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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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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서 내려 빵 하나를 사먹으려고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 가판대에 꽂힌 스포츠 신문에는 모 가수의 스캔들 기사가 1면 톱을 장식하고 있다. 그 옆의 일간지에는 코스피 지수가 오랜만에 소폭 상승을 해 사자 주문이 이어졌다는 기사가 있고, 역시 그 옆에는 하반기 부동산 투자 전략을 위한 특집 분석기사가 있다. 아래 신문에는 동안이라는 40대 연예인의 '피부노화 방지법 대공개'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고, 그 옆에는 '피부노화 방지법 대공개'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고, 그 옆에는 부산의 한 영화제에 참가한 여배우의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에 지면이 할애돼 있다. 올 가을에는 블랙이 유행일 것이라는 기사도 있다. 다이어트에 효능이 좋은 한방제품이 개발됐다는 광고도 있고, 그 와중에 한 여가수가 동시에 남자 5명을 사귀어봤다는 폭로 기사도 있다. 아, 여자 아이돌 그룹 리더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하는 사진도 크게 실려 있다.
  그리고 어디에도,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없다.
  한 여가수가 남자 연예인을 동시에 5명 사귀고, 부동산 투자 전략이 바쁘게 바뀌고, 모 가수가 모 배우와 헤어지고, 다이어트에 효능이 좋은 한방 약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사이, 하루에 3만 5천명이 죽어간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매일 반복되는 이야기라서 세상에는 너무 식상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298~300쪽)

이 책이 8기 신간평가단 도서로 오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이 아이들을 생각이나 했을까?  

부끄러운 이야기이다.  

늘 나의 안위만 생각해 온 사람의 말이란 고작 부끄럽다는 이야기일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 배의 축 처진 뱃살을 보면서 또 한번 부끄러웠다. 나의 영양 상태는 지극히 양호하고, 아니 어쩌면 과잉 상태일지도 모른다. 살아온 날들을 통 틀어 한 3~4번 고기를 먹어 보았다는 아이들, 실컷 먹어보기나 했을까? 숯불에 지글지글 익혀 배가 부르게 먹고 심지어 남기기까지 했던 요 며칠전을 생각하면서 또 다시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들이 마구 쓰다 버린 종이들, 의미없는 낙서와 가위질을 해서 버린 종이들, 함부로 버린 나무젓가락, 종이컵...이 모든 것의 가혹한 벌은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내려지고, 그들은 나무를 많이 심지 않은 자신들의 탓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서 또 너무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재미난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나를 생각하니 더 많이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절대 굶지는 않는다. 가끔 외식도 하고,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불필요한 물건을 살만한 여력은 되지 않지만 말이다. 

내가 굶는 것은 괜찮다. 내가 아픈 것도 괜찮다. 하지만 아이가 굶고, 아이가 아픈 것은 부모된 입장에서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모른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지역에 사는 아이들, 스스로 자생 능력을 부여받을 수없는 조건을 가진 그들은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교육을 받아 삶의 질을 높이고자하나 교육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 아이들, 그들에게도 꿈은 있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배우기 싫다고 투정부린다. 하지만 그들에게 배움은 절실하지만 결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십대의 어린 소녀들은 강제 조혼을 당하고, 나이 많은 남편이 일찍 죽으면 과부가 되기도 한다. 어린 소녀들은 잠자리에서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아직 한창 꿈을 펼쳐야할 나이에 굶지 않기 위해 어린 딸들은 시집을 가야한다. 심지어 재혼을 하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희박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분명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에 월드비전에 생겨난 50년대, 우리 부모님 세대는 원조의 대상이셨다. 세계 여러나라에서의 구호활동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냈던 것이 아니었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90년대를 넘어서면서 이제 우리 나라도 구호활동을 하는 나라로 돌아섰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월드비전의 구호활동은 현금지급보다는 현물지급을 우선하고, 개인적인 것보다는 마을 공동의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단다. 가장 중요한 식수 공급, 물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것이니 말이다. 마을 공동의 우물이 만들어진다면 더러운 물로 인한 잦은 병치레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교육 시설을 만들고, 학용품을 지급하고, 옷을 제공하는 일, 또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가정엔 영양죽을 제공한단다.  

"기부문화는 가진 자들의 문화이다" 얼마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이다. 가진 자들의 문화라는 말때문에 가지지 못한 자들은 기부할 수 없는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눈물겨운 후원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진 자들의 문화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가지긴 했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과 나눌 줄 아는 마음을 말이다.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던 바람돌이님께서 아이들과 1년동안 모았던 저금통을 뜯어 기부했던 페이퍼를 봤던 게 떠오른다. 그때 바람돌이님 모습을 보면서 그런 모습은 꼭 배워야지 했는데 여태 누군가를 위해 후원하지 않고 있다. 또 다시 부끄럽다.  

  세상은 너희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세상은 계속 너희를 모른 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게.
  '세상은 너희를 잊어도, 나는 너희를 잊지 않을게.'
  나는 너희를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여전히 사람들은 갈 길이 바쁘고, 변한 것은 하나 없는 서울의 어는 밤. 나는 가판대를 뚤어져라 쳐다보면서 그렇게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300쪽)

 이번엔 정말 잊지 말아야겠다.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나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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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24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추천 꾹~~~~

꿈꾸는섬 2010-12-24 11:21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해요.^^
오늘 바로 신청할거에요.^^

저절로 2010-12-25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크리스마스 이브날 제대로된 글하나 만났군요.
저는 11시 시작하는 '시장님 복지간담회'를 9시부터 준비하다가
짬짬이 들어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습니다.
의례히 시청사에서 해야하는 행사를
굳이 이번에 바뀌신 시장님께서는
무슨 변덕인지 우리시설(부랑인) 성당에서
하신다네요.

이참에 이번 복지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복지의료비에 대한 '설전'을 준비하고 있지요.
따내야 될 건데요.
정부에서 우리 몫을 빼앗아갔으니,
이참에 '시장님' 마음을 뺏아 볼 계책이지요.

헤~ 너무 멀리와버렸네요.
제겐 딸이 하나 있지요.
한비야씨 책을 읽고 그만,
팔자에도 없는 까만 콩 딸을 갖게 되었지요.(지금도 탁자위 사진속에서 나를 향해 어설프게 웃고 있어요)

그래요, 저도 잊지않을게요.

저의 까만콩 딸도,아침 대전大戰을 앞두고
제게 버벅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도록
뜨거운 가슴을 주신 '꿈섬'님도
잊지않을게요.

메롱 클쓰!


꿈꾸는섬 2010-12-24 11:22   좋아요 0 | URL
에파타님 바쁘시군요.ㅜㅜ
오늘 너무 추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에게도 까만콩 딸이든 아들이 생길거에요.^^
메리 크리스마스

양철나무꾼 2010-12-24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롤을 들으면서 마냥 흥겨울 수만은 없네요.
올해는 여느때보다 추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2-24 11:23   좋아요 0 | URL
네, 저에게는 나눔을 배우는 크리스마스가 되겠어요.^^
나무꾼님 행복하세요.^^
 
<사는 게 참 행복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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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고 싶은 건 내가 가진 최고의 욕심이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이라 똑같은 상황이여도 그때 그때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가졌으면 가졌지 덜 가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에겐 멋진 아들과 예쁜 딸, 그리고 듬직한 남편이 있다. 이들 모두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여느 아이들처럼 아이들다운 구석이 많아 때론 곤혹스럽긴 하지만 즐거울때가 더 많다. 남편은 가끔 독선적일때도 있지만 대부분 아내를 배려한다. 추운 날씨 외출하려고하면 자기가 30분 더 일찍 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승용차를 두고 갈 줄 아는 사람이고, 아내의 생일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서툰 솜씨로 미역국을 끓여내는 사람이다. 기념일이면 큰 선물은 못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담긴 메세지를 남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투정을 부리면 내 욕심이 과하다고 한마디씩 한다.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하고 행복하지 않고가 결정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사소한 사건, 작은 사물 그리고 소박한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행복이라 말한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그가 한적한 시골 생활을 10년을 넘게 하며 느낀 시골 생활은 훈훈함 그 자체이다. 

우리 시부모님이 고향으로 내려가신지도 어느새 3년이 되어 간다. 두분이 낙향하시겠다고 했을때 그 불편한 시골 생활을 어찌 견디시려구요? 어머님의 불편한 몸으로 바깥 화장실 쓰시는 건 무리라고 만류를 했었다. 하지만 두분은 알콩달콩 신혼처럼 재미나게 살아가셨고, 시부모님의 집은 다른 이웃들에게 활력이 되어 대문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와 커피 한잔씩 마시고 가셨다. 그래서 우린 시골에 내려갈때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회용커피 한묶음을 사다 드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 활짝 열어놓고 누구라도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가는 시부모님 집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으로 넘쳐났다. 그건 두분에겐 큰 행복 그 자체였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웃에 대한 정감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작은 도시로 나가 아파트 생활을 하게 된 이웃에 대한 그리움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시골 생활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누군가 떠나면 빈집은 흉가가 되고, 때마다 멋진 꽃을 피우던 과수원은 폐허가 된다. 

시부모님이 낙향하시고 농사를 지우시면서 우리 가족은 유기농 쌀과 유기농 채소를 먹게 되었다. 농약 한번 뿌리지 않은 채소는 크지는 않지만 그 맛은 일품이다. 올 여름 우리가 먹었던 오이의 단맛에 남편과 나는 깜짝 놀랐다. "오이가 정말 이런 맛이었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게다가 토마토, 가지, 호박, 고추, 배추, 무우......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채소의 맛은 채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하지만 시부모님께 들은 바로는 팔아야하는 농작물에는 농약을 많이 뿌린단다.(우리 아버님은 판매용 농작물은 재배하지 않으신다) 농약을 뿌려 더 보기 좋고 튼실하게 키우지만 실상 맛은 별로다. 세척시 농약이 제대로 씻기지 않는 경우도 있단다. 또 어느날인가는 한밤중에 아버님 댁에 도착했는데 댁 근처가 환해서 댁에 불을 켜둔 줄 알았더니 깨가 밤새 자라라고 등을 달아 불을 밝혀 두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식물도 밤이면 잠을 잔다는데 쉬지 않고 빨리 자라라고 불을 켜두었으니 그것이 정말 맛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말을 꺼내는데, 작가는 그렇지가 않다. 작가의 시선은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들에 핀 꽃도 예쁘고 늦겨울에 내리는 눈도 예쁘게 보는 작가는 천상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한다. 

요며칠 마음에 독을 품고 살았더니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지 않고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다독였더니 다시 행복이라는 말이 새삼 들어 온다. 우리의 삶 자체를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다 내 마음에 달린 일이란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끼며 행복한 삶을 위해 마음을 열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나도 "사는 게 참 행복하다"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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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0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결혼하기 전에는 막연히 시골 생활을 동경했었어요.
서울토박이 여서,명절 때 시골 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어요.

근데,지금 시댁이 시골이다 보니...
행복하게 살려고 '시골 생활'을 꿈꾼다는 말,참 무모하게 들려요.

마음에 독을 품고 살았더니,마음을 다독였더니...문장의 대구 참 좋아요.^^

꿈꾸는섬 2010-12-08 10: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더랬죠. 행복하게 살려고 '시골생활' 꿈꾸는 건 정말 무모한 것 같아요.

명절때 시골가는 거 정말 너무 힘들어요.ㅠㅠ 가는 건 괜찮지만 오는 게 너무 힘들지요.

마녀고양이 2010-12-0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두 제목에 확 끌렸어요.
사는게 참 행복하다....

저는여, 천상 도시 여자였어요. 시골은 꿈두 안 꿨지요.
하지만 지금은... 완전 귀농이야 못 하겠지만, 천천히 사는 생활을 꿈꾸게 되요.
읽어야지, 언젠가~ 좋은 리뷰 감사드려요.

꿈꾸는섬 2010-12-08 11:22   좋아요 0 | URL
시골 생활에 대한 환상이 걷힐때쯤 시골생활하시길 권하고 싶어요.
시골 생활엔 낭만이란 없더라구요. 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주관적인 마음이 있는거죠.ㅎㅎ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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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받아 들고 처음엔 난감했다. 무려 500쪽이 넘어가는 책을 읽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성지순례라는 고정관념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을 읽어보니 단순히 알고 있던 태양의 나라 스페인의 이미지만이 아니라 스페인이 품고 있던 시간과 공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는 평생을 스페인을 드나들며 살고 싶다고 한다. 스페인을 사랑하는 이유는 스페인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에 훼손되지 않은 성지와 교회당을 둘러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작가의 여행은 단순히 보고 듣고 느끼는 차원의 여행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서사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현재에 발이 묶여 있다. 무수히 많으 창들이 그려진 그림 앞을 지나간다. 전투 장면을 그린 그림이 벽 하나를 몽땅 차지 했는데도 끝이 안 보인다. 이게루엘라 전투를 묘사한 그림이다. 말도 병사와 똑같은 색깔로 그려졌다. (중략) 나는 마치 군대를 사열하는 지휘관처럼 그 앞을 뚜벅뚜벅 지나서 사람들을 따라 왕좌실로 들어간다. 다른 삶들은 다시 자리를 옮기지만 나는 잠시 서서 왕좌를 바라본다. 그저 작은 의자일 뿐이다. 페리페는 거기 앉아서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바라보며너 자기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고 또 앞으로도 가 볼일이 없을 머나먼 영토를 생각했을 것이다.(206쪽)  
   
   
    나는 다가서는 길이 가로막힌 세기와 순간을 그대로 지나친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단단히 잠가 둔 세계가 어떤 곳인지 한번 맛이나 보라는 것인지 지도, 책, 편지 따위를 추려서 유리 진열장에 넣어 둔 곳이 있다. 날개가 다 해어진 파란 새 한 마리가 찢어진 깃발을 부리에 물고 리오 틴토 강 위로 날아간다. '1730년: 아카풀코 항구 설계'에는 산 디에고 정착민과 주둔군의 현황도 담겨 있다. 지도에는 항구의 수심도 나와 있다. 그래서 이제 나는 1730년 아카풀코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안다. 그러나 지도의 시간은 1730년에서 멎었으므로 그 다음의 수심은 모른다. (260쪽)  
   

한적한 마을을 둘러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작가의 입장을 느끼려는 것처럼 작가의 그 옛날 스페인을 다스리던 왕이 되어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스페인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미술과 문학에도 조예가 깊음을 알 수 있다. <시녀들>이라는 그림으로 유명한 벨로스케스와 수르바란의 그림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또한 돈 키호테, 라 만차로 가는 길 부분도 정말 재미있었다. 

   
 

 작가 밀란 쿤데라는 <돈 키호테>는 최초의 진정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현실이라는 것이 가하는 온갖 제약을 엄어서면서 상상력이 현실을 제압하는 데 있다고 한다면, 천재 세르반테스는 상상력의 위력을 딱 부러지게 보여 주었다. 지금부터 거의 4세기 전에 허구의 인물이 살았떤 집과 그 속에 있는 화덕과 침대와 주방용품을 내가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부터가 바로 상상력 덕분이 아니겠는가.(171쪽)

 
   

 산티아고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성지 순례지라고 알고 있다. 까미노를 걸으며 성 야고보가 묻혔다는 그곳 산티아고로 사람들이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걷기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일까? 성지를 찾아가다보면 깨닫게 되는 인생의 진리가 있기 때문일까?  

네덜란드의 노작가는 산티아고로 가기 전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 간다. 그리고 그곳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한다. 나는 그것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여러해에 걸쳐 쓴 글들을 단숨에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작가가 들렀던 곳들을 따라가며 작가의 자세한 설명을 귀기울여 듣는 재미가 솔솔한 책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책이 내게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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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2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다른 느낌의 리뷰 ^^ 네요~
올리신 글을 읽으니 괜찮은 책으로 다가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해봅니다.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꿈섬님 즐거운 날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11-24 00:43   좋아요 0 | URL
다른 느낌...ㅎㅎ
여전히 가을인건가요?
전 요새 겨울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거든요.
바람결님도 즐거운 날이 되시길 빌겠어요.^^
 
<스님의 주례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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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혼 생활도 안 해보신 스님이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무슨 할말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꼭 살아봐야만 인생을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보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들 사는 것 보면서 인생은 그런거야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결혼 주례도 하셨고, 신자들의 상담도 많이 하셨던 스님인지라 그 말씀이 그리 신빙성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스님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 싶은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결혼할때 정말 눈에 뭐가 씌인 사람처럼 남편에게 홀딱 빠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좋았지만 지금은 참 괴로울때가 많다. 남편만 생각하면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는데 시부모님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한걸음만 물러나서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죽기살기로 매달려서 원망하고 괴로워합니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고집스러운 마음, 바로 집착에서 괴로움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127쪽)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부모님 안 계셨으면 남편이 어찌 있나 싶어 되도록이면 부모님 돕는 일에 불평을 내지 않으려고 하고 오히려 자진해서 돕기도 했었는데 그걸 받는 분들이 고마움보다는 당연시 여기는 마음때문에 상처를 받았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왜 시부모님께 자꾸 퍼드려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일 모레면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들어가시게 된다. 모든 생활도구를 새것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부모님들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는 안다. 하지만 집 짓는데 부족했던 돈도 보충해드렸고 대부분 쓸만한 것들은 사용하셨으면 싶은게 내 마음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 내가 쓰던 세간살이들을 쉽게 버리고 오직 새것만을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이랑 엊그제부터 말도 안하고 있다.  

이런 내 마음의 욕심과 집착때문에 괴로운 게 사실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나를 고집하고, 무언가를 움켜쥐기 위해 애를 쓸수록 몸과 마음은 병이 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욕심내는 마음을 돌이켜 마음을 가볍게 하고 베푸는 자세를 취해야 해요. 부부 사이에는 마음으로부터 배우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상대의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198쪽)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먼저 남편에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말해야 할까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선뜻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가 나오질 않는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네."(121쪽)  
   

이 경구를 읽으면서 행복 자체가 내 마음에 달렸다는 걸 다시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걸 탁 내어 놓으며 수행의 자세가 되지를 못하니 나는 어리석은 중생인 것이다. 

   
 

 만약 자식을 낳으려면 정말 그 아이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의 의무예요. 그렇지 않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든지 강아지를 사서 키우며 놀면 돼요. 남들 다 한다고 아무 생각 없이 자식을 낳아서 불행을 안겨 주어서는 안 됩니다. 

결혼은 상대를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철저하게 상대에게 책임지려는 자세, 자식을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자식들 보기에도 시부모님께 잘하는게 좋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라면 이제는 조금 절제를 해도 되는 것이 아닐런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는 부모가 되고 싶은 나의 바람이 있다. 그것들을 생각해서라도 무조건적인 퍼주기는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찌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참선을 수행하라는 스님의 말씀은 알겠지만 그게 욕심을 버리는 것이 싶지가 않네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라 앞으로 미래의 모습도 생각해봐야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네요. 아이들은 점점 더 커가고 돈 들어갈 일이 더 많아진다는 주위분들 이야기에 아직 어릴때 조금이라도 덜 써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달래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네요. 하지만 어느정도 도움이 된 것도 같아요.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상대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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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그래서 제가 이 책을 보고 법륜스님이 혹?????대처승이 아닌가 궁금했다니까요~
물론 다 좋은 말인 줄은 알겠는데 凡인들은 엄청 따라하기 힘들 듯 하여...

잘 모셔두었다가,
부부싸움 후 마음수련할 때 쓰면 어떨까요?
더 열받을려나?
ㅋ,ㅋ,ㅋ.

전 김점선님의 그림도 멋질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1-06 06:45   좋아요 0 | URL
그림이 정말 좋아요. 올리려고 사진 찍었는데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되었죠. 충전 시켜서 올려야하는데 게을러서...

마음의 수련ㅎㅎ 안 읽은 것보단 읽은 게 나은 것 같아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11-0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생활도 안 해보신 스님이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무슨 할말이 있을까 싶었다'
이 말 말이죠, 나 다른 리뷰에서도 봤어요. 다들 그리 생각되나봐... ㅋㅋㅋㅋㅋㅋ

나두 시부모님 이사할 때, 냉장고 해드렸어요. 아예
막내 시누한테서 통보가 왔어요, 머 해줄거냐고... 머 필요하냐 해떠니,
냉장고래. 헉스 하고 필요한 금액 이체해드렸어요. 아하하.

눈치봐서 해드려야 할 거 같으면,
마음을 비우고 해드리는 편이 속 편하드라구요.
없는 돈이다 치는거죠, 내 살림 팍팍하든 말든 저쪽에서 신경써줄 것도 아니구,
안 해준다는 서운한 맘만 기억하시니까. ㅠㅠ.
근데여, 친정도 가끔 그러거든요. 아, 우리는 힘든 나이예요!
아이 키워, 부모님 용돈 드려. 불쌍한 내 남편~ ㅋ

꿈꾸는섬 2010-11-06 06:48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모두 같은 생각인거군요.

전 예전에 싱크대도 바꾸어 드리고 보일러도 새로 바꿔 드리고 에어컨도 사드리고 냉장고도 사드렸어요. 울 시어머니 틀니도 해드리고......이렇게 적다보니 제가 너무 치사한 사람인 것 같아요.ㅠㅠ

프레이야 2010-11-0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정말 이땅의 며느리들은 왜 이리 고민이 많을까요.
리뷰 보니, 저도 말로 글로는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스님껜 죄송하지만요.^^
문제는 사람인지라 그게 마음대로 잘 되지 않고
울컥한다는거죠.ㅠ
꿈섬님, 아주 솔직하고 생생한 리뷰에요.ㅎㅎ

꿈꾸는섬 2010-11-06 06:49   좋아요 0 | URL
너무 솔직해서 스님껜 정말 죄송해요.
글 읽고 좋은 마음을 먹어야하는데 어째 그리 되질 않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노력하도록 해야겠어요.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달렸다니 말이에요.^^
전 행복하게 살고 싶거든요.^^

2010-11-06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1-10 17:23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이론과 실제가 너무 다르죠.ㅎㅎ

아이리시스 2010-11-0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님이 하는 말투만 들어도 화가 나려고 해요.ㅋㅋ
좋은 얘기이긴 하지만 저 주례사 듣다간 결혼식 하기도 전에 뒤집어질 듯. 푸하하.
근데, 책 쓴 스님이 몇 살이예요? 좀 젊은 분이라고 본 것 같은데,, 아닌가요? 몹쓸 기억력.ㅠㅠ
절의 고요함과 풍경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은 처음 볼 때부터 스님이란 제목땜에 좀 거부감이 들었었어요. 이런 말 할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1-10 17:25   좋아요 0 | URL
ㅎㅎ화내지 마셔요. 다만 스님은 화는 화를 부른다는 걸 알려주신 것 같아요. 결혼 생활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웃는 얼굴로 조근조근 말하면 상대도 조근조근해지는데 막 화내면 상대는 저보다 더 화내더라구요.ㅎㅎ
아이리시스님 말씀대로 '이런 말' 할 줄 알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화를 누그러뜨리게도 되네요.ㅎㅎ

아이리시스 2010-11-11 16:08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책보다도 이렇게 섬 님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 들으며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 더 좋아요.
너무 좋아요.^^
 
7기 문학A조 마지막 도서 <퀴르발남작의 성>
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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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 7기 마지막 도서로 이 책이 왔다. 그로테스크한 남자의 그림이 묘하게 사람을 집어 삼킬 듯 쳐다본다. 나도 마주 보았다. 요새 도통 책이 읽히지 않았다. 글자들은 어딘가로 흘러가고 나는 그걸 쫓아가기가 힘에 겨웠다. 잠시 책들을 멀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 책의 이 남자, 퀴르발 남작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이 책을 쓴 작가도 처음이다.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는 이 작가, 나보다 한 살이 많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단다. 그에게 글쓰기는 어떤 행위이기에 경영학을 버리고 문창과에 갔을까? 궁금증이 마구 일어나기 시작했다. 읽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기 전에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리라 결심을 한다. 그리고, 정말 단숨에 읽었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이 자극적이다. 300년동안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간 퀴르발 남작, 그의 젊음의 비결은 어린아이를 먹는 것, 소재는 정말 잔인하다. 다만 작가는 이 잔인한 이야기의 바탕에 깔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영화에서부터 출발한 이 이야기는 원작과 영화, 리메이크 영화를 통해 재조명되고 인간 내면 심리를 통찰하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 공포는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법칙이 아닐까를 생각한다.  

가장 인상깊게 본 소설은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 휘뚜루마뚜루 세계사1>이다. 기고문 형식을 빌려 쓴 이 소설 또한 기기묘묘하다. 우리의 편견속에 자리잡은 마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신화 속 마녀들로부터 불러 온다. 단지 신화에 머물지 않는 마녀는 우리의 일상 그 어느곳에서도 불쑥 나타날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환상이 빚어낸 오류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글의 구조는 읽는 사람으로부터 자유롭다. 그걸 따라 가는 독자의 호기심만이 증가할뿐이다. 호기심이 충만해지고 그것을 알아가기 위해 더욱 이 책을 끌어 안는다. 작가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퀴르발 남작, 그에게는 죄책감이란게 없다. 다만 아이들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그는 젊음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내밀한 욕망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또다른 돌파구를 찾아내고 그것은 다중인격을 통해 나타나기도 하며(그림자 박제), 기억을 지우기도 한다.(그녀의 매듭) 또한 또다른 인격체를 만들어낸다.(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쉿! 다신이 책장을 덮은 후...>에서 작가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보여준다. 자신의 글쓰기는 시대와 공간과 현상과 환상을 뛰어 넘으며, 뒤집고, 비틀어져 있다고 말이다. 그들은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책장을 여는 그 순간을 다만,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이 현실이 존재하고 있는 듯, 모든 것이 조각난 퍼즐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앞에 놓여져 있는 퍼즐 조각 하나 하나 맞춰가는 기분을 느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조각일뿐, 모든 것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벌어진, 아니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것들로 읽혔다. 

오늘 또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작가를 기억할 것 같다. 그의 글쓰기 방식이나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이런 소설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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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12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책 처방이 필요하던 참이었어요~^^

꿈꾸는섬 2010-10-12 12:42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독특한 서사의 구조와 통통 튀는 기발함이 매혹적이에요.^^

다이조부 2010-10-13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도 마음에 들어요~

주말에 맨날 술만 퍼 마시지 말고 책 좀 읽어야 겠어요 ㅋ

꿈꾸는섬 2010-10-13 13:08   좋아요 0 | URL
메버릭꾸랑님 오랜만이에요.^^
주말에 맨날 술 퍼 마시던 옛날이 잠깐 그리워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