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더듬어도 기억나지 않는 일이 있다. 정말 멋진 순간이었을텐데 왜 기억나지 않는걸까? 어떤 순간이냐고? 바로 슈테판 츠바이크를 만난 순간이다. 내가 나름 남긴 기록을 보면 2007년 4월 <마리 앙투아네트>가 먼저인데, 나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먼저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리뷰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가 2007년 5월이니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먼저가 맞는 것 같은데 내 기억의 왜곡은 뭘까? 심지어 그 사이에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도 읽었다...
근데 도대체 왜 <마리 앙투아네트>를 읽었을까? 그 때 무슨 일이 있었지? 왜 리뷰에 이 책을 이러해서 만났다를 안 적었을까? 앞으로 리뷰 쓸 때 이유도 적어야 하나? 사라져 가는 기억들이 너무 아쉽다. 하지만 무슨 책을 먼저 만났든 상관없이 나는 슈테판 츠바이크를 좋아한다. 그 감정은 기억나서 다행이다.
그러고 슈테판 츠바이크 책을 막 사 모았다. 어느 순간 왜 사는지도 모르고 막 샀던 것 같다. 오늘 나는 <연민>이 <초조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 <초조한 마음> 샀을 때는 알았겠지만,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리고 <연민>이랑 <메리 스튜어트>에 집착하고 있었다.
<메리 스튜어트>는 도서관에서 빌려 봤었다.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스튜어트의 관계도 흥미진진했고, 프랑스 궁정을 경험한 메리 스 튜어트의 매력과 자유분방함이 엘리자베스 1세를 아주 엄격하고 딱딱해 보이게 했다. 그 때 츠바이크가 왜 엘리자베스 1세가 아닌 메리 스튜어트의 전기를 썼을까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리뷰나 좀 자세히 써 둘 것을, 지금은 못 구하는데...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봐야 될 것 같다.
도대체 나에게 슈테판 츠바이크 책이 몇 권이나 있나 싶어서 뒤져보다 보니 <위로하는 정신>을 발견했다. 이 책을 읽고 몽테뉴를 좋아하게 됐는데... 우습게도 <에라스무스 평전>을 읽다가 만 채로 남겨 둔 것을 발견했다. 마저 읽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앞 내용이 생각 안 나니까 다시 읽어야겠다. <촛대의 전설>에도 책갈피가 꽂혀 있다. 어질어질하다. 읽은 책 더 없나 싶어 살펴보니 <체스 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가 보인다.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 책 참 가슴 아프게 읽었더랬다.
책장을 쭈욱 둘러보니 큼지막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눈에 딱!! <어제의 세계>. 나 이 책은 왜 샀을까? 읽을 수 있을까? 그래... 나 <전쟁과 평화>도 읽었는데 <어제의 세계> 읽을 수 있어!! 겨우 590쪽이야. 그 옆에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도 있다. 심지어 여기에도 책갈피가 꽂혀 있고... 읽다 만 책 참 많구나. 이 책갈피가 여기 있었구나...
반대편 책장에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 세익스피어 희곡들과 함께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톨스토이를 쓰다>, <환상의 밤>, <타버린 비밀>이 있고, <감정의 혼란>도 있다. 이 책은 먼지가 너무 많이 붙는다. 특히 우리집처럼 고양이가 많은 집에는 으... 맨날 털 떼야 해... 아닛!! 흐흐흐 이 책도 있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다락방님, 저도 이 책 있답니다. 이 책 왜 샀지?
내가 가진 책들 중 단일 작가 책으로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1등인 것 같다.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나 <은하영웅전설>, <해리포터>처럼 시리즈물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나저나 얼른 한 권씩 읽어야겠다. 우와, 읽을 책 많아 좋네... 좋은 것 맞지?
참고로 츠바이크를 검색하면 꼭 나오는 책이 한 권 있다. 제목도 내가 환장하는 거라 한 번씩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작가가 '슈테파니 츠바이크'다.
이 글은 앞으로 슈테판 츠바이크 책, 내가 뭘 갖고 있는지 확인할 때 중요한 페이퍼가 될 것이다.
으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