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노래
정지원 지음 / 신영미디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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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날이 선 푸른 바다는 소름끼치는 한기를 몰고 오기도 하지만, 바다의 짠 기운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더없는 축복이 되기도 한다. 로렐. 비샤트란의 메르 백작의 딸이라지만 그녀는 그녀의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영지민들에게도 버림받은 불행한 소녀이다. 셰인. 바이에른 황제의 장남이지만 유니콘의 저주로 미쳐버린 비운의 황자이다. 그런 둘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순수하게 아파하고 제 손에 머물지 않는 행복을 동경하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상대는 지독히도 자신과 닮아 있을테니까.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가슴 떨리는 감정은 고사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로렐은 셰인의 손을 잡았다. 처음엔 그의 온기가 너무 좋아서. 그렇게 따뜻한 품은 그녀 생에 단 한번도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순진한 로렐은 비샤트란의 차가운 바닷가에서 셰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 희망했다. 하지만, 미친 줄 알았던 셰인이 사실은 정상인이면서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그를 지지하면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희망이 부서지리란 것을 어렴풋이 알아버렸다.

황제인 아버지와 요정인 어머니 사이에서 가장 고귀한 모습으로 태어난 셰인은 요정의 왕도, 인간 세상의 왕도 차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이질적인 그의 모습은 요정 세계에서도 인간 세계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두 자리 모두를 포기했다. 미친 척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권리로부터 도망쳤다. 동생인 스티브가 왕위에 오르기를 바라며 말이다. 그러다 자신에게 주어진 비샤트란으로 간 그는 로렐을 만났다. 바다 마녀의 딸이면서 마법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없이 여리고 갸냘픈 그녀를 말이다. 동병상련이랬던가. 둘은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그리고 로렐의 능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셰인은 궁정에서 동생인 스티브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되어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그러나 비샤트란의 바다를 떠나 살 수 없었던 로렐은 하루하루 도자기처럼 창백해지기만 하는데...

가슴 아픈 오해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 치졸한 질투심과 우유부단으로 결국 셰인은 로렐을 잃고 만다. 품에 있을 때 소중함을 깨달았어야지...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그는 이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되찾기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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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와 유리구두
줄리아 퀸 지음, 장원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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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주 착하고 어여쁜 아가씨가 살았습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그녀는 계모와 두 언니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물론 그들은 그녀를 구박하였습니다. 하녀보다 더 못한 취급을 하며, 그녀를 신데렐라라고 불렀습니다. 재투성이. 그녀에게 그 이름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의 이름, 신데렐라가 뒷날부터 횡재한 여성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게 되었으니까요. 그녀는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고운 마음씨로 멋진 남편,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녀와 멋진 왕자님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책의 모티브는 신데렐라인 듯하다. 펜우드 백작의 사생아 소피가 펜우드 백작 부인과 그 딸들의 눈치와 구박을 받으며 지내다 유모의 도움으로 왕자님의 무도회에 갈 수 있었으니까. 물론 왕자님은 브리저튼 가의 차남 베네딕트이다. 자, 다프네와 앤소니를 결혼시킨 줄리아 퀸이 이번에는 베네딕트를 유혹한다.

가면무도회. 그곳은 위선과 기만 그리고 알 수 없는 신비감이 떠 돌고 있다. 그곳에서 베네딕트는 일생의 사랑을 만난다.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상대의 존재감. 휘몰아치는 감정의 급류를 억누르지 못해 불안정하게 뛰는 심장. 그리고 드디어 시야에 들어선 상대의 모습은 얼굴을 반쯤 가린 가면을 쓰고 은빛 드레스를 입은 환상의 여인이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 12시를 알리는 종과 함께 사라졌다. 마치 자신이 신데렐라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베네딕트의 손에는 유리구두가 아닌 한 짝의 장갑이 남겨졌다. 그는 그 장갑을 힌트로 펜우드 백작의 집까지 찾아가지만, 못된 계모와 그 두 딸들에 의해 소피를 찾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소피와 베네딕트는 재회하게 된다. 그를 알아 본 소피와는 달리 베네딕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신비감과 존재감을 안고 사랑의 열병에 사위어가는 그의 심장은 은빛 드레스의 그녀에게처럼 소피에게도 반응한다.

사생아와 귀족 가문의 청년. 둘 사이의 신분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러나 재투성이도 왕자님과 결혼했지 않은가. 상황이 다르다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신데렐라는 적어도 사생아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로설은 어떤 역경과 고난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피엔딩은 로설의 미덕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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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5-13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정말 너무너무 좋았어요. 어찌나 좋았는지 침대옆에 두고 잠들기전 읽고 또 읽고를 반복했지요. 여주와 남주의 대사가 톡톡 튀는것이 읽으면서 내내 미소를 짓게 한달까요?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헤헷 :)

꼬마요정 2007-05-1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두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나봐요~^^
저도 재밌게 봤는데.. 저도 잠들기 전에 요런 로맨스 소설을 읽는 걸 즐긴답니다.^^
 
변방의 바람 - 하
최해심 지음 / 신영미디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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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풀 하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엘리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바람이 머무는 곳이니까요." 라이더라는 바람이 머무는 곳, 엘리의 옆자리는 바람이 쉴 수 있는 곳이었다. 마찬가지로 운원의 옆자리는 변방에 부는 매섭고도 차가운 바람이었던 천소가 유일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어린 시절 계모의 모진 학대에 아끼고 아끼던 유모가 차가운 주검이 되어버린 그 날 이후 항상 변방에 머물던 그에겐 행복이란 단어는 낯설면서도 간절한 염원이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혼인을 하려 초례청에 섰을 때, 아리따운 신부는 어디에도 없었다. 서생과 도망을 쳐서, 겁탈을 당해 목을 매었기 때문에 그와 혼인하려던 두 여자는 그렇게 그를 외면했다. 두 차례나 혼인이 깨어지자 천소는 더욱 더 냉소적이고 지독한 바람이 되어 변방을 몰아쳤다. 그러다 세번째 혼인이 정해지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혼인을 성사시키려 했던 그는 신부를 위협하고 겁탈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를 자신의 옆에 묶어두어야 했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더 이상 버림받는 것은 끔찍했기에.

1년 전 자신의 정혼자였던 재휘가 죽었다는 소식에 넋을 놓고 있던 운원은 자신이 혼인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펄쩍 뛰며 완강하게 반항한다. 자신의 정인은 오로지 재휘 뿐이라며 이 혼인을 결사적으로 반대하지만, 그녀가 혼자이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님에 의해 혼인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운원은 평생 재휘를 추모하며 살고 싶었기에, 자신의 지아비가 될 천소에게 자신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전한다. 자신은 재휘를 사랑한다고. 그를 위해 추모하며 살고 싶다고. 그러니 이 혼인을 막아달라고. 그러나 이미 천소는 이 혼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성사시켜야 한다고 작정을 한 남자였다. 당당하고 대찬 여자였던 운원을 얽어매던 그 시대의 관습은 그녀에게 두 가지 선택의 길을 남겨놓았다. 이대로 목을 매던가, 그의 아내가 되던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엔 자아가 강했던 그녀는 결국 초례청에, 천소의 앞에 서게 된다.

끔찍한 인연으로 만나버린 두 사람. 한 사람은 상대에게 지독한 증오를, 한 사람은 상대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둘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그의 불행한 과거를 알아버린 운원은 점점 무디어져가는 증오를 추스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그를 은애하고 있음을 깨닫지만, 천소의 닫혀버린 여린 마음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운원은 알고 있었다. 그가 지독히도 외로워하고 있음을, 따뜻한 정을 그리워함을..그러나 그 따뜻한 온기가 자신을 버릴까 두려워하고 있음을.

운원은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사랑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죽었다던 재휘가 살아돌아오고, 천소가 정을 주었던 아정이 죽고, 운원마저 자신을 떠나버릴 것을 저어하던 천소는 그녀를 잔인하게 내쳐버린다.

휘몰아치듯, 흐느끼듯 여기까지 왔다. 천소의 과거에 슬퍼하고 운원의 사랑에 아파하다 거센 급류에 휘말린 듯 끝이 보이는 곳에서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젠 아프지 않기를... 너무나 아파했던 그들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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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휘의 비 2 - 완결
최은경 지음 / 해우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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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휘의 비...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간결하지만 역사물인게 확연히 드러났고, 어딘가 애잔한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그러나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조금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작가가 고증을 조금만 더 했더라면 훨씬 매끄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여행. 이 책은 그냥 일반적인 역사물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하여 운명의 상대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은영은 약간의 신기를 가진 아주 예쁜 소녀. 어느날 그녀는 우물에 빠져 1500년 전으로 가 버린다. 그 때는 한창 고구려, 신라, 백제가 대립하여 혼란하던 삼국시대. 마침 기우제를 지내던 고구려에 떨어진 그녀는 선녀라 불리며 당시 왕이었던 무휘의 비가 된다. 둘 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며 애틋한 로맨스를 펼치게 된다. 그러나 고대로 간 은영의 말투라던가 당시 상황 같은 게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진지함을 원하던 내겐 어설프게 다가왔다. 왕인 무휘보다도 더 뛰어난 은영을 보며 부럽기도 했지만, 조금 더 개연성 있게 이야기를 진행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일강의 소녀나 하늘은 붉은 강가를 보면 현대에서 고대로 간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그 세계로 스며드는데 비해 여기서는 조금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별 하나를 뺐고, 어떤 긴박함이 너무 쉽게 끝나버린데다 능력의 발전이 갑작스러워 조심스레 별 하나를 뺐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엔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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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래향 2
김경미 지음 / 영언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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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래향... 참 멋진 이름이다. 뭔가 신비로운 기분이 들게 하는 고즈넉한 산 속 어느 기슭인가에서 묻어나는 여린 달맞이꽃. 물론 여기서는 그런 의미로 쓰인 것은 아니다. 야래향은 이 세상 단 한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향이다. 결계로 보호받는 기환국의 총전주 사란. 대대로 내려오는 보주를 지키는 총전주만이 소유할 수 있는 향이 바로 야래향이다. 여자이지만, 어린 나이부터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아 자신의 감정은 모두 지워야 했던 차가운 여인 사란. 그리고 용연국의 이황자로 뜨거운 가슴과 폭풍같은 기를 가진 제왕의 자질을 갖춘 염휘. 그 둘의 운명은 붉은 실로 묶인 연인이었으나 각자의 길이 지나치게 무겁고 험난한 까닭에 마음의 자락을 쉽사리 허락하지 못한다.

기환국에서 도둑맞은 보주인 봉황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용연국 내에서의 황위 쟁탈전에서 로맨스를 엿보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사란이든 염휘든 둘 다 지나치게 냉정하고, 감정의 드러냄을 꺼려하는 성품 탓에 둘의 사랑은 요원하기만 하다. 초반부의 부연 설명 및 배경이 조금 지리하여 그리 재미있게 읽지 못했지만, 중반부부터 사란과 염휘의 실력이 드러나면서 조금씩 흥미가 돋아나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둘의 사랑을 이야기 하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배경도, 몇 번 나오지 않는 그들의 애틋한 사랑도, 결국 하얗게 새어버린 사란의 머리카락도 모두 야래향 속에 그 자취를 감추고 결국 염휘와 사란의 인연은 어떻게든 끝이 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사란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며 자신을 좀먹어 가던 홍랑, 사란의 정갈한 기를 탐내는 임학.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제왕의 자질을 가진 염휘를 질투하는 염사도와 염기는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조연이다. 이 넷은 같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질투, 집착은 급기야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다.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타인의 괴로움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결국 비참한 죽음 뿐이었던가. 그들이 결코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빼앗으려 했던 것들은 그들에게 없는 것이었을까... 정말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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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잘 쓴 책이라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로맨스가 부족해~~ㅠ.ㅠ

꼬마요정 2005-02-09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로맨스가 부족해~~~!!!!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