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 킥을 맞이한 골키퍼의  불알 :



 


 

 

몸을 던진다는 것,

https://youtu.be/nl313NeqBbI : 이동기, 논개

 

                                                                                                      가수 이동기는 부른다. 몸 바쳤어, 몸 바쳤어, 떠내려간 그 푸른 물결 위에 ! 임진왜란 때 왜장을 껴앉은 채 강물로 뛰어든 기생 논개를 기리는 노래'다. 강철군화 정권 때 나온 노래이니 " 건전가요 " 인 셈이다.  

제4,5공화국 때 가수가 음반을 낼 때에는 반드시 음반 말미 끝 트랙에 이 장르(건전가요) 노래 한 곡을 반드시 넣어야 했는데 말 그대로 노래 내용이 건전한 노래다.  듣다 보면 참...... 건전하다, 시바 !                   당연히 특정 정권과 국가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일종의 쁘로빠간다(propaganda)인 셈이다. 목적이 수상하다 보니 의식 있는 가수들은 건전가요를 부끄러워했으나 종종 히트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동기가 부른 건전가요 << 논개 >> 는 조용필을 누르고 가요톱텐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한다. 헤헤, 귀염귀염 !   논개, 사회적 멸시를 받던 관기는 후대에 의기로 칭송받는다. 

이처럼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다는 것은 숭고한 행위'이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다고 해서 모두 다 칭송받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 대한민국 vs 멕시코 > 경기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장현수 선수는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으나 칭송 대신 욕만 먹고 있다. 그것도 한 경기에서 패널티 박스 안에서 두 번이나 몸을 던졌는데(태클) 말이다. 축구 오따꾸가 아니어도 수비수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몸을 던지는 행위'는 위험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수비수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팔을 몸통에서 떨어뜨린 채 나비처럼 날아다니다가는 재앙에 올 수도 있다는 사실(박스 안에서 수비를 하는 선수는 핸들링 반칙을 피하기 위해 양팔을 항상 몸통에 붙인다)을 모르는 이도 없다.

그런데 장현수는 이 기본적인 경고를 무시한다. 결과는...... 뭐, 다들 아시리라. 장현수는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으나 욕만 먹고 가지요. 불쌍타, 쪼다 현수 !  필연적으로 패널티 박스 안에서 몸을 던져야 하는 선수가 있다. 패널티 킥을 맞이한 골키퍼는 키커가 공을 차면 한쪽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 피터 한트케 소설 << 패널티 킥을 맞이한 골키퍼의 불안, Die Angst Des Tormannes Beim Elfmeter, 1971 >> 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 골키퍼는 저쪽 선수가 어느 쪽으로 찰 것인지 숙고하지요. 그가 키커를 잘 안다면 어느 방향을 택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그러나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도 골키퍼의 생각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골키퍼는, 오늘은 다른 방향으로 공이 오리라고 다시 생각합니다. 그러나 키커도 골키퍼와 똑같이 생각을 해서 원래 방향대로 차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겠죠? 공을 차기 위해 키커가 달려 나오면, 골키퍼는 무의식적으로 슈팅도 되기 전에 이미 키커가 공을 찰 방향으로 몸을 움직입니다. 그러면 키커는 침착하게 다른 방향으로 공을 차게 됩니다. 골키퍼는 한 줄기 지푸라기로 문을 막으려는 것과 똑같아요. ”


이처럼 키퍼와 키커의 관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쪽은 키커'다. 몸을 던진 키퍼의 반대 방향으로 공을 차면 되니까. 하지만 pk를 실축하는 키커를 종종, 아니 자주 보게 된다. 골키퍼의 불안 못지 않게 키커의 불안도 크기 때문이다. 실축에 따른 어마어마한 중압감 때문에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하는 것이다. 피터 한트케는 골키퍼가 직면한 불안을 빗대서 현대인의 불알을 이야기한다. 불알은 소중하니까. 그렇기에 현대인은 불알을 두려워한다. 아프니까. 앞날은 예측불가능하다. 운이 좋다면 불운을 피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불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몸을 던진 것인가, 혹은 어느 쪽으로 공을 찰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될 대로 되라지, 흥.








​                                    


내 이웃이라면 다들 아시리라. 나는 레알마드리드 팀에서 골키퍼로 활동했다. 그동안 총 35번의 pk 상황을 맞이했는데 패널티 킥을 차는 키커의 공을 막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돌이켜보면 실패의 연속인 셈이다. 하지만 어쩌랴, 운이 나빴을 뿐이다. 그 후, 나는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톤 레드삭스 팀의 투수가 되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레알 진실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8-06-25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월드컵에 야신상을 받게 될 골키퍼가 누가 될지 기대됩니다. 독일이 예선을 통과하고, 토너먼트에도 승승장구한다면 노이어가 2회 연속 야신상을 받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6-25 15:44   좋아요 0 | URL
신들린 골키퍼 보면... 이야, 진짜 운동 신경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참, 어제 보니깐 일본도 꽤 잘싸우더군요. 아시아 티켓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시아 국가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아시아 몰락하면 티켓 하나 짤릴 지도 모릅니다..ㅎㅎ

cyrus 2018-07-01 13:35   좋아요 0 | URL
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네요. 독일이 탈락하다니.. ㅎㅎㅎ 그래도 한국이 이겨서 기분은 좋아요. ^^

2018-06-25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6-2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께서 카시야스, 마르티네스와 동료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레알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