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열심히 무언가를 읽으면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읽기의 진도가 더디다.

작년 한 해를 생각해도 몇권의 책을 읽긴 했는데 갈무리 해놓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수치를 모르겠다.

하긴 책을 얼마나 많은 양을 읽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탓이겠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3권의 책이 기억에 남는다.

<7년의 밤>은 너무 좋아 여러 사람에게 권한 책이었고, 읽은 사람들도 모두 한결같이, 최고라고 했던 소설이다. 흡입력이 대단하고, 작가의 상상력, 소설 속 인물, 플룻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다만 남편은 이 책을 읽다가 중도에 그만두었는데, 그게 인생의 어느 한 부분 이런 사람들이 정말 있다면 너무 끔찍할 것 같다며 중도에 책을 내려 놓았다. 비록 현재 힘들지라도 앞으로는 더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기에, 많이 불편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심윤경의 소설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답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도 여러 사람에게 권했고, 다들 정말 좋았다고, 세상에 정말 '동구'같은 아이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특히 동생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그런 아이라면 정말 잘 자랐을 것 같다. 희망이 없어 사는 게 재미없는 할머니를 위해 노루너미로 내려가 살자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할머니와의 관계가 틀어진 엄마를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동구의 속깊음에 많이 울었다. 동구 부모의 모습을 통해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부모의 기대치로 아이를 판단하는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말아야지하고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구구절절 좋은 글귀들이 많아 여기저기 메모를 하며 읽었던 책이다. 내 안의 상처난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며 치유했다고 할까. 관계에 관한 것, 인생에 관한 것,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치유를 받았던 책이다. "산은 타는 척할 수 없고 삶은 사는 척할 수 없다" 힘겹게 산에 오르 듯, 삶이 힘들어도 피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 또 아이와의 관계에서 나의 권위로 아이를 압박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다. 

 

2013년 1월에는

 

 

 

 

 

 

 

 

 

 

 

 

 

4권의 책을 읽었는데 3권이 아이들 책이다. <엄마사용법>과 <캡슐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은 현준이와 함께 읽은 책인데, 두 권 모두 재밌게 읽었다. 엄마로봇을 사서 조립하면 실제 엄마처럼 만들어진다. 실제 엄마처럼 잔소리는 하지 않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데,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밥, 청소, 빨래 등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원하는 엄마는 자신을 포근하게 안아주고, 아껴주는 그런 엄마를 원했고, 실수로 로봇에 흘린 피한방울로 감정이 생긴 엄마로봇은 아이와 다정하게 보낸다. 심지어 아이가 웃으면 엄마도 웃고, 아이가 울면 엄마도 웃는 그런 로봇이 되고, 그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수거 대상이 되지만 아빠의 활약으로 정말 엄마가 되어서 아이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오롯이 알아주는 그런 엄마, 밥해주고 빨래해주는 그건 것만이 엄마의 역할이 아니라는, 엄마라면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살피고, 아이를 향해 웃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아이보단 엄마들이 읽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은 캡슐 하나로 다른 사람과 영혼이 바뀔 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인데, 결국 아이는 아빠와 영혼이 바뀌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나서야 영혼이 다시 바뀌고, 우여곡절 끝에 재혼하고, 아이는 새엄마와 영혼이 바뀌게 된다. 뒷 이야기는 없지만, 아이는 새엄마의 어떤 마음을 이해하게 될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은 뒤론 캡슐 모양의 것들은 모두 영혼이 바뀌는 약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아들때문에 많이 웃었다.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에 관한 고민은 예전부터 해오던 것이지만, 현준이가 2학년이 된다고 생각하니 어느새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글쓰기의 기본은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난 글이어야하겠다. 헛된 꾸밈, 상상의 글쓰기는 아이들의 글쓰기가 아니라는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정성이 우러난 글을 쓰는 것은 어릴때부터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들의 일기는 온통 신나고, 재미나는 일들만 쓰여져 있다. 하루 중에 힘들었던 것, 엄마에게 혼이나거나 동생과 싸웠던 것들도 일기로 쓸 수 있게 유도하지만 아이는 그런 건 쓰고 싶지가 않단다. 사실 난 그런 것들을 일기에 쓰고, 스스로 자기 생각을 키우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지만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따라와주질 않는다. 그래도 기다리면 깨우칠 날이 오겠지하는 희망은 물론 있다. 좀 더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강도 가족>을 읽는데 무려 5일이 걸렸다. 아이들 책이기때문에 단숨에 읽으면 몇시간만에 읽었을텐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기발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책을 읽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의 두통과 통증때문에 눈을 감고 명상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여름에는 낮의 길이가 길단다. 저녁에도 환해서 여름엔 캠핑을 즐기기에 딱 좋은 그런 곳인 것 같다. 강도 가족이 여름이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한때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하고 가정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을 그 가족이 집을 뒤로하고 떠돌게 된데에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무력한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던 아빠, 평생 자동차를 만들거야하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공장이 싼 임금의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실직하게 된다. 자동차를 만들던 아빠는 다른 공장에서 다른 것을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강도 행각을 벌이게 된다. 어느 날, 빌야라는 아이를 자신의 아이들의 친구로 훔치고, 그 아이는 처음엔 적응하지 못하지만 지내다보니 강도가족의 한 일원이 된다. 여름 방학 내내 바쁜 아빠의 스케줄로 제대로 된 방학을 보내지 못할 뻔한 아이에게 강도가족과 보내는 여름은 신나는 모험과도 같은 일이 되어 버린다. 또 강도 가족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데 한몫하게 된다.

 요새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아이들은 더 이상 어른들의 생각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위로, 강압적으로 아이를 다루는 일은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것에 동조하고 아이를 그렇게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가끔 어리석은 마음이 스멀거리는 건 그래도 아이는 아이가 아닐까? 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 또한 아이를 버겁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적당한 선에서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주체성을 인정하면 좋겠는데 그 경계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부모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정한 기준에 맞춰 생각하다보니 여전히 아이는 어리고, 부족하고, 그러니 부모의 도움이 아직 많이 필요해.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어.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좀 더 아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더 많이 살펴봐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생각하고, 노력하고 그래야겠다.

오늘부터 이 책을 읽고 있다.

이순원<아들과 함께 걷는 길>,

대관령에서부터 강릉까지 아들과 걸어서 내려가며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숨에 휘리릭, 읽는 일이 요새는 부쩍 어렵다. 이게 스마트폰 때문일까? 조금 걱정이다.

한 굽이, 한 굽이, 아이와 함께 걷는 그 길은 어떤 느낌일까?

나도 우리 아이들 크면 함께 걸으며 이야기할 시간들이 과연 있을까?

남편에게 이 책을 읽히고 현준이가 고학년되면 한번 시도해보라고 권해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책이다.

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가족의 역사를 길의 역사를 이야기 나누는 아버지, 정말 멋지다.

다음 굽이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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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3-01-3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7년의 밤> 읽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작가의 이런 책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도 그랬고요.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저도 휘리릭 읽히지 않더라고요. 이게 가장 좋은 시기가 아마 남자애들 4학년 이상이 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읽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요새 자꾸 이 책 집어들었다 저 책 집어들었다 핸드폰 보다 주의가 산만하답니다. 아이들은 오죽하겠냐는 생각에 걱정이 됩니다. 핸드폰, 인터넷을 먼저 알기 시작하면 독서는 강 건너 가는 것 같아요. 현준이는 꾸준히 독서를 잘 하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꿈꾸는섬 2013-01-31 22:00   좋아요 0 | URL
<7년의 밤>은 정말 놀라운 소설이었어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도 그랬구요.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정말 좋더라구요.^^
현준이 3학년쯤 되면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좀 어려서 읽긴해도 이해는 다 못 할 것 같네요. 남편에게도 권하고, 몇년후 아이들과 함께 걸을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요새 우리 아이들도 핸드폰, 인터넷 너무 좋아해요.ㅜㅜ 그래서 책 먼저 읽기를 권하는데 쉽진 않네요. 꾸준한 독서는 현준이가 나이들어서도 계속 이어가야할텐데 걱정이에요.^^

icaru 2013-01-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선에서 아이를 존중하고 이끈다는 것에 대해서 항상 생각해요~ 항상 생각한다는 것과 실제 아이를 사려 깊게 잘 이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 것 같긴 하지만요 ^^ 제 경우에 ㅠㅠ)
이 페이퍼 보면서 저 또한 더 유연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꿈꾸는섬 2013-01-31 22:01   좋아요 0 | URL
적당한 선이라는 게 늘 애매하죠.ㅎㅎ
그래도 아이들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고,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같이 노력해봐요. 유연한 어른이 되도록요.^^

다크아이즈 2013-01-3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의 밤 꼭 읽어야겠어요. 미루기만 했는데 이참에 꿈꾸는섬님이 권하시니 꼭 읽어야겠다는...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시간도 많은데, 시간이 기다려주지를 않는다는...

꿈꾸는섬 2013-01-31 22:04   좋아요 0 | URL
7년의 밤은 최고였던 것 같아요.
읽어야할 책,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 모두 너무 많아요.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왁 와닿네요. 시간을 아껴야겠어요.^^

아영엄마 2013-01-3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을 읽어도 감상 흔적(리뷰는 손 뗀지 오래고)조차 안 남기다 보니 뭘 읽었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금방 잊어버리게 되네요. 저도 <7년의 밤>을 읽고 작가에게 반했더랬습니다. 심윤경씨 작품도 좋지요. 근래에는 추리소설만 읽고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거의 안 보고 사는데 (막내가 책을 안 좋아한다는 핑계로.. ^^;) 올해에는 심기일전하여 다방면의 책을 접하도록 노력해야 할까 봐요.

꿈꾸는섬 2013-01-31 22:05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정말 오랜만요. 잘 지내고 계시죠? 건강하시구요?
저도 리뷰, 페이퍼 제대로 갈무리 안해서 ㅎㅎ 기억나는 게 별로 없네요.
<7년의 밤>은 정말 최고였죠.^^
막내는 정말 많이 컸겠네요. 다음에 서재에 놀러갈게요.^^

같은하늘 2013-01-31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7년의 밤> 읽을때 잠을 반납하고 읽었던 기억이... 다음이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접을 수 없더라구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지금 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읽어야할 책인거 같구요. ㅜㅜ 아이들책 정말 재미나지요? 저도 저거 다 봤어요.ㅎㅎ 그리고 마지막 등장하는 <아들과 함께 걷는 길>도 아들만 둘인 제 눈에 확 들어오네요. ^^ 세상에 읽은 책은 많기도한데, 그 밖에 재미난 것(?)도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ㅋㅋ

꿈꾸는섬 2013-01-31 22:08   좋아요 0 | URL
ㅎㅎ<7년의 밤>의 매력에 빠져 저도 밤새 읽었던 기억나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도 잔잔하니 좋아요.^^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아들이 둘인 같은하늘님께도 좋은 책이 될 거에요.^^
다시 책의 재미에 빠져드니 좋네요.^^ 서재 활동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도 하구요.^^

북극곰 2013-02-0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주말엔 '7년의 밤' 읽어야겠어요. :)

꿈꾸는섬 2013-02-03 22:33   좋아요 0 | URL
7년의 밤은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덥다" 소리가 나온다.

방학이라 하루 종일 분주하다. 아이들 세 끼 밥 챙겨주는 일로 분주하다고 말하다니 엄살이 좀 심하긴 하다.

날이 더우니 엄살은 더 늘어간다. 어떻게하면 좀 더 편하게 하루를 보낼까 궁리하느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 같다.

이런 무더위 속에,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가와바다 야스나리, 노벨문학상 수상,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이런 이유와는 상관없이 친구와 한참 수다 떠는 중이었다. <폭풍의 언덕> 영화 개봉에, 보고 싶다, 하지만 볼 수 없다, 언젠가 밤새워 읽었던 그 시절을 생각한다, 다시 읽어야겠다, 친구에게 있어서 <폭풍의 언덕>은 인생을 관통하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그래서 여러번 읽었다고, 그러면서 덧붙이길 김연수 작가는 <설국>을 네 번 읽었단다. 인생을 관통하는 그런 소설이라고, 그래? 난 아직 한번도 읽지 않았는데, 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하고 호기심이 생겼던 게 그 이유다.

그래서 이 더위에 눈의 나라를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p.7)

 

첫 문장을 읽었다. 내 머릿 속은 곧장 하얀 눈밭이 떠올랐다. 이 더위에 눈의 고장으로 간 것이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내다보면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을 것만 같고, 이 더위는 오히려 바깥의 추위를 녹이는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기차를 타고 눈이 내리는 철길 위를 달린다. 시마무라이든 요코이든, 아니면 니가타의 고마코이든.

 

  "감상을 써두는 거겠지?"

  "감상 따윈 쓰지 않아요. 제목과 지은이, 그리고 등장인물들 이름과 그들의 관계 정도예요"

  "그런 걸 기록해 놓은들 무슨 소용 있나?"

  "소용없죠"

  "헛수고야"

  "그래요" 하고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게 대답했으나 물끄러미 시마무라를 응시했다.

  전혀 헛수고라고 시마무라가 왠지 한번 더 목소리에 힘을 주려는 순간, 눈雪이 울릴 듯한 고요가 몸에 스며들어 그만 여자에게 매혹당하고 말았다. 그녀에겐 결코 헛수고일 리가 없다는 것을 그가 알면서도 아예 헛수고라고 못박아 버리자, 뭔가 그녀의 존재가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졌다.(38~39)

 

모든 게 헛수고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때, 내가 지금 무얼 했단 말인가하고 망연자실해했던 적도 여러번이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니었던가 하고 생각한다. 세상에 수고롭지 않은 일은 없다고 생각이 바뀐 건 아마도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어제는 술에 취해 들어 온 남편이 냉동실에서 쭈쭈바를 꺼내 먹었던 듯, 아침에 일어나보니 거실 바닥에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다. 그걸 일찍 일어난 아들이 먼저 발견하고 닦았고, 쭈쭈바를 들고 무얼 했길래 구석 구석 어딘가에서 계속 떨어진 흔적들 때문에 끈적거렸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데 남편은 쭈쭈바 국물을 줄줄 흘려 놓았고, 나는 그걸 찾아 열심히 닦아내는데 참 기묘한 게 어떻게 이곳에도 흘렸을까 싶은 곳까지 쭈쭈바 자국이 남아 있었다. 대체 남편은 쭈쭈바를 먹으며 무얼 했던 것일까? 아이들 책에 까지 흘려 놓은 건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가끔 이런 남편의 행동은 낯설다. 가스레인지 위에 잔뜩 흘려 놓은 라면 국물과 건더기들, 싱크대에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라면 건더기들......평소에 싱크대에 아무렇지 않게 음식물 버리는 걸 싫어하는 나는 한밤중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기겁할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벌써 1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사람인데도 그의 내면을 온전히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시마무라에겐 덧없는 헛수고로 여겨지고 먼 동경이라고 애처로워도 지는 고마코의 삶의 자세가 그녀 자신에게는 가치로서 꿋꿋하게 발목 소리에 넘쳐나는 것이리라.(p.64)

 

  "왜 그래?"

  "갈래요"

  "바보 같은 소리"

  "상관 말고 당신은 쉬세요. 전 이렇게 있고 싶어요"

  "왜 가려는 거야?"

  "가지 않아요. 날이 밝을 때까지 여기 있겠어요"

  "공연히 심술 부리지 말아"

  "심술 부리는 거 아녜요. 심술 같은 거 안 부려요"

  "그럼?"

  "그냥, 몸이 좀......"

  "괜찮아, 그런 것쯤. 전혀 상관없어" 하고 시마무라는 웃으며,

  "얌전히 있을게"

  "싫어요"

  "그러게 바보같이 왜 그리 성나서 걷느냐고"

  "갈래요"

  "갈 필요 없어"

  "힘들어요. 당신은 이제 도쿄로 돌아가세요. 힘들어요"(p.69~70)

 

 시마무라와 고마코의 대화, 이 둘의 대화는 내내 겉돈다. 서로의 마음이 들키는 것이 두려운 것이겠지하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언젠가 돌아가야하는 여행자,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그 사람을 향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붙잡을 수도 없으니, 그녀의 말은 겉돌 수밖에 없었겠다.

 

날은 계속 덥고, 마음만이라도 추운 눈의 고장을 생각하는데, 소설은 소설대로 아름답지만 슬프게 끝이나고, 마음과 달리 이 새벽에 배는 고프고, 감상자로서의 자세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결국 소설은 읽었고, 결국엔 다시 또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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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08-0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꿈섬님처럼 <설국> 읽고 싶어요. 예전에 읽은 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그 시리고 무언가 아련한 느낌만 남아 있어요. 쭈쭈바 국물은 저의 옆지기와도 흡사한 행동입니다.^^;;

꿈꾸는섬 2012-08-06 14:52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이라면 <설국>에 대한 멋진 감상을 써주실 것 같아요.^^
쭈쭈바 국물~~정말 황당 그 자체에요.ㅜㅜ

순오기 2012-08-05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여름에 읽는 설국이라~~~~~ 좀 시원해졌나요?^^
노벨상 수상작이라 봤는데, 큰 감동과 매력은 못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꿈꾸는섬 2012-08-06 14:53   좋아요 0 | URL
읽는동안은 눈의 고장에 다녀왔다 생각하며 읽었어요.ㅎㅎ
큰 감동보다는 잔잔하고 아련한 슬픔이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여행자와 게이샤 사이의 복잡 미묘한 심리가 재밌더라구요.

아이리시스 2012-08-0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브레터>나 봐야겠어요, 저는. <설국>은 어쩐지 다시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아요. 너무 시리고 아름답고 또.. 여행가고 싶어져요. 겨울을 기다리면 금방 오지 않을테니 힘들 거예요. 그래도 페이퍼는 설레며 읽었어요^^

꿈꾸는섬 2012-08-06 14:54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잘 지내셨죠?
시리고 아름다운 건 <러브레터>도 비슷할 것 같은데......
얼른 이 더위를 피하고 싶어요. 너무 더워요.ㅜㅜ
 

현준이네 초등학교에서 가족독서골든벨 대회를 한단다.

작년에 1등한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7월에 예정되어 있고, 미리 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대상은 본교 재학중인 학생 누구나 엄마, 아빠와 함께 참여 가능하다.

지정 도서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

 

 

 

엄마수업, 법륜

 

 

떴다! 지식탐험대

(20 소원을 들어줘, 마법의 문화재 카드!)

(13 사치 여왕, 부자 되는 비법을 찾아라!)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대요(속담), 우리누리, 길벗스쿨

 

 

 

 

상품은 해외문화체험상품권 및 부상이란다.

 

현준이는 아빠도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아빠는 도저히 책 읽을 자신이 없다고 미리부터 포기하고 현준이와 엄마만 둘이 참여하기로 했다. 1등은 아니어도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독서골든벨까지 위의 책을 열독해야할 것 같다.

 

요즘 읽은 책은

하성란, 식사의 즐거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재밌다. 나도 어릴적 만날 어디 다리에서 주워왔단 소리를 하도 들어서 내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생각에 우울해했던 적이 있다. 심지어 정말 엄마, 아빠가 아니냐는 편지까지 썼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얼마나 많이 슬퍼했는지 모른다.

한살때의 기억을 갖고 집을 찾아 나선 그, 산부인과 간호사의 실수로 잠깐 찾아갔던 그 집이 자신의 진짜 집이었을 거라고 믿는 이 남자의 집, 밥상을 걷어차는 아버지, 키친드렁크인 어머니......그야말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 같다. 나 어릴 적에 함께 살던 삼촌은 막돼먹어서 걸핏하면 밥상을 뒤집어 엎은 적이 있다. 어찌나 고약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자기 자식에게 절절 매며 사는 아버지가 되었는데 요새는 치기어린 젊은 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많이 부끄러워하신다. 그나마 가족이니 그러려니 지금은 모두 덮고 살긴 하는데 가족 중 누군가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역시 내게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가끔 욱하는 성질이 모두 그때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여하튼 <식사의 즐거움>은 토큰을 내고 버스를 타던 시절의 이야기라 그런가 정겹게 읽었다.

 

황석영, 강남몽 

이 모든게 한낮 꿈에 불과하다는 작가의 말이 좋았다.

강남 개발을 둘러싼 인물들의 삶은 내 삶과는 전혀 다른 동떨어진 사람들의 삶이라 공감보다는 경악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그 시절, 여전히 세상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다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의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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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2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건가요? 와 도전에 응원을 보냅니다

프레이야 2012-04-21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품이 대단한걸요.ㅎㅎ
꿈섬님 도전!! 꼭 성공하시기 바래요~~~

순오기 2012-06-2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여행은 학교에서 보내준 게 아니고, 자기네 경비로 다녀왔을 텐데~~ 소문이 그렇게 났겠지요.
학교에서 해외여행 보내주는 독서골든벨을 어떻께 운영하겠어요?
빵빵한 곳에서 후원이라도 하면 모를까....
아이와 함께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만 해도 해외여행에 준하는 기쁨이 되지 않을런지~ ^^
7월이면 이젠 가까워졌네요~~~~ 소식이 뜸해서 궁금함에 들렀어요.
휴대폰 번호도 바뀌어서 문자보내도 전달이 안 되던데~~ 잘 지내시죠?
 

사람들과의 관계때문에 피곤하다고 느껴질때 꺼내 읽는다.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일이 가장 필요하기때문이다.

 

  용서만큼 인생에서 어려운 일은 없다.

  우리들 '보통 사람'에게 용서를 가능케 하는 것은 세월뿐이다.

  시간이란 이 얼마나 위대한가.(p.173)

 

가끔,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고, 그때의 나와는 또 다르게 성장해가고 있다.

성장의 눈금이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릴 때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라고 있다.

 

  인간의 심리에는 누구나 배타적 요소가 있다.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호감을 사고, 누군가에게는 미움을 산다. 그것에 일일이 구애 받을 필요는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의 마음을 그다지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으므로 슬며시 멀리하며,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교제한다. 이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미워하는 상대에게 좋아해달라고 강요하는 게 나는 비참하고 치사해서 참 싫다.(p.119)

'누군가에게는 호감을 사고, 누군가에게는 미움을 산다.'는 이 구절이 너무 좋았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 모두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누구에게나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말을 자꾸만 확인한다.

어제 남편 친구가 술자리에서 남편의 휴대전화로 내게 전화를 걸었다. 술이 약간 취했고, 한동안 내가 너무 불편했었다는 얘기를 한다. 그가 나를 불편해할 수밖에 없었다. 술 취하면 돌변하는 그의 거친 성격과 자식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거슬렸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에대해 미움의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남편의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한참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간동안 그도 조금씩 변했고, 나도 조금은 변했으니 말이다. 그와 나 사이에 불편했던 사건들이 어느새 세월 속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호감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술에 취해 친구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별별말을 쏟아내는 그 사람이 나는 여전히 불편하다.

 

정말로 피하고 싶은 상대가 있을 때

 

  서로 용서하는 자가 되라는 말을 들어도, 우리들은 아무에게나 그렇게 마음을 탁 터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단지 거기에 절충안은 있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런 적당한 방법을 좋아하실지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다.) 만약 정말로 피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그 사람을 욕하지 말고,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슬며시 멀리하며,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준다. 그리고 이 다음에 언제든 그 사람에게 정말로 어려운 시련이 닥치면 도와주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p.105)

정말로 피하고 싶은 상대를 슬며시 멀리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다음 언제든 그 사람의 시련에 조력자가 될 자신은 없다. 정말로 피하고 싶은 상대는 언제든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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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06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도 프레이야님 소개로 구입했는데, 간간이 마음을 다스려야 할 때 보면 좋더군요.^^
마지막 구절에 공감되는 나도 아직 더 자라야 할....^^

꿈꾸는섬 2012-01-08 17:46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 프레이야님 글 보고 구입했었어요. 마음 어지러울때 너무 좋아요.^^
마침표를 찍을때까지 우린 매일 자라고 있다고 생각해요.^^

세실 2012-01-0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안녕하세요^*^
참 미운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내가 그 사람을 왜그리 미워했나 싶기도 하지요.
그냥 장점만 바라봐주면 어떨까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30프로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나를 향한 나쁜 기운은 별로인듯 해요.

새해엔 좀 더 편안해지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꾸는섬 2012-01-08 17:47   좋아요 0 | URL
세실님, 너무 오랜만이죠.
어느새 보림양도 고등학생이 되었다죠. 예쁘게 잘 자라고 있어 우리 아이들도 그리 자라주길 바라고 있어요.

세실님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군요.ㅎㅎ

세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osa 2012-01-0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새해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모쪼록 행복한 일 많이 만드시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셔야 해요!^^

꿈꾸는섬 2012-01-08 17:48   좋아요 0 | URL
rosa님도 잘 지내고 계시죠?
행복한 일 많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1-0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내려 놓게 되요.
스스로 내실을 가꾸고 정직하고 깨끗하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면
외부의 시선이나 반응에 신경쓰지 않아도 저절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게 되네요. 그런 면에선 나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ㅎㅎ

꿈꾸는섬 2012-01-08 17:49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말, 공감해요. 매일 새롭게 또 배우며 살잖아요.^^
현맘님 올 해도 우리 친하게 지내요.^^

프레이야 2012-01-06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가끔 들춰봐요.
꿈섬님, 마지막 두 줄, 전 이런 고집스런 꿈섬님이 대단해보여요.(그리고 귀여워서 살짝 웃었어요.^^)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쉬운가요, 우리 같은 범인이요.
그래도 시간이 가면 좀 나아지지는 않을까 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꿈섬님.

꿈꾸는섬 2012-01-08 17:5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잘 지내셨죠?
덕분에 좋은 책을 만났어요.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셨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좀 어리광이 있어요.ㅎㅎ 귀엽게 봐주시니 좋아요.^^

비로그인 2012-01-0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역시나 그래도,, 밝고 희망찬 꿈섬님스러운 페이퍼여서 다행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이번 한 주에도 더 좋은 생각, 좋은 일 만드셨음 합니다 !!

꿈꾸는섬 2012-01-10 03:4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
너무 늦은 답글이에요.
아이들 유치원 보내놓으니 점점 더 추워진다네요.ㅜㅜ
그래도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활동하는게 좋은가봐요. 저도 그렇구요.ㅎㅎ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시길......

마녀고양이 2012-01-10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은 그저 무관심으로 내 마음 밖으로 내밀어 놓기, 저두 그게 좋다고 봐요.
사실 두고두고 원망하게 되는 사람은, 호감가지 않는 행동 외에 무엇인가 더 있을 경우인거구요.

그런데,
힘들 때는 도와주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 인간이 아닌게죠. 안 그래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요, 정신 건강에 해로와요.)

꿈꾸는섬 2012-01-11 11: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언니랑 저는 천상 평범한 사람이에요.ㅎㅎㅎㅎ
얼마나 다행인가 몰라요.
 

 

<황소의 혼을 사로잡은 이중섭> 책을 읽었다. 이중섭의 소 그림이나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그림이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는 그림에 사로잡혔다.  

 

  

  <돌아오지 않는 강>, 1954년 당시 인기를 끈 영화에서 그림들의 제목을 따왔단다. 

 

'돌아오지 않는 강'은 흔히 말하는 세월이 아니겠는가.
그가 원산을 떠나올때 건넜던 강을 다시 돌아가지 못했듯
우리는 이미 강을 건너가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창문밖에 광주리를 이고 오는 여인이
그가 기다리는 여인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었을까
기다리고 기다리지만
그녀도 그도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눈이 쌓이고 꽃이 휘날리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그녀는 오지 않고
그는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동안
그의 얼굴은 사라졌다. 


 

그의 머릿속 가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을까? 아니면 더 멀리 바다를 건너갔던 아내를 생각했던 것일까? 기다림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그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살림살이가 궁핍해지자 엄마는 돈을 벌러 나가셨다.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가시면서부터 엄마가 언제 돌아오실까에 대한 생각으로 조바심을 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해가 저무는 것 같으면 엄마가 오실때가 조금이라도 지나면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불안으로 나를 자꾸만 두렵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림을 보며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 엄마를 기다리던 나의 모습이 창턱에 기대어 앉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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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2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섭과 기형도~~~~~ 그림과 시가 잘 어울리네요.
유년의 윗목처럼...

꿈꾸는섬 2011-08-24 22:51   좋아요 0 | URL
그림을 보다가 제 유년시절이 생각났어요. 제 유년시절을 생각나게 했던 시가 기형도의 <엄마걱정>이었구요. 그림 속 인물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요? 그 생각에 자꾸 그림을 들여다보았네요.

아이리시스 2011-08-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뭐예요, 저 육감적인 영화 포스터는. 시가 좋아요. 가을이 오려나 봐요. 저 뭐더라 백석 시인의 [여승]을 완전 좋아하거든요. 느낌이 비슷해요.

백 석 -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주제는 좀 다르지만 언젠가 영화로 만들고 싶은 얘기라고 오랫동안 생각했거든요. 그림이 물컹거려요. 꿈섬님, 수요일이에요. 뭐하실 계획이세요?^^

꿈꾸는섬 2011-08-24 22:52   좋아요 0 | URL
백석의 <여승>도 참 좋지요.
수요일 오후에 논술 수업하고 왔어요.^^

마녀고양이 2011-08-2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림, 오늘 저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걸까요? ^^
우리...... 무언가 이쁜 것을 기다려요, 아주 이쁜거~

꿈꾸는섬 2011-08-24 22:52   좋아요 0 | URL
아주 이쁜 것이 와주었다면 좋았을텐데......갑자기 우울한 밤이 되었어요.ㅜㅜ

노이에자이트 2011-08-2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릴린 몬로와 로버트 미첨의 저 유명한 영화에서 제목을 땄군요.조용필 노래에도 돌아오지 않는 강이 있습니다만...

꿈꾸는섬 2011-08-24 22:53   좋아요 0 | URL
조용필 노래에도 <돌아오지 않는 강>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