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부잡담 1.
- 패트리어트 게임 : FR(L)IGHT 241
실수는 곧 사망이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 ( FLIGHT ) 라는 게 작은 실수 하나에도 엄청난 재앙 ( FRIGHT ) 가 될 수 있기에 철저한 직원 교육이 필요하다. 중국인 2명이 사망하고 한국인은 전원 무사하다는 소식에 " 다행 " 이라고 말하는 언론'을 볼 때마다 당혹스럽다. 일본 대지진 때 한국인 피해 소식을 전하며 " 불행 중 다행 " 이라고 말했던 언론 보도를 볼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인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다행과 불행'이 나뉘어지는 것이니, 어미 뱃속에서 국적 따져가며 잘 태어나시라. 위의 사례와 같이 뉴스에서 단어를 선택할 때는 개인의 감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단어'는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회색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각하 정권 때 우파들이 선보인 철저한 무언'도 꼴불견이었지만 신경민 앵커'가 클로징 멘트에서 보여준 색깔 있는 발언 또한 꼴불견'이었다. 멘트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멘트'를 날린 의도가 불경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말한 클로징 멘트'를 두고 < 소신 > 이라고 말했으나 내가 보기에는 < 꿍꿍이 > 처럼 보였다. 앞날을 내다본 포석이었으며 암중모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느닷없이, 평소 그답지 않게 느닷없이, 퇴직 말년에 평소 그답지 않게 느닷없이 쏟아낸 신랄한 클로징 멘트'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의 클로징 멘트를 보면서 그가 곧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화를 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아니나 달라.... 그는 정치인'이 되었다. 클로징 멘트는 든든한 노후 보장을 위한 적금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두고 소신'이라고 한다면 너무 소심한 견해는 아닐까 ?
아시아나 항공 241편'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는 한편의 패트리어트 게임'을 보는 것 같다. 한국 언론은 조종사 운전 미숙'에 의한 사고'로 보는 미국 언론'의 논조가 지나치게 < 자기 논에 물 대는 식' > 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모양새'다. 기체 이상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사고 원인을 운전 미숙으로 몰고간다며 미국 언론 보도는 편파적이라고 비판한다. 맞는 소리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논조 또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가려는 아전인수 격은 아닐까 ?
때린 놈이 있고 맞은 놈이 있을 때, 때린 놈이 < 구구절절 >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 그것은 < 구질구질 > 한 변명이 된다. 사고 당사국으로써 한국은 입 닥치고 침묵할 필요가 있다. 최민수처럼 억울하더라고 일단은 침묵해야 한다. 억울함에 대한 보상은 블랙박스에 기록된 데이터'가 해결해 줄 것이 아닌가 ! 블랙박스에 기록된 내용이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였다는 것이 발견되면 그때 가서 목소리를 높여도 된다. 당당하게 외쳐라. " 야, 이 개새끼들앙 ! 남조선 작다고 무시하지 마랑 !!!! " 이렇게 말이다.
꼴사나운 짓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은 영웅'이다. 그러니깐 발생 계통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영웅은 재앙의 첫째 아들'이거나 둘째일 것이다. 재앙이 없었다면 영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재앙, 후 - 영웅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행의 외동 딸은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이니깐 말이다. 다행 중 불행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여기에 영웅과 다행'이가 사랑을 하는 내용이 재난 영화의 클리쉐'다. 모든 재난 영화는 영웅이'와 다행이'가 만나는 러브스토리'이다. 술자리 수다에서 주인공 이름을 모르거든 당당하게 다행이와 영웅이'라고 지적해도 된다.
배트맨 서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앙은 할아버지이고 배트맨은 아버지이며 조커는 아들이다. 고담 도시에 악당이 창궐하기 때문에 배트맨이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배트맨이 고담에 있기에 조커'가 그를 찾아 간 것이다. 배트맨이 없었다면 조커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승객 50명을 구한 여승무원에 대한 영웅 기사'가 불편한 지점이다. 오해는 마시라. 여승무원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그녀의 희생 정신'을 비판할 생각은 발톱의 때만큼도 없다 !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웅 서사를 부각해서 어처구니없는 재앙을 희석시키려는 논조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카피따위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순수한 사명감에 먹칠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 배트맨 원작 만화'를 보면 실제로 조커'는 배트맨과 현피 뜨기 위해 감옥에서 탈출을 한다. 그리고는 그를 만나기 위해 고담으로 간다.
대한민국만큼 영웅이 많은 나라도 없다. 한국에서는 스포츠 우승자와 애국심과 영웅은 삼위일체다. 듣도 보도 못한 삼위일체론'이다.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 샷을 날린 박세리'는 IMF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어 준 영웅이 되고, 박찬호는 국가 위상을 드높인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포스트 IMF시대에는 김연아가 " 빙상 " 위에서 난세를 구한 영웅이 되고, 석 선장은 " 병상 " 에서 아덴만 영웅이 된다. 이런 과대 망상'은 좋지 않다. 한국의 파시즘적 애국자 열풍은 항상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묻고 싶다. 김연아'가 영웅인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박세리는, 박찬호는 ? 그들은 그저 자기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성공에 대한 열정'일 뿐이지, 난세를 구할 목적으로 샷을 날라고, 공을 날리고, (스케이트)날을 날린 것이 아니다. 개인적 욕망을 국가적 욕망과 동일시하면 그것은 과대망상'이 되는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지만,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고담 사회'가 배트맨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국가 치안 시스템으로는 재앙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초인적인 배트맨을 호명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절대 영웅 서사에 기대어 희망을 품지 않는다. 댐이 무너지는 것을 막은 사람은 슈퍼맨의 손가락이 아니라 어느 평범한 꼬마의 손가락'이 아니었던가 ? 슈퍼맨은 그따위 쪼잔한 구멍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스펙타클한 재앙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슈퍼맨은 슈퍼마켓에서 인질범들과 싸울지언정 구멍가게'에서 주인과 술주정뱅이 딸기코 아저씨가 다투는 싸움'을 말리지는 않는다.
이러한 패트리어트 게임은 기성용 사태에서도 드러난다. 어느 날 눈 뜨니 스타'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눈 뜨니 악당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다 좋은 쪽으로 < 누네띠네 > 가 되면 좋으련만 기성용은 아쉽게도 나쁜 쪽으로 < 누네띠네 > 가 된 모양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 누네띠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음..... 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았지만 이 욕, 맛있는데요. 착한 욕으로 선정하겠습니다. " 기성용'이 욕을 먹는 이유는 큰 어른'에게 대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론이 우럭도 아니면서 버럭 한 것이다. 허각이 허공을 보며 허걱 하는 꼴이니, 싸기지 없는 놈에서부터 이기주의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놈이란 비약도 흘러나온다.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아버지에게 대든 놈은 용서를 못하겠다는 태도다. 아, 이런 꼰대적 태도'는 참 보기 흉하다. 앞에 없으면 나랏님도 욕하는 판국에, 친구끼리 한 거친 말투에 그리 흥분할 필요가 있을까 ? 혈기왕성한 나이에 쌍욕 한 번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감히 하늘 같은 아버지'를 욕해서 불온한가 ? 상징적 아버지인 갑'에게 대들면 안 된다는 논리'는 우스운 말이다.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욕도 할 수 있다. 몇몇 친한 지인들만 공유하는 비밀 SNS'에서 한 말을 가지고, 그것 가지고 광분하는 꼰대의 열불'이 더 볼썽사나운 것은 아닐까 ?
그들이 기성용의 지랄'에 대해 그토록 흥분하는 이유는 기성용이 국가대표 신분이면서 사적 욕망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그렇다. 국가대표가 되는 순간 그들은 국가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사적 욕망'은 불온한 것'이 된다. 이처럼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은밀한 욕망은 억압되어도 좋다는 논리이다. 한국인은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개인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한국 남성들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여성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남성의 여성 편력은 이력이 되지만, 여성의 화려한 남성 편력은 때 지난 달력 취급을 한다. 이처럼 국가주의적 논리로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면 안 된다. 개인의 욕망은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냥 20대 청년의 속 터지는, 예의 없는 지랄'로 가겹게 이해하라. 뭐, 그리 호들갑인가 ! 하여튼, 방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