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깨칠 뻔하였다
김영민 지음 / 늘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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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는 주어의 복심(腹心)이다 :





박근혜와 건달-들


 

 

 

 

김영민이라는 철학자를 알게 된 계기는 << 집중과 영혼 >> 이라는 철학 에세이 책'에서 비롯되었다. 쉽지 않은 문체였으나 만연체와 문어체 사이에서 종종 눈에 띄는 시적 언어'가 예사롭지 않았다. 한국의 철학자들이 대부분 서양 철학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김영민은 소중한 철학자이다.

나는 오랫동안 오고가는입말에서 중심부에 해당되는, 부사(구)로 강조한 " 술어의 세계 " 를 믿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 동사와 형용사는 주어의 욕망처럼 보이지만, 진실은 항상 번역이 필요한 영역이다. 진실은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한다(진실을 폭로하는 이는 천사가 아니라 주로 악마다). 오히려 진실은 중심부가 아닌 눈에 잘 띄지 않는 주변부에 놓여 있다. 김영민은 이렇게 말한다. " 부사는 주어의 복심이라는 게 내 오랜 지론이다. 포이어바흐나 니시다 키타로라면 술어는 주어의 진실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진실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엉뚱한 자리에 숨어 있기도 한다(92쪽, 부사는 주어의 복심이다 中) ". 그 사람의 욕망을 읽으려면 부사의 쓰임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부사는 주어의 니드 the need(s)이자 이드 the id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이다. 인간이랍시고 내뱉은 말투를 듣다 보면 이 짐승은 부사를 지나치게 남발하며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박근혜 왈, " 그러니까 그게 너무 많은 음모가 좌파 진영에서 저를 이렇게 매우 막 공격하는 게 과연 이게 옳은가, 그리고 ...." ).  분열된 부사구, 바로 그것이 박근혜의 정신세계인 것이다. 부사를 자주 사용한다는 것은 술어가 빈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들이 자신의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내듯이, 박근혜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술부가 사실은 황폐한 내부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넓은 부사(구)를 남발한 것이다.

서평의 고수이신 파란여우 님을 통해 안 사실이지만 김영민은 " 자본주의와 창의적으로 불화하기 위해서 채택한 생활양식으로 1일1식을 실천하고 있다 " 고 한다. 파란여우 님의 글을 인용하면   :  1일 1식은 생산과 소비까지 자본주의 체계가 점령한 현실에서 개인이 실천 가능한 저항 양식이다. “하루 세끼 식사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강요한 생활”이라는 언급으로 보아 폭주하는 산업 성장을 비롯해 노동착취를 가리킨 느낌이 든다. 1일 1식을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한 이 인터뷰에는 《보행》에 나온 “ 여자의 말을 배우기 ”와 《차마, 깨칠 뻔하였다》에 나온 “여자라는 장소”, “남자들은 다 어디에 갔을까?”와 겹친다(파란여우, 욕심 없는 의욕- 글쓰기와 칼쓰기에서 발췌).

" 하루 세끼 식사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강요한 생활 " 이란 언급은 내가 " 삼시 세 끼라는 신화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허구 " 라는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현대인에게 세 끼는 치명적인 < 독 > 이다.  하물며 좋은 아내의 기준을 아침밥을 차려주는 여자'로 규정하는 한국 남자 거개가 건달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남자는 거개가 건달이다. 표정도 건달이고 눈매도 건달이고 매무새도 건달이다. 앉아 있어도 건달이고, 서서 걸어도 건달이다. 밥을 먹을 때도 건달이고, 악수를 할 때도 건달이고, 모르는 여자를 대할 때도 건달이고, 심지어 발제를 하거나 강의를 할 때도 건달이다. 핸드폰을 놀리거나 담배를 피울 때는 더더욱 건달이니, 술을 먹을 때에는 살펴 말할 건덕지조차 없다(한국남자들, 혹은 건달들 112쪽)



김영민은 한국 남자에 대해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기 위해 " 건달 " 이란 표현을 사용했지만 내 식대로 말하자면 " 밤꽃 향기 작렬하는 불알후드 새끼 " 인 셈이다. 깡패를 순화한 건달이 내뱉는 입말의 특징 중 하나는 과장된 부사(구)의 남발이다. 이들에게 과거는 왕년(往年)이 아니라 왕년(王年)이다. 그들은 " 허벌나게 " 허세가 심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염불을 외운다. 주여, 밤꽃 향기 작렬하는 저 불알후드 새끼들의 허벌나게 찬란했던 허세를 제발 잠재우게 하소서 !





+

한국 남자 거개가 건달이 된 이유는 대한민국이 근대성을 거치지 않고 전근대에서 곧바로 현대로 직행했다는 데 있다. 근대성의 핵심은 에티켓 교육에 있다. 이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한국 남성은 manner를 모른다. 건달의 탄생이다. 이처럼 건달이 창궐하다 보니 지랄이 흉년이었던 적은 이승만 정권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랄은 항상 풍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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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11-30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글 보고 마음이 들썩들썩 했는데, 곰발님이 쐐기를 박으셨네요. 장바구니.....

곰곰생각하는발 2018-12-03 14:50   좋아요 0 | URL
댓글이 늦었씁니다. 쉬운 책은 아니에요. 선문답집 같기도 하고 종종 유머도 있고... 종합적입니다. 함 읽어보세요..ㅎㅎ

수다맨 2018-12-02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김훈은 인터뷰에서 문학으로 분류되는 글(소설, 시 등)보다는 기록문(조선왕조실록, 난중일기 등)을 더 좋아한다고 밝힌 적이 있었지요. 제가 보기에는 그의 문체는 명확한 사실만을 전달해야 하는 기자 경력과, 부사/형용사를 가능한 배제하고 단순한 주술 구조로 문장을 쓰려는 과거 무신/사관들의 작법에 빚진 바가 큽니다.
저는 이문구 같은 (판소리체와 타령조를 염두에 두고 문장을 쓰는) 예외적인 작가를 제외하면, 부사를 많이 쓰는 작가일수록 인식의 빈곤을 장식적인 언어로 감추려 든다는 혐의를 가질 때가 많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12-03 14: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읽은 기억이 나는군요.
기록문이죠. 특유의 만연체가 맛이 나기란 쉽지 않죠. 그런 점에서 이문구의 문체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마, 깨칠 뻔하였다
김영민 지음 / 늘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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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의 리뷰를 미리 쓰다  :

 


부사는 주어의 복심이다









1 사람만이 절망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_ 라는 흔해빠진 감성을 접할 때마다( : 대표적인 작품이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이다. 읽을 때마다 이기주의 등짝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현실은 시궁창인데 작가에게는 동화 속 세상인가 보다. 나는 입만 열었다 하면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외치는 놈에게서 단 한 번도 희망의 불씨를 읽은 적이 없다 ) 감성팔이 소녀의 재림을 보게 된다. 이런, 망할 !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간 중심 사고에 세뇌된 말종이다. 인간은 결코 희망이 될 수 없으며 대안이 될 수도 없다. 김영민의 신간 << 차마, 깨칠 뻔하였다 >> 를 구입한 이유는 목차의 제목이 흥미진진했다는 데 있다. 목차 - 제목'이 이토록 내 흥미를 끈 경우는 흔치 않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하며 허세를 부리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목차 제목만 훑는 것이다.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내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책의 리뷰를 쓸 수 있는 히마리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몇몇 제목이 흥미를 끈다. 6장의 제목이 < 사람만이 절망이다 > 이다. 날카로운 통찰이다.



2

내 취향은 이렇다  :  정상적인 체위보다는 변태적 체위가 좋고 A급 영화보다는 B급 영화가 좋다. 그리고 이음매 없는 매끈한 표면보다는 꿰매거나 묶인 흔적이 있는 울퉁불퉁한 표면이 좋다. 토드 브라우닝 감독이 연출한 << 프릭스 >> 를 보았다. 1931년도 작품인데 볼 때마다 놀라게 된다. 마지막 20분은 현대 영화가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기형인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기형인 분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형인을 배우로 캐스팅했다. 샴쌍둥이, 소두증 세 자매, 양팔이 없는 장애인은 물론이고 양팔만 있는 이도 등장하며 양팔과 함께 두 다리조차 없는 이도 등장한다.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볼거리로 여겨졌던 인물들이 주체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고, 반대로 정상적인 신체를 가진 이들이 마음속 괴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영화는 비주류가 주류를 응징하는, 비정상성이 정상성을 살해하는 전복적 서사로 진행된다. 감독은 당신에게 묻는다.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정상적인 부류와 신체는 건강하지만 마음은 사악한 부류 중에서 누가 더 기형적인가 ?  이 영화는 불온한 상상력으로 인해 30년 동안 상영 금지 목록에 오른 기록을 남겼다.  사악한 마음을 응징하는 것으로 끝이 나니 권선징악인 셈이지만 주류 사회는 비주류의 욕망이 불쾌했던 모양이다. 권선징악을 불온하다고 여기는 검열 사회야말로 불온한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보통 대화를 나눌 때 술어(동사,형용사)의 쓰임이 그 사람의 마음이라고 믿는다. 싫다, 밉다, 좋다 따위가 솔직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믿지만 사실 그 사람의 진짜 복심은 부사'에 숨겨져 있다.  술어는 대부분 위장에 가깝다.  부사는 주어의 복심이다. 이 문장 또한 김영민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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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9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9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8-11-29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하루에 한끼 먹고 부터는 통풍이 사라졌어요. 역시 그동안 참 많이도 처먹었더란 말이죠..여전히 요즘도 1일1식이라서 좋더군요..사람들이 하루 한끼만 먹으니 다들 빠짐없이 한마디씩 하더군요..어떻게 그렇게 먹고 사냐고..먹는 낙없이 재미없잖아라고 하더군요..사실 먹는게 얼마나 고역인지 ㅎㅎㅎㅎㅎ(그러게요..곰발님 가까이 계셨더라면 참 죽이 잘 맞게 씹어 돌렸을텐데...아쉽습니다.ㅎ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11-29 17:44   좋아요 1 | URL
오 !!!!!!!!!!!!!!!


저도 요즘은 굶는 게 얼마나 힘든가 보다는 이제는 먹는 게 얼마나 힘든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쩔 수 없이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식사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아, 불편해요. 1식이 일상이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식사는 정말 고역입니다....


통풍 사라지셨더니 축하드립니다. 치어스 ~~~~~~

곰곰생각하는발 2018-11-29 17:53   좋아요 1 | URL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통풍도 가만 보면 과식이 주범이란 생각이 듭니다. 통풍 치료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식으로의 전환이죠.
소식은 느리게 흐르는 혈액 순환을 빠르게 만드는 효과가 있거든요...

2018-11-30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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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  찌질함에  대하여  :


 


물통이냐 알통이냐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과 같다는 주장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동의한다. 물론, 개중에는 자신이 생태주의자여서 이 가해자 프레임을 억울해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연생태주의자일수록 오히려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기생충이라는 프레임을 적극 받아들인다.

 

생태주의자가 철저하게 생태주의적 삶을 살면서도 자신을 자연을 파괴하는 가해자라고 받아들이는 이유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종에 종속된 운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이유로 현대 일본인에게 전범 국가 국민으로서 피해 국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 일본 젊은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전범 행위는 자기 세대가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아버지 세대가 저지른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화를 부를 뿐이다.  일본이라는 국가에 종속된 이상, 일본인은 전범 국가 가해자라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모두는 일종의 원죄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는 가부장 사회 속에서 여자를 힘의 논리로 제압하고 착취했기에 잠재적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한국 남자 A가 나는 그동안 여성을 때린 적이 없기에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전후 세대 일본인에게 전범 국가 국민으로서 피해 국가에 사과를 할 필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 사회는 남성에게 남성의 원죄론을 거론하는 순간 불같이 화를 낸다.  그리고는 말이 막힌다 싶으면 뜬금없이 여자도 군대 가라 _ 는 소리나 하고 있다.

 

일종의 군무새(앵무새처럼 군대만 찾는다는 소리) 탄생이다. 군대 가지 않으면 입 닥치고 가만있어 _  라는 으름장이다.  남녀 차이를 단순하게 군필 VS 미필의 관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앵무새들이 자주 하는 소리가 너희(사무실 여성)는 사무실 물통 한 번 들어봤어 ?  이다.   남녀를 군필이냐, 미필이냐 그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던 남성들이 이제는 알통 VS 물통의 관계로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다. 군필과 알통, 이 모두는 결국 힘의 논리이다. 한국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꺼내드는 수작이 고작 알통이냐 물통이냐를 가지고 싸우고 있으니 이 논리적 박약 앞에서 나는 삐약 _ 하며 하늘 한 번 보고 물 한 모금 마신다.  이게 바로 한국 남성의 낯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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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7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1-27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성의 원죄론을 거부하기 위해 남자들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 ‘착한 남자’입니다.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하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 만든 표현입니다. 그랙서 이런 표현을 자주 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완전무결한 존재라고 착각해요. 자신들이 살면서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 여성에게 차별적인 언행을 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모른 척하는 것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8-11-27 17:48   좋아요 0 | URL
나는 한국 남자들이 왜 이렇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등신새끼들..

서연오 2018-12-03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트넘치는 곰발님 글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여성혐오는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태어나서 단 한번도 성폭행, 성추행, 심지어 일부는 여성들을 성적대상으로 여긴적 자체가 없기에 자기자신은 완전무결에 무죄이며,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들, 특히 메갈리아나 워마드의 여성들을 비판하는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사회정의에 이바지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이 내면구조를 보고있자면 같은 남자로서 화가 치밉니다. 특히나 이 문제는 소위 청년이라는 젋은 세대들에서 더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일부 여성운동가들(오세라비 이영희씨? 또는 이선옥씨?)까지 합세해서 남녀평등과 여성상위시대는 이미 달성되었으며, 2,30대 남성청년들이 이런 구조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이야기를(심지어 이런 이야기는 소위 진보진영 청년들에게 더 잘 먹히는듯합니다)하는 걸 보면 이 나라 남자들은 답이 없어도 한참 없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12-03 20:31   좋아요 0 | URL
제가 주장하고 싶은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말씀하셔서 공감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흥분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오세라비와 이선옥의 주장을 보다 보면... 이 사람들 정말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꾸나, 그러니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대로 이분들은 전제가 이미 양성평등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믿고 있다 보니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겁니다..
 






메밀과 나귀



 

                              5년 전, 가족 여행을 떠났다. 계획은 일주일 동안 서울 이북(경기도. 강원도)을 샅샅이 훑고 지나는 여정이었다. 그 여정 중에는 봉평'이라는 고장도 있었다. 때마침 우리 가족이 도착했을 때에는 봉평 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향토 작가로 알려진 이효석의 << 메밀 꽃 필 무렵 >> 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였다. 소설 < 메밀 꽃 필 무렵 >> 의 무대가 봉평 5일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축제 장터는 드넓은 메밀밭이 무대였다. 이효석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여서 그곳에는 이효석 기념관과 함께 메밀과 관련된 향토 음식 그리고 농산물을 염가로 판매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장대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갈대비도 아닌 애매한 비가 계속 내린 탓이다. 내 눈에 띤 것은 나귀'였다. 소설에 나귀가 등장하니 축제 장터에 나귀 한 마리 정도는 볼거리로 갖다 놓자는 공무원의 탁상행정이 눈에 밟혔다. 나귀는 비를 맞으며 풀을 먹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다. 깜짝 놀랐다. 나귀가 이렇게 예쁜 동물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이후, 내 꿈은 인적이 드문 두메산골에 집을 지어 여러 짐승과 함께 사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귀 한 마리, 블랙 래브라도 리트리버 두 마리, 검은 고양이 한 마리, 거위 한 마리.....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가족 동물 농장은 규모가 커졌다. 이왕 키우는 거 타조 한 마리도 키울까 ?  좋아, 브레멘 음악대에 타조도 악단 단원으로 뽑겠어. 해 뜨면 몸집 작은 나귀를 끌고 나무를 하러 가리라. 풀을 실컷 먹인 후 등짝이 땔감을 잔뜩 싣고 집으로 오리라. 타조와 거위는 아마도 내가 죽을 때 내 곁을 지켜줄 녀석일 것이다. 타조는 수명이 80년이고 거위 수명이은 40년이라고 한다. 인적이 전혀 없는 두메산골 깊은 곳에서 눈 내리는 날 고독사하고 싶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오로지 늙은 거위만이 내 죽음 앞에서 거룩 ~ 거룩 ~ 소리내며 울어주리라. 그런 상상을 하면서 나는 지금 상암동 거리를 걷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쳤다. 울고 싶다.





가족여행 후일담


가족여행 여정에는 내가 한때 살았던 속초 방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족은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나는 속초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해야 했다. 가족을 이끌고 첫 번째로 찾아간 여행 명소는 동명항 방파제'였다. " 이곳은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장소입니다. 대포항은 관관객을 상대하는 곳이기에 비싸기만 하지요. " 다음에 찾아간 곳은 속초 중앙병원 응급실이었다. " 이곳은 제가 등에 박힌 병 조각을 빼낸 곳입니다. 술 먹고 난동을 한 번 부렸었거든요. " 가족은 숙연한 마음으로 내 말을 경청했다. 다음은 중앙시장 동해 순댓국집이었다. 내가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이곳에서 찬 소주에 따순 순댓국을 먹었다고 하자 큰누님이 소리 내어 울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조양동 미라지 모텔 103호였다. " 저는 이곳에서 죽었습니다. 사망 시각은  새벽 4시경, 사망 원인은 자살이었습니다. "  가족들은 옹기종기 모여 추도 예배를 올렸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예배가 끝나자 동생은 코카콜라 뚜껑을 거칠게 따 이곳저곳에 뿌렸다. " 엄니, 생각나요 ?  형이 콜라를 그렇게 좋아했잖아. " 가족은 다음날 서울로 향했다. 가족은 서울로 향하던 도중에 메밀 꽃 축제가 열린다는 봉평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비가 내려서 관광객은 그 많지 않았다. 큰누님이 비를 맞고 있는 나귀를 보며 말했다. " 어머, 비 맞는 나귀를 봐. 처량도 하여라..... "












+




손창섭


교과서에 실렸던 이효석 수필 << 낙엽을 태우면서 >> 를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  이 수필이 발표된 해가 1938년이라는데, 조선총독부에서 서기로 잠시 일했다는 이 인간은 참 배도 부르구나.  백성들은 굶주려서 굶어죽는 이도 많았던 시절에 마당의 낙엽을 태우며 커피 향을 그리워하다니 !  그 당시 커피 한 잔 값이 하급 공무원 한 달 월급이라던데 일제 시대에도 넓은 정원을 둘 만큼 잘 살았다는 것은......  아이고,  이런 게 문학이다냐 ! -  이런 삐뚜룸한 생각을 했다. 한국 수필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법이다. << 메밀 꽃 필 무렵 >> 은 여러 모로 보나 형편없는 단편'이다. 누군가 나에게 단 한 명의 한국 작가를 뽑으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손창섭이란 작가를 뽑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종종 남성 폭력과 패륜이라는 이름으로 오해를 받곤 하는데 손창섭 문학을 뒤틀어서 읽으면 반대로 남성성에 대한 조롱과 경멸 그리고 혐오로 읽혀진다. 매우 독특한 작가'다.


■ 백선생

한국에서만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 위플래시 >> 도 그런 경우'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의 정서와 한국인의 정서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영화가 해외에서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관객들이 미치광이 스승의 교수법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데 있다고 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혹하다. 가혹하다기보다는 미친놈처럼 군림한다. 이 작품은 잡초는 밟힐수록 강해진다는 정서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일종의 성장 영화인 셈이다. 한국인은 이런 마즈흐적 성장 스토리에 열광한다. 아흐, 마조흐 ! 그런데 잡초는 정말 자근자근 밟아야 강하게 자라는 것일까 ? 잡초(민초)따위는 밟아도 상관없다는 문화적 토양은 재벌의 막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백선생은 서른은 훌쩍 넘어 이제는 불혹에 가까운 홍탁집 아들을 말 그대로 개무시한다. 사람들은 백선생에게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홍탁집 아들에게 분노한다. 그럴수록 나는 백선생에게 분노하게 된다. 과연, 저 인간은 멘토라는 자격으로 저렇게 인격을 무시하면서까지 타인을 모욕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공중파 티븨에서 말이다. 내 일도 아니면서 마치 네 일을 내 일처럼 행동하는 저 눈물겨운 사마리아인(인 척하는 바리새인의) 휴머니즘은 무엇일까 ?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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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1-23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일담까지 읽고 소오오오오름.....
한 편의 소오오오오설.....

곰곰생각하는발 2018-11-23 22:06   좋아요 0 | URL
즐독, 감사합니다아..
 

 

 



박찬욱 감독이 틀렸다





티븨조선 방사장 딸의 폭언과 관련하여 영화 기자 하성태 씨가 재미있는 기사를 작성했다. 제목은 << 박찬욱 감독이 틀렸다 >> 이다. 이 기사가 흥미를 끈 이유는 나 또한 하성태 기자가 인용한 박찬욱 인터뷰에 대한 비판을 올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박찬욱 감독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0949803847

 


 



   

Q : 이 영화(쓰리 몬스터, 2004)는 프로렐타리아의  피 빠는 부르조아의 이야기인가? 선과 악의 문제를 다룬 것인가?

A : 이 스토리를 만들때 제일 처음 떠올랐던 경험이 있는데 << JSA >> 가 흥행한 직후 여기 저기서 초청이 많았다. 그중에 거절할 수 없었던 조찬모임이 있었는데 ' 21세기를 준비하는 어쩌구 모임 ' 이었다. 재벌 2세나 교수, 의사 등 나이가 나보다는 조금 어린 친구들이 모여 있는 모임이라 가긴 가면서도 밥맛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들 매너좋고 겸손하고 지적이고 ......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람이 삐딱하다 보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텐데 좋은 사람이라는 호감보다는 다 가진 놈들이 착하기까지 하구나 싶어 화가 나고 슬펐다. 이 사람들은 맨손으로 뭘 한게 아니라 이미 다 부자들이고 부를 세습한 이들이라 뭐 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성격이 나빠질 일이 뭐있냐, 이전엔 천민자본주의가 있었지만 그들의 2,3세는 상류사회 환경 속에서 성장해서 나쁜 것을 할 필요가 없다. 그와 반대로 가난뱅이들은 욕망이 많은데 채워지지 않으니 삐뚤어질 수 밖에 없다. 미덕이 세습된다는 것. 그런 식으로 계급이 정착되고 벗어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그래봐야 상류사회의 매너나 교양을 얻을 수는 없다.  그건 나중에 다뤄봐야 겠다, ' 너무 착해 미움받는 사람 '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박찬욱 감독).


- 박찬욱 감독 인터뷰 중

 


박찬욱 감독은 재벌 3세들이 자신에게 보이는 호의를 선의라고 해석했지만, 사실 그들의 예의바름은 어디까지나 이너써클(셀럽 모임) 안에서만 가능한 선의'다. 그 당시, 박찬욱은 누구보다도 잘 나가는 영화감독이었으니 말이다. 박찬욱은 그 사실을 오판한 것이다. 10세 소녀의 막말 중에서 무엇보다도 내 관심을 끈 대사는 " 아저씨는 장애인이야. 팔, 다리, 얼굴, 귀, 입, 특히 입하고 귀가 없는 장애인이라고. 미친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재벌 소녀가 보기에 운전기사는 욕을 해도 못 들은 척을 하거나 들었다 한들 제대로 항의 한 번 한 적 없으니 아이가 보기에 아저씨는 입과 귀가 없는 장애인'인 것이다. 그것은 소녀의 부모가 그동안 고용인에게 대했던 태도에서 터득한 경지인 셈이다. 막말이지만 본질을 꿰뚫는 지적이다. 박찬욱 감독은 틀렸다. 재벌이 착하기도 한 세상은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

교과서에 실렸던 이효석 수필 << 낙엽을 태우면서 >> 를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  이 수필이 발표된 해가 1938년이라는데, 조선총독부에서 서기로 잠시 일했다는 이 인간은 참 배도 부르구나.  백성들은 굶주려서 굶어죽는 이도 많았던 시절에 마당의 낙엽을 태우며 커피 향을 그리워하다니 !  그 당시 커피 한 잔 값이 하급 공무원 한 달 월급이라던데 일제 시대에도 넓은 정원을 둘 만큼 잘 살았다는 것은......  아이고,  이런 게 문학이다냐 ! -  이런 삐뚜룸한 생각을 했다. 한국 수필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법이다. 개울에서 멱 감는 처녀를 겁탈하는 강간 판타지를 순정으로 포장하는 << 메밀 꽃 필 무렵 >> 은 여러 모로 보나 형편없는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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