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는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 !

 

 

 

한때 나는 야구 오따꾸'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학 문제 한 번 푼 적 없지만 밤 10시만 되면 야구 경기 결과를 토대로 투수 방어율과 타자 타율'을 일일이 체크할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오따꾸라 할 만했다. 참고로 학창 시절 내내 수학 성적은 늘 30점이었다. 미분, 적분을 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그나마 집합이나 도형 문제'가 나오면 그 문제 하나 가지고 한 시간 동안 끙끙대며 풀거나 도형 문제의 경우엔 도형 안에다가 눈, 코, 입'을 그려 넣어서 근사한 사람을 만들고는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번은 야간 학습 시간에 이어폰으로 야구 중계를 듣다가 역전 스리런 홈런에 나도 모르게 홈런이라고 고함을 쳐서 선생에게 따귀를 맞은 적도 있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야구가 흔히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느린 경기'여서 재미가 없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야구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는 진정한 두뇌 플레이'라고 할 만한 스포츠다. 그래서 나는 야구 중계를 보면 쉴새없이 수다를 떤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 중에  50년대 명포수로 활약했던 요기배라'라는 선수가 있다. 배라는 쉴 새 없이 떠드는 촉새'였다. 포수인 그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에게 " 따발총 말 총알 " 을 상대 선수 뇌 속에 사정 없이 쏘아대는 바람에 타자는 공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  이봐, 마이클 불끈 !  자네 아내 어제 나이트 가서 미친듯이 흔들었다더군.

-  ..... ( 솔깃 )

-  자네가 원정 경기 하고 있을 때마다 나이트 가서 흔든다는 거야 !

-  ..... ( 부글부글 )

-  맙소사, 생각해 보니 지금 이 시간이면 흔들고 있겠네 !

-  ...... ( ! )

 

   타자는 요기배라가 쏟아내는 말에 귀기울이다가 삼진 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상대 팀'은 요기배라의 잔재주를 잘 알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다는 배라의 힘'이었다. 이러한 수다'는 꼭 배라가 수비를 할 때만 사용하는 전략이 아니었다. 안타로 1루에 나가면 상대편 1루수와도 정열적으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 자네 ! 일본 코털제거기 써봤어 ? 놀라지 마, 행크 ! 영 점 삼 미리'까지 깎인다네. 자 봐봐 ? 내 콧구멍을 뚫어지게 보라구 !  " 배라의 수다에 1루수는 종종 배라의 콧구멍을 보다가 평범한 1루 땅볼을 놓치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수다가 심했던지 심지어는 1루 관중석 관객들 하고도 대화를 나눴다고 하니 놀라울 지경이다. 그러자 상대 팀들은 배라 수다 경계를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발이 빠른 배라'가 도루를 시도하면, 상대 팀은 어떻게 알았는지 피치아웃'을 시켜서 배라는 아웃을 당하기 일쑤였다. 사인이 노출되었다고 판단했으나 사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상대 팀은 배라가 1루에서 2루로 뛸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  답은 배라의 수다에 있다. 말 많은 배라'는 감독의 도루 사인'만 나오면 도루 할 생각에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이 많던 배라가 말이다. 그것은 마치 포커에서 로열 스트레이트 풀러쉬를 잡은 플레이어의 굳은 얼굴과 같은 것이다. 바로 이때다. 이 시점이 배라가 뛰는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상대팀은 배라의 버릇을 통해 간파한 것이었다. 그러니 매일 아웃당할 수밖에 !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난 감독은 말 많은 배라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 배라 ! 다음에도 나불나불대면 그땐 야구장이 아니라 말 많은 경마장'이나 가라고 ! 언더스탠드 ?  "  하지만 천성이 사람 좋은 수다맨이었던 배라'는 1루에 나가 수다를 떠는 버릇을 완전히 고칠 수가 없었다. 말을 하고 싶은 배라는 입이 간질간질 떨렸다. 결국 배라는 도루 사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감독이 안 본다 싶으면 이때다 싶어서 조잘조잘댔다. 배라가 조잘대는 버릇을 도저히 고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감독은 극약 처방을 내린다.

 

" 이봐, 배라 !  앞으로는 입을 다물지 말고 항상 지껄이라구. 도루 사인이 나올 때도 항상 지껄이란 말이야. 달리면서도 수다를 떨라고 ! 오케이 ? 그러면 상대팀이 우리의 계획을 모를 것이 아닌가 ? "

 

신이 난 배라는 1루에서 2루를 훔치는 동안 달리면서도 수다를 떨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 이렇듯 수다는 종종 당신을 아웃시킬 수도 있다. 말 많은 사람은 말이 적은 사람보다 실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현실을 완벽하게 외면하는 침묵은 섣부른 연설가보다 비겁하기도 하다. 내가 김영하와 소조의 논쟁에서 소조의 편이 된 이유는 김영하의 침묵도 한몫한다. 소설가가 꼭 투사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민중보다는 먼저 그 침묵을 깨야할 의무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현실을 완벽하게 외면하는 김영하의 침묵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침묵이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 않는가 ? 차라리 이명박 시대에는 침묵보다는 수다맨이 더 정의로운 사람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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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다, 맑음  

 

 

 

1. < 오, 수정 > 까지는 좋았다. < 돼지 > 와 < 강원도 > 를 거쳐 < 수정 > 까지 오는 단계'는 신선했다. < 돼지 > 는 챠이 밍량'의 모더니즘 영화를 떠올렸고, < 강원도 > 는 전작인 < 돼지 > 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 수정 > 또한 < 강원도 > 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홍상수는 재능있는 팔색조구나 ! 그는 승승장구했다. 내가 홍상수 영화가 싫어지기 시작한 계기는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이후부터였다. 이 영화 이후에 나온 영화들은 모든 것이 다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홍상수에게 돌아왔다. < 옥희의 영화 > 에서부터 감독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에릭 로메르와 브레송의 흔적이 보였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흐리다 맑음이었다. 내가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이 3,4병 정도 비워져 있을 때부터다. 이때부터 남녀의 수작'은 시작'된다. 슬쩍 살짝 건드려본다. 소주 4병을 비웠을 때 " 나, 너 좋다 ! " 라고 말하는 것은 순정을 가장'한 고백이다. 모텔 가서 섹스 하자'는 말이다. 나는 이 장면들이 참...... 좋다. 참새도 아니면서, 참외도 아니면서 참, 참... 참깨도 아니면서 ! 솔직히 고백하자면 잘생긴 재벌 2세 주인공이 술도 취하지 않은 채 맨정신으로 " 나, 너와 자고 싶다 ! " 라고 말하는 따위의 장면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얼마나 자신감이 넘쳤으면 맨정신으로 자자고 말하냐. 재벌 2세들은 든든한 벡이 있으니 그런 소리'를 술 취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요, 달려드는 여자들이 넘치고 넘쳤으니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야, 이눔의 새캬 ! 나처럼 불알에 정액이 잔뜩 고여서 썩어봐라 !  자신감은 바닥을 친다. 언감생심, 술 취하지 않고서는 감히 내뱉을 수 없는 고백이다.   하여튼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 등장할 법한 개간지 쿨 마초 가이의 당당한 섹스 어필을 좋아하지 않는다. 홍상수 영화는 소주 3,4병이 비워질 때, 그때부터 화면이 좋아진다.  

 

 

 

2. 최승자 시인은 말했다. 터널은 끝에 가서야 환해진다고 말이다. 그런 영화들이 있다. 별다른 감흥 없이 담담하게 영화를 보다가, 아니 시큰둥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전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마치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 애인 때문에 잔뜩 화가 났다가 저 멀리서 뛰어오는 애인을 발견하고는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경험이다. 울르 그로스바드 감독의 < 조지아 > 라는 영화가 그렇다. 마지막 장면은 압도적이다. 제니퍼 제이슨 리'가 허름한 선술집에서 노래를 할 때, 그토록 평범했던 영화가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잘 만든 마지막 장면'은 약속 시간에 늦게 온, 생글거리는 애인과 비슷하다. 흐리다 맑음이다. 퍼시 아들론의 < 연어알 > 도 마지막 장면이 압도적이다. 평범했던 영화는 느닷없이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어쩌면 영화는 마지막 5분을 위한 전주곡인지도 모른다. 가장 빛나는 대상은 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니 말이다. 조용필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지 않던가 ?  

 

 

 

3. 좋아지는 계기가 있다.밤 늦게 시험 공부할 때면 항상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을 라디오로 듣고는 했다. 그 시간에 들을 프로는 그 방송이 탁월했다. 정은임을 좋아했다기보다는 라디오 프로듀서와 방송작가'가 짠 프로그램이 좋았던 것이다. 당시 나는 아나운서와 라디오 디제이'는 앵무새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왠지 영혼은 없고 그저 대본대로 읽는 것에 지나지 않는, 그런 존재. 감정이라고는 없는 그런 존재 말이다. 어느 날이었다. 정은임은 리버피닉스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울었다. 콧물 삼키는 소리가 종종 멘트를 삼켰다.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방송사고에 가까웠다. 생방송도 아니었으면서 프로듀서는 왜 편집을 하지 않았을까 ? 아마도, 그는 이 방송사고가 주는 진실함이 좋았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정은임이란 아나운서'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최초로 좋아한 방송인'이었다. 임을 향한 행진곡을 처음 들었던 방송도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이었다. 당시 빨갱이들이나 부르는 노래인 줄 알았는데 라디오에서 그 음악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볼세비키 인터내셔널歌도 이 방송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4. 인생이 언제나 흐리다 맑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 가끔은 맑다가 흐림'이 되기도 한다. 나는 정성일 열혈 팬이었다. 없는 형편에도 키노 잡지는 꼬박꼬박 모았다. 지금도 키노 잡지'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저 현란한 문장과 톡 쏘는 어투, 그리고 놀랄 만한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정성일이 쓴 글을 대부분 이해를 할 수 없었으나 나는 이 이해불가능을 개인적 소양 탓으로 돌렸다. 어릴 때부터 국영수'만 빼고는 꽤 잡학다식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정성일이 쓴 글은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정성일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판단은 내 실수'였던 것 같다. 정성일은 글을 잘 쓰는 평론가가 아니었다. 쉬운 문장도 어렵게 쓸 줄 아는 독특한 재능을 가졌을 뿐이다.  필사의 탐독'을 읽다가 그만 헛웃음이 나왔다. < 필사의 탐독 > 은 < 필사의 난독 > 이었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다가 10년 후에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이다. 기억 속 그 사람은 반짝반짝 빛났으나 다시 만난 첫사랑은 오징어'가 되어 있을 때의 당혹감. 그런 당혹감이 들었다. 그가 만든 < 카페 느와르 > 는 심형래가 만든 < 디 워 > 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뤼포를 꿈꿨던 정성일은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영화는 괴상했고 문장은 이상했다. 날마다 맑은 날만 있던가 ? 흐리다 맑은 날도 있고, 맑다가 흐린 날도 있는 법이다.  

 

 

 

5. 나는 실베스타 스텔론'이란 배우를 매우 싫어했다. 아트 시네필 행세를 하던 시절이었으니 스탤론을 좋아할 턱이 없었다. 연기는 얼마나 못했던가 ? 그가 나온 영화들은 얼마나 뻔뻔했던가 ? < 람보 2 > 이후로는 그의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정성일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 자본적의적 욕망이 전이된 스텔론의 하드 바디'는 조르주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적 육화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식민지적 욕망에 다름 아닙니다. 총알은 빗발치지만, 어찌된 영문입니까 ? 총알은 그의 신성한 몸을 피해 다닙니다. 이 이상한 헐리우드의 팍스 아메리카에 당신도 동참하실 겁니까 ? "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후, 나는 우연히 종로 피카디리'에서 < 록키 발모어 > 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종로에서 약속을 잡았는데 너무 일찍 간 탓에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였다. 영화를 본다는 생각보다는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도대체 나이 60에 권투 영화라니 ? 무슨 꿍꿍이일까 ? 선수 대신 권투 코치로 등장해서는 화려했던 과거에 대해 꿈꾸듯 말하겠지. 영화를 시작되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그만 눈물이 터졌다. 스텔론은 너무 늙고 힘 없어 보였다. 몸은 둔했고 말도 둔했다. 하지만 그는  진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말도 어눌하고 몸도 어눌했으나 그는 늙은 나이에 비로소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무 늦은 만학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그때부터 나는 스텔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날은  흐리다가 맑은 날이었다

 

 

 

6. 내가 < 쇼생크 탈출 >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그렇고 그런, 따분한 헐리우드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처음부터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재미있는 할리우드 탈옥영화’라고 생각했다. 돈 시겔의 걸작 < 알카트라즈 탈출 > 에 대한 오마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쇼생크 탈출 > 보다는 < 알카트라즈 탈출 > 이 더 좋았다. 재미있다고 해서 모두 다 좋은 영화는 될 수 없다. 궁금하지 않았다. 저녁 7시가 되면 쨍 하고 불 밝히는 창문처럼 말이다. 어느 누가 초저녁 불 밝힌 창'을 궁금해 할까 ?  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를 몇 번 더 봤다.  그러다가 어느 날 새벽 3시에 불 켜진 창문처럼 모든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앤디는 어떤 사람일까 ?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보게된 곳은 석수역에 위치한 < 내 안의 너’ > 라는 모텔 403호실’에서 였다. 그날 나는 애인과 함께 벌거벗고 뒹굴었다. 창 밖에는 장맛비’가 쉴 새 없이 내렸다. 나는 여자의 봉긋한 젖가슴과 촉촉한 동굴을 좋아했다. 그리고 여자가 새빨간 혀’로 내 젖꼭지를 아릿하게 깨물 때도 좋았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된 강아지’가 어미 젖을 찾듯이 말이다. 침대시트는 흠뻑 젖었고 우리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티븨’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앤디를 연기한 팀 로빈스’가 말했다. “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여기 있는 일하는 동료들에게 시원한 맥주 한 병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 

 

장면이 전환되면 옥상의 죄수들은 땡볕 아래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나는 그토록 행복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여자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 후 침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입 속에 있는 맥주를 내 입 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우리 헤어지지 말자, 아프지 말자,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영혼이 되자. 나는 방긋 웃었고 여자도 방긋 웃었다. 우린 모두 이 영화를 좋아했다. 아니, 여자는 원래 이 영화를 좋아했었다.  우린 이 영화를 함께 서너 번 더 보았다. 세월이 흘렀고 우린 헤어졌다. 헤어졌다기보다는 내가 그녀 곁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녀는 감옥이었고 나는 죄수였다. 이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고, 두 번째는 우연한 기회에 보게되었으며, 세 번째도 깊은 밤 새벽에 잠을 뒤척이다가 티븨’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네 번째, 다섯번째, 여섯 번째’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일곱 번째 보게 되는 순간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며 스무 번’을 넘기면 영원한 걸작’이 된다. 그 여자와의 만남도 그랬다.

 

처음 보았을 때 그 여자는 그냥 좋은 여자였다,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예의 바른 여자였고, 세번째 보았을 때는 조금 쓸쓸해 보였다. 네 번째는 많이 쓸쓸해 보였고, 다섯 번째는 적당히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일곱 번째 보던 날, 나는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마스터피스’였다. 처음부터 보자마자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 이라는 영화가 그렇다. 갈대’를 흔들리게 만든, 그 느닷없이 다가온 바람의 속도가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더 이상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에는좋았으나 다시 보면 실망을 하게 되는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처음에는 싫었으나 나중에좋아지는 영화도 있다. < 카사블랑카 > 가 그렇다. 옛 애인은 이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 카사블랑카여, 영원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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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8-11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곰발님 글을 읽고 나에게도 흐리다 맑은, 그런 영화들이 있었는지 곰곰 생각해보려해도 감감 생각나지 않네요. 더 말하고 싶지만, 지금 곰발님 감정선을 깨고싶지 않아서 조용히 퇴장합니다. 나중에 흐리다 맑았던 기억들이 생각나면 다시 찾아오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1 12:17   좋아요 0 | URL
상관없으니, 낙서장처럼 사용하셔도 됩니다.
흐리다 맑은 날은 그래도 참 좋은 날이지요.
맑다가 흐린 날'보다 말입니다.
하지만 전 천성이 맑다가 흐린 순간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 날씨를 좋아했어요.

새벽 2013-08-1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저 몇 주 전 새벽에 쇼생크 탈출,을 케이블에서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벌써 한참을 시작한 후였는데.. 교도소 도서관 사서였던 할아버지가 출소를 앞두고 오히려 두려운 나머지
인질극을 벌이던 장면 있잖아요. 그 부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그 에피소드가 와닿더라구요.
결국 출소한 그 할아버진 오히려 감옥을 그리워하다 자살하고...
정말 쇼생크,는 하나의 우화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곰곰발님 예전 글들이 생각났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1 12:15   좋아요 0 | URL
쇼생크는 아마 케이블에서 가장 많이 하는 영화가 될 겁니다.
숑생크가 특이한 것은 중간부터 봐도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많이 보아서 익숙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 에피소드가 뭔가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요.

만화애니비평 2013-08-1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팀 로빈스 여기 등장했소!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1 12:14   좋아요 0 | URL
오, 로빈슨 오셨군요 ! 반갑소.

히히 2013-08-1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의 찬미를 즐겼던 2살 터울 언니는
지금처럼 맑은 날을 예견하지 못했을까요?
당시 사춘기 동생의 오감도 한창일 때라
언니가 도와주지 않아도 욱신거렸는데 말입니다.

*몸의 중앙선에 점이 있으면 자살한다는 속설이 있어
언니의 배꼽위 정중앙의 커다란 점때문에 불안불안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2 12: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점이 정가운데 있으면 항상 안 좋은 징조'라고 했음....
그런데 이마 정중앙에 있는 점인 복점이 아니었던가요 ?
후훗....

 

 

 

 

 

 

프로야구 시구에 대한 생각 : 클라라는 왜 울었을까 ?

 

 

 

- 국내 프로야구 투수 시절, 나는 머리가 길어서 사다코로 불리웠다.

피칭은 공격적이었다. 팬들은 나를 사다코 와일드 업'이라 불렀다. 

 

 

다들 아시다시피, 나는 한때 보스턴 레드삭스 팀의 맹인 투수'였다. 이 말을 들으면 소설 쓴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거짓말이라면 손가락 하나를 바치겠다. 믿어달라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 http://myperu.blog.me/20179671080 ) 내가 메이져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17승 29패였다. 당시에는 박찬호'가 영웅처럼 숭배되던 시절이라 무명에 가까운 한국인 맹인 투수'는 안중에도 없던 모양이더라. 하지만 서운하지는 않다. 나는 레드 삭스'를 사랑했고, 낡고 좁은 펜웨이파크'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영광으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펜웨이 파크 시절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라면 스티븐 킹이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일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 열혈팬'이었다. 그는 앞을 못보는 내가 투수가 된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 미스터 곰곰발 ! 앞을 못 보는데 어떻게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죠 ? 난... 당신이 뉴욕 양키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을 때를 잊지 못하오. 잘난 척하는 양키 새끼들이 8월의 물렁 좆'처럼 흐물흐물 삼진을 당할 때마다 통쾌했다오. 시부랄, 눈물이 앞을 가렸다오. "

 

모두 다 궁금할 것이다. 스티븐 킹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 포수는 내가 선발로 나오는 날에는 특수 제작한 글러브를 사용한다. 방울이 달린 글러브다. 그가 주먹으로 글러브를 팡팡 치면 방울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방울 소리'를 향해 공을 던지는 것이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나는 킹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 대신 엉뚱한 말을 했다. " 이 식탁은 보르네오 산 100년 된 삼나무로 만들었군요.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툭 치면 소리가 들립니다. 아십니까 ? 나무마다 소리가 달라요. 선생님은 지금 엉덩이를 뺀 채 어깨를 의자 깊숙이 기댔지요 ? 아, 하하 ! 일부러 정자세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리는 정직합니다. 자세가 불편하면 소리가 성대를 거쳐 나올 때 불안정하게 되지요. 가수 지망생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자세이지요. 선생님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자세를 바로잡기가 힘드실 겁니다. 앞을 못 보는데 어떻게 공을 던지냐고 물어보셨죠 ?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걸로 대신하겠습니다. "

 

스티븐 킹은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의자를 빼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대단하오 ! 정말 대단하오 ! 미스터 곰곰생각하는발 !!! 나는 스티븐 킹 특유의 시골 촌부 같은 목소리와 억양을 좋아했다. 그는 억만장자 스타 작가'에서 오는 허세가 없었다. 순박하고 투박한 말투였다. 그 어떤 상대를 만나도 늘 일정한 태도 말이다. 그는 나를 위해 소설'을 쓰겠다고 말했다. 내 당신을 위한 헌정 소설 하나를 쓰리다. 우리는 즐겁게 식사를 했다. 후에 그는 <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 를 내놓았다. 그는 초판 1쇄 한정본을 나에게 선물했다.

 

< 곰곰생각하는발 ! 이 소설은 당신에게 바치오.우리가 사랑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대한 이야기'라오. 그리고 펜웨이 파크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오. 내가 소설에서 톰 고든'이라는 선수를 인용했지만 사실 톰 고든은 당신이었소. 여기 책과 함께 오리지날 원고는 당신에게 보내오. 이건 당신에 대한 이야기이니 말이오. 당신은 총 17승 29패에, 방어율은 4.17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투수였어요. 콧대 높은 양키즈를 상대했을 때 당신은 위대한 작은 거인이었소. 내가 본 최고의 경기였지. 눈물이 앞을 가렸소. 건투를 비오.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 들었소. 내 언젠가 당신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리다. 부디 몸 건강하시오.  >     

 

 - 당신의 영원한 팬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이 보낸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메이져리그 선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3차에 걸친 대수술 끝에 시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시력을 되찾고 나서부터 내 구질은 형편없이 나빠졌다. 결국 나는 엘지 트윈스 2군을 떠돌다가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불만은 없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다. 그 이후 순수한 야구 팬으로써 야구 관람을 즐기게 되었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클라라의 시구 때문이다. 클라라가 기자 간담회'에서 울었다. 사람들이 연기는 보지 않고 몸매'만 보아서 속상하다는 넋두리'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눈물의 간담회 이후에도 여전히 섹시 이미지'로 어필한다는 점이다. 나는 클라라의 몸매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클라라 시구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유니폼을 리폼해서 배꼽티로 만든 폼'이 가관이었다. 설상가상 상의는 두산 유니폼인데 하의는 엘지 유니폼이었다. 클라라는 엘지 팬일까 ? 아니면 두산 팬일까 ? 언제부터인가 시구'는 날마다 365일 내내 진행되었다. 대부분은 연예인들이었다. 팬도 아니면서 시구를 하는 것이다. 박시은 같은 경우는 각 구단을 두루 섭렵하면서 시구자로 나왔다.  시구는 365일 날마다 진행되면 안 된다. 우리는 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가는 것이지 쫄티에 쫄바지 입고  자기 브랜드 홍보하려는 클라라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팬도 아닌 연예인이 잠깐 와서 공 던지고는 경기도 안 보고 가는 것이 과연 시구자로써 자격이 있는 것일까 ? 시구'에는 문화가 있어야 하고 스토리가 있어야 하며 감동이 있어야 한다. 문득 내가 펜웨이 파크에서 경험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끝을 맺을까 싶다.

 

2007년 아메리칸 리그 디비젼 시리즈 2차전에서 보스톤 레드삭스는 에인절스'와 2차전을 가졌다. 영광스럽게도 나는 2차전 산발투수였다. 보스턴 팬들은 나를 위해 패티 김이 부른 < 서울의 찬가 > 를 개사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가사는 이렇다. " 종이 울리네 / 공이 박히네 / 팬들의 함성 /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 와일드업 /내 곁을 떠나지 마오. "  하지만 내 컨디션은 말이 아니었다. 5회까지 우리 팀은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승리는 에인절스'에게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오는 법 ! 1아웃 1-3루 상황에서 라미레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와와, 와와와와 !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가 때린 공은 1루 파울 쪽에 높이 떴다. 영락없이 포수 글러브에 잡혀서 끝날 상황이었다.  

 

그런데 에인절스 포수가 공을 잡기 0.00001초 전에 파울 라인 관중석에 있던 꼬마가 공을 낚아서 다행히 파울 플라이 아웃을 면하고 파울이 되었다.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화딱지가 날 만하지만 그것은 이미 룰로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레드삭스는 이 행운을 기회로 잡아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우승을 해서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때 시구자로 나선 사람이 바로 공을 낚아챈 꼬마'였다. 그 꼬마 덕에 챔피언쉽 시리즈에 올랐으니 그 공을 높이 사서 시구를 부탁한 것이다. 그 후 그 소년은  Fan of the Year' 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다. 이것이 바로 한국 프로야구 시구 문화와 메이져리그 시구 문화의 차이다.  

 

< 시구 > 란 구단이 자신을 응원한 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팬 서비스'이다. 감사의 말이요, 헌정이다. 그러니 대부분은 구단 열성팬들이 시구자로 나선다. 40년 동안 구단 마운드를 고른 구단 관리 직원이 오르는가 하면 불치병에 걸린 13세 소년을 위해 시구를 부탁하기도 한다. 물론 스티븐 킹도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는 서사가 있고 감동이 있다. 한국 시구 문화처럼 엉망은 아니라는 말이다. 나 또한 구단 관계자로부터 이번 월드 시리즈에 보스턴 레드 삭스'가 진출하면 시구자 명단에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잊지 않고 기억한 것이다. 펜웨이 파크,  내가 사랑한 낡고 작은 야구장. 생각만으로도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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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8-10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여주는 팬서비스와 공유하는 팬서비스 차이? ㅎㅎ
클라라인가, SNL에서 엄청 섹스어필하려고 노력하던데. 그럴꺼면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섹스어필을 전략으로 잡아놓고 '연기로 승부하려는데 자꾸 딴지걸어서 속상해요' 이러면 안되죠. 끝까지 더 당당하게 밀어붙여야 섹스어필의 완성이죠. 마돈나가 요조숙녀 흉내를 내던가요? 본인이 당당하니 남들도 그게 답인가보다, 그렇게 사상을 바꿔버리잖아요. 그 당당함이 없다면, 그리고 정말 본인이 억울하다고 생각된다면 섹스어필말고 정말 연기로만 승부를 하던가. 한가지만 했으면...

p.s. 본인이 빈약하다고 시기질투하는거 아님. 저얼때로 아님.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0 22:4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가 바로 그 얘깁니다. 사람들이 자기 몸만 본다고 서러워서 울 정도면 섹스 어필'을 부끄러워 한다는 소리인데 이건 어불성설이죠. 에로 배우가 당당하려면 몸으로 예술을 보여주고 싶다, 라고 말해야 하는데 감독이 시켜서 했다는 식은 좀...... 전 크라라의 말이 마치 난 청순하고 싶었으나 마케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좀..... 레이디가가'를 보세요. 아무도 그런 소리 안 하지 않습니까. 저 소리 하고도, 저렇게 나와서 울고 짜다가도 다음 날 또 섹스어필로 주욱 나가니 속을 모르겠어요.. ㅎㅎㅎ

히히 2013-08-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링크 걸어논 블로그 글까지
곰곰생각하는발님!
정녕 곰곰생각하는발님!

타자을 소자로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계십니다.
저에게 간신히 머물고 있던 자신감이 시들시들해지고
지옥, 그것은 당신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1 23:22   좋아요 0 | URL
으.. 히히 님 자신감이 무엇입니까 ? 어서 말씀해보세요.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히히 님을 대자'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어서 허심탄회하게 말슴해 보시ㅔ요.

나 진짜 히히 니 내가 아는 이웃 같은데 누구십니까 ? 이제 커밍아웃 하세요.. 어서..
 
아비정전(덕슨미디어연말할인)(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
인피니티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오늘 생각없이 책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코멕 메카시의 < 모두 다 예쁜 말들 > 이 생각났다. 이유는 모른다. < 아비정전 > 을 생각하다가, 장국영을 생각하다가, 장만옥을 생각하다가, 실패한 내 연애를 생각하다가, 불현듯 < 모두 다 예쁜 말들 > 이 떠오른 것이었다. 다시 읽기 위해 찾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냥... 찾고 싶었을 뿐이다. 다섯 개의 책장에서 코멕 메카시의 소설을 모두 골라냈다. < 핏빛 자오선 > < 국경을 넘어서 > < 평원의 도시들 >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 로드 > . 하지만 여전히 < 모두 다 예쁜 말들 > 은 보이지 않았다. 분실한 모양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기억이 갑자기 생각났다. 나는 천장이 낮은 옥탑에서 산 적이 있다. 그곳에서 한 여자를 오랫동안 사랑했다. 그 여자와는 헤어졌다. 그 책을 그녀가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책인 레비스트로스의 < 슬픈 열대 > 가 내 책장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억이란 늘 이렇게 의뭉스러운 점이 있다.  생각해 보니, 이 아비정전'도 그녀와 함께 본 영화였다. 책을 다시 사야 할까 ? 고민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잃어버린 책을 다시 사는 것은 어리석다. 더군다나 그 책을 읽은 적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헤어진 여자를 그리워하는 것도 어리석다. 더군다나 헤어진 여자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젠 소년다운 고집은 버려야 한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 < 모두 다 예쁜 말들 > 에 대한 리뷰'를 읽어보았다. 그러다가 그 여자가 쓴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천장이 낮은 옥탑에 살았던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사람은 코맥 메카시의 소설을 유독 좋아했다고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끝으로 < 모두 다 예쁜 말들 > 은 그 남자의 책장에 꽂혀 있어야 할 책이었으나 이렇게 자신의 책장에 꽂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2009년의 리뷰였다. 범종 같은 울림이 밑바닥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밑에는 글쓴이의 동료로 보이는 사람의 덧글이 달렸다. 덧글은 2012년의 것이었다. 그러니깐 글쓴이의 동료는 3년이 지난 글에 뒤늦게 덧글을 단 것이다. " 우연히 네가 쓴 글을 보았다 " 로 시작한 글이었다. " 우연히 네가 쓴 글을 보았어. 내가 ** 샘'에게 보내던 메일 주소 아이디'와 알라딘 아이디가 똑같더라... 너무 아파서 끝까지 읽지 못했다. **샘'이 그렇게 불의의 사고로 허망하게 떠나고 나서, 나... 샘의 빈 자리'를 보며 많이 울었어. 여긴 마치 나를 위한 숨은 보물 찾기 쪽지 같아. 자주 올께. 주인 없는 집에 너무 자주 온다고 눈치를 주지는 마. 보고 싶다. 그립다... "

 

내일은 4월 1일'이다. 하루 앞당겨서 이리 쓴다. 

 

- 소년다운 고집 中

 

 

 


 

 

 

 

 

 

 

 

아비정전'을 보다.

 

 

아비정전'은  틈만 나면 보았다. 40번 넘게 본 이후로는 계산을 하지 않았다. 이젠 더 이상, 모니터로 < 아비정전 > 을 보지는 않는다. 장국영이 자살을 한 이후 < 아비정전 > 는 장국영 추모 형식이거나 혹은 왕가위 감독전 형식으로 극장 스크린'으로 상영이 되고는 했으니깐 말이다. 만우절이 되면, 그러니깐 라일락이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 아비정전 > 은 상영되고는 했다. 나는 그때마다 < 아비정전 > 을 보았다. 그것은 일종의 제의( 祭儀 ) 였다. < 아비정전 > 은 부두교'였고, 나는 신도'였다. 어제 cgv 압구정'에서 < 아비정전 > 을 상영했다. 물론 나는 그곳에 있었다. 그곳 극장 로비에서 우연히 옛 여자친구'를 만났다. 나는 그녀를 보았으나 그녀는 나를 보지 못한 듯했다. 한때, 우리는 같이 아비정전'을 보고는 했다. 그러니깐 그녀도 본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그녀와 내가 헤어지게 된 이유는 내가 은행을 털어서 교도소에 수감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은 애인에게 비밀에 붙였다. 나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앤디'처럼 그녀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당시에 은행'을 턴다는 행위가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남산 가로수 길'에 우뚝 솟은 은행나무가 서울시 소유'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하지만 변명은 하지 않으련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니 말이다. 나,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은행나무에 달린 은행을 털다가 현행범으로 걸렸다. 장발장이 빵을 훔치다가 감옥에 갔다면, 나는 은행을 훔치다가 감옥에 간 경우다. 수감된 동안에도 < 아비정전 > 은  변두리 극장에서 상영이 되었다.

 

내가 출소한 날은 공교롭게도 만우절'이었다.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실 그 동안 당신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이유는 교도소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애인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만우절이니깐 ! 느낌 아니까 ~ 애인은 이미 새로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출소했다고 소식을 알렸으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는 뚜벅이처럼 도시를 걷다가 우연히 광화문 극장에서 < 아비정전 > 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주성철 기자'가 쓴 < 장국영 > 에 대한 책 기념으로 특별 상영되는 중이었다. 나는 그날 두부 대신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인은 떠났고, 나는 전과자가 되었으니 먹고 살 일이 막막했다.

 

전과자 신분으로 정상적인 직업을 갖기는 힘들었다. 결국 나는 범죄의 길로 빠졌다. 직업은 킬러'였다. 사람들은 나를 고스트독'이라고 불렀다. 처음 사람을 죽일 때가 힘들지 그 이후로는 쉬웠다. 느낌, 아니까 ~ 대부분은 아내의 불륜이나 남편의 외도 때문에 사건을 의뢰했다. 일말의 순정은 남았던지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은 잊지 않았다. " 고통 없이 죽여주세요. "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고통스럽게 죽여달라는 의뢰인도 있었다. 종로에서 장어집을 하는 중년 여성'이었다. 며칠 후, 사건을 의뢰한 고객의 가게에 도착했을 때 사건 의뢰인이었던 중년여성은 멍이 든 채로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술에 취해 아내에게 난동을 부린 후  바닥에 엎드려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잠을 자고 있는 남편의 팬티를 조심스럽게 내린 후 뱀장어를 바닥에 쏟았다. 뱀장어는 꿈틀거리더니 자고 있는 남자 항문 사이로 들어갔다. 구멍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는 습성을 이용한 창의적 살인이었다. 뱀장어는 항문을 거쳐 위로 위로 올라갔다. 남자는 잠시 황홀한 표정을 짓더니 그만 사정을 했다. 하지만 이 쾌락도 잠시였다. 그는 고통 속에서 죽었다. 죽음을 확인한 나는 장어들이 득실거리는 수족관을 엎었다. 와장창, 수조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널부러진 뱀장어들이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그 중 한 놈은 죽은 남자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

 

나는 주로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의뢰인을 만났다. 일도 하고 영화도 보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무엇보다도 극장 안이 어두컴컴하기에 서로 신분이 노출될 일은 없는 것이다. 마지막 의뢰인을 만난 것은 어제였다. cgv 압구정'에서 말이다. 공교롭게도 아비정전이 상영되었다. 그리고 또 공교롭게도 그곳에서 헤어진 옛 여자친구를 우연히 만났으며, 또, 또, 또 공교롭게도 의뢰인'은 바로 그녀'였다. 나 또한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불이 꺼지자 내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 향긋한 향수 냄새가 났다. 익숙한 냄새였다. 프르스트가 마들렌을 통해 과거로 여행을 떠났듯이 나는 그 익숙한 향수 냄새를 통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의뢰인은 옛 여자친구였다. 그녀가 나를 알아볼 일은 없었다. 나는 킬러를 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했고 짙은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으며 극장 안은 어두웠으니 말이다. 그녀가 말했다. " 한 사람을 죽이고 싶어요. 이 사람입니다. " 그녀가 건낸 서류봉투 안에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나였다. " 고통 없이 죽여주세요. "

 

나는 고민 없이 사건을 접수했다. 내가 사건을 접수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지목한 상대를 제거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 나는 자살이 아닌 타살이 되어야 했다. 나는 또 다른 킬러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이쪽 세계에서는 꽤나 성실하다는 평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그가 말했다. " 선생님, 제거 대상은 누구입니까 ? " 나는 잠시 창밖을 보다가 그에게 말했다. " 바로 나요. 나를 제거해 주십시요. 8월 20일이면 좋겠소 ! 아직 할 일들이 남았으니깐. 비혼자'이다보니 해야 될 일들이 많소. "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쓴다. 톡톡이 게임은 100회로 끝난다. 이웃들과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 은행 업무도 모두 마쳤다. 그동안 운영했던 네이버 블로그도 막을 내린다. 미리 양해를 구한다. 난, 프로다. 서운해하지  마라. 느낌 아니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451 : 소년다운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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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9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9 16:37   좋아요 0 | URL
이거 그냥 농담입니다. 블로그는 폐쇄하지는 않지만 방치할 생각입니다.
틈틈이 글은 올리겠지만 말입니다.

히히 2013-08-0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은 님 블로그를 파괴할 권리가 있습니다.
허나
알라딘은 알현하게 하옵소서.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9 17:09   좋아요 0 | URL
특별히 히히 님의 뜻을 받겠습니다.
오늘 나는 히히 님의 죄를 사합니다.

2013-08-09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3-08-0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완전 깜짝..가슴이 철렁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9 21:12   좋아요 0 | URL
저 가슴 철렁거리는 거 좋아합니다.... 은행을 털었다에서 철렁거리셨군요 ?

루치아 2013-08-0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참 블러그 페쇠하는줄 알고 깜 놀랐네요~~
페루에 님은 여러 이웃들이 있는한 블러그에 좋은 글 올릴 의무가 있는줄 아뢰오
내 어디에가 이런글을 읽는단 말이오
많은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두 그런말 하시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9 21:13   좋아요 0 | URL
누구시온지 ? 하여튼... 감사합니다. 루치아 님...

루치아 2013-08-0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제가 갑자기 왜 루치아로 올려졌는지 알수없어요
저 hasankim인데 말이죠ㅠㅠ
페루에님이 붙여준 김하사인데...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9 23:22   좋아요 0 | URL
아핫... 김 하사 님 !!!!! ㅎㅎㅎㅎㅎㅎㅎ.
아 누군가 했어요....
김하사 님도 알라딘 유저셨군요 ?

루치아 2013-08-0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렇습니다~~
내 댓글은 꾸준히 달진 않지만 그래도 매일들어와
글 읽는 재미가 쏠쏠 했는데...
페루에의 날카로운 문체가 맘에 들어 도독고양이 처럼
흔적 안남기고 왔다가곤 했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0 00:15   좋아요 0 | URL
톡톡이 100회 끝나면 조촐한 모임 함 가질 생각입니다. 내방하셔서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iforte 2013-08-10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오늘 넘 피곤해서 하루종일 홍냐홍냐하다 정신차리고 들어와보니 댓글이 주러렁 달렸네요. 블로그폐쇄의 협박에 이리 열렬히 항의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행복하시겠어요. 이번 포스팅은 완전 트와일라잇 (뱀파이어 영화 말고, 옛날 SF 티비 시리즈) 한편을 보는 느낌이 났네요. 생각난김에 트와잇라잇 시리즈나 다시 첨부터 볼까나..싶네요. 아마존 프라임멤버라 전 시리즈를 공짜로 볼수있거등요. 음화홧.....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0 16:03   좋아요 0 | URL
트와일라잇'이 티븨 시리즈도 있었군요.
트와일라잇 이래저래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시리즈'예요.
청소년들이 좋아할 시리즈 같아요. 적당한 로맨스에 적당한 판타지에
적당한 모험..... 전 이 영화 재미있게 보곤 해요
종종 유치해서 웃지만 하여튼 그게 하이틴 소설의 묘미 아니겠어요.
 

 

 

 

 

 

 

모두가 김연아'에 촛점을 맞추어서 기사'를 전송할 때, 한겨레'는 용감하게도 아사다 마오'에 촛점을 맞춰 기사를 실었다. 감동적인 기사였는가 ? 천만에 ! 이 기사는 내가 십 년 동안 읽은 기사 중 최악이었다. 우선 아사다 마오'의 예술성과 기술을 극찬한다. 전무후무한 요정이라는 논지'다. 그런데 갑자기 방향을 튼다. 2010 년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선캄브리아 시대의 신화론'을 거들먹거린다. " 아사다 마오'가 비극적일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 대 신'의 싸움이었기 " 때문이란다. 즉, 아사다 마오는 열심히 해보았자 인간이라는 한계때문에 여신인 김연아'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논지'다.  문득 김일성의 신격화 작업이 생각났다. 아, 하하하. 태어나서 이런 부끄러운 기사는 처음 접한다.......( 중략 )

 

내가 보기엔 이러한 군중 심리'는  아는사람논리 - 조작과 비슷한 면'이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내가 아는 사람 목록'이다. 주로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법인데, 쉽게 말하자면 내가 아는 친한 친구 가운데 하나가 청와대 고위 간부'라는 식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사람이 말하는 아는 사람 목록'은 대개 자신보다 한 단계 상위 레벨'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호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뜯어보면 청와대 고위 간부 친구가 가진 지위적 레벨'을 이용하여 자기 신분도 상승시키려는 과시적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끼리끼리 논다고 하지 않았던가 ?  잘난 친구 덕을 좀 보자는 심리이다. 

 

그런데 !  이렇게 ' 내가 아는 사람'을 입에 달면서 사는 사람들 특징 중 하나가 주로 뻥이 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부류는 아는 사람 목록에 거지꼴'로 살아가는 불쌍한  친구 놈들'은 절대 호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쪽팔리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  회사 앞에서 4개월 전에 파마한 머리'로 자신을  기다리는 착한 조강지처'를 또 얼마나 부끄러워하는가 !

 

 

- 김연아가 당신들의 만병통치약이냐, 中

 

 

 

 


 

 

 

 

 

 

 

 

 

 

 

시네필的 애티튜드  

 

영화가 끝나면 엔딩 타이틀'이 끝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린다. 시네필的 애티튜드'를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스크립터 " 트루디 라미레즈 " 를 찾기 위해서이다. 헐리우드에서 30년 동안 스크립터로 일했다고 한다. 스크립터가 하는 일은 영화 속 옥의 티''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때 그때의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하는 일을 한다. 예를 들면 < 씬 197. 탐 크루즈 왼손으로 열쇠를 건냄. 검지에 미키마우스 반창고를 붙임 > 따위다. 미키마우스가 다음 장면에서 스크립터 실수로 돌고래로  바뀌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감독은 이 기록을 참고해서 영화 속 옥의 티'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바로 이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트루디 라미레즈 씨'다. 트루디 부인이 담당한 영화에는 대부분 옥의 티'가 없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 아이언맨 2'> 엔딩 타이틀을 보다가 그녀 이름을 발견했을 때, 나는 신나서 낄낄거렸다. 하지만 이 태도'를 오해하면 안 된다. 이 태도는 시네필적 애티튜드가 아니라 < 윌리를 찾아라 > 놀이'에 가까우니깐 말이다. 나는 불 켜진 극장에서 < 트루디 라미레즈를 찾아라 >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 시네필的 애티튜드 " 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들을 향한 조롱의 의미'이다. 패션계'에 보그 병신체'가 있다면, 영화계에도 무비 병신체'가 있었으니 하는 꼴이 광문/狂文'이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이다 : ㉠ 슈퍼맨'을 " 리뷰트 " 한 < 맨 오프 스틸 > 은.... ㉡  반지의제왕 이전 시대 이야기를 다룬 " 프리퀄" 시리즈 < 호빗 > 은...  ㉢ 엑스맨 시리즈 " 스핀 오프 무비 " 인 < 울버린 > 리뷰, 스포일러 있음.   이름도 길다. " 엑스맨 시리즈 스핀 오프 무비 < 울버린 > 리뷰 " 란 문장을 읽었을 때,  내 마음은 < 울어버린 > 심장'이 되었다. 오, 오오오오미. 시부럴 ! 이 시네필의 발광 다이오드적 애티튜드 극성'을 독특한 문체'라고 이해해야 할까 ? 이 문장은 마치 " 뉴 이어 스프링, 엣지 있는 당신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은 실크화이트 톤의 오뜨 꾸뛰르...... " 와 다를 것이 하나 없다. 저 문장은 " 멋을 아는 당신, 올봄 탐나는 옷'은.... " 이라고 하면 되듯이 스핀 오프 운운하는 문장도 그냥 " 엑스맨 외전'에 속하는 영화 " 라고 하면 된다. 좋게 말하면 < 허세 > 이고, 허세'를 구수한 통속으로 번역하자면 " 지랄하고 자빠졌네 ! " 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장을 통틀어서 보그병신체'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패션계에서 유행하는 보그 병신체'와 군웅할거'를 겨룰 만한 인문 병신체'도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회자'가 될 정도로 유명한 어느 프랑스 철학 전공자'가 쓴 문장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양반이 보그 병신체 유행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난했다는 사실이다. 다음 문장은 그가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 나의 텔로스는 리좀처럼 뻗어나가는 나의 시니피앙이 그 시니피에와 디페랑스되지 않게 하므로써 그것을 주이상스의 대상이 되지 않게 콘트롤하는 것이다. " 닝기미, 이 정도면 보그병신체와 인문병신체의 적벽대전이요, 군웅할거이며 용호쌍박'이라 할 만한 흥미진진한 바보들의 행진'이다. 보그병신체를 비판했던 그가 사용한 문장은 오히려 더 < 지랄하고 자빠졌네 문체 > 에 가깝다. 아니, 오히려 한수 위다. < 똥 싸고 자빠졌네 문체 > 다.  

  

나는 한글 순혈주의자'가 아니다. < ~ 의 > 라는 조사를 사용하면 오염된 문장이라는  주장에는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오염된다. 저잣거리 풍경과 섞이기도 하고 근대에 와서는 일본어와 서구 언어에 오염되기도 한다. 순혈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말이 옳다면 우리는 여전히 "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 하다 " 하고 써야 한다. 그런 언어는 불가능하다. 외부 문명과 차단된 부시맨 언어'라며 모를까, 언어적 장벽이 무너진 지금은 타 언어와 몸을 섞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다. 다만 < ~ 의 > 라는 조사를 사용하면 오염된 문장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남발하면 보기 흉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보그 병신체와 인문 병신체'는 남발해서 탈이 난 경우'이다. 

 

 

 

보그 병신체와 인문 병신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잘못된 언어를 선택해서 활용했다는 측면'보다는 나랏 말쌈'은 무시하면서 알파벳 앞에서는 질질 싸는, 사대주의적 노예 근성'에 있다. 예로 든 < 인문병신체 문장 > 에서 " 리좀 " 은 잘못 선택된 언어 활용이 아니다. 들뢰즈가 < 천 개의 고원 > 에서 사용한 < 리좀 > 을 단순하게 < 뿌리 > 라고 번역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예'이다. 왜냐하면 리좀'이란 용어는 그렇게 단순한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창조자'에 대한 예의'이다. 하지만 텔로스, 리좀, 시니피에, 시니피앙, 디페랑, 주이상스'를 무분별하게 병신처럼 나열하는 태도는 한글에 대한 예의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경우이다. 싸가지가 없는 문체'다.  

 

만약에 저 문장이 원문이 있는 문장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버'였다면 단순한 실력 탓을 할 수 있겠지만 저 문장은 글쓴이의 단순한 생각을 옮긴 것이다. 텔로스는 단순하게 < 목적 > 이라고 쓰면 된다. 성에 차지 않는다면 < 내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적 > 이라고 하면 된다. 내가 보기엔 서구에 대한 사대주의적 노예 근성'처럼 보인다. < 텔로스 > 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 키노 시네필의 텔로스'는 < 카이예 뒤 시네마 > 인 듯하다. " 키노 시네필은 Cahiers du Cinéma'가 선정한 위대한 영화 목록을 무조건 숭배하는 경향이 높다. 아니, 노골적이다. 모 영화평론가가 뽑은 영화 목록은 Cahiers du Cinéma 가 뽑은 영화 목록과 90% 겹친다. 키노 시네필'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 스티븐 스필버그의 < 우주전쟁 > 은 저주받은 걸작이 되어서 사람들이 < 우주 전쟁 > 을 위대한 걸작 목록에 선정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시네필 자격을 박탈한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헐리우드적인 시각'을 가진 오락 영화 흥행 보증 수표 감독을 열렬하게 옹호하는 태도'는 의아할 정도'다. 왜냐하면 그동안 시네필들은 스필버그에 대해 엿 먹어라 자세'를 줄곧 유지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 쥬라기 파크 " 가 재미있다고 침을 튀기며 말을 하면 대뜸 " 죽으라, 팍 !! " 이라며 성을 내던 이들이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Cahiers du Cinéma 가 스필버그의 < 우주전쟁 > 을 2000년대 가장 위대한 걸작 목록'에 뽑으면서 시작된 국내 시네필들의 열애'다. 90년대 시네필의 통과 의례'가 안드레이 타르코프시키였다면 이제 2000년대 시네필의 통과 의례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되었다. 나는 < 쥬라기 공원 > 은 좋아하지만 < 우주 전쟁 > 은 시큰둥하게 보았다. 다코다 패닝이 시간 날 때마다 내지르는 쇳소리(비명)가 어찌나 내 고막을 괴롭혔는지,  이 소녀가 내지른 지랄은 " 다 큰 애 패닉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여전히 비명소리가 최고의 공포 효과'라고 믿는 스필버그가 안쓰러울 뿐이었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SF 영화가 < 우주전쟁 > 이라면 프랭크 다라본트가 만든 < 미스트 > 는 걸작이 될 것이고 < 디 워 > 는 수작이 될 것이다.  Cahiers du Cinéma 특유의 작가주의 정책을 감안하면 이 선택을 철회할 가능성은 제로다. 이제 스필버그 영화는 스필버그가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영화가 위대한 걸작에 오를 것이다. 후지거나 말거나 말이다.  그들이 스필버그에게 보내는 사랑은 특급 사랑이다.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무조건 무조건 달려갈 것이다. Cahiers du Cinéma 식 작가주의 정책이 위험한 이유는 영화'란 개인 기록 경기'가 아니라 여럿이 한 팀이 되는 팀 경기'이기 때문이다. 소설과 영화'는 다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모든 소설에 대하여 열광할 수는 있으나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에 대해서는 열광할 수는 없다. 소설은 소설가 혼자 창작하는 창착물이지만 영화는 많은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드는 협동 작업이다. 스필버그가 만든 < 우주 전쟁 > 이 걸작이라고 해서 다음 작품도 걸작이 탄생하리라는 기대는 어리석다. Cahiers du Cinéma 작가주의 노선'이 어리석은 까닭이다. 임권택 영화'를 작가주의 노선으로 접근하면 위험하다. < 길소뜸 > 과 < 취화선 > 은 좋은 영화이지만 < 서편제 > 와 < 노는 계집 창 > 그리고 < 하류 인생 >, < 천년학 > 과 < 달빛 길어올리기 > 는 참담할 정도로 실패한 영화'다. < 서편제 > 는 존속살해와 근친 욕망이 섞인 나쁜 영화이며, < 달빛 길어올리기' > 는 지역 특산물 홍보 영화 같다. 그리고 < 하류 인생 > 은 부부 강간'을 죄의식 없이 미화한 통속극 같다. 

 

 

 

시네필'은 항상 자신이 선정한 베스트 목록을 나열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타자'가 만들어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 Cahiers du Cinéma 가 < 우주전쟁 > 좋다고 하면 좋다는 식'이다. 정성일이 임권택 좋다고 하니 내 인생의 영화 목록에 임권택 영화 하나를 선택한다. 결국 자기가 만든 목록은 영화 전문가 집단'이 만들어놓은 목록들을 짜집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목록이 전문가 집단과 일치하면 할수록 시네필的 애티튜드는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명심해야 될 것은 그 목록은 내것이 아니다. 그들 권위에 기대어서 자신과 그들을 같은 레벨로 묶으려는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 내가 아는 사람 > 논리와 비슷하다.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누구누구... " 에서 < 누구 > 라고 지목된 대상은 늘 말하는 화자'보다 지위가 높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서울대 병원 의사가 있다거나, 내가 아는 친한 사람 중에 청와대 고위 공무원이 내 친구라는 식'이다. 결국 말하는 화자/A'는 내가 아는 높은 족속/B'을 열거함으로써 신분 상승을 꾀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끼리끼리 어울리는 사회가 아니었던가 ? 내가 아는 놈이 높은 레벨에 있다는 사실은 자신도 그 부류에 속한다는 것을 은연 중에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하는 놈은 대부분 거짓말에 능숙한 놈들이다. 이런 사람은 결코 착하지만 가난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 내가 아는 목록 > 에 그들은 없다.

 

 

 

보그 병신체, 인문 병신체'를 쓰는 사람들은 내가 아는 사람 심리'를 이용한다. 나보다 우월한 교양 주체의 어깨에 기대어 신분을 상승하려는 욕구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혈연도 아니면서 혈연인 척한다. 김연아는 국민 여동생'이 된다. 황 씨 성을 가진 사람도 김 씨 성을 가진 연아를 자기 여동생이라 하니 족보가 심히 불온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여동생'이니 아는 사람 단계'보다 한 단계'가 높다. 연아가 빛날수록 오빠도 빛난다. 이 유사 블러드 후드'는 패밀리 혈연 동맹을 넘어 국가 파시즘'이 된다. 김연아에 대한 비판은 내 가족에 대한 모욕이다. 그 순간, 김연아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된다. 나는 김연아를 내 동생이라고 우길 생격이 전혀 없다. 왜 ? 내 동생이 아니니깐.

 

내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빙딱'이었다. 본드 불고 환각에 빠져서 바지에도 똥을 싼 놈도 있었고, 서울역에서 러미날 먹다가 뼈가 녹아서 다리가 잘린 놈도 있었으며, 아리랑치기'를 하던 놈은 집행유예 기간 중 자전거를 훔치다가 걸려서 교도소에 갔다. 스펙 좋은 놈은 한놈도 없다. 내 주위 사람들은 최상위 그룹인 프로 스펙스'는커녕 그냥 스펙스'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그들이 별 볼 일 없다고 해서 쪽팔리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난 늘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니깐 말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많은 책을 읽었으나 깨달음을 얻게 해주는 것은 본드 불고 바지에 똥 싼 놈이거나 러미날 먹고 다리 잘린 놈이었다. 대한민국은 잘난 놈에게서 배워라, 라며 수많은 멘토'를 쏟아내지만 잘난 멘토에게서 우리가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공 노하우를 배우는 것보다 실패한 이유를 찾는 것이 빠르다. 성공은 우연이 지배한다. 실패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영화 배우라면 성공한 자'보다는 실패한 루저'를 연기하겠다. 전봇대 밑에서 똥 싸는 장면. 나, 이거 할게요. 느낌 아니까 ~  똥 싸다 주저앉아도 돼죠 ?  좋다, 좋다, 딱 좋다, 괜찮다.

 

 

 

 

http://myperu.blog.me/20101624376 : 김연아가 당신들의 만병통치약이냐 ?

 

http://youtu.be/v37VMMWDC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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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8-0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특유의 해학과 신랄함이 가히 폭발할 참입니다. ㅎㅎ 커피마시며 읽다가 몇번 뿜을뻔 했다죠.
결국 주체적인 사색과 의견 없이 글을 쓰는것이 문제겠죠. 생각이 새롭지도 않고, 해석이 창의적이지도 않고, 탄탄한 경험적 논리가 받쳐주는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결국 기댈곳은 위대하신 지도자들의 말을 빌어다 쓰는것 외에 방법이 없겠지요.
주제와 다소 어긋나지만, 며칠전에 트윗에서 누군가 인문학자는 일반인이 쓰는 쉬운 언어로 글을 쓰면 사상의 깊이를 더하기가 어렵다고 쓴게 기억나네요. 음... 버트란트 러셀이 글을 쉽게 썼다고해서 글 내용이 쉬운건 아닐텐데요. 프랑스나 독일쪽 학자들 글을 읽다가 영미학자들 글을 읽으면 글이 난해하지 않고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는 듯요. 아마 몸에 벤 문화의 차이인듯 싶어요. 혹자는 위대한 사상가의 글은 중의적으로 해석되어 무한한 독해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관점에서 러셀의 글을 폄하하기도 하는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어떤 분야의 글을 쓰냐에따라 보다 더 적합한 문체들이 있는거지 반드시 한가지가 다른 것보다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는듯 싶네요.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는 글도 그 사상이 심오하다면 새로운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줄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요지는 어렵게 쓰건 쉽게 쓰건 간에, 전달하려는 내용이 우선 주체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할듯요. (남들 다 말한걸 굳이 덧붙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 연후에 그 사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옮길수 있는 문체로 표현이 되어야 할듯요. 물론, 내용이 표현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는게 아니고요. 둘다 중요한데, 가장 효과적으로 뜻을 전달할 조합이 있다는거죠.

이런... 또 흥분해서 남의 집에와서 패악질하고 가네요. 다큰애 패닉 일어나겠네요. ㅎㅎㅎ

iforte 2013-08-08 21:32   좋아요 0 | URL
그렇긴해도, 현실적으로는 해석하기가 어려울수록 위대한 사상가로 추앙받는것 같죠? 가령 니체의 후기 글들에 대해 어떤이는 진짜 미쳐서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글을 쓴걸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해석하려고 애쓴다고 주장하잖아요. 어쨌든, 글을 중의적으로 어렵게 써놓으면 그거 해석하는 후대 학자들을 먹여살리는 꼴이니 존경받아 마땅하긴해요. 그사람 없었으면 여럿 굶어죽잖아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8 22:43   좋아요 0 | URL
아 포르테 님 ! ㅎㅎㅎㅎㅎ. 다 큰 애 패닉'에서 한참 웃다가... 아니 내가 왜 웃지 했습니다.
다코다 패닝과 다 큰 애 패닉' ..... 제가 지어낸 말이지만 꽤 웃긴데요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항상 주장하는 건 하나예요. 쉽게 말하라 !

다만 철학은 어렵게 말해야 해요. 전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착한 놈이 좋은 놈이다, 라고
말하면 그건 화두'가 아니잖아요. 철학적 질문은 어려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만 그것을 수용하는 놈들이 굳이 그럴 필요 있느ㅑ는 거죠. 하여튼 저는 인문병신체 쓰는 놈들 보면 속에서 울화통이 터져요. 저도 얼마든지 그렇게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좀 반칙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대충의 철학적 개념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니체가 미친 것은 확실해요.
니체가 마지막에 가서는 정말 문장이 자뻑이 되어갔거든요. 나는 왜 위대한가, 나는 왜 이 위대한 책을 쓰나.... 이런 분위기였죠. 전 니체가 미치고 나서 침대에 누워서 쓴 글을 잘 안 읽으려고 하는데 이해를 못해서가 아니라 뭔가 읽고 나면 굉장히 슬퍼요. 니체가 위대한 이유는 아마 지극히 인간적인 광대여서 그럴 겁니다.

전 니체가 너무 정색을 하고 말했다면 그에게 흥미를 못 느꼇을 거에요. 니체의 매력은 허술입니다.
하지만 매우 튼튼하죠. 가장 위대한 철학자'예요....

2013-08-09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3-08-09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찍 일어나 꼼꼼하게 읽은 보람이 있습니다.
속이 후련합니다.
보그병신체는 글쓰기 기초 강좌에서 늘 예시로 들고 있어요.
(여기서 만나니 더 반갑다는^^*)
인문허세체는 보그병신체보다 더 심각하게 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보그체로 문장 공부하는 사람 없지만 허세체는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끼리의 문제인데
개념없는 스승 만나면 후학들이 영향을 받잖아요.
정민 선생이 알아먹기 쉽게 쓰는 건, 대학원 시절 만난 그의 스승 덕도 있다고 봅니다.
군더더기 없애는 법부터 혹독하게 현장학습시킨 그의 스승이 존경스럽더군요.

곰발님, 곰발님, 곰발님^^* (이하 생략 속에 많은 찬양구가 들어있스므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9 09:13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보그병신체'는 이미 이런 문장을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이습니다.
그런데 인문허세체'는 그런 생각을 안 해요.
인문허세체의 화룡점정은 종종 문학평론집에서 많이 발견합니다.
대부분 대한 국문과 교수들인데 문장을 보면 기가 찰 때가 많아요. 기초적 바탕도 없습니다.
그것을 후학이 그대로 따라하니 문제라 봅니다. 위의 예시문은 사실 과장이 좀 되었지
거의 다 저런 식이잖아요.

히히 2013-08-0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세상 모든 종류의 학자들 중에서
자기들이 하고 있는 짓을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줄 모르는
유일한 집단이 철학자다.
나는 칠순 노모에게도 내 학문을 이해시킬 수 있다."

즐겨 훔쳐보는 어느 분의 블로그글입니다.
마지막 행에서 성품이 읽어지고
저의 유무식과 상관없이 그 분 글은 어렵지 않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9 16:39   좋아요 0 | URL
어렵지 않게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 달인이죠.
종종 시골 노인들이 하는 말을 듣다 보면 가끔 감탄을 하는 경우가 있ㅇ요.
별 생각없이 듣다가
집에 와서 다시 곱씹으면 완전 라캉 이론을 이야기하고 있던 겁니다.
아마 그 촌부가 글을 썼다면 라캉 같은 철학자가 되었을 거예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