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잃어 가는 것들에 대하여 -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뜻밖의 행운
윌리엄 이안 밀러 지음, 신예용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冊 이야기 2014-182
『잃어가는 것들에 대하여』 윌리엄 이안 밀러 / RSG (레디셋고)
1. 책의 제목에서 시사하는 ‘잃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유형의 사물인가? 재물인가? 다른 무엇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가며 잃어가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기억력, 작업처리 속도, 날카로운 감각, 집중 능력과 같은 정신적 능력 등이 포함될 것이다.
2. 가끔은 이러한 정신적 능력이 저하되어 자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어쩌다 이렇게 늙어버렸나 하는 실망과 누구 탓도 아니건만 공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낼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이를 드셔도 곱게 드셔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3. 그러나 곱게 나이를 먹는다는 말도 퍽 조심스러운 말이다. 그 ‘곱다’는 말의 정체는 뭔가? 주변 사람들의 일상에 방해받지 않게 조용히 살아가란 말인가?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란 말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 일상은 나도 행복하고 가족을 포함한 주위사람들도 평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면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쓰였다.
4.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선 두뇌 손상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불안정하게 나이들어 가는 모습이 묘사된다. 2부에선 ‘지혜’가 키워드이다. 지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3부의 키워드는 ‘불만’이다. 불평이다. 이것 하나만 빼도 괜찮은 노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감정, 구원으로 이어진다.
5. ‘사회 정서적 선택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 교수팀들의 견해다. 나이가 들면 인생의 유한성에 대해 허무감을 느끼면서 삶의 중요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높아져 통찰력이 생기고,인간관계가 더 깊어지면서 여느 때보다 큰 행복에 도달한다고 주장하는 발달 이론이다. 저자는 이런 논리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다. 동감한다는 이야기다.
6. “나는 노년이 갈망할 필요도, 그렇다고 또 거부할 필요도 없는 시기라고 본다. 즐길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오래 자기 자신과 동행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거동이 자유로워야 하고, 수치와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맑은 정신이 요구된다. 그러나 어디 내 마음대로 될 일인가.
7.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더 지혜로워지고, 판단력도 더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화되어 가는 뇌를 다룬 연구에서는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의 외모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대뇌엽이나 대뇌반구에서 대체로 보상 영역을 형성한다는 증거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대가는 치러야 한다. 플라크가 쌓이면 외모 유지에 공헌해 왔던 영역을 대체하는 새로운 영역은 예전에 했던 일을 할 수 없게 되며, 그 모습도 예전과 달라진다.”
8. 저자는 이 책을 65세에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노화에 관한 책을 쓰기에는 너무 젊은 것이 아니냐며 핀잔을 주었단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한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너무 늦어져서 노화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하거나, 아예 어떤 글도 쓰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9. ‘잃어가는 것들에 대하여’에 딴죽을 건다. 원래 내 것이 무엇이었는가? 내가 무엇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났는가. 무엇을 쥐고 태어났는가. 그러니까 잃어가는 것, 잃은 것이 무엇인가 헤아리려고 하지말자. 그 대신 여전히 내게 남은 것을 적어보자. A4 용지 한 장에도 다 못 적을 것이다. 여전히 정신이 맑은 상태라면 몇 장이라도 쓸 것이다. 밝고 평온한 얼굴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