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식이 있었다.

 

많다며 많고, 적다면 적은 인원으로 고깃집에 앉아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었다.

 

 

난 여자다.

 

내가 일하는 곳에는 남자가 월등히 많고, 밑에 직원은 여자가 월등히 많다.

 

나는 독립적이기도 하지만,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그냥.

 

나의 상사는 울 회사에서 가장 경력도 길고, 인품도 나름 훌륭하고, 음.. 여튼 좋은 분이다.

 

정치성향이 완전 다른게 놀라울만큼.

 

 

오늘, 적당히 술과 고기를 먹고

 

2차로 노래방을 갔다.

 

적당히 이른 시간, 헤어지긴 좀 뭐한 시간.

 

술도 먹었겠다, 나름 노래방에서 술 깨고 가면 되겠다 싶을만큼 좋은 분위기.

 

직원들도 나름 노래방에 거부감이 없어서 다 같이 갔는데...

 

 

나는 여자다. 내가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가끔 하는데, 오늘 느꼈다. 내가 남자라면.

 

 

나는 흥이 많은 여자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부르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 직원들과 함께 탬버린도 흔들면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놀았다.

 

나 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그렇게 놀았다.

 

다들 춤추고, 탬버린 흔들고...

 

 

갑자기, 동료이지만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이 나의 탬버린을 잡는다.

 

"너는 이러면 안 돼. 너는 직원들과 달라. 절대 어디가서 탬버린 흔들지마!"

 

 

왜? 왜?

 

지금 다같이 회식하고 노는 거 아니었나?

 

 

물론, 그 분은 진정 나를 위해서 한 말이었다는 걸 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얌전히 탬버린을 내려놓고, 그 뒤로 술을 한모금도 먹지 않았다.

 

 

내가 남자였다면.

 

직원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남자다.

 

그들은 여전히 춤을 추고, 탬버린을 흔든다.

 

그러나 나는 그래서는 안된다. 직원들과 있을 때, 혹은 거래처랑 있을 때 그래서는 안된다.

 

나는 여자이고, 그 분의 충고가 이해가 되는 게 서글프다.

 

탬버린을 들고 흔들어도 내가 나라는 건 바뀌지 않지만, 남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애초에 탬버린을 흔드는 여자는 직원이거나, 도우미거나 그래야 하는가.

 

기분 좋게 마신 술이 순식간에 찝찝해지고, 그걸 또 이해하는 내가 서글퍼진다.

 

 

회식, 여자, 탬버린.

 

나도 노래방에서 탬버린 흔들면서 신나는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한다고!!!!!!!

 

남녀 가리지 않고 나와 같은 우리 그렇게 논다고!!!!

 

 

거기서 그 말 들었다고 그 말을 듣는 나도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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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6-12-27 00:18   좋아요 1 | URL
저는 이해가 된다는 게 웃기죠.. 이게 아마도 남자는 여자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없지만, 여자는 여자의 언어 뿐 아니라 남자의 언어도 이해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듯 해요. 서글픕니다.

cyrus 2016-12-27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식은 나이, 성별 불문하지 않고 모두 즐겨야 합니다. 그런데 꼰대들은 회식의 즐거운 분위기만 느끼고 싶어서 부하나 후배들에게 강요합니다. 마치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해서 즐겁게 해주지 못하면 잔소리하죠. 제가 그런 선배들 때문에 회식, 2차, 3차 정말 싫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꼬마요정 2016-12-27 19:29   좋아요 1 | URL
네~ 그렇죠. 회식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지만 아직도 바뀔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아. 정말 즐거웠는데 순식간에 싸해져서 서글펐습니다. 여자는 문란함과 조신함 사이에서 줄을 잘 타야 합니다ㅜㅠ

고양이라디오 2017-01-03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친 배려의 한 예를 보는거 같습니다. 좋은 의도였지만 아쉽게 과녁에 빗나갔네요ㅠ.

꼬마요정 2017-01-04 01:17   좋아요 0 | URL
아직도 이런 생각.. 너무 싫습니다. 남자는 별 요상하게 허리 흔들면서 춤 춰도 박수 치며 웃고 말이죠. 그냥 다 같이 놀고 헤어지면 끝인데 말입니다. 같은 여잔데 직원은 탬버린 흔들어야 하고 관리자는 그러면 안되고 그런 게 어딨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