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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양장) - 20대를 변화시키는 30일 플랜
이지성 지음 / 맑은소리 / 2011년 12월
평점 :
얼 마 면 되 는 데 ? :
내가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이유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주말 드라마와 예능은 거의 보지 않지만 << 그것이 알고 싶다 >> 라는 방송은 본방 사수하려고 노력한다. 보다 보면 세상은 온통 개새끼와 씹새끼들의 천국. 그중에서도 관심 있는 사건은 몇 번씩 보게 된다. 나름, 추리력을 발휘하여 범인을 예상해 보기도 한다. << 배산 여대생 살인사건 >> 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수사를 담당한 관계자의 말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결정적 단서라면서 " 키 150대에서 160대 사이인 여성 " 이라고 특정했는데 이 말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한국 여성은 대부분은 이 범주 안에 포함되기에 결정적 단서도 아니고 특정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마치 " 범인은 바로 !!!!! 키가 2미터 아래인 남자일 것 " 이라는 소리(조금 과장을 하면)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 흔한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 계발서에서 알려주는 꿀팁 대방출은 결정적 단서랍시고 " 키가 150대에서 160대인 여성 " 이라거나 " 키가 2미터 이하인 남자 " 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지적이 반드시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단서라고 할 수도 없다.
자기 계발서의 꿀팁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유의미한 것도 아니다. 자기 계발서는 채찍과 함께 당근을 선물한다. 엄격한 시간 관리 그리고 피나는 노력과 같은< 자기 수련 > 을 강조하면서도 채찍에 피멍 든 독자에게 < 자기 배려 > 도 강조한다. 도대체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 ? 20대의 독서 취향을 분석한 결과, 그들이 주로 읽는 분야는 자기 계발서로 전체 독서의 69%라는 조사도 있다. 이 정도면 자기계발의 압승이다. 자기 계발서가 전체 독서 시장의 70%를 차지하다 보니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형국이다.
급기야는 << 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 라는 낯 뜨거운 제목의 책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지성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그대의 삶이 10~20대 시절 원했던 바로 그 삶이 아니라면, 운명이나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그대의 혀를 탓해야 한다. " 우리는 성공한 자의 고생담을 통해서 교훈을 얻으려고 하지만 성공한 자의 고생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다. 성공한 자의 고생담(실패 스토리)은 자기 PR에 불과하기 때문이다(타인의 고생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성공한 자의 고생담이 아니라 실패한 자의 고생담이다).
스스로를 인문학 전도사라고 말하는 이지성은 어느 인터뷰에서 독서량을 묻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요약하자면) 20~30페이지 정도 되는 원고지 분량을 쓰기 위해서 구입한 책은 대략 500만 원 됩죠. 헤헤헤. 음.... 생각하는 인문학이라는 책의 경우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2000만 원~3000만 원어치 책을 구입했습니다요. 헤헤헤. " 기승전돈돈돈돈이다. 몇 권을 읽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몇 원으로 환원하는 이지성의 인문학적 지성은 과연 얼마일까 ? 원빈은커녕 넙데데한 원판처럼 생긴 내가 인문학적 지성으로 흘러넘치는 당신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 얼마면 되는데 ? "
모든 질문을 환전으로 환원하는 버릇은 이지성의 습관처럼 보인다. 그는 한겨레와 인터뷰하면서 대중작가로서 재벌 개혁 얘기도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책은 원래 상품성이 없어요. 자기계발서는 제일 상품성이 없고요. 사람들이 변화의 계기가 필요한데 환경이 워낙 척박하니 이런 책이라도 읽을 뿐이에요. 돈을 생각하면 사업을 해야죠. 회사 세우고 3박 4일에 300만~400만원씩 받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1년에 80억을 벌었다고 소문난 분도 있어요. 대기업에 새끼강사를 파견해서 커미션을 받는 산업이 짱짱해요. 시이오(CEO)를 위한 고전강좌를 하고 1인당 1000만원씩 받는 분도 있어요. 제가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재벌이 됐겠죠. 그러나 그건 돈벌이고 사업이지, 작가의 길이 아니에요. 저에게도 얼마나 많은 유혹이 있겠어요. 회사를 세우자, 이름만 걸고 대기업에 새끼강사를 보내자, 강의만 하면 수백명이 오니까 강당 빌려서 1일 80만원짜리 프로그램을 하자, 작가님은 와서 강의 한 시간만 하고 가라. 다 거절했어요.”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39206.html )
20대 독자의 전체 독서 중에서 자기계발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70% 정도인데 이지성은 반대로 자기계발 분야가 제일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대답한다. 이 주장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 그는 열심히 사느라 연애는 언제하냐 _ 라는 질문에는 미인대회 출신인 여성만 세 번 사귀였다고 대답한다. 아이구야. 그에게 중요한 것은 트루 러브가 아니라 트로피 후광 효과'이다. 그가 표현한 " 미인대회 출신 여성 " 은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이자 트로피 와이프에 대한 과시욕이다. 진짜 묻고 싶다. 당신의 지성을 돈으로 환전하자면 도대체 얼마냐 ?
▦ 그는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고3 학생의 필독서로 칸트의 << 순수이성비판 >> 을 뽑았다. 철학이 전공인 학생들조차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정독이 힘든 텍스트인데 과연 고3 학생이 이 책을 읽을 수가 있을까 ? 그는 수많은 인문학서를 추천하면서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 고전은 원어로 읽어라. 그리고 원전일 읽어라 ! 맙소사, 원전을 읽으라고 하면 고대 히브리어와 고전 그리스어를 통달해야 하는데 정작 본인은 고대 히브리어와 고대 그리스어를 알고 있을까 ? 쉽게 말해서 아래 문자를 해석할 줄 아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가 고전 그리스어를 한 글자도 모른다는 데 500원을 걸겠다.
ὦ φῶς, τελευταῖόν σε προσβλέψαιμι νῦν,
ὅστις πέφασμαι φύς τ᾽ ἀφ᾽ ὧν οὐ χρῆν, ξὺν οἷς τ᾽
οὐ χρῆν ὁμιλῶν, οὕς τέ μ᾽ οὐκ ἔδει κτανών.
오 빛이여, 내가 너를 보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기를,
나야말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과
결혼하여,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