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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편지' 고도원의
고도원 지음, 대한항공 사진공모전 수상작 사진 / 홍익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참 좋은 동요들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우리 어릴때 부르던 동요도 물론 좋았지만 요즘 동요는 특히 더 좋은 것 같다. 

참 좋은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말
우리식구 자고나면 주고받는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말
엄마아빠 일터갈때 주고받는말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맛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 뛴대요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말
나는 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참 좋은 말>이라는 동요를 학부모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배웠는데 어찌나 좋은지 계속 흥얼흥얼하며 다녔었다. 그랬더니 둘째 아이도 이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요새는 <참 좋은 말> 노래를 유치원에서도 부르는지 매일 손으로 하트도 만들어 "뿅"하고 함께 날려주며 노래를 부른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어릴때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엄마를 꼬옥 끌어 안는 것으로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달하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놓기가 부끄럽고 쑥쓰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사랑"이라는 말을 들었을때의 설레임과 달콤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군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순간이 어찌나 가슴 벅찼는지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다정다감한 남편과 사는 덕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부끄럽거나 쑥쓰러운 단어가 아닌 가족간에 서로 주고 받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며 산다. 아침에 눈을 부비며 일어나 품에 안기며 나에게 뽀뽀를 하고 "사랑해요"하고 말해주는 아이들이 곁에 있어 행복한 하루를 맞이한다. 

'아침편지' 고도원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읽으며 아이들이 내게 사랑한다고 하트를 보내주는 일처럼 가슴 설레이는 행복함을 느꼈다. 잔잔하게 다가오는 일상의 행복감을 글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다. 

좋은 구절과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이 하도 많아 일일이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을 울리는 글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봄이라는 계절은 경이롭다.
얼어붙고 정지됐던 온 세상이 일제히 깨어나는 에너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면에 기록된 기억을 더듬어 움직이는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아름답다.
시작의 서투름과 탄생의 신비를 동시에 지녀
아기자기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지는,
두 가지 상반된 에너지가 봄에는 모두 포함되어 있다.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해인의 <봄과 같은 사람> 중에서-

봄이 주는 생명력에 잠시 아찔한 가운데, 봄을 닮은 사람을 떠올려본다.
여리지만 강단 있는 모습으로 자신이 나서야 할 때를 알고 피어나는 사람,
힘껏 제 몫을 해내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
아직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가는 사람,
조금씩 피어올라 어느새 초록색 세상을 만드는 봄의 생명력 같은 사람이 나는 좋다. (76쪽)

 봄과 같은 사람이라는 글을 읽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떠올려 보았다. 늘 희망하고 기뻐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고마워할 줄 아는 긍정적인 사람인가? 하고 내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아, 정말 봄과 같은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봄이 주는 생명력을 닮은 사람이고 싶다. 내 몫을 해내기 위해 부지런히 노려하고 서툴고 부족하지만 정감있는 사람이고 싶단 소망을 품었다. 

봄이 소리없이 오고 있다고, 언젠가 나무에 기대어 나무가 물을 빨아 들이는 소리를 들어야겠다. 쭈욱 빨아들이며 봄의 잎싹을 봄의 꽃을 피워내고야마는 숭고함을 배우고 싶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책을 만났다. 행복하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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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쁜 말인데 정말 하기 어려운 말이예요.
특히 저처럼 뻣뻣한 아내, 뻣뻤한 엄마는..ㅎㅎ
그래도 연습하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예쁘네요~

꿈꾸는섬 2011-03-30 22:48   좋아요 0 | URL
너무 예쁘고 좋은 말이잖아요. 아이들과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 받으면 참 좋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3-29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 몫을 해내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서툴고 부족하지만 정감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저도, 저희 아들도...봄처럼 환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저 노래 알아요, 참 좋은 말~^^


꿈꾸는섬 2011-03-30 22:49   좋아요 0 | URL
네, 우리 몫을 해내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서툴고 부족하지만 정감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요.^^

양철댁님도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 받으시길 바라요.^^

후애(厚愛) 2011-03-30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참 좋습니다.^^

꿈꾸는섬 2011-03-30 22:49   좋아요 0 | URL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정말 좋아요.^^

섬사이 2011-03-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렸을 때, 엄마랑 옥상 꽃밭에 앉아 같이 노래를 부르곤 했거든요.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동요는 '정화'의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3-30 22:50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의 어렸을때의 모습을 제 맘대로 그려보아요. 너무 좋았겠어요. 엄마와 다정히 노래를 부르는 소녀의 모습이 아른거리네요.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에서도 배울 것이 참 많지요.^^

감은빛 2011-03-3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가 두어해전에 배워와서 자주 부르던 노래네요.
그 노래가사를 수화로 배워와서, 보여주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꿈꾸는섬 2011-03-30 22:51   좋아요 0 | URL
ㅎㅎ저희 아들은 작년에 한참 불렀고, 딸아이는 올 해 유치원에서 배웠는지 매일 불러요.ㅎㅎ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죠.ㅎㅎ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를 남겨 주세요.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 -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을 바꾸는 감동의 한마디
에구치 가쓰히코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좋은 말은 사람의 힘을 돋운다. 기분이 좋아지고 더 잘할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아이를 키우며 매번 놓치는 실수가 바로 부정적인 말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좌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말해야지. 매사에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몸 상태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천차만별이다. 몸 상태도 좋고 기분도 좋으면 모든게 다 용서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몸 상태도 나쁘고 기분도 나쁠때는 아이의 아주 사소한 잘못에도 화를 버럭 낼떄가 있다. 그게 아이에게 얼마나 좋지 않은 일인지를 알면서도 그런 감정의 조절을 제대로 못하는 나는 부족한 엄마, 부족한 사람이다.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는 책의 제목이 먼저 끌렸다. 흔한 말로 '사람이 재산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매번 많은 사람들을 놓치며 살았던 것 같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끝나버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반성이 가장 컸다. 세상을 사는 일이 혼자서 살 수 없으며 많은 사람들의 도움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매일 느끼며 사는데도 이제와서 예전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란 또 쉽지가 않다. 

매일 보던 사람들과도 멀리 떨어지면 연락을 뜸하게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내 주변엔 정말 친한 사람들 외에는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 사람들이 손가락에 꼽힌다는게 참 부끄럽다. 

아이들과 집에서 보낼때는 거의 우리 동네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없었다. 큰아이 유치원에 보내고나면서부터 집을 나서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기 시작한 것이 그러니까 3년전부터인 것 같다. 그렇게 인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가 인사를 나누게 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자연스러워지게 된 것 같다. 남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내 성격탓이 가장 크겠다. 친해지기까지 참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런데, 요새는 인사를 잘 하는 엄마들과는 금새 친해지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인사를 잘 하는 사람들은 풍기는 인상부터가 다르고, 아이들도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 한다. 인사 잘 하는 아이들, 얼마나 예쁜가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말 한마디가 있다. 힘들다고, 내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할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게으름이 한몫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하고자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노력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기 때문"(235쪽)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지런해야만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매번 나를 향해 부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큰 일을 이루기 위해 "목표, 결의, 용기, 신념, 투지 다섯 가지 요소"(237쪽)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도 공감한다. 다른 사람이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낼 수 있는 인내의 싹이 되어줄 거라는 말이 큰 힘이 된다. 

"다른 조건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한 열의가 있으면 지혜와 노력이 생겨나고 반드시 성공할 길이 열린다."(294쪽)는 말은 꼭 기억해두려고 한다. 열의만 있으면 지혜와 노력이 생겨나고 반드시 성공할 길이 열린다는 말이 내게는 희망의 메세지처럼 들린다. 매번 다짐만 하지 말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매일 매일 나를 키우는 공부에도 게으르지 말아야겠다. 매일 핑계거리를 만들지 말고, 나를 위한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 또 무수한 다짐이 생각난다. 이런 다짐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매일 옆에 이 책을 끼고 있어야겠다. 아무 쪽이나 펼치고 읽어도 줄줄이 옳은 말이니 아무 시간에나 내게 힘을 주는 말 한마디를 받아들여야겠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내 주변에서 열심히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분주하다. 아이들과 뒹구느라 바쁜 요즘, 남편도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모두 잘 될 것이라고, 모든 우리가 생각했던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무엇보다 성실한 남편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남편 일이 잘 풀려야 내 일도 술술 잘 풀려나가지 않을까. 몇달간 돈에 쪼들리는 생활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몇달만 참으면 남편이 자리를 잡아갈테고, 그럼 요 몇달의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닌게 될 것 같다. 분주한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 한권이 있어 다행스러운 날이었다. 나도, 남편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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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28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니아연대기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와요.
"너는 참 교육을 잘 받았구나. 사물의 좋은 점을 볼 줄 안다니."

이 동네에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막 넘쳐나는 사람들이 몇 있죠~^^

꿈꾸는섬 2011-02-28 15:32   좋아요 0 | URL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은 곳이죠.^^


프레이야 2011-02-28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긍정의 힘을 부여하는 사람, 타인에게도 그런 힘을 불어넣어주는 사람,
존경스럽지요. 좋은 글귀를 자꾸 읽고 스스로 주문을 거는 방법도 좋은 거 같아요.
잘 안 되는 한 사람 여기 있지요.^^
굿모닝 꿈섬님!

꿈꾸는섬 2011-02-28 15:3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좋은 글귀 자꾸 읽고 스스로 주문을 거는 방법을 써야겠어요.ㅎㅎ
나무꾼님 말씀대로 이곳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1-02-28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 좋은데요. "길은 잃어도 사람을 잃지 말라."
나두 그래야 할텐데,,,

그나저나 남편분께서 사업 준비로 바쁘시군요? 굉장히 굉장히 잘 되어, 초대박이 나기를 기원합니다!!
꿈섬님, 요즘 너무 뜸한거 아녜요? 크크, 자주 얼굴 좀 보여워염~

꿈꾸는섬 2011-02-28 15:34   좋아요 0 | URL
네, 제목부터 끌리죠.ㅎㅎ

남편따라 덩달아 바빠요. 아이들이랑 복작거리고 있어요. 3월 중순쯤 되어야 오전 시간이 자유로워지겠죠. 애들이랑 매일 바쁘게 살고 있어요. 다시 열심히 마실다닐게요.ㅎㅎ

비로그인 2011-03-0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긍정적인 마음의 조각을 얻고 갑니다.

역시나 처음이나 지금이나 꿈섬님은 한결 같으셔서.. 언제 들려도 좋습니다. ^^

꿈꾸는섬 2011-03-02 18:1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잘 지내셨죠? 요새 둘째 아이 입학 준비하느라 분주해요.
인터넷 쇼핑은 엄청 하고 있는데 알라딘엔 좀 뜸하네요.ㅎㅎ
다음에 시간내서 놀러갈게요.^^

따라쟁이 2011-03-0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하고 싶은 삶을 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그렇게 하려고 아마 열심히 하루를 사는 걸 지도 모르구요.
누군가에게 내가 멀리 있는 목표가 되기보단 손 끝의 호롱이 되어서 그 길을 계속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사람을 잃지 않으면 길도 보일것 같아요. 호롱같은 사람이 옆에 있어주면 길도 비춰줄 테니까..

음.. 꿈꾸는 섬님의 긍정적 글이 오늘은 길을 밝혀요^^

꿈꾸는섬 2011-03-03 16:13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잘 지내시죠?
오늘 현준이 유치원 진급식에 다녀왔어요. 애들이랑 보내다보니 하루가 무척 빨리 지나가요.
아이들 유치원 다 보내고나면 천천히 서재마실 다닐게요.^^

아이리시스 2011-03-0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꿈섬님.. 저 왔어요!
바쁘시다는 말 들어도, 걱정보다 제가 더 설레고 신나요. 아.. 봄이 오고 있어요.
힉교에 입학하는 아이와 한 살 더 커서 진급하는 아이는 얼마나 설레겠어요?^^
어제 새학기에 아이가 학교가기 싫어하면 무슨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새학기가 두렵고 무서워도 새로 바뀐다는 사실에 언제나 신났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인데 그동안 잊고 있었어요.

지혜로운 것과 좋은 엄마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준비하고 계시는 일, 하시는 일 모두모두 잘되실 거예요. 아자아자!^^

꿈꾸는섬 2011-03-07 14:38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잘 지내고 계시죠?
찬바람이 불어도 봄이 오고 있단 생각에 저도 막 신이나고 설레고 그래요.^^
저도 그 무슨 증후군 봤어요.ㅎㅎ요샌 모든게 다 병이에요.ㅎㅎ
작년엔 반이 바뀌고 적응 못해 엄청 울던 현준이가 갓 입학한 동생 챙기느라 의젓해요.ㅎㅎ
오늘 아이들 첫 등교하고 왔는데 둘다 많이 컸어요.ㅎㅎ
지혜로운,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집나간마음을찾습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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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른 중반을 훌쩍 넘겼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은데도 언젠가의 일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도 씁쓸하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은 나아가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며 시간을 보냈던 이십대를 생각하면 반짝반짝 빛이 났던 것도 같고, 우중충한 회색빛이 났던 것도 같은 그런 애매한 시간이 생각난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다 기억하지도 못하고 더러는 나는 기억하지만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그만큼 이십대의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게다가 내 맘대로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을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십대의 나는 미친듯이 방황하는 정신나간 사람이었다. 방탕한 생활은 물론 늘 집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집을 벗어나 살던 3년반의 생활만큼 홀가분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도 싶었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기어들어갔던 나를 생각하면 진정 집을 벗어나고 싶었던 적은 별로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넌 너라는 사람이 좋아? 맘에 들어?"라는 친구의 물음에/ 분명한 목소리로 "좋아!"라고 대답하는 내가 보인다./ 오늘 다시 그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프롤로그 중)

 
   

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분명한 목소리로 "좋아!"라고 답하지 못하고 불분명한 태도로 씩 웃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여태 나를 제대로 대접한 적이 없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의 태도라고나 할까. 그러니 나는 여태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채 지내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단 얘기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25쪽)  
   

 이 글을 읽는 순간 멈칫했다. 맞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날들은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술을 마시고,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지껄여대고, 한숨짓고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쓸데없는 하소연은 더 이상 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것, / 슬퍼도 참아야 하는 것, / 아파도 웃어야 하는 것.(27쪽)  
   

내게도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어른이라면 이렇고 저렇고 내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하고, 슬플땐 울어야 한다. 그것을 감춘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심을 감춘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마음을 있는 힘껏 동여매고 / 아무 일 없는 것 마냥 그렇게 웃는다.(35쪽) 

조금 덜 행복해도 괜찮으니 /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45쪽)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 마음의 나사를 헐겁게 풀어놓으면 / 욕심이 과해 부대끼던 많은 일들이 저절로 잘 되어간다. / 그것이 인생의 진실이자 아이러니다.(53쪽)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 10년 후의 나는 또 어떤 생각으로 /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 어느 나이를 살든, 생각은 늙지 않고 / 여유와 관록만으로 빛이 났으면 좋겠다.(59쪽) 

나의 상처와 마주하는 것, / 호~ 입김을 불어주고 연고를 발라주고 /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으로 나는 비로소 성장한다. /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 흉터는 남았어도 아픔은 지나갔다는 것이다.(63쪽) 

 
   

음악프로그램의 시나리오 작가인 이 에세이의 저자는 작사가이기도 하단다.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듯, 그녀의 마음을 읽어간다. "어느 나이를 살든, 생각은 늙지 않고/ 여유와 관록만으로 빛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글이 이제 막 서른으로 접어든 풋내기의 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연애란 / 오늘은 /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헤어지지 했다가 / 내일은 / 이런 애랑 어떻게 계속 만나지 하는 것.(105쪽)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만큼 쉽지 않은 일이 또 있을까? 너무 좋다고 만났다가도 어느날에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화 한통으로 결별을 말하는 그런 사랑도 있다. 그 어느 순간엔 좋아서 어쩔줄 몰랐는데 말이다. 그때의 상처가 고스란히 떠오르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아프지 않다. 상처가 생겼던 그 순간 나는 어느새 성장했다. 

   
 

 그랬다. 너의 인생과 나의 인생 모두/ 마음에 안 드는 것들 투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럭저럭 잔잔하게 흘러간 것 같다./ 소행성 B612에서 내려다보면 오늘 나의 이 혼잡함들은 /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어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215쪽) 

오랜만의 휴식으로 마음에 쉼표를 찍은 날. / 나는 비로소 숨을 쉰다.(243쪽) 

이 세상에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 지금의 견고한 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247쪽)

 
   

 인생은 참 살아볼만하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듯 흘러왔던 시간들 속 어느 순간 순간들은 반짝 반짝 빛이 났을테고, 그것을 나 혼자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그 순간들은 언제나 내 기억 속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이 세상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이 세상 그냥 그렇게 살아온 날은 없는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이고, 앞으로의 나일테니까 말이다.  

 나보다 어린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녀의 생각에 공감을 표한다. 그렇게 산다는 것은 어느 나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서만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에게 인생을 배우고 삶을 생각한다. 또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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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2-1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 라고 저는 말하지 못했는데 다들 지나고나면 그 순간들이 아쉬운가 봐요.
저도 아쉬운 게 많은데 그 중 제일 큰 것은,
정말 예뻤을 때에 내가 얼마나 예쁜지 몰랐던 거예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는데,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정작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거예요, 흑흑.

꿈섬님은 지금 너무 따뜻하고, 온기있고, 다정하고 그렇잖아요.
지나간 20대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정말 그래요.^^

꿈꾸는섬 2011-02-15 10:24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댓글보면서 왜 눈시울이 붉어질까요?
저도 그땐 제가 얼마나 반짝반짝 빛이났는지 잘 몰랐어요. 지나고보니 그때가 참 좋았던 걸 아는거죠.
아이리시스님은 남은 이십대를 아름답고 알차게 보내고 계시잖아요. 아이리시스님 서재에 갈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제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착각도 한답니다.
매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워요.^^

blanca 2011-02-1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따금씩 밤에 자기 전 스무 살을 생각해요.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얼마나 찬연한 시간들이었는지. 그냥 그대로 행복한 거였는데 너무 욕심이 많았어요. 왜 항상 깨들음은 늦게 올까요...

꿈꾸는섬 2011-02-15 22:48   좋아요 0 | URL
ㅎㅎ늦은 깨달음이라도 오니 다행이지 싶어요.^^

따라쟁이 2011-02-1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나간 마음이 돌아와야 느껴지는 감정들이니까, 마음이 집을 비웠을때는 그때가 얼마나 좋은건지 잘 모르는건 아닌가.. 뭐.. 이런생각들이 드네요^^ 저는 학창시절이 늘 그리워요. 그때는 저도 반짝 거렸던것 같은데 말이죠 ^^

꿈꾸는섬 2011-02-15 22:49   좋아요 0 | URL
ㅎㅎ집 나간 마음이 돌아와야 느껴지는 감정들, 역시 따라님^^, 우린 늘 언제나 반짝거리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재에도 우린 반짝이고 있잖아요.^^

다이조부 2011-02-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시공사 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구입을 주저하게 되네요~ 으음

꿈꾸는섬 2011-02-17 00:49   좋아요 0 | URL
ㅎㅎ 시공사 책에 주저하시는 분들 참 많아요. 근데 시공사 책은 믿을 수 있다고 믿는 분들도 꽤 되더라구요.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긴 하더라구요.
전 알라딘에서 신간평가단 도서로 보내주신거에요.ㅎㅎ
다이조부님은 멋지게 30대를 맞이하셨으니 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02-1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공사책이었어요? 출판사를 가리진 않지만 저도 모르게 멈칫하긴 하더라구요.
저는 이벤트로 받은 책이나 서평도서 중에 시공사책 엄청 많아요,ㅋㅋㅋ
책이 무슨 죈가요, 다이조부님, 아하하.

꿈꾸는섬 2011-02-17 00:50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사실 책 받아들고 시공사네 했거든요.ㅋㅋ
저도 이 책은 서평도서로 받았어요. 사실 시공사가 좋은 책을 많이 출판하긴 하잖아요. 그래도 다이조부님 같은 분이 계셔서 마음이 흐뭇해요. 그렇죠. 아이리시스님.ㅎㅎ

마녀고양이 2011-02-16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문구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 하네요. 정말 좋은 문구예요. 멈칫멈칫 다시 보게 될 정도로요.
인용하신 글귀마다 모두 반짝거리네요. 인생은 살아볼만하다는 꿈섬님 말씀에,
감기로 아직도 골골거리는 오늘 저녁 힘을 얻어봅니다........... 해브 어 굿 나잇~

꿈꾸는섬 2011-02-17 00:5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문구에 마음이 많이 끌렸어요. 스무살 청춘의 선연한 아름다움이 베어 있는 책이에요.
근데 정말 인생은 살아볼만하잖아요. 10대, 20대, 30대, 모두 나름 참 재밌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자칫 20대에 자살이라도 했다면 30대의 소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할 거 아니에요. 마고님은 어느새 40대(?)죠? 40대도 참 살아볼만 하지요.
감기가 얼른 낫길....기합을 불어 넣겠어요.ㅎㅎ 얍!
 
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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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그냥'이라는 대답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는 애타게 살고 싶은 오늘일 수 있는 그날을 내가 살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기 시작한지 한참만에야 이 책을 다 읽었다. 조금은 거친 문장들에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그녀 나름의 쿨함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건 문장들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고, 또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 마음이 비뚤어진 것 같다. 이 책 한권을 읽고 그녀에 대해 왜 이리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는 언니의 준비물을 준비하러 간 놀이터에서 만난 오빠에게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울고 왔다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지를 알면서도 그녀를 다독이며 안아주고,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주절주절 끊임없이 말을 하셨다는 아버지가 있었다는 사실에서부터 그녀에게 상처는 혼혈이라는 것 하나뿐인 것만 같았다. 무역업을 하신 아버지는 경제력으로 무능하지 않으셨을 것 같고,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어머니는 교육에 무지하지 않으셨을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에게 식사예절과 파티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이것이야말로 없이 살았던 사람들에겐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를 생각했다. 

우리 나라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그녀의 어린시절처럼 부유하게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지금이나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었지, 그녀가 살았던 그 시절 해외여행이란 쉽지 않았을텐데, 그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여행을 즐기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신도 여행을 즐기며 산단다. 처음엔 '구름투어'라는 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읽다보니 내겐 뜬구름잡는 이야기로만 들리는 건 뭐냔 말이다.  

   
  내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당연히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내 군단들에게 격식이 있는 파티문화를 제대로 알려주고, 배우게끔 하기 위해서다. (중략) 나는 이들이 제대로 된 파티의 시작과 끝을 배우기를 원한다. 파티를 열거나 초대받았을 때,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준비해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이다. (중략) 처음엔 칼질도 제대로 못하던 애들이었지만, 지그믄 꽤 큰 파티도 스스로들 준비해서 손님들을 접대할 줄 안다.(181쪽중)  
   

 자신은 큰 뜻을 품고 가르쳤다고 하는데, 칼질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이 슬퍼했다. 우리 부모 중 누구도 서양의 파티 문화를 제대로 알고 계신 분이 안 계셨으니 말이다. 게다가 나는 이런 파티를 아직까지도 접해보지 못했다. 또, 그녀의 서양우월주의가 느껴져 울컥했던 것도 같다.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꿈과 열정, 노력만으로 이루지 못하는 배경의 벽을 느끼고 또 느낀다. 그녀는 단지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그냥'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그녀가 멋지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그녀가 나오는 '남자의 자격'을 보았다. 30명의 단원을 이끌고 가는 그녀의 힘을,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각각이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울림으로 내 가슴을 두드렸으니 말이다. 그녀의 압도적인 지휘 아래 단원들이 변화하는 것을 나도 보았으니 말이다. 거제도에서 열린 합창대회편을 보고 나도 함께 눈물이 나려고 했으니 말이다.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일들이 있다. 집에 도둑이 들고 불이 나도, 자식이 아프거나 다쳐도, 할머니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공연을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마음으로 큰일 있어도 공연이 끝난 후에야 돌아가신 부모님께 달려가 펑펑 울어야 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야 병원으로 달려가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207쪽)  
   

그녀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연은 올려져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난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난 집에서 아이 키우며 살림이나 하며 살고 있는가 보다. 내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상상만으로도 난 벌써 눈물이 핑 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이가 병원에서 앓고 있는 상황에 나라면 절대 공연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준비없이 진행하는 것은무모하고 여행의 어디쯤에서 실패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한번쯤은 준비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 채,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걸 보고, 느끼고, 재지 않고 박장대소하는 여행. 해볼 만하다.(252~253쪽)  
   

 그녀는 정말이지 도전적이고 모험적이다. 자유를 만끽할줄 아는 여행가이며 낭만자이다. 그런 그녀와 여행은 한번쯤 떠나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지금, 현재, 내 삶의 모습이야말로 '그냥'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녀가 '그냥'이라는 말로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정말이지 너무 얄밉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은 특별한 기회들을 그녀 스스로 잘 활용했기에 지금의 그녀가 되었을테니까 말이다.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스스로 즐기며 멋지게 해내는 그녀는 정말 멋진 음악 감독이다. 그녀의 멋진 삶에 그만 배 아파해야겠다. 지금의 그녀가 되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겠다. 그런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어느것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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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1-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녀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좋았거든요.
물론 이 글을 통해 그녀가 싫어진 건 아니지만 알아보고 어떤점이 좋은지를 나 스스로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알고 좋아하는 것과 모르면서 그냥 좋아하는 건 다르잖아요.

꿈꾸는섬 2011-01-24 07:05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저도 그냥 좋았던 걸요.
저도 그녀가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부러워요. 질투가 나요. 그런 인생의 기회는 아무나에게 오는 건 아니잖아요.

blanca 2011-01-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저도 이 책을 읽었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동감해요....

꿈꾸는섬 2011-01-24 07:06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저 이 글 쓰면서 박칼린저자에게 미안했어요. 그녀의 인생을 제 맘대로 부정적으로 보는게 말이에요. 그런데도 배가 아픈 건 사실이에요.

순오기 2011-01-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그녀가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게 확실한 차별화를 가져오죠.
그런 환경 조건은 부모로부터 '그냥' 온 게 분명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자신이 만들어 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녀는 싱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니까, 남편 자식 있는 우리는 그녀가 모르는 세계를 누리고 있으니 배 아파하지 말자고요. 그녀도 때론 가족과 알콩달콩 사는 우리가 부러울지 모르니 피장파장일지도.^^

꿈꾸는섬 2011-01-24 07: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환경을 제공할 자신도 사실 없어요. 그래서 더 많이 배가 아픈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저도 인정해요. 그녀가 멋지다는 것도 알고요. 그래서 그녀에게 더 질투가 나는가봐요. 그녀가 모르는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위안이 되긴 하겠어요. 역시 순오기님^^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1-01-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나두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역시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가봐요. 나랑 받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리뷰였어요.

꿈섬님의 리뷰로 인해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읽어야겠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

꿈꾸는섬 2011-01-24 07:0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이 책의 리뷰가 대부분 그녀가 너무 멋지다고 하니까 더 배가 아팠던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님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 궁금해지네요.

같은하늘 2011-01-2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읽기 전에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려서 많은 아픔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완벽하게 커버해줄 환경이 조성되어 있더라구요. 전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온 그녀의 모습만 보기로 했어요.^^

근데... 꿈섬님 주소변동 없으시죠? 책 날아 갑니다.

꿈꾸는섬 2011-01-24 07:10   좋아요 0 | URL
열심히 노력해온 그녀, 정말 멋지죠.^^
아, 저에게도 책이 오는군요. 고맙습니다.

2011-01-24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에 연재할 당시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꽁지작가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라니 귀가 더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고, 꽁지작가의 술술 써내려간 글들이 각각의 인물의 개성을 살려주니 인물들의 대한 궁금중이 더 커져 갔다.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마치 옆집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만큼 글이 진솔하다. 버들치시인과 낙장불입시인 그리고 그 주변의 최도사, 고알피엠여사 심지어 스님들의 일화는 어느 하나 재미없는 이야기가 없다. 재미만 있다고 얘기한다면 지리산에 살고 계신 분들에 대한 오해인 것 같고, 그분들의 생활은 또다른 깨달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발적 가난, 편리한 것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절대 자발적 가난을 자처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지리산에 살고 있는 그분들은 돈을 떠나서, 도시의 바쁜 생활을 떠나서 살아가길 자처했다. 텃밭을 일구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조금 부러운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러움일뿐이다. 

'나무를 심는 사람'편을 읽다가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부지 생각에 세상은 바뀐다. 낭구라 카는 거는 10년 멀리 내다보는 기 아이라, 20년 30년을 내다보는 기라. 아부지가 지난해에 밤을 심었는데 이제는 매화낭구를 심어 매실을 얻을 끼고 그 담엔 차를 심을 끼라. 그라믄 차를 따겠제. 지금 마을 사람들이 아부지 낭구 심는 거 보고 뭐라 캐도 너거는 신경 쓰지 말그래이. 봐라, 아부지가 매일 낭구를 심으믄 아부지가 죽기 전에 가져갈 것은 실은 아무것도 엄다 그러나 너거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여기서 수많은 것들을 얻을 끼고 너거들이 낳은 아그들, 그러니까 내 손주들대에는 이 산의 나무마 가지고도 그냥 살 날이 올기다. 아비의 생각은 마 그렇다."

 
   

 평생 농사만 짓던 사람이 국립공원 주차장터로 땅을 넘겨주고 관광지의 상가가 아닌 산을 받았고, 열심히 나무를 심었다는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10년 앞을 내다봐야한다며 오히려 그를 보고 웃었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다. 하지만 결국 민둥산은 나무로 푸르러졌고, 그분의 자식들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아버지가 심었던 나무들을 가지고 생계를 꾸려나가게 되었다. 아흔이 다되가는 지금도 자식들을 챙긴다는 그분의 쪽지를 읽다가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너거 누나 갇다조라" 

"정란니 세비돈 조라" 

"불국사에서 사온기다 달여무그면 조타" 

"사소한 것 신경 쓰지 말고 너거들 자유롭게 살아라. 내는 밥 먹고 국 데워 먹으믄 된다" 

"바람 차다 목에 수건 둘러라"

 
   

'오래된 고목보다 더 크고 무성한, 참으로 위대한 모습'이라고 꽁지작가가 써내려갔다. 아버지의 세심한 마음에 나는 눈물을 쏟았다. 

오체투지순례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개발이기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도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파헤쳐진 산들을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다만 그 도로를 이용하며 편리하다고만 생각했고, 그 길이 생겨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개발을 해야 이런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부끄러운 생각이다. 조금 불편하게 살 필요가 있는데 우린 너무 편리한 것, 빠른 것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것 같다. 개발로 인한 폐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지리산을 두번 등반한적이 있었다. 천왕봉에 올랐지만 일출은 본적이 없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 언젠가 다시 찾아가 일출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리산에 매혹당했던 대학선배는 매해 꾸준히 지리산을 찾는다고 들었다. 그를 따라 처음 지리산을 갔을때를 생각하면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면서도 산에 대해 매료되었던 건 사실이다. 꾸준히 힘든 산행이 아니라 힘들기도 했지만 좋기도 했고, 산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계곡물은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지리산을 생각하면 그때의 아련한 추억들이 떠올라 늘 좋게 기억된다. 그런 그곳에 도시 사람들에게 느낄 수 없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초반엔 매일 술만 마시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공부도 하고 노래도 하고 술도 마신다.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진다.

지리산 행복학교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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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쪽지를 읽는 순간... 제 마음에서 뜨거운게 올라오네요.
꿈섬님두 그랬어요?

아, 산에 가구 싶다.. 조금 싸늘해도 눈 쌓인 산 좋을건데.
현준이 현수에게 정신없는 우리 꿈섬님, 행복한 주말~
멋진 리뷰 감사드려요.

꿈꾸는섬 2011-01-08 12:17   좋아요 0 | URL
그쵸. 정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더라구요.

지리산에 가고 싶어요.
마녀고양이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순오기 2011-01-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두고 아직 안 읽었어요~ 신문에 연재할 때 종종 봤거든요.
공지영 작가도 나이 먹으니 진솔한 글쓰기로 둥글둥글한 세상을 알게 해주죠.
지리산 행복학교도 지리산 둘레길도 가보고 싶어요. 우리 같이 가면 좋겠지요~~~~ ^^

꿈꾸는섬 2011-01-08 13:19   좋아요 0 | URL
와~~정말 같이 가고 싶어요.^^
가실때 저도 좀 불러 주세요.

양철나무꾼 2011-01-0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것 신경 쓰지 말고 너거들 자유롭게 살아라. 내는 밥 먹고 국 데워 먹으믄 된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건지, 원~ㅠ.ㅠ

얼마전 공지영 인터뷰를 들었는데, 자유로운 영혼 같아 부러웠거든요.
이게 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인가 보군요~!!!

우리 나중에 같이 가면 좋겠다, 그쵸~?^^

꿈꾸는섬 2011-01-08 23:25   좋아요 0 | URL
공지영작가 아버님의 쪽지가 아니라 지리산에 살고 계신 분의 이야기였어요.
물론 공지영작가 아버님도 자식을 많이 위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어요. 공지영작가 아픔 겪을때도 아무 말씀없이 묵묵히 기다려주셨었대요.
양철나무꾼님, 순오기님이랑 다같이 지리산 행복학교에 가면 정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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