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가 휘몰아치는 찬바람에 날씨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12월 들어서니 날씨가 역시 다르구나 싶다. 이래야 겨울이긴 하지만 추위에 취약한 나는 벌써 걱정스럽다.

12월이 되었다는 것은 올해도 달력이 한 장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 이런 것을 세는 것도 별 의미는 없다 싶다. 매 해 시간 가는 것이 빨라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연말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10월에 십수 년만에 혼자 해외 여행을 다녀왔는데 11월은 함께 사는 사람과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옆지기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문화에 관심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스포츠 만화는 좋아한다).

나는 엔터테인먼트보다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유물이나 유적을 체험하고 서점, 도서관 등에서 책을 보는 일이 즐겁다.

그러고 보면 '문화'라는 개념은 방대할 수 있겠다.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생각해서 코스 일부를 나눴다. 나는 도쿄대학교나 메이지 신궁을 홀로 여유있게 즐겼다.

물론 그렇다 해도 대부분의 여행은 함께 했다(술집에 갈 때는 둘이니까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이 사람이 이런 것에 관심이 있구나 체크하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있다. 아무리 연애를 오래 하고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해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 재미가 있다.





작년에 이곳에서 영어 원서를 함께 읽었다. 사정상 중단이 되어 아쉬웠는데 다시 진행이 된다고 해서 다시 참여해야겠다 생각했다. 원서를 꾸준히 읽는다는게 결코 쉽지가 않아서다. 혼자서도 읽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중 시간을 따로 내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 결심을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 그 전에도 원서를 안 읽은 것은 아니지만 매일 지키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영어 원서 읽기 실력은 늘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원서를 며칠 계속 읽으면 아주 조금씩은 스스로 나아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걸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각설하고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The Affair>를 읽는 중이다. 10월에는 스케줄이 많아서 시작을 못했고, 11월 들어서자마자 시작하려고 했는데 책이 늦게 도착한데다 개인 스케줄이 많아지는 바람에 늦어졌다. 

읽어보니 기존에 읽어왔던 책들보다 리딩 수준이 더 높은 것 같다. 분명 쉬운 단어와 구조로 된 문장이 있지만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숙어 표현이 많아 번역서 없이 읽으려니 진도가 수월하게 나가지 않는다.

번역서를 읽어야 하나 싶은데 아직까지 영어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서를 읽어본 일은 없어서 그냥 원래대로 읽어보려고 한다. 대강 느낌과 맥락만 파악하며 읽지 않을까 싶다. 


중국어 원서는 계속 읽어나가는 중이다. 웨이신두슈의 도움이 큰 것 같다. 종이책을 펼 시간조차 나지 않을 때는 앱을 켜고 다만 한 페이지라도 보려고 하고 있다(그럼 킨들도 그렇게 하면 되잖아! 생각해보니 민망하군). 다른 언어도 그렇겠지만 중국어도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아서 나올 때마다 헷갈리는 것들이 있다. 단어, 숙어들을 볼 때마다 머릿 속에 착착 입력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안되니까. 별 수 있나. 알던 것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니 그저 매번 나올 때마다 반복하는 수밖에 없겠지.


올해 구입만 하고 읽지 않은 책을 점검하다 건너뛰었던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얼마전 읽었다. 이걸 읽다 보니 같은 작가가 쓴 <키르케>를 읽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불현듯 펀딩한다고 산 원전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를 보면서 뜨끔했다. '아이고! 아직도 이리 건너뛴 책들이 많다니...' 꺼내는 놓았으나 선뜻 손이 가질 않고 있다ㅎㅎㅎ(키르케는 도서관에서 빌려볼 작정)

지난 달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보았는데 독서 모임 책으로 <파시즘>을 읽게 되었다. 자연스레 구입해놓은 <죽음정치>가 수면 위에 떠오르는...

손택의 <해석에 반하여>를 펀딩 신청해놓고 그 전에 <여자에 관하여>를 봐야겠다 싶었다. 읽고 있는데 놀랍게도 뒷부분에 파시즘이 언급된다. 전체주의와 미학이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묻고 답한다. 리펜슈탈(의 영화)을 몰라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파시즘, 전체주의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너무 읽을 게 많은데 시간은 한정적이니 이제는 정말 선택과의 싸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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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2-0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잭 리처 원서 읽기는 제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제가 번역본으로 읽으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막연하게 원서는 더 재미있겠지 했던건데, 하- 군대 용어.. 때문에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실력이 된다면 잭 리처 계속 영어로 읽고 싶지만, 번역서로 읽는게 훨씬 나은듯 합니다. 그래도 잭 리처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긴해요.
거리의화가 님, 힘내셔서 얼른 완독하시고, H 마트에서 울다로 오세요. 컴온!

[키르케] 저 책은 저도 사둔지 한참인데 안읽었어요. 그러고보니 [죽음정치] 도 있네요... 그건 여기, 싱가폴에... [파시즘]은 담아갑니다.

거리의화가 2025-12-03 08:56   좋아요 0 | URL
계속 읽다 보면 잭 리처 원서로 읽는 것도 수월해질 날이 오지 않을까요?^^ 다음 원서는 H마트... 군요^^ 안 그래도 언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잘됐습니다. 속도 내서 읽고 따라갈게요!

파시즘 두껍지만 책은 무겁지 않아서 좋더라구요. 다락방 님의 싱가폴 생활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희선 2025-12-0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일월에는 일본에 다녀오셨군요 시월, 십일월 기억에 남을 해인 듯합니다 오늘은 많이 춥네요 여기는 눈이 조금 오기도 했어요 생각해 보니 첫눈이더군요 첫눈이라고 다를 건 없지만...

어느새 마지막 달이네요 거리의화가 님, 남은 날 동안 만나고 싶은 책 즐겁게 만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독서괭 2025-12-0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강 느낌과 맥락만 파악하며 읽어도 됩니다 화가님,ㅋㅋ 저도 그랬습니다 ㅋㅋ
 

과연 가을의 끝자락이다.
지난 주말 단풍과 은행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외부로 눈길을 돌리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오며 가며 눈에 띄는 하늘과 단풍의 사진을 담았다.
작년 단풍은 하나도 예쁘지가 않아서 아쉬웠는데 올해는 그보다는 나은 것 같다.
초록에서 빨강까지 여러 색으로 변화하는 잎파리를 보는 일이 즐겁다.






그러고 보니 11월 하고도 1/3이 지났다.

운동하고 책 읽고 좀 돌아다니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훅 간다.

THE AFFAIR 책은 며칠 전 집에 도착했다. 
근데 1차로 두께에 놀라고... 1장은 그럭저럭 읽을 만했는데 어려운 단어들이 뒤에 왠지 쭉 나열될 것 같은 느낌.
다행히 <파시즘> 읽기는 다음달로 미뤄지기는 했으나 이 책도 두께 때문에 이번 달 내로 읽기는 무리일 것 같다.
리차일드 처음 읽는데 원서라니 너무 겁없이 도전한 것 같기도 한...;;;















최근에는 한국사 민주주의 시리즈를 읽었다. 마지막 3권도 오늘로서 다 읽게 된다.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었으나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래도 한국사를 민주주의라는 주제 하에 정리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예상했던 부분인데 한국은 짧은 시간 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정치, 경제, 사회가 변화하였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일어설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러고 보면 뜨거움이 때론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느 부분에 취약한지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얼마 전 중국에 갔을 때 서점에서 사고 싶었던 책이 있었는데 구하지 못한 것이 두고 두고 아쉬웠다. 이 책만 없거나 있다고 해도 책 상태가 좋지 않아서 사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짐 무게를 생각한 것이 있기도 했지만...

이 책은 국내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인기 작가의 대표작이라 이곳에서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검색해보니 역시 있었다.

타오바오 등의 직구로도 구할 수 있으나 배송비나 통관 등을 생각하면 그게 그거라... 이 책을 사는 김에 중국의 택배 기사 이야기를 다룬 책도 함께 샀다.


그리고... 

자우림 12집이 나와서 샀다. 어느덧 정규 12집이라니... 

늘 그렇듯 타이틀곡은 대중적이라서 내 취향에는 수록곡이 훨 좋다!

내일이면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음반은 소장용, 이미 음원으로 어제부터 듣기 시작했다^^












입동은 지났으나 아직까지는 그래도 가을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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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1-1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어페어 1장이 읽을만 하셨다면 문제 없으실 겁니다! 중간중간 어려운 묘사가 나오긴 하는데 첫부분이 젤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읽는 중입니다만.
자우림이 12집이 나왔군요?! 얼마전 자우림을 모르는 서른살 직원을 만나서 충격받았는데 ㅜㅜ

거리의화가 2025-11-11 16:25   좋아요 0 | URL
아... 그나마 다행이군요. 1장 처음부터 흥미진진하더라구요. 리처를 묘사하는 부분에선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ㅋㅋ
자우림은 연식이 오래되긴 했지만 락페스티벌이나 기타 공연 등에 꾸준히 출연을 하는지라 젊은 팬층도 은근 많더라구요. 스물다섯스물하나가 드라마 ost로 쓰이면서 더 알려진 것도 있고요. 지난 번에 저희 동네 와서 공연했을 때 10, 20대들이 열광적으로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 보고 놀랬더랬습니다. 이번 앨범도 들을수록 좋네요.

책읽는나무 2025-11-1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자우림 벌써 12집이 나왔군요?
대단한 자우림!^^
그리고 어페어 원서 읽으시는 화가 님도 대단하시구요. 파이팅입니다.^^

거리의화가 2025-11-11 16:26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벌써 12집! 가수의 연식만큼 팬도 나이가 들고 있지만 그래서 더 뜻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꾸준히 앨범을 내주어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잭리처 책을 처음 읽는지라 뭐가 뭔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욕심 안 부리고 천천히 저만의 속도로 읽어보려구요. 감사합니다^^
 

4박 5일로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는 3박 4일이었으나 여행은 하루 차이가 커서 꼭 하루를 더 늘리고 싶었다. 항공사 사정으로 여행 스케줄이 변경되어 무료로 스케줄이 변경 가능했던 것이 신의 한수였고 그렇게 가는 날짜를 하루 앞당길 수 있었다. 


10년 전 옆지기와 함께 상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상해는 국제 도시인 만큼 외국인도 많고 관광객이 많아서 그래도 영어가 좀 통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전혀 아니었다. 필요한 정보를 한자로 적어라도 갔어야 하는데 급히 떠나게 된 여행이라 그러지 않았고 도착해보니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옆지기는 음식도 맞지 않아서 내내 고생을 했고. 그치만 나는 좋은 인상으로 남았고 언제 한 번 다시 와보고 싶었다.


10년 만에 온 상해는 익숙한 듯 새로웠다. 시스템이 달라졌고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해는 여행했던 적이 있어서 5일 내내 있지 않고 첫날은 가볍게 여독을 풀고 마지막 2일을 보냈다. 기존에 가 보았던 와이탄은 상해의 상징이라 가봐야겠지 해서 아침과 밤을 모두 경험했다. 아침과 밤의 와이탄은 정말 달랐는데 토요일 밤인 탓도 있겠지만 야경을 보러 온 사람으로 포토 부스가 꽉꽉 차 있었다. 사람이 밀집된 곳에 가면 어지러움이 있는지라 도저히 오래 있긴 힘들었다. 누구한테 사진 부탁하고 그럴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사람이 많았다. 아무튼 그래도 야경은 찍어야 해서 핸드폰으로 팔을 최대한 위로 뻗어 사진을 어렵게 찍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 풍광을 보기 위해 모여들다니 새삼 상해의 야경은 사람들을 부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와이탄의 아침은 조깅하는 사람들 외에 소수의 관광객만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있어도 무방했다. 한결 마음이 편안하여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해 건졌다. 날은 좀 흐렸지만 구름에 휩싸인 건물들이 운치 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2시간 가까이 있으면서 와이탄을 끝까지 걷는 시간이 좋았다.


 



이곳은 우캉루다. 역사 보존지구라고 해서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곳이다. 이 건물에서 영화 색계를 찍었다고 한다(난 정작 색계도 보질 못했는데^^;;;). 분명 휴일 오전 10시 남짓한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포토 스팟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과 나란히 찍힐 것이다. 그냥 건물만 찍고 나왔다(이것도 최대한 줌 땡겨서 찍은 것임).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에는 항저우에 갔다. 항저우는 서호의 도시다. 문인들도 사랑했던 강남의 도시. 서호만 한바퀴 돌려고 해도 2일 일정으로는 부족하다(사실 너무 넓어서 두 발로 걷기에는 무리다. 지하철이 있지만 관광에는 디디가 훨씬 편했다). 

유람선을 탈까 했는데 유람선보다는 도보+디디 코스를 나도 선택했다. 


서호의 풍광은 과연 압도적이었다. 두 번째 날 늦은 오후 뇌봉탑에서 본 일몰과 세 번째 날 이른 아침에 단교전설에서 본 아침 호수 풍경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한때 항저우에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쫓겨다니던 시절이라 살림이 넉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상해 임시정부 기념관보다는 전시관 규모가 소박하나 항저우에서 활동한 인물들(한국인, 중국인 포함)과 관련 명승지를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한국인을 마주했을 때 내적 친밀감이란ㅎㅎ




근처에 대각국사 의천대사가 보시한 고려혜인사 절이 있어 다녀왔는데 특별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을 줄 알았는데 커서 놀랐고 정원 등이 잘 꾸며져 있어서 그런지 고전 의상을 입고 비디오 촬영을 하러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혜인사 입구에는 혜인사임을 알리는 표지도 붙어 있어 관광객들이 적지 않게 찾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중국에 온 목적은 영화를 경험해보기 위해서였다. 요즘 중국 영화는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고르다 두 편을 선택했다. 하나는 현대물이고 다른 하나는 고전물 애니메이션 형태였다. 영어 자막이라도 제공되면 좋지만 역시 그렇지는 않았다. 중국어가 아직 많이 부족해 영화 내용의 반은 알아들었을까 싶지만 그래도 이곳의 영화 시스템을 경험해보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좋다.

영화관 내부는 한국의 멀티 플렉스 영화관처럼 여러 관들로 분류되어 있었다. 한국은 영화가 광고 때문에 정시에 시작하질 않는데(광고만 10분 이상 하는듯) 이곳은 시간이 되면 바로 시작하는 점이 좋았다. 영화관 내부에 사람이 적어서 집중하기 좋다고 여기면서도 이곳도 한국처럼 이제 영화관에 많이들 가지 않게 된 것일까 생각했다. 

현대물이 더 잘 들릴 것 같은데 의외로 고전물이 훨씬 잘 들렸다^^; 내가 너무 고전 무협물 드라마를 주로 봐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영화 내용이 삼국지연의 관련된 내용이라 익숙한 등장 인물, 단어와 대사, 문장이 많아서일 것 같다. 아무튼 두 영화 다 재밌었다.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서점이다. 10년 전에는 야시장, 절 등등 관광객이 주로 가는 곳에 가다보니 내 기호에 맞는 곳을 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꼭 가보리라 해서 미리 좌표를 찍어두었다. 상해에는 아름다운 외부와 내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서점인 시난북스다. 








책 코너마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끔 되어 있어서 몇 시간이고 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한강의 책과 삼체 만화책 등 반가운 책들이 있었고 고전 코너는 쉽사리 지나치기가 힘들었다. 결국 이곳에서 ‘사기선(史记选)’과 루쉰의 ‘조화석개’를 샀다(짐 무게만 아니었으면 더 사왔을 듯. 기념이 된다 생각하고 사왔다).


항저우에서는 신화서점이라고 인문 서적류가 특화되어 있는 곳이라 구경하는 것만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고전류 책도 많았고 역사, 철학, 문학 등의 광범위한 책들, 한문 서체를 담은 독본이라던지 구경거리가 많았다. 항저우의 지리와 문화를 소개하는 책도 있었는데 나는 이 책들로 두 권을 사왔다. 하나는 항저우의 풍광을 담은 책과 다른 하나는 서호와 관련된 옛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재밌을 것 같아 바로 픽했다. 이곳도 상해의 시나북스와 마찬지로 앉아서 조용히 읽을 수 있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아! 항저우에서 또 하나의 서점을 만났는데 이곳은 이름이 소중산 서점이라고... 서점 안의 구비된 책들이 딱히 특색이 있지 않아 보였는데 그래도 들어가보길 잘했다 생각했다. 주인장이 선택한 음악이 내 귓가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끈적한 재즈 음악은 안 좋아하는데 아주 살랑한 보사노바 스타일이어서 느끼하게 안 들린다고 해야 할까. 




어디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런 곳에서 책으로 만날 줄이야. 신기했다. 



이번 여행 언어 때문에 걱정이 많았으나 파파고를 몇 번 의지한 것을 제외하곤(하필 찾아간 음식점이 인테리어 내부 공사로 영업이 중단되었다고 말해주었는데 그 말을 나는 못 알아들었고 번역기 돌려 한 나의 중국어를 상대도 못 알아들었다-_-;) 대체로 짧지만 중국어로 그럭저럭 소통하고 왔다.


밥도 잘 먹고 다녔다. 제일 맛나게 먹었던 것은 항저우에서 먹은 2인 메뉴 카오위다. 2인 메뉴지만 1인이 시켜서 배터지게 먹었다^^

생선인데 하나도 안 비리고 매콤해서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내가 원하는 것들로만 꽉 채워진 일정을 보냈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서점이나 밥집, 카페에서 쉬고 멍 때리는 시간들로 말이다. 정말이지 행복한 시간이었다.




덧) 책을 샀다. 두 권은 함께 읽는 책, 나머지 한 권은 찜해둔 책이다. 며칠 동안 책을 한 번도 안 들여다봤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없다. 

그래도 그제 한국에 돌아와 김초엽 소설을 마저 다 읽기는 했다. 
















그나저나 파시즘은 모임 하기 전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파시즘에 대한 고전이 될 만한 책이라니 도전해봐야겠다. 잭 리처 책은 많이 어려운지... 함께 읽는 이웃들이 있으니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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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0-2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야경이 정말 멋지군요. 색계 건물도 그렇고요! 중국 영화를 그냥 보러 들어가셨다니 대단하세요. (나중에 색계도 한번 보세요!)

혼자만의 멋진 시건 보내고 오셨네요!

거리의화가 2025-10-31 07:46   좋아요 0 | URL
상하이 야경은 세계에서도 손꼽죠. 색계 건물은 리스트에 있긴 했는데 주말 아침 딱히 백화점 같은 데 가서 쇼핑하긴 싫고 그렇다고 멀리까지 가서 시간을 소비하긴 싫어서 선택했어요. 명소답게 외국인도 그렇고 한국인들도 정말 많았답니다^^ 거기 가니 건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돌아다니면서 홍보하던데(물론 이건 와이탄 야경 보러갔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ㅋㅋ) 약간 솔깃했지만 건너뛰었네요!ㅎㅎ
색계를 본다면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5-10-30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리의 화가님께서 계속해서 중국어 공부에다 역사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셔서 혼자 너끈히 중국 여행 가능했을거예요.
멋짐 폭발입니다^^

거리의화가 2025-10-31 09:02   좋아요 1 | URL
중국어 공부라고까지 하기에는 너무 나이롱인 것 같아요ㅎㅎ 오며가며 오디오북을 강제로 틀어놓는 정도? 근데 그것도 집중해서 듣는게 아니라 흘려듣기고...(최대한 중국어 발음에 많이 노출되자라는 취지?) 그리도 매주 EBS 중급 중국어 강의를 듣는다 정도에요. 원서도 매일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짬이 날 때 몇 쪽 정도 읽네요.
그래도 중국사와 고전 등을 읽어둔 것이 도움이 된 것 같기는 해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5-10-30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해도 잘 지내고 오셨군요 중국어로 어느 정도 말해서 기분 좋았을 듯합니다 영화도 보셨군요 책방에서는 책을 보는 것도 좋았겠고 사고 싶은 책이 많았을 것 같네요 무거워서 많이 못 사셨군요 한강 책도 있다니, 한강 책은 어디에 가든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시월 이틀 남았습니다 거리의화가 님 시월 잘 보내시고 십일월 잘 맞이하세요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10-31 09:04   좋아요 0 | URL
아주 짧은 문장으로 말을 했어요. 말하면서도 이건 말이 안되는 문장이다 생각할 때가 있었는데 또 상대는 어느 정도 알아들어서 다행이었죠. 말하고 나서 뒤돌아서면 ‘아, 이때 이 문장을 했어야 하는데...‘ 할 때가 많긴 했습니다ㅋㅋ
책방을 총 3군데 가게 된 셈인데 각자 다 특색이 있어서 구경하는 데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책덕후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역시 좋더라구요^^
10월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잘 마무리하시고 11월 힘차게 시작하시기를요!

호시우행 2025-10-30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중국은 야경이 볼만 합니다. 그 속은 잘 몰라도.ㅠㅠ

거리의화가 2025-10-31 09:05   좋아요 0 | URL
상하이 야경은 역시!!! 근데 항저우의 서호의 야경도 꽤나 좋았어요^^

yamoo 2025-10-3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최근의 발던된 중국 도시는 한국 대도시를 뛰어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니 현재 중국의 발전상을 더 잘 볼 수 있는 듯합니다.

거리의화가 2025-10-31 09:07   좋아요 0 | URL
상하이도 그렇고 항저우도 대도시에 속해서 정말 크다는 느낌이었어요^^ 관광객도 정말 많구요!ㅎㅎ
예전보다 훨씬 거리도 께끗해지고 정갈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목련 2025-10-3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 님을 위한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색계 촬영장소는 정말 멋지네요.
중국어를 모르는데 서점은 괜히 반갑고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5-10-31 09:10   좋아요 0 | URL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색계 촬영장소 멋지죠? 사람들 눈은 비슷한지 너도 나도 사진을 담겠다며 모여든 모습이었죠. 영화를 보고 갔더라면 더 인상적으로 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도 건물 내부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해요.
ㅋㅋ 서점의 책들 중 저도 아는 한자로 적힌 단어들만 반갑고 나머지는... 그래도 신화서점에서 본 서체 탁본 책 같은 것은 특별한 경험이더라구요. 그런 책을 파는구나 싶고!ㅎㅎㅎ

얄리얄리 2025-10-3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해와 항저우 다녀오셨군요. 부럽습니다.
지난 번 글에 중국에 가신다고 하셔서...
어쩐지 시안이나 둔황쪽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완전히 잘못된 예상이었네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5-10-31 09:11   좋아요 0 | URL
아직 베이징도 못가봤는걸요^^; 중국 땅덩어리가 너무 넓어서 사실 다 가보려면 꽤나 시간이 소요될 듯 싶습니다. 상해, 항저우는 관광객이 많은지라 여행하기 참 편한 도시였던 것 같아요. 시안, 둔황도 언젠가 꼭 가보고 싶네요.

독서괭 2025-10-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잘 다녀오셨군요!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신 듯 합니다. 호수가 참 멋지네요. 서점도… 한강작가님 책도 ㅎㅎ
마지막 요리 참 맛나 보입니다.. 전 중국 한번도 안 가봤어요! 언젠가 가보고싶네요~

거리의화가 2025-10-31 09:15   좋아요 1 | URL
네. 재밌게 잘 보내고 왔어요. 서호 참 멋지죠? 사진이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풍경이었어요. 그걸 생눈으로 보고 오길 참 잘했다 싶었구요. 나중에 상해나 항저우 가시면 꼭 카오위 맛보세요. 진짜 너무 맛있었네요ㅎㅎ
중국이 여행 준비할 때 진입 장벽이 좀 있지만 준비만 어느 정도 하면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더라구요. 언제 한번 가서 경험해보시면 좋겠네요^^

단발머리 2025-10-3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정말 멋진 여행이에요. 제 친구가 전공이 그 쪽이고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어서 제게 중국은 친구의 나라, 가까운 나라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가 본 적은 없거든요. 거리의화가님 덕분에 좋은 구경 했습니다. 야경이 근사하네요~~

거리의화가 2025-10-31 09:17   좋아요 0 | URL
와~ 친구 분께서 중국에서 일을 하시는군요. 언제 한번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떠나셔야겠어요!ㅎㅎ
상해는 여행하기 정말 편한 나라에요. 야경도 멋지구요^^ 한국인들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곳곳에 한국어가 들려요!ㅋㅋ).

책읽는나무 2025-10-3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로여행 무사히 잘 다녀오신 걸 축하드립니다.^^
색계 영화를 봐서인지 촬영 장소가 눈에 띄네요. 탕웨이 배우 색계에서 보고 연기 잘하는 배우였구나. 깨닫고 덕질 조금 했더랬죠.ㅋㅋ
그래도 헤결의 탕웨이가 가장 이쁜…
중국 서점들도 근사하군요. 중국어나 한자에 미약하여 책 제목을 읽기는 힘들어도 책은 반갑습니다.
‘시’라는 영화는 보진 못했지만 윤정희 배우님의 얼굴만 기억하고 있거든요. 중국 서점에서 표지를 보니 배우님 아주 멋있어 보이네요.
암튼 화가 님 덕분에 중국 구경을 덤으로 했네요.^^

거리의화가 2025-10-31 09:22   좋아요 1 | URL
와~ 역시 색계를 보셔서 한 눈에 알아보시는군요. 저도 갈 거였으면 진작 영화를 보고 갔다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을텐데 좀 아쉽더라구요. 탕웨이 배우는 고혹적이라는 말이 딱이에요. 연기도 잘하지만^^
저도 한자를 많이 알지는 못해서 아는 한자만 쓱 보고 그랬죠. 저 동네는 또 간자체니까요!ㅎㅎ 윤정희 배우님 표지가 박힌 책을 중국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한국에서조차 본 적이 없는데~ 근사하시더군요.
나무 님께 대리만족을 시켜드렸다면 저 또한 만족입니다^^

다락방 2025-10-3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수풍경,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봐도 이렇게 근사한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더 근사할까요. 물은 참 신기해요. 저는 딱히 바다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닌데, 이상하게 바다를 보면, 강이나 호수를 보면 참 좋으니 말입니다.

일전에 <중국을 걷다> 였나, 그 책을 보고 상해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오늘 저녁 먹으면서 김숙이 상해 가서 맛있는거 잔뜩 먹는 영상도 보았는데 , 그 때 잠깐 보여준 상해의 풍경이 정말 근사하더라고요. 저도 기회가 되면 상해를 가보고 싶은데 중국어를 전혀 몰라서 걱정입니다. 보통 다른 나라 갈 때는 그 나라 언어 못한다고 걱정이 되진 않는데, 중국은 청도 한 번 갔다가 영어가 통하질 않아서 정말 크게 애를 먹었었거든요. ㅠㅠ 그래도 상해는 꼭 가보고 싶네요. 좋은 풍경도 보고 원하던 곳도 다녀오셨으니, 그 에너지를 고이 오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5-10-31 09:37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같이 느껴주셔서 저도 좋네요. 저 호수는 사진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풍광이었거든요. 하... 지금도 생각하면 뭉클합니다ㅜㅜ 호수가 너무 넓어서 꼭 바다 같거든요. 저는 바다를 딱히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서호에 구름 사이로 비치던 햇살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상해의 와이탄은 다시 봐도 역시 멋지더라구요. 요즘은 파파고가 잘 되어 있으니 충분히 잘 관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말씀대로 여행에서 받은 좋은 기운으로 일상을 더 즐겁게 살아가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5-10-31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해는 일제치하 때 나의 아버지가 피신해 있었던 곳이라 늘 관심을 갖고 있는 도시지요.

거리의화가 2025-10-31 09:38   좋아요 0 | URL
아,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있으신 곳이어서 특별한 감정이 드실 수 밖에 없겠어요.
 

1.

북플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읽고 있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은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이태준의 중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중단편이라 잠깐 짬이 났을 때 읽기에도 부담이 없어서 읽고 있다. 오랜만에 이태준의 소설을 읽지만 역시 좋은데 그시절 인텔리의 삶이 아니라 소시민들의 일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들이 섬세하고 아름다운데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비애와 슬픔이 어린 아름다움이라 더 값지다. 예를 들어 「그림자」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고요한 달 아래 고요한 밤길이다.

그러나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달밤에 나뭇잎들의 가지에서 흩어지는 슬픔도 있다. 이것을 자지 않고 길 위에서 굴리고 있는 심술궃은 바람도 있다.

어느 날 어느 곳에서 그가 나의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들 내가 무엇으로 그의 걸음을 막을 수 있으랴.

모두가 한낱 그림자로다.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의 인생이 온통 그림자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겠지만(이것은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의 특정 시기를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되어 살아가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을 것 같다.



또 김초엽의 신간 소설을 읽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SF 장르임에도 허상처럼 느껴지지 않고 계급과 환경, 차별 등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금속 피부를 이식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던지 여러 개의 자아를 현실화한 이야기 등등.

인간과 지구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도 돋보인다. 

이제 반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역시 김초엽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그의 이야기는 현실 SF 문학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2.

3개월 반만에 인바디를 측정했다. 보통 6개월 정도 지나서 잰다고 하던데 지금 내가 운동을 잘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져서 재보았다. 근력이 조금은 늘었을 거라고 예측했으나 예상 수치보다 더 많이 나와서 놀랐다. 근력이 연령대 기준 표준 이하 범위였기 때문에 사실 운동하면서 표준 범위에만 들어와도 좋겠다 생각했다. 이번에 근소하기는 하지만 표준 범위에 들어왔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체중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되었었다. 체지방이 살짝 늘기는 했으나 골격근량이 1kg 늘고 기초대사량도 늘었으니 근력 운동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하체 운동을 했다. 마지막에 정리 운동을 하면서 플랭크를 하는데 마지막 세트에서 30초를 못 버틴 것이 아쉬웠다. 마무리로 런닝머신에서 15분을 걷고 나왔는데 살짝 힘들기는 했지만 버틸만했다. 한달 전 하체 운동하고 나서 집에 갈 때 다리가 후들거렸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3.

다음주 여행을 앞두고 있다. 앞선 추석 연휴가 길었지만 그때는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 어딜 가나 인산인해일 것이라 예약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막상 2주도 안 되서 휴가 내고 여행을 가려니 살짝 민망하다. 다행히 큰 일이 없어서 일 때문에 못 가는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휴가 내는게 눈치보여서 그렇지^^; 하지만 연차가 아직 10일 가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 11월에는 옆지기와 함께 갈 여행도 계획되어 있어서 하반기는 여행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이번에 여행을 준비해보니 10년 만에 가는 거라 그런지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무계획으로 가볼까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성격상 불안하여 지난주부터 준비한다고 하는데 뭐가 이리 할 게 많은 것 같은지. 핸드폰 데이터 안 되면 결제조차 막히고 구글 지도도 안 통하는 곳이라 걱정이 크다. 더군다나 혼자 가는 여행으로는 근 13~4년 만이다(정작 옆지기는 별 걱정 안하는 것 같음). 불안해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해보려 노력중이다. 


내내 비만 내리고 우중충했었기에 어제, 그제 반짝 내비치는 해가 참 좋았다. 걷고 운동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 되었는데 볕 쏘이고 일상을 충분히 즐기며 매일을 보내시길 바란다.




++ 추가) 페이퍼 쓰기 전 이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한다는 걸 다른 이야기 때문에 정작 빼먹었다.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반가운 인물의 이야기를 접했다. 어릴 적 한때나마 꾸었던 직업인의 최신 소식이었던 것. 여전히 멋진 삶을 살고 계신 듯하여 참 좋았다(과거 좋아했던 사람이 나중에 보니 망가져있다던지 그러면 솔직히 기분이 좀 그렇지 않나). 

그때는 무슨 자신감으로 그 직업을 꿈꾸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그때는 무얼 모를때니 직업인의 진짜 세계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꿈꾼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도 그분을 좋아해서 직접 쓴 책도 사서 읽어보고 했던 기억이 새록하다.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생각한다.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나이가 들면서 더 느끼게 된다. 부디 오래도록 건강하고 멋진 삶을 살아가시길 소망했다. 물론 나도 그러려고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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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0-1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연차가 10일이나 남았어요! 부러워요. ㅋㅋㅋ 전 이제 딸랑 3일 남았습니다.. -_-
그리고 십몇 년 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도 설렐 거 같아요. 어디로 가시는지는 지켜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5-10-17 11: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10일 딱 하루 모자른 9일 남았더라구요^^ 상반기에 안 쓰고 아껴놓았죠ㅋㅋ
십수년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 설렘 반, 불안 반입니다. 그치만 어떻게든 되겠죠. 가볍게 가고 싶어서 노트북은 안 가져가지 않을까 싶어요. 가져간다고 해도 체력상 매일 글쓸 것 같지도 않아서!ㅎㅎ 후기는 나중에라도 남겨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10-1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력도 늘었고 혼자 여행도 앞두고 계시고…왠지 좋은 일이 많이 생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겁쟁이라 혼자 어행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네요. 그래서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 참 존경스럽고 좀 부럽기도 합니다.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저도 매의 눈으로 잘 지켜보겠습니다.ㅋㅋ

거리의화가 2025-10-17 12:06   좋아요 1 | URL
근력은 정말 살기 위해 키워야했어요. 컴퓨터 앞에서 거북목에 어깨, 허리 다 안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제 슬슬 폐경도 생각해야 하니까 골다공증도 우려되다보니!ㅎㅎ
저도 겁 무척 많습니다(번지점프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일인). 근데 여행에서의 경험은 책에서 받는 경험과 감동과는 다른 직접적인 체험이라 와 닿더라구요. 정말 오래간만에 혼자 가는 거라 많이 긴장됩니다. 그래도 잘 되겠죠뭐ㅎㅎ

페넬로페 2025-10-1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여전히, 꾸준히 열심히 책 읽으시는 모습에 감명받습니다.
혼자서 여행도 가시고.
넘 부러워요.
저는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요.
사랑이 아니라 길 찾기 용도로도
꼭 남편을 대동하거든요.
늘어난 근력과 함께
혼자만의 여행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목적지가 궁금합니다.

거리의화가 2025-10-17 12:11   좋아요 0 | URL
여행도 체력이 될 때 해야하잖아요. 가면 갈수록 체력도 한계가 있다보니 지금 미루면 나중에는 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쫄보라 여행하면서 무서운 적 많은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에게 묻게 되더라구요(길치에 방향치라). 다행히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좋았었어요. 무사히 여행 잘 하고 오겠습니다. 여행지에서, 또는 다녀와서 후기로 인사드릴게요.

다락방 2025-10-1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이 혼자 여행을 가신다면, 그곳은 중국의 어디쯤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근력 늘었으니 충분히 여행도 잘 즐기실 수 있으실것 같네요. 여행 가서도 글 올려주셨으면 좋겠는데, 생각해보니 글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소식 또 전해주세요!

거리의화가 2025-10-17 14:15   좋아요 0 | URL
앗 역시 다락방 님 단 번에 맞추시는!
데이터용 이심을 가져가긴 하는데 이게 제발 문제가 없어야만 하는. 데이터만 문제가 없다면 글은 올릴 수 있으나 그곳은 항시적으로 짐 검사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워서 노트북은 안 가져갈 것 같아요ㅠㅠ 어쨌든 소식 전하겠습니다^^

독서괭 2025-10-18 12:48   좋아요 0 | URL
오오 화가님 그동안 갈고닦은 중국어 실력 발휘하고 오시는 건가요!!

거리의화가 2025-10-19 17:29   좋아요 1 | URL
괭 님 읽는 것은 그래도 좀 시간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하지만 말은 또 별개의 영역이더군요. 가면 긴장되서 쉬운 단어도 생각이 안 날 것 같아요-_-;(작년에 대만 갔을 때를 떠올리면) 그래도 최대한 파파고에 의지하지 않고 여행해보려구요^^;;; 그래도 이번엔 중국 가서 꼭 서점 가서 책은 사올겁니다!ㅎㅎㅎ

단발머리 2025-10-1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가시는 여행이시라니 부럽습니다!! 이번 여행 후에 멋진 사진이랑 후기를 자세히, 길게길게~~ 써주세요!
여행 소식도 부러운데 근력을 위해 체중을 늘려야 했다~~ 이 부분도 부러워요. 이 메카니즘을 잘 모르는 저라서요. 체중을 늘려야 한다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신나는 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5-10-18 13:40   좋아요 1 | URL
혼자 하는 여행이 사진 찍을 때 불편한 거 빼곤 다 좋아요. 누구 기호에 맞출 필요도 없고 내 컨디션에 따라 다닐 수 있으니까요.
15년 넘게 체중 변화가 없는 사람이어서 살 찌우는데 좀 애먹었어요. 원래 밥을 많이 못 먹는데 평소보다 더 양을 늘리고 주식 중간에 단백질 관련 음식을 계속 먹어줬네요. 체중이 늘지 않으면 원래 있는 체중에서 근력량을 늘리기가 거의 힘들다고 해요. 그래서 체중을 늘리는거라고!ㅎㅎ

희선 2025-10-18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한 효과가 나타났군요 처음보다 많이 좋아져서 기분 좋으실 듯합니다 앞으로도 근력을 키워가시기 바랍니다 운동을 하면 버릇이 들어서 안 하면 뭔가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겠네요

혼자 어딘가에 가시는군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오시면 좋겠네요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기를 바랍니다 아직이지만, 그때가 다가오면...

거리의화가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5-10-18 13:42   좋아요 1 | URL
네. 3개월여만에 1킬로그램 찌는 게 쉽지 않다고 하는데 어쨌든 운동효과가 있어서 참 다행이죠. 점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라는 생각을 몸이 체득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여행 다니는 중이나 다녀와서 찾아뵐게요.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오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시길^^

독서괭 2025-10-1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꾸준히 운동하신 보람이 있겠어요! 저도 요즘 운동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인바디 궁금하네요. 좀 좋아졌으려나.
혼자만의 여행 부럽습니다! 충분히 즐기고 오시면 좋겠어요^^

거리의화가 2025-10-18 13:45   좋아요 1 | URL
괭 님도 열운동 중이시군요^^ 운동을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도움이 되어서 독서할 때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셨으니 인바디 좋아지셨을겁니다.
즐겁게 여행하고 돌아올게요^^*
 

금요일에도 회사 전체적으로 쉬는 바람에 어쩌다 10일 연휴를 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피곤함은 가시지 않은 거지?^^; 


제목처럼 연휴 동안 맑은 휴일 찾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흐리고 비오고 맑은 하늘을 찾기가 이리 어렵다니... 기상청 예보 믿고 나갔다가 비가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아무튼 수요일인가 맑은 하늘을 딱 한 번 내보인 적이 있었는데 볕이 뜨겁기는 했지만 그것이 참으로 반갑게 느껴졌다. 





그 이튿날은 또 흐려서 비가 올락말락이었는데 더 있으면 또 비가 올 것 같아 모처럼 옆지기를 끌어냈다. 

산책을 하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막걸리를 먹자고 했는데 막상 보이는 것은 맥주 호프집 아니면 고깃집 밖에 없었다(고기는 그날 따라 안 끌려서). 

결국 선택한 집은 맥주 호프집. 안주는 국물 있는 돈까스 김치 나베로 시켜주고...(왠지 모자를 것 같아 소세지 튀김류도)



한동안 외식을 안하다가 함께 했는데 그 시간이 꽤나 즐거웠다. 맥주 위에 올려진 것은 샤베트인데 역시 딱히 내 기호는 아니었지만...

안주들도 괜찮았고 나누는 대화도 즐거웠다. 집에 있으면 서로 핸드폰 보거나 각자 할 일 하기 바쁘니 점점 대화를 하는 시간이 주니 말이다.


연휴 동안은 3권의 책을 읽었다. 대서양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남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그리고 18세기의 인도에 대한 이야기까지. 대부분 굵직한 책들이어서 연휴가 아니면 사실 읽는데 꽤나 오래 걸릴 책들이었다. 

남은 10월은 여행 계획도 있고 아무래도 읽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필라테스 운동은 다행히 계속 진행중이다. 선생님이 칭찬에 후하셔서 매번 나의 의지를 북돋운다. "예전에 안 되던 자세였는데 이젠 너무 자연스럽게 되네요." "잘하고 있어요." 등등... 선생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칭찬에 사람은 약할 수밖에 없다. 질책하는 것보다는 칭찬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나저나 내일이 출근이라니...!!! 긴 연휴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일에 집중해야 또 여행을 무사히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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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10-1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에 묵직한 책 잔 읽으셨네요.
긴 연휴가 끝나서 많이 아쉬우시겠어요.
내일 출근 잘하시구요.
또 며칠 있음 주말이 다가옵니다.ㅋㅋ
근데 맥주 위에도 샤베트가!!😀

거리의화가 2025-10-13 07:56   좋아요 1 | URL
긴 연휴가 끝나서 아깝기는 한데 주말도 있고, 곧 여행 때문에 또 며칠 간의 연휴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맥주 위에 샤베트 신기하죠?ㅋㅋ 딱히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뭘 섞거나 소스 얹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그래도 보는 맛이 있었어요. 출근은 했는데 하품만 나오고 있습니다!ㅋㅋㅋ 한주 활기차게 시작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