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구에 대한 생각 : 클라라는 왜 울었을까 ?

 

 

 

- 국내 프로야구 투수 시절, 나는 머리가 길어서 사다코로 불리웠다.

피칭은 공격적이었다. 팬들은 나를 사다코 와일드 업'이라 불렀다. 

 

 

다들 아시다시피, 나는 한때 보스턴 레드삭스 팀의 맹인 투수'였다. 이 말을 들으면 소설 쓴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거짓말이라면 손가락 하나를 바치겠다. 믿어달라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 http://myperu.blog.me/20179671080 ) 내가 메이져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17승 29패였다. 당시에는 박찬호'가 영웅처럼 숭배되던 시절이라 무명에 가까운 한국인 맹인 투수'는 안중에도 없던 모양이더라. 하지만 서운하지는 않다. 나는 레드 삭스'를 사랑했고, 낡고 좁은 펜웨이파크'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영광으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펜웨이 파크 시절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라면 스티븐 킹이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일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 열혈팬'이었다. 그는 앞을 못보는 내가 투수가 된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 미스터 곰곰발 ! 앞을 못 보는데 어떻게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죠 ? 난... 당신이 뉴욕 양키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을 때를 잊지 못하오. 잘난 척하는 양키 새끼들이 8월의 물렁 좆'처럼 흐물흐물 삼진을 당할 때마다 통쾌했다오. 시부랄, 눈물이 앞을 가렸다오. "

 

모두 다 궁금할 것이다. 스티븐 킹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 포수는 내가 선발로 나오는 날에는 특수 제작한 글러브를 사용한다. 방울이 달린 글러브다. 그가 주먹으로 글러브를 팡팡 치면 방울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방울 소리'를 향해 공을 던지는 것이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나는 킹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 대신 엉뚱한 말을 했다. " 이 식탁은 보르네오 산 100년 된 삼나무로 만들었군요.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툭 치면 소리가 들립니다. 아십니까 ? 나무마다 소리가 달라요. 선생님은 지금 엉덩이를 뺀 채 어깨를 의자 깊숙이 기댔지요 ? 아, 하하 ! 일부러 정자세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리는 정직합니다. 자세가 불편하면 소리가 성대를 거쳐 나올 때 불안정하게 되지요. 가수 지망생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자세이지요. 선생님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자세를 바로잡기가 힘드실 겁니다. 앞을 못 보는데 어떻게 공을 던지냐고 물어보셨죠 ?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걸로 대신하겠습니다. "

 

스티븐 킹은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의자를 빼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대단하오 ! 정말 대단하오 ! 미스터 곰곰생각하는발 !!! 나는 스티븐 킹 특유의 시골 촌부 같은 목소리와 억양을 좋아했다. 그는 억만장자 스타 작가'에서 오는 허세가 없었다. 순박하고 투박한 말투였다. 그 어떤 상대를 만나도 늘 일정한 태도 말이다. 그는 나를 위해 소설'을 쓰겠다고 말했다. 내 당신을 위한 헌정 소설 하나를 쓰리다. 우리는 즐겁게 식사를 했다. 후에 그는 <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 를 내놓았다. 그는 초판 1쇄 한정본을 나에게 선물했다.

 

< 곰곰생각하는발 ! 이 소설은 당신에게 바치오.우리가 사랑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대한 이야기'라오. 그리고 펜웨이 파크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오. 내가 소설에서 톰 고든'이라는 선수를 인용했지만 사실 톰 고든은 당신이었소. 여기 책과 함께 오리지날 원고는 당신에게 보내오. 이건 당신에 대한 이야기이니 말이오. 당신은 총 17승 29패에, 방어율은 4.17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투수였어요. 콧대 높은 양키즈를 상대했을 때 당신은 위대한 작은 거인이었소. 내가 본 최고의 경기였지. 눈물이 앞을 가렸소. 건투를 비오.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 들었소. 내 언젠가 당신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리다. 부디 몸 건강하시오.  >     

 

 - 당신의 영원한 팬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이 보낸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메이져리그 선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3차에 걸친 대수술 끝에 시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시력을 되찾고 나서부터 내 구질은 형편없이 나빠졌다. 결국 나는 엘지 트윈스 2군을 떠돌다가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불만은 없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다. 그 이후 순수한 야구 팬으로써 야구 관람을 즐기게 되었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클라라의 시구 때문이다. 클라라가 기자 간담회'에서 울었다. 사람들이 연기는 보지 않고 몸매'만 보아서 속상하다는 넋두리'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눈물의 간담회 이후에도 여전히 섹시 이미지'로 어필한다는 점이다. 나는 클라라의 몸매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클라라 시구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유니폼을 리폼해서 배꼽티로 만든 폼'이 가관이었다. 설상가상 상의는 두산 유니폼인데 하의는 엘지 유니폼이었다. 클라라는 엘지 팬일까 ? 아니면 두산 팬일까 ? 언제부터인가 시구'는 날마다 365일 내내 진행되었다. 대부분은 연예인들이었다. 팬도 아니면서 시구를 하는 것이다. 박시은 같은 경우는 각 구단을 두루 섭렵하면서 시구자로 나왔다.  시구는 365일 날마다 진행되면 안 된다. 우리는 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가는 것이지 쫄티에 쫄바지 입고  자기 브랜드 홍보하려는 클라라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팬도 아닌 연예인이 잠깐 와서 공 던지고는 경기도 안 보고 가는 것이 과연 시구자로써 자격이 있는 것일까 ? 시구'에는 문화가 있어야 하고 스토리가 있어야 하며 감동이 있어야 한다. 문득 내가 펜웨이 파크에서 경험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끝을 맺을까 싶다.

 

2007년 아메리칸 리그 디비젼 시리즈 2차전에서 보스톤 레드삭스는 에인절스'와 2차전을 가졌다. 영광스럽게도 나는 2차전 산발투수였다. 보스턴 팬들은 나를 위해 패티 김이 부른 < 서울의 찬가 > 를 개사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가사는 이렇다. " 종이 울리네 / 공이 박히네 / 팬들의 함성 /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 와일드업 /내 곁을 떠나지 마오. "  하지만 내 컨디션은 말이 아니었다. 5회까지 우리 팀은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승리는 에인절스'에게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오는 법 ! 1아웃 1-3루 상황에서 라미레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와와, 와와와와 !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가 때린 공은 1루 파울 쪽에 높이 떴다. 영락없이 포수 글러브에 잡혀서 끝날 상황이었다.  

 

그런데 에인절스 포수가 공을 잡기 0.00001초 전에 파울 라인 관중석에 있던 꼬마가 공을 낚아서 다행히 파울 플라이 아웃을 면하고 파울이 되었다.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화딱지가 날 만하지만 그것은 이미 룰로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레드삭스는 이 행운을 기회로 잡아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우승을 해서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때 시구자로 나선 사람이 바로 공을 낚아챈 꼬마'였다. 그 꼬마 덕에 챔피언쉽 시리즈에 올랐으니 그 공을 높이 사서 시구를 부탁한 것이다. 그 후 그 소년은  Fan of the Year' 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다. 이것이 바로 한국 프로야구 시구 문화와 메이져리그 시구 문화의 차이다.  

 

< 시구 > 란 구단이 자신을 응원한 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팬 서비스'이다. 감사의 말이요, 헌정이다. 그러니 대부분은 구단 열성팬들이 시구자로 나선다. 40년 동안 구단 마운드를 고른 구단 관리 직원이 오르는가 하면 불치병에 걸린 13세 소년을 위해 시구를 부탁하기도 한다. 물론 스티븐 킹도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는 서사가 있고 감동이 있다. 한국 시구 문화처럼 엉망은 아니라는 말이다. 나 또한 구단 관계자로부터 이번 월드 시리즈에 보스턴 레드 삭스'가 진출하면 시구자 명단에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잊지 않고 기억한 것이다. 펜웨이 파크,  내가 사랑한 낡고 작은 야구장. 생각만으로도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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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8-10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여주는 팬서비스와 공유하는 팬서비스 차이? ㅎㅎ
클라라인가, SNL에서 엄청 섹스어필하려고 노력하던데. 그럴꺼면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섹스어필을 전략으로 잡아놓고 '연기로 승부하려는데 자꾸 딴지걸어서 속상해요' 이러면 안되죠. 끝까지 더 당당하게 밀어붙여야 섹스어필의 완성이죠. 마돈나가 요조숙녀 흉내를 내던가요? 본인이 당당하니 남들도 그게 답인가보다, 그렇게 사상을 바꿔버리잖아요. 그 당당함이 없다면, 그리고 정말 본인이 억울하다고 생각된다면 섹스어필말고 정말 연기로만 승부를 하던가. 한가지만 했으면...

p.s. 본인이 빈약하다고 시기질투하는거 아님. 저얼때로 아님.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0 22:4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가 바로 그 얘깁니다. 사람들이 자기 몸만 본다고 서러워서 울 정도면 섹스 어필'을 부끄러워 한다는 소리인데 이건 어불성설이죠. 에로 배우가 당당하려면 몸으로 예술을 보여주고 싶다, 라고 말해야 하는데 감독이 시켜서 했다는 식은 좀...... 전 크라라의 말이 마치 난 청순하고 싶었으나 마케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좀..... 레이디가가'를 보세요. 아무도 그런 소리 안 하지 않습니까. 저 소리 하고도, 저렇게 나와서 울고 짜다가도 다음 날 또 섹스어필로 주욱 나가니 속을 모르겠어요.. ㅎㅎㅎ

히히 2013-08-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링크 걸어논 블로그 글까지
곰곰생각하는발님!
정녕 곰곰생각하는발님!

타자을 소자로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계십니다.
저에게 간신히 머물고 있던 자신감이 시들시들해지고
지옥, 그것은 당신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1 23:22   좋아요 0 | URL
으.. 히히 님 자신감이 무엇입니까 ? 어서 말씀해보세요.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히히 님을 대자'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어서 허심탄회하게 말슴해 보시ㅔ요.

나 진짜 히히 니 내가 아는 이웃 같은데 누구십니까 ? 이제 커밍아웃 하세요..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