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중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후유증이 컸다. 길치라 길도 헤매고 변동 상황에 부딪칠 때마다 힘들었지만 스스로 헤쳐나가는 경험이 도전 거리를 강제로 던져주기에 이것이 여행의 묘미지 싶어 좋았다. 그러다 얼마 전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중국 무비자가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비슷한 시점에 여행사에서 생일쿠폰 7%를 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 환율이 너무 올라서(위안화 거의 20원이 오른...) 다만 조금이라도 여행 경비를 줄일 수 있겠다 싶었고 그렇게 내 손가락은 결제를...ㅎㅎ
아무튼 그렇게 따뜻한 봄 어느 날 떠나게 될 것 같다. 정작 중국의 수도를 못 가봤으니 이번엔 베이징으로 정했다. 베이징은 상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고 무엇보다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어릴 적부터 이어져온) 소원 성취를 할 것 같다. 나머지는 몸이 허락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가보려고 한다(하하 근데 옆지기에게는 또 어떻게 말할지 그게 걱정인데 ‘또 가?‘ 이러고 말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얼마 전 입사 6주년을 맞이했다. 원래도 작았던 회사인데 지금은 더 소규모가 되어서 다 같이 입사 축하해주던 행사도 없어져버렸지만 올해 초 5년 근속연수를 채웠다고 조촐한 상여금과 함께 숙박료를 선물 받았다. 영수증을 며칠 전 경영팀에 제출하면서 새삼 내 입사일이 떠오르게 된 것. 다른 업계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업계는 생각보다 장기 근속을 채우기가 쉽지가 않다. 내 주변만 봐도 같은 회사를 3년 이상 다니는 경우도 드물다. 지금은 불황이라 프리랜서 계약직보다는 정규직으로 돌아선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 해도 프로젝트 단위로 일이 움직이다보니 이직률이 높은 것 같다. 어쨌든 지금쯤이면 진작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음은 지금의 어려운 시기 개인에겐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 일을 그만두고 무슨 다른 일을 할래 물으면 딱히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펜션 주인을 할 것도 아니고 닭을 튀길 것도 아니고(사람을 대면으로 서비스업을 하지 못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몇 년간 계속 하는 고민이다. 흠... 다들 이런 고민을 안고 살겠지.

생일에는 제부도에 가서 조개구이를 먹고 그 전에 근처에서 일몰을 보았다. 해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추운 날 몸 좀 녹인다고 잠깐 커피숍 들어가있는다는 게 뜸을 좀 들였는지 찰나에 내려가버리더라. 해수면에 구름이 끼어 있어서 해가 더 빨리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몰 풍경이었다. 아! 조개구이 세트를 2~3인 기준으로 6만원에 팔더라.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상당히 저렴해서 놀랐다. 양이 그것만으로 충분했지만 석화찜도 먹고 싶어서 시켰더니만 결국 배불러 나는 거의 입을 대지 못했고 옆지기가 대부분 먹었다. 조개구이는 내가 많이 먹고 석화찜은 옆지기가 먹은 셈이니 비슷한건가?ㅋㅋ 그리고 생일 전 과메기를 먹으러 가자고 노래를 불렀더니만 온라인으로 미리 준비를 해놓았는지 생일 다음날 도착했다. 푸짐한 과메기 양에 곁들임 채소, 양념이 모두 있었는데 2만원이라니! 역시 맛있게 먹었다. 겨울철은 역시 조개구이와 석화찜, 과메기 3종 세트를 먹고 지나가야 겨울을 보낸 듯하다^^;

이제 책 이야기를 해볼까.
11월 말과 이달에 걸쳐 여러 권의 책을 구입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펀딩한 책이다. 알라딘 북펀딩의 유혹은 생각보다 참 크다. 그래도 가능하면 기존에 가진 책은 가능하면 고민을 많이 하고 사는 편이다. 이번에도 삼국지 정사 펀딩과 메두사의 웃음은 건너뛰었다. 하지만 집에 없는 책이거나 초역이거나 하는 책은 눈독을 들이는 것 같다. <해석에 반하여>는 손택의 저서 중 가지고 있지 않던 책이었고 <나의 일본미술순례 2>도 신간이지만 서경식 선생님의 일본미술순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구입했다(1권도 빨랑 읽어야지). <삼체 X: 관상지주>은 초반에 사지 않다가 작가가 인정한 삼체의 처음이자 마지막 버전이라고 해서 구입했다. <삼체 0: 구상섬전>도 펀딩해서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중 <해석에 반하여>은 완독했다. 100자평을 남겨야 북펀딩 마일리지를 받는다고 해도 읽지도 않고 소감을 남기기는 그래서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킨: 그래픽노블> 정가가 인하되었다는 메시지가 왔길래 구입했고(읽어보고 싶었다) 미술 관련 책들을 몇 권 구입했다. 한국미술사 관련 책은 얼마 전 읽고 리뷰를 남겼고 <미술관 여행자를 위한 도슨트북>은 미술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더라. 서양 미술 중심이기는 하지만 동시대 동양 미술도 함께 소개해주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1938 타이완 여행기>는 리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완독했다. 제목이 일단 흥미로웠는데 일본 소설가와 타이완 번역가가 타이완에서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소설이다. 여행기라 재미도 있지만 인물 관계와 사건의 전개를 통해 그 시기 식민지인-피식민지인(지배-피지배) 이중적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책이다.

12월 치고는 날이 따뜻한 것 같지만 내일-모레 비가 내리고 나면 또 추워진다고 한다. 요즘 날씨는 모 아니면 도여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 연말이 되니 팀원들도 휴가를 많이 내서 빈자리가 많아 사무실이 썰렁하다. 물론 나도 곧 남은 휴가를 털어내고 연말을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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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12-2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도 이맘때 생일이신데 하고 있었는데... 즐겁게 보내셨군요! 뒤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

거리의화가 2025-12-23 13:06   좋아요 1 | URL
수하 님보다 며칠 앞섭니다^^ 챙겨주는 사람 덕분에 올해 생일도 즐겁게 보냈네요. 축하 인사 감사드려요.

잠자냥 2025-12-2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 양이 적으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5-12-23 13:0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죠. 옆 쟁반에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북플은 멀티 사진 업로드가 가능한데 매번 제대로 올라가질 않아서 몇 개만 올리다보니... 개선해달라고 몇 번 푸념했던 것 같은데 고쳐지진 않네요^^;
 

어떤 생각의 창조적 단계는 그 생각이 경계를 고집스레 내세우며 여타의 것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시기다. 그런데 생각이 여타의 생각과 헐값에 타협을 추구한다면 거짓이 되고 힘을 잃는다.
현대의 진지함은 다양한 전통으로 존재한다. 이 경계를 지우고 이것도 종교적이라고 부른다면 지적으로 어떤 합당한 목적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1961) - P364

예술의 초현실주의 전통은 기존의 의미를 파괴하고 극단적 병치(또는 ‘콜라주 원칙)로 새로운 의미 또는 반反의미를 창조하려는 개념으로 한데 묶을 수 있다. 로트레아몽의 말을 빌리면 아름다움이란 "해부대 위에서 재봉틀과 우산이 우연히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개념의 예술은 뚜렷한 공격성을 띤다. 관객의 상투적 기대에 대한 공격성이며무엇보다 매체 자체에 대한 공격성으로 움직인다. 초현실주의 감•성은 극단적 병치 기법을 통해 충격을 주려 한다. - P383

사람들은 대체로 감수성이나 취향을 순전히 주관적인 선호의 영역으로 간주한다. 주로 감각의 불가해한 끌림일 뿐 이성의 지배 아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본다. 취향이 사람이나예술 작품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지나치게 순진하다. 아니 그보다 더 나쁘다. 취향의 기능을 봐주듯 경시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경시하는 일이다. 취향은 모든 자유로운 (주입된 것이 아닌) 인간의 반응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취향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없다. 사람에 대한 취향, 시각적취향, 감정적 취향이 있을 뿐 아니라 행동에 대한 취향, 도덕성에대한 취향도 있다. 지성도 사실은 일종의 취향이다. 생각에 대한 취향. - P392

오늘날 예술은 의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감수성을 조직하는 도구가 되었다. 예술을 실천하는 수단은 급진적으로 확장되었다. 이런 (뚜렷이 표현되었다기보다는 강하게 느껴지는) 새로운 기능에따라 예술가들은 자의식적인 미학자가 되어 자신이 사용하는 수단, 재료, 방식에 끝없이 도전해야 했다. 그래서 ‘예술‘의 세계에서(예를 들면 산업 기술, 상업적 프로세스와 이미지, 순전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환상과 꿈에서) 가져온 새로운 재료와 방식을 정복하고활용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주된 과제가 된 듯하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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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장례식에서 있었던 일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삶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게 된 사건이었다.

그때 20대 후반의 나이였으니 절절함이라는 단어를 결코 알 수 없을 때였다.

어머니는 할머니를 유독 버겁고 힘들어했다.
시어머니는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을테지만 잘못을 저지른 아버지를 늘 외동아들이라며 두둔하는 모습이 못마땅하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례식 때 가장 큰 눈물을 보인 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그때는 어머니가 힘들어해서 감히 물어볼 수가 없었기에 시간이 훌쩍 지난 뒤 여쭈어봤었다. 그때 왜 그렇게 우셨냐고.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단다. 그래… 그런 걸까.

어머니의 진짜 엄마인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그 소식을 가까이서 접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운 상태였었고 밤낮으로 일하느라 어머니의 심신이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를 괴롭혔고 집안 꼴이 아무튼 말이 아니었었다.
그런 상태에서 할머니는 투병하다가 급격하게 안좋아지셔서 돌아가신 것이다.

장례식 때 제대로 가보지도 못하고 외할머니를 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해보곤 한다.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라고 어느 장소에서 홀로 목놓아 우시지 않았을까…
그 감정을 떠올리니 마음이 저릿하다.

I couldn‘t comprehend then the depth of her sorrow the way I donow. I was not yet on the other side, hád not crossed over as shehad into the realm of profound loss.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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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 was tougher than tough love. It was brutal, industrial-strength. A sinewy love that never gave way to an inch of weakness.
Itwas a love that saw what was best for you ten steps ahead, and - P17

didn‘t care if it hurt like hell in the meantime. When I got hurt,
she felt it so deeply, it was as though it were her own affliction.
She was guilty only of caring too much. I realize this now, only inretrospect. No one in this world would ever love me as much as mymother, and she would never let me forget it.
… "Mommy is the only one who will tell you the truth, becauseMommy is the only one who ever truly love you." Some of the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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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2-14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시작하셨군요. 화이팅!!
 

위대한 사색적 예술은 냉담하지 않다. 관객을 고양시키기도 하고, 충격적인 이미지를 각인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기도 한다. 다만 감정적인 힘은 조절된다. 감정적으로 몰입하게끌어당기는 힘이 연루되거나 편을 들지 않도록 거리를 두게 하는요소들로 상쇄된다. 감정이입은 늘 언제나 지연된다.
이런 차이는 기법이나 수단, 심지어 사상의 측면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예술가의 감성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 P258

모든 예술은 증명의 한 방식으로, 최고 강도로 정확성을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모든 예술 작품은 그것이 재현하는 행위를 논쟁의 여지 없이 증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증명과 분석은 다르다. 증명은 어떤 일이 일어났음을 입증한다. 분석은 왜 일어났는지를 보인다. 증명은 정의상 완결성을 지닌 논증 방식이지만, 완결에 이르기 위해 형식성에서 벗어나지못한다. 증명은 시작부터 이미 포함되어 있던 것을 결론에서 확 - P286

인하는 것에 그친다. 반면 분석은 늘 또 다른 이해의 관점, 새로운인과관계를 연다. 분석은 실질적이다. 분석은 정의상 완결에 이르지 못하는 논증 방식이다. 사실상 끝이 나지 않는다. - P287

증명하려는 예술은 두 가지 의미에서 형식적이다. 첫째로예술의 주제가 사건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고 의식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다. 둘째로 수단이 형식적이다. 다시 말해 대칭, 반복, 도치, 중복 등 눈에 보이는 디자인의 요소를 포함한다. - P287

SF 소설과 비교했을 때 영화에는 독특한 강점이 있는데특히 예사롭지 않은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신체적 기형이나 돌연변이, 미사일과 로켓 전투, 초고층 건물의 붕괴 등. 당연히 영화는 (일부의) SF 소설이 지닌 강점, 즉 과학적인 면에서 약하다. 그렇지만 영화는 지적 탐구 대신 소설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것, 곧 감각적 상세함을 제공할 수 있다. 영화는 상상으로 번역해야 하는 언어 대신 이미지와 소리를 매개로 관객이 자신의 죽음, 도시의 죽음, 인류의 멸망을 겪는 환상에 참여하게 한다. - P307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공모의 대상이 된다. "생각할 수 없는 것을생각하는 것"(미래학자 허먼 칸처럼 예측을 하는 게 아니라 환상을 품는 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도덕적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런 영화들은 정체성, 의지, 권력, 지식, 행복, 사회적 합의, 죄책감, 책임감 등에 관한 클리셰를 반복하는데 줄잡아 말하더라도 오늘날 극단적인 사회에 대처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단적악몽이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입증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SF 영화에 다양한 방식으로투영되는 이런 악몽이 우리 현실에 너무 가까이 있다. - P326

영화는 일종의 범예술이다. 사실상 어떤 예술이든 통합하고 흡수할수 있다. 소설, 시, 연극, 회화, 조각, 무용, 음악, 건축 등. (사실상) 동결된 예술 형태인 오페라와 달리, 영화는 사고와 감정의 스 - P352

타일이 매우 보수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매체였고 지금도 그렇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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