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라 해서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새해 첫 날부터 기분 좋은 일들이 가득하니 올 한 해, 힘내서 달려보고 싶어졌다.

포근한 날씨, 맛있는 음식, 함께하는 다정한 사람, 멋진 공연, 박제하고 싶을 만큼 근사한 장면들...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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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0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정이 월요일이었으면 정말 기분 좋았을 겁니다. 역시 해가 바뀌어도 월요병은 사라지지 않는군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7-01-02 19:32   좋아요 0 | URL
월요병은 일하는 한 계속 발병할 거 같아요 ㅎㅎ 정말 어제가 월요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ㅎㅎ
 

오늘, 회식이 있었다.

 

많다며 많고, 적다면 적은 인원으로 고깃집에 앉아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었다.

 

 

난 여자다.

 

내가 일하는 곳에는 남자가 월등히 많고, 밑에 직원은 여자가 월등히 많다.

 

나는 독립적이기도 하지만,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그냥.

 

나의 상사는 울 회사에서 가장 경력도 길고, 인품도 나름 훌륭하고, 음.. 여튼 좋은 분이다.

 

정치성향이 완전 다른게 놀라울만큼.

 

 

오늘, 적당히 술과 고기를 먹고

 

2차로 노래방을 갔다.

 

적당히 이른 시간, 헤어지긴 좀 뭐한 시간.

 

술도 먹었겠다, 나름 노래방에서 술 깨고 가면 되겠다 싶을만큼 좋은 분위기.

 

직원들도 나름 노래방에 거부감이 없어서 다 같이 갔는데...

 

 

나는 여자다. 내가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가끔 하는데, 오늘 느꼈다. 내가 남자라면.

 

 

나는 흥이 많은 여자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부르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 직원들과 함께 탬버린도 흔들면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놀았다.

 

나 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그렇게 놀았다.

 

다들 춤추고, 탬버린 흔들고...

 

 

갑자기, 동료이지만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이 나의 탬버린을 잡는다.

 

"너는 이러면 안 돼. 너는 직원들과 달라. 절대 어디가서 탬버린 흔들지마!"

 

 

왜? 왜?

 

지금 다같이 회식하고 노는 거 아니었나?

 

 

물론, 그 분은 진정 나를 위해서 한 말이었다는 걸 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얌전히 탬버린을 내려놓고, 그 뒤로 술을 한모금도 먹지 않았다.

 

 

내가 남자였다면.

 

직원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남자다.

 

그들은 여전히 춤을 추고, 탬버린을 흔든다.

 

그러나 나는 그래서는 안된다. 직원들과 있을 때, 혹은 거래처랑 있을 때 그래서는 안된다.

 

나는 여자이고, 그 분의 충고가 이해가 되는 게 서글프다.

 

탬버린을 들고 흔들어도 내가 나라는 건 바뀌지 않지만, 남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애초에 탬버린을 흔드는 여자는 직원이거나, 도우미거나 그래야 하는가.

 

기분 좋게 마신 술이 순식간에 찝찝해지고, 그걸 또 이해하는 내가 서글퍼진다.

 

 

회식, 여자, 탬버린.

 

나도 노래방에서 탬버린 흔들면서 신나는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한다고!!!!!!!

 

남녀 가리지 않고 나와 같은 우리 그렇게 논다고!!!!

 

 

거기서 그 말 들었다고 그 말을 듣는 나도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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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6-12-27 00:18   좋아요 1 | URL
저는 이해가 된다는 게 웃기죠.. 이게 아마도 남자는 여자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없지만, 여자는 여자의 언어 뿐 아니라 남자의 언어도 이해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듯 해요. 서글픕니다.

cyrus 2016-12-27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식은 나이, 성별 불문하지 않고 모두 즐겨야 합니다. 그런데 꼰대들은 회식의 즐거운 분위기만 느끼고 싶어서 부하나 후배들에게 강요합니다. 마치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해서 즐겁게 해주지 못하면 잔소리하죠. 제가 그런 선배들 때문에 회식, 2차, 3차 정말 싫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꼬마요정 2016-12-27 19:29   좋아요 1 | URL
네~ 그렇죠. 회식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지만 아직도 바뀔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아. 정말 즐거웠는데 순식간에 싸해져서 서글펐습니다. 여자는 문란함과 조신함 사이에서 줄을 잘 타야 합니다ㅜㅠ

고양이라디오 2017-01-03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친 배려의 한 예를 보는거 같습니다. 좋은 의도였지만 아쉽게 과녁에 빗나갔네요ㅠ.

꼬마요정 2017-01-04 01:17   좋아요 0 | URL
아직도 이런 생각.. 너무 싫습니다. 남자는 별 요상하게 허리 흔들면서 춤 춰도 박수 치며 웃고 말이죠. 그냥 다 같이 놀고 헤어지면 끝인데 말입니다. 같은 여잔데 직원은 탬버린 흔들어야 하고 관리자는 그러면 안되고 그런 게 어딨나요? ㅠㅠ
 

뒤...늦은 메리크리스마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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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2-25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익 사진 속에 보이죠..메리크리스마스라고.....즐거운 시간 되시길.^^.

꼬마요정 2016-12-25 09:53   좋아요 1 | URL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6-12-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잌이 버라이어티 합니다 요정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향기가 이곳까지 풍겨와요..ㅎㅎㅎ

꼬마요정 2016-12-25 22:11   좋아요 1 | URL
예쁜 케익 보고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후애(厚愛) 2016-12-2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메리 크리스마스~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꼬마요정 2016-12-25 22:11   좋아요 0 | URL
후애님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마무리 잘 하세요~~^^
 

누구나 한 가지 쯤 낡은 물건에 깃든 기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낡은 물건이 아니더라도, 스쳐가는 어떤 이의 향수 냄새에서도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기억을 건져올릴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억 혹은 추억은 누군가에겐 과거의 아름다움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진행되는 현재의 계속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재즈를 지키고 싶지만,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려 현재를 살지 않으면 결국 사라질거라는 친구의 말에 흔들렸다. 아니, 흔들리고 싶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하지만 그 길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은 아니었다.

여자는 수십 번 넘어졌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수십 번 넘어지며 수십 번 깨닫고 또 넘어지고 있었다. 이젠 포기하고 싶었다. 나는 빛나는 별이 아니니,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고. 기대 뒤에 독처럼 번져가는 실망감에 지쳐서 말이다.

둘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마 그리니치 공원의 천문대에서이지 않을까. 드넓은 우주 속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던 마음으로, 그 순간만큼은 갈라진 둘이 서로를 만나 기쁨에 겨워했으니 말이다. 서로에게 끌렸으나 입맞춤조차 방해받던 그들에게 가장 자유롭고 비밀이 없던 곳이었다.

삶은 기쁨이나 설렘으로만 가득 차지는 않는다. 가장 무서운 것은 ‘현실‘이다. 현실을 살기 시작하며 사랑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며 현실은 서서히 사랑을 갉아먹는다.

낡았다고 바꿔야 한다는 재즈는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잊은 줄 알았던 사랑의 기억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어난다. 한 눈에 알아보고 기억을 소환하고 음악이 흐르고 그들은 그들이 살고 싶었던 삶을 산다. 드넓은 우주에 빛나는 별들로.

항상 사랑한다는 말과 남자의 미소, 여자의 화답.

나는 결국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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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2-24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요즘 이 영화 얘기가 많이 들리더라구요^^
대부분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해요.
다음주 저도 한 번 극장 가서 보려구요
많은 기대가 됩니다^^

꼬마요정 2016-12-24 15:02   좋아요 0 | URL
음악이 너무 좋고 파란 원피스가 너무 예쁘고 햇살 가득하다 보라색으로 지는 석양이 너무 황홀했답니다~ 담주에 보시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꼭 올려주세요~ 마지막에 눈물이.. 눈물이.. 그냥 막...
 

오늘 점심을 먹다가 문득 그런다...

 

"혹시 토욜 새벽 3시쯤 사무실 왔어?"

 

토요일 새벽 세 시면.. 아주 깊~게 잠들었을 때인데, 뜬금없이 왠 사무실 방문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아뇨, 안 왔는데요... 그 때 누가 사무실에 와요?"

 

"이상하네.. 내 컴퓨터 켜졌다고 알림이 왔어..."

 

헉...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마침 읽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오페라의 유령>이기 때문에.

 

아... 주말 새벽 3시에 일터로 나와 남의 컴퓨터를 켤 사람이 누가 있는가.

 

우리 사무실에 무슨 중요한 기밀 문서나 돈이 되는 로또 번호나 이런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설사 무슨 일이 있어서 왔다 한들, 다른 사람 컴퓨터를 왜 켠단 말인가.

 

혹시... 오페라의 유령이 아니라 사무실의 유령...이나 뭐 이런건가..

 

일하다 죽은 귀신이 일을 못 끝낸 한 때문에 사무실에 나타나 컴퓨터를 켠 것인가...

 

에릭은 크리스틴이 좋고 예뻐서 나타나 노래라도 가르쳤지, 이 귀신은 도대체 누구에게 일을 가르쳤는가.

 

아.. 아예 귀신이라고 단정짓는 이 해괴함은...

 

아...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뭔가 찝찝함은 무엇일까.

 

 

책은 빨리 안 읽히고, 잠은 오고, 비는 내리고, 마음은 급하고, 일은 하기 싫고, 국민의 뜻대로 감옥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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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신 곡할 노릇이군요. ^^;; 야근하다 죽은 억울한 영혼이 컴퓨터를 킨 걸까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6-12-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너무 무서운데요. 야근으로 사람이 죽는 건..ㅠㅠ 근데 사실 귀신보다는 누가 들어와서 해킹하거나 도청장치 심거나 한 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단 게 더 무서웠답니다. 여긴 그럴 곳도 아니지만 요즘은 아무나 다 감시하는 거 같아서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