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남자에게 !
작년 추석 연휴 때 영진공'에서 영화 < 멜랑콜리아 > 를 상영해서 A와 함께 상암동에서 만났다. 영화 상영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공원 의자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그러다가 A가 갑자기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앉았다. 고개를 돌리면 코와 코가 마주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으로 향했다. ( ...... 중략 ) 영화가 끝나고 뒷풀이를 겸해서 노천에 테이블을 마련한 호프집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아, 하면 그 친구는 아아, 했고 그 친구가 어, 하면 나도 어어, 하며 맞짱구를 쳤다. 다들 아시겠지만 맥주를 마시면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 화장실에 가서 오줌통을 비워야 했다. A와 나는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다.
문제는 그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와서 자리에 앉을 때마다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둥근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던 그는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거리를 야금야금 좁허더니 결국에는 내 옆자리까지 다가왔다. 당혹스러웠다. 일행이 많아서 복작복작 곁을 내주어야 하는 상황하고는 다르지 않은가 ? 그것은 마치 전철 안에 승객이 거의 없는 데도 누군가가 내 옆에 와서 앉을 때 느끼는 불안함이었다. 그런데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고 해서 내가 일어나서 의자를 끌고 둥근 테이블 맞은편으로 가 자리를 고쳐 앉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싶었다. 서둘러 술자리를 끝냈다. 불편하기보다는 불쾌했으니깐 말이다. 나는 내가 빗금 친 영역 안으로 타인이 허락도 없이 침범하면 불쾌하다. 그것은 내 성격이 까칠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본능이다.
내 곁을 허용할 수 있는 대상은 친한 친구이거나 애인 혹은 가족이 전부'다. 애인이란 내 곁을 허용하고도 불쾌한 감정이 들지 않는 관계'다. 그런데 그 외 사람들이 곁으로 바짝 다가오면 털이 곤두선다.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상사가 업무 과정을 가르쳐준다는 구실로 뒤에서 바짝 다가와 귀에 콧바람 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몇 달 후, 여럿이 모였다. A도 참석했다. 대여섯 명이 모인 자리여서 A가 내 옆에 앉았지만 그때처럼 불편하지는 않았다. 종로 술집이라는 게 모두 최대한 붙어서 술을 마셔야 하니깐 말이다. 문제는 그 친구가 아예 작정을 하고 내게 팔짱을 끼고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가 주선한 모임이었기에 화를 내서 술자리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 자리도 그냥 흐지부지 끝냈다. 다음날, 그 친구에게 " 지랄 " 을 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적 취향을 무척 존중하지만 내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태도에 화가 난 것이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인권에 대한 침해'이다. 그 친구가 이 글을 읽을 수도 있기에 이 자리를 빌려 한 마디 하련다. " 이봐, 친구 ! 내 자지는 오로지 젖가슴 앞에서만 발기한다. 오케이 ?! "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그 일 이후로 그 친구와 가까워지지 못했다. 거기까지가 내가 가진 한계'였다. 사실 나는 남자가 멍청하다는 생각을 하는 남자'다. 그래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진화 심리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자는 꽤나 거추장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비비드 버스의 < 진화 심리학 > 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사내새끼들이 꽤나 꾀죄죄한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낯선 여자보다 낯선 남자를 훨씬 무서워한다. 이것은 낯선 남자가 낯선 여자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정말 남자는 여자보다 폭력적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라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다 보면 남자는 여자보다 공격적이며, 여자는 남자보다 이타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굳이 남자와 여자'로 한정하지 않고 수컷과 암컷을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생물학자 폴 셔먼은 숲속 땅다람쥐를 조사했다. 땅다람쥐는 포식동물을 발견하면 소리를 지른다. 동료들은 이 경고를 듣고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그런데 이 행위에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호루라기를 분 땅다람쥐는 포식 동물의 눈에 띄어서 잡혀먹힐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에 당신이 땅다람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치면 동료는 살 수 있으나 자신은 그 늑대의 표적이 된다. 반면 호루라기를 부는 대신 혼자 몰래 도망치면 목숨은 건지지만 동료가 죽는다. 쉽게 말해서 " 당신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 " 를 묻는 질문이다. 폴 셔먼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호루라기를 불어 동료를 살린 땅다람쥐의 성별을 조사했다. 수컷보다는 암컷이 더 이타적 행위를 많이 했다. 21%나 더 많이 말이다. 남자란, 수컷이란 그런 존재다. 모유를 먹는 아기들조차 남자가 위험하다는 정보를 습득한 채 태어난다. 모유를 먹는 아기는 다른 여자보다 어머니 냄새를 더 좋아하지만, 아버지 냄새를 다른 남자 냄새보다 더 좋아하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서 " 남자는 다 똑같아 ! " 그렇다, 남자는 다 똑같다. 남자는 이기적이며 폭력적이다.
그리고 조금 더 멍청하다. 더군다나 가부장 한국 사회인 경우는 더, 더더욱 그렇다. 한국 남성은 지금 여성 상위 시대라며 징징거린다. 대한민국은 남녀 평균 임금 격차가 OECD 28개국 평균(15%)보다 무려 2.5배가 높은 39% 를 기록해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일본하고도 무려 10%나 차이가 난다. 자살율과 함께 불명예 2관왕'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명예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여성 상위 시대가 되는 나라'다. 골때리는 남성 부족 국가'다. 남성들이여, 무식하게 누워서 침 뱉지는 말자. 이래저래 자꾸 성질을 건드리다가는 여성들이 섹스 파업'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보신왕국에서 태어난 한국 남자는 섹스 없이는 몬산다, 몬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