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이 오면



 


 

시적 간결함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종의 수컷들은 그 혼자로도 충분했을 텐데도 짝을 부여받았잖아요 ! " 우레와 같은 박수.

 

 

- 모스크바의 신사 中, 에이모 토올스​

 




 


                                                                                                      꽃 피는 봄에 아프리카로 사파리 여행을 떠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사자들이 들소 떼를 사냥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먹잇감은 암컷이 잡았으나 들소 만찬을 시작할 즈음에 (사냥에 참여한 적도 없던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께서 갑자기 나타나 제일 먼저 숟가락을 드시었다.  그 풍경을 본 그녀는 " 뻔뻔한 불알후드의 가부장적 허세 " 는 짐승 새끼나 인간 새끼나 똑같다는 사실에 쓴웃음을 지었다.

에라이, 사파리에도 지랄에 풍년이 물드는구나.                       배가 부른 수컷은 사파리 여행용 차가 지나가는 길에 배를 드러낸 채 엎드리고는 코를 골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사파리 여행자들이 차 안에서 사진을 찍으며 요란법석을 떨어도 배부른 사자는 눈만 끔뻑 끔뻑거릴 뿐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차가 사자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도 사자는 배 째라잉 ~           그는 야생 사자의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나태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저 무시무시한 짐승도 배가 부르면 평화로운 짐승이 되는구나. 그는 생각했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는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배부른 사자가 달콤한 잠에 빠져들 때에 한해서 ! 

사파리 여행 길라잡이가 이 상황을 설명했다. " 사자는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초원에서 쫄쫄 굶으며 사나흘 신나게 농땡이 치다가 다시 사냥을 하기 시작합니다. 굶주린 상태가 최적의 피지컬을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사자는 사자는 배부른 상태에서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굶주린 상태일 때 사냥을 시작합니다. " 나는 그녀의 여행담을 듣고 나서 비로소 왜 야생 동물은 비만이 없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었다. 물론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돼지와 하마는 비만 아닌가요 ?  에둘러 말하지 말고 서둘러 말하자면 무명씨, 아니올시다아아.           돼지와 하마의 체지방률은 15%다. 인간의 체지방률을 감안하면 매우 날씬한 몸매다.

야생 동물은 거의 모두 다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야생 동물이 비만이 없는 원인은 간헐적 단식(24시간, 48시간, 72시간 단식)을 자의 반 타의 반 실천하기 때문이다. 짐승은 인간과는 달리 노화의 기간이 굉장히 짧다. 매미 같은 경우는 죽기 1초 전까지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느닷없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노세 / 노세 젊어서 노세 / 늙으면 못 논다며 흥에 겨운 노래를 부르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바로 죽는 것이다. 매미야말로 짧고 굵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다가 바로 죽으니 요절인지 호상인지 애매모호하다. 야생에서 사는 짐승들은 대부분 노화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반면에 인간과 함께 사는 개와 고양이는 노화 현상이 뚜렷하다. 그 이유는 풍부한 먹이 공급으로 인해 간헐적 단식 패턴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생명은 연장되었으나 연장된 만큼 노화에 따른 고통과 상실도 증가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생이 연장되었다는 기쁨 못지 않게 노화에 따른 두려움도 커졌다. 인간은 모두 매미 같은, 넘나 열정적인 생의 간결한 마감을 원한다. 노세 / 노세/ 젊어서 노세 / 늙으면 못 논다고 핏줄 터져라 생생하게 노래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한 소절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죽음 말이다.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평생 땅속에서 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고작 일주일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매미는 불행한 삶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때는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요, 매미는 졸라 멋진 삶을 살다가 간 녀석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시적 간결함이지요         매미와 같은 " 시적 간결함 " 을 간직한 꽃은 동백꽃이 아닐까 싶다. 동백꽃은 다른 꽃처럼 한 잎 두 잎 바람에 흩날리다가 시들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꽃 머리가 통째로 쑥 빠져 떨어진다. 다시 말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바람 한 점 없는 날을 선택해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꽃나무와는 달리 꽃 핀 자리 밑바닥이 지저분하지 않다. 노화의 흔적이 없는 것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지점은 장수가 아니라 간결한 삶의 종말이 아닐까




 
 

뜬금

비오는 날에는 찬 소주(냉동실에 1시간 정도 두면 살얼음이 살짝 언다. 이때의 소주 맛은 기가 막히다)에 따순 순댓국이 최고다. 비가 오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난다. 레알마드리드 팀에서 골키퍼로 생활하던 시절, 속이 더부룩하여 내과를 찾았더니 담당 의사가 남성 비뇨기과를 추천했다. 경기 없는 날에 비뇨기과를 찾았는데 담당 의사가 다시 산부인과를 추천했다. 산부인과요 ???!              며칠 후, 산부인과를 찾았다. 나를 진찰한 의사가 말했다. " 선생님, 혹시 한 달 전에 칠레산 체리 드신 적 있으신가요 ? 아, 그렇군요...... 체리...... 맛 좋죠 ? 하지만 체리를 드실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선생님 몸에서 지금 체리가 자라고 있습니다. 체리 씨를 통째로 삼키는 바람에 몸속에서 체리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 나는 오랜 고민 끝에 골키퍼 생활을 은퇴하기로 했다. 석달 후, 싱싱한 체리나무를 낳았다. 부성애란 아...... 이토록 무서운 것이어라. 나는 어린 체리를 양육하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야구 팀 보스톤 레드삭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생활하며 근근이 입에 풀칠하며 살았다. 하지만 곤경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몰려왔다. " 앞날이 캄캄하시죠 ?  의학적 진단을 내리자면 시력 완전 상실입니다. " 의사는 내게 시각 장애 진단을 내렸다. 의사의 진단대로 나는 앞을 못보는 맹인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공을 던져야 했다. 어린 체리를 키워야 했으니까.  메이저리그 최초의 맹인 투수가 탄생한 것이다. 야구 해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 페루애, 와인드업. 던졌습니다. 쓰뚜라잇크 !  눈에 뵈는 게 없는 볼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습니다. 배리 본즈 선수, 꼼짝도 못한 채 서서 삼진 아웃 당합니다아 ! "  타자들은 내가 던진 공을 두려워했다. 가장 무서운 공은 160KM 강속구가 아니라 눈에 뵈는 게 없는 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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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7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7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널티 킥을 맞이한 골키퍼의  불알 :



 


 

 

몸을 던진다는 것,

https://youtu.be/nl313NeqBbI : 이동기, 논개

 

                                                                                                      가수 이동기는 부른다. 몸 바쳤어, 몸 바쳤어, 떠내려간 그 푸른 물결 위에 ! 임진왜란 때 왜장을 껴앉은 채 강물로 뛰어든 기생 논개를 기리는 노래'다. 강철군화 정권 때 나온 노래이니 " 건전가요 " 인 셈이다.  

제4,5공화국 때 가수가 음반을 낼 때에는 반드시 음반 말미 끝 트랙에 이 장르(건전가요) 노래 한 곡을 반드시 넣어야 했는데 말 그대로 노래 내용이 건전한 노래다.  듣다 보면 참...... 건전하다, 시바 !                   당연히 특정 정권과 국가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일종의 쁘로빠간다(propaganda)인 셈이다. 목적이 수상하다 보니 의식 있는 가수들은 건전가요를 부끄러워했으나 종종 히트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동기가 부른 건전가요 << 논개 >> 는 조용필을 누르고 가요톱텐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한다. 헤헤, 귀염귀염 !   논개, 사회적 멸시를 받던 관기는 후대에 의기로 칭송받는다. 

이처럼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다는 것은 숭고한 행위'이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다고 해서 모두 다 칭송받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 대한민국 vs 멕시코 > 경기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장현수 선수는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으나 칭송 대신 욕만 먹고 있다. 그것도 한 경기에서 패널티 박스 안에서 두 번이나 몸을 던졌는데(태클) 말이다. 축구 오따꾸가 아니어도 수비수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몸을 던지는 행위'는 위험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수비수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팔을 몸통에서 떨어뜨린 채 나비처럼 날아다니다가는 재앙에 올 수도 있다는 사실(박스 안에서 수비를 하는 선수는 핸들링 반칙을 피하기 위해 양팔을 항상 몸통에 붙인다)을 모르는 이도 없다.

그런데 장현수는 이 기본적인 경고를 무시한다. 결과는...... 뭐, 다들 아시리라. 장현수는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으나 욕만 먹고 가지요. 불쌍타, 쪼다 현수 !  필연적으로 패널티 박스 안에서 몸을 던져야 하는 선수가 있다. 패널티 킥을 맞이한 골키퍼는 키커가 공을 차면 한쪽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 피터 한트케 소설 << 패널티 킥을 맞이한 골키퍼의 불안, Die Angst Des Tormannes Beim Elfmeter, 1971 >> 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 골키퍼는 저쪽 선수가 어느 쪽으로 찰 것인지 숙고하지요. 그가 키커를 잘 안다면 어느 방향을 택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그러나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도 골키퍼의 생각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골키퍼는, 오늘은 다른 방향으로 공이 오리라고 다시 생각합니다. 그러나 키커도 골키퍼와 똑같이 생각을 해서 원래 방향대로 차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겠죠? 공을 차기 위해 키커가 달려 나오면, 골키퍼는 무의식적으로 슈팅도 되기 전에 이미 키커가 공을 찰 방향으로 몸을 움직입니다. 그러면 키커는 침착하게 다른 방향으로 공을 차게 됩니다. 골키퍼는 한 줄기 지푸라기로 문을 막으려는 것과 똑같아요. ”


이처럼 키퍼와 키커의 관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쪽은 키커'다. 몸을 던진 키퍼의 반대 방향으로 공을 차면 되니까. 하지만 pk를 실축하는 키커를 종종, 아니 자주 보게 된다. 골키퍼의 불안 못지 않게 키커의 불안도 크기 때문이다. 실축에 따른 어마어마한 중압감 때문에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하는 것이다. 피터 한트케는 골키퍼가 직면한 불안을 빗대서 현대인의 불알을 이야기한다. 불알은 소중하니까. 그렇기에 현대인은 불알을 두려워한다. 아프니까. 앞날은 예측불가능하다. 운이 좋다면 불운을 피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불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몸을 던진 것인가, 혹은 어느 쪽으로 공을 찰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될 대로 되라지, 흥.








​                                    


내 이웃이라면 다들 아시리라. 나는 레알마드리드 팀에서 골키퍼로 활동했다. 그동안 총 35번의 pk 상황을 맞이했는데 패널티 킥을 차는 키커의 공을 막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돌이켜보면 실패의 연속인 셈이다. 하지만 어쩌랴, 운이 나빴을 뿐이다. 그 후, 나는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톤 레드삭스 팀의 투수가 되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레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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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25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월드컵에 야신상을 받게 될 골키퍼가 누가 될지 기대됩니다. 독일이 예선을 통과하고, 토너먼트에도 승승장구한다면 노이어가 2회 연속 야신상을 받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6-25 15:44   좋아요 0 | URL
신들린 골키퍼 보면... 이야, 진짜 운동 신경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참, 어제 보니깐 일본도 꽤 잘싸우더군요. 아시아 티켓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시아 국가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아시아 몰락하면 티켓 하나 짤릴 지도 모릅니다..ㅎㅎ

cyrus 2018-07-01 13:35   좋아요 0 | URL
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네요. 독일이 탈락하다니.. ㅎㅎㅎ 그래도 한국이 이겨서 기분은 좋아요. ^^

2018-06-25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6-2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께서 카시야스, 마르티네스와 동료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레알 영광입니다^^:)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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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좆밥이 쌀밥에게







                                                                                                     잊힐 만하면 까고, 또 잊힐 즈음에 다시 깐다. 깐 데를 핀-포인트'로 겨냥해서 다시 까니 나라는 인간을 두고 잔인하다 아니할 수 있다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하지 않을 이, 뉘냐?  
​이웃의 글은 내 망각을 다시 자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훌륭한 글이다). 안철수, 신형철, 정성일 그리고 신경숙은 내 밥이다. 변방의 어두컴컴한 블로그나 운영하는 어느 좆밥이 이토록 훌륭한 교양 인간을 " 영양가 없는 쉰밥 " 이라고 외치니 가소롭게 생각할 이 많겠으나 어쩌랴 ! 독자여, 내 교양 수준이 여기까지인 걸 부디 이해하시라. 아님 말고 !  신경숙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몸은 여성이지만 맘은 남성( 욕망에 기생하는)이라는 데 있다. 신경숙 소설은 철저하게 남성 가부장 욕망을 따른다. 소설 속 여성은 주체적이지 못하고 불완전한 존재이다. 수동적인 말더듬이 캐릭터이다. 주눅 든 여성 이미지'라고나 할까 ? 
문체도 그렇다. 문장을 제대로 완성조차 못해서 쉼표로 끊거나 마침표 대신 말 줄임표를 자주 사용한다. 신경숙 문체 특징은 < 낮게 웅얼거리기(혹은 옹알거리기) > 이다. 이처럼 여성 목소리를 낮춰 집 담장을 넘지 못하게 하니 어르신 보시기에 좋았어라. 아니, 남성 문학평론가가 보시기에 졸라 좋았어라. 신드롬에 가까웠던 << 엄마를 부탁해 >> 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을 대표하는 문학이다. 진단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가족(문제)은 가족에게 ! 수구 정권에 기생한다는 점에서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신경숙은 가족 문제를 철저하게 가족 문제로 고착화한다. 케어의 책임은 복지 정책 몫이 아니라 엄마(와 그 구성원) 몫이라고 주장한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 케어 " 라고, 블알후드의 쌍팔련도 욕망을 빌려서 신경숙은 이야기한다. " 엄마 !  고마워, 사랑해, 그리워 ! " 웃긴 소리이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런 말을 하고 싶다. " 시발..... 엄마 등골 그만 좀 빼먹어라 ! " 믿는 구석이 없으면 가족에게 집착하게 된다. 가족 자경단이 생겨나는 것이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으니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 한국 사회는 가족이 무너지면 그것을 보완할 케어 장치가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홍수에 집이 떠내려가면 땅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하는 이유이다.
반면에 사회적 케어 시스템이 잘된 국가의 시민들은 집에 떠내려갔다고 대성통곡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곤경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모성애를 찬양하고 희생을 미화하는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신경숙의 지랄 같은 수구적 욕망을 읽는다. 형편없는 소설이다.












뜬금

내가 제일 싫어하는 < 흥남부두'st 의 쌍팔련도 마인드 > 는 밖에서는 온갖 값비싼 산해진미를 즐기면서 정작 입으로는 집밥이 제일 맛있어요 _ 라고 말하는 인간'이다. 그들은 집밥 맛의 비결이 가사 노동자가 불 앞에서 흘린 땀(노동)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니미, 엄마손이 비결이란다. 가끔 외식해라, 집밥 타령만 하지 말고. 한여름에 불 앞에서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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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6-25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경숙도 신경숙이지만 책 뒤표지에 실린 백낙청 교수의 표사가 정말이지 민망하더군요. 한때는, 어떤 의미에선 지금까지도, 참여문학 진영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사람이 저만한 소설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보기에 딱했습니다
사실 백낙청은 자신의 진영(창비)과 이해 관계가 맞닿는 한에서만 해당 작가에게 호평을 하면서 그외의 작가들에게는ㅡ 민중 지향적인 색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냉연한 시선을 보내는 경향이 전부터 있기는 했습니다. 예컨대 문지 진영으로 알려진 조세희(황석영 만큼의 리얼리즘적인 전망이 없다)나, 무크지 출신의 박노해(선동이나 슬로건 정도에 불과하다)에게는 상당히 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6-25 15:46   좋아요 0 | URL
백낙청이 엄마부탁을 빨아줄 때의 그 아름다운 문장... 정말 좋았죠. 징글징글합디다. 이렇게 매문은 아름다운 것이로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언제 비오는날 술 한잔 해요..

거지 2018-06-29 03: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신경숙이나 빨던 작자가 감히 조세희를 깠다고? 사막보다도 척박한 한국 현대문학에서 그래도 읽을만한 거의 손에 꼽을 작품을 쓴 작가를? 그러고보니 백가놈은 박민규같은 쓰레기도 빨았지. 하여튼 제대로 노망난 영감탱이임 에이
 

 

 

 

 

 

 

 

 

 

 

 


 

 


 

​                                              

 

여 성 에 게   어 울 리 는   직 업  :




 



포와로 vs 미스 마플



부제 : 초원 님 질문에 답한다

 

 

 

 


직소퍼즐이라는 놀이가 있다. 나무판 위에 그림을 그린 후 직소(zigsaw : 실톱)로 나무판을 조각조각 잘라내어 퍼즐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버지가 붓질하던 분이다 보니 술에 거나하게 취하시면 문구점 가셔서 자주 사오셨던 장난감이다. 뺑끼집 아들인 나에게는 친숙한 놀이이다. 원판 그림을 백 조각 이상으로 산산조각을 내다보니 퍼즐 조각을 밑판 없이 맨바닥 위에 쏟아내면 그것은 원판 그림의 일부분이지만 전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아무 의미 없는 쪼가리요, 쓰레기에 불과하다. 단서는 색깔과 조각 형틀의 모양새'에 있다. 초록은 동색끼리 모이고 요(凹)는 철(凸)로 합한다. 그렇게 하나 둘 짝을 맞추다 보면 그림이 완성된다.  추리소설은 백 조각으로 구성된 직소퍼즐과 같다. 원판에는 범인 얼굴이 그려져 있다.

탐정(혹은 형사)이 현장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백 개의 조각 중 하나'이다.  물론, 이 조각 하나 가지고 범인 얼굴을 유추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의미 없는 쪼가리처럼 보여서 단서를 놓치기 일쑤다(중요한 단서처럼 보이는 것은 나중에 알고 보면 맥거핀인 경우가 허다하다. 진짜 중요한 단서는 아무 의미 없는 쪼가리처럼 보인다). 훌륭한 탐정은 이 피스 조각을 모아서 조각을 맞춘다. 드디어 지상 최대의 악당 그림 윤곽이 드러나고...... 시바, 도대체 이 극악무도한 악당은 누구인가 ?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 5초, 4초, 3초, 2초, 1초, 뙇 !!!   이명박 상판이 !  

완성된 퍼즐을 본 순간 당신은 시방새의 그 유명한 유행어가 귀에 아른거리리라. "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  여기서 밑판 없어 맨바닥 위에 쏟아낸 조각-들'은 엔트로피 상태(무질서)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의미한 파편들이다. 기표도 아니고 기의도 아니다. 이 조각을 맞추는 과정이 바로 네트로피(질서)이다. 그러니까 네트로피는 무의미한 파편-들을 의미 있는 전체로 전환하는 과정인 것이다. 추리소설은 바로 이 과정을 거친다. 의미 없는 파편처럼 보이는 조각을 수집하고 모아서 통일성(공통점)을 부여하여 전체 그림을 보는 행위가 추리인 것이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도 마찬가지'다. 프로이트는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뱉은 말(조각)을 허투루 듣지 않고 새겨듣는다. 예를 들면 말실수나 농담 따위에서 단서를 찾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무의미한 말들을 모아서 최종적으로 병세를 진단한다. 여기서 환자의 횡설수설은 밑판 없이 맨바닥 위에 쏟아낸 조각들과 같다. 그리고 상담 과정은 그 조각을 맞추는 과정이다. 나는 여성이야말로 " 아이스크림 - 보일드 " 한 로맨스 장르보다는 " 하드 - 보일드 " 한 추리 장르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청소란 사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무질서(엔트로피)한 세계를 질서(네트로피)의 세계로 편입시키는 과정이다. 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조각들을 제자리에 갇다 놓는 것이야말로 청소의 기본이 아니던가.  싱크대 통 속에 수북히 쌓아놓은 릇을 씻어 싱크대 통을 비우는 것도 엔트로피에서 네트로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하여 나는 남성 포와로1)보다는 여성 미스 마플이 더 재능 있는 탐정이라는 데 한 표 던진다.  

 

 

 

 

 

 

 

 

                                                 

 

1) http://blog.aladin.co.kr/myperu/6311271 : 나는 이미 오랜 전에 포와로가 시건방진 인간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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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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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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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강견이었다




 



​잔인하도록 배가 고팠다. 내 염치없는 식욕이 어떻게 끝날지 나는 알고 있었다

크누트 함순, 굶주림 중




 


                                                                                                     나는 강견이었다. 근육이라고는 괄약근이 전부였던 하체는 부실했으나 어깨만큼은 힘이 셌다. 중고교 체력장 종목인 " 공멀리던지기 " 나 " 턱걸이 " 는 항상 만점이었다. 군대에서도 튼튼한 상체 덕을 많이 봤다.

지옥 맛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 땅에대가리박기 " 는 나에게는 휴식에 가까웠다. 전우들이 사선에서 히마리 없이 푹푹 쓰러질 때 나는 대가리를 땅에 박은 채 잠을 잔 적도 있다. 아, 날마다 대가리를 땅이 박았으면 참 좋겠네. 물론, 다 옛날 일이다. 상체는 갑바를 잃은 지 오래. 또한 하체는 여전히 부실해서 이제는 괄약근뿐만 아니라 남근도 부실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개를 끌고 산책을 하다가 철봉을 발견했다. 철봉을 보는 순간, " 왕년에 ~ " 가 생각난 것이다. 나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생각에 젖었다. 왕년에 턱걸이 18개씩 하곤 했지......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철봉에 매달렸다.

세상을 향해 외쳤다. " 지구의 중력과 무게를 거스르고 솟구쳐라. 나의 초울트라 강견이여 !!!  " 결과는 0개였다. 참담한 결과에 절망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섰다. 축 쳐진 가슴은 가슴이라기 보다는 젖가슴에 가까웠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B컵이 되겠군 !  딱정벌레처럼 단단한 결심을 하고 나서 헬스 3개월 티켓을 끊었으나.... 3개월 동안 3일 정도 출근한 게 전부였다. 젖가슴은 점점 B컵을 향하고 있어서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옛일이 주마등처럼, 아니 형광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오래 사귀였던 애인과 헤어진 후, 나는 콜라 중독자(동시에 주정뱅이였다)가 되었다. 결국에는 소주와 맥주 안주로 콜라를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콜라는 하루에 평균 7병 !   눈 뜨면 콜라부터 찾았다. 탄산 알갱이가 피라냐처럼 내 혓바닥을 물어뜯을 때 오르가슴을 느꼈다. 너희가 콜라 맛을 알어 ? 콜라 맛을 알수록 몸은 망가졌다. 혈압은 160를 넘었고 체중은 과체중 근처까지 갔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얼굴은 부었고 화장실에서는 물똥을 싸느라 바나나를 본 지 옛날이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1일1식'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혈압은 120으로 떨어졌고 턱걸이는 10개 정도 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바나나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변기에서 꺼내 먹고 싶을 정도다. 피부도 좋아졌다. 무좀은 사라졌고 옛날에는 머리를 감아도 비듬이 생기곤 했는데 이제는 머리를 감지 않아도 비듬이 없는 지경이 되었다.

1일 단식을 실천하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단맛에 대한 새로운 정의'다. 굶으면 모든 감각이 기분 좋게 예민해지는데 가장 두드러진 감각은 미각이다. 미각이 예민해지면 배추나 양파를 날것으로 먹어도 단맛을 느낄 수 있다. 하여, 나는 이제 코카콜라와 영원히 작별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동안 내 혓바닥을 물어뜯었던 탄산 알갱이여 ! 너를 탓하지 않으련다. 한때 너는 나의 가장 훌륭한 오르가슴이었다. 굿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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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1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깨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기본 운동이 턱걸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요. 이런 정보를 듣기만하고 실천을 안 해서 문제입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6-19 19:17   좋아요 0 | URL
턱걸이 막상 하면 진짜.... 힘듭니다... 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8-06-19 19:47   좋아요 0 | URL
1개 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안 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