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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의 골프 -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18명의 인생 수업
밥 미첼 지음, 김성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18명의 인생 수업>이라는 부제를 보고 뭘까?했다. 그리고 난 골프를 전혀 모른다. 박세리, 미셀위 등 유명한 골프 스타들의 이름 몇자만 알고 있을뿐인 내게 낯설것만 같았던 이 책은 골프에 대한 또다른 재미를 알게 해 주었다.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주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스토리와 구성을 갖추었다. 어느날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주인공이 병원으로 실려가 수술을 받는다. 수술실 천장에 나타난 하느님은 그에게 골프 경기에서 이기면 생명을 연장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는 살기 위해 그 게임에 참여한다. 18홀 매치플레이(18홀중 10홀을 먼저 이기면 승리), 만약 비기면 서든데스(연장1홀)로 간다. 운을 하늘에 맡기고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건 게임이 된 것이다.  

엘리엇은 하느님과의 경기를 생각한다.  

"대단해! 내가 하느님하고 골프로 '맞짱'을 뜨다니!" 

하지만 하느님은 매 홀마다 각각 다른 사람들을 내려 보내고 엘리엇은 그들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윌리엄 클로드 더켄필드(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작가), 모세, 존 레논, 프로이트, 애드거 앨런 포, 소크라테스, 잔다르크, 그랜트랜드 라이스, 메릴린 먼로, 피카소, 링컨, 베토벤, 셰익스피어, 조지 허먼 루스, 콜럼버스, 간디, 벤 호건 18명은 엘리엇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각각의 인생 수업은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며 흥미로웠다. 그들을 통해 엘리엇이 성장했고, 또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너무 멋지다. 

내가 만약 생사의 기로에 서서 하느님에게 삶의 기회를 얻고자 골프를 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도 즐거웠다. 나는 어떤 인물들을 만날까? 어린시절 감동 받으며 읽었던 위인전의 인물들이 경기장에 들어와 서 있을까? 라는 생각만으로도 정말 즐거웠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나 시인들과의 게임은 어떨까? 작가의 즐거운 상상력이 빚어낸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골프를 알던 모르던 함께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홀, 즉 첫번째 테스트에서 자신이 평생 동안 맞서왔던 바로 그 문제 때문에 실패한 것은 아닐까? 엘리엇은 항상 생각과 행동사이의 괴리로 고민하고 있었다. 평소의 엘리엇은 지나치게 생각만 많을뿐, 정작 실천하지 않는 햄릿 같은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샷에서는 생각하는 것마저도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는가?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행동하지 않았는가?  

골프가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주다니 참 이상한 일이었다.(46쪽)

 
   
   
  맞아! 실력이 문제가 아니야. 승패가 중요한 것도 아니지. 바로 그거야......즐기는 것! 코스에서 존은 얼마나 즐거워 보였어? 팔짝대고 깡총거리고 흥얼거리고 노래하고 미소 짓고 깔깔대고......매순간을 마음껏 즐겼잖아! 시합에 열을 올리는 동안 내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었는지 이제 확실히 깨달았어. 존은 얼마나 즐거워 보였던지! 얼마나 태평스럽고 천진난만했는지! (94쪽)  
   
   
  골프는 아주 대단한 게임이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아니 내려야만 하는 유일한 경기이니까. 매 순간 신체적인 능력과 정신적인 능력을 시험할 뿐만 아니라 사람 됨됨이까지 시험하는 유일한 경기이니까.(208쪽)  
   
 
   
  지금까지 다양한 상대에게 어떤 교훈과 영감을 얻었는지 되돌아보았다. 다 빈치는 독창성과 결단력을 갖추라고, 렌논은 즐겁게 살라고, 먼로는 신중하라고, 피카소는 자신을 믿으라고, 베토벤은 열정을 가지라고, 그리고 방금 콜롬버스는 이런 교훈을 남기고 떠났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라!(265쪽)  
   
   
  골프에서나 인생에서나 부드러움에서 나오는 힘이 있어요. 인내를 통해 성과를 이룰 수 있고, 양보를 하며 앞으로 나아가지요. 극기를 통해서 열매를 얻습니다. 금욕으로 충만함을 얻고, 타협을 통해 이득을 얻으며, 겸손함으로 승리를 얻고, 희생을 통해 보상을 받게 됩니다. 용서, 친절, 무욕, 사랑 같은 바른 행위를 하게 되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골프에 몸과 마음을 다 벼쳐 전념하고 저기 놓여 있는 저 작은 볼을 잘 다루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271~272쪽)  
   
   
  지금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잊지 말게. 통증은 고통스러운 것이긴 하지만 그건 가혹한 시련을 이겨내고 살아 있다는 걸 자네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것이네.(304쪽)  
   

손에 땀을 쥐게 하는 18홀의 경기가 비기고 결국 서든데스까지 가서 하느님과 정말 맞짱을 뜨게 된 엘리엇, 그의 마지막 공이 홀에 들어가지 않고 걸려 있다. 그래도 그를 살리신 하느님, 그의 노력의 댓가를 안겨주셨다. 결국 그리 되겠지라는 추측에 실망할 수도 있었겠지만 골프든 인생이든 노력한자의 것이라는 결론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의 내 삶도 노력하는 삶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도 더불어 했다. 

골프에 대한 낯설음때문에 읽기가 망설여졌던 책이지만 골프가 인생과 너무도 많이 닮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도 죽기전에 골프를 배워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나의 인생을 걸고 하느님과 골프를 한판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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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1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할까봐...그만 둔 1인.

꿈꾸는섬 2010-06-10 17:26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정말 흥미롭군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06-1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골프를 스포츠라고 생각하나 본데,
프로가 아니구서야 우리가 하는 골프는 게임이나 비지니스지 스포츠는 아니죠~^^

꿈꾸는섬 2010-06-10 17:27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스포츠가 아니라 비지니스...이건 우리나라 현실인건가요? 책을 읽고는 너무 흥미롭더라구요. 배워보고 싶어요.^^
 
<오픈 유어 마인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Open Your Mind 오픈 유어 마인드 -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행복명언
이화승 엮음 / 빅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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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목표에 도달하는 것에는 네 가지 주된 요소가 있다. 

 (1) 목표 그 자체인 목적  

(2) 그 목표에 도달하려 애쓰는 주체인 사람  

(3) 목표에 도달하려 노력하는 행동, 그리고  

(4) 목표에 도달한 뒤 당신의 위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 네 가지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목적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그리는 자아상과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리하여 자신이 그 목적에 달성할 가치가 있다고 믿지 않으면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이 그 목표에 도달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으면 사소한 행동조차도 큰 결과를 가져다준다. 

난 요새도 뭔가를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지금 내 나이, 내 처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스러울때도 있지만 난 늘 그 무언가를 해내게 될 것 같다는 꿈을 꾼다. 

꿈을 꾸는 나 자신이 가끔 우습게 여겨질때도 물론 있다. 헛된 노력들조차 하지 않으며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꿈꾸고 있는 것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그 길목마다 나를 키우는 그 무언가가 잠재되어 있을거라고 믿는다.  

나를 키워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아직도 방황하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는 이루게 될 꿈에 사소한 것들 하나 하나가 소중하단 생각을 다시 일깨워준 구절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나를 향해 걸어가보자는 생각을 다시 한다. 내가 걸어가야하는 길들 어느 곳에선가 나를 도착지로 이끌어갈 작은 화살표하나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테니까 말이다. 

------------------------------------------------------------------------------------------이 책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구절 구절 생각하며 긴 시간 읽었었다. 물론 그림들, 사진들 모두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었다. 한가지 아쉽다면 그림과 사진의 출처를 밝혀주었다면 좋았겠단 생각을 잠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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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싱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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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SF소설은 처음이다. SF라고는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현재의 무분별한 사회가 암울한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를 생각하게 한다. 파란 하늘, 자연히 불어오는 바람, 나뭇잎들이 부딪치며 내는 간지러운 소리들, 꽃향기,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이런 것들을 직접 보지도 듣지도 못한채 살아가는 미래 사회의 삶은 얼마나 재미없고 피폐하고 우울할까? 생기발랄한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의 의미를 새기기도 하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을 볼 수 있는 현재의 사회가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되면 이 소설처럼 컴퓨터 홀로그램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사회로 변화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끔찍할 것 같다. 

자연을 직접 느끼며 숨쉬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만 할 것 같다.  

과학의 끊임없는 발전으로 더 오래 살아가는 미래의 사회는 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지상의 삶을 영위할 수 없어 지하세계로 들어가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자손들. 그들에게 삶, 인생의 의미가 있겠는가 말이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환경도 함께 지켜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지하의 안전한 세계, 시안에 살고 있는 미마. 그의 친구 부건과 다흡 그리고 시안의 시민이 아닌 난민촌에서 살고 있는 쿠게오와 헤이베이, 신아마존 동굴에 사는 칸. 미래 사회의 인물들도 각기 나름의 계급화 되어 있으니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권력층의 힘은 막강하며 언론과 경찰들의 횡포도 여전하다. 다만, 싱커라는 게임을 통해 아마존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는 다시 지상의 세계를 꿈꾸게 만드는 열정이 생겨난다. 동물들의 본능을 다시 일깨우며 사람에게도 나름의 면역체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싱커를 통해 아이들의 인식세계가 넓어졌다. 자연을 통해 아이들이 자라났다고 봐야겠다.  

바이오옥토퍼스사의 음모를 밝혀내는 미마와 부건의 활약은 흥미롭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했다. 

지하의 안전한 세계가 신아마존을 부수기 위해 투입한 사람들에 의해 역으로 공격을 당하게 되고 결국 시안의 비상 대피 시설을 통해 지상으로 나온 아이들, 처음엔 차가운 공기에 당황했을지도 모르지만 파란 하늘 노랗고 둥근 해를 받으며 그 아이들의 몸과 마음도 함께 자라나지 않았을까 싶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미래의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했지만 실상은 현재 우리 아이들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동조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쓰고 함께 무언가를 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기적인 사회에 이기적인 어른들의 결정이 오히려 아름답지 못한 미래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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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3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 문학상 수상작이라 보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환타지나 SF를 좋아하지 않아서...^^

꿈꾸는섬 2010-07-31 12:2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재밌게 읽으실 것 같은데요.(근데 이 댓글을 왜 이제야 봤을까요?)

희망찬샘 2010-07-31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커 찾았네요. ㅎㅎㅎ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겠지요?

꿈꾸는섬 2010-07-31 12:20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마 샘님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숨비소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제주도는 내가 사랑하는 섬이다. 육지에 살고 있는 나에게 바다는 경이로운 대상이다. 숨막힐 듯 갑갑한 일상을 벗어버리기 위해 가끔 바다를 보러 떠나기도 한다. 동해, 서해, 남해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 제주도의 바다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아름답다. 어느 곳으로 가도 바다를 만나게 되는 제주도는 내게 더 많은 위안을 준다. 삶의 여유가 있다면 종종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니 제주도에 대한 동경은 더 클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는 만덕할망의 이야기는 요새 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고 또 다른 소설로도 나와 있다. 그 중 내가 본 것은 <숨비소리>뿐이다. <숨비소리>에서 그려내고 있는 만덕할망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만이 아니라 청소년 어른들까지 모두 읽어두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게 하였다. 

열두살의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오빠들과도 헤어져 살게 된 만덕, 관기를 하면서 모은 돈과 수양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돈으로 제주의 거상을 꿈꾼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상인이 아니라 제주의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인이 되려고 한다. 고병기라는 악덕 상인에 맞서 정도(正道)를 걸으며 거래를 하는 만덕의 상도는 요즘 기업인들이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삼킨 수많은 넋들에 대한 슬픔과 아픔까지도 고스란히 느껴지게 만드는 이 책은 제주의 살아 있는 숨결을 느끼게 한다. 

   
 

 "만덕아....... 고난은 행복의 시작이요, 행복은 고난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느니라. 현실이 고통스럽다고 좌절할 필요 없으며, 바랄 나위 없이 행복한 때일수록 고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잊지 말고 이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알았지?(37쪽)

 
   

틈틈이 들려주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만덕이 외로운 처지에 놓였을때에도 힘을 주었을 것이다. 

   
  만덕은 제주 거상들의 매점매석이 얼마나 극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중략) 그들의 욕심 때문에 피를 보는 것은 늘 제주의 가난한 백성이었다. 만덕은 기왕지사 상인이 될 바에는 거상들의 매점매석을 근절시키고 백성의 삶을 위하는 참 상인이 되어야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167쪽)  
   

 좀 더 어릴때 이런 구절이 담긴 책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큰 사람이 되는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남다른 꿈을 품고 사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거상이 되어 제주 땅을 벗어나 온 천지를 맘껏 활보하고 싶어요. 돈이 없어, 갈 곳이 없어 궁상맞게 눈물이나 짜내는 생활은 이제 싫어요. 조선의 여자는 너무나도 슬픈 존재들이에요. 게다가 우리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제주 땅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잖아요. 조선 여자로 태어나 상인이 되기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얘긴지 알아요. 하지만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바늘구멍만 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이 옳아요. 여자도 사람이잖아요.(172쪽)  
   

조선시대, 이런 생각을 품은 여자가 있었다니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가. 지금도 우린 여자라는 이름으로 작은 꿈만 꾸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이라도 더 큰 꿈을 꾸라고 독려해주고 싶다. 

조선시대 제주도의 인구가 적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륙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것을 깨고 육지로 나와 임금이 계신 한양과 금강산을 둘러 본 최초의 여자가 되었다는 구절은 또 얼마나 가슴 뭉쿨하게 했는지 모른다.  

   
 

당장 큰 변화가 오지 않겠지만 물꼬를 텄다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일은 언제나 시작이 어려운 법 아니던가.(278쪽)

 
   

 역사의 한부분을 소설로 만나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그때 그 시절의 아픔과 슬픔, 그 시절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번 제주 여행은 아마도 <숨비소리> 김만덕 역사탐방 올레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목 관아, 동문시장, 만덕 객주 터, 건입포구, 만덕관을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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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5-03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2권짜리 김만덕 소설을 나중에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관심가는 조선의 거상 김만덕이에요.^^

꿈꾸는섬 2010-05-04 00:36   좋아요 0 | URL
김만덕의 이야기는 무엇으로든 읽어두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2권짜리 소설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겠네요.^^
 
-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절판


영원할 것처럼 번성하였지만 하루아침에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린 도시들....... 터키 케코바 반도의 시메나......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지중해로 가라앉아버린 도시. 시메나는 물속에 그 흔적이 여전히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벽, 돌담, 거리, 계단......물속에 가라앉은 도시의 거리는, 물결의 일렁거림에 따라 일그러져 보인다. 시메나의 시민들이 살았을 집들은 물고기들의 서식처가 되었다.

그리고 일만오천 년에서 팔천 년 전에 대륙 빙하가 녹아내리는 바람에 수면이 백이십 미터나 상승해 물속에 가라앉은 도시도 있다. 천년 전 물속에 가라앉은 메노우티스와 헤라클레이온.

그리고 1.5미터에 달하는 검은 이시스의 여신상.

물속에서 채 허물어지지 않고 서 있는 고대 도시의 벽......버뮤다의 수중 피라미드와 바하마제도의 해저 건축물들....... 일본 요나구니 섬 해저에서 발견된 상형문자.
-273쪽

태양을 숭배했던 무 대륙. 문학과 예술과 공예기술과 기계술이 번성했던 무 대륙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그리고 너무도 순식간에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오만년 전에 존재했던 무 대륙은 일곱 개의 대도시로 나뉘어 있었으며, 육천사백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대리석으로 포장된 도로들이 격자 모양으로 짜여 도시와 마을을 원활하게 잇고 있었다. 무 대륙 사람들은 진취적이어서 배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식민지를 건설했다. 항구마다 식민지에서 탈취한 진귀한 물건을 실은 수십 척의 배가 들어왔다. 물의 심판이 있기 전에 무 대륙은 파도처럼 소용돌이쳤다. 사람들은 태양에 기도하며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용암이 사람들의 기도 소리에 뜨겁게 녹여버리며 하늘로 치솟았다. 무 대륙은 조각조각으로 갈라지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물은 무 대륙을 멸망에 들게 하며 치솟던 용암을 순식간에 잠재워버렸다. 육천사백만 명의 사람들과 격자무늬의 도로들, 문학과 예술과 공예기술과 기계술은 그렇게 물속으로 사라졌다.-273-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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