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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와 유리구두
줄리아 퀸 지음, 장원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주 착하고 어여쁜 아가씨가 살았습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그녀는 계모와 두 언니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물론 그들은 그녀를 구박하였습니다. 하녀보다 더 못한 취급을 하며, 그녀를 신데렐라라고 불렀습니다. 재투성이. 그녀에게 그 이름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의 이름, 신데렐라가 뒷날부터 횡재한 여성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게 되었으니까요. 그녀는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고운 마음씨로 멋진 남편,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녀와 멋진 왕자님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책의 모티브는 신데렐라인 듯하다. 펜우드 백작의 사생아 소피가 펜우드 백작 부인과 그 딸들의 눈치와 구박을 받으며 지내다 유모의 도움으로 왕자님의 무도회에 갈 수 있었으니까. 물론 왕자님은 브리저튼 가의 차남 베네딕트이다. 자, 다프네와 앤소니를 결혼시킨 줄리아 퀸이 이번에는 베네딕트를 유혹한다.
가면무도회. 그곳은 위선과 기만 그리고 알 수 없는 신비감이 떠 돌고 있다. 그곳에서 베네딕트는 일생의 사랑을 만난다.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상대의 존재감. 휘몰아치는 감정의 급류를 억누르지 못해 불안정하게 뛰는 심장. 그리고 드디어 시야에 들어선 상대의 모습은 얼굴을 반쯤 가린 가면을 쓰고 은빛 드레스를 입은 환상의 여인이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 12시를 알리는 종과 함께 사라졌다. 마치 자신이 신데렐라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베네딕트의 손에는 유리구두가 아닌 한 짝의 장갑이 남겨졌다. 그는 그 장갑을 힌트로 펜우드 백작의 집까지 찾아가지만, 못된 계모와 그 두 딸들에 의해 소피를 찾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소피와 베네딕트는 재회하게 된다. 그를 알아 본 소피와는 달리 베네딕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신비감과 존재감을 안고 사랑의 열병에 사위어가는 그의 심장은 은빛 드레스의 그녀에게처럼 소피에게도 반응한다.
사생아와 귀족 가문의 청년. 둘 사이의 신분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러나 재투성이도 왕자님과 결혼했지 않은가. 상황이 다르다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신데렐라는 적어도 사생아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로설은 어떤 역경과 고난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피엔딩은 로설의 미덕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