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화 - 상
이월화 지음 / 신영미디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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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화. 단 한 사람에게만 그 이름을 가르쳐 준다는 무색 무향의 꽃. 그녀는 하계를 지탱하는 수련이다. 아주 먼 옛날 태초에 수련은 이 세상을 만들었고, 자손들을 빚었다. 뒤늦게 그녀의 품에서 빚어진 수련들은 또 자신의 아이를 빚었다. 막내 수련 역시 자신의 아이를 빚었는데, 그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강한 힘을 원했고, 결국 모신을 통해 그 힘을 얻어 부신이 되어 천계를 형성했다. 둘은 부부가 되어 각기 천계와 하계를 지탱하였는데, 천계인들이 계속해서 하계를 유지하는 수련을 탐내어 훔쳐오는 바람에 천계는 융성해져 갔으나 하계는 쇠락해져갔다. 하계의 쇠락은 모신에게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천계를 만들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부신이 계속해서 더 강한 힘만을 추구하자 자신의 설자리를 잃은, 부신의 사랑을 갈구하던 모신은 결국 소멸의 길을 택한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이 모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달은 부신 역시 소멸한다.

모신의 소멸은 하계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안 그래도 천계에서 수련들을 계속 데려가는 바람에 하계 유지가 힘들었는데, 어떤 미친 천계인이 자신을 피해 달아난 수련을 찾겠다고 하계에 있던 수련 만 송이를 모조리 뽑아서 천계에 옮겨 심어버렸다. 하계는 붕괴 직전에 이월화들의 희생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월화들은 오직 5송이가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들은 전대 이월화가 온 힘을 다하여 화(化)한 청동검과 청동 거울로 그녀들의 영생을 없앴다. 오직 3만회, 즉 6천만년의 삶을 윤회하며 사는 대신 나머지 삶의 에너지를 모두 하계 유지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들은 안내자를 그들 내부에 심어 하루 하루 기억을 지워나간다. 그들은 늘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이월화들은 천계인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무리 이름을 알려주어도 다음날이면 잊어버린다. 천계인에 대한 미움이 뿌리박힌 전대 수련이 안내자에게 천계인의 위험을 인식시켜 놓았고, 안내자들은 수련에게 기억된 천계인의 이름을 매일 매일 지운다. 이월화는 그렇게 순수 천계인을 극히 혐오하고 저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계인들은 계속해서 이월화를 탐낸다. 강력한 힘을 가진 천계인 홍조 제련 역시 2월화를 사랑했다. 수련의 수명은 고작 300년. 그 시간 동안 제련은 그녀를 지켜보기만 한다. 300년 동안 단 하루도 그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를, 끊임없이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그녀를 지켜보며 애타게 사랑한다. 그리고 이월화가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순수 천계인이 아니면 되는 것, 인간이나 혼혈은 기억하는 이월화였기에, 제련은 영생을 버리고 인간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인간으로 태어나도 심지는 천계인. 그렇기에 제련은 죽기 전 모종의 장치를 해 놓는다. 그리고 그런 그의 지극한 사랑과 그녀에게 주입시킨 제련의 원기 덕분에 이월화는 그를 기억한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다시 태어난 제련을 찾는다. 그리하여 찾은 이가 렌. 그러나 렌은 제련의 환생이자, 또 다른 인격이다. 제련은 이월화의 사랑을 받는 렌을 질투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은 융화되어 간다. 그런데, 결국 이월화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궁금했는데.

아주 복잡하게 쓰여진 책이다. 대충 줄거리는 위와 같지만, 복잡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절대 한 이야기만을 계속해서 이어가지 않는다. 계속해서 숨겨진 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 맘 편히 읽으려다가는 그냥 덮어버릴만한 책이다. 처음에는 홍조 제련과 이월화의 이야기가, 중간 중간에 홍조 주영과 그의 후생인 홍조 수현이, 그러다가 얼핏 부신도 튀어나오고, 백호 운영의 가슴 아픈 사랑도 나오면서 조금씩 매듭의 이음새가 연결되다가 제련이 죽고 렌이 태어나자 본격적으로 매듭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저러나 마지막에 승리한 건 제련. 그의 끈질기고도 끈질긴 사랑이었다. 뭐 나름대로 즐겁게 읽었지만, 다음에는 좀 더 순서가 순차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든다. 두고 두고 여러 번 읽을 책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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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3-05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이걸 읽으셨단 말입니까! 전 읽다 포기했습니다.. ㅠ.ㅠ

꼬마요정 2005-03-0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냥 읽었습니다. 빌렸는데, 안 읽고 갖다 주기 싫어서요..^^;;
이 작가 책은 그다지 보고 싶지는 않겠더라구요~ 그쵸?
 
해어화
이지아 지음 / 대현문화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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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 첫 문장을 읽자마자,  슬프게도 나는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광해군... 곧이어 인조가 들어서며 기생으로 전락했던 수연(매향이)은 본래의 신분을 되찾겠구나. 명문가였던 권씨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했다. 조부와 아비는 삭탈관직 당한 후 사사되었고, 어머니와 그녀는 관비로 끌려갔다. 평생을 대가댁 마나님으로 살아온 수연의 어머니는 수연을 위해 웃음을 팔고, 몸을 팔았지만, 결국 원수의 살수청 요구에는 목을 매고 말았다. 그런 어머니를 수연은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 자신을 위해 모진 고통을 감내한 그녀에게 말이다. 이제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는 없지만, 기생 어미인 소백주가 자신을 친딸처럼 그렇게 곱게 돌봐줬다. 할수만 있었다면 그녀를 속량시켜 줬겠지만, 역모로 관기가 된 그녀를 어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소백주는 매향을 위해 그녀의 첫 낭군을 구해 주는데, 인품으로 따지나, 학식으로 따지나, 집안으로 따지나 빠지지 않는 분사 성구가 바로 그녀의 낭군이 될 이였다. 지봉 이수광의 아들인 그는 곧은 절개로 정도를 걷는 선비였다. 그런 그가 기생을 품에 안을 리 없었건만, 둘은 운명이었나보다. 결국 사랑에 빠진 그들은 서로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평양에서 볼 일을 마치고 매향 때문에 떠나지 못하던 성구는 어머님 생신 때문에 한양으로 떠나고 그 사이 후금의 황자가 사신으로 와 매향 더러 살수청을 들라 요구한다. 매향에게 마음을 빼앗긴 황자는 그녀를 데리고 후금으로 가고자 했으나 매향은 성구를 기다려야 한다며 그의 청을 거절한다. 그러나 성구는 오해를 하여 매향에게 상처를 준다. 그 때문에 아이를 유산한 매향은 오열하며 성구더러 기생인 자신을 정실로 받아주기 전까진 그를 믿지 못하겠다 타박한다.

조선의 법도가 어떠했는가. 철저한 신분제와 남존여비가 사회의 주춧돌이 아니었는가. 그런 시대에 기생이 첩실도 아닌 정실이 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 이루지 못할 것이 없었는지, 결국 그녀는 성구와 혼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그녀의 집안은 복권되어 드디어 며느리로 인정받게 된다.

광해군의 가장 큰 실수는 인목대비를 폐서인 한 것이었다. 광해군이 계속 왕위에 있었더라면 병자호란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중외교는 조선시대에 보기 힘든 탁월한 외교였으며,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런 그는 단지 지지기반이 약해서 법도나 도리만 따지면서 탁상공론만 일삼는 이들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인조는 우유부단한 왕이었지만 어찌 그리 청을 자극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청의 황제 앞에서 머리를 아홉 번이나 찍었지. 게다가 또 한번의 기회였던 소현세자마저 죽여버렸다. 이런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 책은 광해군 때의 일을 부정적으로 그렸다. 어서 빨리 광해군이 복권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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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2 - 완결
채원 지음 / 푸른터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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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본 사극 중에 삼국지였던가, 고구려, 신라, 백제를 다룬 드라마가 있었다. 사극을 정말 좋아했던 나는 매주 그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보았다. 지금껏 기억에 남는 사극은 딱 네 편인데, 그 중 한편이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드라마이다.

660년. 백제가 멸망했다. 그 후 3년 정도 백제저항군들이 끈질기게 항거했지만,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스러져간 나라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황산벌에서 계백과 그의 병사 5천명이 더운 피를 흘렸듯이 백제를 위하던 이들은 자신들의 피를 쏟아부었다. 되찾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인정하지 못했다. 그들은 죽더라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 하나를 위해 싸웠다. 그리고 백제는 역사 속에 묻혔다.

차라리, 우이가 끝까지 백제저항군의 우두머리로 싸우다 죽었다면, 그런 그녀를 보고 치후 역시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죽었다면 그랬다면 좀 더 극적 긴장감과 애달픈 감정이 전달되었을까. 2권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좀 질질 끈 듯하며, 둘의 감정이 밋밋하거나 개연성이 부족하다. 배경은 너무나 긴장감 있고 박진감 있는데 말이다. 설정 역시 얼마나 멋있는가. 백제 의자왕의 딸인 공주 우이와 신라의 화랑 김치후.

두 사람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은 우이가 기억상실에 걸리지 않더라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적인 줄 모르고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은 아주 많으니까. 우이의 곧은 성품에 걸맞지 않게 기억상실로 그녀를 무력하게 만든 건 약간은 억지스러웠다.

의자왕이 인정해 주지 않은 딸 우이. 그녀는 신라에 어머니와 자신의 절친한 지인들을 잃었다. 여자의 몸이면서도 어린 나이이면서도 그녀는 왕녀답게 싸웠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검을 들고 열심히 싸웠다. 한 명이라도 더 신라의 병사들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런 그녀가 김유신을 암살하기 위해 서라벌로 왔다가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기억상실에 걸린다. 그런 그녀를 구해준 건 치후였다. 절대로 물러서지도, 패하지도 않는다는 그래서 그가 지나간 자리는 시뻘건 피들이 가득하다는 그는 절대 화랑이라 불렸다. 무적의 화랑. 그런 그가 상처 입고 쓰러진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신라의 공주와 혼담이 오가는 와중에도 말이다. 기억을 되찾은 우이는 원수와 사랑을 한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그러면서도 그를 향한 사랑에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치후는 어차피 공주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고, 자신은 적국의 공주였다. 우이는 떠났고, 치후 역시 공주의 사랑을 물리치고 전쟁터로 갔다.

우이는 신념을 버리고, 나라를 버렸다. 이제 자신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그녀에게 삶은 항상 잔인했었다. 그녀는 지금 그녀에게 온 행복을 잡기로 했다. 치후를 따라가 그의 여인이 된 우이는 치후가 전쟁터에서 죽었다는 소식에 독약을 삼킨다. 결국 둘 다 살아남기는 하지만, 많이 아쉽다. 좀 더 긴장감, 긴박감, 애절함이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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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
김지혜 지음 / 영언문화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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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10여년에 걸쳐 몽고와 싸웠고, 결국 패했다. 그 결과 종,조로 끝나던 왕의 시호도 원의 제후국 수준인 충~왕으로 고쳐지게 되었고, 왕후는 늘 원의 공주였다. 게다가 매년 온갖 공물들을 원의 황실에 바쳐야만 했고, 고려의 여인들은 원나라로 공녀 신세가 되어 끌려가게 되었다. 예영은 최씨 가문의 외동딸이고, 가문의 번성을 위해 황제를 위한 공녀가 되어 원나라로 끌려갔다. 그 곳에서 만난 한 사람, 샤하이. 그는 황제의 친위군 케시탄의 대장이었고, 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장수였다. 그런 그가 예영을 보았다. 낯선 이국 땅에 와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가득찬 예영의 눈에는 공녀들을 지키는 장수인 그가 원수쯤으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관례대로 공녀로 온 예영을 비롯한 금옥과 송이는 각기 원의 귀부인 밑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흩어지고, 어이없게도 예영은 샤하이의 집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예영은 알지 못하지만 샤하이는 가슴 아픈 눈으로 예영을 바라본다.

1인칭 시점으로 철저히 예영의 관점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절반이 넘어가는 페이지를 읽으면서도 좀체 로맨스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아니, 이 책 전체에 걸쳐 로맨스는 그다지 없다고 봐야하나..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샤하이가 등장한 때부터 계속 예영에 대한 애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간간이 그가 흘리는 말들이 황제에게 바쳐지는 여인을 사랑한 그의 마음을 절절하게 나타냈다. 우여곡절 끝에 샤하이의 부인이 될 수 있었던 예영은, 아니 샤오메이는 (샤하이가 그녀에게 준 이름이 샤오메이, 작은 매화, 한어이다.) 여전히 그의 곁을 벗어나 고려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던 샤하이는 온갖 선물 공세에 두 오라버니까지 그녀 앞에 데려온다. 그러나 가족을 만났다는 기쁨보다 어떻게 공녀로 오게 되었는지를 듣고 난 뒤의 절망은 그녀를 삶에서 격리시킬 정도였다. 서서히 죽어가는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던 샤하이는 절망하지만, 기어코 그녀를 살려내고야 만다.

이제 고려를 그리워하지 않으리라고, 가족을 그리워하지 않으리라고 모질게 각오한 그녀는 조금씩 샤하이를 받아들이게 되고, 공녀로 같이 왔던 금옥이 귀비에 봉해지며, 황제가 직접 예영을 샤하이의 정실로 인정해주는 등 앞날이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샤하이가 다른 나라의 공주를 제1부인으로 맞이하여야만 한다는 말에 예영은 열었던 마음을 다시 닫아버린다. 다시는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그러나 막상 샤하이가 자신을 찾지 않자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녀는 점점 시들어갔다. 

혼인날, 심상치 않은 소란에 놀란 예영은 샤하이의 반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이미 잡혀 황궁에 감금되어 있었고, 혼인은 무산되었다. 게다가 전부터 예영을 탐내던 황숙이 들이닥쳐 예영을 끌고 간다. 그리고 그에게 겁탈 당하느니, 샤하이의 가슴에 상처를 주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그녀의 굳은 의지는 결국 그녀를 거의 죽음까지 몰아넣는다. 독약을 마신 그녀는 반란 사건이 사실은 황후와 황숙 등 탕치씨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황제와 샤하이의 계략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마신 독약을 어찌할거나.

"메이, 기어이 이대로 죽는 거라면, 너를 혼자 보내진 않겠다. 홀로 보내진 않겠어."

독약을 먹고 사경을 헤매는 그녀 곁에서 샤하이가 오열하며 내뱉은 말이다. 어찌나 가슴이 절절하던지, 너무나 감동적인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살아나라는 말도 아닌 혼자 두지 않겠다니. 그의 한결같은 사랑은 예영에게 전해졌다.

시대별로 따지자면, 그 둘의 행복은 끝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이 멸망하고 명이 들어서니까. 원의 마지막 황후가 바로 기황후이니까. 그들은 저 먼 사막으로 쫓겨갔을 것이다. 어쩌면 샤하이와 예영에게는 그게 더 행복할는지도 모르겠다. 샤하이의 고향은 저 먼 사막.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사막의 모래 속으로 스며들겠지.

공녀. 그들은 우리 역사에서 아픈 이름 중 하나이다. 다른 나라에 노리개로, 노예로 팔려갔어야만 했던 그들은 철저하게 고통받은 이들이었다. 기황후처럼, 혹은 그곳에서 그나마 잘 살게 된 이들이 있다고 해서 그들을 내몬 자들에게 면죄부가 내려지지는 않는다. 정말로,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아 행복해졌다는 것은 그녀들의 능력이니까. 그리고 그리 되지 않은, 이 책에서의 송이 아가씨처럼 정신이 나간 채 죽어갔을, 혹은 하녀가 되어 평생 고국땅을 그리워했을 하많은 이들은... 정말 가슴 아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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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3-04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것 좋죠?? 예전 표지가 더 좋았는데...
거의 유일하게 보고 샀던 로맨스소설이었지요. 누가 가져가서 결국은 안돌아왔어요ㅠㅠ

꼬마요정 2005-03-0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누가 그런 몹쓸짓을... 책을 빌려갔으면 돌려줘야죠..그쵸??
그나저나 재밌게 읽은 책이에요.. 샤하이의 말이 너무 멋져서..^^
어디 그런 남자 없는지...^^;;

반딧불,, 2005-03-04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미처 못봤어요.
요건 어지간한 대여점에 다 있습니다.
보시고 사세요. 저는 좋았어요.

꼬마요정 2005-03-0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아쉬우시죠? 일단 대여점에서 보시고 오프라인 서점을 기웃거리셔야 할 거에요.. 좀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죠.. 뭐. 근데 정말 재밌더라구요~^^
그쵸? 반딧불니임~~^*^

날개 2005-03-0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보셨군요..^^* 근데 다시 찍어 나온건데 또 품절이군요..흐음~ 인기는 인기입니다..^^

꼬마요정 2005-03-04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었어요~~^^*
날개님 추천대로 공녀랑 해어화도 읽었고, 정혼도 읽었어요~ 시험 끝나고 밤새 책만 팠답니다. 아~~ 행복합니다. 지금도 제 옆에는 읽을 책들이 산더미에요~ 다 읽고 계속 리뷰 쓰렵니다.^^
 
연인 - 단편
이지환 지음 / 청어람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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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설정이다. 대기업 후계자인 남주와 뼈가 시리도록 가난한 여주의 이야기. 이 둘의 사랑을 극도로 방해하는 남주의 가족들과 여주를 멸시하는 주위의 시선들, 오갈데없이 떠돌아 다녀야만 하는 여주, 그런 여주를 끝까지 쫓아가 찾아내는 남주. 수많은 오해와 엇갈림 속에서 드디어 사랑을 일궈내는 두 사람을 그린 소설.

한성무는 어릴 때 비행기 사고로 부모님과 동생을 잃었다. 그에게 남은 혈육은 오직 할아버지 뿐. 대기업 회장인 할아버지는 그런 성무가 안타깝고 애달프기만 하다. 게다가 남은 피붙이가 손자인 성무 뿐이니 집착이 도를 넘어설 지경으로 성무를 아끼고 또 아꼈다. 가족을 잃은 성무는 그저 시체마냥 하루 하루 살아가다 요양차 온 시골에서 해인을 만난다. 왠지 눈이 가던 소녀. 딱 보기에도 촌티가 줄줄 흐르지만 해맑은 웃음만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학교에서 혹은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던 횟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늘 보이는 근사한 별장. 그곳에서 수려한 용모의 소년이 늘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 해인은 그런 그가 못견디게 부러웠다. 너무나 가난하던 그녀에게 그 소년과 별장은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그녀가 가진 목표였다.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어 반드시 할머니를 호강시켜드릴거라 굳게 다짐하게 했다. 돈 많이 벌면, 그 땐 저런 별장에서 바이올린을 배울테야 다짐하는 그녀였다. 그러면서 하얀 얼굴의 소년을 살포시 가슴에 담아보는 소녀였다.

해인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 온 성무는 늘 해인 곁을 맴돌며 그녀의 웃음이 자신에게 머물기를 원했다. 그러나 둘의 격차가 너무나 컸던 차라 해인은 언감생심 그저 마음을 감추고 성무를 대했다. 성무 역시 사랑할 줄 몰랐기에 해인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인기가 많았던 성무는 일부러 다른 여자애와 사귀기도 하고, 그 여자애에게 해인이 사귀지 말랬다며 거짓말을 하여 그 여자애가 해인을 괴롭히도록 만들기도 했다. 애들에게 돈을 줘서 구타를 하게 하기도 하고, 집단으로 따돌리게도 했다. 괜히 헛소문을 퍼뜨려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하면서, 해인이 자신에게 구원을 요청하기를 바랬다. 힘드니까 도와달라 한마디만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해인이 자신의 여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러나 해인은 그러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괴롭혀도 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할 따름이었다. 아무리 가난하여도, 그녀에게는 자존심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된다면, 그래서 할머니를 호강시켜드릴 수 있다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 외에 성무에 대한 감정 같은 것은 그녀에게는 사치였다. 게다가 성무가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자, 그녀는 성무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더더욱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능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다. 마침내 해인은 성무에게 애원했다. 수능을 못치게 하겠다는 성무의 말에 해인은 어쩔 수가 없었던 거다.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수능을 못치게 하겠다는 성무의 말에, 해인은 결국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성무는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성무의 호적에 해인을 배우자로 올려둔 후,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에 모셔둔 채 말이다.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믿고 그녀를 맡겼다. 그러나 그렇게 인자하던 할아버지는 성무가 영국으로 가고 한 달도 안 되어 교활한 수를 써서 그녀를 유산시키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게 한 뒤 집에서 내쫓았다. 5년 후 모든 사실을 알고 가슴에 한을 품은 채 성무가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해인을 찾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거부하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렇게나 사랑하면서도 표현이 서툴렀던 성무는 여전히 해인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그래도 먼 길을 돌아왔지만, 성무의 마음은 해인에게 전달되었고, 해인 역시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다는 일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잣대에 맞추어 판단해 버리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성무의 할아버지는 성무가 가난한 해인과 결혼하면 불행해 질거라고 판단해 성무를 위한답시고 해인에게 죽도록 상처를 줬다. 성무는 해인이 부자인 자기 곁에서 풍족하게 살면 행복해 할 거라고 혼자 판단해 그녀의 긍지와 날개를 꺾어버렸다. 결국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진 일들이 한 여자의 소중한 8년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러니 그 이후의 삶은 부디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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