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가며, 혹은 나쁜 일들만 쭈욱 있다가 좋은 일들도 쭈욱 있다가, 어쩌면 나쁜 일들만 가득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가 뭐 그랬다.

 

사실, 전체를 본다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일어난 횟수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나쁜 일이 더 마음에 남게 된다.

 

어제, 아주 좋은 일이 있었다. 막내 동생이 힘들게 노력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신력이 유리 같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불안해 하는 등 힘들어 했는데 잘 돼서 정말 다행이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뿌듯하고 행복하다.

 

아... 나도 좋다. 뒷바라지는 힘든 일이니까. ㅎㅎ 이제 내 카드 돌려받아야지. 나도 공부를 해 봐서 공부할 때 돈 없고 비참한 기분을 잘 알기에, 동생은 그런 기분을 좀 덜 느끼면 좋겠다 싶어 카드를 줬다. 음... 그런데 이 녀석.. 공부할 때 맛있는 거라도 먹고, 책도 사고 하라고 줬더니 시험 끝나고 술 먹고 노는 데 엄청 썼드만.. 컥

 

동생아. 축하한다.  2년만에 끝내서 정말 대견하다. 물론 살면서 이 시험이 가장 쉬웠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 동안 자신감 없이 고개 숙인 모습이 참 안타까웠는데, 올해 너를 시작으로 울 집 사람들 모두 하나씩 성취하면 좋겠다.

 

삶이란 참 알 수 없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건 정말 복 받은 일이다.

 

 

 

 

 

 

 

 

 

 

 

 

 

 

 

 

음.. 갑자기 이 책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자기 살고 싶은대로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오디세우스와 자신에게 내려진 운명을 받아들인 오이디푸스. 운 좋은 오디세우스와 모든 걸 잃은 오이디푸스. 인생이 오묘하며 예측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나 할까. 모든 사실이 드러난 후 오이디푸스의 선택은 신도, 운명도 아닌 자신이 스스로 내린 것이었다. 운명의 여신이 꼬고 또 꼬아놓은 운명을 따라왔지만, 결국 스스로의 삶을 찾았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 아내와 자식이 식겁하는 동안 열심히 세계여행 하며 놀다 온 오디세우스야 뭐 즐거웠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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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디푸스, 오디세우스, 오비디우스. 단어가 비슷비슷하게 보여서 가끔 혼동할 때가 있어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5-02-08 13:01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모두 오~들이네요~~ ^^

보물선 2015-02-08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임용고시 되셨나보다!

꼬마요정 2015-02-08 13:0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임용은 아니구요~^^;; 약대 가게 됐거든요. 그러고보니 임용 합격자 발표할 때로군요.. 아.. 시험이란 정말 피 말리는 일입니다.

루쉰P 2015-02-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말 시험은 피 말리는 일이지요 ㅎ 그래도 투자한 시간 아깝지 않게 성공해서 너무 좋네요 저도 제가 투자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ㅠ

꼬마요정 2015-02-15 12:46   좋아요 0 | URL
아.. 루쉰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갑자기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그리고 꼭 잘 될 거에요~ 투자한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아요~~ 힘내세요!!^^
 

 

 

 

 

 

 

 

 

 

 

 

 

 

 

데이지 밀러를 읽으면서... 자꾸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좁은 문이 떠올랐다. 왜냐고? 데이지 밀러의 남주인 윈터본이 줏대 없이 굴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니까 말이다. 데이지가 좋으면서도 주변의 말에 휘둘리며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이 마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로체스터나 좁은 문의 제롬이 하는 행동들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로체스터는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 앙투아네트를 미친 여자로 몰아갔고, 제롬은 우유부단으로 알리사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윈터본은 데이지가 좋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배척당하기에 그녀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꿔놓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자꾸만 데이지에게 상처를 주는데, 정작 자신은 그걸 모른다. 상대를 상대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바꾸지도 못하고 마지막엔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조차도 모른다. 

 

사랑은 정치가 아니다. 힘 겨루기 놀이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맞춰가며 서로를 믿는 것이다. 만나기 전까지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만 맞춰지겠는가.

 

물론 저 책들이 살던 시대가 모두 그러한 시대였다. 지금처럼 사랑을 숭배하는 시대도 아니었고, 남녀 성역할이나, 신분의 구분이 가혹하던 시대.  나는 지금 태어나서 다행이다.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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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1-1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지 밀러 궁금해요. 저도 읽어볼래요.

꼬마요정 2015-01-19 12:12   좋아요 0 | URL
네~ 짧지만 재미있답니다. 그 재미 안에 화가 나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제가 그 시대 안 태어난 게 다행이랄까요^^

별이랑 2015-02-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글 읽다보니 저도 데이지 밀러 궁금해져요.

꼬마요정 2015-02-06 22:52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어찌보면 여자나 남자나 둘 다 너무 순진한 건 아니었을까 싶어요~^^
 

요즘 도서정가제 때문에 온 서점에서 할인에 할인을 더해주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책을 주문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한다.

 

덕분에 택배 아저씨가 하루가 멀다하고 집을 방문하시는데...

 

좀 미안하다. 엘레베이터 없는 5층인데다 책이 좀 무거워야 말이지.. 쩝

 

음료수 하나씩 드리며 힘든 맘을 달래보려고 하는데, 뭐 좋아하시는 거 같으니 조금만 더 주문해볼까나... ^^;;

 

 삽화가 없다지만 얇고 가볍고 작아서 읽기 편할 것 같아 주문했다. 할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사지 않았을텐데, 싸니까 산다는 식으로 나를 설득한다.

 

 

 

 

 

 

 이건 신랑이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마침 잔뜩 할인 받아 샀다. 받아보니 괜히 설렌다. 책 사려고 옷 주문한 거 반품했다. 하하

 

 

 

 

 

 이 책은 전부터 갖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 기회에 샀다. 한 번 지르기 시작하니 멈출 기색이 안 보인다.

 

 

 

 

 

 

 

 

 

 집에 너무 헌 책이 있어서 그거 버리고 새 책으로 바꿨다. 책도 바꾼다... 할인의 힘이 대단하구나.. 번역이 제일 좋다는 말을 듣고 선택했다.

 

 

 

 

 

 

 

 

 따끈따끈한 신간이네요~~ 드디어 나왔군요~

유리가면은 언제 나올라나..ㅠㅠ

 

 

 

 

 

 

 

 

 

 

 

 

아주 많은 책을 사서 정리 하다 보니 깜짝 놀랐다. 도서 정가제가 말이 많지만, 일단 책을 싸게 살 수 있어 지금 당장은 좋긴 한데,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지금 이렇게 할인을 하면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살까? 그렇다면 책이 비싸서 책을 안 사는 걸까.. 출판사에서 대형 서점이나 동네 서점에 책을 넘기는 가격을 동일하게 만들면 안 되는걸까. 왜 소비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걸까... 법망을 피하는 방법은 많을테고 결국은 또 문제가 되면 또 또 도서정가제를 시행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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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1-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두 요즘 택배아저씨께 죄송해서 책 사는게 머뭇거려지던데 같은 마음이라 반갑네요^^

꼬마요정 2014-11-17 18: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해피북님도 똑같군요. 요즘 다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사서 쟁여놔도 또 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Breeze 2014-11-1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천일야화 구매했어요. 도서정가제에 앞서 책을 구입하다보니 허걱 놀랠정도로 마구 구입한거 있죠. ㅋ

꼬마요정 2014-11-18 18:28   좋아요 0 | URL
아아.. 집에 와서 한가득 놓여있는 택배를 보니.. 또 맘이 싱숭생숭합니다. 설레기도 하고 살짝 한숨도 나고 말이지요. 이제 사놓은 책들 읽는 게 일이겠는걸요~^^
 

 

 

 

 

 

 

 

 

 

 

 

 

 

어제 문자가 왔다.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도서 증정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도서는 3-4일 내로 배송될 예정입니다.

 

으하하

 

오늘 책이 왔다.

 

횡재다!!!

 

* 마태우스님 사진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정감이 간다. 근엄하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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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면.. 1년 휴학이 끝나고 복학이다.

 

교수님께서 방학 동안 관련 책들을 읽어오라고 하시면서 몇 권의 책을 추천해주셨다.

 

  불행히도 이미지가 없다..ㅠㅠ

 

 「중세시대의 서유럽」, 조세프 R. 스트레이어

 

 

 

 

 중세 상인들이 딱히 기록을 잘 남기고 그러지 않는데

 

 이 상인은 장부를 자세하게 잘 기록해 놓았다고.

 

 

 

 

 

 

 

 

 

 

  마르크 블로크야 머.. 말씀 안 하셔도 읽어야만 하겠지..

 

 교수님.. 요즘 반값 하더라..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네.. 조르주 뒤비로군요..

 

 네.. 읽어야겠죠..ㅠㅠ

 

 

 

 

 

 

 

 

 

 

 

 요건.. 몇 년 전에 읽으려고 사서.. 아직도 다 못 읽고 앞에서만 놀고 있는데..

 

 네.. 자크 르 꼬끄가 빠지면 안 되겠죠?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책들을 사기 시작했는데..

 

허허허

 

읽고 있는 책이 쟤들이 아니네..

 

 몇 년 만인가..

 

 근 15년 만에 새 책으로 읽었다.

 

 어린 시절 갖고 있던 데미안은 검푸른 색의 표지였는데

 

 아직도 있지만, 왠지 새 책으로 읽고 싶어 사 버렸다.

 

 어릴 때 허세 부리기 딱 좋은 책이었는데.. 지금 읽으니.. 완전 새롭다. 당황스러울만큼.

 

 나이가 더 들어 다시 읽으면 그 땐 또 어떤 느낌일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건 정말 어려운데..

 

 이 책이 가진 상상력 때문에 더 더욱 쓰기 힘들다.

 

 둔황에 가고 싶다.

 

 

 

 

 

 

 

 

 

 

 

 

 

 

 

 

 

 

 

 

 

 

제인 오스틴.. 난 그녀의 주인공들이 너무 좋다.

 

 티비에서 보고 샀다.

 

 재미있다.

 

 아주 놀랍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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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8-0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노우에 야스시는 약소국의 비애를 참 잘 그려요.혹시 여유가 되면 몽고 지배하의 고려를 그린 <풍도>(검푸른 해협이라는 제목도 있음)를 읽어보세요.눈물이 글썽...

꼬마요정 2014-08-10 16:28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볼게요~ 눈물을 펑펑 흘리지는 않겠죠?^^;;

노이에자이트 2014-08-1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노우에 야스시 작품 중 정말 슬픈 역사소설은 <누란>이에요.강대국의 침략에 나라는 망하고 왕실은 소멸되고...<풍도>는 원나라의 압박에 전전긍긍하는 고려 왕실과 신하들의 처지에 역시 슬픔을 자아내죠.김방경이 주인공이에요.

꼬마요정 2014-08-11 14:49   좋아요 0 | URL
크... 그렇군요.. 찾아보니 책들이 재고가 없네요.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어요~ 읽으면서 울면서 해야겠네요~^^

알료샤 2022-10-27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서양 중세사 책 다 읽으셨습니까^^? ‘세 위계, 봉건제의 상상력‘ 구해서 읽어보려다, 재밌는 평이 눈에 띄어 시차를 무릅쓰고 댓글 남기고 갑니다~

꼬마요정 2022-10-27 23:2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저는 결국 교수님이 추천이라는 이름으로 꼭 읽어오라는 숙제를 낸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ㅎㅎㅎ 늘 마음에 남아있는 책 중 하나가 ‘세 위계, 봉건제의 상상력’입니다. 제가 결국 석사논문은 쓰지 못했거든요. ‘서양 중세사’는 읽기는 했는데 읽기만 했어요. ㅠㅠ 거의 10년 전에 제가 이렇게 열심히 읽으려고 했네요.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