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열심히 무언가를 읽으면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읽기의 진도가 더디다.
작년 한 해를 생각해도 몇권의 책을 읽긴 했는데 갈무리 해놓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수치를 모르겠다.
하긴 책을 얼마나 많은 양을 읽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탓이겠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3권의 책이 기억에 남는다.
<7년의 밤>은 너무 좋아 여러 사람에게 권한 책이었고, 읽은 사람들도 모두 한결같이, 최고라고 했던 소설이다. 흡입력이 대단하고, 작가의 상상력, 소설 속 인물, 플룻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다만 남편은 이 책을 읽다가 중도에 그만두었는데, 그게 인생의 어느 한 부분 이런 사람들이 정말 있다면 너무 끔찍할 것 같다며 중도에 책을 내려 놓았다. 비록 현재 힘들지라도 앞으로는 더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기에, 많이 불편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심윤경의 소설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답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도 여러 사람에게 권했고, 다들 정말 좋았다고, 세상에 정말 '동구'같은 아이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특히 동생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그런 아이라면 정말 잘 자랐을 것 같다. 희망이 없어 사는 게 재미없는 할머니를 위해 노루너미로 내려가 살자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할머니와의 관계가 틀어진 엄마를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동구의 속깊음에 많이 울었다. 동구 부모의 모습을 통해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부모의 기대치로 아이를 판단하는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말아야지하고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구구절절 좋은 글귀들이 많아 여기저기 메모를 하며 읽었던 책이다. 내 안의 상처난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며 치유했다고 할까. 관계에 관한 것, 인생에 관한 것,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치유를 받았던 책이다. "산은 타는 척할 수 없고 삶은 사는 척할 수 없다" 힘겹게 산에 오르 듯, 삶이 힘들어도 피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 또 아이와의 관계에서 나의 권위로 아이를 압박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다.
2013년 1월에는
4권의 책을 읽었는데 3권이 아이들 책이다. <엄마사용법>과 <캡슐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은 현준이와 함께 읽은 책인데, 두 권 모두 재밌게 읽었다. 엄마로봇을 사서 조립하면 실제 엄마처럼 만들어진다. 실제 엄마처럼 잔소리는 하지 않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데,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밥, 청소, 빨래 등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원하는 엄마는 자신을 포근하게 안아주고, 아껴주는 그런 엄마를 원했고, 실수로 로봇에 흘린 피한방울로 감정이 생긴 엄마로봇은 아이와 다정하게 보낸다. 심지어 아이가 웃으면 엄마도 웃고, 아이가 울면 엄마도 웃는 그런 로봇이 되고, 그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수거 대상이 되지만 아빠의 활약으로 정말 엄마가 되어서 아이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오롯이 알아주는 그런 엄마, 밥해주고 빨래해주는 그건 것만이 엄마의 역할이 아니라는, 엄마라면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살피고, 아이를 향해 웃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아이보단 엄마들이 읽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은 캡슐 하나로 다른 사람과 영혼이 바뀔 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인데, 결국 아이는 아빠와 영혼이 바뀌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나서야 영혼이 다시 바뀌고, 우여곡절 끝에 재혼하고, 아이는 새엄마와 영혼이 바뀌게 된다. 뒷 이야기는 없지만, 아이는 새엄마의 어떤 마음을 이해하게 될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은 뒤론 캡슐 모양의 것들은 모두 영혼이 바뀌는 약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아들때문에 많이 웃었다.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에 관한 고민은 예전부터 해오던 것이지만, 현준이가 2학년이 된다고 생각하니 어느새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글쓰기의 기본은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난 글이어야하겠다. 헛된 꾸밈, 상상의 글쓰기는 아이들의 글쓰기가 아니라는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정성이 우러난 글을 쓰는 것은 어릴때부터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들의 일기는 온통 신나고, 재미나는 일들만 쓰여져 있다. 하루 중에 힘들었던 것, 엄마에게 혼이나거나 동생과 싸웠던 것들도 일기로 쓸 수 있게 유도하지만 아이는 그런 건 쓰고 싶지가 않단다. 사실 난 그런 것들을 일기에 쓰고, 스스로 자기 생각을 키우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지만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따라와주질 않는다. 그래도 기다리면 깨우칠 날이 오겠지하는 희망은 물론 있다. 좀 더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강도 가족>을 읽는데 무려 5일이 걸렸다. 아이들 책이기때문에 단숨에 읽으면 몇시간만에 읽었을텐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기발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책을 읽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의 두통과 통증때문에 눈을 감고 명상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여름에는 낮의 길이가 길단다. 저녁에도 환해서 여름엔 캠핑을 즐기기에 딱 좋은 그런 곳인 것 같다. 강도 가족이 여름이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한때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하고 가정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을 그 가족이 집을 뒤로하고 떠돌게 된데에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무력한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던 아빠, 평생 자동차를 만들거야하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공장이 싼 임금의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실직하게 된다. 자동차를 만들던 아빠는 다른 공장에서 다른 것을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강도 행각을 벌이게 된다. 어느 날, 빌야라는 아이를 자신의 아이들의 친구로 훔치고, 그 아이는 처음엔 적응하지 못하지만 지내다보니 강도가족의 한 일원이 된다. 여름 방학 내내 바쁜 아빠의 스케줄로 제대로 된 방학을 보내지 못할 뻔한 아이에게 강도가족과 보내는 여름은 신나는 모험과도 같은 일이 되어 버린다. 또 강도 가족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데 한몫하게 된다.
요새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아이들은 더 이상 어른들의 생각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위로, 강압적으로 아이를 다루는 일은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것에 동조하고 아이를 그렇게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가끔 어리석은 마음이 스멀거리는 건 그래도 아이는 아이가 아닐까? 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 또한 아이를 버겁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적당한 선에서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주체성을 인정하면 좋겠는데 그 경계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부모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정한 기준에 맞춰 생각하다보니 여전히 아이는 어리고, 부족하고, 그러니 부모의 도움이 아직 많이 필요해.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어.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좀 더 아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더 많이 살펴봐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생각하고, 노력하고 그래야겠다.
오늘부터 이 책을 읽고 있다.
이순원<아들과 함께 걷는 길>,
대관령에서부터 강릉까지 아들과 걸어서 내려가며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숨에 휘리릭, 읽는 일이 요새는 부쩍 어렵다. 이게 스마트폰 때문일까? 조금 걱정이다.
한 굽이, 한 굽이, 아이와 함께 걷는 그 길은 어떤 느낌일까?
나도 우리 아이들 크면 함께 걸으며 이야기할 시간들이 과연 있을까?
남편에게 이 책을 읽히고 현준이가 고학년되면 한번 시도해보라고 권해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책이다.
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가족의 역사를 길의 역사를 이야기 나누는 아버지, 정말 멋지다.
다음 굽이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어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