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다 3화 : 김애란 편.

 

 

이소라가 기권을 하고 성석제가 2위를 했던 대회에서 탈락자는 조경란‘이었다. 그녀가 < 며루치 보꾸 마가린 바르고 > 을 몽마르트 풍으로 불렀지만 청중평가단의 목마른 갈증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압도적인 지지율 1% 로 쓴 잔‘을 마셨다. 500명의 청중평가단 가운데 그녀를 뽑은 사람이 달랑 5명이라니, 맙소사 ! 그녀는 비상 계단 35층 1,457번째 계단에 앉아서 울고 있다. 

 

" 그러니깐, 뭐야 ?   프랑스 대사관 수경 씨'도 왔고,  파리바게트 직원 오만정 씨도 왔고, 문학동네 편집장 문학동 씨'도 왔는데 고작 다섯 표야 ?  그렇다면 나를 찍은 사람은 그들 빼면 두 명 ?  몰라 몰라. "  사람들은  탈락한 조경란을 위로하며 아쉬워했지만 속으로는 모두 웃었다. 그, 렇다면 다음 도전자는 누구일까 ?  궁금하십니까 ? 그렇다면 괄약근을 꽉 조이세요. 별을 단 장군 앞에 서 있는 이등병의 입처럼, 그렇게 앙다문 괄약근처럼 !

 

콩, 콩콩콩콩. 무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콩, 콩콩콩콩콩 !  욕쟁이 성석제‘가 쬬코파이’를 입에 물며 말했다. “ 모이간 ?  뭐가 이래 씨끄러운기야 ? ” 콩, 콩콩콩콩 !  박민규‘가 귀를 쫑긋 세우며 한 마디 한다. “ 콩나물입니까 ?  콩나물이 쑥쑥 크는 소리.  ”  그때 한 여자’가 무대 위로 등장한다. 단발머리‘를 태극기처럼 펄럭이며 그녀가 위아래 정신없이 뛴다. 아이, 콩 !  스카이콩콩이로구나 !  그녀의 승용차.  그렇다. 조경란’에게 고개 돌린 99% 성난 평가단‘을 잠재울 여전사’로 제작진은 김애란‘을 선택한 것이다. 스마일 콩콩 ! 

 

“ 저, 에미나이 누구간 ? 오데 선배들 앞에서 방방 뜨는기야. 고런데 고거 어디서 산 기야? ”  " 편의점이요, " 김애란이 웃으며 말했다. “ 이 애미나이, 웃기는고만. 고래 사는 집은 오데야, 쵸푸른 쵸하늘이간 ? ”  박민규가 다시 한 마디 한다. “ 그림 같은 집, 김애란 집은 백 만불짜리 집. ”  “ 이리 오라, 귀여운 간나새끼. 나으 로큰롤 베이비야. ”  아무도, 모른다. 그녀가 이 무대‘를 장악하리라는 사실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이날 무대에서 박민규'는  < 따따블 > 을 불렀고,  성석제는 < 호랑이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호랑이가 갔습니다. > 를 불렀다.  그리고 드디어....

 

“ 신사숙녀여러분 !  < 나작가 > 의 새로운 신삥 !  알에서 막 깨어난 어린 달걀,  애란‘의 무대입니다.  그녀가 부를 곡명은 < 침이 고인걸. > ”      핀 조명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면 커다란 눈으로 찡긋 관중을 향해 윙크’를 한다.

 

그날 이후로 사라진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을 때는 말이에요. 껌 반쪽을 강요당한 그녀가 힘없이 대꾸했다. 응. 떠나고, 떠나가며 가슴이 뻐근하게 메었던, 참혹한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면 말이에요. 응. 후배가 한없이 투명한 표정으로 말했다. “ 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 ”

 

- 침이 고인다, 중

 

 

그녀가 선택한 곡은 의외로 잔잔한 곡이다. 맑고 청아하다. <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 고 노래할 때엔 실로폰의 청음처럼 단아한 맛이 났다. 대구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 없이 맑은 물로만 끊여낸 맑은 탕 맛이다. 그녀가 침이 고인다고 말할 때, 청중평가단은 꼬르륵 뱃소리로 화답했다. 성석제는 신경질적으로 쪼꼬파이‘를 씹었고, 박민규는 “ 침 맞으면 아파, 마이 아파 ! " 라면 자신의 백만 불짜리 팔을 오징어처럼 비비꼬았다. " 당!차!구!만, 애!미!나!이 ! " 성석제‘는 속으로 생각했다. ' 의외의 복병이야.그래, 한번 해 보겠다는 거지 ? '  그녀는 첫 무대‘에서 영광의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날 회식은 김애란이 쏘았다. 맑은대구탕‘으로 !

 

 

 ■ 

 

-  회식 뒷 이야기

 

김애란은 맑은대구탕을 맑게 웃으며 먹는다.  " 음냐 ! " 골이 난 성석제'가 가시돋힌 질문을 한다. " 음냐는 의성어간, 의태어간?  대답하라우, 애미나이 ! 잘난 나작가 일등이면 모르는 것이 어디 있갔어?  아니그럼둥 어서 말을 털라우 ?  "  애란은 석제의 독이 묻은 질문에도 연방 방긋방긋'이다.  " 말은 마굿간에서 털여야지 선배님 ! 방긋 " " 뭐... 뭐뭐뭐라 ?! "  " 말,  씀드릴까요 ?  제가 의성어'라고 하면 의태어라고 하실 거고, 의태어'라고 하면 의성어'라고 하실 거예요. 선배님은... "  성석제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때 박민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한다. 더워, 마이 더워 !  " 닥치라우. 민규 아새끼 ! 더운 것 국물이 아니라 니 머리에서 불 나서 그런기야. 알간 ! " 

 

김애란이  박민규에게 화를 내는 성석제의 얼굴에 불쑥 주먹을 내민다. " 선배님 !  지금 제 손엔 삶은 메추리알이 있는데요. 깨진 알일까요, 깨지지 않은 알일까요 ?  선배님도 이 질문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죠 ?  선배님이 깨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면 저는 힘을 주어서 깬 후 손을 펼칠 것이고, 깨졌다고 말씀하시면 그냥 손을 활짝 펼치면 되죠. 어때요, 선배님 !  제가 틀린 말 했나요 ?  "  더워, 마이 더워. 마이 마이 마이 마이 더워 !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담당 피디'가 지화자를 외치며 건배를 제안했다. 김애란은 방긋 웃으며 성석제'의 잔을 향해 건배를 외쳤다. 그녀가 500 씨씨 생맥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술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꼴깍, 꼴깍, 꼴깍이 아닌 음냐, 음냐, 음냐.

 

성석제'는 다 식은 맑은대구탕'을 먹는다. 아니 흐린대구탕을 먹는다. 복수를 다짐하면서 ! 남조선의 쬬꼬파이와 새우 없는 새우깡을 경멸하면서. 잠깐, 그러고보니 조경란이 안 보이네 ?!  아, 차차차차차.  " 이봐, 막내 !  엠비씨 비상 계단 14567번째'에 조경란 씨가 전선 위의 참새처럼 울고 있을 거야. 가서 데리고 와 ! 근데 조경란, 노래 참 못해 !  그렇지 ?  "  이구동성,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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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07-06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두근두근 내인생' 읽고 차마 그녀의 다른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던데용.
성석제를 벨 정도의 강단이면 대단한 작가군요.
애란, 침이 고이는 girl!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9:36   좋아요 0 | URL
그렇잖아도 두근두근을 부르던 애란은 그날 대회에서 탈락 위기에 봉착해쬬..
다행히 6위로 7위롸 1표 차이가 살아님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