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잡담 1.

 

- 패트리어트 게임 : FR(L)IGHT 241

 

실수는 곧 사망이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 ( FLIGHT ) 라는 게 작은 실수 하나에도 엄청난 재앙 ( FRIGHT ) 가 될 수 있기에 철저한 직원 교육이 필요하다.  중국인 2명이 사망하고 한국인은 전원 무사하다는 소식에 " 다행 " 이라고 말하는 언론'을 볼 때마다 당혹스럽다. 일본 대지진 때 한국인 피해 소식을 전하며 " 불행 중 다행 " 이라고 말했던 언론 보도를 볼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인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다행과 불행'이 나뉘어지는 것이니, 어미 뱃속에서 국적 따져가며 잘 태어나시라. 위의 사례와 같이 뉴스에서 단어를 선택할 때는 개인의 감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단어'는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회색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각하 정권 때 우파들이 선보인 철저한 무언'도 꼴불견이었지만  신경민 앵커'가 클로징 멘트에서 보여준 색깔 있는 발언 또한 꼴불견'이었다. 멘트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멘트'를 날린 의도가 불경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말한 클로징 멘트'를 두고 < 소신 > 이라고 말했으나 내가 보기에는 < 꿍꿍이 > 처럼 보였다. 앞날을 내다본 포석이었으며 암중모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느닷없이, 평소 그답지 않게 느닷없이, 퇴직 말년에 평소 그답지 않게 느닷없이 쏟아낸 신랄한 클로징 멘트'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의 클로징 멘트를 보면서 그가 곧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화를 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아니나 달라.... 그는 정치인'이 되었다. 클로징 멘트는 든든한 노후 보장을 위한 적금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두고 소신'이라고 한다면 너무 소심한 견해는 아닐까 ?

 

아시아나 항공 241편'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는 한편의 패트리어트 게임'을 보는 것 같다. 한국 언론은 조종사 운전 미숙'에 의한 사고'로 보는 미국 언론'의 논조가 지나치게 < 자기 논에 물 대는 식' > 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모양새'다. 기체 이상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사고 원인을 운전 미숙으로 몰고간다며 미국 언론 보도는 편파적이라고 비판한다. 맞는 소리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논조 또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가려는 아전인수 격은 아닐까 ?  

 

때린 놈이 있고 맞은 놈이 있을 때, 때린 놈이 < 구구절절 >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 그것은 < 구질구질 > 한 변명이 된다. 사고 당사국으로써 한국은 입 닥치고 침묵할 필요가 있다. 최민수처럼 억울하더라고 일단은 침묵해야 한다. 억울함에 대한 보상은 블랙박스에 기록된 데이터'가 해결해 줄 것이 아닌가 ! 블랙박스에 기록된 내용이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였다는 것이 발견되면 그때 가서 목소리를 높여도 된다. 당당하게 외쳐라. " 야, 이 개새끼들앙 ! 남조선 작다고 무시하지 마랑 !!!! " 이렇게 말이다.  

 

꼴사나운 짓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은 영웅'이다. 그러니깐 발생 계통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영웅은 재앙의 첫째 아들'이거나 둘째일 것이다. 재앙이 없었다면 영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재앙, 후 - 영웅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행의 외동 딸은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이니깐 말이다. 다행 중 불행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여기에 영웅과 다행'이가 사랑을 하는 내용이 재난 영화의 클리쉐'다. 모든 재난 영화는 영웅이'와 다행이'가 만나는 러브스토리'이다. 술자리 수다에서 주인공 이름을 모르거든  당당하게 다행이와 영웅이'라고 지적해도 된다.

 

배트맨 서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앙은 할아버지이고 배트맨은 아버지이며 조커는 아들이다. 고담 도시에 악당이 창궐하기 때문에 배트맨이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배트맨이 고담에 있기에 조커'가 그를 찾아 간 것이다. 배트맨이 없었다면 조커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승객 50명을 구한 여승무원에 대한 영웅 기사'가 불편한 지점이다. 오해는 마시라. 여승무원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그녀의 희생 정신'을 비판할 생각은 발톱의 때만큼도 없다 !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웅 서사를 부각해서 어처구니없는 재앙을 희석시키려는 논조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카피따위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순수한 사명감에 먹칠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 배트맨 원작 만화'를 보면 실제로 조커'는 배트맨과 현피 뜨기 위해 감옥에서 탈출을 한다. 그리고는 그를 만나기 위해 고담으로 간다.

 

대한민국만큼 영웅이 많은 나라도 없다. 한국에서는 스포츠 우승자와 애국심과 영웅은 삼위일체다. 듣도 보도 못한  삼위일체론'이다.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 샷을 날린 박세리'는 IMF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어 준 영웅이 되고, 박찬호는 국가 위상을 드높인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포스트 IMF시대에는 김연아가 " 빙상 " 위에서 난세를 구한 영웅이 되고, 석 선장은 " 병상 " 에서 아덴만 영웅이 된다. 이런 과대 망상'은 좋지 않다. 한국의 파시즘적 애국자 열풍은 항상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묻고 싶다. 김연아'가 영웅인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박세리는, 박찬호는 ? 그들은 그저 자기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성공에 대한 열정'일 뿐이지, 난세를 구할 목적으로 샷을 날라고, 공을 날리고, (스케이트)날을 날린 것이 아니다. 개인적 욕망을 국가적 욕망과 동일시하면 그것은 과대망상'이 되는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지만,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고담 사회'가 배트맨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국가 치안 시스템으로는 재앙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초인적인 배트맨을 호명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절대 영웅 서사에 기대어 희망을 품지 않는다. 댐이 무너지는 것을 막은 사람은 슈퍼맨의 손가락이 아니라 어느 평범한 꼬마의 손가락'이 아니었던가 ? 슈퍼맨은 그따위 쪼잔한 구멍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스펙타클한 재앙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슈퍼맨은 슈퍼마켓에서 인질범들과 싸울지언정 구멍가게'에서 주인과 술주정뱅이 딸기코 아저씨가 다투는 싸움'을 말리지는 않는다.

 

이러한 패트리어트 게임은 기성용 사태에서도 드러난다. 어느 날 눈  뜨니 스타'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눈 뜨니 악당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다 좋은 쪽으로 < 누네띠네 > 가 되면 좋으련만 기성용은 아쉽게도 나쁜 쪽으로 < 누네띠네 > 가 된 모양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 누네띠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음..... 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았지만 이 욕,  맛있는데요. 착한 욕으로 선정하겠습니다. "  기성용'이 욕을 먹는 이유는 큰 어른'에게 대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론이 우럭도 아니면서 버럭 한 것이다. 허각이 허공을 보며 허걱 하는 꼴이니, 싸기지 없는 놈에서부터 이기주의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놈이란 비약도 흘러나온다.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아버지에게 대든 놈은 용서를 못하겠다는 태도다. 아, 이런 꼰대적 태도'는 참 보기 흉하다.  앞에 없으면 나랏님도 욕하는 판국에, 친구끼리 한 거친 말투에 그리 흥분할 필요가 있을까 ? 혈기왕성한 나이에 쌍욕 한 번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감히 하늘 같은 아버지'를 욕해서 불온한가 ?  상징적 아버지인 갑'에게 대들면 안 된다는 논리'는 우스운 말이다.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욕도 할 수 있다. 몇몇 친한 지인들만 공유하는 비밀 SNS'에서 한 말을 가지고, 그것 가지고 광분하는 꼰대의 열불'이 더 볼썽사나운 것은 아닐까 ?

 

그들이 기성용의 지랄'에 대해 그토록 흥분하는 이유는 기성용이 국가대표 신분이면서 사적 욕망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그렇다. 국가대표가 되는 순간 그들은 국가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사적 욕망'은 불온한 것'이 된다. 이처럼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은밀한 욕망은 억압되어도 좋다는 논리이다. 한국인은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개인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한국 남성들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여성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남성의 여성 편력은 이력이 되지만, 여성의 화려한 남성 편력은 때 지난 달력 취급을 한다. 이처럼 국가주의적 논리로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면 안 된다. 개인의 욕망은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냥 20대 청년의 속 터지는, 예의 없는 지랄'로 가겹게 이해하라. 뭐, 그리 호들갑인가 ! 하여튼,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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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7-0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왜 그리 호들갑인지 모르겠습니다.
패트리어트 게임, 정말 제목부터가 적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촌철살인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9 21:47   좋아요 0 | URL
뭘 그리 기성용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줄 모르겠습니다.
24살이면 한참 욕하고 자신감에 차서 그럴 나이인데 말입니다.
가장 호전적인 나이가 그때에요. 사람들 혀 끌끌차며 자신은 그때 그 시절엔안 그런 것처럼
세상 말세 운운하는데 보기 좋지 않습니다.

iforte 2013-07-0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공사고의 안타까운 소식 중에 또 무언가 사건이 터진 모양이군요. 아.... 곰발님의 글은 몇번씩 다시 읽어보게 만느는 힘이 있네요. 곰발님과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게 그저 축복일 뿐입니다. 할렐루야! (*참고로, 전 기독교신자, 아닙니다. )
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어줍짢은 일이 사건이랍시고 뉴스가 될때, 한번쯤 그나라의 언론 수준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잖은것으로 장사해보겠다고 신성한 언론의 의무를 엿바꿔먹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사우나 아줌마들 수다떠는 수준의 가쉽거리가 뉴스라고 믿는 자질 문제인지.. 스포츠인들, 연애인들에게 애국자, 영웅의 상을 찾는것도 문제이지만, 언론인이 되는것을 그저 호구지책 내지는 보다 큰 야망의 발판쯤으로 이용하는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직업은, 진정 의무감과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뛰어들어야만 한다는거,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2013-07-09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0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0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3-07-0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기성용 왜 자꾸 욕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서
안그래도 오늘 엄마랑 그 얘기도 나눴는데
기성세대(축구협회?)들의 위기의식이 아닌가 싶어.
기성용처럼 해외서 인정받는 젊은 선수가 하고싶은 소리 해대기 시작하면
자신들의 자리, 권위가 위태롭다 이거지..
기성용 보면 10년 전의 나카타히데 선수 생각이 난다.
나카타도 세리에,에서 잘나가면서 일본 축구, 그 시스템, 협회 꼰대들..
존나게 깠거든. 그래서 거의 패륜아 수준으로 매스컴에서 씹혔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 국민들은 아랑곳 않고 그를 응원했다는 거.
아, 근데 윗줄 '일본국민'이라고 쓰면서 무지 어색..
'국민'이란 단어 자체를 별로 안쓴다 여긴. 그냥 '사람'이라 쓰지..
국민, 우리나라.. 이런 단어들 참.. 옛날에 새마을 운동 생각나게 함.
국민체조,이런 것도 말이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0 00:44   좋아요 0 | URL
뭐... 꼰대 정신 아니겠어 ? 어린 놈이 어른에게 대든다. 이거지...
문제는 국가대표'라고 하면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후지다는 거지.
애국자는 무조건 개인 욕망을희생해라, 이거 아니냐.
불만 제기하면 괘씸죄야. 88만원 세대'의 비극이 안타깝다 하면서 정작 자기들도 저런 문제에는 어린 놈이 싸가지 없다는 식으로 나아가잖아. 김논도의 아프니깐 청춘이다, 졸라 욕하면서 막상 저런 문제 닥치면 어린 놈이 싸가지 없다로 귀결돼... 아 다르고 어 다른 태도 아니겠어 ?
그냥 한 청년의 예의없음으로 끝나면 되지.. 그걸 좀 오버하면 안 된다고 본다.

만화애니비평 2013-07-1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요소에서 신화적 영웅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죠.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항상 영웅심리를 내세우죠.
그런 점에서 코스프레하는 것을 보면 그런 영웅들이 나오길 바라는 대중적 욕망과 더불어 그것에 대한 동경의식이 있지요.
하지만 책임의식이나 사회적문제 의식은 없죠. 단지 화려한 것만 바라고 뒤에 있는 짐은 가져갈 생각이란 없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0 14:48   좋아요 0 | URL
망가는 좋은데 코믹스'는 잘 못 읽겠어요.
이게 취향의 문제이긴 한데 전 영웅이 나오는 만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나중탁구부가 최고임..

히히 2013-07-1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 2PM의 박재범이 생각납니다.
순간적인 생각에 맹랑한 놈이네 할 수 있었겠으나 지 공간에서 정당한 감정 풀이 였습니다.
동방의 예의 바른 우리들 아닙니까?
이 몸은 유배당해 마땅한 죄인입니다.
君師父一體 라 하였는데
또래들과 스승을 능멸한죄,
피붙이들과 아비를 욕보인죄,
군을 개취급한 죄.
재범과 다른 점은 저는 노래도 춤도 지 마음대로고
내 좋다고 미치는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지 않았습니다.
정말 중한 것은 들키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 나라 정말 개떡같다.' -국가모독죄로 체포되는 것입니까? 그러면 비밀입니다~~~~만
1988년 그 조항이 삭되되었답니다.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0 14:50   좋아요 0 | URL
박재범.... 사태 때 정말... 웃겼죠.
혈기왕성 젊은 때 무슨 말을 못합니다.
전 그보다 더 심한 욕도 했습니다.
그냥.. 아, 시발 이 나라 좆같다.
이런 말 안 하는 사람 있습니까 ? 솔직히 이 나라 좆같으니깐 좆같지...
하여튼 꼰대들이 나라 말아먹고는
한다는 소리가 늘 천번은 흔들려랴 그 따위 소리나 하고 있으니...
 

 

 

 

 

 

 

 나는 작가다 4 : 공지영 편.

 

 

6위로 가까스로 살아남은 성석제'는 절치부심하여 밤에는 찔레나무 지를 모아 그 위에 눕고, 낮에는 곰 쓸개'를 먹었다. 한때 련변의 수퍼스타였고 함경도의 불꽃이었던 그가 서바이벌 경연'이라는 천민자본의 꽃봉오리 프로'에 출연하여 이 수모를 겪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찔레나무 가지 위에 누워도 아프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깊이할수록 자본주의 남조선이 미웠다. 뒤풀이'에서 술'을 마신 결국 사단이 났다.

 

- 스위스‘가 팔뚝시계 팔아서리 인민의 배를 불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오 ? 간난 아새끼가 웃을 일이디... 기래서 선택한 것이 모이간? ”   박민규’가 콧잔등을 긁으며 말했다. " 금고. 철제금고 ! " “ 오라, 기렇디. 나의 로큰론 아새끼 !  이리 오라. 기래, 금고야 !  자본주의 만국의 양아치 장삿꾼‘들은 인민의 피’를 빨아 빨처먹어서리, 그 피 같은 돈을 스위스로 송금하디. 스위스'는 그 돈으로 이자놀이 해서리 인민의 배를 불린기야. ” 성석제는 말을 끊은 후 주위를 천천히 훑었다. 자신감이 있다는 태도다.

 

“ 국가가 나서서 돈세탁 해주는 기지. 국가 자체가 불법이란 말이야. 남조선이라고 다를 게 뭐이간. 쬬꼬파이 팔아서리 인민의 배를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야? 새우도 읍수면서리 새우깡이라고 우기는 나라가 남조선이지비. 쪼코파이가 파이간 ? 그기 찰떡이지 어찌 파이간 !  지금부터가 중요한 기야. 잘 들으라우,  그러니끼니 - ”  이때 김애란이 3차선 도로’에 깜빡이 등‘도 켜지 않은 채 급하게 끼어들었다.

 

- 그러니깐 선배님은 남한 정부’도 대기업의 온갖 불법‘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지금의 경제 성장에 도달했다는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 거죠 ? ( 성석제 말투를 흉내내며 ) 인민에게는 피도 눈물도 읍수면서리 대기업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불법에는 관대한 국가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것 아니니 ? 북조선은 당연히 양아치 국가이디만, 남조선도 그리 다르지 않지비 ? 호호. 웃어도 되죠 ? 호호.  ”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끼어든 스카이콩콩에 화가 난 성석제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 이보라우. 에미나이 ! 뭐이 어드래 ? 자네 도마뱀이간, 선배가 말을 하는데 건방지게스리.... 자네 깍뚝이야 ? 말을 왜 뚝뚝 끊는기야. 신호위반 하지 말고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우, 알간 !!! ”  성석제는 냅다 김애란의 스카이콩콩을 집어 대기실 밖으로 던져버렸다. 스카이콩콩이  “ 스카이콩콩.” 하며 울었다.  애란은 그녀 특유의 커다란 눈으로 성석제를 쏘아보았다. 그리고는 방긋 ! 


' 두고 보라우, 에미나이 ! 나, 연변의 불꽃. 함경도의 희망 !  성석제, 죽디 않아. 암 그렇고말고 ! 뭉가주갔어. 싸 놓은 똥을 뭉가는 개 발바닥 신세를 만들어 주갔단 말이야...... ' 성석제는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4차 경연에서도 우승은 여전히 김애란이었다. 김애란은 < 물소, 골났어? > 로 1위를 차지했다. 박민규는 < 오리배 어디 있어 ?  오리무중입니다 ! > 으로 4위‘를, 성석제는 가까스로 < 도망자 삼치도 > 로 꼴찌를 모면했다. 수치스러운 결과였다.

 

이번 대회의 탈락자’는 윤대녕이었다. 그는 < 오늘도 여행을 떠나요 > 를 불러서 탈락하게 되었다. 너무 뻔한 내요이었다. 불쑥 여행을 떠나고, 묘령의 아가씨를 만나고, 하룻밤 정사를 통해 진리를 깨닫고, 다시 서울로 오는 오딧세이. 항간에는 윤대녕은 여행사 ceo라는 풍문이 돌았으나 거짓으로 판명났다. 그는 엠비씨 스튜디오‘를 벗어나자마자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 후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 여러분, 윤대녕 씨‘가 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룰에 따라 그 결원은 새로운 도전자’가 채우게 됩니다. 이번 도전자‘를 소개합니다. 올해 < 이상한 문학상 >의 수상으로 명예를 회복한,   천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승부사.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눈물의 여왕, 공 !  지 !  영 ! ”


일순, 사위가 조용해졌다. 공지영 ?  우행시의 그 공지영 ?!  반갑습니다. 공지영입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김애란은 공지영을 뜨겁게 포옹함으로써 그녀에게 지지 의사를 보냈다. 적어도 다음 대회 탈락자는 정해졌으니깐. 성석제도 뮤즈라는 찬사로 그녀에게 지지‘를 표명했다. 다음 대회 탈락자는 정해졌으므로. 박민규 또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남은 3인 또한 키스데들리, 앞 이빨이 쏙 빠지도록 그녀의 이번 도전을 환영했다. 적어도 다음 경연의 탈락자’는 정해져 있으므로 ! 사람들은 모두 공지영이 탈락될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걸었다. 문제는 과연 득표수'였다.


내기에 건 판돈은 박민규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 선배님, 박민규 선배 일부러 바보 흉내 내는 것 같지 않나요 ? 우리가 있을 때'는 바보 흉내를 내는데, 안 보는 데서는 멀쩡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확보했어요. "  김애란은 자신의 스카이콩콩을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는 성석제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 그렇디 ?  ( 헉, 헉, 헉. ) 조 간나. ( 헉헉헉. ) 새끼.  아무래도...... 뺑끼 쓰는 거 같아. 영악한 놈이야. "


물론 공지영은 탈락했다. 그녀가 부른 곡은 < 우리들의 행복한 고등어 > 였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냉장고를 열어어어어~ 보니, 고등어어어어어 한 마리. 넌 명태도 아니면서 동태처럼 얼어서 죽었구나. 늘 푸르르르르른 고등어야아아아아아 , 늘 푸른 고등어야. 다음 생엔 저 푸른 바다'에서 태어나렴 !  ......   공지영'은 너무 감정에 북받쳐서  감동적으로 울었다. 그녀의 노래는 울먹이는 울음 때문에 물 먹은 종이처럼 눅눅해졌다. 문제는 청중평가단이었다. 아무,  도 울지 않았다. 슬픈 발라드는 청중이 슬퍼서 울어야지 좋은 노래이지, 가수가 슬퍼서 " 울  먹이면 물  먹는다. " 이거... 뭥미 ?!

 

경쟁자들은 모두 그녀가 조경란보다는 높은 득표율'을 얻어 떨어질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걸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문제는 득표수였다. 박민규 만은 득표율 제로'에 걸었다. 성석제가 답답한 듯 한마디해다.  " 이보라우. 맨규 동무 ! 기건 불가능한 기야. 천만 베스뜨 독자'가 있지 않간 !  그녀의 열혈 광팬이라몬 묻지 마 튜표도 가능한 기야 !  최소한 5% 이상의 지지율은 얻지 않갔어 ? "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의 득표수는 제로‘였다.  아무, 도  그녀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그녀에 대한 배려로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훗날,  자신의 자서전’에 그날의 일을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록한다.


“ 그때, 목 상태‘가 최악이었어요 !  의사선생님은 이 상태로 노래를 했다가는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깰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아쉽게도 1표 차 탈락이었죠. 그날 컨디션만 좋았다면 우승도 바라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든든한 동반자가 있으니까요.  바로......여러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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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3-07-0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때 왠지 고등어 땡기네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9 23:04   좋아요 0 | URL
동태 얘기하면 동태찌개 생각나다 하고 고등어 하면 고등어 조림 생각난다 하고.....ㅎㅎㅎㅎㅎ

히히 2013-07-0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뿔로 냅다 들이박았어야 탈락은 면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춘기 소녀들은 학교 등교했는데
청중평가단의 분포도를 확인하지 못한 안일함의 결과입니다.
자신없으면 봉순이를 코러스 시키지. ㅉㅉ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9 23:06   좋아요 0 | URL
무소가 뿔이 어딨습니깡...ㅎㅎㅎㅎㅎㅎ.
공지영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데 문하 작품은 굉장히 제 취향은 아니에요...
너무 신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iforte 2013-07-0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멈, 공지영이 작가였어요? 난 또... 트위터로 뜬 명사이신가 했구만...ㅋ (농담입니다!)
문학을 잘 몰라 끼어들기 뭐하지만, 여전히 스토리는 흥미진진 하구만요. 다음 스토리는 우예 끌고가실래나... 궁금 궁금!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9 23:06   좋아요 0 | URL
포르테 님이 어멈, 이라고 하니 좀 웃기네요...ㅎㅎㅎㅎㅎ.
여기까지는 미리 써둔 글인데 다음이 좀 막막하네요..ㅎㅎㅎㅎ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장국영이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사는 집을 찾았을 때'이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어머니는 만남을 거부한다. 어머니에게서 다시 한번 버림받은 그가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씩씩하게 걸을 때, 화면은 빠른 걸음과는 달리 어느 순간 슬로우모션'이 되어 느린 걸음으로 바뀐다. 재촉은 지연된다. 어깨는 바위처럼 무겁다. 이 빠른 걸음과 느린 걸음이 주는 대비는 주인공이 품고 있는 겉과 속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빠른 걸음이 그가 어머니를 향해 내뱉는 위악'이라면, 느린 걸음은 어머니 곁에 머물고 싶은 그리움이다. 어머니는 커튼이 쳐진 창가에서 파랑에 출렁이는 배처럼 흔들리는 아들의 어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앞에서는 보이지 않으나 뒤에서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초라한 어깨'다. 내것이 아닌 타자의 어깨'는 늘 마음 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 모두 다 예쁜 말들 vs 아비정전 중

 

 

 


 

 

 

 

오즈 야스지로'와 뒷모습.

 

 

오즈 야스지로는 대상을 향해 쉽게 나아가거나 움직이지 않는다. 감독은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간섭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는 늘 한발 치 물러난 지점에 고정되어 있다. 그의 카메라는 주인들이 하는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히 곁을 지나가는 늙은 고양이 같다. 이처럼 그가 다루는 카메라는 엉덩이'가 무겁다. 설령, 배우들의 동선으로 인하여 특정 배우가 등을 보일 때에도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는다. 촬영 교본에 의하면 그것은 N.G다. 왜냐하면 영화 카메라는 집요하게 배우의 얼굴을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오즈의 카메라는 직무 유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오즈 야스지로는 찬란한 얼굴 표정이 보여주는, 그  현란한 메시지'보다는 둥근 어깨가 전하는 침묵이 더 강렬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감독이었다. 그는 채플린과 함께 뒷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찍는 사람이었다. 홀로 남은 아버지 곁을 떠나야 하는, 결혼을 앞둔 딸은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늙은 아비'에게 미안하다. 아버지는 그런 딸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컴컴한 다다미 방에 앉아 딸에게 속내를 말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늙은 애비 걱정은 말아라, 청춘은 60부터다. 허허허허허. 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있다. 우리는 딸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카메라는 뒷모습만 오랫동안 비춘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침묵이 길어지면 속내를 들키는 법. 

 

여기에는 그 수많은 대사와 표정이 필요 없다. 뒷모습 하나면 된다. 앞모습을 보고 반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열정'에 불과하다. 사랑은 뒷모습마저 간절히 그리울 때 완성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얼굴은 타인을 한순간에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어깨는 곁에 오래 두고 보아야지만 사랑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최종적으로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은 뒷모습'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앞모습이 매력 있으면서 동시에 뒷모습마저 매력 있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 자는 사랑스러운 대상이 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움직이지 않은 카메라'로 찍은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반면에 움직이는 카메라로 찍은 영화들은 현기증이 났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왜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를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10년 사귄 여자와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는 무뚝뚝한 어깨를 닮았다. 나는 그 여자의 어깨를 사랑했다. 어깨는 바위를 닮았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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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7-08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리코는 정말 사랑스러운 딸이야.
나도 그런 딸이 되고 싶었지만 나의 아버지는
노리코의 아버지 같은 그런 아버지가 아니었지... 흠...
아 ! 이제 정신차리고 일해야겠다.
오즈야스지로, 동경이야기?던가? 그것도 재밌어?
꽁치의 맛은 아직 못구하겠음. 이따 볼려고..

(어라? 사진이 또 바뀌었네?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3:32   좋아요 0 | URL
난 꽁치의 맛'을 무척 좋아한다. 오즈 감독 디븨디 사서 봐봐...
꽁치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오더라.... 꽁치 굽는 장면도 안 나오고 말이야...
나중에 알고 봤더니 꽁치는 가을이 제철이라고 하더군..
우리가 가을에 전어를 굽듯, 일본에서는 가을에 꽁치를 굽는다고 말잉.
굉장히 여성적인 감독이야. 시적이지. 계절을 좋아한 감독이야..
제목은 꽁치의 맛이지만 결국은 가을에 대한 이야기이니깐 말이야....

지그문트 2013-07-08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형님 ! 아직 읽기 전에, 덧글을 우연히 봤는데.


으악. 꽁치의 맛에 대해서 쓰셨군요. 세상에 제가 오즈 야스지로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건데. 대박입니다. 이거.
( 놀라운건 제가 그 감독님의 영화를 많이 본 편이 아닌데도, 꽁치의 맛은 매우 각별합니다. )

저한테 특별히 주는 글이라고 하신 그 말씀이 더욱 감동적으로 와닿는 순간이오. 일단 어서 읽겠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3:47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 태어나긴 했어도 > 와 함께 < 꽁치의 맛 > 도.. 아니다.. 그의 영화는 다 좋습니다. http://myperu.blog.me/20165644313

마지막 장면에 매우 인상 깊었소.

지그문트 2013-07-08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앞모습을 보고 반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열정'에 불과하다. 사랑은 뒷모습마저 간절히 그리울 때 완성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얼굴은 타인을 한순간에 사로잡을 수 있지만 어깨는 오래 두고 볼 때 사랑하게 된다. 그러므로 최종적으로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은 뒷모습'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앞모습이 매력 있으면서 동시에 뒷모습마저 매력 있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 자는 사랑스러운 대상이 될 수 없다. > 이거 오늘 인용하고 싶습니다. 롤랑 바르트를 인용하는 심정으로 형님의 글을.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3:50   좋아요 0 | URL
롤랑바르트 흉내를 좀 내습니다. 비만 오면 롤랑바르트 풍이 되니, 이거 원.....
롤랑바르트 사랑의 단상은 내 인생의 책인데 하도 여러 번 읽어놔서
뇌 속에 세뇌가 되어서 그런지 은연 중에 따라하게 된단 말입니다.
하여튼...동문선에서 나온 책 중 그래도 사랑의 단상은 무척 마음에들어하는 책입니다. 김희영'인가요. 번역하신 분이.. 아마 굉장히 실력 있으신 분인가 봐요. 쏙속 들어옴..

지그문트 2013-07-08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형님은 롤랑 바르트 급이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4:21   좋아요 0 | URL
허허허 과찬이십니다. 말이라도 고맙구랴..

Forgettable. 2013-07-08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매일 와서 센치한 님의 글을 매일 읽고 싶네요!!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는데 글로는 정립이 안돼서 그냥 여기까지;;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4:31   좋아요 0 | URL
7월 한달은 센치와 술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지네 때문에 잠을 못 잡니다. 지네가 집에 들어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군요....

iforte 2013-07-08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 링크된 글까지 읽었더랬습니다. 마음이 짠 하군요... 누구에게나 사연은 다 있는 때문인가요. 스토리는 다를지언정 기분을 아래로 당기는 효과는 다 똑같나봐요. 이이잉.... 이 좋은 날에 (여기는 한낮인지라) 왜 이렇게 코끝 찡하게 하십니까. 나쁜사람, 나쁜사람....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4:51   좋아요 0 | URL
한낮에 볕 좋은 날이군요. 흠흠..

iforte 2013-07-08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바뀐사진, 좋아요. 사진도 좋구... 모델 분위기도 좋구... 근데 사진마다 너무 분위기가 달라서... 혹 제 3자 사진?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4:51   좋아요 0 | URL
사진마다 다 낯선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5년에 걸친 사진들이니 늙고, 젊고의 차이는 있는데
본질적으로 좀 제가 연기를 잘하나 봐효. 까르르르르르...

히히 2013-07-0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뒷모습에서 맨처음으로 본 것은 제 잘못이었어요. 제 죄였어요.
술 고래인 아버지를 도저히 어찌볼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우리 남매들의 유년과 청년은 빛바랬습니다.
퇴직을 하고 1년 뒤 대문 앞 골목을 터덜터덜 밀어내는 아버지의 어깨를 옥상에서 보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남자는 일이 없으면 1년이 10년이 될 수 있구나!
밤새 술주정을 하시다가도
새벽에 시치미를 떼고 용기있는 뒷태를 보이며 출근하는 놀라운 신축성이
오히려 밉기까지 하였습니다.
앞가림에 자신있고 용돈을 드리는 거만을 즐길즘에 보고야 만
갈기 깎긴 영감의 어깨는 둥글더이다. 달 보고 눈물 나던 그 밤의 동그라미 처럼.
夫로 살 수 없었던 父의 고단함을 발견하고는
응석꾸러기 아기처럼 발버둥쳐 울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증오했던 제 심장을 도려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의 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사랑에 절래절래 북망산으로 도망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19:18   좋아요 0 | URL
히히 님 아무리 생각해도 모 소설가가 떠오르는데 소설가 맞으시죠 ?
자꾸 아니라고 하셔서 그냥 그려려니 합니다만...
그렇군요. 북망산 가셨군요.
저희 아버지는 동천' 가셨습니다.
꿈에 나타나셔서 저보고 동천 가자, 동천 가자, 하셔서 제가 안 갔습니다.
어깨는 참 알 수 없는 신체 부위입니다.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히히 2013-07-08 23: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30년 전에 계몽사에서 주체하는 글짓기대회에 입선한 게 전부입니다.
책을 살 형편이 못되었지만
당시 TV에서 만화로 소공녀를 하고 있었으므로
끄적끄적 세라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것도 독후감이 되었는지...
읽지 않은 책의 글에 상까지 받았으니 간이 콩알만해졌던 황당한 추억입니다.

곰...발님의 [윤창중을 향한 어느 만능 스포츠 마니아의 쉰소리]
충격적인 문체였습니다. 중독되었습니다.

더이상의 과찬은 제 것이 아닙니다.
책 좋아하는 자의 곁에 얼쩡거리고 싶을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23:47   좋아요 0 | URL
음 그렇군요. 히히 님, 문체가 좋아요. 덧글에 쉽게 다는 글이 저 정도 문자을 만들 수 있다면
마음 먹으면 박완서 급으로 갈 수 있습니다. ( 진지 ~ )
그나저나 제가 만능스포츠맨에 대한 글을 썼나요. 가물가물하네요... 후후....

새벽 2013-07-0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로자와는 앞모습을 잘 찍고 오즈는 뒷모습을 잘 찍는다..
뭐 말씀하신 문장 하나로 게임 오버,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오즈는 인물들의 앞과 옆을 담을 때에도 뒷모습을 보여주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19:20   좋아요 0 | URL
네. 전 구로자와는 앞모습을 잘 찍고, 오즈느 뒷모습을 잘 찍는다고 생각합니다.
거미집의 성'에서 보여준 그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 걸작은 거미집의 성이었어요.
오즈는 오사무라면 구조자와는 미시마였죠. 마초 작렬하는....
남자는 기본적으로 직설적 시선에 끌리고, 여성은 다층적 시선에 끌리는 존재죠.
그래서 여자는 남자보다 더 어깨를 자주 봅니다. 여성의 모성애는 바로 어깨에 대한 시선의 응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히히 2013-07-09 11: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옳습니다.
남자의 처진 어깨를 알고 모성애가 솟지 않을 만큼 독한 여자는 없으며
짝 벌어진 어깨를 훔쳐보고 잠재된 내숭이 스물스물 올라오지 않을 여자은 없습니다.
 

 

 

 

 

 

 

 

나는 작가다 3화 : 김애란 편.

 

 

이소라가 기권을 하고 성석제가 2위를 했던 대회에서 탈락자는 조경란‘이었다. 그녀가 < 며루치 보꾸 마가린 바르고 > 을 몽마르트 풍으로 불렀지만 청중평가단의 목마른 갈증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압도적인 지지율 1% 로 쓴 잔‘을 마셨다. 500명의 청중평가단 가운데 그녀를 뽑은 사람이 달랑 5명이라니, 맙소사 ! 그녀는 비상 계단 35층 1,457번째 계단에 앉아서 울고 있다. 

 

" 그러니깐, 뭐야 ?   프랑스 대사관 수경 씨'도 왔고,  파리바게트 직원 오만정 씨도 왔고, 문학동네 편집장 문학동 씨'도 왔는데 고작 다섯 표야 ?  그렇다면 나를 찍은 사람은 그들 빼면 두 명 ?  몰라 몰라. "  사람들은  탈락한 조경란을 위로하며 아쉬워했지만 속으로는 모두 웃었다. 그, 렇다면 다음 도전자는 누구일까 ?  궁금하십니까 ? 그렇다면 괄약근을 꽉 조이세요. 별을 단 장군 앞에 서 있는 이등병의 입처럼, 그렇게 앙다문 괄약근처럼 !

 

콩, 콩콩콩콩. 무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콩, 콩콩콩콩콩 !  욕쟁이 성석제‘가 쬬코파이’를 입에 물며 말했다. “ 모이간 ?  뭐가 이래 씨끄러운기야 ? ” 콩, 콩콩콩콩 !  박민규‘가 귀를 쫑긋 세우며 한 마디 한다. “ 콩나물입니까 ?  콩나물이 쑥쑥 크는 소리.  ”  그때 한 여자’가 무대 위로 등장한다. 단발머리‘를 태극기처럼 펄럭이며 그녀가 위아래 정신없이 뛴다. 아이, 콩 !  스카이콩콩이로구나 !  그녀의 승용차.  그렇다. 조경란’에게 고개 돌린 99% 성난 평가단‘을 잠재울 여전사’로 제작진은 김애란‘을 선택한 것이다. 스마일 콩콩 ! 

 

“ 저, 에미나이 누구간 ? 오데 선배들 앞에서 방방 뜨는기야. 고런데 고거 어디서 산 기야? ”  " 편의점이요, " 김애란이 웃으며 말했다. “ 이 애미나이, 웃기는고만. 고래 사는 집은 오데야, 쵸푸른 쵸하늘이간 ? ”  박민규가 다시 한 마디 한다. “ 그림 같은 집, 김애란 집은 백 만불짜리 집. ”  “ 이리 오라, 귀여운 간나새끼. 나으 로큰롤 베이비야. ”  아무도, 모른다. 그녀가 이 무대‘를 장악하리라는 사실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이날 무대에서 박민규'는  < 따따블 > 을 불렀고,  성석제는 < 호랑이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호랑이가 갔습니다. > 를 불렀다.  그리고 드디어....

 

“ 신사숙녀여러분 !  < 나작가 > 의 새로운 신삥 !  알에서 막 깨어난 어린 달걀,  애란‘의 무대입니다.  그녀가 부를 곡명은 < 침이 고인걸. > ”      핀 조명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면 커다란 눈으로 찡긋 관중을 향해 윙크’를 한다.

 

그날 이후로 사라진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을 때는 말이에요. 껌 반쪽을 강요당한 그녀가 힘없이 대꾸했다. 응. 떠나고, 떠나가며 가슴이 뻐근하게 메었던, 참혹한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면 말이에요. 응. 후배가 한없이 투명한 표정으로 말했다. “ 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 ”

 

- 침이 고인다, 중

 

 

그녀가 선택한 곡은 의외로 잔잔한 곡이다. 맑고 청아하다. <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 고 노래할 때엔 실로폰의 청음처럼 단아한 맛이 났다. 대구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 없이 맑은 물로만 끊여낸 맑은 탕 맛이다. 그녀가 침이 고인다고 말할 때, 청중평가단은 꼬르륵 뱃소리로 화답했다. 성석제는 신경질적으로 쪼꼬파이‘를 씹었고, 박민규는 “ 침 맞으면 아파, 마이 아파 ! " 라면 자신의 백만 불짜리 팔을 오징어처럼 비비꼬았다. " 당!차!구!만, 애!미!나!이 ! " 성석제‘는 속으로 생각했다. ' 의외의 복병이야.그래, 한번 해 보겠다는 거지 ? '  그녀는 첫 무대‘에서 영광의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날 회식은 김애란이 쏘았다. 맑은대구탕‘으로 !

 

 

 ■ 

 

-  회식 뒷 이야기

 

김애란은 맑은대구탕을 맑게 웃으며 먹는다.  " 음냐 ! " 골이 난 성석제'가 가시돋힌 질문을 한다. " 음냐는 의성어간, 의태어간?  대답하라우, 애미나이 ! 잘난 나작가 일등이면 모르는 것이 어디 있갔어?  아니그럼둥 어서 말을 털라우 ?  "  애란은 석제의 독이 묻은 질문에도 연방 방긋방긋'이다.  " 말은 마굿간에서 털여야지 선배님 ! 방긋 " " 뭐... 뭐뭐뭐라 ?! "  " 말,  씀드릴까요 ?  제가 의성어'라고 하면 의태어라고 하실 거고, 의태어'라고 하면 의성어'라고 하실 거예요. 선배님은... "  성석제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때 박민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한다. 더워, 마이 더워 !  " 닥치라우. 민규 아새끼 ! 더운 것 국물이 아니라 니 머리에서 불 나서 그런기야. 알간 ! " 

 

김애란이  박민규에게 화를 내는 성석제의 얼굴에 불쑥 주먹을 내민다. " 선배님 !  지금 제 손엔 삶은 메추리알이 있는데요. 깨진 알일까요, 깨지지 않은 알일까요 ?  선배님도 이 질문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죠 ?  선배님이 깨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면 저는 힘을 주어서 깬 후 손을 펼칠 것이고, 깨졌다고 말씀하시면 그냥 손을 활짝 펼치면 되죠. 어때요, 선배님 !  제가 틀린 말 했나요 ?  "  더워, 마이 더워. 마이 마이 마이 마이 더워 !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담당 피디'가 지화자를 외치며 건배를 제안했다. 김애란은 방긋 웃으며 성석제'의 잔을 향해 건배를 외쳤다. 그녀가 500 씨씨 생맥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술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꼴깍, 꼴깍, 꼴깍이 아닌 음냐, 음냐, 음냐.

 

성석제'는 다 식은 맑은대구탕'을 먹는다. 아니 흐린대구탕을 먹는다. 복수를 다짐하면서 ! 남조선의 쬬꼬파이와 새우 없는 새우깡을 경멸하면서. 잠깐, 그러고보니 조경란이 안 보이네 ?!  아, 차차차차차.  " 이봐, 막내 !  엠비씨 비상 계단 14567번째'에 조경란 씨가 전선 위의 참새처럼 울고 있을 거야. 가서 데리고 와 ! 근데 조경란, 노래 참 못해 !  그렇지 ?  "  이구동성,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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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07-06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두근두근 내인생' 읽고 차마 그녀의 다른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던데용.
성석제를 벨 정도의 강단이면 대단한 작가군요.
애란, 침이 고이는 girl!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9:36   좋아요 0 | URL
그렇잖아도 두근두근을 부르던 애란은 그날 대회에서 탈락 위기에 봉착해쬬..
다행히 6위로 7위롸 1표 차이가 살아님았습니다.
 

 

 

 

 

 

 

 

 

나는 작가다 2 : 성석제 편.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9709: 반그이 어데 있노 ?

 

 

그,            가 돌아왔다. 시청자를 향해 공연 도중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고, 침을 뱉는 퍼포먼스‘로 출연 정지를 당한 귀순용사 성석제‘가 돌아왔다. 마초가... 돌아,  왔다 !  군웅할거의 중원‘은 성석제가 출연함으로써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리라. " 내 말 잘 들으라. 동무, 칼을 뽑우라우 !  피죽 먹은 피똥 싼 나도 뽑는데,  아새끼들 히마리가 옶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소 ?  뽑으라우. 똑똑히 들으라우.  칼 먼저 뽑은 년, 먼저 뽑은 놈 ! 내 대굴빡에 기억함둥 !  나,  아새끼 한 놈만 죽어라 팬다 아이오 ! 찍은 데 또 찍는 놈 아이오 ! 그래서 도끼라 함둥. 날도끼라 함둥. 당신들, 애비 에미가 어화둥둥 키울 때 난 칡 먹고 자랐지 아니함둥 ? 우리 칼잡이는 말이지비... 쪼'는 순간 쫑'나는 것임둥. 봐, 봐봐봐봐 !  대가리 땅바닥에 뒹굴어. 그리고는  목, 모모모모모목 없는 몸뚱이'가 목, 모모모모목 나간 생선 마냥 꼬리를 바르르르 떨지. 응?  내내내내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인 거야. 응 ?  개, 개개개개, 게으른 짐승에게는 햇뼡은 비티디 아니함, 둥 !!!!! 그, 그그렇다는 얘기지비.  우야둥둥,   ! " 

 

일필, 일휘 ! / 一筆, 一揮 !  훌륭한 문필가는 머뭇거림 없이 단 한 번’에 마지막 획을 긋듯이, 훌륭한 무사는 칼을 휘두를 땐 거침이 없어야 한다.  머뭇거리는 순간 먹‘은 종이’에 주저흔'을 남긴다.   훌륭한 건달도 마찬가지다. 욕을 휘두를 땐 거침이 없어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받아랏 ! 성석제‘는 힙합으로 출사표’를 던진다. “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빠나나, 빠나나는 길어 ?  길면 내 거시기라 아니함둥 ?! yo ”  까르르르르르르. 프로이트 이후,  긴 것의 오브제는 모두 자신의 페니스'로 환유하는 토종 래퍼 !

 

“ 신사숙녀여러분 !  이 시대의 광대, 강자에게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강한, 이 시대의 진정한 하이에나. 그가 돌아왔습니다 !  그가 부를 곡‘은 욕 배틀 메들리' 입니다. ”  와와, ( 하지 맙시다 )  예예, ( 하지 맙시다 ) 우우 ! ( 하지 맙시다 ) 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  청중평가단의 야유 소리‘에 성석제’는 피식 웃는다. 그는 무대 인사 대신 즉흥적으로 프리랩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주무기’인 욕 난사‘로  랩’을 시작한다.

 

아아아, 지미랄 것, 너희 똥도 못 처먹는 개새끼들, 다 나와. 너 술도가 나와. 너 농약가게 하는 놈 나와. 너 고무신 장수 나와. 너 기름 팔아 처먹는 놈 나오고 떡쳐서 파는 놈, 말고기를 소고기라고 속여 파는 놈 나와. 쌀 배달하는 놈, 소리사 하는 놈 다 나와. 철공소, 목공소, 철물점, 대장간, 도장집, 문방구, 성냥공장, 엿도가, 고물상 나와라. 우체국, 경찰서, 읍사무소, 세무서, 소방서 다 나오란 말이다.

 

순정, p.22

 

 

우우, 와와 !  이 정도면 이소라'가 < 주먹이 운다 > 라는 힙합'으로 청중평가단을 깜짝 놀라게 한 것과도 사뭇 다르다. 청중평가단에게 지미랄 것이라니, 개새끼라니, 아 19금의 사생아들'은 거침없이 무대에서 호명된다. 띨빵의 아들 띨띠리'도 불려나오려나 ?

 

개새끼들아, 나왔으면 일렬로 서. 이놈의 새끼들. 내 마누라하고 재미 본 그 대가리들, 잘 놀게 내가 그냥 놔둘 줄 알았냐. 야, 너 흔들거리는 놈, 똑바로 서 ! ... 이놈의 새끼들, 똑바로 안 서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

 

순정, p. 22

 

 

모 ! 욕 !  해학인가 ?  아니면 해학을 가장한  배설인가 ?  입에 쩍쩍, 쩌억 달라붙는 이 운율'을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하지만 놀랍게도  청중평가단‘은 그가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를 외칠 때마다 차렷 다음에 열중 쉬어를, 열중 쉬어 다음에는 차렷을, 그리고는 성석제를 향해 “ 충성 ! ” 을 외치는 것이 아닌가 ?  아뿔싸 ! 그들은 즐기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엉덩이’는 성석제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힙합'이다.  그는 점점 그 수위‘를 높인다.

 

저 좆만한 새끼들, 좆을 짤라서 떡볶이를 해가지고 개한테 먹일 개새끼들, 좆에다 못을 박아서 벽에 걸 놈들, 좆으로 기름을 짜가지고 보일러 돌릴 놈의 새끼들...... “

 

-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중,  p.107

 

 

아, 입말의 장관이다. 성석제는 자신을 스스로 쌈마이’로 강등시킴으로써 무대‘라는 권위의 장벽을 부순다. 우리는 그가 위악적 인간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가 < 좆을 짤라 > 라고 말한다고 해서, 좆 만한 우리가 어디 소중한 좆을 자를 위인들인가 ?  하여튼, 좆을 자른다는 것은,  아이콩 므므므므 무서워 !

 

무대 공연은 끝났다.  무대 시작하기 전에 그는 운 좋게도 공연 순서에서 행운의 7번을 선택함으로써 유리한 고지‘에 올랐었다. 그가 7번을 선택했을 때,  자폐아인 박민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내 팔은 백 만불짜리 팔, 네 입은 아주공갈 염소 똥. 내 팔은 백 만불짜리 팔, 네 입은 아주 공갈 염소 똥. 십 원에 열두 개. 내 팔은 백 만불짜리 팔....... "  화가 난 성석제'는 물컵을 내던지며 말했다. " 닥 ! 치 ! 지 ! 아 ! 니 ! 함 ! 둥 !!!!! " 일순 무대는 조용해졌다. 이 소란에 이소라는 울면서 진행을 거부했다. ( 이 지점에서 라임'을 맞춘 고급 말장난'에 높은 점수를 주길 바란다. 이소란 = 이소라. ) 이제 평가는 당신 손에 달렸다. 문학을 권위’라고 읽는 사람은 그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문학을 질펀한 엉덩이'라고 읽는 사람은 그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나는 욕하는 랩퍼'에게 한 표’를 던진다. 내가 그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이유'는 띨띨한 것'들을 잊지 않고 무대 위로 호명하기 때문이다. 조경란처럼 < 고양이똥으로만든커피 > 에 크로아상'으로  우아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주인공도 없고, 윤대녕처럼 시간이 남아서 매일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도 없지만 나는 성석제 작가'가 호명한 주인공들을 통해서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숨어버린 가게들을 발견하게 되어서 그를 좋아한다. 이날의 대회'에서 성석제'는 예상을 깨고 2위'를 차지한다. 그는 평상시에 늘 이런 소리를 하고는 했다. " 남한에서는 말만 잘하믄 밥은 굶지 않는다. 알았음둥 ? "

 

그렇다, 옛날에는 이런 가게들이 있었다 :  농약가게, 떡 파는 가게, 기름가게, 쌀가게, 도장가게. 그뿐이 아니다. 띨빵의 아들 띨띠리, 비오는 날 춤추는 광년이, 동네바보 형들도 있었다. 도대체 쥐20 국격 높은 이 나라에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아니면 어디로 숨은 것일까 ?  그것도 아니라면 숨겨둔 것일까 ? 부끄러운 것이다. 이들을 숨겨 놓고 국격을 말하는 각하'가 나는 심히 부끄럽다.

 

 

 

 

 

 P.S 3편에서는 최강애란'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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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7-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속사포 랩이 쏟아졌어요. 귀가 따가울 지경인 걸요. 성석제와 곰발님이 만나면 누구 말빨, 누구 기세가 더 셀까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26   좋아요 0 | URL
전 사실 말이 느리고 목소리가 낮은 편이에요. 온과 오프의 차이'랄까요 ? 후훗..

Nina 2013-07-0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특히나 오늘 글은 음성지원이 되는거 같아요. 마치 오디오 틀어놓고 듣는것처럼 생생 살아있네요 ㅋ

고등학교때부터 좋아했던 작가라 개인적으로 이 포스팅이 참 반가워용~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26   좋아요 0 | URL
오홋.. 전 안 지 3년 정도 됩니다. 그 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하긴 한국 소설 읽기 시작한 것도 3년 전이 처음이군요..

만화애니비평 2013-07-0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루찌님 그 기세로 집필을!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25   좋아요 0 | URL
알겠습니다. 우선 집필을 하기 전에 1억을 입금하시오.

만화애니비평 2013-07-06 18:54   좋아요 0 | URL
조만간 모두들 소집하여 1억을 만들어야 할듯 대신 수익배분을..ㅋㅋ

iforte 2013-07-0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 하지 말고 ) 예예, ( 하지 말고) 우우, ( 하지 말라건만 그럼에도) 와와, 예예, 우우!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네요. 곰곰 생각하고, 가지가지로 생각하고, 별별 생각을 다해보아도 (어제 곰발님 글 읽다가 풉, 터진 부분이요) 역시. 절묘하네요. 다음회도 또 기대만발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나의 애독자 포르테 님 ! 당신을 성실 독자'로 임명합니다.

히히 2013-07-0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날에는 말입니다...
매일 새벽 장독에 콩국이랑 재첩국을 파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제가 아버지께 많이 사다드린 기억이 있어요.
친구 아버지는 당신 보다 세 배나 큰 가구를 지게에 짊어지고 배달하시는 분이셨는데
키를 훌쩍 넘긴 등뒤의 배달품과 그것에 짖눌려 뭉게지는 땀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망태에 고물을 줍는 아저씨가 나타나면 무서워서 벽 뒤로 숨었던 날들이 있었고
동네 마다 돌아다니며 우산 고치는 아저씨도 있었답니다.
무화과를 따먹었다고 멱살 잡아 집에 끌고 오는 고약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땐 뭐든지 귀하여 '꼴랑 그거 가지고~'라고 욕할 수 없었습니다.

참! 그리고
잠금장치 있는 텔레비젼은 아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24   좋아요 0 | URL
정말 옛날에는 우산 고치는 분들이 계셨어요. 정말 옛날에는 직업이 참 다양했어요.
그런데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요. 이젠 가게들이 커피숍아니면 치킨집이 다입니다...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보자면 멸종되는 가게들이 많습ㄴ디ㅏ.

텔리버전에 잠금 장치가 있나요 ? 금시초문ㅇㅂ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