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이 아니다. 빈말도 아니다. 말 장난을 원하거든 경마장으로 가고,  말 털려거든 마굿간으로 가라. 그리고 소꿉장난은 외양간으로 가라. 내 글이 속사포 랩'처럼 리듬을 탄 말뿐이어서 내용은 없는 말재주'라는 당신의 지적은 옳다. 말은 제주도'에 많으니 말뿐인 재주'라는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 내가 지향하는 것은 말장난이 아니라 말놀이'이다. 말로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조지 말로리 ( 1886년 6월 18일 - 1924년 6월, 산악인.  ) 는 이렇게 말했다. " 거기 산이 있기 때문 ! " 나도 마찬가지'다. 왜 문장 속에 라임과 리듬을 넣습니까 ?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 거기 산문이 있기 때문 ! "  산문에 리듬이 없는 문장은 죽은 글이다. 이 세상 모든 문학은 말놀이'이다. 작가는 창작 과정을 고통'이라고 말하고는 했으나 사실은 엄살'이다. 그들이 말하는 창작은 고통을 잠식할 만큼의 희열'을 제공한다. 고통이 클수록 희열'도 크다. 오늘 내가 소개할 책은 하위징가의 호모 루덴스 다. 놀이는 가장 순수한 기쁨이다. 요한 하위징가'는 그 사실을 간파한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9276 히틀러와 시인 中

 

 


 

 

 

 

 

 

 

 

 

 

조직을 지배하는 자는

주먹이 빠른 놈이 아니라 말이 짧은 놈'이다.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 대학원생이  ○○○ 교수의 표절을 거론해서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워낙 바닥이 좁다 보니 문제가 확산되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한 마디로 쓰나미 급이었다. 아이구, 시부랄...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학생'은 아버지를 욕보인 죄로 학교에서 강제로 쫒겨난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반응이 재현된 것이다. 황우석 사태 때 황우석이 피해자 코스프레로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기상천외한 드라마를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 교수는 이 사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 아, 나의 실수... " 라고만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키운 것은 ○○○교수가 아니라 그의 서울대 제자들이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망아지처럼 날뛰어서 벌집을 쑤신 것은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못 들었으나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아주 꼴사나웠다고 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 그래도.... ○○○ 교수는 선비여서 얌전하게 대처했는데, 그만 철없는 제자들이 일을 그르쳤어요. 긁어 부스럼이죠. " 그 말은 곧 ○○○교수가 실수로 방귀는 뀌었으나 적어도 파렴치하게 성은 안 냈다는 뜻이다. 방귀는 교수가 뀌고, 성은 교수의 제자들이 지랄을 했다는 것. 그런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교수는 방귀 뀌고 성질도 부렸을 것이다. 제자들이 스승을 지킨다고 볼썽사납게 짖었을 때, 그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만 했다. 이 침묵은 방관이다. 그가 성난 제자들을 모아 자중하라고 부탁했다면 그 사태가 그렇게 크게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때 슬기롭게 대처해서 표절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면 지금과 같은 치욕은 면했을 것이다. 이 사태를 키운 것은 제자들의 몫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수방관한 ○○○교수에게 있다.

 

오야붕이 있으면 꼬붕이 있듯이, 권력자도 각자 레벨이 있다. 힘센 대빵 위에 더 힘센 대빵 있고, 더 힘센 대빵을 벌벌 떨게 만드는 더더더더더 힘센 대빵이 있다. 이들을 분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 더더더더 힘센 보스 > 는 화를 내거나 부하들에게 행동 지시를 내릴 때 몸 동작이 크지 않다. 그냥 눈꼬리를 살짝 올리거나 손가락만 까닥거린다. 그러면 부하들은 알아서 행동한다. 나비 효과란 이런 무대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 더더더더 힘센 보스 > 는 그저 눈썹 하나 올리거나 손가락 하나만 까닥한 것이 전부인데 이 사소한 몸짓은 결국 나비효과가 되어 피바다를 부른다. 반면 < 더더더더 힘센 보스 > 보다 아래 레벨인 < 더더 힘센 보스 > 는 화를 내거나 행동 지시를 내릴 때 말로 지적을 한다. " 아야, 거 누구냐. 긍께... 개동이 말이여. 많이 컸대. 귀여워 죽것다. 근디 말이여. 개동이가 귀여워 죽것는디, 나가 말이여. 나가 말이여.....  개동이 귀여우면 귀여울수록 나는 죽것다. 으째스까나잉.... "

 

이 말을 들은 부하들은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지 위해 행동에 옮긴다. 귀여운 개동 아범은 그날로 작살이 난다. 그렇다면 < 더 힘센 보스 > 보다 힘 없는 < 그냥 보스 > 는 아래 부하들에게 어떤 행동 양식을 보일까 ? 뻔하지 않은가 ! 조무래기들을 향해 육두문자와 함께 손과 발이 올라간다. < 그냥 보스 > 에게 얻어터진 놈은 다시 아랫놈에게 분풀이를 하고, 그 아랫놈은 더 아랫놈에게 분풀이를 하고.......  이러한 사태는 피라미드 구조에서 점점 아래로 내려갈수록 폭력의 강도가 세진다. 군대에서 얼차레를 받아본 남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다시 ○○○ 교수 표절 사건으로 돌아오자.  내가 보기엔 더러운 물에 숭어가 놀 수야 있느냐, 며 뒷짐질한 ○○○교수는 교양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눈꼬리나 손가락만 까닥거린 것이다. 그리고 그 몸짓 기호에 비루 먹은 개처럼 날뛴 제자는 < 더더더더 힘센 보스 > 를 존경하는 < 그냥 보스 > 이고 말이다. 나 같은 밑바닥 인생이야 성질 나면 몽둥이 손에 들고 난리를 피지, 상류층이나 먹물들은 소리 없이 갈군다. 이것이 바로 권력자의 행동 패턴이다. 피라미드 최상위에 위치한 자일수록 리액션이 적다. 고수일수록 그렇다.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는 슬픈 연기를 할 때 호들갑을 떨지만 명배우들은 최소한의 몸짓으로 슬픔을 연기한다. 긴 말 하지 않겠다. 박근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서 분명히 선을 그었다. 별다른 말이나 몸짓도 없었다. 나는 이 침묵에 가까운 방관이 불편하다. 권력자들의 행동 패턴을 알면 답은 보이니깐 하는 소리'다.

 

영화 < 대부 > 는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대부 말론 브란도'는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다. 그게 전부다. 그가 하는 일은 쇼파에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말론 브란도가 성질을 부리거나 사람을 때려눕힌 장면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하지만 피바다 현장의 배후에는 모두 대부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이처럼 힘이 센 사람일수록 느린 몸을 가지고 있다. 빠른 주먹은 필요 없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이 세계는 말보다 주먹이 빠른 놈이 실력 있는 놈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현동 굴다리 아래 모여서 본드나 불며 지나가는 중학생 용돈이나 뜯는 양아치 세계에서나 가능하다.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조직'을 이끄는 놈은 주먹보다는 말이다. 그리고 말보다는 몸짓이다. 느린 놈일수록 가장 강한 놈이다. 나는 한때 " 불광동 도깨비풀 " 이라고 불리우거나 " 원 펀치 쓰리 강냉이 " 로 불리는 사내였다. 내 주먹은 12월의 칼바람보다는 빠르지 않지만 적어도 소소리바람만큼 빠르기는 했다.

 

주먹만 믿고 까분 적도 있다. 빠른 주먹이 조직을 지배하리라. 하지만 내 판단을 어긋났다. 주먹이 빨라서 좋을 거 하나 없었다. 기껏 하는 짓은 행동대원이거나 영화 < 창수 > 에 나오는 임청정처럼 감옥에 대신 가는 꼬붕 역할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가끔 불광동에서 가장 빠른 주먹을 가졌던 나를 알음알음 알아서 찾아오는 건달 새끼'들이 있다. 그들이 찾아오면 나는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 건달 새끼들은 우정은 팔아도 쪽 파는 것은 못 참지. 이 새끼들아 !  내 말 명심해라. 개쪽은 순간이고 영광은 굴비다. 알긋냐 ? 조직을 관리하는 놈은 주먹이 빠른 놈이 아니라 말이 많은 놈보다 말이 적은 놈이다. 그리고 말이 적은 놈보다 말이 짧은 놈이다. 그리고 진짜 대가리는 말이 없는 놈이다. 벙어리 삼룡이 조직을 지배하는 법이다. 알긋냐 ?  그러니............... 짜져, 이 새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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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12-1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군대에 복무할 때 있었던 일 하나가 생각납니다. 늦가을이었는데, 사단장이 대대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양반 별로 말도 없이 대대장 따라서 부대 언저리만 돌다가 갑자기 연병장 보면서 딱 한 마디 하더군요.
"부대에 낙엽이 좀 있구나."
사단장 가고 나서 대대장이 각 중대장들 불러서 잔소리를 늘어놓았죠. 부대 관리를 어떻게 했느니, 연병장에 낙엽이 많아서 미관상 안 좋다느니... 중대장은 자기 중대 와서 소대장들한테 쌍욕하고, 소대장들은 병사들한테 와서 얼차려 주고, 결국엔 대대 전 병력이 동원되어 연병장에 있던 낙엽이란 낙엽은 죄다 마대에 담아서 창고에 보관했죠. 사실 낙엽도 별로 없었어요 ㅎㅎㅎ

오야봉일수록 말이 짧고 행동이 느리다는 의견에 백번 공감합니다. 진짜 높은 놈은 오히려 말이건 행동이건 조용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0 14:30   좋아요 0 | URL
전 별 두 개 온다고 연병장에 있는 돌맹이 주우라고 하더라고요.
연병장에 있는 게 다 돌맹이지......
그 이유가 웃깁니다. 돌맹이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농담 아니라 대여섯 시간 주운 거 가틈.....

rtour 2013-12-10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승조 페이퍼가 비공개든데, 페루 님이 비공개로 돌렸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0 21:23   좋아요 0 | URL
수정하려고 비공개로 두었는데 고치기 귀찮군요... ㅎㅎ. 즐인 님 땜에 그냥 다시 공개로 두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12-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식 이명원 사건을 염두에 둔 글인 것 같기도 하구요...어르신 잘 모시는 꼬붕들 덕에 품위유지할 수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2 03:45   좋아요 0 | URL
잘 아시는군요. 워낙 소란스러웠던 일이니....
개인적으로 김윤식 평론가 제가 참 좋아했엇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는 그의 책 안 읽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