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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이지형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冊 이야기 2015-135
『흔들리는
마흔,
붙잡아주는
화두』
이지형
/
흐름출판
우선 정신이 번쩍 드는 시 한 편을
옮겨본다.
“만권의
책을 다 읽고 자기 개수작까지 한마디 더 까야 직성이 풀리는 천재 따위는 꿈꾸지 말아라.
인생은
목숨을 걸고 까부셔야 할 가장 중심된 과녁 딱 하나만 깨우치면 되는기라.
그것을
깨우치는 덴 만 권의 책이 아니라 돌팔매질이 제일이라.
허공
속에서도 과녁을 헤아리는 돌팔매질만 익히거라.”
백기완
선생의 詩
〈아버지
교훈〉
중에서
사실 무엇에 홀려 사는지도 모른 채
방향 감각을 잃고 살다가는 삶이 대부분이다.
내
딴엔 깊이 생각해서 또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지만,
남이
볼 때는 그저 ‘우습다’,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줄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은 그런 느낌조차도 내색 안하고 그냥 눈길을 돌리며 등을 보이고 가버리니 나는 영영 깨우칠 기회가 없다.
아니
설령 나를 깊이 생각해줘서 좋은 조언을 해 준들 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저
덜 후회하는 삶이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후회하는 것도 복이다.
이
땅을 떠날 때까지 후회는커녕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엔’하다가
그냥 간다.
“나이
마흔,
불혹(不惑)이
망상임을 깨닫는 나이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 휩싸여(과거),
불확실한
전망을 두려워하고(미래),
발
디딜 곳 마땅찮은 처지를 한탄하며(현재)
흔들린다.
나이
들었다고 삶이 저절로 힘들 리 없다.
미세한
삶의 떨림을 위태롭게 느낄 만큼 예민해졌다는 뜻일 게다.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것인가.
흔들림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가.”
돌팔매질 할 힘 있다고 아무데나
휘둘러봐야 허망하다.
내
삶의 여정에서 과녁하나 찾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때론
남이 찾아준 과녁을 내가 찾은 것처럼 착각하고 살다간다.
이
책의 지은이도 흔들렸다.
많이
흔들렸다.
그래서
스스로 과녁을 제대로 찾는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선(禪)에
관한 이 자그마한 해설서를,
모진
세상 헤쳐 나가는 방편의 모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1,000년
전 선사들이 의지했던 화두들을 새롭게 분류하고 요즘 입맛에 맞게 풀이한 이유다.
거칠게
흔들리는 삶의 바다로 나아가자.
다른
곁가지 모두 쳐내고,
정말로
화두 딱 하나씩만 틀어쥔 채 다시 시작해보자.”
‘판을
엎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 보름달
밝게 뜬 어느 밤.
암두가
친구인 설봉,
흠산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암두가
맑은 물이 담긴 그릇을 기습적으로 가리키더니 동료들의 반응을 구한다.
흠산이
나선다.
“물이
맑으면 달이 나타나기 마련이지!”
설봉이
뒤따른다.
“물이
맑으면 달이 사라지지!”
암두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더니 물그릇을 발로 걷어차고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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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위기 또는 고착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데
그 상황에 매몰되어서는 그 상황을 타개할 방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을
깨야 새로운 세계가 보이고 해결책이 보인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 ; 한
스님이 조주를 찾아와 물었다.
“저는
일체를 버리고 텅 비운 마음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조주가
말했다.
“내려놓게(放下着)!”,
“네?
무얼
내려놓으란 말씀입니까?”
조주가
다시 말했다.
“그럼,
짊어지고
가든가(着得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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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말장난 같다.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간단치 않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무게를 줄이기 위해,
또
내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내려놓기 위해 애를 쓰는 ‘나’를
지속적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또 다른 굴레가 발목을 잡는다.
‘크게
죽고 다시 산다’ ; 한
수행자가 노 선사에게 물었다.
“절벽에
매달려 있지만 곧 떨어질 듯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손을
놓게”
다른
수행자가 물었다.
“벼랑
끝에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중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한
걸음 내딛게.”
- 죽으라는
얘기다.
절벽에
애처롭게 매달리지 말고,
벼랑에서
애매한 자세로 궁색하게 견디고 있지도 말고 그냥 뛰어내리라는 얘기다.
‘죽을
각오’다.
나의
낡은 마음을 벗어 던지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마음,
두려움을
벗어버리라는 이야기다.
크게
한 번 죽었다가 홀연히 다시 살아나라는 얘기다.
날마다
펼쳐지는 일상 속에서,
작게라도
죽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툭툭 털고 일어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