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는 인간생활의 기본토대이다. 환경에 맞게 의식주를 맞춰 개발해왔고, 의식주에 맞게 삶의 방식을 바꿔왔다. 음식 역시 문화, 환경의 기본 조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음식의 경우는 맛 위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 보인다. 아마도 사람들의 관심이 음식하면 맛이 떠오르기 때문일텐데 음식과 진화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음식을 익혀먹게 된 것이 진화의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이라는 과정을 통해 남녀의 역할 구분과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사이언스북스ㆍ1만7000원

"랭엄은 침팬지 연구자로 유명한 제인 구달의 학문적 후계자로, 인류의 진화를 자기 학문의 주제로 삼아왔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 진화의 결정적 요인이 바로 ‘요리’다. 인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바로 ‘불의 발견’인데, 이 불을 이용해 인간이 이룩해낸 가장 중요한 것이 불로 음식을 요리하는 ‘화식’의 발견이며, 이 화식이 인간의 모든 것을 바꿨다는 것이 ‘요리 본능 학설’이다. 랭엄은 이 요리 본능 학설을 이어받아 이 책으로 정리했다. 인간의 정의는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란 것이다. 인간 말고도 사회를 이루고 협동하는 동물도 있고,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도 있지만 불로 요리하는 동물은 오로지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책은 불로 음식을 익혀 먹는 화식이란 열쇳말을 통해 인간 진화의 역사를 탐구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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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지금 인류와 해부학적 특징이 거의 비슷한 ‘직립원인’이 나온 것은 ‘육식’ 덕분이었을 것으로 인류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전보다 뇌가 커지고 협동 사냥 능력이 발달한 덕분이었을 텐데 그러면 왜 구강구조는 약해졌을까? 그 근거가 화식이다. 음식을 익히면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늘어나고, 녹말이 젤라틴화되는 등 음식이 부드러워져 소화가 쉬워지며, 음식섭취에 들이는 에너지를 줄이는 동시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소화과정도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다. 화식 덕분에 내장이 작아진 인간은 대형 유인원에 견줘 하루 에너지 소모량의 10%를 절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활동에 투입할 시간과 능력을 얻게 되었고, 신체와 사회 모두 화식에 맞게 변했다는 점을 책은 역설한다. 침팬지의 경우 음식을 씹는 데 하루 6시간 정도를 소비하는데, 만약 인간도 날 음식만을 먹는다면 적어도 하루 5시간 이상을 음식을 씹으며 보낼 것이라고 랭엄은 말한다.

특히 화식이 인간 진화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부분으로 지은이는 뇌가 커진 점을 든다. 뇌는 인간의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하지만 소비하는 에너지양은 먹는 음식의 5분의 1에 이른다. 인간이 음식의 질을 높이는 화식 요리 문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은 구조로 진화한 덕분이란 가설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요리로 인해 남성과 여성 노동 사이에 분업과 차이가 생기면서 이게 하나의 문화로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장이다. 머나먼 옛날 불에 익힌 고기가 맛있다는 것을 깨달은 한 무리가 화식을 통해 직립원인으로 진화하고, 창자와 이빨이 작아지고 털은 사라지는 자연선택 과정을 거치며, 여성은 남성을 위해 음식을 요리하고, 남성은 고기와 꿀을 구하러 다닐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되며 남녀 결합이 새로운 중요성을 갖게 되었을 것이란 게 책의 결론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32.html 


경제학콘서트로 일상사례를 통해 경제이론을 설명했던 팀 하포드가 실패한 사례를 담은 책을 출간하였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진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읽을 만 할 것 같다. 다만 기업의 성공이나 실패사례가 너무 급변하고, 이런 종류의 책들이 미래를 이야기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다. 대신 과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혹은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해주는 만큼 미래는 독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팀 하포드의 책을 뒤지다 보니 The undercover economist라는 책이 눈에 띈다. 영문본으로 가지고 있는 책인데..)

어댑트
팀 하포드 지음·김유리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000원

"팀 하포드는 가계도를 연상케 하는 조직도를 그려놓고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열망할수록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단언한다. 그 사례로 이라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미군을 꼽았다. 베트남전에서 민심에 기반한 북베트남군의 게릴라 전술에 완패를 당했음에도 미군은 이라크에서 주민 지지를 얻는 데 소홀했다. 베트남전 때와 마찬가지로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이 잇따랐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믿었던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 등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이런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현장에서 올라온 각종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나대지 마라”며 묵살했다.

지은이는 수많은 변수들로 넘쳐나는 복잡한 현실에서 ‘완벽한 3중 안전장치’ ‘전지전능한 리더’ 따위의 환상은 도태를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나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그런 환상 때문에 생긴 실패다.

대신 그는 진화의 알고리즘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진화의 핵심은 ‘변이’와 ‘선택’이다. 진화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유전자의 교합을 통한 변이는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그 결과물 가운데 가장 최적의 생명체만이 살아남는다. 지은이는 이런 이유로 생명체나 기업은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진화는 필연적인 실패를 수반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실패의 교훈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실패의 교훈을 거부한다. 이는 우리 뇌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심지어 뇌는 실패마저 아름답게 기억하도록 편집해주는 보상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자신만의 갈라파고스 섬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갈라파고스섬은 대륙과 떨어져 있는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에 따라 부리가 달라지는 핀치새들처럼 병렬적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혁신과 함께 실패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록히드마틴이 1950년대 스컹크워크스(사무실이 냄새나는 플라스틱 공장 앞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라는 별도의 팀을 운영해 당시로는 파격적인 스텔스 전투기와 유2(U2) 정찰기를 고안해냈듯이 혁신은 늘 예상치 않은 곳에서 나온다. 구글은 ‘갈라파고스섬’을 회사 내부로 끌어들인 대표적 기업이다. 구글은 모든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20%를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할 수 있게 해주는 20% 시간의 법칙을 적용했다.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구글의 강점이 된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런 아이디어는 실패해도 회사 경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채택된 경우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3025.html 

           
 


대상 혹은 생각을 대변할 짧은 말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제품에서 부터 정보까지 넘쳐나는 시대에 짧은 말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일전에 읽은 '1초만에 읽는 메시지'라는 부제의 <스틱>이라는 책 역시 이런 점에 주목했던 책이다.

마이크로스타일
크리스토퍼 존슨 지음· 옮김/반비·1만5000원


"‘마이크로메시지’는 시인, 카피라이터, 네이미스트(상품이나 브랜드, 기업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짧은 언어를 가리킨다. 한 단어, 한 음절 같은 ‘문체의 원자’에 의미를 담고, 요리저리 뒤바꾸며 창조한 새로운 언어라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마이크로메시지를 활용하는 글쓰기 전략과 방식을 공식 글쓰기인 ‘빅스타일’에 빗대 ‘마이크로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마이크로스타일은 한순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신속하게 의사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짧은 메시지에 많은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저자는 마이크로스타일에서 “표현의 경제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언어적 관심의 경제학” “인터넷 시대의 수사학”이라고 정의한다. 또 마이크로스타일은 “일상 언어의 창조성, 구어로 쓰는 시의 토대”이다.

책의 줄기는 “우리 주변에 포진해 있는 작은 언어들의 다채로움”의 사례들이다. 저자는 마이크로스타일 사례와 여러 준칙을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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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단어 선택”도 원칙이다. 고대 영어에서 유래한 ‘Kiss’(키스)는 친숙하고 내밀하게 들린다. 라틴어에서 파생한 ‘osculate’(구강접촉)는 어떤가. 무감각적이고 의학적인 느낌의 단어다. 키스란 단어를 써야 할 때 구강접촉을 쓰는 일이야 봐줄 만하다. 리복이 1995년 내놓은 여성용 조깅화의 이름은 ‘Incubus’(인큐버스)다. 그런데 인큐버스는 중세 민담에서 잠들어 있는 여성을 강간하는 악마의 영혼을 뜻하는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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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펜티엄, 블랙베리를 작명한 렉시콘의 네이미스트이자 시카고대학의 언어학 교수다.

책은 재미있는 사례들로 넘쳐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언어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의미’ ‘소리’ ‘구조’ ‘사회적 맥락’의 네가지 층위에서 사례들을 분석한다. 영화 <에일리언>의 슬로건이었던 ‘우주에서 찍은 <죠스>’를 ‘개념혼합’이나 ‘심적공간이론’으로 설명하듯 언어학, 수사학, 심리학을 아우른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141934245&code=900308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청원>이라는 영화 소개를 보았다. 최고의 마술사에서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주인공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의 고통으로 그가 죽음을 원했다는 사실에 사회는 그를 위선자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반면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냐는 반론도 제기되는 영화였다. 영화와 연계될만한 책이 발간되었다. 사회적 현안을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내는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로 <안락사는 살인인가>인데,  <인종주의는 본성인가>와 더불어 소개되었다.


안락사는 살인인가
토니 호프 지음·김양중 옮김/한겨레출판·9800원 

"<안락사는 살인인가>는 안락사, 의료자원 분배, 정신질환자 강제치료, 환자에 대한 비밀유지 등 의료윤리 문제를 다룬다. 지은이 토니 호프는 영국 옥스퍼드대 의료윤리학 교수로, 친숙한 영화, 유명사건을 실마리로 복잡한 주제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안락사. 죽음을 앞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는 노인이 극심한 통증을 못이겨 의사한테 죽여달라고 요청한다. 의사는 이를 불쌍히 여겨 환자를 위한 행동이란 믿음으로 치사량의 약물을 주입해 사망케 한다.

의사는 유죄인가? 답은 ‘그렇다’다. 인공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상황에서 처치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달리 시술을 통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는 현실적으로 위법이다. 실제로 적극적인 안락사를 시행한 영국의 의사는 살인미수죄를 적용 받았다. 하지만 지은이는 ‘살인하지 말라’는 율법에 이의를 제기한다. 죽음이 당사자한테 이로울 수 있다면 적극적 안락사를 반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은 ‘안락사’ 대신 ‘존엄사’라는 용어를 쓰며, 소극적인 안락사까지는 법률이 아닌 판례로 인정하는 추세다.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알리 라탄시 지음·구정은 옮김/한겨레출판·9800원
 
<인종주의는 본성인가>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갈등의 원인을 짚어보고 인종주의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인종주의는 대체로 피부색으로써 우열을 구분짓고 자신과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것을 말한다. 지은이는 콜럼버스 이후 ‘이방인’을 금수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노예무역을 거치며 인종에 대한 편견이 굳어지고 민족주의가 이를 고착화했다고 말한다. 1960~70년대 인종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최근 세계경제가 악화돼 가난뱅이 유색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노골화하고 있다. 지은이는 인종주의가 비합리적인 일탈이 아니라 특수한 환경에서 성장해 마치 그것이 인류문화의 본질인 양 외피를 둘러쓰는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기초조사를 하면서도 기존의 인종분류에 따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인종주의적 관념의 틀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학이 아니라 문화적·정치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9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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