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 17명의 대표 인문학자가 꾸려낸 새로운 삶의 프레임
백성호 지음, 권혁재 사진 / 판미동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冊 이야기 2014-184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백성호 쓰고 권혁재 찍다 / 판미동

 

1. 세상에 많이 돌아다니는 단어 중에 ‘행복’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얼굴이 몇이나 될까? 나에겐 행복이 그대에겐 불행이요, 그 반대인 경우도 있으니 이를 어찌 설명해야하나?

 

2. 행복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17개의 목소리, 울림을 모았다.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굳힌 17인의 면모는 익숙한 사람도 낯선 사람도 있지만 각기 그 학문과 심성의 깊이는 측량할 길이 없다.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힘과 혼이 담겨 있다.

 

3. 행복을 만나기 전에 만나봐야 할 존재가 있다. 행복의 반대편엔 불행이라는 이름 대신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 ‘상처’란 존재는 ‘내가 뭘?’ 하는 뻔뻔스런 표정이다. 그 이유는 그 상처를 만든 이의 심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상처는 마음의 병으로 자리 잡는다.

 

4.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상처에 대해 이런 조언을 해준다. “(단순한)위로는 ‘따뜻한 속임수’일 수도 있는 거죠. 유교는 ‘무엇을 하라’고 얘기하지, ‘너 힘들지?’하고 위로하진 않습니다. 『중용』이나 『대학』에 이런 말들이 나와요. ‘화살이 과녁을 빗나가면 과녁을 탓할 게 아니라 자기를 탓해야 한다.’ 바깥에 대고 징징대지 말라는 얘기죠. 문제의 근원이 자기였으니 이 때 ‘무엇을 하라’라는 말은 자기를 혁신하라는 말과 동의어가 됩니다. 어차피 시련이나 상처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들이죠. 원망만 하고 있으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안 돼요.”

 

5. 시인 도종환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했다. 시인 랭보는‘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했다. ‘오히려 상처를 모른다는 사람이 무섭다.’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말이다. ‘나는 여태껏 상처받은 적이 없어’라고 한다면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그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는 이야기다. 이나미는 이렇게 마무리 한다. “우리가 태어나서 세상에 나오면 당연히 행복한 존재가 돼야 할까요? 헛소리죠! 사르트르식으로 얘기하면 인간은 그냥 세상에 던져진 존재고, 불교식으로는 연기(緣起)에 의해 이 땅에 온 인연일 뿐이에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낮이 있으면 밤도 있어요. 불행 없이 행복이 성립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기 안의 행복과 불행을 잘 볼 수 있느냐’를 물어봐야 하는 것이죠.” 말이 쉽다. 실제론 어렵다. 내가 남을 보는 것은 참 세밀히 보는데, 나를 보는 것은 거의 눈을 감는다. 다 아는 척한다. 그러나 남이 나를 바라보는 것의 반쪽이라도 나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6. 이제 보니 나는 매일 저녁 을람(乙覽)을 했다. 을람은 제왕의 독서시간이다. 밤9시에서 11시까지다. 이 시간을 제일 충실하게 지킨 왕은 정조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정국을 파행으로 몰고 가지 않으면서도 노론(사도세자를 죽인 그 노론집단)을 이기려면 그들보다 높은 가치와 탄탄한 논리를 갖춰야 했다.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당시에는 왕이라고 시간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왕은 제대로 업무를 보기 위해서 빠듯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후 9시나 돼야 겨우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한다. 나의 독서시간은 왕보다 길다. 밤9시부터 12시까지다.

 

7. 이덕일(역사학자)을 통해 정조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본다. 정조는 치열했다고 한다. “그는 분초를 쪼개어 책을 읽었다. 단지 지식을 쌓기 위함이 아니었다. 세상을 다스리는 군주이니, 세상에 대한 이치를 터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치를 궤고 있어야 세상을 굴릴 수 있다.” 정치가가 될 것도 아니고,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든 상관없다는 생각은 버리자. 책을 멀리하고 공부를 게을리 하는 정치가들이 득실거리다 보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이덕일은 행복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들려준다. “역사학자로서 제가 보는 행복이란 올바른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추구하는 겁니다. 좌파다, 우파다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를 위해 올바른 길인 거죠. 그리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비판적 견지를 유지하며 ‘불평지명(不平之鳴)’을 하는 겁니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그런 ‘가치’를 추구할 때 인간은 행복합니다.”

 

8. 이덕일은 다른 글에서 ‘불평지명(不平之鳴)’을 이렇게 설명한다. “세상이 평(平)의 세상이 돼야 하는데 아닌 거다. 그래서 울음을 우는 거다. 그게 불평지명이다. 개인을 위해서 우는 작은 울음이 아니고, 천하를 위해서 우는 큰 울음이다. 그게 역사학이고 인문학이다.”

 

9. 느닷없이 내 손을 쳐다본다. 만약에 우리 손가락이 모두 같은 길이, 같은 굵기였다면 쓰기가 편했을까? 내 생각은 아니다. 젓가락 두 짝은 길이가 같으면 편하지만 손가락은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리 생겼으면 적응하고 지냈겠지만, 어쨌든 효율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각기 다른 전문 분야에서 축적된 지식과 지혜의 향기가 다르지만, 행복과 상처라는 화두에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주고 있다.

 

10.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인문학에서 보물찾기 하듯 행복을 찾으려 애쓰지 말자. 무엇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 상처와 불행과 고통을 바라보는 위치를 바꿀 일이다. 상대방을 바꾸려고 열을 내는 그 에너지를 내 안으로 돌려서 나를 바꾸는 동력으로 쓸 일이다. 그 자원은 인문학에 있다.

 

11. 책 말미엔 이 책에 등장한 17명의 게스트들이 뽑은 ‘내 인생을 바꾼 책’을 각기 3권씩 추천해주고 있다. 귀한 북 리스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冊 이야기 2014-183

 

『건너편 섬』 이경자 / 자음과모음

 

1. “저 돌아왔어요.” “저요! 김금자요! 돌아왔습니다아.”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수많은 소리를 들었다. 그 여자가 하나하나 장만한 가구들, 말린 꽃송이로 만든 액자, 주방의 그릇들, 옷과 화분들, 모두 인사를 받았다.

 

2. 여인은 혼자 산다. 낮 동안 비워놨던 문을 열고 들어서며 소리친다. 그 적막감이 두려움으로 바뀔까봐 그럴 것이다. 한 10년 전 쯤. 혼자 지방에 내려가서 한 2년 정도 있었던 적이 있다. 완벽한 혼자는 아니었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과 같은 숙소에 머물 때였다. 그래도 가끔 혼자 숙소로 들어갈 때는 그 적막감이 선뜻 적응이 안 되긴 했다. 번잡스러움은 더욱 싫지만 내 발자국소리, 숨소리 까지도 내 귀에 예민하게 들리면 내 마음까지도 덩달아 예민해지곤 했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보온밥통에서 흘러나오는 녹음된 소리에 답을 하고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그 적막감이 떠올랐다.

 

3. 이경자 소설가의 글은 처음 읽는다. 1973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하니 오래되었다. 소설집도 꽤 많이 출간했다. 이 소설집엔 앞서 인용한 여인의 이야기이자 표제소설 「건너편 섬」외에 7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4. 모든 소설에 일관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지독한 외로움이다. 그러나 그 외로움이 궁색해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다. 지독히 아프긴 해도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물론 그 중엔 감당 못할 무게를 덜어버리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긴 하다.

 

5. 「콩쥐 마리아」 에서 마리아는 ‘한인 미주 이민 백 주년 되는 해’에 주목할 만한 인물로 소개된다.마리아를 통해 한국인이 백열아홉 명이나 미국으로 이민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 백열아홉 명이 자신의 몸을 밟고 지난 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삶은 힘들었다. 가고 싶어 간 미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마리아를 통해 미국 땅에서 자리를 잡은 그녀의 오빠들은 마리아의 희생이 알려지면 자신들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철저히 그녀를 거부한다. 오히려 상처를 줄 뿐이다. 그 상처를 가만히 감싸 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평온해 보인다.

 

6. “명희의 혼란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보호와 억압이 제도화된 역사 이래 생기게 된 정신질환 중의 하나일지 몰랐다.” 남북 분단의 비극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오늘 아침 뉴스만 하더라도 김정은은 그 애비 김정일을 더욱 우상화시킴으로 자신의 자리를 더욱 굳히고 싶어 한다. 북 아나운서 입에서 ‘깨부순다’는 표현이 거침없이 나온다. 기분이 과히 안 좋다. 「언니를 놓치다」는 이 땅의 유일한 혈육인 자매가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만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얼마나 섬세한 묘사를 했는지 글을 읽다 저절로 숨이 죽어진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분들(남북이산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정말 모르겠다. 조심스런 말이지만 남북이산가족 상봉 후 또 다른 무거움이 자리 잡지나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일어선다.

 

7. 남북 분단 후 남겨진 쓰라림은 「박제된 슬픔」에서 이어진다. 사상(思想)이 사람을 살려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혼자만 고초를 겪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지들까지도 함께 휩쓸려간다. 이름 하여 연좌제(連坐制)다. 봉건사회의 왕조국가에서 시행하던 법이 여전히 기세를 부리고 있다.

 

8. 이 땅에서 소설가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가? 「고독의 해자(垓字)」는 한 여류 소설가와 그 주변(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다. 물론 모두 이러하진 않을 것이다. 이혼 후 딸 둘을 성장시킨 소설가 엄마는 딸들에겐 쇠붙이 같았다. 차갑다 못해 무서웠다. 이혼하기 전 남편의 마음속에 비쳐진 아내의 모습은 그녀에게 애인이 생긴 줄 알았다. 한 지붕 밑 한 이불을 덮고 살지만 더욱 더 낯선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아내. “아내에겐 애인보다 더 질긴,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소설 속의 인물들이 있었다. 그건 보이지 않아서 그가 질투할 수도 없었다. 그 여자는 한 번도 아내인 적이 없었다. 아이를 낳아서도, 젖을 먹일 때도 아마 아내는 젖을 빠는 아이의 무언가를 관찰했을 것이다.”

 

9. 살아가며 고독, 그리움이란 단어를 마음에 안고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짐짓 태연하게 아닌 척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 단어들도 내 삶의 일부인 것을 어찌하랴. 그저 주저 않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잃어 가는 것들에 대하여 -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뜻밖의 행운
윌리엄 이안 밀러 지음, 신예용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4-182

 

『잃어가는 것들에 대하여』 윌리엄 이안 밀러 / RSG (레디셋고)

 

1. 책의 제목에서 시사하는 ‘잃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유형의 사물인가? 재물인가? 다른 무엇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가며 잃어가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기억력, 작업처리 속도, 날카로운 감각, 집중 능력과 같은 정신적 능력 등이 포함될 것이다.

 

2. 가끔은 이러한 정신적 능력이 저하되어 자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어쩌다 이렇게 늙어버렸나 하는 실망과 누구 탓도 아니건만 공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낼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이를 드셔도 곱게 드셔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3. 그러나 곱게 나이를 먹는다는 말도 퍽 조심스러운 말이다. 그 ‘곱다’는 말의 정체는 뭔가? 주변 사람들의 일상에 방해받지 않게 조용히 살아가란 말인가?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란 말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 일상은 나도 행복하고 가족을 포함한 주위사람들도 평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면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쓰였다.

 

4.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선 두뇌 손상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불안정하게 나이들어 가는 모습이 묘사된다. 2부에선 ‘지혜’가 키워드이다. 지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3부의 키워드는 ‘불만’이다. 불평이다. 이것 하나만 빼도 괜찮은 노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감정, 구원으로 이어진다.

 

5. ‘사회 정서적 선택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 교수팀들의 견해다. 나이가 들면 인생의 유한성에 대해 허무감을 느끼면서 삶의 중요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높아져 통찰력이 생기고,인간관계가 더 깊어지면서 여느 때보다 큰 행복에 도달한다고 주장하는 발달 이론이다. 저자는 이런 논리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다. 동감한다는 이야기다.

 

6. “나는 노년이 갈망할 필요도, 그렇다고 또 거부할 필요도 없는 시기라고 본다. 즐길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오래 자기 자신과 동행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거동이 자유로워야 하고, 수치와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맑은 정신이 요구된다. 그러나 어디 내 마음대로 될 일인가.

 

7.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더 지혜로워지고, 판단력도 더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화되어 가는 뇌를 다룬 연구에서는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의 외모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대뇌엽이나 대뇌반구에서 대체로 보상 영역을 형성한다는 증거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대가는 치러야 한다. 플라크가 쌓이면 외모 유지에 공헌해 왔던 영역을 대체하는 새로운 영역은 예전에 했던 일을 할 수 없게 되며, 그 모습도 예전과 달라진다.”

 

 

8. 저자는 이 책을 65세에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노화에 관한 책을 쓰기에는 너무 젊은 것이 아니냐며 핀잔을 주었단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한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 늦어져서 노화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하거나, 아예 어떤 글도 쓰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9. ‘잃어가는 것들에 대하여’에 딴죽을 건다. 원래 내 것이 무엇이었는가? 내가 무엇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났는가. 무엇을 쥐고 태어났는가. 그러니까 잃어가는 것, 잃은 것이 무엇인가 헤아리려고 하지말자. 그 대신 여전히 내게 남은 것을 적어보자. A4 용지 한 장에도 다 못 적을 것이다. 여전히 정신이 맑은 상태라면 몇 장이라도 쓸 것이다. 밝고 평온한 얼굴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리주의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을상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冊 이야기 2014-180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공리주의(功利, Utilitarianism)란 공리(功利, utility)에 기초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려는 윤리설이다. 공리(公利)와는 엄격히 구별이 된다. 공리(公利)는 공중이나 공공 단체의 이익을 의미한다.

 

2. 공리주의의 창시자는 제러미 벤담이다. 벤담에 의하면 공리란 어떤 행위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경향에 따라 그 행위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원리다. 다시 말하면 관계 당사자에게 편의, 이익, 쾌락, 복지, 행복을 발생시키거나 소실, 고통, 재난, 불행을 제거하는 사물의 본성이 곧 공리인 것이다.

 

3. 최근 들어 공리주의 원리가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나 직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과연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를 따져 행동한다고 한다. 실제로 공리주의는 상당히 계산적이고 비인간적으로 생명과 사회 조직을 바라보는 방식처럼 느껴지며, 벤담 본인도 그런 점을 인정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최대 행복 원리’라는 표현을 선호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담은 공리주의가 공정하고 문명화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희망임을 끝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다.

 

4. 벤담의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의 윤리학을 가장 훌륭하게 발전시킨 사람이 존 스튜어트 밀이다. 밀은 쾌락의 개념을 단순한 감각적 쾌락에만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쾌락으로까지 범위를 확대시켰다. 이런 정신적 쾌락을 윤리학에선 이타주의로 표현된다. 이러한 윤리적 이타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밀은 관념 연합의 원리(association)를 도입했다.

 

5. 관념 연합의 원리(association)를 좀 더 설명하면, 인간의 본성 속에는 자기중심적인 쾌락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감(sympathy), 자애(benevolence) 등과 같은 사회화의 원리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회화의 원리는 ‘선행을 베풀어라’라는 내면의 소리와 함께 행동으로 옮겨지는 ‘도덕적 의무감’이다. 그나마 그 덕분에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6. 그렇다면 밀은 공리주의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었을까? 공리주의도 다른 도덕 체계에 속하는 것과 같은 제재(制裁)를 모두 갖고 있다. 이 제재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고, 하나는 내부에서 오는 것이다. 외부에서 오는 제재는 늘 우리가 부딪는 일이고, 내부에서 오는 제재란 의무를 어기는 경우에 느끼게 되는 감정을 말한다. 따라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면의 소리(구속력)가 오그라들지 않길 바랄 뿐이다.

 

7. 밀의 문제의식을 벤담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벤담의 공리설이 자유방임을 옹호하기 위한 윤리설이었던 것처럼, 밀 역시 일차적으로는 자유방임의 정치이념에 따른다. 밀은 자유방임, 즉 무간섭의 원리를 그의 저서 《정치경제학 원론》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첫째, 정부의 간섭은 개인의 창의력을 질식시키고 인간의 성장을 저해한다.

둘째, 간섭의 확장은 국가권력을 증대시켜 전제정치로 타락하기 쉽다.

셋째. 정부가 과다한 직능을 장악하는 것은 노동 분배의 원리에 위배된다.

넷째, 관리는 직무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다섯째-끝으로-각 개인의 성격 단련을 위해 개인의 활동 범위가 확장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밀이 자유방임을 지지하는 이유다.

 

8. 벤담과 밀이 그립다. 절대소수가 최대한의 행복(통속적인 행복)에 젖어 살아가고 있는 이 기형적 사회는 반드시 바로잡혀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똑바로 쳐다보며 힘을 합해 고쳐야 한다. 공평사회는 우리 모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冊 이야기 2014-179

 

『탁PD의 여행 수다』 탁재형. 전명진 / 김영사

 

1. 여행 관련 책을 읽는 것은 즐거움이자 아쉬움이다. 간접 경험을 통한 즐거움, 아직 못 가본 곳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된다. 여행 이야기로 꽉 찬 이 책은 수다스럽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2. 탁PD 탁재형은? 2002년 〈KBS 월드넷〉을 시작으로 〈도전! 지구탐험대〉 〈세계테마기행〉 〈EBS 다큐프라임 - 안데스〉 등 해외 관련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했다. 이 책의 모체인 ‘탁PD의 여행수다’는 2012년 11월 홍대의 한 카페에서 공개 강연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팟캐스트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되는 동안 여러 게스트들과 30 여개의 여행지로 청취자들의 마음을 실어 날랐다. 때로는 여행했던 장소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흐뭇해했고, 때로는 국민적 슬픔 속에서 여행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으로 뒤척였다. 이 책엔 여러 가지 상황이 발목을 잡는데도 불구하고 떠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3. 소개되는 여행지는 브라질, 인도, 제주, 페루, 호주, 영국, 파키스탄, 이탈리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뉴질랜드 등이다.

 

4. 각 여행지의 게스트는 여행지를 패키지로 떠난 것이 아니라, 거의 그곳에서 살 것처럼 혼자 떠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각 여행지 뒷골목의 민낯과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여행서적과 맛이 다르다. 구색 갖춰 잘 차려놓은 한 상이 아니라, 투박하지만 깊은 손맛과 속맛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5. 인도 India.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시스템, 모든 상식이 부정당하는 곳. 충격과 신선함 그 자체인 그 곳.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교차로에서, 또는 막다른 곳에서 인도를 떠올리고 그곳으로 떠난다. 지금까지 알던 질서와 지식이 철저하게 해체되고 다른 방식으로 조합되는 새로운 우주를 만나기 위해 떠난다는 사람도 있다. 게스트 박근혜는 인도 여행 중의 단상을 이렇게 표현한다. “바라나시의 가트(강가)에 돌계단이 있거든요. 거기 앉아서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멍 때리고, 짜이 마시고, 사람 태우는 것보고...근데 그 ‘화장 의식’은 참 신기한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되게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어요. 발을 안 닿고 걷는 느낌이랄까. 바라나시에서의 저의 느낌은.”

 

6. 페루로 떠나본다. 무스코는 정말 가볼 만한 도시라고 소개된다. 잉카제국의 수도였고, 세계의 배꼽이란 뜻도 갖고 있다. 일단 도시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한다. 골목골목마다 그네들의 삶이 숨 쉬고 있고, 재미있는 가게들, 굉장히 싼 기념품점, 옷가게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게스트 김한민은 이런 말을 남겼다. “마추픽추에서 제가 무엇보다 되게 놀랐던 부분은, 사진에서 보던 마추픽추가 진짜 그대로 있어요. 그 자체가 너무나 놀랍고,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도 놀랍고,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상상력을 한 번 발휘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 발견 되었을 때 울창한 숲이었었다고 하지요. 그 때 그 정경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7. 헤르만 헤세는 여행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각오야 항상 잘 되어있다. 함께 가줘야 할 몸이 문제다. 이번에도 마음만 먼저 떠나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