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래향 2
김경미 지음 / 영언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야래향... 참 멋진 이름이다. 뭔가 신비로운 기분이 들게 하는 고즈넉한 산 속 어느 기슭인가에서 묻어나는 여린 달맞이꽃. 물론 여기서는 그런 의미로 쓰인 것은 아니다. 야래향은 이 세상 단 한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향이다. 결계로 보호받는 기환국의 총전주 사란. 대대로 내려오는 보주를 지키는 총전주만이 소유할 수 있는 향이 바로 야래향이다. 여자이지만, 어린 나이부터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아 자신의 감정은 모두 지워야 했던 차가운 여인 사란. 그리고 용연국의 이황자로 뜨거운 가슴과 폭풍같은 기를 가진 제왕의 자질을 갖춘 염휘. 그 둘의 운명은 붉은 실로 묶인 연인이었으나 각자의 길이 지나치게 무겁고 험난한 까닭에 마음의 자락을 쉽사리 허락하지 못한다.

기환국에서 도둑맞은 보주인 봉황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용연국 내에서의 황위 쟁탈전에서 로맨스를 엿보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사란이든 염휘든 둘 다 지나치게 냉정하고, 감정의 드러냄을 꺼려하는 성품 탓에 둘의 사랑은 요원하기만 하다. 초반부의 부연 설명 및 배경이 조금 지리하여 그리 재미있게 읽지 못했지만, 중반부부터 사란과 염휘의 실력이 드러나면서 조금씩 흥미가 돋아나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둘의 사랑을 이야기 하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배경도, 몇 번 나오지 않는 그들의 애틋한 사랑도, 결국 하얗게 새어버린 사란의 머리카락도 모두 야래향 속에 그 자취를 감추고 결국 염휘와 사란의 인연은 어떻게든 끝이 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사란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며 자신을 좀먹어 가던 홍랑, 사란의 정갈한 기를 탐내는 임학.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제왕의 자질을 가진 염휘를 질투하는 염사도와 염기는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조연이다. 이 넷은 같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질투, 집착은 급기야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다.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타인의 괴로움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결국 비참한 죽음 뿐이었던가. 그들이 결코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빼앗으려 했던 것들은 그들에게 없는 것이었을까... 정말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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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잘 쓴 책이라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로맨스가 부족해~~ㅠ.ㅠ

꼬마요정 2005-02-09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로맨스가 부족해~~~!!!!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