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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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여행의 재미

나는 저축하는 버릇을 버렸다. 큰 돈을 쓰며 하는 여행의 재미가 이 어리석은 생각을 뒤집었다. 여기서 나는 세 번째의 생활로 들어갔다. 실로 더 재미나고 절도 있는 생활로 끌려갔다. 그것은 소비가 수입과 맞아 가게 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한편이 더하고 어느 때는 다른 한편이 더하다. 그러나 두 가지 사이가 떨어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

내가 돈을 모을 때는 머지않아 쓸 데가 있다는 생각으로 저축한다. 더 가져도 소용없는 땅을 사려는 것이 아니라 쾌락을 사려는 것이다. "획득의 욕심이 없음은 재산이다. 사들이는 탐욕이 없음은 수입이다."(키케로) 나는 재산을 불릴 욕심이 전혀 없다. "부유의 과실은 풍부이며, 풍부의 규범은 만족이다."(키케로) 나는 당연히 인색해질 나이에 이 버릇을 고치게 된 것을 매우 고맙게 여긴다. 인색은 늙어서 모두 잘 걸리는 병으로, 인간의 모든 어리석은 수작 중에서 가장 꼴같잖은 일이기 때문이다. (75쪽)


 


예쁜 구두에 발 벗겨진 것은 남이 보지 못한다

옛말에 나오듯, 예쁜 구두에 발 벗겨진 것⑵은 남이 보지 못한다는 식으로, 그대 가정의 평화로운 질서를 꾸며 보이느라고 얼마나 힘이 드는가. 아마도 그 살림을 유지하기에 너무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1050쪽)

⑵ 플루타르크의 이야기, 한 로마 인이 예쁜 아이까지 낳아 준 미모의 아내를 내쫓았다고 친구들이 책망하자 "이 구두는 새롭고 예쁘지 않은가? 그러나 그 때문에 내 발이 벗겨진 것을 그대들 중에는 아는 사람이 없네"라고 대답하였다.




수입의 계산에서가 아니고 각자의 생활 방식과 교양으로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거든, 빈곤에 앞장서 비용을 삭감하기 위해 줄곧 달음질쳐 보라. 이것이, 그리고 빈궁에 쪼들리기 전에 내 행실을 고치는 일이 그것에 대비하는 방책이다. 게다가 나는 가진 것보다도 적은 것으로 지낼 수 있는 상태를 여러 한계로 마음속에 세워 보았다. 만족하고 지내는 상태 말이다. "수입의 계산에서가 아니고 각자의 생활 방식과 교양으로 그대의 부는 측정되어야 한다."(키케로) (1051쪽)




여행은 그 비용 때문에만 힘이 든다

여행은 그 비용 때문에만 힘이 든다. 그것은 힘겨울 만큼 무거운 부담이다. 수행원을 데리고 가는 습관은 필요한 일일 뿐 아니라 체면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한을 짧게, 그리고 횟수를 뜨게 해야 하며, 저축해 놓은 여윳돈만을 사용하는 까닭에, 여유가 생기기까지 연기하며 때를 기다린다. 나는 돌아다니는 쾌락 때문에 휴식의 쾌락을 제쳐놓고 싶지는 않다. 그 반대로 이 두 가지가 서로 거들고 가꾸어 주도록 하고 싶다.
(1051쪽)




여행을 즐기는 이유

나는 여행을 즐기는 이유를 물어 보는 사람들에게, 내가 버리고 떠나는 것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나, 이제부터 찾아보려는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1078쪽)




여행은 유익한 수양

이런 이유들 외에도 내게는 여행이 유익한 수양으로 보인다. 심령은 여행을 하는 동안 늘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물들을 주목하느라고 계속적으로 훈련 받는다. 그리고 내가 여러 번 말한 바와 같이, 사람에게 끊임없이 다른 나라의 색다른 생활과 사상과 습관 등을 제시해 주며, 우리들의 천성인 끊임없이 변해 가는 형태를 음미시키는 것보다 인생을 형성하는 데 더 효과적인 학문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1080쪽)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中에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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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3-10-04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isited country map이 아주 재밌네요.
호기심에 저도 한번 눌러봤더니 저는 10%가 나오네요.
나머지 90%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oren 2013-10-04 21:08   좋아요 0 | URL
nama님의 경우는 (저의 지레짐작으로는) 거의 몇십 %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수치가 낮아서 오히려 놀랍군요. 저걸 보면서 세상이 참으로 넓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제 눈에 처음 들어왔던 '저 맵을 작성해 놓으신 분'의 경우는 거의 '51개국 22%'를 자랑하시더군요. (물론 알라딘을 통해, 좀 더 정확하게는 '몇몇 책들을 따라가다가' 알게 된 분이지만요)

nama 2013-10-0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마음으로 온세상을 누비고 있답니다.

oren 2013-10-10 09:29   좋아요 0 | URL
마음으로 온 세상을 누비다 보면 또 언젠가는 몸으로 발걸음으로 또 길을 나서게 되겠지요. ㅎㅎ

페크pek0501 2013-10-07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7프로가 뭔가 했어요. 기발합니다.

세상이 넓긴 하지요. 저는 우리 동네만 봐도 넓은 것 같거든요. ^^

oren 2013-10-10 09:33   좋아요 0 | URL
까마득한 옛날에는 우리 동네만 벗어나더라도 좀 더 넓은 읍내가 나타나고, 조금 더 멀리 벗어날수록 더욱 엄청나게 큰 도시들이 눈앞에 나타나더라구요. 그런데 눈을 자꾸만 밖으로 내다볼수록 세상이 자꾸만 더 넓어 보이니 눈을 어디에 둬야 세상의 넓이를 알맞게 가늠할 수 있겠는지 그게 궁금해요.

yamoo 2013-10-1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게 있었군요~
전 해외 여행을 다녀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ㅜㅜ
오랜님 많이 다니셨네요~

몽테뉴 수상록에서 몽테뉴가 말한...비용...전 비용이 가장 여행을 막는 장애물 이었어요! 그리고 준비!!! 준비 정말 싫고, 비용도 그래요..ㅜㅜ

oren 2013-10-12 11:41   좋아요 0 | URL
yamoo님께선 몇 년 전에 '홍콩'에도 다녀오신 걸 제가 기억합니다. 전 여태껏 '홍콩' 한 번을 못 가봤어요.
여행에서 힘 드는 건 '비용뿐'이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ㅎㅎ
 



 

 

언젠가는 태양이 이전보다도 더 밝게 빛나며...

도시에 아낌없이 퍼부었던 그 모든 영광과 광채를 안고 어쩌면 이전에 졌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집 한 채 보이지 않는 외딴 들판 위로 해가 진다. 거기에는 날개를 태양빛으로 도금한 외로운 개구리매나 굴에서 밖을 내다보는 사향뒤쥐가 있을 뿐이고, 늪지 한가운데는 검은 빛 작은 시내가 있어 썩어가는 그루터기를 휘감으며 막 굽이쳐 흐르기 시작했다. 마른 풀과 나풋잎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너무나도 부드럽고 평온하게 빛나는 정말 순수하고 밝은 빛 속으로 걸어가면서, 잔물결이나 소리 하나 없는 그 같은 황금빛 큰물에 목욕을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숲과 언덕의 서쪽 면은 엘뤼시온(66)의 경계처럼 빛났고 등 뒤에 있는 태양은 저녁에 우리를 집으로 몰고 가는 온유한 목자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성지(聖地)를 향해 걸어간다. 언젠가는 태양이 이전보다도 더 밝게 빛나며 우리의 정신과 마음속을 비춰 가을에 제방의 경사면 위로 내리는 따뜻하고 평온한 황금빛 같은 위대한 각성의 빛으로 우리의 모든 삶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66) 엘뤼시온(그 Elysion, 영 Elysium): 낙원을 뜻하는 말로 지복(至福)의 나라. 올바른 삶을 산 영혼만이 들어갈 수 있으며 이들은 영원한 봄과 해가 비치는 곳에서 즐겁게 지낸다.



 * * *


 - 시월의 어느 멋진 저녁 풍경

Shooting Date/Time 2013-10-01 오후 5:56:16


  - 노을은 그다지 물들지 않는 저녁


Shooting Date/Time 2013-10-01 오후 6:00:08


 - 호수에 비친 태양이 더 붉게 빛난다

Shooting Date/Time 2013-10-01 오후 6:06:41


 - 잠시 붉은 노을이 물드는 시간


Shooting Date/Time 2013-10-01 오후 6:06:53


 - 아직도 하늘은 푸르기만 하다


Shooting Date/Time 2013-10-01 오후 6:09:06


 - 한 남자가 무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책일까? (갤럭시)노트일까?

Shooting Date/Time 2013-10-01 오후 6:11:12


 - 호수는 잠시 하늘로 변하고, 숲은 또 어느새 섬으로 변한 듯싶다


Shooting Date/Time 2013-10-01 오후 6:12:56


- 수채화를 그릴 듯 말 듯... 참 아쉬운 저녁노을이다.


Shooting Date/Time 2013-10-01 오후 6: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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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13-10-02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아름다워요. 찰나를 영원으로 담은 사진이군요^^

oren 2013-10-02 10:34   좋아요 0 | URL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볼 만한 풍경이었어요.

야클 2013-10-0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사진만 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살기좋은 목가적인 분위기의 나라(마치 캐나다 외곽 비슷 ㅎㅎ) 같습니다. 복잡한 강남의 회사사무실 창밖을 바라보면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

oren 2013-10-02 16:00   좋아요 0 | URL
저런 풍경도 사실은 '가끔씩밖에' 볼 수 없지요.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기대하고 호수공원으로 나갔다가 허탕치고 들어오는 날도 많아요. ㅎㅎ

페크pek0501 2013-10-0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의 다양한 얼굴을 봅니다. 멋져요.
가을을 제대로 즐기고 계시는군요. ^^

oren 2013-10-10 09:35   좋아요 0 | URL
가을 하늘의 아름다운 빛을 담아보려 애쓰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수확'이 신통치 않네요.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pek님고 아름다운 가을빛 듬뿍 누리시길 빌어요.

yamoo 2013-10-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다운 사진들....정말 야클님의 의견에 한표~
나중에 오렌님에게 사진 찍는 법을 배우고 싶어진다는^^

oren 2013-10-12 11:43   좋아요 0 | URL
저도 사진 찍는 법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사진이 도대체 좋아지질 않습니다.
좀 더 배우면 좀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텐데 그게 참 잘 안되네요.
 
육지의 섬, 영양..... 그리고 감천.......




 - 조지훈 시인이 태어난 '주실 마을'




 - 주실 마을 앞 들판




 - 호은종택(조지훈 생가)





 - 담장 위로 무럭무럭 자란 키 큰 코스모스





 - 주실 마을 풍경





 - 시골의 맑은 바람을 닮은 빛깔 고운 코스모스





 - 코스모스와 황금빛 벌판이 아름다운 주실 마을





 - 들녘에 가득한 코스모스





 - 뜰안에 핀 백일홍





 - '하트 모양'으로 벌어진 어름





 - 통통한 알밤





 - 주렁주렁 달린 사과





 = 잎담배를 손질하는 풍경





 - '정부 수납'을 앞두고 마지막 손질에 바쁜 때





 - 빛깔이 고운 잎담배





 - 잠시 쉴 틈도 없이 바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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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향의 가을 풍경
    from Value Investing 2015-10-06 00:26 
    나이 탓일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시각각 피어나고 지는 이름모를 들풀조차 아름답게 보일 때가 더 잦아지는 듯하다. 바람과 구름, 강 위로 고요히 반짝이던 햇살, 종갓집 담벼락 아래 고혹적으로 피어 있던 백일홍, 친척 할머니댁 마당에 잔뜩 널려 있던 잘 마른 땅콩, 할머니댁 담벼락을 타고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던 머루 등등 다른 많은 아름답게 빛나던 것들엔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도 요만큼이라도 담아 온 게 어디냐 싶다.
 
 
hnine 2013-10-02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담배 잎 말려서 손질하는 모습은 사진을 통해 처음 봅니다. 잎이 저렇게나 큰지도 몰랐고요. 손질하시는 어르신의 구부정한 허리에도 눈길이 머물고요. 사과를 좋아해서 나무에 사과가 많이 달린 걸 보니 제가 키운 것도 아니면서 그냥 뿌듯하네요.
기와 구조의 집들은 멀리서 봐도 안정되어 보여요. 위로 치솟기 보다 아래로 착 깔리는 듯한 모양이라서 그럴까요.
으름과 밤의 저 단단해보이는 껍질을 벌어지게 하는 건 아마 기계의 힘도 아니고 사람의 힘도 아니고 식물 스스로의 생명력, 자연의 힘이겠지요?
사진들 보면서 제가 말이 많아집니다 ^^

oren 2013-10-02 10:19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 때 '담배 농사'를 많이 거들어 봐서 아는데요. 저 담배 농사 일이 보통 힘드는 게 아니에요. 이른 봄에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심을 때만 해도 '동심'은 힘든 줄 모르는데(그저 늦겨울이나 초봄의 찬 바람을 막아주는 따스한 비닐하우스가 참 좋은 놀이터였으니까요), 밭에 이랑을 장만하고 비닐을 깔고 모종을 옮겨 심고 약을 뿌려주고 할 때부터 고된 일이 시작되지요. 담배잎은 보통 가장 무더운 '삼복 더위'가 제일 바쁘게 담배잎을 수확하는 철이어서, 한여름 뙤약볕에 담배잎을 뜯는 일은 정말로 엄청난 무더위와의 전쟁이나 다름없어요. 그렇게 힘들여 뜯은 담배잎을 일일이 실어 나르고 새끼줄에 엮고 황초굴에 매달고 몇날 며칠을 '무연탄'을 때서 말리고, 다시 황초굴에서 꺼낸 뒤에서야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상품의 포장 단계로 들어가지요.

추석이 지나고 나서, 마침내 정부에 '수납'을 마치고 나면, 아버님께서 저녁 어스름에 술이 좀 벌콰하신 모습으로 읍내에서 돌아오시면서 '빳빳한 현찰'과 함께 '소고기 몇 근' 사 들고 마당 안으로 들어서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우리 가족들은 그럴 때나 겨우 소고기국을 먹을 수 있었지요. 가마솥에 물을 넉넉하게 잡은 그 소고기국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별미였어요.

요즘은 고향에서도 고된 담배농사는 거의 짓지 않고(옛날에 비해선 훨씬 쉬워졌다고도 하고요) 사과 농사를 많이 지어요. hnine님꼐서 얼마 전에 드셨다는 '청송 사과'의 산지도 제 고향과는 자동차로 불과 20여 분 떨어진 거리에 있지요. 저도 참 말이 길어졌네요. ㅎㅎ

숲노래 2013-10-02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 떨어진 알밤은 하얀 빛이 돌 적에 껍질째 톡 깨물어 먹으면
아그작아그작 침이 넘어갈 만큼 맛있어요.

조지훈 님과 같은 고향 분이셨군요!

oren 2013-10-02 10:32   좋아요 0 | URL
밤나무 밑에서 직접 줍거나, 아니면 밤나무에 올라가 '밤송이'를 털고, 그 밤송이를 대나무 꼬챙이로 까서 먹던 밤맛은 정말 고소하지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랄 땐 밤송이 가시에 찔려 피도 많이 흘렸지만 그래도 호주머니를 불룩하게 '알밤'으로 채우던 재미에 아픈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지요.ㅎㅎ

조지훈 시인의 고향인 주실 마을은 우리 마을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데, 그래도 어릴 적에는 주실 마을까지 걸어다니곤 했지요. '한양 조씨'였던 조광조의 후손들이 '사화'를 피해 저 산속 오지나 다름없는 곳에 터를 잡은 지 벌써 4백여 년이 지났는데, 여러 분야에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하여 '박사 마을'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옛 조상들이 '터'를 참 잘 잡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 * *

이 마을에는 청록파 시인이자 지조론의 학자였던 조지훈(1920∼1968)의 생가인 호은 종택이 마을 한복판에 널찍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종택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붓끝 모양으로 생긴 문필봉이 있고 옆에 연적봉이 자리해 있다. 여기에 물을 대어 주는 골짜기(注谷)가 있어 주실의 글은 마를 날 없어 학자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 마을은 재물, 사람, 문장을 남에게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 정신을 전통으로 간직해 인생을 당당하게 살도록 했다.


nama 2013-10-02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 자랑에 배가 다 아파옵니다.
고향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다면 저도 저런 동네에서 태어나고 싶습니다.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oren 2013-10-02 22:50   좋아요 0 | URL
어릴 때 궁핍하게 자랄 때만 하더라도 제 고향이 그리 좋은 줄 몰랐습니다. 사방팔발을 둘러봐도 온통 산으로만 둘러 싸였고, 우리나라의 수도인 '한양땅'은 도저히 밟아보기 어려울 만큼 머나먼 곳에 있었으니까요.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래도 '늘 정겹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변치 않는 고향' 만큼 좋은 곳도 드물다 싶네요.
 
가을의 연극



 

보나파르트가 새벽 세 시의 용기를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얼마간 녹이 슬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방 안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저녁의 그림자가 햇빛과 이미 섞이기 시작해 하루를 벌충하기에는 너무 늦은 오후 네 시, 그 막바지 시간에도 산책을 하러 살며시 집을 빠져나오는 데 속죄해야 할 어떤 죄라도 저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몇 주 혹은 몇 달, 나아가, 합하면 대략 몇 년 동안이나 자기들 스스로를 하루 종일 가게나 사무실에 가둘 수 있는 내 이웃들의 도덕적 무감각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인내력이 나를 놀라게 한다는 것을 고백한다. 지금 오후 세 시에도 마치 새벽 세 시인 양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도대체 어떤 물질로 만들어진 건지 모르겠다. 보나파르트가 새벽 세 시의 용기를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당신네들이 아침 내내 본 것처럼 스스로의 본성에 반하여 오후 이 시간에도 명랑하게 앉아 있어서, 공감이라는 강력한 유대감으로 결속되어 있는 한 주둔군을 굶겨서 기어코 밖으로 나오게 하는 사람들의 용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때쯤, 말하자면 조간신문이 오기에는 너무 늦고 석간신문이 오기에는 너무 이른 오후 네다섯 시 사이에 대로를 가로질러 큰 폭발이 일어나서 낡고 촌스러운 개념과 변덕을 사방으로 날려 거풍시키지 않는지-그리하여 악이 스스로를 정화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새벽 세 시의 용기(three-o'clock in the morning courage): 나폴레옹이 얘기했다는 '새벽 세 시의 용기'는 랠프 왈도 에머슨이 1838년 저널에 쓴 말인데,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나폴레옹의 마지막 대화를 기록한 사람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역사가 에마뉘엘 드 라스 카스(Emmanuel de Las Cases) 백작의 『세인트 헬레나의 회상(
Mémorial de Sainte-Hélène)』에서 따온 것이다. "도덕적 용기에 관해 말하면 나는 새벽 두 시의 용기 같은 것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경우에 필요한 혹은 가장 예상치 못했던 경우에도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즉석 용기 말이다." 소로는 이 말을 여러 번 자신의 작품에서 언급했는데 시간을 잘못 기억해 『월든』에서도 "보나파르트는 새벽 세 시의 용기는 아주 드물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두려움은 그렇게 일찍 깨지 않는 법이다. 하루를 잘 시작하지 않음으로써 본성을 저버릴 정도로 타락한 사람은 많지 않다"라고 쓰고 있다. 여하튼 '새벽 세 시의 용기'라는 말은 즉각적인 용기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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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9-2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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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09-29 23:20   좋아요 0 | URL
'새벽 세 시'엔 깨어 있을 틈이 별로 없겠지만 앞으론 '오후 세 시'엔 뭔가 하릴없이 멍청하게 있거나 혹은 의자에 죽치고 앉아 있으면 안 될 듯한 시간처럼 느껴져요.

숲노래 2013-09-2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우 님 말마따나
사무실에 스스로 갇힌 채
헤어나지 않으며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봄도
누리려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oren 2013-09-29 23:23   좋아요 0 | URL
소로의 말처럼 '굶겨서 밖으로 나오게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길 기다려봐도 헛 일일 테니, 그렇게 살라고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르겠어요.
 
하늘공원에 가 보세요~

 


 

 


나는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을 - 보통은 그 이상인데 - 모든 세상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숲과 언덕, 들판 위를 거닐지 않으면 건강과 원기를 보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 한 푼 가치도 없는 생각, 혹은 천금의 값어치가 나가는 생각이냐고 말해도 상관없다. 기술자들과 가게 주인들, 그들 중 대다수가 - 마치 다리가 서거나 걷기 위해서가 아니라 앉기 위해서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 가게에서 오전뿐만 아니라 오후에도 내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나는 때로 그들이 오래전에 모두 자살하지 않은 데 대해 어느 정도 칭찬을 들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얼마간 녹이 슬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방 안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저녁의 그림자가 햇빛과 이미 섞이기 시작해 하루를 벌충하기에는 너무 늦은 오후 네 시, 그 막바지 시간에도 산책을 하러 살며시 집을 빠져나오는 데 속죄해야 할 어떤 죄라도 저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자연사 에세이』중에서



 * * *

 - 가을 추억





 - 가을 빛





 - 가을 바람





 - 가을의 결실





 - 가을 저녁





 - 가을 구름





 - 가을을 찾는 사람들





 - 사랑의 언약





 - 가을 노을



 

저 동쪽 지평선 너머에서 아름다운 풍경이나 충분한 야성과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거기로 산책을 가리라 생각해도 설레지 않는다. 그러나 서쪽 지평선에서 보는 숲은 지는 해를 향해 거침없이 펼쳐져 있고 거기에는 나를 방해할 이렇다 할 마을이나 도시가 없을 것 같다. 이쪽에는 도시가 있고 저쪽에는 야생지가 있는데 원하는 곳에 살라고 하면 나는 점차 도시를 떠나 야생지로 더 깊이 들어갈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자연사 에세이』중에서



 - 홀로 지는 석양





 - 한 줄기 구름





 - 가을 저녁 하늘



 

일몰을 바라볼 때마다 해가 지는 곳만큼이나 멀고 아름다운 서부로 가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해는 매일 서쪽으로 이동하며 자기를 쫓아오라고 우리를 유혹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자연사 에세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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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9-26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사진도, 정말 멋지군요.
코스모스 사진은 제가 잠시 빌려다가 제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더 감상할께요 ^^

oren 2013-09-26 11:30   좋아요 0 | URL
hnine님 반가워요..
코스모스 사진은 어제 불던 '가을 바람'에 너무 흔들려서 꽃들의 표정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해요. 그래서 사진을 올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hnine님께서 그저 곱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네요..

숲노래 2013-09-26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우 님 말처럼
날마다 즐겁게 가을마실 누리셔요~

oren 2013-09-26 11:3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 님께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해와 자리를 바꾼 달과 별이 하늘을 가득 채운 밤에도 언제나 가을마실 넉넉하게 누리시리라 생각해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잠깐씩 철이 바뀔 때나 간신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하면, 옛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았던 옛 시절이 훨씬 더 좋았다 싶어요.

페크pek0501 2013-09-2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제목을 하나만 뽑는다면 --- <가을을 찾는 사람들>이고요.
좋은 사진을 하나만 뽑는다면---<홀로 지는 석양>이 될 듯해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

oren 2013-09-29 23:18   좋아요 0 | URL
pek님의 댓글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되네요. 제 마음에 드는 '좋은 제목이나 좋은 사진'은 아무리 찾아보려 애써도 찾을 수 없다는 거 말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