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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에 게   어 울 리 는   직 업  :




 



포와로 vs 미스 마플



부제 : 초원 님 질문에 답한다

 

 

 

 


직소퍼즐이라는 놀이가 있다. 나무판 위에 그림을 그린 후 직소(zigsaw : 실톱)로 나무판을 조각조각 잘라내어 퍼즐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버지가 붓질하던 분이다 보니 술에 거나하게 취하시면 문구점 가셔서 자주 사오셨던 장난감이다. 뺑끼집 아들인 나에게는 친숙한 놀이이다. 원판 그림을 백 조각 이상으로 산산조각을 내다보니 퍼즐 조각을 밑판 없이 맨바닥 위에 쏟아내면 그것은 원판 그림의 일부분이지만 전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아무 의미 없는 쪼가리요, 쓰레기에 불과하다. 단서는 색깔과 조각 형틀의 모양새'에 있다. 초록은 동색끼리 모이고 요(凹)는 철(凸)로 합한다. 그렇게 하나 둘 짝을 맞추다 보면 그림이 완성된다.  추리소설은 백 조각으로 구성된 직소퍼즐과 같다. 원판에는 범인 얼굴이 그려져 있다.

탐정(혹은 형사)이 현장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백 개의 조각 중 하나'이다.  물론, 이 조각 하나 가지고 범인 얼굴을 유추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의미 없는 쪼가리처럼 보여서 단서를 놓치기 일쑤다(중요한 단서처럼 보이는 것은 나중에 알고 보면 맥거핀인 경우가 허다하다. 진짜 중요한 단서는 아무 의미 없는 쪼가리처럼 보인다). 훌륭한 탐정은 이 피스 조각을 모아서 조각을 맞춘다. 드디어 지상 최대의 악당 그림 윤곽이 드러나고...... 시바, 도대체 이 극악무도한 악당은 누구인가 ?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 5초, 4초, 3초, 2초, 1초, 뙇 !!!   이명박 상판이 !  

완성된 퍼즐을 본 순간 당신은 시방새의 그 유명한 유행어가 귀에 아른거리리라. "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  여기서 밑판 없어 맨바닥 위에 쏟아낸 조각-들'은 엔트로피 상태(무질서)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의미한 파편들이다. 기표도 아니고 기의도 아니다. 이 조각을 맞추는 과정이 바로 네트로피(질서)이다. 그러니까 네트로피는 무의미한 파편-들을 의미 있는 전체로 전환하는 과정인 것이다. 추리소설은 바로 이 과정을 거친다. 의미 없는 파편처럼 보이는 조각을 수집하고 모아서 통일성(공통점)을 부여하여 전체 그림을 보는 행위가 추리인 것이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도 마찬가지'다. 프로이트는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뱉은 말(조각)을 허투루 듣지 않고 새겨듣는다. 예를 들면 말실수나 농담 따위에서 단서를 찾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무의미한 말들을 모아서 최종적으로 병세를 진단한다. 여기서 환자의 횡설수설은 밑판 없이 맨바닥 위에 쏟아낸 조각들과 같다. 그리고 상담 과정은 그 조각을 맞추는 과정이다. 나는 여성이야말로 " 아이스크림 - 보일드 " 한 로맨스 장르보다는 " 하드 - 보일드 " 한 추리 장르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청소란 사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무질서(엔트로피)한 세계를 질서(네트로피)의 세계로 편입시키는 과정이다. 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조각들을 제자리에 갇다 놓는 것이야말로 청소의 기본이 아니던가.  싱크대 통 속에 수북히 쌓아놓은 릇을 씻어 싱크대 통을 비우는 것도 엔트로피에서 네트로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하여 나는 남성 포와로1)보다는 여성 미스 마플이 더 재능 있는 탐정이라는 데 한 표 던진다.  

 

 

 

 

 

 

 

 

                                                 

 

1) http://blog.aladin.co.kr/myperu/6311271 : 나는 이미 오랜 전에 포와로가 시건방진 인간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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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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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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