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작가다 4 : 공지영 편.
6위로 가까스로 살아남은 성석제'는 절치부심하여 밤에는 찔레나무 가지를 모아 그 위에 눕고, 낮에는 곰 쓸개'를 먹었다. 한때 련변의 수퍼스타였고 함경도의 불꽃이었던 그가 서바이벌 경연'이라는 천민자본의 꽃봉오리 프로'에 출연하여 이 수모를 겪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찔레나무 가지 위에 누워도 아프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깊이할수록 자본주의 남조선이 미웠다. 뒤풀이'에서 말술'을 마신 결국 사단이 났다.
- 스위스‘가 팔뚝시계 팔아서리 인민의 배를 불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오 ? 간난 아새끼가 웃을 일이디... 기래서 선택한 것이 모이간? ” 박민규’가 콧잔등을 긁으며 말했다. " 금고. 철제금고 ! " “ 오라, 기렇디. 나의 로큰론 아새끼 ! 이리 오라. 기래, 금고야 ! 자본주의 만국의 양아치 장삿꾼‘들은 인민의 피’를 빨아 빨처먹어서리, 그 피 같은 돈을 스위스로 송금하디. 스위스'는 그 돈으로 이자놀이 해서리 인민의 배를 불린기야. ” 성석제는 말을 끊은 후 주위를 천천히 훑었다. 자신감이 있다는 태도다.
“ 국가가 나서서 돈세탁 해주는 기지. 국가 자체가 불법이란 말이야. 남조선이라고 다를 게 뭐이간. 쬬꼬파이 팔아서리 인민의 배를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야? 새우도 읍수면서리 새우깡이라고 우기는 나라가 남조선이지비. 쪼코파이가 파이간 ? 그기 찰떡이지 어찌 파이간 ! 지금부터가 중요한 기야. 잘 들으라우, 그러니끼니 - ” 이때 김애란이 3차선 도로’에 깜빡이 등‘도 켜지 않은 채 급하게 끼어들었다.
- 그러니깐 선배님은 남한 정부’도 대기업의 온갖 불법‘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지금의 경제 성장에 도달했다는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 거죠 ? ( 성석제 말투를 흉내내며 ) 인민에게는 피도 눈물도 읍수면서리 대기업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불법에는 관대한 국가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것 아니니 ? 북조선은 당연히 양아치 국가이디만, 남조선도 그리 다르지 않지비 ? 호호. 웃어도 되죠 ? 호호. ”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끼어든 스카이콩콩에 화가 난 성석제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 이보라우. 에미나이 ! 뭐이 어드래 ? 자네 도마뱀이간, 선배가 말을 하는데 건방지게스리.... 자네 깍뚝이야 ? 말을 왜 뚝뚝 끊는기야. 신호위반 하지 말고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우, 알간 !!! ” 성석제는 냅다 김애란의 스카이콩콩을 집어 대기실 밖으로 던져버렸다. 스카이콩콩이 “ 스카이콩콩.” 하며 울었다. 애란은 그녀 특유의 커다란 눈으로 성석제를 쏘아보았다. 그리고는 방긋 !
' 두고 보라우, 에미나이 ! 나, 연변의 불꽃. 함경도의 희망 ! 성석제, 죽디 않아. 암 그렇고말고 ! 뭉가주갔어. 싸 놓은 똥을 뭉가는 개 발바닥 신세를 만들어 주갔단 말이야...... ' 성석제는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4차 경연에서도 우승은 여전히 김애란이었다. 김애란은 < 물소, 골났어? > 로 1위를 차지했다. 박민규는 < 오리배 어디 있어 ? 오리무중입니다 ! > 으로 4위‘를, 성석제는 가까스로 < 도망자 삼치도 > 로 꼴찌를 모면했다. 수치스러운 결과였다.
이번 대회의 탈락자’는 윤대녕이었다. 그는 < 오늘도 여행을 떠나요 > 를 불러서 탈락하게 되었다. 너무 뻔한 내요이었다. 불쑥 여행을 떠나고, 묘령의 아가씨를 만나고, 하룻밤 정사를 통해 진리를 깨닫고, 다시 서울로 오는 오딧세이. 항간에는 윤대녕은 여행사 ceo라는 풍문이 돌았으나 거짓으로 판명났다. 그는 엠비씨 스튜디오‘를 벗어나자마자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 후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 여러분, 윤대녕 씨‘가 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룰에 따라 그 결원은 새로운 도전자’가 채우게 됩니다. 이번 도전자‘를 소개합니다. 올해 < 이상한 문학상 >의 수상으로 명예를 회복한, 천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승부사.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눈물의 여왕, 공 ! 지 ! 영 ! ”
일순, 사위가 조용해졌다. 공지영 ? 우행시의 그 공지영 ?! 반갑습니다. 공지영입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김애란은 공지영을 뜨겁게 포옹함으로써 그녀에게 지지 의사를 보냈다. 적어도 다음 대회 탈락자는 정해졌으니깐. 성석제도 뮤즈라는 찬사로 그녀에게 지지‘를 표명했다. 다음 대회 탈락자는 정해졌으므로. 박민규 또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남은 3인 또한 키스데들리, 앞 이빨이 쏙 빠지도록 그녀의 이번 도전을 환영했다. 적어도 다음 경연의 탈락자’는 정해져 있으므로 ! 사람들은 모두 공지영이 탈락될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걸었다. 문제는 과연 득표수'였다.
내기에 건 판돈은 박민규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 선배님, 박민규 선배 일부러 바보 흉내 내는 것 같지 않나요 ? 우리가 있을 때'는 바보 흉내를 내는데, 안 보는 데서는 멀쩡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확보했어요. " 김애란은 자신의 스카이콩콩을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는 성석제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 그렇디 ? ( 헉, 헉, 헉. ) 조 간나. ( 헉헉헉. ) 새끼. 아무래도...... 뺑끼 쓰는 거 같아. 영악한 놈이야. "
물론 공지영은 탈락했다. 그녀가 부른 곡은 < 우리들의 행복한 고등어 > 였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냉장고를 열어어어어~ 보니, 고등어어어어어 한 마리. 넌 명태도 아니면서 동태처럼 얼어서 죽었구나. 늘 푸르르르르른 고등어야아아아아아 , 늘 푸른 고등어야. 다음 생엔 저 푸른 바다'에서 태어나렴 ! ...... 공지영'은 너무 감정에 북받쳐서 감동적으로 울었다. 그녀의 노래는 울먹이는 울음 때문에 물 먹은 종이처럼 눅눅해졌다. 문제는 청중평가단이었다. 아무, 도 울지 않았다. 슬픈 발라드는 청중이 슬퍼서 울어야지 좋은 노래이지, 가수가 슬퍼서 " 울 먹이면 물 먹는다. " 이거... 뭥미 ?!
경쟁자들은 모두 그녀가 조경란보다는 높은 득표율'을 얻어 떨어질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걸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문제는 득표수였다. 박민규 만은 득표율 제로'에 걸었다. 성석제가 답답한 듯 한마디해다. " 이보라우. 맨규 동무 ! 기건 불가능한 기야. 천만 베스뜨 독자'가 있지 않간 ! 그녀의 열혈 광팬이라몬 묻지 마 튜표도 가능한 기야 ! 최소한 5% 이상의 지지율은 얻지 않갔어 ? "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의 득표수는 제로‘였다. 아무, 도 그녀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그녀에 대한 배려로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훗날, 자신의 자서전’에 그날의 일을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록한다.
“ 그때, 목 상태‘가 최악이었어요 ! 의사선생님은 이 상태로 노래를 했다가는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깰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아쉽게도 1표 차 탈락이었죠. 그날 컨디션만 좋았다면 우승도 바라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든든한 동반자가 있으니까요. 바로......여러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