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크리스티'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소설은 공교롭게도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처럼 보인다. 데카르트가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라고 주장했다면, 라캉은 " 타자가 나를 보고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라고 주장한다. Alibi란 결국 존재 증명이다. < 나 > 라는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진술이 아니라 타자의 진술에 의해서이다. 예를 들어 무인도에 고립된 로빈슨 크루소'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사회로부터 사라진 사람이거나, 실종된 사람, 잊혀진 사람, 죽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가 nothing에서 thing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야만 가능한다. 타자가 그를 발견하는 순간 그는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된다. 늑대인간, 설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들'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91705,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12명의 크레타 사람들 中

 


 

 

 

 

 

 

잘 표현된 살인'

 

 

 

 

 

< 스타워즈 > 시리즈는 한두 편 보다가 접었다. 내 취향은 아니다. 현존하는 국가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은 나라에 속하는 미국이 < 스타워즈 > 를 통해 아스트랄的 창세기'를 기록한다는 것이 웃겼기 때문이다. < 할로윈 >이나 < 13일 밤... > 시리즈도 몇 편 보다가 접었다. 하지만 < 나이트메어 > 시리즈'는 모두 챙겨 보았다. 그렇다, 나는 나이트메어 열혈팬'이었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창의적인 죽음 앞에서 나는 오금이 저렸고, 사지가 절단되는 죽음 앞에서 낄낄거렸다. 시리즈 캐릭터'에 쉽게 등을 돌리던 내가 왜 이 영화 속에 나오는 프레디 크루거'에게는 흥미를 가졌을까 ? 이 글은 내가 왜 프레디 크루거'라는 살인마를 사랑하게 되었나, 에 대한 고해성사'다. 일단 이 캐릭터는 꿈속에서만 나타난다. 그러니깐 꿈속에서만 살인'이 일어나는 것이다. 알리바이'는 alius ( 다른 ) + ibi ( 거기에 ) 를 합친 것으로 " 다른 + 장소에 " 라는 뜻이다.

그러니깐 용의자가 살인이 일어난 장소'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알리바이'다. 현장부재증명/現場不在證明'을 위해서는 타소존재증명/ 他所存在證明'을 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 살인이 일어난 장소A에 내가 없었음/부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에 내가 다른 장소에 있었음/존재'를 증명 " 하면 된다.  살인을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프레디의 현장부재증명'을 증언할 수 있다. 목격자들은 피해자가 몽유병 환자처럼 혼자서 어슬렁거리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프레디 크루거는 언제나 무죄'다. 왜냐하면 프레디 크루거는 " 이곳에 없는 남자 " 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실존'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나의 실존 > 은 누가 증명하는가 ? < 나 > 인가 ?!  아니다, 나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이'는 오로지 타인의 진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내가 살인 현장 A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목격자(타인)의 진술이 필요하다. < 이곳 (살인현장) > 에 없거나 < 저곳 >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타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실존이다. 그러므로 < 나 > 는 오롯이 타인의 응시에 의해서만 실존을 증명할 수 있다. 무인도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않은 사람'은 이 지구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헛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 타자의 응시 " 에 노출된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無 다. 영화 < 나이트메어 > 에서 " 프레디 " 는 이곳'에는 없고 저곳'에는 있는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존재'이다. 여기서 다른 장소( alius 다른 + ibi 이곳 )는 곧 이승 밖의 세계'이다. 그는 이승이 아닌 저승'에 있는 존재'다. 그가 살인을 할 때마다 눈을 반짝거리며 호탕하게 웃는 이유는 성정이 지랄같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순결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에게는 죄의식이 없기에 죄책감'이 따르지 않는다. 그는 본성'에 가깝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프레디 크루거'를 상징하는 특징(들)이다. 그것은 불과 철'이다. 얼굴에 드리운 화상흔'은 그가 불속에서 태어나고 불속에서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칼을 장착한 쇠장갑'은 중절모와 함께 그의 상징이 되었다. 결국 프레디 크루거는 불과 철이라는 원소가 결합된 존재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프레디 크루거는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와 연결된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는 올림푸스 12신 가운데 한 명이기는 하지만 올림푸스 신 가운데 가장 볼품없었고 왜소했으며 절름발이'였다. 그는 추(醜) 를 대표하는 신'이었다. 헤파이스토스를 프레디 크루거와 동일선상에 놓고 본다면 영화 < 나이트 메어 > 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어머니인 헤라로부터 발길질을 당해 불구가 된 추(醜)의 복수라 할 만하다.

그는 매끈하게 잘빠진 이승'에 딴지를 걸기 시작한다. 캐니(CANNY)한 이승에 대한 언캐니의 역습'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다. 나는 항상 살인마 프레디'를 응원했다. 잘빠진 이승은 재미가 없었고, 캐니한 사회 또한 이음매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어서 똥침을 날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프레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는 맞춤형 살인'을 창시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몸속 공기를 모두 흡입해서 호흡 곤란으로 죽이고, 마약을 하는 자에게는 헤로인을 과다 투여해서 죽인다. 어디 그뿐인가 ? 폭주족을 상대할 때는 오토바이 몸체가 되어서 죽음의 질주를 함께 한다. 잘 표현된 살인 앞에서 나는 오금이 저렸다. 잘난것들과 엄친아'가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승에서 한 번쯤은 추한 것이 지랄을 하는 것에 대해 눈감아 줄 필요'가 있다.  " 잘생긴 것들아 ! 너희들도 한 번 된통 당해봐라 !!! 예쁘면 모든 게 다 용서되냐 ? 신발들아 ! 췌.... "

< 나이트메어 > 는 영화 < 링 > 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잠을 뜻하는 < 수면 睡眠 > 에서 " 眠 " 은 잠을 잔다는 뜻도 있지만 본다는 뜻도 있다. 그러니깐 < 나이트메어 > 에서 십대 청소년들이 잠을 잔다는 것은 다른 것을 " 본다 " 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 영화는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영화 < 링 > 에서 혼령이 깃든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목격하는 것이 이승 너머의 것이었듯, 영화 < 나이트메어 >에서 잠이라는 통로를 통해 목격하는 것 또한 이승 너머의 것'이었다. 악몽은 일종의 모니터링'이다. 그들은 모두 억울하게 죽은 자가 꿈이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스크린(모니터)를 통해서 죽음'을 재현한 연극을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죽음'은 전염성이 강한 독성'이다. 전자는 프레디라는 남성과 불이 결합한 공포를 다룬다면, 후자는 사다코라는 여성과 물이 결합한 공포를 다룬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프레디'가 헤파이스토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나이트메어 > 와 < 링 >의 구조적 유사성'을 연결시키면 < 링 > 의 사다코'는 판도라와 유사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판도라는 헤파이스토스가 물과 흙을 섞어 형상을 만든 인류 최초의 여자'였다. 다들 아는 내용이지만 인류의 재앙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자는 사실 상자가 아니라 항아리'였다. 둥그런 항아리 말이다. 엘 그레코가 조각한 한 쌍의 남녀는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인데 엘 그레코는 에피메테우스의 손에 둥근 항아리를 들게 해서 판도라를 표현했다. 영화 < 링 > 에 나오는 사다코는 판도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우물은 항아리와 유사하고, 헤파이스토스가 물과 흙으로 형상을 빚었다는 부분은 우물 속 검은 물과 진흙과 겹친다. 우물은 판도라의 항아리'이다. 그들은 모두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것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65610 : 애타게 공포영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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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일턴 2014-01-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트메어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공포감이 더 큰거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6 16:4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오호,,, 심오한 통찰이십니다.

rtour 2014-01-0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시발것들이 뭡니까. 점잖은 동네에서. 양 손 들고 반성하세욧.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6 17:02   좋아요 0 | URL
여긴 너무 점잔빼는 사람들이 많아서 충격 효과를 넣었으나 즐인 님이 지적하니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전 팔랑귀이니까요...

비로그인 2014-01-0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 곰곰발님도 멋지고 잘났다해야 좋아하심서.. :)

아, 진짜 나이트메어 시리즈 잼났어요(5편까지. + 뉴나이트메어). 솔직히 13일의 금요일은 상대가 안됐음요. 단, 정사씬들은 13일.. 쪽이 훨씬..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6 17:38   좋아요 0 | URL
정사씬은 정말 13일 쪽이 퀄리티가 좋았죠. 13일은 그냥 막 그냥 이래저래 막그냥하는 영화고
나이트메어 보면 은근 문학적입니다.
이 영화를 달리 보면 죽음본능에 대한 해석으로도 보이고....
하여튼 악당 가운데 프레디처럼 강렬했던 캐릭터도 별로 없었었든 합니다.
이 양반이 무조건 강한 것도 아니에요. 가끔 여자들에게 어청 맞기도 하거든요...
하여튼 정말 독ㅌㄱ한 캐릭터입니다...


+

하긴 저도 누가 잘났다고 칭찬하면 좋더라고요..ㅎㅎ

비로그인 2014-01-06 17:50   좋아요 0 | URL
정말요. 이 글 읽으니까 더 와닿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표정과 제스쳐도 프레디 크루거는 독특한 유머 감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재밌었고.. 반면 제이슨은 정말 무지막지한 싸이코패스 불사 괴수였죠.
1편부터 차근차근 다시 보고 싶어져요.
케이블에서 심야시간대에 방영하기 딱,인데 왜 이런 좋은 시리즈를 잘 안 해주는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6 18:34   좋아요 0 | URL
영화 링'은 나이트메어의 속편 같습니다. 그리고 링에서 나오는 사다코'는
판도라와 겹쳐요. 판도라는 인류 최초의 여성인데
바로 헤파이토스가 물과 흙으로 만들었죠.
더군다가 판도라의 상자는 사실은 둥근 항아리'예요.
둥근 우물과 항아리는 겹칩니다. 내용 추가했습니다.


+

에스 클레이븐 감독이 원라 영문학 교수였습니다.
아마 신화적인 것을 꽤나 많이 넣었을 겁니다.

비로그인 2014-01-07 08:11   좋아요 0 | URL
프레디와 사다코 모두 온갖 신화적 텍스트들로 둘러진 사후세계의 마스터들... 그렇네요.
근데 우리 사다코 양은 유머 감각이 없어서 넘 섬뜩해요. ㄷㄷㄷ
[링] 보고 정말 일주일 넘게 후유증을... 저도 영화 통해서 그 비디오를 봤으니까요. (읭?)

그러고 보면 프레디는 원래 자체가 악,인데.. 사다코는 초능력자 어머니를 자살로 몰고간 세상에 대한 원한을 불특정 다수에게 앙갚음하면서 [라센]에선 자기 복제로 세계 정복(?)까지 노리고... 영화 보고선 서점에 가서 몇 시간이고 선 채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루프]를 읽다 말았는데 다시 거슬러 읽자니 옛날 후유증이 도질 것 같아서 영 꺼려지는.. ^^;

(+) 계정 만들고 로그인해서 덧글 달면 답글 달기도 바로바로 연이어 될 줄 알았는데 원 덧글에서 계속 이어가여 하네요. 답글 알림도 없어서 일일이 들러 확인해야 하고... 정말 기능상으론 알라딘 영 꽝인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7 20:03   좋아요 0 | URL
네이버가 파리바게트'라면 알라딘은 민식이네 도너츠 가게'죠.
네이버 쓰다가 이거 쓰니 엄청 불편합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네이버 따위를 쓰지 않았다면
알라딘 시스템도 꽤 나름 편리한 거 아니었나 싶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젠 전 여기 익숙해졌습니다.

그나저나 링 시리즈 좋아하시는군요 ?
저도 책으로 다 읽었고 영화도 부천 영화제에서 자정부터 시작하는 링 특별 상영이 있어서
고거 보았습니다. 그냥 1편만 좋아요. ㅎㅎㅎㅎ


rtour 2014-01-0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깊은 뜻까지 생각 안했지만, 이블 데드1과 나이트메어 1은 내 인생의 공포 영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7 04:14   좋아요 0 | URL
이블데드....ㅎㅎㅎㅎㅎ 정말 어마어마한 걸작입니다.
이블데드 왜 그러게 재미있던지...... 이게 80년도인가 그쯤 나온 영화인데 지금 나온 영화보다 재미있습니다. 샘 레이미 확실히 재미있는 감독입니다.

행인 2014-01-0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프레디가 여자들에게 엄청 두들겨 맞는 것이 몇 편인지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무척 기대되요 ㅋㅋ 스트레스 받는 주말에 볼려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7 04:1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이 시리즈가 다 짬뽕이 되어서... 긁적긁적.....

아마 3편인가 그럴 거예요.
 

 

 

 

 

 

잘 표현된' 잡담(들)

 

 

 

1. 변절과 전향

새해가 시작되면 늘 새로운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금연, 금주, 책 100권 돌파, 몸무게 10kg 줄이기 등등. 이런 계획은 실현 가능하다. 그런데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다. 매사에 부정적 사고를 가지고 있던 이가 긍정적 사고를 갖자, 라거나 천성이 게으른 자가 부지런한 사람이 되자고 계획이 좋은 예이다.  그것은 금연이나 금주보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다. 왜냐하면 천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적 사고를 가진 이가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개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검은 개 꼬리 십 년 땅에 묻어도 검은 개 꼬리이듯이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인생역전 스토리를 다룬 티븨 프로그램에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외향적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데 사실 변한 것이 아니라 변한 척을 하는 것뿐이다.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 흉내를 낸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종교 간증 서사'를 믿지 않는다. 깡패 새끼는 죽을 때까지 깡패 새끼로 남는다. 양은이파 조양은은 교도소에서 신을 영접한 후 새사람이 되었다고 간증 집회에서 고백했지만 결국은 칼질하는 본성을 버리지 못하지 않았던가 ? 종종 좌파였던 이가 극우 인사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다.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 변절 " 이라고 욕할 것이다. 하지만 386 운동권 진영의 화려한 변신은 변절이 아닌 전향'에 가깝다. 변하는 것(變 : 변할 변) 이 아니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轉 : 선회할 전)일 뿐이다. 날카로운 매의 눈은 세월이 흘러 썩은 동태 눈깔이 된 것이다. 시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 눈동자가 옛날과 다른 눈동자일 가능성은 없지 않은가 ? 인간은 절대 천성을 버리지 못하는 짐승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스개가 있다. 그것은 동굴에 새겨진 낙서'다.

수천 년 전에도 "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어 " 라는 낙서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젊은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싸가지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100년 후의 젊은이'도 요즘 젊은이처럼 싸가지가 없을 것이다. < 종교 > 의 핵심은 인간'에게서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기에 신에 의지하는 것이고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 인문학 > 은 인성 (人) 을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 속에 숨겨진 수성 ( 獸 ) 을 탐구하는 영역에 가깝다. 결론은 인간에게서는 희망은 없다는 사실이다. 지구 생태계를 위한 가장 좋은 결론은 인간의 멸종이다. 만약에 인간을 위해서 만물이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만물을 위해서 인간이 사라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면 당신은 뻔뻔한 사람이다. 시간 개념을 인간 중심으로 보지 말고,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안'이다.

 

2. 편리함과 불편함

스티브 잡스가 검은 쫄티에 청바지'를 입고 서민 코스프레를 선보일 때마다 문득문득 방정희가 떠오르고는 했다. 낮에는 논바닥에서 막걸리를 마시다가 밤에는 아방궁에서 수입 위스키'를 마시던 그 기만의 서민 흉내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일 뿐이지 스티브 잡스가 체 게바라'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마트폰은 세상을 편리하게 만든 발명품이 아니라 불편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끔 만들었을 뿐이다. 옛날에는 운전자가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GPS가 생기면서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행위'는 마치 어리석거나 불편한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화부터 낸다. 이게 스마트폰이 당신에게 선사한 편리한 세상'인가 ? 스마트폰은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만능 기계'가 아니다.

우리가 이 매혹적인 기계'에게 홀딱 반하는 이유는 기계에게 인간이 속았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다시피 스마트폰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상대적으로 반사이득을 취한다.

 

3. 슈트와 양복.

방송에서 손님으로 등장한 어느 출연자가 멋진 양복을 입고 등장하자 고정 출연자1이 그에게 양복이 멋지다며 인삿말을 건냈다. 그러자 평소 옷맵시에 신경을 쓰는 고정 출연자2'가 이런 말을 했다. " 무식하게 양복이 뭡니까 ? 이런 옷은 슈트'라고 해야지... "  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낄낄 웃었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 양복 > 이라고 하면 촌스럽고, < 슈트 > 라고 해야 세련된 언어'로 인식되는 듯했다. 보그-병신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천박한 취향이 고급으로 둔갑하는 걸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쓰면 대뜸 꼰대가 어디서 훈계조로 가르치려고 하느냐고 중뿔나게 나서겠지 ? 그래서 이렇게 말하겠다. " 슈트'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만 자신의 언어 감각을 두둔하기 위해서 < 양복 > 이라고 말한 사람을 무식한 사람 취급하는 꼴은 비판받아야 한다. "

사실 < 우리말을 사랑하자 > 따위'를 말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 나온 김에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무조건 순우리말이 좋으니 번역투 문장이나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를 몰아내자는 주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오염되고, 그 오염된 언어가 살아남는다. 현대어는 순혈이 아니라 혼혈'에 가깝다. 한자가 섞이고 일본 문장 구조가 섞이고 외래어가 섞인다. 그게 언어의 운명이다. 한글만이 처한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언어는 서로 섞인다. 그래서 나는 한글 순혈주의자가 주장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한글에서 한자를 배격하자는 주장은 지나친 애국주의'가 아닐까 싶다. ( 됐고 ! )

요즘은 양복과 슈트'를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 양복 > 은 서울 구경하기 위해 상경한 시골 영감이나 늙다리 아저씨들이 입는 옷처럼 인식되고, < 슈트 > 는 젊거나 빳빳하고 화려한 명함을 소유한 자들이 입는 옷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사람들이 부쩍 양복'이라는 말 대신 슈트'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방송 출연자가 " 이런 옷은 양복이 아니라 슈트라고 해야지 " 라고 말하는 태도에는 취향의 구별짓기'가 엿보인다. 요약하자면 양복은 乙이고, 슈트는 甲이다. 그러니깐 갑에 대한 속물적 욕망과 허세'가 양복과 슈트를 구별짓기하는 것이다. 사실 옷차림'으로 서열을 정하는 사회는 신분 사회'이다. 옛날에는 옷차림으로 신분을 알 수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렇다. 옷의 종류뿐만 아니라 색깔로도 구분을 지었다. 페루의 < 치요 > 라는 모자는 그 색깔에 따라서 결혼 유무, 직업, 나이, 지위 따위를 알 수 있었다.

모자 색깔만 가지고도 개인 정보를 대충 알 수 있었으니 걸어다니는 빅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양복과 슈트라는 단어로 甲과 乙을 구별하려는 것은 정치적 퇴행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슈트에 대한 집착은 영화 < 아이언맨 > 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그 이전에 이미 ~ 맨'으로 끝나는 만화 속 영웅은 모두 슈퍼 슈트를 착용한 인물들이다) 명품 슈트는 이제 강철로 만든 만능 슈트로 변형된다. 이 슈트'만 입으면 어마어마한 힘이 생기는 것이다. 진정한 갑 (甲 : 갑옷 갑) 이다. 그래서 제목 또한 " 아이언맨 " 이 아니었던가. 이번에 새롭게 개봉할 < 로보캅 > 도 양복이 아닌 슈트'에 대한 대중의 욕망을 반영한다. 이 갑옷'에 대한 욕망은 甲이 되고 싶은 乙의 속물 근성에 기반한 속내이지만 다른 식으로 보자면 이제는 평범한 양복을 입고 생활해서는 결코 乙을 벗어날 수 없다는 불안이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양복과 중산층을 하나로 묶었지만 이제는 양복 = 중산층' 이란 공식은 깨졌다. 그래서 현대인은 슈트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 너무 무리한 해석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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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1-0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엄훠, 읽다보니 막 설득되는.. 암튼 못말린다는.. ^^
음. 아무래도 요즘 곰곰발님은 촉촉한 연애가 필요해요. 망각의 순간이 좀 많아지게~

2. 무지무지 공감! 아, 이 짧고 굵은 글은 퍼가고 싶어요.

3. 아무렇게나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지금의 일을 사랑해요.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23:15   좋아요 0 | URL
1. 제가 사이비 교주'에 적합한 인물 같습니다. 친구가 나보고 사이비 교주 하면 아주 잘 할 거라고 부추겼는데
내가 내가 " 부추냐 ! 날 부추기게.... " 이렇게 결론이....

2. 스마트 폰이 생기고부터 스마트폰 기능으로 인해 그 기능의 혜택을 못 받는 건 전부 불편하거나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3. 그럼요. 한여름에 양복 입고 출근하는 거 보면 좀 불쌍합니다.

수다맨 2014-01-06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에 슈트라는 말뜻을 잘 몰랐습니다. 요즘은 다들 저 말만 쓰더군요. 내실은 없는데 허세만 늘어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언어는 오염되어야한다, 아 이 부분은 고종석의 평소 지론을 떠올리게 하네요. 맞습니다. 우리말만 사용하자, 영어/한문 쓰지 말자는 거 또다른 순혈주의입니다. 배타적 민족주의와 다를 게 없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6 02:55   좋아요 0 | URL
고종석 글 좋아합니다. ㅎㅎ. 고종석이 좋아서 그의 지론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사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이기 때문에 옹호하는 겁니다. 이 세상에는 오염되지 않은 언어는 없어요. 섞여서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을 피가 섞인 문장이라며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거죠. 사라들은 한글을 한자보다 우수한 문자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동등합니다. 사람들은 코카콜라 영어 발음을 정확히 구사하지 못해서 가구가락'이라고 하는 걸 보니 한글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 이 기준을 잣대로 평가하는 건 정말 무식한 견해죠.
한글은 표음문자이고 한자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차이입니다. 표음문자만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듯이, 표의문자도 장점과 단점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글 순혈주의자 논리대로라면 갓 쓰고 수염 길러야죠...

요즘 유행하는 쉐프, 파티쉐, 헤어드레서, 슈트... 이런 말을 보면 사대주의적 근성이 보입니다. 종미주의라고나 할까요. 같은 외래어인데 다깡이라고 하면 무지 무식한 금기처럼 말하면서 슈트라는 말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구조. 이건 종미죠...

만화애니비평 2014-01-0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 좋은 대통령이란 결국 술을 좋아해야 합니다. 낮에는 남자와 마시고, 밤에도 남자와 마시는데 대신 옵션으로 여대생이나 혹은 평범한 여자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위해 부르는 것일까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6 13:11   좋아요 0 | URL
글세요... 전 여자와 술을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여자와 술 한 잔 마시는 게 소원입니다.

프레이야 2014-01-0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가다마이는 어떻습니까? 저도 언어순혈주의는 좀 거부감이 일더군요. 속물적취향이 고급으로 둔갑하고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 스마트하지못한 것으로 돼버리고ᆞᆢ모두 동감입니다. 대세,라는 단어에 그런 조짐이 엿보여서 전 요즘 대세,라는 말도 불편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6 13:16   좋아요 0 | URL
가다마이... ㅎㅎㅎㅎㅎ, 이 소리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가다마이'라...
갑자기 궁금해서 마이'를 찾아봤더니 일본말이군요. 몰랐씁니다. 영어인 줄 알았습니다...ㅋㅋㅋ

엄동 2014-01-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슈트"라고 했다가
수트"라며, 슈트"가 뭐냐며
한소리 들은적 있었어요
차암나.
밧데리나 배터리나.

제2.항
"스마트폰은, 불편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끔 만들었을 뿐이다"
라는 말이 참 와닿네요 공감하고요
제 점수는요.

낄낄낄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6 16:50   좋아요 0 | URL
수트'라고 해야 하나요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여튼....
수트는 뭔가 좀 수공예적 느낌이고 슈트는 뭔가 좀 철공소적 느낌이 나긴 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점수가 낄낄낄'이면 몇 점이란 말입니까.
 
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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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짐승'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좀비』는 악인의 입장에서 서술된 일지다. 그렇다고 독자에게 악덕을 설득하거나 악행에 대해 변명하지는 않는다. 악을 권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보기보다 위험한 책은 아니다. 차라리 『좀비』는 독자로 하여금 잠시 그 악인이 되어보도록 한다. 이건 추천장도 아니고 사용설명서도 아니고 초대 편지도 아니다. 입체영상을 보게 해주는 안경 같은 것이다. 이걸 쓰면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자기 내면을 관찰할 수 있다. 어쩌면 반대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입체로 존재하는 세상이 이 안경을 끼면 평면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의 시선은 매우 폭력적으로 세계를 단순화하니까. 조이스 캐럴 오츠의 짧고 멋 안 부리는 문장 덕에 우리는 너무나 손쉽게 연쇄강간살인범이 될 수 있다. 그냥 미끄럼 타고 내려가듯 악의 심연에 뚝 떨어진다. 악은 이토록 쉽고 간결하고 명쾌한 것이던가, 어리둥절해질 지경이다. 악의 화신이 된다는 건 전혀 어렵지 않더라. 타인들을 입체로 보지 않는 것, 오로지 자기만 들여다보는 것, 제 욕망만을 보는 것. 단순화, 평면화, 내면화, 그리고 단절.

- 박찬욱, < 좀비 > 책 소개 글 中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을 사적인 자리에서 본 적이 있다. 내가 " 아는 형이 아는 형 " 이 바로 박찬욱'이었다. 내가 아는 형'은 영화 감독이었고, 내가 아는 형이 아는 형 또한 영화 감독'이었다. ( 그 당시에는 영화 감독이 아니라 감독 지망생'이었다. ) 내가 " 아는 형이 아는 형 " 을 다시 만난 것은 아는 형의 병원 장례식장'에서였다. 내가 아는 형은 너무 이른 나이에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내가 아는 형'을 화마를 잃어버린 내가 아는 형이 알고 있던 형'은 내가 아는 형의 부재 앞에서 슬퍼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박찬욱을 우연히 만났지만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다. 자격지심이라고 해도 좋다. 나는 원래 사람들에게 아는 척을 안 하기로 유명해서 싸가지없는 놈이란 소릴 자주 듣던 터였다. 그냥 질투와 무관심이 반반 섞인 태도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박찬욱 영화'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열광적인 팬 가운데 한 명'이다.

< 복수는 나의 것 > 은 내가 한 손에 뽑는 걸작 리스트'다. 봉준호 감독의 < 살인의 추억 > 에서 송강호가 박해일에게 " 밥은 먹고 다니냐 ? " 라는 명대사를 날렸듯이, 송강호는 < 복수는 나의 것 > 에서 신하균의 손과 발을 밧줄로 꽁꽁 묶어서 강 속 깊숙이 끌고간 후 이렇게 말한다. " 내가 너 미워하는 거 아니란 거 알지 ? " 그리고는 물속으로 들어가 칼로 밧줄로 묶인 발목 힘줄을 끊는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잠시 망설이게 된다. 그냥 둘 다, 좋다 ! 사실 박찬욱은 영화 감독이 되지 않았어도 재주가 많아서 다른 밥벌이로 성공했을 것이다. 그는 글재주가 뛰어나서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서 박찬욱의 글'은 정성일보다 예리하고 신형철보다 뛰어나다. 신간을 소개할 때 명사의 추천글'만큼 뛰어난 광고 효과는 없기 때문에 대형 출판사에서 신간을 내면 어김없이 유명 인사의 추천글'을 내놓는다.

그런데 추천글을 읽다 보면 책을 읽지 않고 추천사를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글이 많다. 그것은 마치 유명인의 이름만 빌린 " 간장 게장 홈쇼핑 " 광고처럼 보인다. (삐에르 바야르의 지적처럼) 책을 읽지 않고도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서 추천사를 남발하면 안 된다. 전자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요령에 대한 것이지만 후자는 도덕적인 문제에 해당된다. 설령 책을 다 읽고 나서 추천사를 쓴다고 해도 남발하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요즘 신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름이 신형철 평론가'다. 이런 말이 싸가지없게 들리겠지만 문학평론가는 칭찬 일색인 100평 추천글을 써서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문학을 분석하는 직업이다. 100자 이내로 핵심을 찌르는 문장은 카피라이트'에게는 훌륭한 덕목이지만 평론가에게는 독이 된다.

누누이 말하지만 평론가는 100미터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에 가깝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던가 ? 지나친 100자평으로 칭찬 릴레이'를 잇는 것은 재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나는 출판사 소개글에 인용된 명사의 추천글'을 거의 믿지 않는데 박찬욱이 < 좀비 > 에 대해 쓴 짧은 추천글'은 무릎을 칠 만큼, 아....  좋았다 ! " 입체영상을 보게 해주는 안경 같은 것이다. 이걸 쓰면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자기 내면을 관찰할 수 있다. 어쩌면 반대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입체로 존재하는 세상이 이 안경을 끼면 평면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의 시선은 매우 폭력적으로 세계를 단순화하니까. " 이 문장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 좀비 > 를 매우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박찬욱이 쓴 문장을 읽으며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박찬욱은 영화뿐만 아니라 글도 잘 쓰는 팔방미인'이다.

연쇄 살인자의 일기처럼 쓰여진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문장이 너무 단순해서 조이스 캐롤 오츠가 쓴 것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적 구원의 세계도 없고, 사드적 지옥의 현현도 없다. 망설임도 없고 후회도 없고 죄책감도 없다. 그냥 뾰족한 꼬챙이로 뇌를 쑤신다. 그런데 이 묘사를 조이스 캐롤 오츠는 대수롭지 않게 담담하게 묘사한다. 여기에는 죄의식이 없다. 왜냐 ?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것은 범죄자의 시점이지 관찰자의 시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개입으로 이루어진 해석'이 배제된 채 이루어진 < 날것'> 은 박찬욱이 지적했던 것처럼 매우 단순하다. 이 소설은 역설적이게도 악이라는 욕망을 < 지속 > 시키기 위해서 < 선 > 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행한 범죄를 감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착한 척'을 한다.

 그러니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선'은 악'을 은폐하기 위한 위선(僞善)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이 소설은 가르쳐 준다. 주인공은 괴물'이 아니라 짐승 같은 인간이다. 괴물과 짐승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짐승은 위선적이고 괴물은 위악적이다. 짐승 같은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악마적 본성을 숨기기 위해서 선한 척을 하지만, 괴물은 악마적 본성을 숨기기 위해서 적어도 선한 척을 하지는 않는다. 홍상수의 < 생활의 발견 > 이라는 영화에서 서로 각자 다른 인물들은 동일한 대사를 쏟아낸다. 그들은 모두  " 우리 더 이상 괴물은 되지 말자 ! " 고 말한다. 그런데 홍상수는 괴물과 짐승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 괴물 > 이란 생김새가 괴상하게 생긴 것을 의미하고, < 짐승 > 은 야만적인 인간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단어이다.

그러니깐 "괴물" 이 시각적 편견에 기대어 대상을 관찰한 결과라면, "짐승(같은 인간)" 은 내면적 통찰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무명씨'를 괴물'이라고 말할 수는 있으나 짐승'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단지 생김새가 추할 뿐이다. 정작 나쁜 놈은 생김새는 멀쩡한데 내면이 추한 놈'이다.  지킬 박사의 이중적 자아인 하이드 씨'는 짐승이라고 말할 수는 있으나 괴물'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내가 늘 주장하지만 괴물'은 잃어버린 휴머니티'를 복원하기 위해 나타나는 존재'이다. 얼핏 보기에 괴물은 무시무시한 악당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신과 괴물'이 짜고 친 고스톱'이다. 골목길에서 만난 불량배를 멋지게 소탕해서 여자의 관심을 받는 남자 이야기'는 알고 보면 친구들과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었던가. 마찬가지다.  괴물은 불량배 역할을 하는 그 친구 역할이다.

고질라가 열불나서 " 이... 시부랄 놈들아 ! 다 부셔버리겠어 ! " 라거나  용가리가 " 용가리 통뼈 맛 좀 봐라. 인간 사람 새끼들아 ! " 라며 도시 전체를 공포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지만, 사실 괴물들은 신이 내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내려온 액션 배우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한번 잃어버린 휴머니티'는 이런 식의 재난 퍼포먼스'가 아닌 이상은 복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고질라, 죠스, 용가리와 쮸쮸, 티라노 공룡'은 눈물을 삼킨 채 위악적 캐릭터를 소화한다. ( 혜성 충돌, 쓰나미, 화재 등도 괴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무생물이다. 불춤과 물쇼는 이들의 특기이다. ) 용가리는 꼬리로 63빌딩을 내리치며 눈깔을 부리부리하게 뜨지만 속으로는 슬퍼서 운다.  인간은 이처럼 재난이 몰려오면 그때부터 정신을 차린다. 불이 빌딩을 덮칠 때, 물이 도시를 점령할 때 비로소 가족이라는 가치를 깨닫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인간의 속성이 아니었던가.  카메라가 살아남은 가족끼리 꽉 쥔 손'을 클로우즈업해서 보여주다가 이내 물러나면 폐허의 잔재가  보인다. 이 폐허는 다시 복원될 것이다.  파괴는 괴물이 하지만 건설은 이명박이 할 것이다. 그리고 재난이 끝나면 콘돔은 불타나게 팔릴 것이다. 산부인과 사업도 번창할 것이다. 이처럼 가족을 구원/복원'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명심하도록. 괴물은 악당 캐릭터를 연기하는 마음 여린 액션 배우다. 반면 짐승 같은 인간'은 악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선을 행한다. 그러므로 선'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다. 선한 선이거나 선을 가장한 악이거나 !  사실 선은 잘 표현되지 않는다. 어떤 선행이 지나치게 선명하거나 잘 표현된다는 사실은 선이 아니라 위선'일 확률이 높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홍상수의 말은 틀렸다. 괴물 같은 짐승은 짐승 같은 인간'에 비하면 선한 자'다.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은 괴물 같은 짐승이 아니라 짐승 같은 인간이다. < 자연 > 의 반대말은 < 인간 > 이지만 < 인간 > 의 반대말은 < 인간 > 이다. 인간을 파괴시키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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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이 2014-01-04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을 파괴시키는 것은 오로지 인간이다, 인간의 반댓말을 인간이라는 말 좋네요. 오랜만에 오소리 입말 사전 보는 느낌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4 20:03   좋아요 0 | URL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에서 발췌했습니다. 미리 작성해 놓으니 필요할 때마다 긁어다 쓰는데 무지 좋아요.어서 오소리 입말 사전을 완성해야 하는데... 쩝...

까레이 2014-01-0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소리 입말 사전 완성 기대하겠습니당ㅋㅋ 진짜 재밌게 봤어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4 21: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서 사전을 완성해야 겠어요.. ㅋㅋㅋㅋ

비로그인 2014-01-05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내공이 느껴지는 통찰.. 정말요. 인간에게 필요한 것도, 인간을 파괴하는 것도 오직 인간 뿐.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13: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구를 위해서는 인간만 꺼져주면 되죠.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인간이 사라지면 자원 고갈도 없고, 공해도 없고, 각자 알아서들 살아갈 겁니다.
인간만 꺼져주면 됩니다. 그게 진리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은 인간에게서 구원을 찾지만, 인간이 누굴 구원할 만큼 훌륭한 인자'가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종은 멸종되어야 함..

비로그인 2014-01-05 13:17   좋아요 0 | URL
읭~ 전 그 정도까진 아니구요~
어찌 보면 노아의 방주 은유가 차선책일 수 있겠다. 그 정도에요.

음. 요즘 곰곰발님 뭔 일 있으셨나 보다.
타르코프스키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 요 말씀은 완전히 믿진 않을래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14:45   좋아요 0 | URL
헤헤... 제가 오버했군요. 요즘 자주 오버해요.. 헤헤헤헤헤...
전 오래부터 인간이 사라져야 지구 생태계가 건강을 찾자 않나 싶습니다.
제가 너무 멀리갔어요.... 헤헤헤..

행인 2014-01-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잘 읽었습니다. 이 책 보고 싶네요. 괴물이 액션연기하면서 속으로 울고 있다는 말이 너무도 인간적이네요 코믹하기도 하고요 ㅋㅋㅋ
요즘 드는 생각인데 싸이코패스는 죄책감이 없는것 같아요. 진정. 저처럼 회창한 일욜 오후 덜 떨어진 인간들은 심지어 guilty pleasure 따위가 있다는데 말이져..먼소리하다 갑니다 .. (터벅터벅)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14:46   좋아요 0 | URL
당연히 사이코 패스는 죄책감이 없죠. 최책감 있으면 사이코패스할 자격이 없습니다.
요 책, 분량도 적고 읽기도 편하고 쉽고 그래요....
읽기 딱입니다.....

행인 2014-01-0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분량도 적고 읽기도 편하고 쉽고 ㅋㅋㅋ
고맙습니다. 새해엔 책도 읽겠습니다 아, 알라딘 상 받으신 것 축하드려요 늦었지만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15: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분량도 적도, 읽기 편하고, 쉽고.. 이 3고'가 소설의 미덕이죠. 대하소설은 아주 질색임...
 

 

 

 

 

 

 브루스 윌리스와 장국영 : 난닝구와 빤스'에 대한 단상

 

 

 

 

크리스마스 날 가장 바쁜 사람은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다. 주인 몰래 마구간에서 날마다 팩 소주를 빨던 술주정뱅이 딸기코 루돌프 氏도 아니다. 이명박도 아니다. 숙박업 종사자들도 아니다. 영화관 종사자들도 아니다당신들이 아무리 바쁜들 이 사람만 할까 존 맥클레인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죽도록 고생하는 사나이.  그렇다 ! 영원한 마초,  존 맥클레인 형사’가 주인공이다. 실베스타 스텔론이 용병이 되어서 베트남에서 싸울 때브루스 윌리스는 형사가 되어서 뉴욕에서 흰 쫄티와 맨발로 악당과 싸운다. 공통점은 남의 땅, 남의 건물에서 폼 나게 총 싸움을 한다는 점이다한 방 쏘면 해결될 걸 열 방 쏜다 ! 어차피 그들은 돌아갈 고향이 있으니 싸움터가 심해 밑바닥 뻘보다 더 참혹한 폐허가 되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닥치는 대로 쏜다 !

미국이 내세우는 전략은 언제나 동일하다. 남의 나라에서 폼 나게 싸우기. 미국 본토가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적은 일본 가미가제 공격과 알카에다 공격이 유일했다.  가미가제가 모더니즘적 증후라면, 9.11테러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증후였다영화 <다이하드>는 무대만 바뀌었을 뿐, 남의 건물/국가에서 인질들을 구출한다는 측면에서 영화 <람보>를 근사하게 변형시킨 꼴이다. 캄보디아와 크리스마스는 서로 어울리지 않으니 말이다. 나카토미 빌딩, 아시아 전쟁터이다 ! 영화 속에서 브루스 윌리스< (간댕) 간댕거리는 자지> 였다.  그의 페니스는 발기와 거세 사이에 있는 것이다. 잘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꼴린 것도 아닌 상태였다. 마치 휴대폰 표시창에 방전을 알리는, 깜박거리는 아이콘처럼 말이다. 왜냐하면 그는 직장에서는 골치 아픈 동료였고, 아내에게는 무능한 남편이었으며,  딸에게는 유령'이나 다름없었다. 

가정은 위기일발 상황에 놓여 있다. 나카토미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아내는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처녀적 이름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 그러니깐 아내는 <홀리 멕클레인’> 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홀리 제네로' > 로 처녀 행세를 하는 것이다. 맥클레인 형사는 나카토미 빌딩 로비에 있는 방문자 명단에서 아내가 처녀적 이름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린다. 설상가상 회사 동료가 아내인 홀리를 홀리는 더러운 꼴도 본다그는 위기의 남자어쩌면 처한 상황은 발기와 거세 사이가 아니라 발기와 불능 사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한때, 왕년에, 오래 전에, 잘나갈 때, 엄청 딱딱했던, 오동나무와 같은, 매우 하드한 페니스를 복원하기 위해서 제목 그대로 <좆빠지게> 뛰어다닌다. 그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그 무수한 수컷들을 제압한다. 영화 초반부는 초라한 멕클레인 형사와 화려한 나카토미 빌딩에서 잘나가는 직원들을 대비시킨다.

최고급 명품 양복,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명품 와이셔츠, 나비 넥타이, 고급 와인, 번쩍거리는 빌딩의 외관 등을 보여줌으로써 상대적으로 초라한 형사의 볼품없는 외형을 강조한다. 심지어 테러리스트조차 근사한 양복으로 우쭐대지 않던가 ?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상류 사회 임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한 마디로 쭈구리였다. 악당의 등장에 벌벌떤다. 근사함'은 직책이나 명품이 주는 잠깐의 후광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킨다. 이 남근은 무기를 가진 테러리스트들이 차지한다. 무기가 곧 남근이다. 바로 이때 띨빵하며 띨띠리인, 물렁물렁한 개불이며 쭈구리,빈대떡 신사 존 맥클레인 형사가 멋지게 등장한다. 그는 흰색 난닝구로 검은 양복을 제압하며, 맨손과 맨발로 무기를 든 손과 페르가모 구두를 신은 악당을 물리친다. 맨몸 vs 최첨단 무기, 난닝구 vs 턱시도의 결투다.  으르렁 !

존은 곤경에 빠지면 빠질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이 남자화나면 딱딱하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심지어는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부상을 입은 그가 (무전기를 통해) 동료 형사에게 고백한다. “  이 말을 꼭 전해주게. 난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수천 번 했지만 미안하단 말은 한 적이 없네. 아내에게, 존이 미안하다고 전해 주게. ” . 하지만 이 영화가 마냥 아내를 향한 마초의 < 맨발의 청춘> 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 영화는 <역시, 여자는 골칫거리야! > 라는 의중이 담겨 있다. 홀리가 평범한 아내처럼 부엌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칠면조를 요리하며 남편을 기다렸다면 이 개고생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 이러한 밑바닥 정서는 시리즈 4탄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늙은 형사는 이번에는 딸 때문에 <다이하드> 한다. 아마, 시리즈 5에서는 손녀 때문에 <다이하드> 할 것이다. 하여튼...맥클레인 형사는 반드시 여자를 구한다. 그리고는 늘 생각한다. 언제나 문제는 여자야 ! 그게 이 시리즈의 진리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런닝구를 입고 런닝맨이 되었다면 장국영은 런닝구를 입고 댄서가 되었다. 그는 난닝구와 빤스만 입고 맨발로 음악에 맞춰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며 몸을 흔들었지만 수초처럼 흔들리는 청춘은 아름다웠다. 난닝구가 패션이 될 수도 있다는 불가능한 사실을 장국영은 멋지게 증명했다. 평범한 수컷이여 ! 그렇다고 모두 따라하면 안 된다. 그것은 장국영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 원빈 앞에서 우리는 모두 꾀죄죄죄죄죄죄죄한 오징어가 되듯이, 장국영이 빤스 입고 거울 앞에서 무국적 춤을 출 때 우리는 모두 누추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백양 메리야스 흰 빤스를 입고도 멋진 놈 있다면 손들어 보라 ! 원빈과 장국영이 은은한 은갈치라면 우리는 모두 오징어다. 그래도 브루스 윌리스의 흰 쫄티'는 나름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가 바지를 벗고 빤스만 입고 뛰어다녔다면 그는 여전히 멋진 마초처럼 보였을까 ?

여자는 빤스만 입어도 멋있지만 남자는 빤스만 입고 돌아다니면 추해진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윤창중 선생님이 워싱턴에서 추레했던 이유는 백 퍼센트 빤스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빤스는 남자를 초라하게 만든다. 존 맥클레인 형사가 < 하드 바디' > 라면 장국영이 연기한 아비'는 < 소프트 바디'> 였다. 그는 남성적이기보다는 중성적이었다. 남성인 내가 보기에 빤스는 남성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패션'이다. 반면 여성에게는 잘 어울린다. 빤스는 본질적으로 여성적 바디라인에 어울린다. 장국영이 빤스만 입고도 패션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여성적 소프트 바디 때문이었다. 그래서 장국영이 동성애자'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그 사실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키워준 계모를 농락한 바람둥이를 찾아가 망치로 위협을 해도 그 장면은 폭력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나약한 장국영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내가 < 아비정전 > 이란 영화를 40번 넘게 보면서 결국 발견한 것은 걷는다는 행위'가 보여준 미학이었다. 이 영화에서 장국영은 브루스 윌리스처럼 뛰지 않는다. 그는 걷는다. 그가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게 버림받고 돌아서는 장면은 걷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쓸쓸한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장국영의 걸음은 묘하게 음악적인 구석이 있다. 사실 그가 난닝구와 빤스만 입고 거울 앞에서 춤을 출 때,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춤과 걸음의 혼용'이다. 그는 춤을 추듯 걷고, 걷듯이 춤을 춘다. 이러한 걸음은 < 해피투게더 > 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가 추는 탱고는 < 아비정전 > 에서 그의 뒷모습을 슬로우모션으로 잡은 그 유명한 장면과 겹친다. 왕가위 감독은 뒷모습을 아름답게 포착하는 감독이 아니라 걸음을 예술로 승화시킨 감독이었다. 장국영을 생각할 때마다 자꾸 그의 걸음걸이가 생각난다. 브루스 윌리스는 뛰고 장국영은 걷는다. 그것은 두 문명의 문화적 특징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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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1-03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빤스'에 대한 곰곰발님 특유의 통찰이 느껴지네요 ㅎㅎㅎ
"아비정전"을 다시 봐야겠습니다. 어렸을 적에 설날특집(추석특집?)으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장국영이 뭔가 초라하다는 느낌만 있었지, 작품의 스토리도, 울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어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제야 그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23:12   좋아요 0 | URL
오늘 함 보십시요. 끝내줍니다. 이 영화는 확실히 뭔가 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특히 장국영.. 아, 작국영 !!!!!

비로그인 2014-01-0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껏 읽은 가장 재밌는 다이하드 글 :)

음.. 그래서 빤스 대신 드로즈가 있지 않겠습니깡.. (읭)
어쨌든 장국영의 마리아 엘레나 백양 메리야스 패션은 정말이지 전무후무한 전설로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23:11   좋아요 0 | URL
글을 좀 다듬어야 하는데 그냥 올렸습니다. 한 10분 정도 투자를 하면 지금껏 읽은 가장 재밌는 다이하드 글이 아니라 지금껏 읽은 가장 재밌는 영화에 대한 글'이 될 것이옵니다. 아, 그 곡이 마리아 엘레나였군요. 글 보충 때 반영하겠습니다.

유구일턴 2014-01-0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탄은 아들 때문에 러시아에서 다이하드하지요
역시 나이를 먹으니 부르스도 덜 뛰더군요

큰 가위 감독은 뛰고 걷는거 보단 인생이 한편의 춤이라는 느낌이랄까요? 전 동사서독의 장국영과 장만옥의 사랑이 더그립답니다

왜 그 긴세월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서 같이 지내지 못했나...하는 장만옥의클로즈업 된 슬픈 모습이. 계속 멤도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4 12:29   좋아요 0 | URL
5탄도 나왔었나요 ? 4.0 까지만 보았습니다. 그 사이 아들도 낳았나 보군요.. ㅎㅎㅎㅎ.
덧글 보니 갑자기 동사서독에서 장만옥의 고백이 생각나네요.
음악을 참 잘 사용하는 감독이었습니다.
 

 

 

영화 < 다이하드 > 에서 빌딩 밖에서 순찰을 하던 흑인 형사는 백인 형사의 멘토이자 멘티이다. 그들은 모두간댕거리는자지를소유한 거세 직전의 불쌍한 형사들이다. 흑인 형사 알 파웰은 실수로 13살 소년을 쏘아 죽인 후, 더 이상 권총/페니스를 발사/사정하지 못한다. 그 또한 거세 직전의 형사다 ! 이들 짝패는 서로 멘토와 멘티가 되어서 서로를 위로한다. 무전기라는 상징성이 말하듯, 존 맥클레인 형사5,60년대 포드주의에 대한 향수를 대표하는 노동자 인물이다. 그는 오로지 육체의 힘으로만 디지털 악당들을 제압한다. 악당들이 최첨단 무기로 싸울 때, 그는 맨발로 싸운다. 나카토미 빌딩에 설치된 완벽한 방재와 보안 시스템은 위험을 방지하기는커녕 디지털 악당들의 훌륭한 요새'로 작용한다. 이 영화는 최첨단 " 디지털 사회와 그 적들 " 과 맨발로 싸우는 노동자를 다룬 영화이다. 어쩌면 인류의 희망은 아이폰 따위가 아니라 존 맥클레인 형사처럼 단순한 인간의 손과 발이 아닐까 ?  씩씩한 맨발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아이폰> 이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 페니스보다는 2배 작은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며 엿먹어라, 를 외치고 싶다.클린턴이 부시에게 멍청아, 문제는 경제야! “ 라고 말했던 것처럼,나 또한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멍청아, 문제는 하이테크 !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5043, 다이하드 : 디지털 사회와 그 적들 中

 

 

 


 

 

 

 

그때 나는 맨발이었다

 

뉴스에서 종종 " 우발적 살인 사건 " 을 접하고는 한다. 심장이 두근거리고는 한다. 범죄가 창궐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장이 뛰는 것은 아니다. 내가 두려운 것은 타자의 폭력'이 아니라 내 안에 감추어진 우발적 폭력 성향 때문이다. 나에게는 충동 조절 장애'가 있다. 자가 진단이 아니라 정신 상담을 받은 결과'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뉴스 속 < 우발적 살인 사건 > 의 주인공이 내가 되는 악몽에 시달리고는 한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어머니가 쓰려지신 적이 있었다. 집에는 어머니와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대도 아니었으니 달리 연락할 수도 없었다. 어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혈압이 올라간 것 같으니 약국에 가서 약을 사오라고 하셨다. 서랍을 뒤져 어머니가 복용하던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향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었고 일요일이어서 문을 연 약국은 보이지 않았다.

 

점점 걱정이 되었다. 정신 없이 달리다가 우연히 문을 연 약국을 발견했다. 여자 둘이 운영하는 약국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뛰어들어가서 자조지종을 설명하고는 어머니가 복용하던 약을 달라고 했다. 약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처방전을 보더니 주문대로 혈압약을 가지고 나왔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갑 속에는 백 원짜리 몇 개가 전부였다. 지갑을 가지고 나온다는 게 그만 동전 지갑을 가지고 나온 것이다. 내가 돈이 없으니 일단 낱개로 두 개만 사겠다고 말하자 약사는 나를 차갑게 내려다 보더니 낱개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상황이 다급해서 그러니깐 다시 와서 살 테니 일단 낱개로만 달라고 사정했으나 약사는 내 말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개정된 약사법으로 인해 묶음 판매가 아닌 낱개 판매는 약사법을 어기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는 옆 동료와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까르르르, 웃음이 터졌다. 빨간 양말 ! 정말 웃기지 않아 ? 까르르르르르르..... 나는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찬 바람이 불었다. 무작정 뛰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래를 보니, 나는 슬리퍼에 맨발이었다. 그때였다, 그때였다 ! 내 맨발을 보자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잠시 생각했다. 집으로 뛰어가서 어머니를 살핀 뒤 119를 부를 것이냐, 아니면 조용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 약국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냐.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다시 그 약국을 찾아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가 들어오자 두 약사는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내가 낮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 야, 시발년아 ! 내 말 똑똑히 들어. 내가 집에 들어갔을 때,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면 칼 들고 찾아오마. 묶음으로는 파는데 낱개로는 안 팔겠단 말이지 ? "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아마 그런 말투였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어머니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멀쩡했다. 내가 이 사건을 통해서 절실히 깨달았던 것 가운데 하나는 감정 통제 불능'이었다.

 

그리고 나는 절대 좋은 놈은 될 수 없다는 절망이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나는 나쁜 놈이 되었다. 꾀죄죄한 사업장에서 파업을 주도했으나 최후 통첩 앞에서 나는 납작 엎드려 동료를 배신한 채 살아남았고, 이별 앞에서 사랑하던 여자의 뺨을 다섯 대나 때린 적이 있었다. 떳떳하지 못한 태도였다. 그 사건 이후로도 나는 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우발적 사건을 다룬 소식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그때 일이 계속 떠오른다. 생각한다. 그때 나는 왜 살의'를 느꼈을까 ? 그 살의'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정확히 말하자면 효심'은 아니었다. 난 효자는 아니었으니깐 말이다. 내 곤경을 외면한 사회에 대한 분노였을까. 아니면 한겨울 맨발로 거리로 뛰쳐나온 한기 때문이었을까 ? 그때의 경험은 매우 강렬해서 악몽을 꿀 때마다 꿈 속에서 나는 늘 맨발이었다. 꿈 속에서 나는 꾀죄죄한 발바닥을 숨기기 위해서 늘 곤혹스러웠다.

 

신발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나 신발을 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철도 노조 파업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때가 자꾸 오버랩된다. 철도 노동자는 한겨울 거리에 맨발로 서 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대부분의 언론과 방송은 낱개로는 판매를 안 한다며 차갑게 외면한 약사가 연상된다. 어젯밤 드라마 얘기를 하며 까르르르 웃던 반지르르한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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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애 2014-01-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나이먹고 간혹 감정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대부분 자학으로 이어지는데, 주먹이 찢어질 정도로 콘크리트 벽을 십수차례 가격하거나, 아작이 날 정도로 내 머리통을 물건으로 내리 찍어요. 공공연하게 말하기 쪽팔리지만 사실입니다.

자학이야 말로, 가장 용기없는 놈이 행할 수 있는 병신같은 해소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탈야 2014-01-0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죄송합니다. 제가 페루애를 너무 사랑하나봐요. 윗댓글 닉네임을 페루애라고 적었음. (눙물)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4:37   좋아요 0 | URL
위에 페루애라고 달렸기에 어느 시부랄 놈이 날 놀리려고 장난을 했구나.... 했는데, 나탈야 님이었군요. 용서, 용서, 용서... -_- 얼마전에 피비 님 아이디로 장난을 치신 분이 있어서 그분인 줄 알았습니다...ㅎㅎㅎㅎㅎㅎ

주먹으로 벽을 내리친다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영화 찍습니까 ?
댓글에서조차 허세가 느껴지네여..

유다 2014-01-03 15: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ㅋㅋ그때 피비 저였는데;;
제가 김유다 이전에 한 십년간 네이버도 pb여서 습관적으로~스눕오빠는 아직도 오프에서 대부분 피비라고 부름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5:07   좋아요 0 | URL
앗 !!!!!!!!!!!!!!!!!!!!!!!!!11 그렇습니까 !!!!!!!!!!!!!!!!!!!!!
아, 죄송합니다. 전 누가 닉네임 도용한 줄 알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 배 사과드립니다.

나탈야 2014-01-03 15: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허세라뇨... ㅋㅋㅋ
주먹으로 콘크리트 내려치는 게 멋있어 보이십니까?
그것만큼 병신가튼 짓도 없습니다.
세상에서 젤 멍청한 짓거리 중에 하나가 바로 자학임.
그것보다 더 병신가튼 짓이 자살이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5:24   좋아요 0 | URL
혹시 이웃 동료가 고기 몇 점 더 먹어싸고 화나서 벽 친 거 아닙니까. 쪼잔하게 말입니다..

나탈야 2014-01-03 15:4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대부분 쪼잔한 일로 광분했던 건 사실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5:56   좋아요 0 | URL
나턀야 님이 쪼잔할 거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고기 몇 점으로 벽을 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눙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비로그인 2014-01-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쓰린 얘기... 적어도 어릴 적 약국 얘긴 제게 너무 당연한 감정으로 와닿습니다.
전 국민학교 2학년 때였나.. 어미니 따라 치과 갔다가 이빨 치료 받는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시는데 태연하게 계속 드릴로 가는 치과의사를 보면서 옆에 과도를 만지작 거렸었는 걸요. 언제 봤는지 그 과도를 간호사가 치웠음요. 사과 깎아 먹었으면 그때그때 빨리 치울 일이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4: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뉴스에 한번 나올 뻔했네요.
초등2학년 엄마 비명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칼부림 난동. 치과 치료 과정에서 비명 소리를 다급한 구원 요청으로 오해한 비극적 사건.

이렇게 말이지요... ㅎㅎㅎㅎ

rtour 2014-01-03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종일 자고 있어요. 동면하는 곰으로 빙의되었네요. 불면증은 어디로? 아, 또 자야겠어요.

본성적 공격 본능이 자기로 향하는 게 도덕적인 인간인거겠죠. 이건 좀 비꼬는 멘트. 어쨌든 맨발의 기봉이는, 동물적이라는 얘기의 순화된 표현 혹은 잃을 것이 더 없는 상태의 시적 표현인데 바보 기봉이 좋을까요? 투사 기봉이 좋을까요? 알라딘 바보라 댓글달 때도
에러나고 짜증 유발함. 구타유발자!
에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4:45   좋아요 0 | URL
저는 넘버 3에서 말한 한석규가 말한 51%만 믿는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51%믿는다는 것은 49%는 믿지 않는다는 말이잖아요. 결국 1%가 좌우하는... 공격 본능이 100% 자기를 향하는 것은 굉장히 나쁘잖아요. 딱 51% 대 49% 비율로 되었으면 좋겠어요. 적당한 퍽유와 적당한 자기 학대가 적당히 섞이면 참 좋을 듯합니다.

유다 2014-01-0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공감가는 글이네요. 감정통제불능보다는 가족이 아프거나 했을 때 저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대부분의 인간이 저런 행동을 할 것 같아요. 전 그자리에서 의자 집어 던지고 거의 개깽판;을 쳤을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4:47   좋아요 0 | URL
사실 전 지금도 이해가 안 갑니다. 물론 약사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혈압약 1개 먹는다고 바로 내려가냐. 그럴 일은 없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려움에 가득해서 불안해 하는 소년이 있으면 귀기울여야하는게 마당한 약사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합니다. 문 열고 나오는데 드라마 얘기에 웃고 떠들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니다.

rtour 2014-01-03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사 의무라기보단 한 인간의 인간성이 무방비 상태에서 튀어나오는 거겠죠. 어쨌건 알라딘은 짜증나요! 댓글 시스템도
구리고 검색 시스템도 없다시피하고..에잇. 다신 안온다! 깽판, 깽판.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4:52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알라딘이 이런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기본적으로 댓글 알림이나 검색 시스템은 기본 사항이라고 생각해서 잘 될 줄 알았어요. 누가 이런 줄 알았답니까. 다시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아니 왜 댓글 알림 기능은 없는 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이게 돈이 많이 들어가나... 흠...

세이지& 2014-01-0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정 통제 불능..오늘아침 어느 할머니 환자분께서 들려주신..ㅠ

제가 사는 지역에서..며칠 전 일어난 사건예요..

유부녀와 가까이 지내던 한 군무원이
어느날 아침 그 남편이 출근하는 걸 확인하자마자
여자를 망치로 심하게 때려서
여자는 혼수상태..산소호흡기만 떼면 죽는다고 하구요..
그 군무원은 자살..

두 사람이 가까이 지내다가
남자가 자꾸 귀찮게 하자
여자가 남자를 헌병대에 고발하고
남자는 조사받으러 불려다니다가
해고당하고..그 이후에..일어난 사건..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6:01   좋아요 0 | URL
끔찍하군요. 전 순간 살의를 느꼈는데 그 양반은 치밀하게 준비했군요.
전 치밀한 계획 따위는 못하겠더라고요.
확 오르지만 또 확 내려갑니다.
내려가고서는 자학에 시달립니다.
하여튼, 불륜은 그닥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든가 봐요...
참. 이게 무슨 비극인지...

그런데 그 사람 정말 잔인하군요. 전 개인적으로 무기 중에서 망치가 제일 끔찍하더라고요....

세이지& 2014-01-03 16:12   좋아요 0 | URL
얼마나 때렸는지..이가 다 부러졌다고 합니다..

화두가 되어 종일 머리와 가슴 속을 맴돌다가
페루애 님 글을 봤네요..

"사랑"이란 에너지가
때로는 온세상을 환히 비추기도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파괴시키기도 한다는 것이..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16:19   좋아요 0 | URL
제가 늘 주장하는 게 < 사랑 > 이라는 감정을 지나치게 미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 행복 > 을 지나치게 추구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이 정점에 다다르면 결국 불행도 경험하게 되죠. 가장 좋은 것은 평심입니다.
사랑하되 너무 뜨겁게 사랑하지는 말고, 행복를 바라되 많은 행복을 바라지않는 거...
불교에서 말하는 평심은 바로 감정의 시소에 의한 높이를 경계하는거아니겠습니까.
높이 오른 시소는 반드시 내려와야지요...

세이지& 2014-01-03 16:39   좋아요 0 | URL
사랑이란 에너지는 각자의 삶 만큼이나
다양한 처지에 있는 것이어서..
그 중도를 제3자가 판단하기 힘든 거 같아요..

이 사건 또한 드러난 결말만 가지고
왈가왈부할 건 못된다 보지만..

페루애 님의 약국 사건은..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그 절박함이
약사에 대한 살의로 변한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되요..

엄동 2014-01-0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사소한 일에 목숨들을 걸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도
잘 다니던 회사 때랴치고 이직을 결심하거나 혹은 실행하는 것도.
보통은 사소한 일에서 고마 확.
정상적사고의 끈이 끊어지죠

그치만 저쪼위 일례 속.
무뇌스러운 약사들에겐 과한감이 있찌만 저라도 그랬을겁니다,

살면서
살의"를 느껴보지 않은이도
의도않은 배신"을 안해본이도
사랑하는이의 뺨을 때리고 스스로의 가슴을 피멍들도록 쳐보지 않은이가
.
몇이나 되겠어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20:12   좋아요 0 | URL
갑자기 숙연해 지네요.
사실 전 좋은 인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것에 집착하다 보니
꾀죄죄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삶이 얼마일 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살아서 꾀죄죄하지 않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