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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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강견이었다




 



​잔인하도록 배가 고팠다. 내 염치없는 식욕이 어떻게 끝날지 나는 알고 있었다

크누트 함순, 굶주림 중




 


                                                                                                     나는 강견이었다. 근육이라고는 괄약근이 전부였던 하체는 부실했으나 어깨만큼은 힘이 셌다. 중고교 체력장 종목인 " 공멀리던지기 " 나 " 턱걸이 " 는 항상 만점이었다. 군대에서도 튼튼한 상체 덕을 많이 봤다.

지옥 맛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 땅에대가리박기 " 는 나에게는 휴식에 가까웠다. 전우들이 사선에서 히마리 없이 푹푹 쓰러질 때 나는 대가리를 땅에 박은 채 잠을 잔 적도 있다. 아, 날마다 대가리를 땅이 박았으면 참 좋겠네. 물론, 다 옛날 일이다. 상체는 갑바를 잃은 지 오래. 또한 하체는 여전히 부실해서 이제는 괄약근뿐만 아니라 남근도 부실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개를 끌고 산책을 하다가 철봉을 발견했다. 철봉을 보는 순간, " 왕년에 ~ " 가 생각난 것이다. 나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생각에 젖었다. 왕년에 턱걸이 18개씩 하곤 했지......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철봉에 매달렸다.

세상을 향해 외쳤다. " 지구의 중력과 무게를 거스르고 솟구쳐라. 나의 초울트라 강견이여 !!!  " 결과는 0개였다. 참담한 결과에 절망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섰다. 축 쳐진 가슴은 가슴이라기 보다는 젖가슴에 가까웠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B컵이 되겠군 !  딱정벌레처럼 단단한 결심을 하고 나서 헬스 3개월 티켓을 끊었으나.... 3개월 동안 3일 정도 출근한 게 전부였다. 젖가슴은 점점 B컵을 향하고 있어서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옛일이 주마등처럼, 아니 형광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오래 사귀였던 애인과 헤어진 후, 나는 콜라 중독자(동시에 주정뱅이였다)가 되었다. 결국에는 소주와 맥주 안주로 콜라를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콜라는 하루에 평균 7병 !   눈 뜨면 콜라부터 찾았다. 탄산 알갱이가 피라냐처럼 내 혓바닥을 물어뜯을 때 오르가슴을 느꼈다. 너희가 콜라 맛을 알어 ? 콜라 맛을 알수록 몸은 망가졌다. 혈압은 160를 넘었고 체중은 과체중 근처까지 갔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얼굴은 부었고 화장실에서는 물똥을 싸느라 바나나를 본 지 옛날이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1일1식'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혈압은 120으로 떨어졌고 턱걸이는 10개 정도 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바나나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변기에서 꺼내 먹고 싶을 정도다. 피부도 좋아졌다. 무좀은 사라졌고 옛날에는 머리를 감아도 비듬이 생기곤 했는데 이제는 머리를 감지 않아도 비듬이 없는 지경이 되었다.

1일 단식을 실천하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단맛에 대한 새로운 정의'다. 굶으면 모든 감각이 기분 좋게 예민해지는데 가장 두드러진 감각은 미각이다. 미각이 예민해지면 배추나 양파를 날것으로 먹어도 단맛을 느낄 수 있다. 하여, 나는 이제 코카콜라와 영원히 작별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동안 내 혓바닥을 물어뜯었던 탄산 알갱이여 ! 너를 탓하지 않으련다. 한때 너는 나의 가장 훌륭한 오르가슴이었다. 굿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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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1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깨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기본 운동이 턱걸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요. 이런 정보를 듣기만하고 실천을 안 해서 문제입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6-19 19:17   좋아요 0 | URL
턱걸이 막상 하면 진짜.... 힘듭니다... 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8-06-19 19:47   좋아요 0 | URL
1개 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안 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