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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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13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에슬리 반스 / 김영사

 

최근 외신에서 일론 머스크가 세운 학교에 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하시지요? 물론 아는 분들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누군지 모를 겁니다. 하긴 나도 몰랐습니다.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일론 머스크에 대한 책이라서 관심이 갔을 뿐입니다.

 

기사 타이틀은 이렇습니다. “학교가 고문이었다” (고문을 감옥이라고 바꿔도 마찬가지)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학교.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그의 다섯 명의 자녀들을 위해 일 년 전 학교를 세웠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매스컴의 추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머스크가 세운 학교에 대해 모두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학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공개되었다는군요.

 

 

물리적 사물이 작동하는 원리

 

사실 그렇게 큰 이야기 거리는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에선 대안학교나 가정학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누구 말마따나 깜도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그래도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더군요.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 하긴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 -미국의 전통적인 학제를 따르지 않는다. ‘따르지 않는다로 쓰고 무시한다고 읽습니다. -문제해결방법과 비평적 사고방식을 키운다. -엔진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를 가르친다. 책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오지만, 머스크는 일단 대단한 사람입니다. 아이들에게 엔진을 공부시키는 것은 꼭 아이들을 엔지니어로 키우겠다는 생각보다는 머리로만 주입하는 교육은 거부한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아이들에게 우선 렌치와 스크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머스크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이기도 합니다.

 

머스크는 그의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아버지는 재능 있는 엔지니어였습니다. 모든 물리적 사물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죠.” 머스크 형제는 아버지가 일하는 현장에 가서 벽돌을 쌓고, 배관 공사를 하고, 창문을 끼워 맞추고, 전선을 설치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때 일에 대해 머스크는 재미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라고 회상합니다.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

 

, 그럼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봅시다. 1971년생이니까 나이는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돈은 엄청나게 많군요. 억만장자라고 합니다. 그 돈을 거의 20대와 30대 초반에 벌어들였군요. 머스크에 대한 코멘트는 이렇습니다. “잡스가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꿨다면, 머스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인가가 아닌 인류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모험가”, “미래과학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천재 사업가”, “스티브 잡스를 뛰어넘는,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CEO” 등등 대단하군요.

 

 

비범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그 기질이 엿보이는 뭔가가 있다고 하지요. 머스크 같은 경우도 어렸을 때의 성장과정을 보면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세상적인 평가로 성공의 대열에 들어서다보니 어렸을 때의 그 에피소드들이 미화될 수도 있긴 합니다. 학교생활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왕따와 폭력에 시달려야했지요. 그러나 머리는 좋았군요. 집중력도 좋았습니다. 열두 살 때 비디오게임을 개발할 정도였습니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동네 서점에 있는 책들을 모두 읽었답니다. 물론 쫓겨나면서 까지 그리했답니다. 지역 도서관이 생기자 역시 책들을 읽어대기 시작, 사서를 졸라서 새 책을 받아달라고 조르다 나중엔 더 이상 볼 책이 없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몇 번 이나 반복해서 봤다는군요.

 

 

내가 하도 책에 파묻혀 사니까, 내 친구가 이러더군요. 책 많이 보는 사람치고, 부자 된 사람 못 봤다고 하기에 내가 그랬지요. “부자 되고나서 책 보는 사람도 못 봤다친구가 고개를 갸우뚱 하길래 한 마디 더해줬지요. “책보는 것보다 돈 쓰고 사는 재미가 더 좋지

 

 

 

책이 쓰여지기까지

 

 

이 책은 일론 머스크의 탄생부터 현재와 미래를 담은 책입니다. 글쓴이 애슐리 반스는 뉴욕 타임즈칼럼니스트이자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과학기술 작가로 소개됩니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2년 동안 살인적인 스케쥴로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일론 머스크를 30시간 이상 독점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물 300명과 인터뷰를 했다는군요. 머스크가 반스를 만나준 것이 반스가 200번 이상 연락을 한 뒤라고 하니, 둘 다 대단합니다. 완벽주의자 머스크 입장에선 아무래도 책이 나올 것 같은데 기왕이면 제대로 쓰라고 해야겠다 라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반스 입장에선 머스크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고도(주변 인물들에게서 정보를 받아) 책을 쓰겠다고 작정했답니다. 어쨌든 머스크라는 인물을 통해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울러 꿈이 이뤄지면 돈이 생기는 건지, 돈이 있다보니 꿈이 이뤄지는 것인지 헛갈려집니다. IT 분야나 기술, 과학 분야의 종사자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실 만 합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머스크와 함께 우주로 나가보시지요.

 

 

아이언 맨, 토니

 

지금 미국엔 머스크가 세운 학교에 아이들을 못 보내서 안달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그 학교에 입학할 수 있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답니다. 세계적인 갑부가 세운 학교라서 더 궁금한 것도 많고, 관심도 많겠지요. 그 학교가 세워진지는 아직 2년도 안되었고, 작년(2014) 9월말 통계로는 학생 수가 약 20명 정도라는군요. 머스크의 아이들과 스페이스X 직원자녀들이 전부라는군요. , 그리고 머스크를 표현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외화 아이언 맨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나는 아주 어쩌다 가끔 TV를 보는 편인데, 채널을 돌리다보면 조금 뻥튀기를 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보는 것 같습니다. 아이언 맨이요. 영화 아이언 맨제작 당시 토니 스타크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캐릭터를 구상 할 때 모티브로 삼았던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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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 소울메이트 고전 시리즈 - 소울클래식 11
에픽테토스 지음, 키와 블란츠 옮김 / 소울메이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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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10

 

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에픽테토스 / 소울메이트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람답게 살면서 동시에 세속적인 영예를 추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다운 삶과 세속적인 영예 중에서 어느 하나를 추구하다 보면 다른 한 쪽은 반드시 무시할 수밖에 없다.” p.38

 

마음의 안과 밖이 전혀 상반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가 어느 순간 그 안과 밖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안이 밖에 되고, 밖이 안이 되어버린다. 공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서 한 순간 삐끗거림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남은 생에서 걸어가고 싶었던 길을 막아버린다. 혼자 그러다 말면 그만이다 생각이 들다가도 그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이 겪을 정신적 혼란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런 일들을 바라보며 내 마음을 다시 추스르게 된다. 밖이 안이 되는 것은 그런대로 봐줄만 하나, 안에 들어앉아 있던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밖으로 나오면 골치 아프다. 인간다운 삶과 세속적인 삶. 대부분 이 둘이 한 지붕 밑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토굴 속에서 10년을 지낸다고 치자, 눈으로 안 보니까 세속의 그 현란한 것들이 모두 사라질까? 이미 내 안에 만들어진 세속의 잔상들은 어이할꼬. 하물며 세속도시에서 호흡하며 살며 차창 밖으로 창문 밖으로 수시로 출몰하는 세상의 유혹들을 이길 장사가 있을까? 단지 어느 한 쪽에 먹을 것을 많이 주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다. 내 안의 양에게 먹이를 많이 주느냐, 호랑이에게 먹이를 많이 주느냐. 양도 양 나름이고, 호랑이도 호랑이 나름이겠지만 누구를 더 챙기느냐에 따라 그 몸과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에픽테토스는 말을 짧게 하면서 담을 것을 다 담는데, 나는 그런 재주가 없다보니 쓸데없이 말이 길어진다. 그런데 양과 호랑이 이야기를 인용하다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먹이를 준다고 꼭 강해지고 안 준다고 약해질까? 먹이를 안 주면 더 성질이 포악해지지 않을까? 막가파로 변할 가능성은 못 먹은 놈들이 더 하지 않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Encheiridion)을 영국의 고전문학가 조지 롱이 1877년 영어로 번역한 것을 토대로 했다. 고대 철학자들의 가르침은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곰씹을 내용들이 많다. 에픽테토스는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 제논 등과 다소 다른 차이가 있다. 에픽테토스의 아포리즘은 인간의 실제적인 삶의 방향 설정을 해주는 특질을 갖고 있다. ‘엥케이리디온은 핸드북 또는 매뉴얼로 풀이한다.

 

 

에픽테토스로 대표되는 스토아 철학은 기원전 300년 경 제논에 의해 시작된 이후 약 500년 동안 그리스 로마 사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으로 널리 알려졌다. 스코틀랜드에선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이 담긴 교재를 학교 수업에 사용했다. 초기 기독교 저술가들 역시 기독교적 윤리의 틀을 구성하는 데 그의 가르침을 많이 원용했다고 한다.

 

 

근육 단련, 음식 먹기, 음주, 배변, 성 생활 등 육신과 관련 된 일에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러한 것들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할 수 있으니, 육신보다 마음에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라.” p.105

 

이 글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의료계 선배 중 한 사람이다. 음주가무에 특히 능했던 사람이다. 카드놀음도 좋아했다. 그들 부부사이는 짐작컨대 원만하지 못했다. 아내도 전문직 여성이었다. 주말이면 따로 놀러간다. 골프, 여행, 등산 등등 두 사람 다 각기 바쁘다. 선배가 어느 겨울 친구들과 스키를 타러갔다가 큰 사고를 당했다. 척추 골절상을 입었다.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다른 내과적 질병이 겹쳐져서 결국 사고 후 5년도 채 안 되어 이 땅을 떠났다. 이 세상을 떠나기 수 개 월 전에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으로 찾아갔다. 나에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내가 내 몸을 너무 혹사시켰어. 몸 위주로만 살았어. 다치고 나서야 내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어. 어쩔 수 없이 마음으로 마음이 돌아들어오더군. 아마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라도 붙들어 매어놓고 싶으셨나봐. 하도 마음 밖으로만 돌아다니니까...덕분에 그동안 서재에 꽂혀만 있던 책들을 얼추 다 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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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경전
해이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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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08

 

눈의 경전해이수 / 자음과모음

 

 

마체르모(Machermo, 4,450m)를 떠나서 네 시간쯤 걸었을 때, 완은 얼굴에서 발라클라바를 벗겨냈다. 악천후에 안면을 보호하는 그것은 이미 습설과 콧물에 젖어서 얼음이 서걱거렸다. 고도 4,700미터 지점에서 눈은 전후좌우에서 휘몰아치고 땅에서도 솟구쳤다. 눈보라 속에서 사나운 채찍 소리가 들렸다. 강풍에 실린 눈발이 완의 뺨을 할퀴며 괴성을 질렀다.”

 

 

넌 그녀를 버렸어!”

 

이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완은 한발 한발 히말라야의 눈길을 헤치며 산을 오른다. 히말라야의 눈길을 헤맨 지가 며칠 째인지를 헤아려보니 벌써 열흘이나 되었다. 그는 어찌 이렇게 걷고 있을까?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잊고자 하는 것은 또 무엇일까?

 

 

소설의 무대는 히말라야의 가파른 눈밭과 호주의 대학 강의실, 서울을 오가며 옮겨간다. 완은 히말라야의 산길에서 결국 지쳐 쓰러진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들리는 목소리는 따뜻하고 애틋했다. 그녀였다. 여인은 다가와 누워 있는 완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완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 여인은 완이 호주에 유학 중 만난 유밍이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다. 완이 학교 강의와 과제물을 어디서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가야 할지 갈팡질팡할 때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난 존재다. 완은 유밍 덕분에 학업의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둘이는 연인사이가 됐다. 서른한 살의 완과 스물네 살의 유밍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순례의 길과 무지개

 

다시 히말라야. “영리하거나 힘이 센 것들은 순례를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 힘든 여정에 오르지 않아도 자신의 영토 안에서 충분히 잘 살기 때문이다. 밥벌이에 하루하루가 고단한 부류도 고행을 하지 않는다. 일상 자체가 고행이기 때문이다. 죄를 지어 추방당했거나 거룩한 정신적 부담을 가진 자만이 순례를 선택한다.”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완의 산행은 거룩하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모종의 정신적 부담임을 암시해주는 부분이다.

 

 

완은 히말라야 산정에서 무지개를 보고 싶었다. 그 무지개는 유밍도 보고 싶었던 무지개다.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까지 하늘을 가로지르는, 아주 커다랗고 선명한!’ 무지개의 반대쪽이 내려앉는 그곳은 어디일까? 무지개라는 것이 한갓 나타났다 사라지는 존재일지라도 사람들은 무지개를 바라보며 감탄한다. 눈을 못 뗀다. 우리가 바라는 꿈과 희망이 어쩌면 무지개 같을지도 모른다. 사라져 버릴지언정 갖고 싶고, 이루고 싶은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유밍은 완과 함께 이뤄갈 꿈을 그 무지개에 싣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가교(架橋)역할을 해주리라 믿고 있었을 것 같다.

 

 

완이 히말라야에 온 것은 유밍과의 약속이다. “자신을 네팔까지 부른 중국 여인, 상대방은 까맣게 잊은 약속을 숨이 끊기던 순간까지 가슴에 품었던 사람...” 그녀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함께 오기로 한 그 약속을 혼자라도 지키기 위해 완은 히말라야 행을 결정한 것이다. 완이 산을 오르는 것은 회상일수도 있다. 다시 쓰고 싶은 내면의 일기장일 수도 있다.

 

 

고통과 아름다움

 

“750도의 고열에서 하루 24시간 꼬박 열을 가해야 합니다. 그런 열기를 견뎌야만 이렇게 진실하고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집니다.” 완이 유밍과 시드니의 한 예배당을 들렀을 때 스테인드글라스를 손으로 가리키던 성직자의 말이다. 하루 24시간 꼬박 열을 가해야 한다는 말에 시선이 머문다. 그 온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완이 유밍에게 묻는다. “왜 진실과 아름다움은 시련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걸까? 순서를 보면 고통이 먼저고 아름다움은 그 다음이야. 왜 아름다움이 먼저가 아니라 고통이 먼저일까?” 유밍이 답한다. “고통이 먼저고 아름다움이 나중이니까 그나마 고통을 견딜 수 있겠지. 만약에 아름다움이 먼저면 곧 다가올 고통의 두려움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느끼지 못잖아. 그러니까 그 순서가 맞는 거야.”

 

작가는 후기에서 스스로 묻고 답한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덕성은 왜 고통의 순간에 발현될까? 다행스럽게도 그곳의 추위와 시련은 나를 전보다 조금은 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눈보라 너머로 어떤 희미한 이야기가 보였다. 희미한 것을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나는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였다. 하늘은 중요한 일을 맡기기 전에 그 사람의 생각과 의지를 시험하므로 나도 이번에 시험 대상자에 속했을 것이다.

 

작가가 작가로서의 뜻과 의지를 어떻게 다져가고 있는가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작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때로 드는 생각은 이미 누군가 진작 그려 둔 밑그림을 따라 선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느낌도 전해진다. 마치 완이 걸어가던 그 눈길이 다른 이들이 남긴 발자국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 길을 따라가듯이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 문학이고, 예술이다.

 

 

당신이 만든 물결이 결국 당신에게 돌아올 거예요

 

완이 히말라야 산행의 막바지에서 만난 빠모. 그녀는 영국 출신이다. 텐진 빠모(일종의 구루)가 된 서양 최초의 여성이다. 이십대에 인도에서 스승을 만나 티베트의 수도원에서 서원한 뒤 히말라야 13,000피트의 동굴에서 혼자 12년간 수행하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빠모는 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어보듯 한 마디 한 마디가 완의 가슴에 콕 박힌다. 아마도 작가는 빠모의 입을 빌어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이 우주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광대해요. 그러나 아무리 광대해도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어요. 그 누구도 이 연결에서 제외되어 있지 않죠.(.....) 지난 일을 후회 할 때도 있겠지만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당신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존재 할 수 있어요.(.....) 선택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해요. 책임에서 도망치려 할 때 불행에 빠지고 말죠. 이 우주는 잊는다는 것을 몰라요. 당신이 매 순간 선택할 때마다 우주는 지켜볼 거예요. 앞으로는 지옥보다 천국을 택하세요. 당신이 만든 물결이 결국 당신에게 돌아올 거예요.”

 

 

작가 해이수. 내가 주목할 작가의 명단에 올린다. 깊은 울림이 있는 글을 쓰는 작가다. 실제로 히말라야를 다녀왔다고 한다. 몇 해 전, 쿰부 히말라야의 대폭설 기간에 그는 그곳을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 떠오른 그의 상념 중 관계는 상처를 먹고 성장한다는 말에 지극한 공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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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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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107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데이비드 실즈 / 문학동네

 

 

삶의 마지막 순간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나는 자연스럽게 죽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라며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니까.” 미국의 경제학이자 정치학자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 되던 해 스스로 음식 섭취를 끊고 그의 유서에 적힌 소원처럼 또렷한 정신으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한다. 복에 대한 정의는 각기 다르겠지만, ‘복 받은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든다. 또 한 가지 의사와 의학에 대한 냉소적인 견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좀 지나친 감도 있다. 의료 일선에서 환자들의 질병과 주야로 씨름하는 의료진들이 들으면 서운할 이야기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스코트 니어링의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삶과 죽음이 아니라, 건강함과 그렇지 못함, 살아있음과 그렇지 못함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을 주제로 한 책들은 그나마 손길이 닿지만, ‘죽음을 미리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결국은 살아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부터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분위기다. 죽는 것은 여전히 두렵지만, ‘죽음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다소 완화된 듯하다는 말이다.

 

 

언젠가 죽는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이다. 우리는 모두가 죽는다라고 붙이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제목만 봐서 깊이 있는 인문학 서적 같다.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다 죽을 정도일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볍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 부분도 있다. 노화와 죽음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예술학 석사이자 영문학과 교수,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소개되는 지은이는 의학이나 생물학 쪽은 별도의 코스를 거치지 않은 듯한데, 인간의 탄생과 사멸에 이르는 단계를 신뢰할 만한 자료와 데이터를 인용해가며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다.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삶을 말해야 한다. 마치 어두움을 설명하기 위해서 빛이 필요하듯이..

 

 

생명의 탄생

 

한 판 시합을 해보자. 내 이야기 대 내 아버지의 이야기. 이것은 내 몸의 자서전이고, 내 아버지 몸의 전기(傳記)이고, 우리 두 사람 몸의 해부학이다. 내 아버지의 이야기이고, 아버지의 지칠 줄 모르는 몸 이야기다.” 글의 중심엔 지은이가 생존기계라고 이름 붙인 97세의 아버지가 버티고 있다. 아무리 100세 시대를 바라본다 할지라도 97세의 영감님은 아직 흔치않은 존재이긴 하다. 지은이도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나보다. 그래서 이렇게 죽음에 관한 자료를 쏟아 부어 아버지를 매장하려나보다. 왜 나는 아버지에게 한시 바삐 수의를 입히지 못해 안달인가? 아버지는 강하고, 아버지는 약하며,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며, 아버지가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고, 아버지가 내일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 이 문장만 보면 지은이가 이상성격자가 아닌가 의심을 가질 사람도 있을법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지극히 정상이다.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

 

글은 유년기와 아동기부터 시작해서 노년기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주관적(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웃이야기), 객관적(자료와 데이터)으로 이어간다. 아울러 유머러스하다.

 

태아는 엄마의 자궁 속에 얌전히 앉아 엄마가 먹여주기만 기다리지 않는다. 태아의 태반이 엄마의 조직에 혈관을 뻗어 공격적으로 침투해서 영양소를 뽑아낸다.” 나무뿌리는 물줄기를 찾아 필사적으로 손을(발인가?)뻗힌다. 태아나 나무뿌리나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생존은 전쟁이다.

 

성장

 

성장기는 어떤가? 성장기 자녀들을 두고 있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글들이 중간중간 실려 있다. 출생에서 청소년기로 가는 성장은 서로 다른 두 단계에 따라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출생 후 2년까지의 기간으로, 급격하게 성장하지만 성장 속도는 감속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2세부터 사춘기가 시작될 때까지로, 매년 일정하게 성장하는 단계이다.” 성장 과 노화에 대한 스토리엔 빠짐없이 평균수치가 이어진다. 책 제목과 달리 살아있음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식재료이긴 하나 꼭 먹이고 싶을 때, 슬그머니 다른 식재료와 혼합해서 먹이듯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할 죽음

 

죽음은 삶이라는 임시직 후에 찾아오는 상근직이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 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_프랜시스 톰프슨. ‘걷는 것은 넘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우리 몸의 생명은 죽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유지된다.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독설가답다.

 

어떤 나이에 머물러 영원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몇 살이기를 택하겠는가?를 물었더니18~24세는 27. 25~29세는 31. 30~39세는 37. 40~49세는 40. 50~64세 사이는 44. 그리고 64세를 넘은 사람들은 59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30, 40대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지은이는 30~40대에 고인이 된 유명인들(작가, 예술가등)을 천연덕스럽게 집어넣어 이 사람들도 이렇게 갔지만, 우리 기억에 계속 남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모차르트는 35세에 죽었다. 바이런은 36세에, 라파엘로와 고흐는 37세에 죽었다

 

 

마지막 한 마디

 

내가 이 땅을 떠나면서 딱 한 마디만 하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할까? 바라는 것은 한마디라도 제대로 남기고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명료하다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팔 저 팔에 링거를 꽂고 산소마스크를 하고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다 가는 모습은 진짜 싫다.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긴 하다. 지금 그러고 누워 있는 사람도 절대 스스로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책 속에 인용된 유언중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내가 가진 모든 것은 한순간의 것이었다.’ 에스파냐의 왕 펠리페 3세는 이런 말을 남겼다. ‘통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을, 내 왕국에서 살아온 세월을 자연 속에서 고독하게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오직 하느님과 함께 지냈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더라면 얼마나 평온하게 죽었겠는가. 얼마나 당당하게 하느님 권자 앞에 나아가겠는가. 죽음 앞에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면 그 모든 영광과 재물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미국의 소설가 헨리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그것이 왔는가, 그 유명한 것이..’ 미국의 풍자만화가 제임스 서버의 말을 들어본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젠장’. 평생 금주가였던 스코틀랜드의 과학자 제임스 크롤은 한 모금만 마시겠습니다. 이제는 술 마시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겠지요.’

 

이 책을 어디로 분류시킬까? 인문학쪽도 아니고, 과학(생물)분야도 아니고, 성장에세이도 아니고, 지은이의 표현처럼 파괴적 논픽션(?)’ (창조적 논픽션과 반대되는). 노화와 죽음이 건포도 식빵의 건포도처럼 박혀 있지만, 어쨌든 재미있다. 책을 읽다보면 후반으로 갈수록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사그라지는 불빛을 생각한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죽음을 상대하는 일이 그렇다. 갈 땐 가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 그 불빛을 잘 유지하다가 훅하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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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것들 - 슬프도록 아름다운 독의 진화
정준호.박성웅 외 지음, EBS 미디어 기획 / Mid(엠아이디)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이야기 2015-105

 

독한 것들박성웅 · 정준호 외 / EBS MEDIA 기획 / MiD (엠아이디)

 

 

인간 사회에선 너무 이기적으로 강해도 탈이다. 뒤통수에 부딪는 말이 있다.“독한 것”  독한 것도 독한 것 나름이다. 선한 뜻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하는 착한 독함이 있는가 하면 인륜을 저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부딪히고 싶지 않은 나쁜 독종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생태계로 가본다. 생물의 진화를 두고 볼 때 그 요인은 여러 갈래로 해석되지만, 결국은 생존이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든 곳으로 바뀌고 있다할지라도, 그래도 그 중 낫다. 아직은 변화를 위해 목숨까지 내 놓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EBS 다큐 프라임 진화의 신비, 을 편집해서 출간한 이 책에선 역시 ()’이 주제다. 생태계에서 독은 특이하다. 제작자들은 여러 의문을 갖고 시작했다. 독이란 무엇인가? 왜 독을 가진 생물들은 자신의 독에 안전할까? 이들이 독을 가지도록 한 진화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독을 생각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논어<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이다. 중용(中庸)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지만 독도 독 나름이고, 정도의 차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1g으로 1천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하는 치명적인 미생물 독소인 보톨리누스 독소는 아주 적은 양을 정확하게 사용하면 경련이 일어나는 증상에 효과적이다. 성형외과에서 효자 역할을 든든히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안다.

 

 

독성학

 

여태껏 독()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느냐? 어느 정도 끼치느냐? 해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준이었다. 독성학의 연구와 개발이 진척되면서 이제껏 추정 이론으로만 기록되었던 생태계 독소, 독성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 독을 제대로 아는 것은 의외로 수확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다.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독을 사용하고, 동물은 그 독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독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진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의 생태계는 엄혹한 자연 속에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

 

문제는 평형을 유지하던 독의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편리성으로 어느 특정 종자를 없애기 위해 좀 더 독한 어느 것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면서 오는 현상이다. 국내에선 식용개구리가 바로 그 녀석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탕수수두꺼비는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사탕수수두꺼비의 강력한 독에 오스트레일리아 토착 동물들은 끔찍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남미의 습지에 살던 그 두꺼비들이 어떻게 그곳에 왔을까? 그 이유는 인간의 개입 때문이다. 사탕수수밭의 해충, 딱정벌레를 퇴치하겠다고 도입한 사탕수수두꺼비, 인간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외래종의 유입은 스스로 평형을 유지하던 독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어설픈 인간의 개입은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책은 독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독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독화살개구리, 상자해파리, 바로 앞에 이야기한 사탕수수두꺼비, 바다뱀 등등 수없이 많은 그리 친밀하지 않은 생물들이 소개된다. 끼리끼리 독한 라이벌들도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독을 통해 인간세상에서 이 활용되는 여러 사례를 들고 있다.

 

 

영감의 원천,

 

분위기를 좀 바꿔서 독이라는 주제가 문학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이야기는 어떨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엔 마녀들이 묘약을 만드는데 그 중심엔 독()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선 매년 다산의 여신인 데메테르를 기리는 엘레시우스 제전을 치렀다. 엘레시우스 제전에선 키케온이라는 음료를 마시고 강력한 환각효과와 미래에 대한 계시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의식 중 하나였다. 키케온은 물과 보리, 향신료를 섞어 만드는데, 오늘날의 학자들은 맥각에 오염된 보리를 일부러 집어넣어 환각을 유도하며 집단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졌던 것으로 추측한다. 오늘날에도 맥각에서 추출한 물질은 마약류 중 가장 강력한 환각제로 쓰이고 있다. 바로 LSD이다. 오늘은 금요일. LSD까지는 안 가더라도 날도 더워지고 불금이다. 치맥과 함께 할 사람들이 많을 듯. 맥각이라는 단어 때문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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