양현을 놓아야 하는 선택에 내몰렸다. 전쟁의 막바지 먹을 것은 부족하고 징용과 정신대로의 강제 연행이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 토지 20 >

막판으로 올수록 과거의 회상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집중력이 좀 흩어지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작가의 필력이 대단한 것인지 좋은 문장, 생생한 캐릭터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20권까지 잘 달릴 수 있었다. 1년여의 여정 동안 토지를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고전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재독, 삼독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작가님께서 더 오래 사셔서 더 좋은 작품을 남기실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토지라는 대작을 남겨주신 것만으로 독자로서는 두고 두고 읽을 작품이 생긴 것이니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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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02 1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 가벼운 책 어딨죠? 다 메인반찬 같은데요..?! ㅋㅋㅋㅋ 화가님께만 곁들임이었던 것이다..

거리의화가 2023-08-02 17:48   좋아요 3 | URL
앗! 가벼운 책 분명 있습니다 있고요ㅋㅋ 그나저나 메인반찬, 곁들임 표현에 빵 터지네요! 8월에는 조금 더 가벼운 책들을 찾아 읽어보도록 해볼까요???

얄라알라 2023-08-03 01:41   좋아요 2 | URL
저도 화가님의 책곳간 소개하시는 다른 포스팅에서 은오님과 비슷한 댓글을 남겼었는데 그 때도 화가님께서 매우 겸손하시게 답변하셨어요. ^^ 겸손하신 화가님!

아무리 봐도, 제겐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책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요^^

그나마 제목과 친하고 읽어본 책이 [1984]인데, 마지막 장 덮으면서 많이 무겁게 느꼈습니다. 조지 오웰이 아프지 않았을 때 썼다면 조금 더 가벼웠을까요?^^

거리의화가 2023-08-03 09:22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
<1984>는 내용이 가볍지 않죠. 지금도 직시할 만한 주제를 던져주는 책이니까요^^
저는 여행기나 테마가 있는 책들을 읽을 때 가볍다고 느끼네요. 제가 구입하는 책들은 주로 묵직한 책들이 많아서인지 가벼운 책을 가뭄에 콩나듯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는 여름 휴가도 껴 있으니 가벼운 책들 곁들여 읽어보도록 해야겠어요.

독서괭 2023-08-02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역시 화가님 읽은책 목록은 중량감이 엄청나네요. 엄지척!!

거리의화가 2023-08-03 09:23   좋아요 1 | URL
초반에는 좀 그랬네요!^^

stella.K 2023-08-02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ebs에 김성곤 교수 나와서 강의했는데 느긋하고 한량같은 느낌이 정말 세상 좋은 사람같았습니다. 모름지기 공부란 그렇게 해야하는 것 같은데 너무 쫓기며 하죠? ㅎㅎ

거리의화가 2023-08-03 09:26   좋아요 1 | URL
ebs 출연하셨나보군요. 그쪽에서 방송하시면서 유명해지셨으니 또 초대하신 모양입니다! 복장도 개량한복 입고 나오시는데다가 푸근한 미소 덕분인지 느긋한 여유가 돋보이시죠. 저도 그렇게 공부하며 살고 싶은데 성격상 쉽지 않네요!ㅋㅋ

stella.K 2023-08-03 11:32   좋아요 1 | URL
아, 한마디로 신선같으신 분이죠. 어젠 더워서인지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ㅋ

페넬로페 2023-08-02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7월에 14권도 대단한데
읽으신 첵 모두 다~~~
그 다음 말은 생략!
덥고 추울 때 책 더 안 읽는 사람,
여기 저올시다🤣🙃

거리의화가 2023-08-03 09:28   좋아요 1 | URL
요사이 더위가 좀 심하긴 하네요!
저는 더위 쫓는데 오히려 역사책들이 더 좋습니다. 문학 읽다 보면 감정이 올라와서 더 더울 때가 많아서요ㅋㅋ 페넬로페님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세요^^

책읽는나무 2023-08-02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벼운 책은 눈을 비비고 살펴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14권 진짜 많이 읽으셨어요.
역시 모범생!!!!^^
8월에도 또 열심히 읽으시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8-03 09:30   좋아요 1 | URL
이제 한 일주일여만 지나면 무더위가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달에도 즐겁게 책을 만나봐야겠어요^^

잠자냥 2023-08-02 2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이 여름에 돌궐 유목제국사 이런 게 읽히는 화가 님 리스펙트.

거리의화가 2023-08-03 09:3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런 역사책이 여름에 더 잘 읽힐걸요? 문학 읽다가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오히려 더 덥더라구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초록비 2023-08-03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례지만 토지 완독하신 분 처음 봤어요! 저도 도전해보고 싶네요.

거리의화가 2023-08-03 09:32   좋아요 1 | URL
토지 완독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한 번에 몰아서 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1년에 나눠서 읽느라 좀 더 힘들긴 했습니다. 초록비님도 한번 도전해보세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8-04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까지 있는데도 14권이라니 대단합니다~!! 대부분이 역시 역사책이군요 ㅋ (토지도 역사책임~!!)
7월 기록이 엄청나십니다!!

거리의화가 2023-08-05 21:01   좋아요 1 | URL
원서는 몇 달에 걸쳐 읽은 거라^^; 아무래도 더위를 쫓는 데는 역사책만한 것이 없습니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네요. 새파랑님 건강 잘 챙기시고 8월에 재미난 독서하시길 응원합니다^^
 

비만 죽죽 내리던 날을 지나서 근래 해가 났길래 산책하며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요새는 사진 찍는 것도 귀찮아서 자꾸만 거르는데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며 세뇌중이다^^;





7월도 벌써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여름 휴가도 생각 않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부리나케 결정해놓고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지난 일요일에 여러 권의 책을 주문했다. 



발단은 이 책 때문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돌궐 유목 제국사> 저자가 새로운 책을 냈다는 것이 아닌가. 사실 <위구르 유목 제국사>는 사고 싶어도 절판되서 살 수 없어 심히 아쉬웠었기에 이것도 품절되거나 절판될 지 몰라 미리부터 걱정이 되었고 이런 책은 알았을 때 사야 한다 싶어 결국 질렀다는 이야기다.

<흉노 유목제국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흉노족의 역사를 다루었다고. 무척 기대된다.




<하버드 중국사 송>은 당나라 역사까지 읽었으니 이제 읽어야 할 차례라 자연스레 샀다. 송나라는 상업이 발달하고 주변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다. 또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는데 특히 남송 때 주자가 유학 체계를 재정립하면서 고려 뿐 아니라 일본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다. 




<젠더와 역사의 정치>는 최근 서재에서 많이 거론된 책으로 '젠더'와 '역사' 내가 눈여겨 보는 주제가 동시에 들어가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도 있었지만 이 책은 구매해서 읽고 싶어서 과감히 질렀다. 가능한 오래 걸리지 않고 완독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는 여성주의책함께읽기 8월 선정도서라 샀다. 여성에 대한 마녀 사냥은 그 역사적 뿌리가 깊다. 페데리치의 책을 최초로 읽게 되는데 얇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은 12월에 여성주의책함께읽기 책에서 참고 도서로 여러 번 등장하기에 읽어보려고 샀다. 

페데리치도 그렇고 스타이넘도 그렇고 이번에 저자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여전히 내가 알아야 할 페미니스트들이 넘쳐나는구나. 이름만이라도 여러 차례 접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 생각한다.




<베트남과 그 이웃 중국>은 최근 <베트남 전쟁>을 읽으며 참고 도서로 나와서 담아두었고 읽을 동력이 달아나기 전에 주문했다. 바로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나중에 주문하려면 잊어버리게 되더라. 베트남과 중국은 예로부터 깊은 관계에 있었는데 그 긴 교류관계의 역사를 한 책에 담아냈다는 것이 놀랍다. 저자의 노고가 읽지 않았음에도 느껴진다. 아무튼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DK Life Stories Inspirational People 10 Books Set>

얼마 전 서재 친구분께서 정보를 알려주셔서 찜해놓았다. 가격도 저렴한데 인물&역사 재밌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고 도판도 풍부한 듯하여 기대가 된다. 이 중 특히 제인 구달 편이 궁금하다.



그리고 펀딩도 한 권 했다. 백석 시 100편이 해설과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은 8월에 도착 예정이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921



7월달에 얼마 안 샀다고 좋아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 열심히 읽는 수밖에.






그리고 아마존 오더블 3개월 1달러 행사를 하길래 지른 김에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을 읽어보려 한다. 

마침 집에 번역본은 있었다(원서는 알라딘으로 검색이 안 된다). 들어보니 나레이터가 남미 특유의 액센트를 강조하여 녹음한 느낌이다. 끝까지 잘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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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7-26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젠더와 역사의 정치 저도 슬슬 궁금해지네요 :)

오더블 행사가 있나요? 기존 회원도 되려나.. 찾아봐야겠습니다 :)

건수하 2023-07-27 09:01   좋아요 1 | URL
저는 기존 회원(이었다가 해지)이라 생각난 김에 한 달 무료 사용 다시 시작했어요.
Circe 오디오북을 인터넷에서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었는데, 오더블에 다운받으니 좋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3-07-27 10:03   좋아요 0 | URL
정가에 결제하기에는 금액이 제법 세서 저도 해지-결제를 반복하곤 합니다^^; 3개월 행사는 오랜만이라 저도 결제했네요. 근데 항상 제대로 듣지는 못해서 이번에는 저 책만이라도 끝냈으면 합니다!

페넬로페 2023-07-26 2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는 덥지만 비가 그쳐 넘 청명해요.
사진에 고스란히 나타나네요.
저는 중구난방으로 책 읽는데 거리의화가님은 깊이 읽어내시니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거리의화가 2023-07-27 10:05   좋아요 1 | URL
올해 장마가 유독 너무 지치더라구요. 일수는 총 21일이라는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역대 3위라고 하더군요. 덥긴 해도 여름이니까 이래야지 싶습니다. 맑은 하늘이 참 좋죠^^
요새는 종종 다른 책들을 끼어서 읽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는 더 즐겁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은오 2023-07-26 2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보관함에 담을 때만 해도 판매중이었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품절 절판 표시 떠있을때........ 하.... 절판될 것 같은 책들은 미리 사둬야 합니다! ㅋㅋㅋㅋ 화가님 책탑은 언제나 멋져요. 아 두꺼운 역사책 읽으시는 화가님....... 너무 멋져..........😍💕

거리의화가 2023-07-27 10:07   좋아요 1 | URL
품절 절판 뜰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인문 책들은 절판되면 잘 나오지도 않아서 흠... 아무튼 이런 식으로 구매한 책들이 무척 많아지지만 어쩔 수 없다고 위안해봅니다^^
은오님은 매번 쓰시는 글마다 깊이가 있어 보는 저도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읽고 많이 나눠주세요!

책읽는나무 2023-07-26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씨 넘 좋네요!!!
책탑도 넘 좋아요^^

거리의화가 2023-07-27 10:09   좋아요 1 | URL
그쵸~? 역시 날이 맑아야 기분도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습도는 여전히 높지만 그럼에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책탑의 책들을 읽어야할텐데 그게 걱정입니다!

scott 2023-07-26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장마가 끝났다고 합니다
이제 부터 본격 무더위! 화가님의 독서탑
8월엔 조금 더 높아 질 것 같습니다!
무더위 맛난거 많이 먹귀롱 ^^

거리의화가 2023-07-27 10:10   좋아요 1 | URL
독서량만 따지면 여름, 겨울 때가 오히려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올해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콧님도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나시길 기원해요!

얄라알라 2023-07-27 0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K Life Stories Inspirational People 10 Books Set!!!
도서관 구매 신청 각입니다! 고맙습니다 화가님

거리의화가 2023-07-27 10:10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저야말로 감사하죠. 무사히 신청되서 도착하기를!

단발머리 2023-07-27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흉노 유목제국사> 제목부터 흥미롭네요. 돌궐이랑 세트군요 ㅋㅋㅋㅋㅋ 집 근처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 들어갑니다.
하늘 사진 참 좋네요. 덥지만 않으면 더 좋으련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27 17:31   좋아요 1 | URL
저희 도서관에서 이미 ‘구매 중‘이라고 하네요 ㅋㅋㅋㅋㅋ 우앗!!

거리의화가 2023-07-27 17:43   좋아요 1 | URL
네. 세트입니다. 위구르 유목제국사도 있었는데 절판됐어요ㅠㅠ
근데 벌써 도서관에서 구매중이라구요? 대박 빠르군요. 그럼 두 권 다 있게 되는 건지... 어디 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곳이네요^^
아무튼 흉노족의 역사만 따로 다룬 책이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읽어두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책입니다.

새파랑 2023-07-28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두꺼운 영어책이 15000원밖에 안하는군요. 치킨보다 싸네요 ㅋ
귀찮더라도 책은 계속 사야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7-31 10:56   좋아요 1 | URL
ㅋㅋㅋ 치킨보다 싸죠? 진짜 종이값이 더 나올 가격이에요. 심지어 안에 그림도 잔뜩 들어 있습니다!ㅎㅎ 귀찮더라도 책은 계속 사야한다는 말 명언이네요^^*

얄라알라 2023-08-03 01:4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여기서 치킨이 ㅋㅋㅋ

근데 치킨은 한 마리에 얼마쯤 하나요?

치킨을 잘 안 먹는 제가 새파랑님 댓글에 갑자기 bbq검색해보러 갑니다

새파랑 2023-08-04 16:51   좋아요 1 | URL
치킨은 18000원 정도 하지 않을까요? ㅋ 갑자기 치킨이 땡기네요 ㅋ
 


지난 주말에는 베트남 전쟁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았다. 베트남에서의 철수는 당연히 미국과 함께 이루어진 줄 알았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 말미에 하노이를 빠져나오지 못한 한국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4년 jtbc에서 방영을 한 다큐멘터리 <사이공 1975>로 총 4부작으로 방영이 되었다(다행히 현재 유튜브에 풀 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모두 볼 수 있었다). 10년 전 영상이니 보신 분들이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나는 이걸 이제야 봤다). 


https://youtu.be/GCjjKkQQLrk

https://youtu.be/iD7CCrTWjjo

https://youtu.be/opLY9CgYJEA

https://youtu.be/As1wdL8VqzI



때는 1975년 하노이가 호치민이 되던 무렵 베트남에 남아 있던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당시 베트남에는 2만 명의 교민이 있었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남베트남에 거주하거나 불법체류하고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한국군을 대상으로 나이트클럽이나 바를 운영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사업가와 한국 회사, 그리고 외국계 회사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베트남에 재산이 있는 상태에서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주베트남 미국대사가 사이공을 떠나기 하루전까지도 남베트남의 패망을 믿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사이공에 남아 있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P282~283).

하지만 미국은 오랜 베트남 전쟁의 결과 지쳐 있었고 베트남에 더 이상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탈출 작전에 실패하여 한국 민간인들은 6개월여를 그곳에서 고생해야 했고 한국 대사관 공관원 3명은 현지 형무소에 끌려가 1981년까지 장장 5년을 억류되어 있었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다. 


물론 당시 한국 정부는 이들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최우방국이었던 한국을 미국이 배신했다 생각할 만했을 것 같다.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말이 딱이지 않은가. 특히 마지막 4부의 한국인 대사관 직원 3명의 이야기는 착잡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게 하였다. 여기에는 북한과 북베트남의 이해 관계가 있었고 베트남과 캄보디아와의 전쟁으로 충돌이 발생하면서 지연되었던 측면이 있었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 7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몰라 보게 달라져 있었다는 대사관 직원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자연스레 떠오른 책은 <구술로 본 한국현대사와 군>이다. 


이 책은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단이 2009년부터 10년 간 한국군 인사들의 구술 채록을 바탕으로 한 연구 및 조사를 정리한 것이다. 한국현대사에서 한국군과 관련된 역사를 군의 공식 자료 이외에 조사, 정리된 사료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부는 특히 베트남 전쟁을 통째로 다루고 있다. 


베트남전에서 군의 지휘권은 한국군이, 작전권은 미군이 가졌다. 이는 한국군의 군수물자의 보급과 수당 등을 사실상 미군에 의존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애초부터 한미동맹 관계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웠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때 한진, 현대 등의 한국기업은 베트남에 진출하여 막대한 이윤을 끌어 모았다. 한국군은 구호사업, 건설사업, 의료사업, 농경지원, 자조사업 등에 주력하여 필요한 물자와 자금을 미군에게 지급받아 사업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한국군의 민사작전은 긍정적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도난사건, 교통사고, 살인, 성범죄 등의 사건에 연루되며 베트남의 민간사회와 충돌했다.

 

전투병 파병과 브라운각서 체결을 전후로 해서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으로 새롭게 진출하거나, 기존의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기업의 활동 폭이 넓어진 배경은 무엇보다 한국군-특히 전투부대-의 존재 그 자체였다. 군과 기업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시기 이전 시기와 비교해본다면, 1965년 이후 군과 기업의 관계는 운명공동체와 유사한 형태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군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고 사업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P246).




베트남 전쟁은 1965년 한일 수교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미국의 입김, 북한과의 충돌 등 안보 면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물론 경제재건과 성장을 위한 이유도 있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1964년 베트남에 의료부대와 태권도부대를, 1965년부터는 전투부대를 파병하며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외 파병으로 매년 5만 명 정도의 전투병이 나갔다.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은 외교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이는 한미관계를 좀 더 강고하게 하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미군의 파병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스스로 방위를 지키지 못해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한국이 다른 나라의 방위를 위해 군대를 파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시될 수 있었으며, 결론적으로 한미동맹 강화라는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P406~407).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역사를 읽을수록 복잡한 생각이 든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한국이 얻은 것은 컸지만 어쨌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한국군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도 만약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전쟁이 오래도록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씁쓸함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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