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 오므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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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라이스'는 계란 덮밥 요리'이다.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비빔밥을 포함한 볶음밥 종류는 잘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집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가 내게 한 말 때문이었는데, 볶음밥, 덮밥 따위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음식물 흔적이 있는 공깃밥을 모아두었다고 볶음밥이나 덮밥을 만들 때 사용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덧대어 말하기를, " 영업 시간 다 끝나갈 때에는 중국집 가지 마라. 주방장 이제 막 모자 벗고 퇴근 준비하려다가 느닷없이 주문 받으면 짜장면에 침 뱉는다. ㅋㅋ. " 친구가 친구에게 한 소리이니 군말은 아니지 않을까 ? 충분히 가능한 소리'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돈 주고 김치볶음밥이나 달걀볶음밥은 사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오므라이스도 안 먹은 지 십 년은 지난 듯하다. 사실 오므라이스를 먹지 않게 된 이유는 꽤나 웃기다. 오므라이스를 발음할 때 입술을 오므리게 되는데 이때 입모양이 똥구멍처럼 오므라들기 때문에 이 요리와 항문이 자꾸 연결이 된다.
더군다나 노란 달걀지단으로 덮여 있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쏟아낸 토사물 같아서 입맛을 잃기 때문이다. 요리 품평을 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니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 덮밥 > 이나 < 덮개 > 라는 단어에서 " 덮 " 은 어근'이다. 뿌리'이기 때문에 " 덮 "이라는 음이 독립해서 활용될 수는 없다. < 덮 > 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낱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 사소하다 " 라는 형용사에서 " 사소 " 라는 음절을 독립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 ? 만약에 그런 식으로 독립 활용이 가능하다면 " 파랗다 " 에서 어근인 " 파랗 " 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새누리당 본색은 파랗'이다. " 내가 이 소리를 왜 하나면 수많은 문학평론집 따위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문법적으로 개판인 문장을 수없이 목격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팔린 평론집 가운데 하나인 *******에서는 " 사소성 " 이라는 정체불명인 명사'가 등장한다. < 사소하다 > 의 어근인 " 사소 - " 에 성질을 뜻하는 접사 " 성 " 이 붙어서 만든 조합인데 이게 문법적으로 가능한가 궁금하다. 태어나서 " 문학의 사소성 " 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그냥 단순하게 " 보잘것없는 문학 " 이거나 " 문학이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정도로 표현하면 될 일인데 굳이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도 않은 단어를 만들어서 비문을 남발하는 것을 보면 의아하다. 평론가 아닌가 ? 국문학을 전공했고, 그 스펙으로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직업이 아닌가 말이다. < 사소성 > 이라는 조어를 새로 말을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창조라고 한다면 차라리 한자로 형성된 " 사소하다 " 는 단어보다 뜻이 같은 " 자질구레하다 " 에서 어근을 떼어내어 " 자질구레성 " 이라고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 ?
내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말은 상당수 문학평론가들은 문학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손가락질인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너나 잘하세요. 하여튼 평론가들의 자질구레성'과 보잘것없성'은 한심한 수준이다. 내 이웃이 다음과 같은 위트 있는 정리를 내렸다. " 좋아하는 것만 같으면 동호인이고, 싫어하는 것만 같으면 동지다. " 여기에 덧붙여서 "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비슷해서 서로 좋아하면 친구가 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서로 좋으면 사랑이다. " 라고 교통정리를 했다. 이 문장 읽고 무릎 탁, 치며 아, 하고 하, 하하 웃었다.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서 모이는 형태가 정치적 동지'이다. 문학 동인은 아무래도 동호인과 정치적 동지가 반반 섞인 형태'가 아닐까 싶다.
뜻이 같은 자가 뭉쳤으니 뜻이 다른 것도 선명한 무리'이다. 문제는 이러한 군집이 자칫 잘못하면 떼거리가 되어 생떼거리를 하기 쉽다. 동인이 성찰과 비판은커녕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해 이성을 잃고 떼거지로 비난을 하는 광경은 흔한 예에 속한다. 가끔, 문단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들이 거대 출판사를 위한 홍위병 같아서 아리송할 때가 있다. 알쏭달쏭하다. 표절을 지적한 이에게 자기 스승을 모욕했다고 네 에미는 창녀다, 라고 말하는 고상한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속한 출판사와 조중동의 정치적 연합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고 이새끼, 저새끼, 나중에 나쓰메 소새끼, 라는 고상한 욕지거리를 보면 문단이라고 고운 말, 바른말만 하는 세계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열심히 글만 쓰려는 작가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문단이 사용하는 언어가 이 정도이니 고위급 관료라고 해서 그들은 바른말을 사용할 리 없다.
알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뻔뻔한 입말이 고착되다 보니 잘못 표현된 말인지도 모른다. 국정원이 < 서울시공무원간첩단사건조작 > 에 대해 사과를 발표했다. " 물의를 일으켜서 송구 " 스럽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 말은 말이 안되는 소리이다. 사전적 의미는 " (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여 ) 어떤 사람 또는 단체의 처사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상태 " 를 뜻한다. 그렇다면 뜻은 분명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오른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이다. 그런데 국정원이 개입된 공문서 조작 사건은 악질적인 범죄 사건이지 물의가 아니다. 이렇게 악질적인 사건을 단순히 저잣거리에서 입방아에 오른 수준으로 격하시켰다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적반하장에 속한다. 국정원의 보잘것없성'이다. 또한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회장이 " 도의적 책임을 지고 등기 이사직에서 물러난... " 다고
비장하게 말했는데 정말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 도의 > 란 도덕적 의리'를 뜻하는데 범죄가 확정된 사람이 도의 운운하는 태도는 여전히 적반하장이다. 그는 도덕적 의리를 저버린 인물이 아니라 돈을 횡령한 죄로 선고를 받은 사람이다. 이처럼 명백한 죄를 저질렀지만 여전히 < 물의 > 와 < 도의 > 를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들 입에서 옳은 소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럴 깜냥도 못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이치에 맞는 소리는 하고 살자. 이게 다 일상생활어의 사소성, 그러니깐 일상어의 자질구레성 혹은 보잘것없성'이 만든 코미디'다. 이런 인간들을 볼 때에도 항상 오므라이스가 생각난다. 자기가 싼 똥을 근사하게 덮어씌우는 꼴이 비슷하지 않은가. 노란색 달걀지단 같은 사과의 변(辯) 을 들을 때마다 오므라이스가 생각난다.
색체 심리학에서는 노란색을 " 자기애 " 로 설명한다. 범죄를 물의나 도의로 희석하는 언변을 보면 자신을 향한 변명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한다. 묘하게 맞는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