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발언 전문과 애국가.     

 

 

 

양승조 발언 전문

 

박근혜정권 규탄의 목소리가 종교인을 뛰어넘어 학생, 노동자, 언론인, 일반시민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일 천주교 내 최고의결기구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국가권력 불법적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은폐축소 시도는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훼손하는 일이라며 박근혜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했다.또한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인권센터는 어제 한국교회 인권선언을 통해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국가정보원, 국가보훈처, 군까지 선거에 개입해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것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민주권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특검 도입을 통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7일에는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관권 부정선거 공약파기 민생파탄 공안탄압 박근혜정권 규탄 비상시국대회에서는 각계 단체들이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박근혜 퇴진하라는 구호까지 등장하는 등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그동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수없이 경고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중앙정보부라는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자신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텐데 국정원이라는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정희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총체적 난국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박근혜 대통령뿐이며, 오만과 독선, 불통을 던져버리고 국민의 곁으로 다가오기 바란다. 조경태 최고위원이 말씀하셨지만 밀양송전탑, 유한숙 어르신에 대해서 한 말씀드리겠다. 유한숙 어르신이 농약으로 음독자살을 기도하여 12월 6일 새벽에 운명하셨다. 유족과 대책위가 시민분향소를 밀양시내에 차렸으나 경찰이 천막을 다 찢어버리고 부숴버려서 어제 주민들이 그 추운 날에 노숙을 했다고 한다. 법도 인륜도 없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고 한다. 경찰이 통행에 방해되지 않고 소음도 없는 체육공원 입구에 설치된 분향소를 철거하고 주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였고 이 과정에서 주민 네 분이 병원에 실려 갔다. 인권문제 이전에 인륜의 문제다. 경찰은 폭력적 진압을 중단하고 한전도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 촉구결의문'을 두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이정현 홍보 수석은 눈물까지 흘렸단다. 그런데 이정현 홍보수석이 분노에 차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위험한 발언일까 ? 내게는 이정현 수석이 20분 동안 진행했던 논평이 더 폭력적인 것처럼 보인다. < 언어 살인 > , < 국기 문란 > , < 위해 선동 조장 > , < 무서운 테러 > , < 민주주의의 무서운 도전 > , < 국가 국민 모독 > 이라고 쏟아낼 만큼의 악질적인 촉구문인가 ? 이 정도면 독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 아무리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해도 지나치다. 쇼가 지나치면 막장이 되는 것. 착각은 < 자유 > 요, 해석은 < 나름> 이라면, 나는 < 애국가 > 가사 가지고도 무시무시한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다. 

 

 

 

1.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원을 마구 남발해서 고갈시키자는 주장은 종북 좌파들의 간사한 계략이다. < 언어 살인 > 이다. 규탄한다. 

 

2.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 이 나라 통치자는 하느님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다. 다른 주군을 섬기자는 주장은 이적 행위에 해당된다. < 국가와 국민에 대한 모독 > 이다. 제명을 요구한다. 

 

3.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 건강한 자연 생태계는 다양성에서 나오는데 무궁화가 전 국토를 점령하니 심각한 자연생태계 훼손에 해당된다. 위대한 조국의 대지에 대한 < 무서운 테러 > 에 해당되며 < 위해 선동 조장 > 이다.

 

4.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산업도로가 아닌 흙길을 복원하자는 것은 산업 민주화 세력에 대한 < 언어 살인 > 이며 < 국기 문란 > 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 무서운 도전이다. 제명을 요구한다.

 

 

 

물론 나는 저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저런 해석을 내놓으면 그 사람 멱살을 잡고 흔들 것이다. 왜 ? 나는 한국인이니깐 말이다. 저 해석이 엉터리라는 사실은 지나가는 개도 안다. 마찬가지다. 양승조 촉구결의문을 위해 선동 조장'이라며 징징거리는 이정현 홍보 수석의 억지도 엉터리이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 전원이 양승조, 장하나 의원 제명안을 제출했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밑반찬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다른 반찬을 먹으면 되는데, 밑반찬으로 나온 시금치 무침'이 맛이 없다고 김치찌개 백반 값을 환불해 달라고 어깃장을 부리는 진상과 다를 것이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실감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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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2013-12-1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박근혜 댓통령은 사퇴하라!!!!!!!
부인하고 숨기고 왜곡하고 축소하고 >_< 凸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1 04:20   좋아요 0 | URL
피비, 세상이 너무 허매 ~

새벽 2013-12-11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국가 비틀기 압권입니다.

진짜 총체적 난국이에요. 에효~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1 23:02   좋아요 0 | URL
정말 총체적 난국이어서 도대체 뭘로 정의를 해야 할지를 아예 모르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12-11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가 미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1 23:03   좋아요 0 | URL
사장이 항상 미치더니 이번에는 나라가 미쳤군요.맙소사 !!

엄동 2013-12-1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1 23:03   좋아요 0 | URL
나라가 미쳤으면 뭐 국민도 미친 거 아니겠습니까..ㅎㅎ

마태우스 2013-12-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리와 재치, 유려한 문장까지, 정말 모든 게 완벽한 글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1 23:04   좋아요 0 | URL
아, 마태우스 님... 이건 마치 장동건이 와서 글 잘 보고 있어요, 라는 댓글 남긴 것 같습니다...ㅋㅋㅋ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종횡무진이십니다.

수다맨 2013-12-1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당이 박 여사 비판 좀 했다고 홍보수석이란 인간이 눈물을 보이네요 ㅎㅎㅎ 이정현 씨는 아무래도 박씨 가문 노비인가 봅니다. 나중에 박정희 무덤 능참봉이라도 시켜줘야 할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1 23:04   좋아요 0 | URL
능참봉 딱이네요..ㅋㅋㅋㅋㅋㅋ 닝기미, 종구품 벼슬이네요.... 찾아보니 말입니다.....
묘지기가 딱이죠.
 

 

 

 

 

말장난이 아니다. 빈말도 아니다. 말 장난을 원하거든 경마장으로 가고,  말 털려거든 마굿간으로 가라. 그리고 소꿉장난은 외양간으로 가라. 내 글이 속사포 랩'처럼 리듬을 탄 말뿐이어서 내용은 없는 말재주'라는 당신의 지적은 옳다. 말은 제주도'에 많으니 말뿐인 재주'라는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 내가 지향하는 것은 말장난이 아니라 말놀이'이다. 말로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조지 말로리 ( 1886년 6월 18일 - 1924년 6월, 산악인.  ) 는 이렇게 말했다. " 거기 산이 있기 때문 ! " 나도 마찬가지'다. 왜 문장 속에 라임과 리듬을 넣습니까 ?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 거기 산문이 있기 때문 ! "  산문에 리듬이 없는 문장은 죽은 글이다. 이 세상 모든 문학은 말놀이'이다. 작가는 창작 과정을 고통'이라고 말하고는 했으나 사실은 엄살'이다. 그들이 말하는 창작은 고통을 잠식할 만큼의 희열'을 제공한다. 고통이 클수록 희열'도 크다. 오늘 내가 소개할 책은 하위징가의 호모 루덴스 다. 놀이는 가장 순수한 기쁨이다. 요한 하위징가'는 그 사실을 간파한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9276 히틀러와 시인 中

 

 


 

 

 

 

 

 

 

 

 

 

조직을 지배하는 자는

주먹이 빠른 놈이 아니라 말이 짧은 놈'이다.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 대학원생이  ○○○ 교수의 표절을 거론해서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워낙 바닥이 좁다 보니 문제가 확산되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한 마디로 쓰나미 급이었다. 아이구, 시부랄...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학생'은 아버지를 욕보인 죄로 학교에서 강제로 쫒겨난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반응이 재현된 것이다. 황우석 사태 때 황우석이 피해자 코스프레로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기상천외한 드라마를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 교수는 이 사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 아, 나의 실수... " 라고만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키운 것은 ○○○교수가 아니라 그의 서울대 제자들이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망아지처럼 날뛰어서 벌집을 쑤신 것은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못 들었으나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아주 꼴사나웠다고 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 그래도.... ○○○ 교수는 선비여서 얌전하게 대처했는데, 그만 철없는 제자들이 일을 그르쳤어요. 긁어 부스럼이죠. " 그 말은 곧 ○○○교수가 실수로 방귀는 뀌었으나 적어도 파렴치하게 성은 안 냈다는 뜻이다. 방귀는 교수가 뀌고, 성은 교수의 제자들이 지랄을 했다는 것. 그런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교수는 방귀 뀌고 성질도 부렸을 것이다. 제자들이 스승을 지킨다고 볼썽사납게 짖었을 때, 그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만 했다. 이 침묵은 방관이다. 그가 성난 제자들을 모아 자중하라고 부탁했다면 그 사태가 그렇게 크게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때 슬기롭게 대처해서 표절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면 지금과 같은 치욕은 면했을 것이다. 이 사태를 키운 것은 제자들의 몫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수방관한 ○○○교수에게 있다.

 

오야붕이 있으면 꼬붕이 있듯이, 권력자도 각자 레벨이 있다. 힘센 대빵 위에 더 힘센 대빵 있고, 더 힘센 대빵을 벌벌 떨게 만드는 더더더더더 힘센 대빵이 있다. 이들을 분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 더더더더 힘센 보스 > 는 화를 내거나 부하들에게 행동 지시를 내릴 때 몸 동작이 크지 않다. 그냥 눈꼬리를 살짝 올리거나 손가락만 까닥거린다. 그러면 부하들은 알아서 행동한다. 나비 효과란 이런 무대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 더더더더 힘센 보스 > 는 그저 눈썹 하나 올리거나 손가락 하나만 까닥한 것이 전부인데 이 사소한 몸짓은 결국 나비효과가 되어 피바다를 부른다. 반면 < 더더더더 힘센 보스 > 보다 아래 레벨인 < 더더 힘센 보스 > 는 화를 내거나 행동 지시를 내릴 때 말로 지적을 한다. " 아야, 거 누구냐. 긍께... 개동이 말이여. 많이 컸대. 귀여워 죽것다. 근디 말이여. 개동이가 귀여워 죽것는디, 나가 말이여. 나가 말이여.....  개동이 귀여우면 귀여울수록 나는 죽것다. 으째스까나잉.... "

 

이 말을 들은 부하들은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지 위해 행동에 옮긴다. 귀여운 개동 아범은 그날로 작살이 난다. 그렇다면 < 더 힘센 보스 > 보다 힘 없는 < 그냥 보스 > 는 아래 부하들에게 어떤 행동 양식을 보일까 ? 뻔하지 않은가 ! 조무래기들을 향해 육두문자와 함께 손과 발이 올라간다. < 그냥 보스 > 에게 얻어터진 놈은 다시 아랫놈에게 분풀이를 하고, 그 아랫놈은 더 아랫놈에게 분풀이를 하고.......  이러한 사태는 피라미드 구조에서 점점 아래로 내려갈수록 폭력의 강도가 세진다. 군대에서 얼차레를 받아본 남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다시 ○○○ 교수 표절 사건으로 돌아오자.  내가 보기엔 더러운 물에 숭어가 놀 수야 있느냐, 며 뒷짐질한 ○○○교수는 교양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눈꼬리나 손가락만 까닥거린 것이다. 그리고 그 몸짓 기호에 비루 먹은 개처럼 날뛴 제자는 < 더더더더 힘센 보스 > 를 존경하는 < 그냥 보스 > 이고 말이다. 나 같은 밑바닥 인생이야 성질 나면 몽둥이 손에 들고 난리를 피지, 상류층이나 먹물들은 소리 없이 갈군다. 이것이 바로 권력자의 행동 패턴이다. 피라미드 최상위에 위치한 자일수록 리액션이 적다. 고수일수록 그렇다.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는 슬픈 연기를 할 때 호들갑을 떨지만 명배우들은 최소한의 몸짓으로 슬픔을 연기한다. 긴 말 하지 않겠다. 박근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서 분명히 선을 그었다. 별다른 말이나 몸짓도 없었다. 나는 이 침묵에 가까운 방관이 불편하다. 권력자들의 행동 패턴을 알면 답은 보이니깐 하는 소리'다.

 

영화 < 대부 > 는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대부 말론 브란도'는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다. 그게 전부다. 그가 하는 일은 쇼파에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말론 브란도가 성질을 부리거나 사람을 때려눕힌 장면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피바다 현장의 배후에는 모두 대부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이처럼 힘이 센 사람일수록 느린 몸을 가지고 있다. 빠른 주먹은 필요 없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이 세계는 말보다 주먹이 빠른 놈이 실력 있는 놈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현동 굴다리 아래 모여서 본드나 불며 지나가는 중학생 용돈이나 뜯는 양아치 세계에서나 가능하다.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조직'을 이끄는 놈은 주먹보다는 말이다. 그리고 말보다는 몸짓이다. 느린 놈일수록 가장 강한 놈이다. 나는 한때 " 불광동 도깨비풀 " 이라고 불리우거나 " 원 펀치 쓰리 강냉이 " 로 불리는 사내였다. 내 주먹은 12월의 칼바람보다는 빠르지 않지만 적어도 소소리바람만큼 빠르기는 했다.

 

주먹만 믿고 까분 적도 있다. 빠른 주먹이 조직을 지배하리라. 하지만 내 판단을 어긋났다. 주먹이 빨라서 좋을 거 하나 없었다. 기껏 하는 짓은 행동대원이거나 영화 < 창수 > 에 나오는 임청정처럼 감옥에 대신 가는 꼬붕 역할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가끔 불광동에서 가장 빠른 주먹을 가졌던 나를 알음알음 알아서 찾아오는 건달 새끼'들이 있다. 그들이 찾아오면 나는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 건달 새끼들은 우정은 팔아도 쪽 파는 것은 못 참지. 이 새끼들아 !  내 말 명심해라. 개쪽은 순간이고 영광은 굴비다. 알긋냐 ? 조직을 관리하는 놈은 주먹이 빠른 놈이 아니라 말이 많은 놈보다 말이 적은 놈이다. 그리고 말이 적은 놈보다 말이 짧은 놈이다. 그리고 진짜 대가리는 말이 없는 놈이다. 벙어리 삼룡이 조직을 지배하는 법이다. 알긋냐 ?  그러니............... 짜져, 이 새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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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12-1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군대에 복무할 때 있었던 일 하나가 생각납니다. 늦가을이었는데, 사단장이 대대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양반 별로 말도 없이 대대장 따라서 부대 언저리만 돌다가 갑자기 연병장 보면서 딱 한 마디 하더군요.
"부대에 낙엽이 좀 있구나."
사단장 가고 나서 대대장이 각 중대장들 불러서 잔소리를 늘어놓았죠. 부대 관리를 어떻게 했느니, 연병장에 낙엽이 많아서 미관상 안 좋다느니... 중대장은 자기 중대 와서 소대장들한테 쌍욕하고, 소대장들은 병사들한테 와서 얼차려 주고, 결국엔 대대 전 병력이 동원되어 연병장에 있던 낙엽이란 낙엽은 죄다 마대에 담아서 창고에 보관했죠. 사실 낙엽도 별로 없었어요 ㅎㅎㅎ

오야봉일수록 말이 짧고 행동이 느리다는 의견에 백번 공감합니다. 진짜 높은 놈은 오히려 말이건 행동이건 조용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0 14:30   좋아요 0 | URL
전 별 두 개 온다고 연병장에 있는 돌맹이 주우라고 하더라고요.
연병장에 있는 게 다 돌맹이지......
그 이유가 웃깁니다. 돌맹이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농담 아니라 대여섯 시간 주운 거 가틈.....

rtour 2013-12-10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승조 페이퍼가 비공개든데, 페루 님이 비공개로 돌렸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0 21:23   좋아요 0 | URL
수정하려고 비공개로 두었는데 고치기 귀찮군요... ㅎㅎ. 즐인 님 땜에 그냥 다시 공개로 두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12-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식 이명원 사건을 염두에 둔 글인 것 같기도 하구요...어르신 잘 모시는 꼬붕들 덕에 품위유지할 수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2 03:45   좋아요 0 | URL
잘 아시는군요. 워낙 소란스러웠던 일이니....
개인적으로 김윤식 평론가 제가 참 좋아했엇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는 그의 책 안 읽게 되더군요...
 
롤리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은 칼날을 숨긴 종이'다.

 

 

 

" 나의 다른 책들에서처럼 어떠한 사회적 논평도 제시하지 않고, 어떠한 교훈도 입에 담지 않는다. 이 책은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지도 않고, 인류에게 올바른 출구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

 

- 절망,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영문판 작가 서문 中

 

 

 

나는 첫인상에 대한 감응력을 뜻하는 " 첫눈의 힘 " 을 믿는 편이다. " 첫눈에 ~...... " 는 설명되거나 덧대는 과정 없이 어떤 대상을 편견없이 바라볼 때 생기는 직관'이다. 그러니깐 온갖 말이나 빳빳한 명함으로 덧씌운 이미지'가 아닌 날것에 대한 시각의 본능적 감각이 바로 첫눈이다. 시인 나태주가 < 풀꽃 > 이라는 시에서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 고 말했지만 모든 것을 관조적 자세로만 볼 수는 없다. 첫눈에 반하는 대상은 밝게 비추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아름다운 존재는 빠르게 지나간다. 롤랑 바르트의 사유를 빌리자면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존재는 스투디움에 속하고, 첫눈에 반하는 대상은 푼크툼에 속한다. 관조가 어떤 대상을 밝게 비추어 자세히 관찰하는 자세라면, 직관은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이다. 뚫는(푼크툼) 힘'이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쓴 장편소설 < 롤리타 > 1부 첫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소설을 통틀어서 가장 황홀한 도입부'였다. 소설 < 롤리타 > 는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작한다.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그녀는 로, 아침에는 한쪽 양말을 신고 서 있는 사 피트 십 인치의 평범한 로. 그녀는 바지를 입으면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으로는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안에서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 롤리타, 민음사 판

 

하지만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 롤리타 > 는 " 아름다운 문장 " 으로 시작한 소설이지만 내용은 중년 남자가 열두 살 소녀에게 성적 욕망을 느낀다는 " 아름답지 않은 막장 " 이니깐 말이다. 이 정도 막장이면 임성한 드라마 작가도 놀라서 다시 볼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보코프'는 험버트 험버트'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중년 남자의 고백을 통해 아름다운 문장을 쏟아낸다. 막장'을 문장'으로 덮는 거장'의 솜씨가 뛰어나다. 사실 그가 쓴 소설에서 윤리적 올바름'이나 도덕적 교훈'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나보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 도대체 나는 왜 쓰는가 ? 만족을 얻기 위해서이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그 어떤 도덕적 교훈도 추구하지 않는다. 나는 수수께끼를 내고 멋지게 풀이하는 것이 그저 좋을 따름이다. ( 절망, 문학동네. 작품해설에서 발췌 ) " 

 

나보코프는 문학이 민중을 이끌어야 한다는 도덕적 책무'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사르트르보다는 보르헤스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소설 < 롤리타 > 는 온갖 패로디와 말장난 그리고 낱말 십자 풀이'를 통해서 독자가 문장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도록 만들어놨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마치 백인 레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당대에 태어난 젊은이였다면 챙을 구부리지 않은 모자를 쓰고 힙합 배틀에서 멋진 슬램을 보여줄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 헤이, 요 ! 일말의 주저없이 말하리. 너는 병신과 머저리. 골 빈 대가리. 두 말 하지 않으리. 세 말 하면 잔소리. 그건 깐 데 또 까는 까투리. 내 품안에서 잠든 로리. 나의 사랑스러운 롤리폴리. 우리 사랑 영원하리.  yo ! " 다음의 문장은 어떤가 ?

 

스와인(돼지) 같은 녀석, 콰인. 퀼티를 살해한 길티(죄). 오, 내 사랑 롤리타,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은 그저 단어들밖에 없구나 !

- p. 47

 

원문은 이렇다. " Quine the Swine.  Guilty of killing Quilty. " 절묘하다. 잘빠진 랩 가사 같다. 라임이 뛰어나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나보코프'는 수백 편의 시를 남긴 시인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랩의 라임'이 시의 운율과 같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Swine(돼지)은 Quine ( 사람 이름 ) 과 붙고,  Guilty(죄) 는 Quilty ( 사람 이름 ) 와 붙는다. 이 정도 라임이면 입에 짝짝 붙는다. 나보코프가 험버트 험버트의 입을 빌려 고백했듯이 그가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은 단어들밖에 없다. 러시아 망명자인 그가 타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소설을 써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몰락한 귀족의 신세한탄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데올로기에 대한 유미주의자의 혐오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그는 모국어인 러시아어뿐만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로도 작품을 썼다.

 

다양한 언어로 작품을 자유자래로 쓴다는 것은 나보코프의 천재적 언어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무국적 성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아나키스트에 가까운 탐미적 개인주의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주류 언어가 아닌 소수 언어로 글을 썼다는 측면에서 나보코프와 카프카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카프카가 프라하에서 체코어 대신 독일어로 작품을 썼듯이, 나보코프는 독일에서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소설을 썼고, 정작 미국에서는 러시아어로 작품을 쓰기도 했다. 들뢰즈, 가타리는 < 소수 집단의 문학을 위하여 : 카프카론 > 에서 이러한 경향을 소수 집단의 문학'이라고 말하며 카프카가 지배자 문학'을 증오했다고 지적했는데, 나보코프의 탐미적이며 유희적 성향 또한 주류적 가치와 문학에 대한 경멸처럼 보인다.

 

자서전 < 말하라, 기억이여 > 쳅터 14장 " 망명 " 에서 나보코프가 망명 기간 중 가장 흥미를 느낀 작가는 " 블라디미르 시린 " 이라고 고백한다.  시린은 자신과 동시대 사람으로 망명 중에 생겨난 젊은 작가 중에서도 가장 외롭고 거만한 자라고 그를 소개한다. 도대체 시린'이란 자는 누구일까 ? 아마, 다음 문장을 읽고 나면 당신은 웃을 것이다. 시린'은 나보코프가 독일에서 러시아어로 작품을 쓸 때 사용했던 필명이었다. 그는 망명지는 독일에서 모국어인 러시아어'로도 소설을 썼는데 그중에서도 < 절망 > 은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 롤리타 > 못지않게 화려한 언어 유희가 손버릇 나쁜 풍각쟁이의 손처럼 모든 곳을 들쑤신다. 그러니깐 그의 고백은 조크'가 섞인 나르시즘'에 가깝다. 그는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시린의 찬미자들은 아마 너무 과할 정도로까지 그의 범상치 않은 문체와 명석한 정밀함, 기능적인 심상과 같은 것들을 중요시했다. 완강히 직설적인 러시아 리얼리즘의 기반에서 길러졌으며 허풍쟁이들을 데카당의 속임수라 블러 온 러시아의 독자들은, 거울처럼 분명하면서도 불가사의한 곳으로 이끌어 가는 그의 문장들에, 그리고 그의 책의 실제 삶이 그의 화법 속에 흘러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

- 말하라 기억이여, p.350

 

뭐, 이정도면 왕자병을 넘어 황태자병'이라 할 수도 있다. 그는 확실히 지나치게 도도한 인간이었지만 우리는 그 지적 우월에 대해 딱히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가 " 거울처럼 분명하면서도 불가사의한 문장 " 으로 쓴 작품들은 미미하지도, 시시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 탁월했으니 말이다. 주류적 가치와 주류 문학에 대한 경멸은 러시아 리얼리즘 소설의 신화적 존재인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시린이라는 이름으로 썼던 < 절망 > 을 영문판으로 번역하면서 도스토예프스키를 조롱한 모양이다. < 절망 > 을 번역한 최종술은 작품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문판에서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조롱은 숨은 작가의 말이 된다. 단적인 예가 영문판에 새로 도입된 동어반복적인언어유희인 dusty and dusky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이름에 경멸적인 울림을 부여하는 이 언어유희가 영문판을 관류하고 있어서 .....

- 절망, 작품 해설 中 p.269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dusty and dusky 라고 조롱한 이 기막한 언어 유희에 박장대소했지만 한편으로는 위대한 대문호를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 대문호를 조롱한 이가 나보코프였으니 말이다. 나는 그저 조울증 환자처럼 기막힌 재치와 기가 막힌 조롱 사이를 오갈 뿐이다. 소설 < 롤리타 > 는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도도한 나보코프가 깔아놓은 장치는 꽤나 정교해서 험버트 험버트가 살해한 퀼트 씨'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일도 이 소설을 읽는 맛이다. 그것은 순전히 이 책을 읽을 독자의 몫이다. 물론 이 소설을 험버트 험버트가 롤리타를 사랑한 이야기로 해석해도 매우 뛰어난 서사시'처럼 읽힌다. 이래저래 다 좋다. ( 권택영이 번역한 민음사판과 김진준이 번역한 문학동네판 중 어느 쪽이 더 좋으냐는 질문을 받고는 했는데 민음사판는 바탕체-스럽고, 문학동네판은 명조체-스럽다. 비슷하다는 소리'다. 단, 각주를 꼼꼼하게 챙길 독자라면 문학동네판을 추천한다. 문학동네 각주가 꼼꼼하다.  )

 

< 롤리타 > 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 나는 들소와 천사들, 오래가는 그림 물감의 비밀, 예언적인 소네트,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너와 내가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불멸성이란다, 나의 롤리타. ( p.422) "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이라 했던가. 아름다운 꽃, 열흘 붉을 리 없다는 뜻이다. 험버트가 도망쳤던 롤리타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문 앞에서 지저분한 겨드랑이의 롤리타가 가망 없이 지친 17세로, 임신을 한 채 서 있는 모습을 참당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 나는 그녀를 죽이지 못한다, 물론 누군가는 그럴 수 있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아시다시피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것은 첫눈에 반한 사랑이고, 마지막까지의 사랑이고,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이었다. ( p.368 ) "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험버트 험버트는 옴므 파탈일까, 아니면 롤리타가 팜므 파탈일까 ? 똑같은 질문, 험버트 험버트가 요부(妖夫)인가, 아니면 롤리타가 요부(妖婦)인가 ?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위험한 사랑이다. 강렬한 각인'은 자칫 잘못하면 고착'이 된다. 불멸하는 존재는 없다. 모두 다 한때'이다. 다시 한 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빨리 지나간다. 롤리타도 늙어갈 것이다. 책을 만드는 직업을 가진 이는 종이에 손을 자주 베인다. 우리는 이 상처를 통해서 쉽게 찢어지고 휘는 연성을 가진 종이'가 벼린 날'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잠시 당황하게 된다. 어쩌면 쉽게 찢어지는 종이의 연성(軟性)은 날카로운 날과 촉을 숨기기 위한, 약한 척하는, 종이의 위선'인지도 모른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깊게 사랑할수록, 뒤돌아서면 더 아프게 베인다.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는 자는 그만큼 아프다.  사랑에 목숨 걸지 마라. 사랑은 칼날을 숨긴 종이다.

 

 

 

 

 

 


 

 

 

 

참고한 책

 

1. 소수 집단의 문학을 위하여 : 카프카론 / 들뢰즈,가타리 / 문학과 지성사

2. 절망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문학동네 / 옮긴이 해설 참고

3. 말하라, 기억이여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플래닛 / 본문 인용

4. 롤리타 / 블라디므리 나보코프 / 권택영 옮김 본문 인용

5.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김진준 옮김 각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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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 2013-12-0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며칠 전에 갑자기 기억난 것인데, 펄벅 여사의 '대지' 제 3권에 보면 어마어마한 장면이 나옵니다.
꼬부랑 할배가 채 20살도 되지 않은 여자아이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지요.
(읽은지가 워낙 오래되서 확실하지가..)
발표연도를 따져보니 롤리타보다 20여년 앞선 로리물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9 00:19   좋아요 0 | URL
왜 옛 어른들이 자기 딸 소개할 때 과년한 딸'이라는 말 즐겨 쓰잖아요.
여기서 과년'은 여자 나이 16살을 의미합니다.옛날에는 결혼 적령기가 16살이었다고....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그렇고 정자 난자가 가장 건강할 때가 이 나이 때일 겁니다.
이 소설 속 롤리타는 12살이지요.
하여튼... 대지'보다 몇 백 년 앞선 로리물도 있죠. 로미오와 줄리엣....
아마 이 녀석들 나이가 16살일 거예요.
참. 춘향전도 그렇군요. 이때도 16살이니....

편린 2013-12-08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각해보니 대지를 읽은게 초등학교때였는데 저런 장면에도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았던 것 같네요.
이미 그 시절부터 저의 정신세계는 황폐했었군요.
저런 장면들보다 대지가 3권까지 있는 책이었다는게 더 놀라웠던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9 00:20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니 난 대지를 중학교 때 읽었는데, 이게 중고교 권장 독서였나요 ?
흠... 잘 기억이 안 나네...
하여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재미로 따지면 난 빙점'을 재밍쎄 읽었음..

수다맨 2013-12-09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칼날을 숨긴 종이이다... 크 이 마지막 문장이 참 소주를 생각나게 하네요. 나중에 술 마시다 안주 떨어지면 곰곰발님 문장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셔야 겠습니다. 가슴을 참 아프게 후비네요. 올해 제 고백을 걷어찬 여자도 생각나고 말이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9 15:59   좋아요 0 | URL
어, 그렇습니까. 사랑은 칼날을 숨긴 종이다는 특별히 안주 없이 깡소주를 마실 수다 님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맘껏 뜨어먹으십시요...
그나저나 고백했는데 차이면... ㅋㅋㅋㅋㅋ 난감한데...ㅋㅋㅋ

만화애니비평 2013-12-0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버트헙버트 변태 오지쌍~! 로리콘의 서막을 알린 일본 애니 오덕들의 아버지 중에 하나가 롤리타의 소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9 16:00   좋아요 0 | URL
하긴 험커브가 님펫에 대한 정의를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죠..

세이지& 2013-12-0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필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사랑이 외로운 건
모든 걸 걸기 때문이라는..

그리고..
"모두를 잃어도 후회 않는 것.."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9 16:01   좋아요 0 | URL
글구.. 보면 조용필 노래 가사는 참 좋은 거 같습니다.
그 겨울 찻집도 그렇고...

가끔 너무 진지해서 좀 웃긴 가사도 있지만.. ㅋㅋ

엄동 2013-12-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리타"는 못 읽어봤찌만.

마지막 문단이 좋네요

사랑은 칼날을 숨긴 종이다! 캬아.


사랑은 칼날을 숨긴 종이다
.. 그 칼은 끄집어 내어 보면 양날의 검이다.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랑도
내가 더 사랑받는 사랑도
베이고 나면 아픈것은 매한가지.

그럴바엔 전 차라리 사랑에 목숨을 걸어
내가 더 깊게 사랑하는 사랑"을 할겁니다.

무디고 뭉툭한 척하는
칼날의 위선"도 종이의 그것과 같지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9 16:03   좋아요 0 | URL
롤리타 참 좋은 소설이니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문동 판은 각주가 잘 달려서 읽기 좋습니다.
읽다보면 이 작품이 왜 영미문학의 걸작인가를 알 수 이씀...

엄동 님 겨울이 되니 센티해지셔셔요..

2013-12-09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9 22:28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 전 길면 오히려 따분해할 것 같아서 한 페이지 분량으로 딱 맞춘 것인데 말입니다... ㅋㅋㅋㅋ
어서 늘려야겠습니다. 후딱 늘려야지...
정보 감사합니다. 솔직히 늘리는 건 자신있씁니다.

rendevous 2014-01-11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롤.리.타.

강신주 선생님이 한 철학자의 철학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걸었던 길을 걷는 거라고 하던데, 롤리타는 이렇게 발음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감히 뱉어봅니다 ^^
 

 

 

 

 

 

 

 

 

 

 

 

 

 

 

 

 

 

 

 

 

 

 

티븨에서 < 전국 시 낭송 대회 > 를 중계한 적이 있다. 채점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비장한 시에는 비장하게, 슬픈 시는 슬픈 목소리로 낭송을 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 듯했다.  명랑한 시를  방긋 웃으면서 낭송하다가는 심사위원으로부터 자세가 맹랑하다고 찍힐 수도 있는 노릇, 참가자 대부분은 비장하거나 슬프거나 격정적인 시를 들고 나왔다. 시 낭송 대회'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치 모놀로그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찌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지 시를 읽을 때는 항상 목욕재계하고 정갈한 마음 자세로 시를 읽어야 할 것만 같았다. " 방바닥에 뒹굴면서, 웃으면서, 코 파면서, 그러면서 시를 읽다가는 천벌을 받을 것이야............ " 그런데 정작 시인들은 자신이 쓴 시처럼 정갈한 마음 자세로 살아갈까 ? 나는 몇몇 시인과의 불화'를 겪으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시인에 대한 환상은 지나가는 민들레 홀씨'에게 줬다.

 

간사한 놈도 있고, 치사한 놈도 있고, 좋은 놈도 있고, 나쁜 놈도 있다. 하지만 나쁜 시'는 없다. 시 같지도 않은 시시한 시'가 있을 뿐이다. 한때 나는 전국 시 낭송 대회에 참가한 시 낭송가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시를 접해서 화장실에서는 시집을 읽지 않았다. 이유는 똥 싸면서 시를 읽는 것은 새벽에 잠 깨어 시를 쓰는 시인의 정갈한 마음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소설가나 시인에 대한 낭만적 환상은 1%도 없다. 문학인이 부리는 주사'는 재미있는 일화'로 미화되고는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꼴불견이다. 술 먹고 주접떨 때마다 대접받는 업종이 문학판이다.  문단 돌아가는 꼴을 보면 세상 돌아가는 꼴이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문단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문학평론가는 인맥과 학맥으로 연결된 사회'다.

 

스승과 선배 말에 토 다는 순간 낙장불입'이다. 그것은 배신, 배반, 배반형, TO부정사'다. 내,내내내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라는 정신이 문단 사회에도 퍼져 있다. 요즘 잘 나가는 문학평론가, 소설가, 시인들도 대부분 아부와 줄 대기의 결과이다. 문학평론가가 비평은 하지 않고 출판사 광고 카피 문구를 잘 뽑을수록 승승장구하고, 소설가는 독자에게는 관심 없고 오로지 평론가들이 좋아할 문장들만 선보인다. 어차피 책 팔아서 먹고 살 가능성은 없으니 평론가들 입맛에 맞는 떡밥을 줘서 명예나 얻자는 심산이다. 어쩌면 한국 소설가 중에 가장 위대한 작가였을지도 모르는 손창섭이 문단과 거리를 둔 채 일본으로 떠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백민석이 절필을 선언한 이유도 알 것 같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일이지만

 

젊은 평론가 이명원이 김윤식 평론가의 표절을 지적했다가 받게 된 박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코미디'에 가깝다. 제자들이 스승을 스승이 아닌 우상으로 섬기며 과잉 충성을 할 때 벌어지는 비극이 바로 그 유명한 < 이명원 사태 > 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섰던 논문이 포함된 평론집 < 타는 혀 > 가 다시 새롭게 나왔다. 반갑다. 그동안 이명원의 글은 틈틈이 읽었는데 막상 논란에 되었던 글은 읽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 타는 혀 > 가 다시 출간되었다. 한국 사회'가 개떡이 된 이유는 " 아버지 숭배 " 때문에 그렇다. 여기서 < 아버지 > 란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남근(팔루스)'이 되겠고, 마르크스 식으로 말하자면 낡은 것'이 되겠다. 그리고 서울대 공화국인 코리아 식으로 말하자면 <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와 <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는 요상한 스승'> 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다.

 

아버지 숭배란 남근 선망과 꼰대의 권력에 기대는 것이다. 그리고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하는 행위이거나 스승의 은혜가 하늘 같아서 " 아아, 아아아 고마워라 ! " 라는 장탄식을 하는 풍경이리라.  스승도 노동자이니 이미 노동절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마당에 굳이 스승만 떼어 내는 속내는 무엇일까 ? 스승의 은혜가 하늘이라면 신과 동격이라는 소리인데 그 정도 신격화면 스승이 아니라 요승'이다. 나는 당최 한국인이 왜 스승과 언니께 그리 쩔쩔매며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장유유서'에 기댄 권위에의 자발적 복종'은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공익을 위한 내부 고발을 한 공익제보자는 이상한 방식으로 배신자라는 감투를 쓰고 처형된다.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인물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해서 질질 짰던 한심한 홍길동이 아니다.

 

브라더후드'로 강하게 연결된 파파 보이'는 꺼져도 좋다.  홍길동은 왜 그토록 아버지와 형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똥줄이 탔을까 ? 한국 사회가 개판이 된 이유는 아버지 세대와의 단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력에 대한 너그러운 용서가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 서문에서 지적했듯이 새로운 것은 낡은 것 때문에 고통받는다. 젊은 평론가 이명원이 아버지 김윤식의 표절을 지적했을 때 문단 사회가 이명원에게 가했던 폭력은 이승만 친일파 세력을 보호하려고 했던 아들 박정희 세력을 닮았다. 헤밍웨이는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버지 세대를 부정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역모가 아니라 창조를 위한 시작이다. 라스 폰 트리에'는 도그마 95 선언'에서 당당하게 아버지에게 사망 선고를 내린 후 새로운 황금기를 구축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누군가는 아버지, 아버지………씹새끼,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해”(이성복 시, ‘그해 가을’ 부분 ) 라고 외쳐야 하지 않을까 ? 이명원의 지적에 대해 서울대 제자들이 어린 새끼가 건방지게 까분다며 윽박지르는 태도 자체가 건방진 태도'다. 하여튼, 나는 요즘 화장실에서도 시집을 잘 읽는다. 문단에서 호들갑스럽게 좋다고 하는 시집은 대부분 건성건성 읽는다. 읽을 게 별로 없다. 오히려 문단에서 언급을 해주지 않는 시집이 훨씬 좋다. 좋은 소설과 좋은 시를 모독하는 것은 나 같은 무지렁이 독자가 아니라 문단 카르텔이다. 문단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아... 질렸다. < 타는 혀 > 반갑다, 하여튼,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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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12-0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원의 책은 "마음이 소금밭인데 도서관에 갔다"와 "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 문고본인 "시장권력과 인문정신" 정도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바닥에서 보기 드물게 논쟁적인 글쓰기를 선보이면서도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어내는 능력도 탁월한 평론가가 바로 이명원이 아닐까 싶네요.

'이명원 사태'를 돌이켜 보면 아직도 구역질이 납니다. 김윤식의 제자들(대표적으로 서울시립대 한기 교수)이 이명원의 적실한 표절 제기(김윤식이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표절한 것)를 놓고 아버지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이명원으로 하여금 대학원 자퇴서를 쓰게 했지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저는 박정희/이승만을 찬양하는 놈들만 역겨운 게 아니라 김윤식이라는 어른(!)을 옹위하려는 부류들 또한 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쨌거나 이 책이 다시 나온 것을 보니 저도 반갑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8 01:58   좋아요 0 | URL
이거, 아마...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해 못할 걸요.. 사실 저도 이해 못합니다.
아니 지 스승 표절 제기한 걸 가지고 왜 지가 학교 못 다니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제 말이 그말입니다. 이승만 아버지나 박정희 아들이나 똑같은 것처럼 말이죠...
뭐, 이 바닥이 그런가 봅니다.

문학평론판이 개판이 되니 정말 좋은 작가들은 힘을 잃어 글을 안 쓰게 되죠...
참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


하여튼 이 책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렇게혜윰 2013-12-0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김윤식 월평집 읽고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나요?ㅠㅠ

2013-12-08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르미에르 2013-12-08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사 녹음 잘 할요.

바람처럼은 일단 바뀔듯...용필이 쌤이 자꾸 생각나서요.

개 또라이들끼리 한번 찐하게 뭉쳐 봅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8 15:48   좋아요 0 | URL
건승 !!!!!!!!!!!!!!!!!!!!!
개또라이'는 저 하나로 족합니다.
르미에르 님은 개 하십시요..

르미에르 2013-12-08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주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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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닝구와 빤스.

 

 

 

머리를 잘랐다. 2년 만이다. 내가 머리를 기른 이유는 롹 페스티발에 가서 헤드뱅잉'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 가위 공포증 " 때문에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 가위 공포증 " 이 아니라 " 가위 소리 공포증 " 이다. 생각보다 심각해서 현기증을 동반한 구토 증세 때문에 머리를 깎다 말고 쇼파에 30분 정도 누운 적도 있다. 프로이트였다면 나를 거세 불안 증세'라며 학회에다 보고서를 제출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왜 가위 소리'를 두려워하는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른다. 굳이 추측을 하자면 어릴 때 어머니가 내 머리를 자르다가 머리카락 대신 귀'를 살짝 잘랐던 경험이 있는데 이 어릴 적 경험이 원인'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도 그닥 속시원한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이별 후에 상실, 슬픔, 그리움 따위가 찾아오는데 나에게는 이별 후에 가위와 코카콜라'가 찾아왔다.

 

청량음료라면 입에도 대지 않던 내가 이별 후에는 코카콜라를 하루에 10캔씩 마시고는 했다. 가위는 그렇다고 쳐도 < 이별과 코카콜라 > 는 도무지 설명할 방도가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는 코카콜라가 미치도록 마시고 싶어서 구멍가게가 문을 열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코카콜라에 대해서 A4 용지 4장 분량으로 쓸 자신이 있다. 사실 이 글도 코카콜라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썼다고 모두 지웠다. 왕가위 영화에 대한 페이퍼를 작성하는 마당에 가위나 코카콜라 이야기'로 분량을 채운다는 게 말이나 되나. 하지만 꼭 안 될 것도 없다. < 아비정전 > 하니 왕가위 감독이 생각나고, 왕가위 하니 가위가 생각난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맘보와 코카콜라가 아니었던가 !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흰 " 난닝구 " 와 " 빤스 " 만으로도 완벽한 밀라노 패션을 선보이는 저 배우는 도대체 무엇이냐.

 

장국영이 난닝구와 빤스만 입고 맘보를 출 때, 그 장면이 너무 멋있어서 학교 갈 때 그렇게 입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난닝구와 빤스만 입고 거울 앞에서 맘보를 춘 적이 있다. 깜짝 놀랐다 ! 거울에 오징어 한 마리가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패션이다. 장국영이니깐 가능한 것이다. 생각날 때마다 보았다. < 중경삼림 > 과 < 타락천사 > 는 내 기억 속에 뒤죽박죽 섞여서 하나의 영화로 자리하고 있다. 세기 말 감수성'을 이토록 감각적으로 뽑은 영화가 또 있을까 ? 세기 말과 21세기'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조용필은 21세기가 간절히 자신을 원한다며 도도하게 말을 했지만 세기 말은 생각보다 시시했다. 왕가위 감독은 그 시시한 일상을 톡 쏘는 코카콜라처럼 감각적으로 잡아냈다. 어쩌다 한 작품 정도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으나 연이어 좋은 영화를 내놓는다는 것은 운이라기보다는 실력에 가까웠다.

 

< 동사서독 > 과 < 화양연화 > 는 왕가위의 화룡점정이었다. 하지만 좋은 감독이라고 해서 계속 성공작만 내놓지는 못한다. < 2046 > 은 끔찍한 실패작이었다. 거장이 되기 위해서는 후 샤오시엔'처럼 < 비젼 > 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왕가위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훔쳐저 짜집기하다 보니 어디서 본 듯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가 최근에 < 동사서독 > 을 재편집해서 선보인 < 리마스터링 : 동사서독 > 은 끔찍한 결과였다. 디지털 작업을 통해 색을 화려하게 입혔는데 그것은 마치 알타이 동굴 벽화 그림이 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크릴 물감으로 덧대는 꼴처럼 사나웠다. 그리고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레이션과 자막이 추가되었는데 이 또한 꼴불견'이었다. 어쩌면 왕가위는 재능이 뛰어난 감독이라기보다는 운이 좋아서 몇 편의 걸작을 연속적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만우절에 장국영은 거짓말처럼 죽었다. 내가 그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제 왕가위의 영광도 여기서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뮤즈이자 페르소나인 배우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사실 왕가위 영화의 페르소나는 장국영이 아니라 양조위'였다. 장국영이 왕가위 영화에 출연한 경우는 < 아비정전 > 과 < 동사서독 > 이 유일했다. ( 생각해 보니 해피 투게더'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있어서 왕가위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장국영'이었다. 난닝구와 빤스만으로도 밀라노 패션을 선보였던 매력적인 배우. 오늘 갑자기 그가 생각났다. 그를 생각하며 콜라 한 잔 하련다. 톡 쏘는 탄산 알맹이가 피라냐처럼 내 혓바닥을 물어뜯어도 좋다. 이왕이면 유리병 속에 담긴 콜라'를 마시고 싶다. 난닝구와 빤스만 입어도 멋진 존재, 그런 존재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종종 직업이 미용사인 여자를 애인으로 두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나는 난닝구와 빤스도 벗은 채 가부좌를 틀고 욕실 바닥에 앉고,  애인 또한 브라자와 빤스도 벗은 채 내 머리를 다듬는 것이다. 난닝구와 브라자와 빤스와 빤스가 바닥에서 뒹굴고 내 머리카락은 낙엽처럼 떨어지리라. 그래, 직업이 미용사인 여자를 만나야겠다. 그것만이 내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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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푸르 2013-12-07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우리 사무실에 초대할테니 거기서 큰 화면으로 아비정전 보면서 소주 마십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7 13:08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제가 거기까지 가야 할 메리트를 못 느끼겠습니다 ~
우리집에도 큰 화면 있삼..

푸르푸르 2013-12-10 12:20   좋아요 0 | URL
그럼 거기서~
근데 작으면 책임지쇼~

rtour 2013-12-0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한 거절! 멋지구리. 머리카락 정리했다니 축하,축하. 가끔은 헤어스타일을 바꿔야.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7 14:48   좋아요 0 | URL
그냥 단발 수준으로 자른 거임니다..

핍뽀핍뽀 2013-12-0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머리카락 자르셨다닝! 궁금해여 '0' 사진!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8 00:21   좋아요 0 | URL
길이만 달라졌어요. 4분 정도 깍았음...

새벽 2013-12-08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마리아 엘레나 음악에 맞춰 아무나 팬츠에 런닝 바람으로 몸을 흔들다간 장국영 앞에 오랑우탄이 돼버리는..
제게도 왕가위의 영원한 짝패는 장국영입니다.
양조위는 왕가위 영화 속에서도 좋았지만 그보다 [비정성시]와 [색,계]에서의 그가 더 남는군요..

그나저나, [아비정전], [동사서독], [해피 투게더] 같은 왕가위 영화들 다시 보고 싶을 때가 불쑥불쑥 있는데
케이티 올레 이놈들이 최근에 재개봉했다고 천 원 하던 영화들을 칠천 원으로 올려 버렸어요..! 나쁜놈들..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8 04:44   좋아요 0 | URL
아, 해피투게더 !!!!!!!!!!!! 맞아요. 해피 투게더 정말 걸작이었지요.
역시 양조위하면 비정성시죠. 가장 인상에 남았어요.
특이하게 왕가위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인물은 양조위가 아니라 장국영이란 말이죠...
생각해보니 해피투게더에서도 나왔구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