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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평점 :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건 내가 가진 최고의 욕심이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이라 똑같은 상황이여도 그때 그때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가졌으면 가졌지 덜 가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에겐 멋진 아들과 예쁜 딸, 그리고 듬직한 남편이 있다. 이들 모두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여느 아이들처럼 아이들다운 구석이 많아 때론 곤혹스럽긴 하지만 즐거울때가 더 많다. 남편은 가끔 독선적일때도 있지만 대부분 아내를 배려한다. 추운 날씨 외출하려고하면 자기가 30분 더 일찍 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승용차를 두고 갈 줄 아는 사람이고, 아내의 생일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서툰 솜씨로 미역국을 끓여내는 사람이다. 기념일이면 큰 선물은 못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담긴 메세지를 남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투정을 부리면 내 욕심이 과하다고 한마디씩 한다.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하고 행복하지 않고가 결정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사소한 사건, 작은 사물 그리고 소박한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행복이라 말한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그가 한적한 시골 생활을 10년을 넘게 하며 느낀 시골 생활은 훈훈함 그 자체이다.
우리 시부모님이 고향으로 내려가신지도 어느새 3년이 되어 간다. 두분이 낙향하시겠다고 했을때 그 불편한 시골 생활을 어찌 견디시려구요? 어머님의 불편한 몸으로 바깥 화장실 쓰시는 건 무리라고 만류를 했었다. 하지만 두분은 알콩달콩 신혼처럼 재미나게 살아가셨고, 시부모님의 집은 다른 이웃들에게 활력이 되어 대문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와 커피 한잔씩 마시고 가셨다. 그래서 우린 시골에 내려갈때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회용커피 한묶음을 사다 드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 활짝 열어놓고 누구라도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가는 시부모님 집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으로 넘쳐났다. 그건 두분에겐 큰 행복 그 자체였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웃에 대한 정감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작은 도시로 나가 아파트 생활을 하게 된 이웃에 대한 그리움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시골 생활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누군가 떠나면 빈집은 흉가가 되고, 때마다 멋진 꽃을 피우던 과수원은 폐허가 된다.
시부모님이 낙향하시고 농사를 지우시면서 우리 가족은 유기농 쌀과 유기농 채소를 먹게 되었다. 농약 한번 뿌리지 않은 채소는 크지는 않지만 그 맛은 일품이다. 올 여름 우리가 먹었던 오이의 단맛에 남편과 나는 깜짝 놀랐다. "오이가 정말 이런 맛이었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게다가 토마토, 가지, 호박, 고추, 배추, 무우......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채소의 맛은 채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하지만 시부모님께 들은 바로는 팔아야하는 농작물에는 농약을 많이 뿌린단다.(우리 아버님은 판매용 농작물은 재배하지 않으신다) 농약을 뿌려 더 보기 좋고 튼실하게 키우지만 실상 맛은 별로다. 세척시 농약이 제대로 씻기지 않는 경우도 있단다. 또 어느날인가는 한밤중에 아버님 댁에 도착했는데 댁 근처가 환해서 댁에 불을 켜둔 줄 알았더니 깨가 밤새 자라라고 등을 달아 불을 밝혀 두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식물도 밤이면 잠을 잔다는데 쉬지 않고 빨리 자라라고 불을 켜두었으니 그것이 정말 맛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말을 꺼내는데, 작가는 그렇지가 않다. 작가의 시선은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들에 핀 꽃도 예쁘고 늦겨울에 내리는 눈도 예쁘게 보는 작가는 천상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한다.
요며칠 마음에 독을 품고 살았더니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지 않고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다독였더니 다시 행복이라는 말이 새삼 들어 온다. 우리의 삶 자체를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다 내 마음에 달린 일이란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끼며 행복한 삶을 위해 마음을 열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나도 "사는 게 참 행복하다"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