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시절이 하수상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결론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인지 내가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 자꾸 되묻게 된다. 지금이 군부독재 시절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걸까.
오늘 아침 팟캐스트를 듣다가 ”우리가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의 시절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을 들으며 공감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헌법 질서를 망가뜨리는 세력을 보면서 한숨만 늘고 있다.

어제는 산책을 나갔다가 또 눈을 만났다. 4월을 코앞에 둔 시점에 눈발이라니…
개인적으로 봄의 전령은 개나리라고 생각하는 만큼 봄이 되면 개나리가 피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올해는 개나리가 만개하고도 남았어야 할 시기인데 이제 좀 올라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작년에도 그랬듯 올해도 개나리가 예쁘지가 않다.
물기가 있어야 생생할텐데 축 쳐져있는데다가 힘이 없다. 내 마음도 축 쳐져서인가 개나리도 영 시원치가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개나리를 보니 안 찍을 수는 없어서 몇 개 나온 잎을 가까이 다가가 찍었다.
노란색을 보고 있으니 그나마 잠깐 마음이 반짝하는 듯 했다.
산책을 다 하고 돌아오는데 해가 뜨며 날이 쾌청해졌다. 나라 사정도 제발 이렇게 쾌청해지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주말에는 <‘자본’을 읽자>를 완독했다. 과연 완독한 것인가 억지로 한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렇게 플래그는 많이 붙었는데… 참 여러 모로 정리하기란 어려운 책이다.
<마르크스를 위하여>를 읽을 때도 힘이 들었는데 이 책은 두께마저 두꺼우니 괜히 욕심을 부렸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이런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역시 한 번에 얻으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다.
분명 어떤 구절들에는 무릎을 치며 ‘그래 맞아!’ 하지만 ‘그래서 얘기하려고 하는 바가 뭐지?’ 하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어쨌든 그래도 읽어냈다. 음…

벌써 일주일도 넘은 일이 되어버렸는데 감기에 심하게 걸려 골골대다가 나을 때쯤 되었을 때였나?
동네 근처에 자우림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니 이게 왠 횅재야?’ 하며 무려 오후 반차를 쓰고 달려갔더랬다.
오후에 공연장 근처에서 혼밥을 하고 커피까지 야무지게 마신 뒤 길을 나섰다.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익숙한 노래가!!! 자우림이 리허설 중이었다.
와… 계를 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허설마저도 고퀄이라니~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며 김윤아는 인사까지 해주었다.
특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듣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마침 하늘은 미친 듯이 반짝이고 있었기에 그랬던가.

무료공연인만큼 공연 시작 무렵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온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온듯). 자우림 뿐 아니라 공연진에는 여행스케치, 안치환, 이무진도 있었다.
여행스케치는 어릴 적 수학여행 때 공연진으로 와서 ’별이 진다네‘라는 곡을 불렀던 적이 있다. 그때는 조금이나마 별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던 만큼 밤하늘을 보며 듣는 그 곡이 참 좋았더랬다. 이번에 그 곡을 불러주어 자연스레 과거 추억이 떠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자유‘라는 말이 이상하게 왜곡되어버린 것 같은데 안치환 하면 ’자유‘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힘이 없는 자들을 위한 변론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에도 ’자유!‘를 토해내는 부르짖음이 인상적이었다.
이무진은 10, 20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신호등‘은 나도 좋아하는 곡이라 열심히 따라불렀다는.
자우림은 마지막에 나와 5곡을 불렀다. 대중성 있는 곡들로만 불러서 팬으로는 아쉽기도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나중에는 춤도 추고 즐겼다. 하하하쏭 나올 무렵에는 관객석도 열광했다.
마지막 곡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곡이 나올 때 시작부터 울먹이는 반응들이 많았다. 드라마에 삽입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은 곡이라 그런지 10, 20대들도 많이 알고 있더라.
기다리는데 힘들기는 했지만 반차를 내고 간 것이 정말 후회되지 않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이문세 공연을 다녀왔다. 옆지기가 이문세 팬인데 아직 한 번도 그의 공연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사촌 동생이 공연단의 스탭이어서 티켓을 얻을 수 있다고 하여 다녀오게 되었다.
비록 내가 이문세 팬은 아니지만 워낙 다양한 노래들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만큼 공연 곡들 대부분이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
발라드면 발라드, 댄스면 댄스 열심히 준비하셨더라. 공연을 오래 하는 가수일수록 그 실력이 입증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이 꾸준히 찾는다는 이야기니까.
옆지기가 공연을 보면서 정말 행복해했다. 그걸 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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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꽃 피는 시기가 더디다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 주 급격하게 따뜻해지면서 꽃망울이 올라오나 했는데 꽃샘추위에 오늘은 눈까지 내린다.

3월 맞나 싶을 정도로 쌀쌀한 날씨에 목이 절로 움츠러든다.

역시 알다가도 모를 날씨다.


어쩌다보니 올해는 매달 출장 일정이 잡혔고 

한 번 출장할 때마다 일주일씩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추위가 지나고 나면 이제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는데 점점 꽃을 보는 것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나도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나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주말 운동 갔다 찬 바람을 맞았더니 결국 감기가 찾아왔다.

지금은 코맹맹이 소리가 나고 콧물에 재채기까지 난리도 아니다.

감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서 어제 퇴근길에 부랴부랴 병원 가서 약까지.

병원에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환절기라 콜록거리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감기 환자가 많기는 한 것 같다.

이번 겨울은 감기 없이 지나가나 했는데 결국...


지난 주말에는 미뤄두었던 잡지를 연달아 읽었다.

작년에 나왔던 것인데 미뤄두었다가 이제야-_-;


100권 무렵에 특집호 때 사서 처음 읽기 시작했던 잡지가 어느덧 150권이 발간될 정도가 되었다.

정기적으로 출간되는 매체물은 연재나 기획 시리즈가 있어서 연속해서 읽을 수 있는 기삿거리가 있어 좋다.

인권, 사이비역사학 등 중심 주제를 가지고 여러 명의 학자가 관련 주제에 대해 내놓은 분석한 글을 읽는 것은 여러 모로 유용하다.

성인이 되고 난 뒤 역사교양서 몇 권 읽지 않았던 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이후 관심 분야에 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조금씩 읽어 나가면서 관련 지식을 쌓아 나가는데 이 잡지를 읽은 것도 작게나마 도움이 된 것 같다.





1년여만에 이 책을 두 번째 읽게 되었다.

역시 재독은 어떤 책이든 더 깊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처음에는 좀 재미없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읽는 것이 훨씬 수월했을 뿐 아니라 꽤나 흥미롭게 읽은 부분도 많았다.


특히 파리의 의류 산업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위치와

역사계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된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역사계와 페미니즘 사이의 충돌과 갈등 등.





현재 이런 책을 읽고 있다. 읽고 있는 책은 있는데 

<자본을 읽자> 같은 경우 금방 완독할 수 있는 책은 아니어서 아무래도 속도는 느리다.

그래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읽고 있다.

니체의 저 책은 의외로 단락 자체가 짧고 영어 수준도 크게 어렵지는 않아서 잘 읽어나가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재독 중인데 지금 읽으니 공감 가는 구절이 있는 반면 차별과 혐오가 깔린 해석이 엿보일 때는 눈살을 찌뿌리게도 된다. 과거에는 내가 어떻게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래도 그때는 리뷰 자체도 쓰지 않았을 것 같아서 더 그런 것 같기도. 아무튼 이번에는 어떤 생각으로 읽을지 읽어보려 한다.








이동 중에는 과거에 구매하거나 대여해서 담아두었던 전자책을 읽는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것은 <유토피아>



물론 책을 읽을 컨디션이 아닌 경우에는 가볍게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얼마 전 한 드라마를 봤는데 온갖 장르가 혼합되서 놀랐다.

처음엔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SF, 로맨스에, 추리와 스릴러까지 섞여 있더라.

작가가 어느 한 장르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버무려놓고 이 중 한 코드만 맞으면 완주할 수 있게 하려는 걸까 궁금했다.

요즘은 참 드라마 쓰기도 어렵겠다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느덧 3월도 2/3 무렵이 지나간 것 같다.

모쪼록 이달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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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3-1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인데 오늘 눈이 쌓여 사진을 찍어 뒀어요. 요즘 감기 걸리기 쉬운 날씨죠.
제가 좋아하는 니체의 차라투스~ 를 보니 반갑네요.
역사비평을 읽으면 유익할 것 같고, 재독은 정말 좋은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리의화가 2025-03-19 13:16   좋아요 0 | URL
올 겨울 눈이 유독 많이 왔다지만 3월에도 눈이 내릴 줄은 몰랐네요. 덕분에 개화 시기는 더 늦어진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노트북 들고 출근하는 길이라 찍지를 못해서 아쉬워요. 페크 님도 감기 안 걸리게 모쪼록 조심하십시오^^
니체 책 좋아하시는군요. 저 책은 10년도 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거리는... 다시 읽으니 또 군데 군데 기억나는 문장이 있는 것을 보니 그래도 읽긴 했나보다 싶습니다.
역사비평은 계속 읽어오다보니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최근에는 독서모임도 있고 해서 재독하는 책들이 있었는데 확실히 초독할 때보다 더 깊은 이해를 갖게 하더라구요. 좋은 경험입니다.

다락방 2025-03-1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젠더와 역사의 정치] 2장 읽는 중인데 너무 어렵고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5-03-19 13:1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저도 이 책 처음에 읽을 때는 무슨 말인가... 아마 반도 이해 못했을 듯합니다^^;;;
그리고 예시가 미국도 아니고 과거의 프랑스 이야기인 것도 어려움에 한몫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완주 응원합니다 화이팅!

희선 2025-03-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이월에 분 것 같은 바람은 안 불겠지 했는데, 삼월에 또 바람이 세게 불었네요 며칠 전과 오늘 새벽과 낮에... 눈은 쌓이지 않았지만 왔어요 지난주에 따듯해서 이제 봄이구나 했는데, 이렇게 추운 날이 오다니... 북극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군요 추위는 며칠 더 가겠습니다 감기 약 잘 드시고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님이 만나고 싶은 책도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3-19 13:20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 역시 춥더라구요. 바람만 덜 불면 좀 그나마 나을텐데...
그래도 어제는 날이 흐리더니 오늘은 볕이 좋아서 참 다행입니다^^
감기는 여전하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희선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남은 3월 행복하게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5-03-19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시는 책들이 다 어려워 보입니다..역시 화가님~!! 3월인데 너무 추워요 ㅜㅜ

거리의화가 2025-03-19 13:21   좋아요 1 | URL
그쵸. 3월인데 어쩜 이리 추운지... 추위를 싫어하는 저는 빨리 따뜻해지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새파랑 님 읽는 책이 저는 더 어려워요. 각자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은 다르기 마련이 아니겠습니까?ㅎㅎ 감기 조심하시고 남은 3월 행복하게 보내세요^^
 


처음에 읽는다고 덤볐을 때 무모하리만치 겁이 없었다는 것을 이번에 재독하면서 깨달았다. 그때는 급하게 삼켜서(너무 짧은 기간에 읽으려고 했음) 그저 특정 부분에 꽂혔을 뿐 전체적인 이해에 다가가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작년 말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되어 3달 간에 걸쳐 이 책을 재독할 수 있었던 점은 그런 의미에서 참 감사한 일이다.


이 책은 서설에 핵심이 집약되어 있다. 1~3부에 걸친 내용은 관련 예시로서의 나열로 보면 될 것 같다. 오리엔탈리즘의 전반기는 유럽(주로 영국과 프랑스), 후반기는 미국을 중심으로(제국주의의 패권의 이동에 따른) 서양이 바라본 동양에 대한 사고와 관념적 체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동양은 중동, 아랍과 이슬람의 세계를 중심으로 다루어져서 이 세계에 대한 개념과 지식에 소홀한 나는 그 예시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고, 잘 모르니 어쩔 수 없이 지루하게 다가왔다. 한 번 읽어서 이해가 안 되어서 재독하면서도 한 챕터를 반복해서 읽은 경우도 있었다(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18세기 중엽 이후 유럽에는 동양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증대되었다. 유럽은 동양에 우위를 선점하며 군림했다. 동양에 관한 지식은 서양에 의한 지식과 힘을 배경으로 동양과 동양인, 동양세계를 날조했다. 담론은 상상의 지리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오리엔탈리즘의 담론 속에는 동양을 말하고 쓰는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동양을 이질적인 것으로 성격짓고 연극무대 속 삐에로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때의 동양은 유럽을 위한, 유럽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상상의 세계일 따름이다. 

나폴레옹은 이집트 점령을 시도했다. 그는 이집트를 오리엔탈리즘의 무대로 포섭하기 위해 <이집트지>를 제작함으로써 기존의 이집트사나 동양사를 대체했다. 비록 이집트 점령은 군사적으로 실패했으나 동양을 유럽에 접근시키고 완전히 흡수하고자 하는 그의 시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에르네스트 르낭의 저작, 페르디낭 드 레셉스의 수에즈 운하 건설, 영국의 이집트 점령).


19세기 초 문헌학이 도입되고 난 후 오리엔탈리즘은 비교 연구 분야로서 변모하고 동양은 서양에 지적으로 종속되었다. 사적인 오리엔탈리즘(동양 체제, 개인적 증언에 의존)은 전문적 연구로서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로서 순례지는 서양인의 시선에서 살아 있는 그림으로의 동양으로서 자리하며 재구성되고 재조명되었다. 오리엔탈리스트는 인간을 집합체로 파악하고(유형화) 일반 추상 개념으로 인식해했으며 개인에 대한 관심에는 무지했다. 지식의 형태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은 앞선 학자로부터의 기술을 기반으로 이론을 답습함으로써 동양의 현실은 배제되는 오류를 낳았다. 따라서 동양은 실재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20세기 오리엔탈리즘은 기반 연구 조직의 확대, 지리학의 발전, 출판업의 발달 등에 의한 전파 능력의 증대의 영향을 받았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오리엔탈리스트는 동양에 대한 서양 열강의 특별 대리인이나 대표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인종, 문명, 민족은 경계선에 따라 구성되었고 동양은 이야기에 의해 정의되었다. 

이슬람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탈리즘은 현대사와 새로 업데이트되는 자료가 있음에도 문화적으로 단절되어 있었다. 이는 현대의 이슬람도 과거의 이슬람의 개념을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고 여겼기 때문이고 오리엔탈리즘 이론이 동서양의 차이를 더 심화시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2차 대전 이후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었으며 오리엔탈리스트가 없는 중동은 무시되고 이해할 수 없는 곳으로 여겨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오리엔탈리즘은 문헌학적 학문 분야가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의 하나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정부가 만든 중동연구소가 개설되면서 본격적인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지만 과거의 오리엔탈리즘의 관념은 반복되고 심화되었다. 동양에 있는 학생이 미국에 가서 연구하는 이들이 늘었으나 이들은 오리엔탈리스트 하의 관념을 배우고 자국에 가서 이 논리를 반복했다. 아랍과 이슬람은 서양의 시장체제에 완벽히 동화되어 동양에 관한 문화적 이미지는 획일화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련하여 여러 욕심이 생겼다. 비코의 저서 읽기,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해, 마르크스와 플로베르(읽기 싫지만 정말 책에 수없이 언급됨)의 저서 읽기다. 

이번 읽기도 결국 요약 정리한 것에 불과해진 것 같지만 처음보다는 더 나아졌다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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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휴에는 푹 쉬면서 하루는 친가 식구들과 외식만 했다.

아버지는 비니를 쓰고 나오셨는데 빠진 머리가 다시 나지 않으신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보온성 챙기고 좋죠 뭐." 하고 답했다. 

3차까지 진행된 항암 치료는 아버지가 견디시지를 못했다. 부작용이 심해서 구토 및 식욕 부진 등이 생겼고 잘 먹지를 못하니 온 몸에 힘이 없으시다고 했다. 결국 약물로 치료 방법을 바꾸었고 비보험이라 약값은 많이 들지만 부작용이 없고 암 수치도 좋아져서 일단은 이 방식으로 몇 달 지켜보면서 가기로 했다.

남동생이 결혼할 때가 지나서인지 부모님 걱정이 크다. 그런데 내 생각은 본인이 결혼할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과 잘 맞는 상대를 만났을 때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지금 결혼 적령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진지한 고민 없이 시작하는 결혼은 후회만 남을 뿐이다.


#2

아직 노안이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예전만큼 책 읽기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끔 앞이 뿌연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노안 전 증상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이미 노안?ㅎㅎ)

어쨌든 책을 예전처럼 오래 잡고 있지를 못한다.

스트레칭도 자주 해주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3

필테 개인 PT는 어느새 마무리하고 20회를 더 연장했다.  

습관화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혼자 운동을 하면 아무래도 선생님과 함께 할 때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안하는 것 같다.

'조금 더!'해야 운동 효과가 있는 것인데 힘드니까 그만 두기도 하고. 

어쨌든 그래도 몇 개월간 한 필테는 내 몸에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바디를 운동 시작하기 전 받고 얼마 전 확인해보니 체지방이 많이 감소하고 근력량이 조금 늘었다고 한다. 

일단 근력이 조금이지만 늘어서 다행이다. 다만 살이 오히려 빠져서 다이어트하자고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기에 선생님께서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다행인 것은 내 기초대사량이 보통 사람보다 높다고 한다. 물론 이를 믿고 운동 안하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이겠지^^


#4

1월에 사들인 책들이 많기에 당분간은 책 구매는 미루려고 한다.

사들인 책 중 가장 걱정되는 책은 역시 아래의 책이겠지. 그래도 이왕 마르크스 저작을 읽기 시작한 만큼 끝까지는 읽어보겠다.




1월에는 이런 책들을 읽었다. 도스토옙스키 전집 중에서는 <악령>을 읽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한파가 지나고 나면 따뜻한 봄 기운이 몰려올거라고 한다.

꽃샘 추위도 없다고 하니 돌아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지난 번 전시회가 참 좋아서 한 번 더 다녀올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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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2-0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전시회가 좋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거리의화가 2025-02-05 16:32   좋아요 1 | URL
블랑카 님 안녕하세요.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하고 있는 수묵별미 전시입니다. 기간이 다음주까지인 것으로 알아요. 확인해보시고 관심 있으시면 가보셔도 좋겠죠. 감사합니다^^

blanca 2025-02-05 16:38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5-02-0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걱정되는 책을 저도 획득하였습니다.... ㅜㅅㅜ (약간 참담한 기분) 올해 안에는 힘들 거 같은데 부지런히 먼저 가계세요. 그나 저나 아, 어디로 가시나요 화가님. 그 길 뒤 따라 가려면....ㅋㅋㅋㅋ
암튼 대단하세요! 짝짝짝~

거리의화가 2025-02-06 16:22   좋아요 0 | URL
책 받아놓고 참담한 기분이 드신 것 충분히 공감합니다. 언제 마무리될지는 모르겠으나 몇 쪽씩이라도 꾸준히 읽어봐야죠.
작년에도 어떤 주제를 정해놓지 않고 마구잡이로 읽었던 한 해였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쟝 님의 길도 화이팅!!!

독서괭 2025-02-0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안 읽힌다고 하셨지만 충분히 많이 읽으신 것 같습니다 ㅎㅎ 운동 꾸준히 하고 계시군요! 필라테스 한 후 키가 1센티 컸다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ㅎㅎ 아마도 척추가 펴져서? 근육량 늘어난 것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5-02-06 08:27   좋아요 1 | URL
몇 년전에 비하면 요즘은 그나마 좀 적절히 섞어서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단짠단짠이랄까요^^;)
필라테스하면서 제 몸에게 미안함이 들었어요. 너무 안 써서 여기저기 뻑뻑 소리날 지경이었으니... 일단 목과 어깨, 허리가 많이 펴진 느낌입니다!ㅋㅋ 근육량 조금이지만 늘어서 저도 기뻐요. 괭 님도 운동 화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5-02-0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께서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오늘 저의 픽은 이 문장입니다. 저도 이런 말을 누구에게서든 듣고 싶어요~~
거리의화가님, 많이 읽으셨어요~ 많이 부럽습니다^^

단발머리 2025-02-05 19:30   좋아요 0 | URL
참, 눈 앞이 뿌연 증세는.... 저는 몇 년 전 독감을 앓은 이후에 그 증세가 나타났어요. 한달 이상 책을 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나아졌는데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그 증세가 나타나더라구요. 전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그걸 노안이라고 보긴 어쩔지 모르겠지만(안경 쓴 사람에게는 노안이 늦게 온다는 말을 믿는 편) 아무튼 그렇습니다.
블루베리를 냉동실에 쟁이고 먹고 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5-02-06 08:32   좋아요 0 | URL
먹는 양은 평소와 비슷하고 운동량이 늘었으니 체지방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읽기는 했는데 그만큼 쓰지를 못했어요.

저도 안경과 한 몸인지 오래인데 노안이 늦게 온다는 말을 믿고 싶어집니다ㅎㅎ 아무래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저도 눈부터 많이 피곤해지더라구요. 블루베리 많이 먹고 조금이라도 노안이 늦게 오기를 바라봅니다^^;

새파랑 2025-02-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사람은 비타민 A를 드셔야 합니다~!!
어제 악령을 완독했습니다 ㅋ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도 몰랐네요!!!

거리의화가 2025-02-06 11:18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게요. 루테인 먹어야 한다고 주변에서 권하기는 하는데 저는 보조 식품은 믿지 않는 편이라 당근이나 블루베리 같은 것으로 많이 보충해야겠습니다.
악령 완독 축하드려요.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희선 2025-02-1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위가 거의 한주 간 듯하네요 이게 가면 따듯해진다고 하더군요 그건 그것대로 걱정스럽습니다 아직 멀었지만 벌써부터 여름을 걱정했어요 더위보다 비를... 눈 많이 올 때도 그런 거 걱정했지만...

아버님 건강 좋아지시기를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님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2-10 14:13   좋아요 1 | URL
이번에는 꽤나 오래 가는 추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 낮에는 볕이 따뜻해서 좀 낫더라구요^^
한국에 4계절도 이제는 옛말인 것 같고... 추위와 더위만 있게 되버린 것 같습니다ㅠㅠ

아버지 건강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언제나 그렇듯 무탈한 게 제일인 것 같습니다. 희선 님도 행복한 독서 생활하시길!
 

지난 토요일에 신문을 보고 이 전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되었다는 전시는 2월 중순에 마무리되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명절이 끝나고 나면 아무래도 가보기 어려울 것 같아 다음 날 결심을 하고 길을 나섰다.


수묵화를 잘 알지 못하지만 보고 있으면 편안함을 느낀다. 먹의 농담만으로 다양한 표현을 해내는 수묵화는 어느덧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되었다. 거기에 채색을 더하면 화려한 수묵채색화가 된다.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 화가들의 작품들을 총 148점 만날 수 있다. 한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는 종종 전시에서 만났지만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경험은 결코 흔하지가 않기 때문에 가기 전부터 무척 흥분되었다는 사실^^ 


한국과 중국은 고대부터 같은 문화권 내에 자리하여 공생하여 왔다. 그러나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두 나라의 문화를 전시품들을 만나면서 더욱 잘 느끼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한국 작품은 근대를 대표하는 수묵채색화가들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대 한국화가의 작품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중국 작품은 자오즈쳰, 우창숴, 치바이스 같이 중국 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는 작가 뿐 아니라 현대까지도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이했던 것은 중국 현대 작가는 직업 화가이면서도 교편을 잡고 있거나 미술관 관장인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근대 시기 한국은 기존에 사용하던 ‘서화’란 호칭 대신 글씨와 그림을 분리하여 붓과 종이, 먹으로 그린 그림을 ‘동양화’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부 그림에서는 서양 미술의 영향으로 원근법과 명암법이 적용되어 서양적 색채를 띠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 그림에서는 전통을 고수하거나 동서양의 기법을 융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도 안중식의 <백악춘효>를 볼 수 있었다(벌써 3번째 정도 보는 것이어서 너무나 익숙해진 그림). 봄의 새벽이라는 제목과 달리 그림은 여름과 가을에 그려진 것이다. 이번에는 여름본이 걸렸는데 가을본에는 백악산이 왼쪽으로 치우치고, 오른쪽의 해태상이 보이지 않는다. 1915년 그려진 그림으로 이 시기가 되면 경복궁의 전각들이 철거당하던 때여서 작가는 기억과 사진에 의존하여 그렸다. 실제보다 경복궁을 더 크게 부각하여 작가의 숨은 의도를 엿보게 한다.


1930년대에 오면 수묵은 ‘산수’를 주로, 채색은 ‘인물’을 주로 표현하게 된다. 



이용우의 <점우청소>도 그런 대표적인 그림들 중 하나다.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으로 뒤의 산은 흐릿하게 표현하고 앞의 나무와 강둑은 세밀하게 표현하고 진하게 표현하여 대비를 주었다. 



채색 선면화는 부채 모양에 아름다운 수묵채색화가 그려진 그림이다. 이 작은 공간에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는 것이 놀랍다. 작가마다 추구하는 미학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1950년대가 되면 모더니즘의 열풍으로 동양화에도 추상 양식이 차용된다. 



<구월>은 포도넝쿨을 배경으로 한 여인이 가슴을 드러낸 채 당당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보자마자 구릿빛 피부에 건강함이 느껴졌다. 배경이 포도라서 그런지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장운상은 서울대 예술대학 미술부를 1기로 졸업한 뒤 평생토록 동양화를 그린 작가다. 이 그림은 1956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태학의 <전우>는 군에 입대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한국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 된 1961년 그림으로 얼굴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인물들의 동작만으로 당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다양한 면으로 입체감을 표현하여 사실화이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김기창의 <군마>(1955)는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말 다섯 마리가 하나도 같은 모양이 아닐 정도로 각기 다른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말의 기상처럼 우리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일까.


1960~1970년대에는 국가적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정책의 일환으로 민족성이 강조되던 시기였는데 이는 미술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생활 속 일꾼들의 모습이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경을 그린 산수화가 다시 유행하였다.



안상철의 <영 62-2>(1962)은 이런 것을 그림이라고 할 수 있나 할 정도로 파격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전시회 내 같은 공간에서도 한 눈에 차별성을 엿볼 수 있어 단번에 눈에 띠었다. 이 작품은 총 3개의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 위 화면과 중간에 설치된 목판, 바닥판이 있다. 맨 위층과 중간층에 돌들을 배치해 놓고 화면의 아래쪽을 가로로 길게 찢어서 그 틈을 통해 중간의 돌들을 볼 수 있게 한 구조다. 그래서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적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영의 세계를 추구한다는 의미로 <영> 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1970년대 이후에는 한국적인 소재와 현대 미술 양식을 접목하여 동양화를 현대적인 분위기로 이끌기 위한 많은 작가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원문자의 <정원>(1976)은 선염법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이다. 그림에 여백이 거의 없는 것이 눈에 띄고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자연의 풍경을 포착하여 집에 들여온 것 같은 느낌이다.



박생광의 <제왕>(1982)은 불교적 색채를 느끼게 한다. 박생광은 민족회화를 탐구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나갔다.



석철주의 <외곽지대>는 도시 외곽의 산등성이나 산비탈 같은 높은 지대에 밀집한 판잣집 달동네를 그려서 당시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당시 상황을 확인하게 한다. 재료가 너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는데 장판지에 먹을 입힌 그림이라고 한다. 



송수남의 <붓의 놀림>(1997)은 한국 현대화 중 내가 가장 오래도록 머물렀던 그림이다. 이 그림은 송수남이 현대화에도 수묵화가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추상 수묵화를 연작으로 발표한 그림들 중 하나다. 지필묵만으로 이렇게 현대적인 그림을 나타낼 수 있다니 볼수록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현대화를 하나 더 소개한다. 2024년 불과 작년에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그림이다.



이진주의 <볼 수 있는 21>. 이 그림의 독특성은 흰 배경이 아니라 검은 배경이라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2017년부터 이런 블랙페인팅 작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저마다의 인식 체계 속에서 다르게 풍경을 인식한다. 작가의 의도도 이를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연작은 광목천에 아교를 발라서 바탕을 만들고 물에 부푼 채색 물감을 사용해 색을 칠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물의 잔털까지 보일 정도로 세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중국의 전통 수묵화는 예술로 역사와 시대를 표현하고 사회와 삶을 반영하는 동시에 자연과 인간을 함께 표현하거나 시화로 미학성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족의 문화만이 아니라 다양한 민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자오즈첸은 청나라 말, 이름을 날렸던 예술가이다. 



<화훼>는 서예와 전각을 접목한 화조화다. 강렬한 먹선으로 바위를 강조하고 외곽선을 살려서 사물을 더 입체감 있게 나타내었다. 뒤쪽에 해당화가 그려져 있어 바위와 함께 고풍스러운 기상을 느끼게 한다. 사실 자오즈첸이 유명한 것은 금석화파의 창시자여서이기도 하다. 서예와 전각, 그림이 무척이나 조화롭다.



우창숴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가로 중국 근대화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학자 집안에서 자라 서른 살 무렵에야 직업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구슬 빛>(1920)은 등나무를 묘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언뜻 보면 그냥 먹을 대충 벅벅 그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저런 붓질이 없었다면 그림에 생동감이 덜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호쾌하면서도 자유로움이 엿보이는 그림이었다.



사실 앞서 소개한 자오즈첸과 우창숴보다 내게는 치바이스라는 이름이 더 각인되어 있다. 치바이스는 20세기 중국 예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그래서 치바이스의 그림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니 그저 감격스러웠다. <연꽃과 원앙>(1955)에는 두 마리의 원앙과 연꽃이 표현되어 있다. 연꽃과 원앙의 그림을 다른 기법으로 표현하여 마치 두 개를 다른 사람이 그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먹과 채색만으로 이런 풍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놀라웠다.



판제쓰의 <석굴 예술의 창조자>(1954)는 둔황석굴을 표현하였다. 화려한 뒷면의 석굴 그림과는 다르게 앞에 그려진 화가와 후원자들은 간소화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현대로 가면 국가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 많이 그려진다. 최근에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예술 표현을 확장하는 데 주목하게 된다.



라오빙슝의 <자조>(1979)는 항아리를 깨고 나왔지만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표현했다. 예술과 자유는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자유를 빼앗겨 억압받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해학적인 묘사 속에서도 서글픔이 느껴진다.



천다위의 <끓어오르는 마강>(1960)은 중국 산업현장인 마강(당시 철강 기업 이름)의 건설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분주한 산업 현장의 인부들과 건설 현장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산업 현장의 열기를 느끼게 한다. 



양즈광의 <광산의 새로운 일꾼>(1972)은 여성 광부의 모습을 표현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양화의 기법을 활용해 화려한 색채감으로 인물을 강렬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배경은 간결하게 표현한 데 반해 여성 광부인 인물의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물을 부각시킨다. 인물은 마치 사진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후밍저의 <영원>(2008)은 암채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가이다. 암채화는 천연 광물로 만든 안료를 사용하여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도 다양한 색상의 암석을 갈아 알갱이로 만들고 알갱이를 접착제와 혼합하여 안료로 사용하였다. 광물성 안료는 색이 깊으면서도 오래 보존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암석들 사이에서 중앙에 하늘색 공간이 눈에 띠는데 마치 빠져 들고 싶을 만큼 깊숙한 공간감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류윈취안의 <넓은 마음으로 바라본 세계>(2018)은 제목에서 일단 눈길이 가고 먹의 농담만으로 표현한 그림에서 관객을 또 한 번 집중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글씨에 주목하시라. 여백의 미를 강조하여 인간의 좁은 시선을 넓은 시야로 확장하라는 작가의 주문을 보여주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현대 작품들 중 가장 오래 시선을 머무르게 한 작품이었다.


총 3시간을 넘게 들여 전시를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허락한다면 5~6시간을 봐도 모자르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다. 다만 전시 도록을 사려고 했더니 품절이라고 해서 좌절했다. 아니 전시에 도록이 없다니 너무하잖습니까. 2월 중순에 전시가 끝나는지라 또 보러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한 번 더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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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1-28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바이스!
꼭 가봐야 겠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5-01-29 08:24   좋아요 1 | URL
작가별로 여러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려 치바이스니까요^^ 가시면 좋은 시간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5-01-29 08:35   좋아요 0 | URL
내일 예약했어요
무료네요?!^^

거리의화가 2025-01-29 16:22   좋아요 1 | URL
예약하셨군요^^ 간 김에 궁궐 구경도 하실 수 있겠습니다.

hnine 2025-01-28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전시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설까지 친절하게 올려주셔서 전시 볼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5-01-29 08:25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전시 보실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희선 2025-01-29 0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묵화에 추상 양식을 쓰기도 하는군요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얼마전에 보기는 했네요 그런 걸 또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수묵화 하면 옛날 수묵화가 먼저 떠오르네요 멋진 전시회에 다녀오셨군요 시간을 더 들여서 보고 싶으시다니...

거리의화가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01-29 08:27   좋아요 0 | URL
수묵화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패턴이 있는데 현대에 올수록 방식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새로움을 주는 것 같아요.
시간이 더 날지는 모르겠지만 근래 들어 본 전시 중 단연코 가장 좋았습니다.

희선님 명절 연휴 즐겁게 보내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