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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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정원재키 베넷 외 / 샘터

 

 

온갖 위험과 불안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 나는 집이 아니라 정원에 간다. 그곳에 가면 자연의 너른 품 안에서 보호받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들고, 온갖 풀과 꽃이 친구가 되어준다.”

_엘리자베스 폰 아님

 

 

전업 작가들의 일터, 작업 공간은 집이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1700~1800년대 전 세계의 유명 작가들은 거의 한 곳에 오래 머물렀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동이 빨라졌어도 그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하다. 간혹 집을 떠나 독립된 공간에서 글 작업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나마 시간이 아까운 작가들은 오래 머무름의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이 땅에 머물다 간 유명한 작가들의 집과 정원을 통해 그들과 그들의 작품에 더욱 가까이 가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수많은 작가의 삶에서 정원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루퍼트 브룩, 베아트릭스 포터, 헨리 제임스 같은 소설가, 시인, 전기 작가, 동화 작가들이 정원(자신의 정원과 잘 아는 친지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 토머스 하디는 시골 도싯 주에서 나고 자랐다. 거기서 그는 해마다 사과를 따고 으깨어 사과주스를 만들었고 양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초가집 옆 텃밭에 채소를 길렀다. 반면 윈스턴 처칠은 케퍼빌리티 브라운의 풍경식 정원과 널찍한 호수를 갖춘 블레넘 궁전에서 성장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 모두 어른이 되어 스스로 정원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하디는 도체스터의 맥스 게이트에서 거의 자급자족하며 살았고, 차트웰의 처칠은 땅 파는 일꾼을 고용하여 연못에 가깝던 작은 호수들을 블레넘에 있던 호수처럼 크게 확장했다.

 

 

 

 

 

정원은 골동품 도자기나 가구처럼 그저 가끔 먼지나 털어주면 되는, 변하지 않는 물건이 아니다. 정원은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한다. 계절의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은 세상이다. 작가의 정원 중 지금도 남아있는 것이 많다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한 행운이다. 작가들, 특히 글쓰기를 시작한 초기에 고생한 작가들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현존하는 정원들 역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경우가 많다. 1937년 코커마우스의 워즈워스 생가는 철거되기 직전 현지인들에게 구제되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작가들은 많다. 제인 오스킨, 루퍼트 브룩, 존 러스킨, 애거서 크리스티, 윌리엄 워즈워스 등 19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몽크스 하우스

 

이곳은 허세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길고 나지막하고, 문이 많은 집이다. 로드멜 가에 면한 쪽은 나무판자를 덧댄 모습이다.” 버지니아 울프, 1919년 일기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찾아 잉글랜드 남부 해안 도시 루이스 인근에 있는 로드멜의 좁은 길을 지나는 순례객들은 장미 넝쿨이 기어오르고 비막이 판자를 댄 소박한 집을 발견하게 된다. 따스하게 맞이하는 듯한 이 집은 쉰아홉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명민하고 불안했던 작가의 집이라고 하기엔 왠지 너무 아늑해 보인다.

 

1919년에 처음 이집을 구입했을 때 버지니아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곧 이 집의 크기와 모습, 야생적이고 비옥한 정원이 주는 심오한 아름다움에 굴복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버지니아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는 아마 과수원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녀의 단편 소설 과수원은 잠에서 깼을 때 자신이 사과 과수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느 소녀의 이야기다. 그 과수원은 버지니아의 과수원과 아주 흡사하다. 소녀가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듣는 대목이 있는데 지금도 이곳에 가면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버지니아는 화단 사이를 걸으며 꽃을 꺾어다 집 안에 꽂는 것 좋아했다. 자주 정원을 거닐다가 평화로운 곳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코커마우스와 그라스미어

 

내 아버지의 집 뒤로 그가 지나간다.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 집 테라스 산책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그는 우리가 끔찍이도 좋아하는 놀이 친구였다.” 서곡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이야기는 1770년 컴브리아 주 북부 코커마우스에서 시작한다. 바로 뒤로 더웬트 강이 흐르고 언덕을 병풍처럼 두른, 이 타운의 가장 큰 저택에서 그는 다섯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워즈워스가 성장 하는 과정 중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으면서 참으로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야 했다. 추억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정원에서도 떠나야만 했다.

 

워즈워스가 태어난 집은 1937년에 하마터면 버스 정류장에 자리를 내주고 철거될 뻔했다. 다행히 철거를 단 며칠 앞두고 이 지역민들이 가까스로 모금한 돈으로 집을 매입해서 헐리는 것을 막았다. 일 년 뒤 내셔널 트러스트에 양도되었고, 2004년에 대대적으로 복원되기 전까지 이 정원은 오랜 세월 잔디밭이었다. 그 동안 끔찍한 홍수도 겪었지만, 현재 워즈워스 화단에는 옛 장미, 범꼬리 같은 약초, 아스포넬리네, 겹작약 루브라 플레나와 대청 등을 포함하는 초본식물, 절굿대, 애키네이셔 등 꺾을 수 있는 화초 그리고 전통적인 채소들이 자란다.

 

 

작가들의 정원을 통해 작가들을 다시 만나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그들의 마음이 읽힌다. 그들의 정서 속에 동참하는 느낌이다. 작가의 정원 스토리 뒤엔 그 작가 그 장소 그 작품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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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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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신동준 / 인간사랑

 

 

중국의 전승절

 

중국은 올해(2015)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으로 대대적인 홍보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을 견제하고 세계에 G2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의 힘을 과시하겠다는 속이 보인다. 전승일인 201593일에 열릴 열병식을 준비하기 위해 장병 1만여 명과 무기장비 500여대, 군용기 200대가 참여한다. 각 부대의 거리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인공위성까지 동원됐다. 중국은 이를 위해 전례 없이 외국 정상들을 대거 초청했다. 49개국에서 열병식 참석을 확정지었고, 30여 개국의 정상급 지도자와 정부대표 19, 국제기구 수장 10명이 참석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의 위상 - 중국식 민주주의

 

중국의 위상이 지금처럼 높아진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서구 열강에 100년 가까이 수모를 겪고 이후 공산체제하에서 후진적인 빈곤경제에 허덕이던 나라가 어떻게 30년 만에 ‘G2'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서방이 한사코 동양적 전제정부로 깎아내린 체제가 어떻게 서구식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이를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비되는 중국식 민주주의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그는 동서의 민주주의 모델을 각각 수평적 민주주의수직적 민주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수직적 민주주의는 정부의 하향식 지도와 인민의 상향식 참여가 상호작용하는 중국 특유의 정치체제를 말한다.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속에서 인민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국가 및 사회에 기여한다는 게 기본 골격이다.

 

 

서구와 중국 간에 민주에 대한 개념 또는 인식의 차이는 없을까? 없을 리가 없다. 서구는 자유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를 막론하고 개인의 자유 및 권리에서 출발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의 권익을 중시한다. 그러나 중국은 개인보다 국가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중국인에게 국익우선의 불문율은 진시황이 사상 처음으로 천하를 통일한 후 2천여 년 넘게 면면히 이어져온 기본 상식이다.

 

 

 

현대의 시점

 

이 책의 제목인 중국 현대사에서 현대는 언제부터인가? 이 시기를 두고 중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긴 한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긴 하다. 근대와 현대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해가 다른 방향에서 뜨는 것도 아니고. 중국의 대다수 학자는 현대의 시점을 1919년에 일어난 5.4운동으로 잡고 있다. 이에 반해 대만을 중심으로 한 일부학자는 청조 붕괴의 결정적 배경이 된 1911년의 신해혁명으로 그 시기를 소급시키고 있다.

 

 

 

중국 현대사속의 존재감들

 

고전연구가이자 평론가인 신동준 저자는 이 책에서 다섯 존재감을 소개한다. 중화제국 건설에 도전한 무장단 군벌’, 중화제국 건설에 실패한 풍운아 장개석’, 중화제국 건설에 성공한 혁명아 모택동’, 중화제국의 동요를 막은 명재상 주은래’, 중화제국의 변신을 꾀한 부도옹 등소평등이다.

 

 

중국에서 군벌(軍閥)은 일본의 군벌주의 등의 표현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중국식 군벌은 1912년 청나라가 멸망한 이후 군사력을 기반으로 전국 또는 지방의 일부에 웅거하면서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한 중국의 고급 군인 및 그들의 병력을 뜻한다.

 

 

 

장개석,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의 재평가

 

저자가 소개하는 이 4인의 성장과정 및 정치적 활동에 대해선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자의 주관적인 판단이든, 현 중국인 또는 외부에서 느끼는 정서든 간에 이 4인에 대한 재평가를 정리해본다.

 

 

장개석(蔣介石)은 군사적 재능 면에서 확실히 모택동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성공적인 북벌로 대소군벌을 일단 남경정부휘하로 끌어들이고 군벌할거에 따른 혼란을 대폭 줄였다는 점만은 나름 평가할 만하다.” 실제로 이 일을 계기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경제 분야에선 법화정책, 문화교육 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기여는 민중들을 각성시켜 일제와 맞서게 한 데 있다. 과거 서구 열강이 청조와 체결한 불평등조약을 대부분 폐지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오랫동안 모택동이 미화된 것과 정반대로 장개석은 과도하게 폄하된 면이 있다.

 

 

모택동(毛澤東)은 역대 왕조의 황제보다 더욱 폭압적인 방법으로 대약진운동문화대혁명을 지휘했다. 중국사를 개관할 때 이처럼 무지막지한 광풍이 분 것은 진시황과 수양제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모택동의 전 생애를 종합해 볼 때 그의 업적과 리더십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정확한 수치로 나타내 분석할 수는 없다. ‘득천하과정에서 땅을 얻게 된 농민들의 행복과 내전 중에 희생된 수백만 병사의 목숨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치천하과정에서 그가 거둔 실제적인 경제성과를 대약진운동이 가져온 대기근과 문화대혁명이 초래한 끔찍한 혼란과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평가한다면 말년의 커다란 과오에도 불구하고 공이 과를 덮는다는 등소평의 평가가 대략 옳을 듯싶다.”

 

 

 

주은래(周恩來)는 강소성 희안출신이다. 남창봉기를 지휘하고 혁명군사위 부주석으로 장정에 참여했다. 인민공화국 건립 후 27년 동안 총리를 역임하면서 안팎의 여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했다. 삼국시대 촉한의 제갈량에 비유하는 이유다. 주은래가 죽은 날 유엔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반기(半旗)를 내걸었다. 이는 그가 생전에 그 유명한 소위 육무(六無)와 무관하지 않다. 첫째, 죽으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둘째, 살아서 자식을 남기지 않았다. 셋째, 관직에 있으면서 드러내지 않는다. 넷째, 당에 있으면서 사사로움이 없었다. 다섯째, 고생스러워도 원망하지 않는다. 여섯째, 죽으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

 

 

등소평(鄧小平)은 외국인투자 허용 등 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한 과감한 개혁조치를 단행하여 중국이 G2의 일원으로 도약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중화제국2의 창업주에 해당한다. “다소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모택동이 등소평을 위해 부작위에 의한 권력승계를 허용함으로써 그의 사후 등소평이 신 중화제국의 제2대 황제 자리에 오르도록 배려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장개석,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에 대해 매우 정리가 잘 되어있다. 책 말미엔 등소평의 후예들중국 현대사 연표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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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달로 가는 길 - 오래된 IT와 새로운 인문학의 사상 첫 대화가 시작된다
편석준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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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시키는대로 생각할 것인지, 두뇌를 통해 조화롭게 손을 쓸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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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도 증거도 흔적조차도 없는 심판자를 쫒는 아담스베르그...그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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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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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맥주모리사와 아키오 / 샘터

 

 

살아가며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나를 돌아보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그 어느 곳이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중년에 들어선 남성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골방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있다.

 

이 책은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가 노숙을 하며 일본 전국을 방랑하던 시절, 20대 초반에 겪었던 별난 사건을 모은 방랑 에세이집이다. 그 시절 그 만의 비밀의 공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이다. 그에겐 비밀의~’라 할 수 있는 장소가 몇 군데 있었다. 비밀의 골짜기, 비밀의 연못, 비밀의 폭포, 비밀의 와사비 채취 포인트 등등. 요컨대 자연 놀이를 위한 최적의 장소, 아무도 모르는 몇 군데. 알몸에 오리발만 착용하고 강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대학생 때 우연히 동굴을 하나 발견했다. 바다 근처 숲의 덤불을 헤치면서 완만한 경사면을 영차영차 올라가던 도중 갑자기 눈앞에 그 구멍이 떡하니 나타났다. 조심조심 들어가 보니, ! 컴컴한 동굴너머에 놀랍게도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바다가 펼쳐졌다.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방도 있다. 무려 네 개나 된다. 방이라는 것은 누워있을 만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대단한 발견이었다. 휴일이 되면 그 비밀의 장소로 향했다. 낚시도하고 밥도 해먹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그날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만의 장소를 찾았더니, 이런 누군가가 와서 미리 누워 있었다. 나이는 50정도, 텁수룩한 머리털, 반은 흰머리 등등. 전형적인 홈리스의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 뒤로도 그 동굴에서 그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이젠 비밀의 장소가 아니다. 이년 쯤 지나갔을 무렵 다시 갔을 땐, 덤불숲이 치워지고 제대로 된 이 나있었다. 또 그로부터 10여 년 후엔 다시 갈일이 있었다. 동굴 앞에 다다른 순간 번쩍! 스트로브 라이트가 켜지면서 알몸에 하얀 가운밖에 걸치지 않은 요염한 젊은 여인이 동굴에서 나왔다. 누드 화보를 찍는 중이었다. 이젠 그리운 시절, 나만의 비밀장소는 지울 때가 되었다.

 

 

 

책엔 저자의 이런 좌충우돌 스토리가 이어진다. 함께 복싱을 하던 친구들과 어울려 낚시를 갔다. 찌개거리는 준비했지만, 고기를 잡아서 넣을 생각만 했다. 그러나 피라미밖에 잡은 게 없다. 더 이상 배고픔을 못 참고, 가까운 역으로 먹을 것을 사러갔다. 그러나 시간이 늦어서 열어놓은 집을 찾기 힘들다. 곰팡이 낀 빵을 먹었다.

 

 

 

어린 시절 UFO스토리는 한 편의 콩트다. 또래들과 어울려 놀던 중 묘한 물체를 발견했다. 그 물체는 주변 구름과 같은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쌀알 정도 크기였다. 점점 크게 다가왔다. 쌀알에서 땅콩으로, 땅콩에서 아몬드로, 그리고 달걀 크기로.... 겁을 먹은 아이들은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고타쓰안에 숨었다. 덥다. 숨쉬기도 힘들다. 밖에 외계인이 와 있을까봐 겁이 난다. 그러고 있던 참에 엄마가 왔다. 아이들이 땀을 많이 흘리고 있는 것을 본 엄마는 마침 아이스크림을 사왔다고 건네준다. 그렇지만 친구들은 아이스크림을 쳐다보곤 겁먹은 시선을 남기곤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 아이스크림 이름은 UFO아이스였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그 당시의 사진과 일기를 끄집어내어 다시 보았다고 한다. 되새긴 추억들은 애틋하고 유쾌하고 정다웠지만, 생각할수록 쓸데없이 힘이 넘쳤던 시절이었던 것 같았다고 한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누구 안 그랬던 사람 얼마나 되겠는가?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그냥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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