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남자에게 !

 

 

작년 추석 연휴 때 영진공'에서 영화 < 멜랑콜리아 > 를 상영해서 A와 함께 상암동에서 만났다. 영화 상영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공원 의자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그러다가 A가 갑자기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앉았다. 고개를 돌리면 코와 코가 마주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으로 향했다. ( ...... 중략 ) 영화가 끝나고 뒷풀이를 겸해서 노천에 테이블을 마련한 호프집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아, 하면 그 친구는 아아, 했고 그 친구가 어, 하면 나도 어어, 하며 맞짱구를 쳤다. 다들 아시겠지만 맥주를 마시면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 화장실에 가서 오줌통을 비워야 했다. A와 나는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다.

 

문제는 그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와서 자리에 앉을 때마다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둥근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던 그는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거리를 야금야금 좁허더니 결국에는 내 옆자리까지 다가왔다. 당혹스러웠다. 일행이 많아서 복작복작 곁을 내주어야 하는 상황하고는 다르지 않은가 ? 그것은 마치 전철 안에 승객이 거의 없는 데도 누군가가 내 옆에 와서 앉을 때 느끼는 불안함이었다. 그런데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고 해서 내가 일어나서 의자를 끌고 둥근 테이블 맞은편으로 가 자리를 고쳐 앉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싶었다. 서둘러 술자리를 끝냈다. 불편하기보다는 불쾌했으니깐 말이다. 나는 내가 빗금 친 영역 안으로 타인이 허락도 없이 침범하면 불쾌하다. 그것은 내 성격이 까칠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본능이다.

 

내 곁을 허용할 수 있는 대상은 친한 친구이거나 애인 혹은 가족이 전부'다. 애인이란 내 곁을 허용하고도 불쾌한 감정이 들지 않는 관계'다. 그런데 그 외 사람들이 곁으로 바짝 다가오면 털이 곤두선다.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상사가 업무 과정을 가르쳐준다는 구실로 뒤에서 바짝 다가와 귀에 콧바람 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몇 달 후, 여럿이 모였다. A도 참석했다. 대여섯 명이 모인 자리여서 A가 내 옆에 앉았지만 그때처럼 불편하지는 않았다. 종로 술집이라는 게 모두 최대한 붙어서 술을 마셔야 하니깐 말이다. 문제는 그 친구가 아예 작정을 하고 내게 팔짱을 끼고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가 주선한 모임이었기에 화를 내서 술자리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 자리도 그냥 흐지부지 끝냈다. 다음날, 그 친구에게 " 지랄 " 을 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적 취향을 무척 존중하지만 내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태도에 화가 난 것이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인권에 대한 침해'이다. 그 친구가 이 글을 읽을 수도 있기에 이 자리를 빌려 한 마디 하련다. " 이봐, 친구 ! 내 자지는 오로지 젖가슴 앞에서만 발기한다. 오케이 ?! "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그 일 이후로 그 친구와 가까워지지 못했다. 거기까지가 내가 가진 한계'였다. 사실 나는 남자가 멍청하다는 생각을 하는 남자'다. 그래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진화 심리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자는 꽤나 거추장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비비드 버스의 < 진화 심리학 > 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사내새끼들이 꽤나 꾀죄죄한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낯선 여자보다 낯선 남자를 훨씬 무서워한다. 이것은 낯선 남자가 낯선 여자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정말 남자는 여자보다 폭력적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라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다 보면 남자는 여자보다 공격적이며, 여자는 남자보다 이타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굳이 남자와 여자'로 한정하지 않고 수컷과 암컷을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생물학자 폴 셔먼은 숲속 땅다람쥐를 조사했다. 땅다람쥐는 포식동물을 발견하면 소리를 지른다. 동료들은 이 경고를 듣고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그런데 이 행위에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호루라기를 분 땅다람쥐는 포식 동물의 눈에 띄어서 잡혀먹힐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에 당신이 땅다람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치면 동료는 살 수 있으나 자신은 그 늑대의 표적이 된다. 반면 호루라기를 부는 대신 혼자 몰래 도망치면 목숨은 건지지만 동료가 죽는다. 쉽게 말해서 " 당신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 " 를 묻는 질문이다. 폴 셔먼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호루라기를 불어 동료를 살린 땅다람쥐의 성별을 조사했다. 수컷보다는 암컷이 더 이타적 행위를 많이 했다. 21%나 더 많이 말이다. 남자란, 수컷이란 그런 존재다. 모유를 먹는 아기들조차 남자가 위험하다는 정보를 습득한 채 태어난다. 모유를 먹는 아기는 다른 여자보다 어머니 냄새를 더 좋아하지만, 아버지 냄새를 다른 남자 냄새보다 더 좋아하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서 " 남자는 다 똑같아 ! " 그렇다, 남자는 다 똑같다. 남자는 이기적이며 폭력적이다.

 

그리고 조금 더 멍청하다. 더군다나 가부장 한국 사회인 경우는 더, 더더욱 그렇다. 한국 남성은 지금 여성 상위 시대라며 징징거린다. 대한민국은 남녀 평균 임금 격차가 OECD 28개국 평균(15%)보다 무려 2.5배가 높은 39% 를 기록해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일본하고도 무려 10%나 차이가 난다. 자살율과 함께 불명예 2관왕'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명예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여성 상위 시대가 되는 나라'다. 골때리는 남성 부족 국가'다. 남성들이여, 무식하게 누워서 침 뱉지는 말자. 이래저래 자꾸 성질을 건드리다가는 여성들이 섹스 파업'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보신왕국에서 태어난 한국 남자는 섹스 없이는 몬산다, 몬살아.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orgettable. 2014-03-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에피는 꽤 자주 읽은 기분이라 곰발님이 얼마나 불쾌했는지는 익히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미 얘길 해서 관계가 깨진 마당에 굳이 공개적으로 그 분을 비난하는 건 좀 과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뭐, 두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는) 이렇게 글을 올리시면서 상관하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불쾌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매우 당연하지만 이렇게 글로 공개적이고 공격적으로 비난을 하시는 건 배려가 조금 부족하신 건 아닌가 싶네요. 본인도 그 분에게 그 술자리에서 배려받지 못했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는거지만...
여튼 뭐 저는 술자리에서 여자가 들이대도 크게 상관치 않는 사람이라 이런 덧글을 쓰고 있는거겠죠.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0:53   좋아요 0 | URL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곰곰손 2014-03-1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포의 의견에 동감.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너의 블로그의 글들은
꽤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들어와 보는 곳이잖아.
이미 그 분으로부터 정중하게 사과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몇번이고 번복하며 그 에피소드를 입에 올리는 건
좀 그러네..

그리고 깔꺼면 오프에서 그 상대 면상에 대고 까는 게 예의란 생각도 든다.
블로그에다 이렇게 공개 처형하는 식은 옳지못하단 생각.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5:29   좋아요 0 | URL
글쎄... 난 정중하게 사과받았다는 기분이 별로 안 들어서... 길게 말 안한다.

똑같은 식으로 너에게 한마디 하마.
나를 깔거면 꼭 오프로 떠서 까지 말고 비밀글로 까는 게 예의란 생각도 든다.
블로그에다 이렇게 공개 처형하는 식은 옳지 못하단 생각이 든다.

내가 싸가지없다면 너도 싸가지가 없는 게지.
이거 비밀글로 할 걸 그랬나 ?! 미안 비로그인 덧글은 비밀 답글이 안된단다.

곰곰손 2014-03-11 19: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이제야 봤다.
'공개 처형'이란 단어가 맘상하게 했구나. 그렇다면 미안하다.
나는 이글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려던 건데 네가 듣기엔 거북했나보다.

공개 덧글로 단 거, 사과하지 않아도 좋다. 뭐라 하고싶으면 더 뭐라 해도 좋고.

암튼 싸가지 없어서 미안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20:50   좋아요 0 | URL
과장되게 말해서 그런 것뿐 네가 무슨 싸가지없겠냐.
하여튼 열올리지는 마라.

rtour 2014-03-1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은 이해할 듯. 잘 풀리지 감정이 있죠. 그러나 분노와 불쾌감은 충분히 표현했으니, 남은 것은 상대를 배려 어려워도 깨끗하게 묻거나, 현피. 또 여성들은 법에 판단을 맡기기도 하죠.

2014-03-11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탈야 2014-03-1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루애의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버렸구나!!! (탄식)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2:10   좋아요 0 | URL
트라우마까지는 아니고...
그 친구가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기에 경각심. 한심하긴 저도 한심하죠. 이해합니다.

달사르 2014-03-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포스팅을 곰발 님이 친구 분을 이해하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정말 친구 분이 싫다면 아예 이렇게 포스팅을 하지 않으셨겠지요. 그냥 안 보면 되는 거니까요. 근데 계속 언급하신다는 건, 정말로 그 친구를 까기 위해서라기보다, 곰발 님이 이해 못하는 상황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자신의 그 '이해못함'을 '이해함'으로 바꾸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게다가 본인의 한계라는 것도 언급하셨듯이 말입니다.

해서, 제 생각엔 윗 글이 곰발 님이 친구 분을 알아가는 과정 중에 생긴 에피' 일 수도 있겠다, 란 생각입니다. 제가 웹툰을 보는 편이라 네이버 웹툰 중 '모두에게 완자를' 도 당연히 봤는데요. 저는 이 웹툰을 보면서도 작가가 커밍아웃 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더랬어요. 그저 여자 둘이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생활툰이구나, 그랬는데 막상 커밍아웃 하고 나니, 그런 느낌을 진작부터 받았다는 댓글들이 많았어요. 아,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 제법 되는구나. 싶었지요.

곰발 님도 눈치가 빠른 편이어서 빨리 알아차린 게 아닐까요. 저도 어릴 적부터 여자애들이 저를 차지하려고 서로 질투하고 마음 끓이는 일이 많았는데요. 저는 그때는 이해를 못했어요. 여자는 당연히 남자를 보면 좋아하는 게 정상인데, 남자도 아닌 여자가 왜 저를 못 차지해 안달인지 이해를 당연히 못했죠. (그래 봤자 같이 밥 먹고 같이 노는 게 전부지만.) 그냥 질투심 많은 여자인가? 이 정도 생각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여자들 중 일부는 성향이 그쪽이겠다, 싶더라구요. 우리 일반인들과 달리 그쪽 사람들은 본인의 정 정체성을 인정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거니와 본인이 인정을 못해서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을 거 같애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게, 자신이 아웃사이더 임을 인식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것도 자발적이 아니라, 선택권이 있는 게 아니라, 태생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데다가 또 본인 의지로 바꿀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네들은 동성 친구를 그냥 친구로서 사귀는 데도 일반인보다 좀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어렵다고 징징거리고만 있으면 안되고,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딘다면, 앞으로 받을 상처는 감수를 해야죠. 그렇게 상처를 받는 과정 중에 새로운 관계가 싹을 틔울 테니까요. 그리고 혹여 실수가 있었다면 정중히 사과를 하는 연습도 해야 되구요.

물론 곰발 님이 이를 모른다는 게 아니라, 다 이해하는 데 자신이 그은 빗금 이상은 넘어오지 말라, 그 말이잖아요. 그 빗금이란 게 거리가 좀 애매해서 사람에 따라 거리가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하는 게 문제일텐데, 일단 곰발 님의 그 거리를 이번에 친구 분이 확실히 알았으니 그 거리 이상 넘는 경우는 없겠지요. 친구 분의 입장에서는 그 거리에 대한 기준이 곰발 님 보다 훨씬 짧았나 봅니다. 그리고 남녀를 떠나서 곰발 님은 좀더 친해지고픈 그런 욕심이 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니, 그만 그 선을 넘어버렸겠지요. 저도 개인적으로 제가 그은 선을 타인이 넘어오는 걸 싫어하는 편인지라, 곰발 님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그 선은 입 밖에 내서 확실히 이야기하기가 애매할 때가 많지요. 그렇지만, 그 선이라는 것이 존중되어야 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2014-03-11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4-03-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성적 존재가 한마디 하자면 남자를 끊임없이 강요당하는 삶 너도 여자를 좋아하고 너도 오입을 좋아하지? 자 우리처럼 해봐~라고 하는 남성들 문화 정말 견디기 어렵죠.
어쨌든 똥꼬는 안녕하십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2:08   좋아요 0 | URL
무성을 가장한 여성애주의자 오쉬프 님 오셨군요. 조직 오입 문화, 대책이 없죠. 똥구멍은 항상 관리 중입니다. 전 이상하게 방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게 편하더군요. 남의 똥꼬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이버이웃 2014-03-1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 이웃. 이라고 적고 네이버상의 아이디는 적지 않을게요.

저는 게이입니다만, 느끼셨을 불쾌함이나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요.
그 간의 곰곰발님의 글에서 드러났던 소수자들에 대한 애정도 충분히 감지했던 터입니다.

그리고 그 배려와 존중을 '신체적 접촉'으로 '시도'하거나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것은 명백한 실수죠.
대학교 다닐 때, 성추행 당했던 피해자의 대리인 역할을 해 보면서
'당하는 사람의 입장과 고통'에 대해서 충분히 보고 느껴서 공감이 갑니다.

안타깝게도 더 발전적이고 좋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인연을, 그 분께서 망쳐 버리셨네요.
소통하면서 거리 유지하기는 참 중요한 문제인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5:25   좋아요 0 | URL
전 자주 언급했듯이, 게이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게이바'에 가서 술도 자주 마십니다. 제가 이성애자라고 해서 동성애자에 대한 장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들과 술을 마시면 농담삼아 " 나같은 이성애자 새끼들은 한심해. 이성애자들 엿먹어야 해. " 라고 말하기도 하죠. 이성애자가 그리 얘기하면 속시원하잖아요. 물론 술값은 그들이 내기에 아부하는 측면도 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흔히 " 동성애자 사회를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어 " 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웃긴 시각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마치 사람을 가난하니깐 불쌍한 사람이야, 라는 선입견이 깔린 거 아니겠습니까.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이해하고 자시고 할 것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똑같은 사람일 뿐이니까요. 저 말투에는 은근히 꼰대적 발상입니다. 그래서 전 동성애를 특별히 옹호하지도 않고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똑같은 잣대로 판단할 뿐입니다.

저는 누굴 만나면 쉽게 만지지 않습니다. 가끔 상사들 한테 끌려가서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적도 많지만 내 상사가 테이블 치우고 그 위에 올라가서 파트너 옷을 벗겨 별짓을 다하지만 전 단 한 번도 내 파트너 아가씨에게 반말한 적도 없고 몸을 만진 적도 없습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 어린 남자라고 해서 반말하지 않습니다. 전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취향은 존중하지만 그 취향이 타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취향이라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궁금 2014-03-1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술집가서 파트너 몸만지는 거도 나쁜 짓인 겁니까? 궁금해서 지나다가 여쭤봅니다. 쉽게 돈벌려고 하는 애들, 더 쉽게 돈 벌게 해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몸 파는 행위를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해달라고 하는 게 걔들 생각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거꾸로 그녀들의 성노동을 사는 게 정상인거죠. 애초에 아무짓도 안할 거라면 가지를 말아야하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1 17:29   좋아요 0 | URL
궁금 님도 사회생활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룸살롱에 가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물론 돈을 주었으니 몸을 만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반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돈 내고 빵을 샀으니 포장지를 뜯을 권리가 있기는 하지만 빵부스러기를 흘리면 안 되고 빵봉지 버리면 안 되지 않습니까. ㅎㅎㅎㅎ 비유가 좀 그렇죠 ? ㅎㅎㅎㅎㅎㅎㅎㅎ 여튼... 그것을 지나치게 정당한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손 잡고 허리 몇 번 만지는 걸로 끝내야지 빤스까지 찢어가면서 남성성을 과시할 필요가 있을까요 ?

samadhi(眞我) 2014-03-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성후배가 미묘한 감정을 품고 저를 바라봤을 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저를 인간적으로 좋아해서 그러려니 생각해서 뭐라고 하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이게 참 경계가 "거시기" 한데. 지금은 애엄마가 된 아이지만. 친한 친구처럼 잘 지냅니다. 그냥 한때 어린 나이의 동경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곰발님이 겪은 상황과는 많이 다른 듯하지만요.
제게 동성애 성향은 없지만 남성동성애자들이 참 좋아서(거의 소녀적 동경이죠.) 동성애물 참 많이 봤습니다. 만화책, 영화, 드라마 불문하고. 대표적인 영쿡, 미쿡 드라마 "Queer as folk" 진짜 이건 명작인데 ㅋㅋㅋ. 아주 친하고 편한 동성애자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들도 했었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2 13:36   좋아요 0 | URL
전 동성애 사회에 대한 동경은 없습니다만 잰틀한 자유 의지'는 좋더군요. 딱히 편견들이 없어요. 앞뒤 재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관계가 자유롭습니다. 아마 소수자가 가지고 있는 힘인 것 같더군요....
 

 

 

 

 

 

 

 

 

 

오 ! 오므라이스

 

 

 

 

 

오므라이스'는 계란 덮밥 요리'이다.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비빔밥을 포함한 볶음밥 종류는 잘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집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가 내게 한 말 때문이었는데,  볶음밥, 덮밥 따위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음식물 흔적이 있는 공깃밥을 모아두었다고 볶음밥이나 덮밥을 만들 때 사용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덧대어 말하기를, " 영업 시간 다 끝나갈 때에는 중국집 가지 마라. 주방장 이제 막 모자 벗고 퇴근 준비하려다가 느닷없이 주문 받으면 짜장면에 침 뱉는다. ㅋㅋ. " 친구가 친구에게 한 소리이니 군말은 아니지 않을까 ? 충분히 가능한 소리'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돈 주고 김치볶음밥이나 달걀볶음밥은 사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오므라이스도 안 먹은 지 십 년은 지난 듯하다. 사실 오므라이스를 먹지 않게 된 이유는 꽤나 웃기다. 오므라이스를 발음할 때 입술을 오므리게 되는데 이때 입모양이 똥구멍처럼 오므라들기 때문에 이 요리와 항문이 자꾸 연결이 된다.

 

더군다나 노란 달걀지단으로 덮여 있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쏟아낸 토사물 같아서 입맛을 잃기 때문이다. 요리 품평을 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니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 덮밥 > 이나 < 덮개 > 라는 단어에서 " 덮 " 은 어근'이다. 뿌리'이기 때문에 " 덮 "이라는 음이 독립해서 활용될 수는 없다. < 덮 > 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낱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 사소하다 " 라는 형용사에서 " 사소 " 라는 음절을 독립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 ? 만약에 그런 식으로 독립 활용이 가능하다면 " 파랗다 " 에서 어근인 " 파랗 " 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새누리당 본색은 파랗'이다. " 내가 이 소리를 왜 하나면 수많은 문학평론집 따위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문법적으로 개판인 문장을 수없이 목격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팔린 평론집 가운데 하나인 *******에서는 " 사소성 " 이라는 정체불명인 명사'가 등장한다. < 사소하다 > 의 어근인 " 사소 - " 에 성질을 뜻하는 접사 " 성 " 이 붙어서 만든 조합인데 이게 문법적으로 가능한가 궁금하다. 태어나서 " 문학의 사소성 " 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그냥 단순하게 " 보잘것없는 문학 " 이거나 " 문학이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정도로 표현하면 될 일인데 굳이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도 않은 단어를 만들어서 비문을 남발하는 것을 보면 의아하다. 평론가 아닌가 ? 국문학을 전공했고, 그 스펙으로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직업이 아닌가 말이다. < 사소성 > 이라는 조어를 새로 말을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창조라고 한다면 차라리 한자로 형성된 " 사소하다 " 는 단어보다 뜻이 같은 " 자질구레하다 " 에서 어근을 떼어내어 " 자질구레성 " 이라고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 ?

 

내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말은 상당수 문학평론가들은 문학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손가락질인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너나 잘하세요. 하여튼 평론가들의 자질구레성'과 보잘것없성'은 한심한 수준이다. 내 이웃이 다음과 같은 위트 있는 정리를 내렸다. " 좋아하는 것만 같으면 동호인이고, 싫어하는 것만 같으면 동지다. " 여기에 덧붙여서 "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비슷해서 서로 좋아하면 친구가 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서로 좋으면 사랑이다. " 라고 교통정리를 했다. 이 문장 읽고 무릎 탁, 치며 아, 하고 하, 하하 웃었다.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서 모이는 형태가 정치적 동지'이다. 문학 동인은 아무래도 동호인과 정치적 동지가 반반 섞인 형태'가 아닐까 싶다.

 

뜻이 같은 자가 뭉쳤으니 뜻이 다른 것도 선명한 무리'이다. 문제는 이러한 군집이 자칫 잘못하면 떼거리가 되어 생떼거리를 하기 쉽다. 동인이 성찰과 비판은커녕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해 이성을 잃고 떼거지로 비난을 하는 광경은 흔한 예에 속한다. 가끔, 문단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들이 거대 출판사를 위한 홍위병 같아서 아리송할 때가 있다. 알쏭달쏭하다. 표절을 지적한 이에게 자기 스승을 모욕했다고 네 에미는 창녀다, 라고 말하는 고상한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속한 출판사와 조중동의 정치적 연합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고 이새끼, 저새끼, 나중에 나쓰메 소새끼, 라는 고상한 욕지거리를 보면 문단이라고 고운 말, 바른말만 하는 세계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열심히 글만 쓰려는 작가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문단이 사용하는 언어가 이 정도이니 고위급 관료라고 해서 그들은 바른말을 사용할 리 없다.

 

알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뻔뻔한 입말이 고착되다 보니 잘못 표현된 말인지도 모른다. 국정원이 < 서울시공무원간첩단사건조작 > 에 대해 사과를 발표했다. " 물의를 일으켜서 송구 " 스럽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 말은 말이 안되는 소리이다. 사전적 의미는 " (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여 ) 어떤 사람 또는 단체의 처사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상태 " 를 뜻한다. 그렇다면 뜻은 분명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오른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이다. 그런데 국정원이 개입된 공문서 조작 사건은 악질적인 범죄 사건이지 물의가 아니다. 이렇게 악질적인 사건을 단순히 저잣거리에서 입방아에 오른 수준으로 격하시켰다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적반하장에 속한다. 국정원의 보잘것없성'이다. 또한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회장이 " 도의적 책임을 지고 등기 이사직에서 물러난... " 다고

 

비장하게 말했는데 정말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 도의 > 란 도덕적 의리'를 뜻하는데 범죄가 확정된 사람이 도의 운운하는 태도는 여전히 적반하장이다. 그는 도덕적 의리를 저버린 인물이 아니라 돈을 횡령한 죄로 선고를 받은 사람이다. 이처럼 명백한 죄를 저질렀지만 여전히 < 물의 > 와 < 도의 > 를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들 입에서 옳은 소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럴 깜냥도 못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이치에 맞는 소리는 하고 살자. 이게 다 일상생활어의 사소성, 그러니깐 일상어의 자질구레성 혹은 보잘것없성'이 만든 코미디'다. 이런 인간들을 볼 때에도 항상 오므라이스가 생각난다. 자기가 싼 똥을 근사하게 덮어씌우는 꼴이 비슷하지 않은가. 노란색 달걀지단 같은 사과의 변(辯) 을 들을 때마다 오므라이스가 생각난다.

 

색체 심리학에서는 노란색을 " 자기애 " 로 설명한다. 범죄를 물의나 도의로 희석하는 언변을 보면 자신을 향한 변명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한다. 묘하게 맞는 구석이 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엄동 2014-03-1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법에 맞지 않더라도 독자가 흐름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면
필요에 따라 용납될 수 있다고 봐요

그치만 법을 어겨 집행을 받는 피고인 신분의 그들이
물의"니 도의"니 언급하는 물타기식 발언에 대한 의견엔 동감합니다

훗ㅎ 저 노랑색과 보라색 좋아하는데
어쩐지 단내를 폴폴 풍겨줄거 같은 노랑색이 자기애"군요
왠지 비겁해보이는 보라색은 어떤 의민지 찾아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5:36   좋아요 0 | URL
한번 서울시 버스가 보라색으로 칠해져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죠.
서울시로 항의가 빗발쳤다고 하죠 ? 보라색은 색체 심리학에서는
정신병자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되어 있어요. 광기의 색이죠. ㅎㅎㅎㅎㅎㅎ.
그래서 사람들이 어나 어떻게 버스 색을 보라색으로 하냐고 항의했었어요.
실제로도 정신병동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색이 제일 좋은가, 라고 물으면 보라색이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된다고 합니다.

엄동 2014-03-1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광기의 색 ㅋㅋㅋ
자기애로 포장했지만
실은 광녀 ㅋㅋㅋ 들켰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22:42   좋아요 0 | URL
색체 심리 이런 거 믿을 거 못됩니다.
다, 구라죠...이런 거 믿으면 안 됩니다.

samadhi(眞我) 2014-03-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네집(? 반말 아닌 거 아시죠? 그남자네 집 정도로 이해하세용)이 어느새 방앗간이 돼버렸어요. "도의"가 못된 짓 하는 놈들의 유행어가 돼버려서 죽을 죄를 밥먹듯 지어놓고 오리발 내미는 격으로 "도의" 운운하고 자빠~졌습니다.(좋은 말이 안나와요).

그런데 "오" 발음은 사랑스러운 것들도 많은데 똥구녘을 떠올리시다니^^; "뽀뽀" "꼬옥" "쪼옥" 아무튼 많은데 ㅋㄷㅋㄷ
진짜 웃기는 말들 참 많이 쓰죠. 우리집 샴푸에 새겨진 광고문구는 "촉촉한 수분력" 이래요.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광고문구는 특히나 한심해서 혼자 열내고 썽내고 교정하고 요즘 나오는 대중음악 가사가 제일 심하고요.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애들 붙잡고 한 마디 하고 싶어요. 제가 힙합이나 랩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 힙합 좀 하는 드렁큰 타이거,"편의점" 이라는 노래에 "팽개쳐"라고 해야 할 부분을 남자나 여자나 둘다 "팽겨쳐"로 발음합니다. 이게 아주 여러번 나오는데 만나서 제발 좀 고치라고 알아듣게 얘기하고 싶어요. 고칠 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영어권 나라에서 살다가 우리말 발음을 영어처럼 하는 게 지들 유행인 건 알겠는데 기본적인 단어는 좀 제대로 알고 노래하라고 말이죠. 말짱한 우리나라 애들까지 그걸 따라할 테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22:42   좋아요 0 | URL
그냥 일반인이야 그렇다쳐도 문학을 평생 업으로 먹고 사는 놈들이 사소성... 이런 거 남발하면 진짜 꼴불견입니다. 우리같은 사람은 문법으로 먹고 사는 놈들이 아니니 백번 천번 해도 괜찮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런데 송강호 입말을 살짝 빌리면 " 문창과 교수잖아요. 문창과 교수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래서 저도 평론집 몇 번 읽다가 뒤집어졌습니다. 나같은 놈도 딱 보면 그 문장 실력이 한심해서 한숨이 나는데 내가 못보고 지나친 오류들이 얼마나 만ㄶ겠습니까.

원래 요즘 가사.... ㅎㅎㅎㅎㅎ 거의 문법 대파괴아니ㅔ겠습니까.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samadhi(眞我) 2014-03-10 23: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전 평론에 관심을 안가져요. 자랑아닌데 ㅋㅋ 비평을 위한 비평을 해대는 것 같아서. 게다가 자기가 만든, 맞지도 않는 말들을 쓴다면야 그 글을 어떻게 읽어주겠어요. 곰발님이 평론을 읽어줘야 하는 처지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전 평론이라는 장르 따위(?) 없다고 생각하는 처지라서 마음 편하게 삽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23:44   좋아요 0 | URL
근데 가끔 기똥찬 평론들이 나오고는 합니다. 그걸 위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어야 하는데....ㅎㅎㅎㅎㅎ
성공률이 좀 떨어지죠. 하여튼 저도 평론은 잘 안 읽힙니다.

samadhi(眞我) 2014-03-11 20:35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숟가락만 얹을랍니다. 곰발님이 진짜 이건 꼭 읽어야 한다 싶은 평론만 골라읽을래요. 다른 읽을 것도 많아서 평론엔 손이 안갈 것 같지만.
 

 

 

 

 

 

 

 

 

 

 

 

 

 


 

 

 

 

 

 관상

 

 

 

- 초상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 표정이란 22개의 얼굴 근육 가운데 한 가지 근육 이상을 사용한 결과'다. 그렇다면 초상화는 얼굴 근육을 사용하지 않은 얼굴을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웃거나 우는 표정은 캐리캐처가 될 수는 있으나 초상화가 될 수는 없으니깐 말이다. 그렇다면 초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무표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력 있는 화가가 그린 초상화에는 성격이 보인다. 좋은 초상화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그린다. 이 초상화는 얼굴 근육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무표정하지만 그 어느 표정보다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인간은 수많은 표정을 만들 수 있으나 역설적으로 유일하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표정이 바로 무표정이다. 무표정은 신의 영역이다.

 

 

 

구효서'가 < 깡통 따개가 없는 마을 > 에서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있다.  " 소설 쓰기'란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기'이거나, 진지한 것을 하찮게 생각하기'이거나.... "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무릎 탁, 치며 아, 하며 하, 하하하. 구효서의 생각'이 맞다면 소설가는 승려요, 소설 쓰기'는 수행修行'이다. 왜냐하면 승려의 수행은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다고 하고, 쓸모 있는 것은 쓸모없다는 하기 때문이다. 둘 다 사물에 대한 자세가 비슷하다는 말이다. 무소유'란 속세에서 귀하게 여기는 것을 쓸모없게 여기는 반면에 하찮은 것은 귀하게 여긴다. 법정 스님이 보기에는 귀한 난초 화분은 근심을 낳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속세에서는 그 난초가 귀하지만 스님에게는 쓸모없는 것이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성철 스님이 다 버리고 버려서 남긴 거적 장삼 하나'는 속세'에서 보면 헌옷이지만 승려 입장에서 보면 황금으로 만든 옷보다 화려하다. 마찬가지로 승려들이 부엌 하수구에 물을 버릴 때 식혀서 버리는 이유는 하수구에 사는 벌레들이 뜨거운 물에 화를 입지 말라는 근심에서 비롯된 마음가짐인데,

 

그것은 쓸모없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자세'다.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소설 쓰기라면, 구효서의 말이 맞다면, 글쓰기'란 결국 자기 치유, 즉 구도의 길'이다. 오, 오오 !  하지만 감탄사는 여기까지. (됐고!)  현실은 시궁창이어서 그러한 진지한 자세로 펜을 쥐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등단이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 대학에서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문예지나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동시에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한다. 여기에 시인'으로도 발을 살짝 들이밀면 혼자서 다해 먹는 꼴이다.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권력이 한 놈에게 쏠리면 줄과 갈래가 생긴다. 줄서기와 파벌이 조성된다는 말이다. 가끔 그들이 시인이랍시고, 문학평론가랍시고 꼴사납게 설치는 꼴을 보면 헛구역질이 난다. 그래, 세상을 다 가져라 ! 그들은 글쓰기를 통해서 권력을 나눌 뿐이다. 사랑을 나누면 성인이 되지만 권력을 나누면 이익 집단'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 결핍 > 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동안 우리는 "결핍"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인식했다.구루병은 비타민 D 결핍이 원인이며, 철면피는 애정 결핍이 원인이다. 이처럼 모든 병은 ○○의 결핍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결핍'을 다른 식으로 접근하면 꽤 근사한 놈이다. 부처와 예수는 결핍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발견한 성인이다. 생선 한 마리가 한 사람의 허기를 채울 수는 없지만 그것을 열 사람에게 나누는 순간 풍요가 된다. " 오병이어의 기적 " 은 결핍이 어떻게 풍요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결핍은 욕망을 낳는다. 그리고 이 욕망은 다양한 표현과 표정을 낳는다. 예술은 궁극적으로 욕망을 재현하는 장치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결국 예술이란 결핍이 낳은 자식'이다. 표정도 마찬가지'다. 욕망은 다양한 얼굴 표정을 만든다.

 

아, 하거나 어, 하거나 오, 하거나 우, 하거나 오, 할 때마다 얼굴은 아, 어, 오, 우 하는 표정을 짓고, 표정이 보다 풍부하거나 과장이 심한 사람은 아아, 어어, 오오, 우우 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다양한 표정을 만들 수 있다. 신체 기관 중 가장 많은 종류의 근육이 몰려 있는 곳이 바로 얼굴이다. 근육 종류가 22개나 된다. 눈썹을 올리는 근육이 있는가 하면, 눈썹을 내리는 데에만 사용되는 근육도 있다. 우리가 흔히 " 무표정 " 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무표정은 인간이 유일하게 흉내 낼 수 없는 표정'이다.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얼굴에 담는다. 예를 들어 어떤 소설에서 주인공이 " 개를 살해하는 장면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 라고 했을 때, 그 주인공의 무표정은 그가 가지고 있는 속내가 얼마나 끔찍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무표정하기 때문에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관상은 얼굴을 본다기보다는 성질을 읽는다. 영화 < 관상 > 에서 송강호는 표정 없는 타인의 얼굴에서 성질을 끄집어내어 마음을 읽는다. 마음이란 욕망이다. 그리고 그 욕망을 낳은 아버지가 바로 결핍이다. 송강호는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결핍을 읽는 능력이 탁월한 관상가'다. 그가 수양대군의 얼굴에서 읽은 것은 탐욕이 아니라 사랑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과잉이 아니라 결핍을 읽었다는 점이다. 탐욕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을 뜻하니 과잉'이다. 그래서 그는 수양대군의 얼굴에서 탐욕을 읽지는 못한다. 다만 사랑의 결핍을 본다. 인간은 얼굴에서 감정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왜냐하면 결핍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표정한 척 연기를 하지만 그것 또한 " 무표정한 척하기 위한 " 정교한 표정일 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인간은 다양한 감정을 표정으로 연출할 수 있지만 무표정을 연기할 수 없다. 무표정은 오직 신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다. 조선시대 관상쟁이'였던 송강호가 이명박의 얼굴을 보았다면 어떤 평을  내렸을까 ?

 

이런 촌평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 : " 얼굴을 딱, 보니 그 사람 참... 부지런한 사람이오. 범의 눈에 뱀의 혀를 가지고 있으니, 거참... 조합이 오묘하구려. 욕심이 많아 재물이 모일 상'이고, 머리도 좋고 꾀도 많아 사업에 손을 대면 성공할 팔자요, 가만 보자.... 물 장사 하면 높은 관직을 얻을 상이로다. 허허. 그런데 말이우 ! 가장 중요한 게 하나 없구려. 사랑이오, 사랑 ! 사랑이 없다는 건 목적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다는 소리요. 다 좋소만 이런 양반은 장사를 해야지 정치를 하면 크게 엿먹일 놈이오. 그 옛날, 이와 비슷한 이가 있었지. 피도 눈물도 없던....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던.... 다, 옛일이오. 하여튼 이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든다고 하면 말리시구려. 장사꾼이 정치를 하면 나라를 망하는 법. 그나저나 이 나라 대통령은 누구요 ? 내 먼 과거에서 와서 눈이 어둡다오. 뭐?! 이 여자란 말이오 ? 아이구야, 첩첩산중이구려. 똥 피하려다가 번개 맞는 꼴이니.....

 

 

 

 


 

 

 

 

 

 

 

본문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말   : 한국어 교육, 이대로 좋은가 !   

 

자기 새끼는 남들과 다른 법이다. 집에서 키우는 개(레드리버, 3살)에게 말을 가르치기로 다짐을 한 이유는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집이 인왕산과 가까워서 곤충들이 자주 집에 들어오는데 어느 날 벽에 거대한 거미가 붙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거미가 아니었다. 다리가 굵은 것으로 보아 타란큘라 같았는데 누가 애완용으로 키웠는데 도망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도 없이 벽에 거대한 거미를 보며 오금이 저려서 낮게 소리쳤다. " 버, 버버버벌레'다 ! " 이때 쩍쩍이'가 아무 생각없이 벽에 붙어 있던 거미를 덥썩 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말릴 틈도 없었다. 결과는 뻔했다. 개는 독에 쏘였는지 화들짝 놀라서 물던 입을 벌리고는 뒤로 발랑 넘어졌다. 거미는 살아 있었다. 복수라도 하려는 것일까 ?

 

쩍쩍이 목덜미를 잡고 있는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바, 집에서 키우는 개 때문에 주인이 죽게 생겼구나 ! 바로 그때 개는 주인 손을 뿌리치고는 냅다 달려들어서 거미를 입에 물고 난동을 부리다가 삼켰다. 주인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기특한가. 온갖 설레발로 칭찬을 했으니 개는 그날을 잊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때 이후로 개는 < 벌레 > 라는 단어를 알아듣기 시작했다. 잠을 자다가도 내가 " 벌레 어디있어 ? " 라고 말하면 벌떡 일어나 벽쪽으로 다가가 훑는다. 털이 곤두선 채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 자두 어디있어 ? " 라는 말도 했지만 오직 " 벌레 " 라는 단어에만 반응한다. 두 번째 단어는 < 쥐 > 였다. 개가 현관문을 기가 막히게 여는데 어느날 열린 현관문 틈으로 쥐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새벽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거실 불을 켜는 순간 쥐가 냉장고 뒤로 숨는 바람에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 쥐, 쥐쥐쥐다 ! " 라고 외쳤더니 개가 난입해서 쥐를 잡겠다고 설치고 다녔다. 그때부터 개는 < 벌레 >와 < 개 > 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다. 벌레'라고 외치면 고개를 쳐들어 벽을 쳐다보고,  쥐라고 외치면 고개를 숙이고는 냉장고 뒤, 화장실, 침대 아래를 샅샅이 뒤진다. 이런 식이라면 쩍쩍이'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말귀가 트인 개'로 성장해서 조만간 " 동물농장 " 에 출연할 날도 오리라.  요즘은 < 지네 > 라는 말을 알아듣는다. 마당에서 커다란 지네를 발견해서 놀라서 소리쳤더니 개는 홍반장처럼 홀연히 나타나서는 지네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때에도 나는 개에게 과도한 칭찬을 쏟아부었다. 문제는 며칠 후'였다. 동네 후배가 책을 빌리려 집에 왔길래 내가 " 자네, 왔는가 ! 어서 오게... " 했더니,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개는 " 자네 " 라고 불리는 사내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개가 < 지네 > 와 < 자네 > 를 혼동한 까닭이다. 생각해 보니 작년 여름에 발에 쥐가 나서 쥐, 쥐 했더니 내 발을 보며 으르렁거렸던 일이 불현듯 생각났다. 시바, 오늘 병문안 갔다 오는 길이다. 개는 개답게 키우기로 했다. 개에게 무슨 한국어 학습인가.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3-09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9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0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4-03-0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두서의 자화상은 원래는 강한 인상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오주석 선생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서히 알 수 있지요. 구루병이 비타민D의 결핍이라는 걸 알고 계시다니. 보통 교과목 가정을 배우지 않은 세대들은 알기 어려운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요즘 아해들은 가정과 기술을 함께 배우지만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이라는 말 참 좋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13:16   좋아요 0 | URL
그래요 ? 그럼 왜 점점 강한 그림이 되었을까요 ? 궁금하니 뒷이야기를 풀어주십시요. 아니다. 생각해 보니 오주석 책이 있었지.. ㅎㅎㅎㅎ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루병 비타민디 결핍 이런 거.... 달달 외웠습니다. 시험 문제에 꽤 자주 나오지 않았나요 ? ㅎㅎㅎㅎ.

달사르 2014-03-0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쩍쩍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럼 일상 용어와 헷갈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16:24   좋아요 0 | URL
dog라고 가르치면 항아리'로 달려가는 건 아닐까요 ?

달사르 2014-03-0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상대하는 직업을 오래 하는 사람들은 대개 타인의 관상을 보는 눈이 길러지는데요. 이게 경험 탓이 클 거 같아요.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의 인상을 종합하니 이렇더라, 나중에 딴 말 하는 사람 인상은 이렇구 등등. 이 경험이 쌓이면서 종합화되는 과정에 하나의 틀이 마련되고 또 틀이 생기기도 하구요. 쥐상이 어떻고, 말상이 어떻고. 등이 이래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즉, 타인의 관상을 잘 본다는 건, 타인의 결핍 지점이 무엇인지 눈으로 혹은 느낌으로 금방 알아챈다는 의미. 이는 물론 자신의 결핍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는 의미.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16:29   좋아요 0 | URL
관상이라는 게 일종의 통계학이죠. 통계를 내니 이런이런 사람은 70% 정도는 이런 상이더라, 라는....
결국 30%는 열외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만, 그게 어디인가요. 이건희 하면 떠오르는 게 관상이라고 하죠 ?
사원 면접을 볼 때 관상가가 있어서 성패를 좌지우지했다는... 참, 건희 그러고보면 근대적 인간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항상 주장하는 게 얼굴을 봐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말을 보지 말고 얼굴을 보라고 말이죠. 여기서 얼굴은 예쁜 얼굴이 아니라 그 얼굴에서 나오는 기를 보아야 한다고.... 전 사람 표정에 관심이 많아요. 옛날에 편집일을 좀 했었는데 같은 장면을 수도 없이 봐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뛰어난 배우는 얼굴 근육을 매우 잘 사용하더라고요.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22가지 얼굴 근육이 있는데 어느 근육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16:36   좋아요 0 | URL
여담입니다만, 모나리자 미소 있잖아요. 그건 정확히 설명하면 소근' 근육이 움직인 결과입니다.
소근이란 한자로 笑 ( 웃을 소 ) 筋 ( 힘줄 근 ) 을 사용하는데요. 사진사가 치즈하세요. 하면 우리가 치즈하며 움직이는 근육이 바로 소근'입니다. 그래서 입꼬리 근처에 있는 근육을 소근'이라고 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소근은 역설적이게도 진짜 웃음에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진짜 미소에는 다른 근육이 사용이 되요. 그러니깐 모나리자의 미소는 가짜입니다. 이 22개의 근육에 경우의 수와 합쳐서 만들어내는 표정은 6000개입니다. 이걸 누가 체계적으로 다루었으면 좋겠어요.

수다맨 2014-03-1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 전이었나요. 이명박이 과반에 가깝게 득표하고 대통령되는 모습을 보면서 기겁할 뻔했습니다. 저 사람은 나라를 일종의 화수분으로 생각하는 이인데, 저런 사람에게 표를 몰아준 사람들이 한편으로 괴물처럼 보이더군요. 어쨌거나, 지금이라도 이명박 당장 구속시켜서 비리로 모은 재산 싹 털어야합니다. 이런 인간과 한 하늘 아래에서 숨 쉬고 산다는 생각하니 쪽팔리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1:11   좋아요 0 | URL
워낙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명박 인기가 하늘을 찔러서 당선되었을 때는 의아하지는 않더군요. 그저 이게 바로 경상도의 힘이구나 했습니다. 전체인구의 절반 정도를 경상도 인구가 가지고 있으니 이런 불균형이 오는 거죠. 이거 어디 경상도 출신 아니면 대통령 할 수 있겠습니까 ?

만화애니비평 2014-03-1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재 윤두서 선생의 초상이라니..허허허
이 양반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외증조부입니다. 그는 고산 윤선도의 직계후손이고요.
진중권 교수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 이인화의 <영원화 제국>의 학자군주 정조가 생각나는데
그 양반은 성호학파에서 성호좌파인 세력보다 영남기호남인에게 올인한 듯합니다.
그런데 성호학파의 남인이라면 정약용 선생인데, 그가 가장 슬퍼하는 것은 백성의 곤궁함과 핍박받는 모습이죠.
다산 선생님이 이것을 보시고 뭐라고 하실지...시대정신이란 말을 제가 감히 사용할 수 없는 말이나
정약용 선생님을 생각하면 항상 시대정신의 표본은 그분인 듯합니다. 그렇게 바른 분들은
귀양가거나 죽거나 멸문지화에 가까운 수준을 당했는데 말이죠. 참고로 지금 빨갱이 사냥이나
당시 천주학쟁이 사냥이나 별로 차이나지 않은 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1:1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윤선도 후손이 윤두서'이더군요. 명문가문입니다.
옛날부터 대한민국은 항상 선명한 적이 필요했어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마냥사냥인데
이 마녀사냥이 지금껏 이어져온다는 사실이 불쾌합니다.
지금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보십시요. 이게 어디 21세기에 벌어질 일입니까.
60년대에나 가능한 일이 이렇게 벌어지고 있다니.....
이런 사태가 터지면 그날 바로 국정원장부터시작해서 검찰총장 다 목을 내놓아야지요.
뻔뻔하게 한다는 말이 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 ?! 아니 이게 물의 입니까 ? 엄연한 범죄지죠.
범죄를 저질러서 죄송하다고, 해야 옳은 데 물의'입니다.

물의의 사전적 의미는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여) 어떤 사람 또는 단체의 처사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상태. [비슷한 말] 물론2(物論).


엄동 2014-03-1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볼 줄 모른다는 소리를 아직도 참 많이 들어요
그래서 모두 알고 보이는 걸
나만 모르고 놓쳐서 통수를 맞은 일도 있었구요
그래도 엠비의 관상이 좋지 않다는 정도쯤은 알아요
책상을 탕"치며 샹"하고 짜증을 부릴거 같은 생김임

얼굴엔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하지만
가면을 쓰거나 메쓰를 대는 사람도 많으니
그조차도 이젠 못믿겠어요

근데 손"을 보면 그 사람이 좀 보이는거 같아요
가늘고 예쁘거나 뭉툭하고 못생긴. 머 이런부분 말고요

전 일하는 손"이라는 소릴 종종 듣곤 해요
호미에 길들여진 농부손 같다며.
어릴땐 그 소리가 참 싫었는데
지금은 뭔가 정겹고 좋아요 가끔보는 시골풍경처럼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1:19   좋아요 0 | URL
손이 참 많은 것을 말하죠. 저도 언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손은 제 2의 입'이다. 많은 정보를 말해준다고 말이죠.
手와 口 는 의외로 유사기관입니다.
손은 말과 연관이 되어 있어요. 수화를 보세요.
손으로 말을 하잖아요. 그리고 열 마디 말보다
말없이 손 한번 잡아주는 게 더 감동적일 때가 많습니다.
글구 확실히 정직하게 일한 사람의 그 뭉툭한 손은 감동적이죠.
이건 다른 미사어구가 필요없어요.
 

 

 

 

 

 

 

 

 

 

 

 

 

 

 

 

 

 

 

 

 


 

 

얼굴 : 표정이란 결핍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 전설의 고향에서 처녀 귀신 분장을 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처녀귀신이 수염이 났다고 항의해서 제작진은 곤혹을 치뤘다

 

 

 

노량진 역'이었다. 연인 사이로 보이는 남녀가 지하철을 탔다. 앉을 자리'는 있었으나, 아.... 神은 이들 연인을 시샘하는지라 빈 자리는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각자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로 마주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내 옆에는 여자가 앉았고 맞은편 자리에 남자가 앉았다. 이 이별 앞에 나는 주책없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으니 말이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나도 달달한 연애를 해봐서 안다. 웃고 있어도 아아, 눈물이 나고, 보고 있어도 아아, 보고 싶은 시절이다. 그때였다. 맞은편 남자가 손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여자도 손동작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그것은 손으로 만든 메시지가 아니라 정확히는 수화'였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그들은 본격적으로 수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농아'였다. 조용하지만 매우 수다스러운, 그들만의 대화가 이어졌다. 물론 그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는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조용하지만 꽤나 수다스러운 묵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순간 나는 맞은편 남자가 하는 수화를 어느 정도 알아듣게 되었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 수화도 배웠수 ? " 물론 배운 적 없다. " 그럼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요 ? " 그럴 리는 없다. 수화를 배운 적도 없고, 타인의 마음을 읽는 심안 능력도 없지만 어렴풋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얼굴 표정 때문이었다. 남자는 수화를 할 때 손동작에만 신경을 쓰는 게 아니었다. 손동작 못지 않게 자주 쓰는 근육은 얼굴이었다. 표정은 무척 다양했다. 아, 하는 표정. 우, 하는 표정. 어, 하는 표정. 와, 하는 표정. 아아, 하는 표정. 우우, 하는 표정. 우와, 와우, 와와, 에에, 에계계, 하는 표정을 선보였다.

 

그 사람 얼굴 표정을 읽으니 대충 손동작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자막 없이 외화를 보는 방법과 유사했다. 놀라지 마시라. 나는 영어 깜깜이'에 해당되지만 헐리우드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다. 묵음으로 처리하고 보아도 대충 알아듣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법을 숙지한 상태에서 배우의 표정을 읽으면 된다. 오랫동안 필름을 다루다 보니 헐리우드 영화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 하는 표정에는 항상 특정한 대사'가 사용되었고 어, 하는 표정에도 특정한 대사가 사용되었다. 표정을 읽으면 언어를 몰라도 대사가 보인다. 이런 식으로 훈련을 하다 보면 일본 영화, 스페인 영화 심지어는 콩고, 과테말라, 푸에리토푸리코, 아주리쌍쌍국 영화도 자막 없이 볼 수 있다. 수화도 마찬가지였다.

 

애린아, 네 옆에 앉은 남자 웃기게 생겼다. 오빠, 내 옆에 앉은 사람 우리 대화를 알아듣는 거 같아. 에이, 설마 ! 수화를 알겠어 ? 아니야, 오빠. 표정 봐봐. 어머머머 ! 지금 웃고 있잖아. 어떻게 ! 알아듣는 거 같아. 글쎄, 저 사람(곰곰발) 그냥 바보 같아. 음...  내 말을 알아듣나 ? 갑자기 얼굴이 누르락붉으락하네 ?!

 

수화를 하는 사람을 보면 표정이 매우 다양하다. 아마도 수화가 비언어'이다보니 몸짓 언어'를 강조하게 되어 다양한 표정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 비언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표현 수단이 바로 표정이니깐 말이다. 결국 수화란 손동작과 함께 얼굴 표정을 사용하는 비언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얼굴에 털이 없는 짐승'이다. 털 있는 짐승들은 꼬리와 몸짓으로 감정을 표시하지만 인간은 꼬리가 없기 때문에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시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짐승에 비해 인간의 얼굴은 근육이 많다. 근육하면 흔히 이두박근, 삼두박근, 괄약근만 생각하는데 사실 얼굴에는 22가지의 근육이 존재한다.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전두근, 비근근, 안륜근, 상순거근, 소관골근, 대관골근, 소근, 구각하체근, 이근, 하순하체근, 구륜근, 협근, 교근......  바로 이러한 근육들이 섬세한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달리기 선수는 허벅지가 발달하고, 목수는 팔 근육이 발달한다면, 소매치기는 손 근육이 발달한 사람이다. 그리고 배우는 얼굴 근육이 발달한 직업군이라 할 수 있다. 22가지 근육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된다. 그 또한 근육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자'이다. 그렇다면 얼굴에 보톡스 주사를 맞고 연기를 하는 배우는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까 ?  보톡스는 말 그대로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인데,  자발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하고 연기를 하면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없을 뿐더러 배우로써의 자격 또한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보톡스를 맞는다는 것은 곧 표정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재미있는 사건 하나가 있었다. 아이를 죽인 범인으로 엄마가 지목되었는데 이유는 울기는 우는데 표정이 가식적이라는 사실을 경찰이 의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은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당시 아이 엄마는 보톡스 시술을 해서 표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배우가 보톡스 주사를 맞고 연기를 하는 것은 좋은 궤'를 만들겠다는 목수가 팔을 자르고 다음날 목공소에 나오는 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표정을 잃어버리는 것과 무표정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표정은 어떤 표정을 감추기 위한 표정'이기에 또 하나의 표정이다.  오직 神만이 가능한 표정이 바로 무표정이다.  완벽한 사람은 웃지 않는다. 웃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은 칠성급 호텔에서 나오는 만찬 요리를 사진으로 찍어 SNS상에 올리지 않는다. 자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들어내서 유포하는 표현과 표정이란 결핍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웃는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이며, 아주 비싼 삼페인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그 삼페인을 다시는 마셔볼 기회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ON이 화려할 수록 OFF는 초라한 법이다.

 

다시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수다를 떨던 연인 이야기로 돌아오자. 어쩌면 농아'야말로 사람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말을 들을 수 없는 대신 그들은 타인의 얼굴을 통해 메시지를 읽는다. 눈동자는 많은 것을 말하지, 눈썹은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재미있는 영화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하는 조연이지, 사람 얼굴을 그리다 보면 눈썹이 얼마나 중요한 조연인가를 깨닫게 되지, 그래서 우리는 항상 눈썹을 보지. 타인의 얼굴을 오래 보다 보면 미워할 수 없다. 얼굴은 결핍이기 때문이다. 종종 농아 부부를 보고는 한다. 수레에서 공갈빵을 만들어 파는 부부'였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서로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부부가 아닌가 싶다. 얼굴 한 번 안 쳐다보고 사는 부부도 많다지만 이들 부부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얼굴을 보아야 한다.

 

어느 시인은 들꽃을 두고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사랑도 그렇다. 예쁜 얼굴은 따로 없다. 오래 보면 예뻐진다.

 

 

 

 

 


 

 

덧대기

대니얼 맥닐의 < 얼굴 > 은 비언어 의사소통을 연구한 폴 에크먼'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데, 폴 에크먼의 < 얼굴의 심리학 > 보다 내용이 더 알차다. 이 과학 저널리스트의 인문학적 교양으로 인해 책이 무척 풍부해졌다. 두고두고 읽는 책'이다. 지금 이 책은 알라딘 중고샵'에 나와 있다. 놓치면 후회한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2014-03-0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냐옹냐옹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1:07   좋아요 0 | URL
어라 ?! 고양이가 타자를 치네 ?! 이놈의 색휘 !! 할 짓이 없어서 가장 치사한 짐승인 사람 흉내를 내냐...
너 누구냣 !!

고양이 2014-03-0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blog.aladin.co.kr/749915104/6898723

으흐흐 당신이 사랑의 비밀을 속삭였던, 지금은 베어진 그 나무에 오백 년을 살았던 넋이다. 죽어 똥구멍에 파리가 꼬여있던 길고양이의 육신을 가로챘지. 고양이의 눈으로 만물을 보라는 페루 인디언들의 말도 있잖은가? 흠.. 얼굴이라. 이 눈으로 관상을 보니 당신 잘생겼어 정말 잘생겼어 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1:56   좋아요 0 | URL
어랏 ?! 고양이가 별짓을 다하는구나. 귀신이로구나. 네가 정녕 오백 년 묵은 그 나무의 넋이란 말이더냐 ? 내가 길고양이 물은 책임지고 물을 주고는 있다만.... 네가 그 물을 먹은 고양이라면 굳이 고맙다고 할 필요는 없다. 하여튼 보은하는 고양이구나.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늙은이보고 잘생겼다니 좋긴 좋구나.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다.

snoopy 2014-03-0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으하하하하하- 사진 보자마자 빵 터져서 글 못 읽고 있다는;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9: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스누피 님이 웃으시니 저도 웃습니다. 스누피 님 저 상투 쓴 이외수 사진만 보면 항상 웃으시네요..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4-03-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물사진이예요? ㅋㅋㅋㅋ 아침에 슬쩍 봤을 땐 사진 안보였는데. 마구마구 웃습니다. ㅋㄷㅋㄷㅋㄷ상투 푼 옛 선비같아요. 안경을 쓰셨으니 개화기 쯤?
수화로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을 넋 놓고 바라본 적이 있었죠. 그 대화에 저도 끼어들고 싶을 만큼 신나보였어요. 수화는 대단히 "극" 적인 느낌이 들었지요. 얼굴을 읽는 언어. 대학 처음 들어갔을 때 수화동아리에 들었다가 제 수화가 너무 거칠어(?) 다른 사람들이 제가 수화할 때마다 웃어댔어요. 동작이 너무 커서^^;.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뭔가 심심해서?) 탈패로 옮겨탔지요. 그래도 언젠간 꼭 배우고 싶은 언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19:5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수화 배울려고 기초 수화 1 샀었습니다. 지금도 있어요. 전 수화가 그렇게 매력적이더라고요. 이런 말하면 농아 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지만 전 수화하면서 만 가지 표정을 보이는 거 보면, 아... 그게 이상하게 아름다워요. 이건 어떤 연민도 아니고 저의 개인적 미적 취향입니다. 전 정말 수화가 아름다워요...


+

뭐, 제가 이렇게 생겼어요. 늙어서 이젠 거들떠도 안 봅니다. 그나저나 처녀귀신 엑스트라할 때는 꽤나 힘들었어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
저 소복 입고 가끔 명동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달사르 2014-03-0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읽고 댓글 달던 중, 술 마시러 나오라는 소리에 나가서 놀다가 이제 집에 들어온 일인입니다.
곰발 님 포스팅이 제 포스팅 보다 더 좋은데요. ^^

건강의 정의는 몸의 불균형이 없는 상태다, 라는 말이 있어요.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구 말이죠.
인체는 완벽한 상태는 있을 수 없고 항상 뭔가가 모자라거나 넘칠 뿐인데 그 과잉이나 결핍의 정도가 적은 게 가장 건강한 거지요.

제가 이 말을 들었을 때가 작년이었는데 아직까지 곱씹고 있는 말이에요. '결핍'이라는 게 꼭 나쁜 거 만은 아니구나. 결핍이라는 걸 인정하는 자세가 어쩌면 삶을 인식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구나, 라구요.

표정이란 것이 결핍이 나타내는 결과물이다, 라는 말이 그래서 공감이 많이 되요. 결핍의 과정을 누구보다 많이 겪은 '농'의 얼굴 표정이 풍부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미소가 그래서 더 넉넉하고 풍성한 무엇일까요. 결핍을 오래 응시하면 그 출구는 더이상 결핍이 아니다, 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9 06:08   좋아요 0 | URL
저도 술 먹고 들어온 1인입니다. 요즘은 소주 1병만 마셔도 그냥 취하네요.

다이어트는 하지 않는데 군 제대하고 싶하게 다이어트를 한 적 있습니다. 이때 금지 음식이 설탕, 과자'였습니다. 결국 몸에는 설탕이 부족하게 되었더니 단 음식 먹고 싶어 미치겠더라고요. ( 평소 단 음식을 싫어해서 입에도 안 되는 체질인데 말입니다. ) 아, 이것도 말이 길어지니 포스팅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아요. 전 역시 100자평 이런 거는 못 쓰는 체질 같습니다.

2014-03-09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9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동 2014-03-1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롤 내리다 빵 터짐 ㅋㅋㅋㅋ

아... 아름다우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0 11:21   좋아요 0 | URL
여고괴담 5탄에 출연해서 귀신 엑스트라했는데 어찌나 춥던지요... 추워서 혼났슺빈다...

나이트메어 주인공 프레드 크루거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어요... 차차 보여드리겠습니다.
 

 

 

 

수필과 시,         

 

 

 

한 지붕 네 남매가 살 때 이야기다. 누나는 책을 살 때 열에 아홉은 수필집(에세이)을 샀다. 나머지 하나는 이상문학상 수상집'이었다. 그래서 누나가 결혼을 해서 책장을 분리하기 전까지 책장에 꽂힌 책 가운데 9권은 수필집이었고 나머지 1권은 수상집'이었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은 한국판 리더스 다이제스트'여서 한 권만 읽어도 그해 문단 돌아가는 꼴에 대해 이런저런 군말을 할 수 있으니, 그 용도로 구입하는 것 같았다. 누나는 가끔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수록된 작가 가운데 마음에 드는 이가 있으면 그가 쓴 소설집을 따로 구매하기는 했으나, 그런 열정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반면 비소설 분야는 수필집으로 때우자는 야심찬 계획을 실천했다. 문학적 교양을 뽐내고는 싶으나 열정은 없을 때 선택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구사한 것이다. 집도 좁아터져 옥작복작거리는 데 집에 온갖 " ~집 " 이 들어앉았으니 더욱 복잡했다. 하여튼 집에 뒹구는 수필집이 구 할이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수필집을 읽게 되었는데 대부분은 유안진이나 신달자 류의 감성 에세이'였다.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구슬 같은 깨달음을 담고 있었다 - 라고 내가 말할 줄 알았다면......  당신은 착각했다. 내가 보기엔 이런 식의 에세이'는 뻔뻔했다. 그들은 소소한 서민적 삶을 예찬하며 정이 오가는 시장 풍경을 찬양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 자랑이 팔 할'이다.

 

예를 들면 수필집에서 단골로 나오는 소재가 라면 박스 줍는 할머니나 청소부'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새벽에 묵묵이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가 없었다면 이 사회는 얼마나 지저분해질까 라고 반문하며 가끔 거리에다 쓰레기를 버렸던 자신이 부끄럽다는 소리를 하는데, 이런 글이 내포하고 있는 속내는 결국 자신을 향한 소박한 겸손'이다. " 적어도 나는 부끄러움을 아는 지식인 " 이라는 계산이 깔린 장치'다. 그들은 소박한 가난을 예찬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박한 겸손이다. 물론 이 겸손은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하지만 자화자찬하는 수필집을 굳이 돈을 주고 사서 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있어 신달자 수필집은 느낌 없는 에세이'였다. 수필( 隨 따를 수, 筆 붓 필 )이 아무리 붓 가는 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장르'라고는 하지만

 

자화자찬이 목적이라면 그것은 隨筆이 아니라 단순히 手筆이거나 自筆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깊이 있는 사유가 없는 글은 잡문이지 수필이 아니다. 신달자가 시인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시인 협회 회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작년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시인 협회 기획 시집 < 사람 > 논란'을 통해서 였다. 그동안 나는 신달자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내 눈에는 그저 그런 통속적 신파 에세이나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 사람 > 이라는 시집에 수록된, 재벌을 향한 용비언천가는 그렇다고 쳐도 박정희를 두고 " 당신은 날이 갈수록 빛나는 전설 " 이라거나 " 언제까지나 꺼지지 않을 우리의 횃불 " 이라고 제대로 된 용비어천가'를 박근혜 취임에 맞춰 출간한 것을 보면 기획력 하나는 끝내줘여~ 그런 그녀가 이번에 시집을 냈다. < 살 흐르다 > 이다.

 

읽지 않았으므로 이 시집에 대한 군말은 하지 않겠다. 좋은 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기를 바란다. 좋은 수필은 숲을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신영복 에세이'가 그렇다. 그의 에세이는 어떤 대상에 대해 감성적이지도 않고 동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좋다. 그는 < 나무야 나무야 > 에서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무 너머 숲을 보게 만든다. 종종 < 수필 > 이란 단어를 빠르게 타이핑하면 < 숲일 > 이 되고는 한다. 사람들에게 숲을 보도록 하는 일'이 수필이 아닐까 싶다. 억지를 부려본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손 2014-03-0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그래서 몬소리야아~ 비ㅡ비ㅡ돌리면서 말하니깐 헷갈린다해!
너 그래서 다들 네이버로 돌아오라는 거잖어ㅡ
깔꺼면 제대로 '시뻘건활'처럼 까라고~ ㅋㅋㅋ


하긴.. 사탕 맛 좀 봤겠다.. 알라딘이 좋텐다~ 이휴.



(※만취덧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04:56   좋아요 0 | URL
내가 까긴 누굴 까냐. 그런 거 없어.
글구 내가 알사탕 얼마나 먹었다고 그르냐....

언젠가 네 작품을 까는 알라디너도 곧 생길 것이야..ㅋㅋㅋ

글구 새빨간 활이지 시뻘건 활은 아니다. 이것아 ! 넌 시차도 별로 없는 외국에 살면서 왜 벌써부터 취하고 지랄이냐..... 난 안 취했다...

곰곰손 2014-03-07 20: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그러니깐 신달자 까는 글이자나~!

난, 신달자 잘 모르는데 어째 영 맘에 안듬.
나 중3때 담임 진짜 (지금도) 시러하는데
그사람 이름이 - 오영매거든.

<신달자 - 오영매>

먼가 동일인물 가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7 21:27   좋아요 0 | URL
신달자 까는 건 맞다.
그런데 왜 오영매'라는 이상한 사람과 같은 레벨로 취급하냐....

주식곰탐간식달고나먹는새벽 2014-03-0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잊을 수 없는 작가입니다. '물 위를 걷는 여자'란 소설로 제게 최악의 문학적 체험을 안겨 줬죠.
나중에 박철수 감독, 황신혜, 강문영, 이덕화 출연 동명영화를 보는데 영화가 별로였음에도 원작보다 재밌어서 깜놀했던..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04:48   좋아요 0 | URL
엇? 물위를 걷는 여자.... 아, 맞다 !!!! 맞습니다. 누나가 종종 소설책을 사오고는 했는데 그중 한 권이 바로 물위를걷는여자'였어요. 옛날에는 책이 귀해서 누나가 책 사오면 무조건 읽었거든요. 읽으면서 한숨만 푹푹 쉬면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맞어 물위를걷는여자... ㅋㅋㅋㅋㅋ

수다맨 2014-03-0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 아직도 시 쓰셨군요. 시는 잘 모르지만 수필은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필은 신영복 선생이 역시 최고인 듯합니다. 저는 사실 전혜린, 신달자, 피천득 같은 이들은 내공에 비해 참 과분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08 04:52   좋아요 0 | URL
저도 시는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말씀대로 수필을 쓰려거든 신영복 같은 깊이' 있는 글이 좋더군요. 아니면 내 글은 잡문이오, 라고 아예 까놓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하루키 정도는 되어야 읽는 맛이 나죠. 제가 소설은 안 좋아하지만 수필은 은근 좋아합니다. 시니컬한 조롱과 때론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에 깜짝 놀라고는 하니까요. 그런데 신달자 에세이는 정말 재미가 없어요. 전혜린은 확실히 과도한 평가인 건 확실합니다. 그냥 비극적 서사'가 어떤 전설을 내보내는 것일 뿐....피천득은 인연 빼고는 읽은 게 없어서 평가 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