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장하영 씨










프랑스 여행 중에 인종 차별을 당했다며 씩씩거리는 유튜버가 있었다. 식당에 갔더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식당 주인이 자신을 차별했다는 것. 그는 얼굴을 붉히며 프랑스 사람을 막돼먹은 민족이라며 욕을 했다. 그런데 그 유튜버가 인종 차별을 당했던 곳은 프랑스만이 아니었다.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영국에서도 똑같은 차별을 당했다는 것. 그녀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녀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 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폈다. 나이는 30대 초반 / 주요 활동 무대는 청담동 / 관심 분야는 미용과 패션 / 플라스틱 성형 미인 / 시간 날 때마다 해외 쇼핑 / 특히 루이비통과 샤넬 ㅡ 성애자 / 청담동 고급 빌라에 살며 고급 외제차 소유 / 그녀의 재정 상태를 보니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할 정도의 강남 부자. 견적이 나오자 내 호기심은 해결되었다. 손님이 왕인 한국 사회에서 VVIP의 삶이란 럭셔리한 것. 서비스 감정 노동자의 과잉 친절 서비스만 받다가 유럽인의 불친절 아닌 무친절 서비스를 받다 보니 그것을 차별로 인식한 것이다. 


그는 유럽이 사회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국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민 혁명군의 손으로 왕의 모가지를 잘라낸 후예들이 손님따위를 왕(대접)으로 생각할 리는 없지 않은가 !  이건희, 이 자식 때문일까 ? 한국 소비자들은 감정 노동자의 과잉 친절 서비스를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친절하지 않다 싶으면 삿대질은 기본이다. 이런 발상은 아마도 이건희가 삼성 그룹 사훈으로 " 손님은 왕 " 이라고 선언한 이후 생긴 이씹세기 최악의 악성 바이러스'일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하나인 << 친절한 금자씨 >> 는 교도소 재소자에게 친절하기로 유명세를 떨쳐서 결국에는 " 친절한금자씨 " 라는 별명을 얻은 금자 씨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 친절 > 은 친절한 금자 씨'라는 캐릭터에 후광을 부여하는 일종의 트로피'인 셈이다.  도대체 얼마나 친절해야 친절한 ㅡ 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을까 ?  하지만 금자 씨가 교도소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친절했던 금자 씨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 유명한 대사는 친절한 금자 씨가 친절이라는 가면을 벗는 순간에 탄생한다.  " 너나...... 잘 하세요 ! " 


그녀는 친절을 무기로 그루밍했던 촐소자를 조종해서 복수를 위한 소모품으로 활용한다. 친절의 두 얼굴이 아닐 수 없다. < 친절 > 은 현대인이 갖춰야 할 소양이자 교양의 한 덕목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연출한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친절은 양면성을 띤다.  갓난아기를 입양한 후 잔인하게 살인한 장하영 사건을 접할 때마다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이미지는 친절한 금자 씨였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을 훌륭한 기독교인으로 포장하기 위해서 친절이라는 감정을 연출했을 것이다. 그리고 입양은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장하영에게 있어서 입양아는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트로피이자 황폐한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충동 구매한 명품 가방에 불과했던 것이다.  입양 초기, 아이를 품에 안은 장하영이 카페 주인에게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 저, 이 아이 입양했어요 ! " 라고 말했다는 후일담은 그녀의 악마적 과시욕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녀가 입양한 것은 따스한 체온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피도 눈물도 없는,  명품 로고가 박힌 차가운 가죽 가방이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영화 속 대사처럼 너(장하영)나 잘 했으면 없었을 비극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은 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본질을 들여다볼수록 먹먹하다. 











​                    


1)  양모 하영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 하나님의 영광 " 을 줄인 말일 것이다. 그리고 양부 성은이라는 이름은 " 성스러운 은혜 " 가 아닐까 ?  목사 자녀의 흔한 이름이 바로 하영과 성은인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과 성스러운 은혜가 충만한 가족에게서 일어난, 이 극렬한 비극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빛도, 영광도, 은혜도, 동정도, 사랑도 없는, 지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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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14 0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교를 자신의 도덕적 편의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개인의 유익을 위해서 소비하는 사람들의 최후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인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1-17 09:29   좋아요 0 | URL
부모가 목사이고 시부모도 목사이니 기독교 엘리트 집안의 딸. 아마도 그녀는 입양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심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개정증보판)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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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성 이 면   감 점 이 다   :









순수지성비판










상관 관계를 인과 관계로 오인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예를 들어 :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상관 관계이지 인과 관계는 아니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흡연자가 모두 다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흡연과 암의 상관 관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담배는 건강에 있어서 매우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상관 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유의미한 것도 아니다. 어느 경찰관이 범죄 통계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강력 범죄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수 A( : 아이스크림 판매량 급증)와 변수 B(:강력 범죄 증가)는 서로 상관이 있기에 상관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 만약에 경찰관이 이 통계값을 근거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난폭해진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주장하면 아마도 " 상또라이 " 라는 소리 듣기 쉽다. 왜냐하면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날씨가 덥다는 것이고, 


고온다습한 한국의 여름 날씨를 감안하면 날씨가 덥다는 것은 불쾌지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쾌지수와 강력 범죄는 상관 관계일 수가 있지만 아이스크림과 강력 범죄는 상관 관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관계일까 ?  그냥, 아무 관계도 아니다. 다음 주장은 어떤가 ? " 어릴 때 평범했던 아인슈타인은 14살 때 칸트의 << 순수이성비판 >> 을 읽었다. 그는 커서 천재가 되었다. 그러므로 인문학 고전을 읽으면 천재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 순수이성비판 > 을 읽고 나서 천재가 된 것일까, 아니면 그는 천재였기에 14살 때 < 순수이성비판 > 을 이해한 것일까 ? 


우선, 순수이성비판을 읽으면 천재가 된다는 가설은 인과 관계도 아니고 상관 관계도 아니다. 그것은 그냥 시간 경과를 순서적으로 나열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누가 화장실에서 똥 싸고 나와서 밥을 먹었다는 단순한 시간 순서의 나열을 두고 그것은 똥 싸고 나면 식욕이 상승한다는 인과 결과(라고 우기는)라고 주장한다면 ?  이지성은 < 리딩으로 리드하라 > 라는 책에서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은 < 순수이성비판 > 을 읽고 천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너무 황당한 주장이어서 그 주장의 과학적 증거와 증명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지만 저자는 아무 설명이 없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이 글을 쓰는 나도 천재가 되어야 한다. 왜 ? 나도 그 책을 읽었으니까 !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고등학교 때 낙제 점수를 얻었고 대학 입학 시험에서도 낙방했던, 별 볼 일 없던 둔재 아인슈타인을 천재로 만든 것은 유클리드의 < 기하학 > 그리고 칸트의 < 순수이성비판 > 과 같은 인문학 독서 때문이라는 주장했는데, 이 주장을 반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0.01초면 충분하다. 이 간단한 판단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굳이 뇌를 빌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기록에 의하면 아인슈타인은 < 기하학 > 을 12살 때 읽었고, < 순수이성비판 > 을 14살 때 읽었다. 


그런데 14살 때 인문 고전을 읽고 천재가 된 아인슈타인은 16살 때 학교에서 낙제를 했으며 18살 때에는 대학 입학 시험에서도 낙방을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아인슈타인은 << 순수이성비판 >> 을 읽고 나서 천재가 된 것이 아니라 둔재가 되었다고 해야 되는 것 아닐까 ? 변수 A(:14살 때 순수이성비판 독서 체험)와 변수 B(천재가 된 아인슈타인)는 인과 관계도 아니고 상관 관계도 아니다. 시간의 스펙트럼이라는 선 위에서 두 점이 우연히 근접 조우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과 관계라고 우긴다면 그 관계는 인과 관계가 아니라 관계 망상'이다. 


이 사례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가름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지성의 순수 지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데, 이 정도 수준의 지성이면 감점이다. 하지만 이따위 책을 읽었다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독서 행위의 팔 할은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 길이 아니면 저 길을 가면 되는 법. 출판 문화의 수준을 한탄하며 판교 다리 무너졌다고 징징거리지 마라. 마포대교도 무너졌냐, 새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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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0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딩이었을 때 이런 말장난이 유행했어요. 상대방이 제게 다가와서 질문을 해요.

“너, 천재 될래? 아니면 바보 될래?”

(당연히 천재가 좋지.) “천재가 되고 싶어.”

“넌 천재니까 [천]하에 [재]수 없는 놈이야.”

“그러면 바보는?”

“바보? [바]다의 [보]배!”

저는 바보가 되고 싶어요. 책.바.보.

곰곰생각하는발 2021-01-11 15:11   좋아요 0 | URL
천하에 재수없는 놈이라는 말장난은 고전 중의 고전이죠..ㅎㅎ
 
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양장) - 20대를 변화시키는 30일 플랜
이지성 지음 / 맑은소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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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마  면     되  는  데     ?   :












내가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이유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주말 드라마와 예능은 거의 보지 않지만 << 그것이 알고 싶다 >> 라는 방송은 본방 사수하려고 노력한다. 보다 보면 세상은 온통 개새끼와 씹새끼들의 천국. 그중에서도 관심 있는 사건은 몇 번씩 보게 된다. 나름, 추리력을 발휘하여 범인을 예상해 보기도 한다. << 배산 여대생 살인사건 >> 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수사를 담당한 관계자의 말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결정적 단서라면서 " 키 150대에서 160대 사이인 여성 " 이라고 특정했는데 이 말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한국 여성은 대부분은 이 범주 안에 포함되기에 결정적 단서도 아니고 특정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마치 " 범인은 바로 !!!!!  키가 2미터 아래인 남자일 것 " 이라는 소리(조금 과장을 하면)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 흔한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 계발서에서 알려주는 꿀팁 대방출은 결정적 단서랍시고 " 키가 150대에서 160대인 여성 " 이라거나 " 키가 2미터 이하인 남자 " 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지적이 반드시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단서라고 할 수도 없다. 


자기 계발서의 꿀팁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유의미한 것도 아니다. 자기 계발서는 채찍과 함께 당근을 선물한다. 엄격한 시간 관리 그리고 피나는 노력과 같은<  자기 수련 > 을 강조하면서도 채찍에 피멍 든 독자에게 < 자기 배려 > 도 강조한다. 도대체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 ? 20대의 독서 취향을 분석한 결과, 그들이 주로 읽는 분야는 자기 계발서로 전체 독서의 69%라는 조사도 있다. 이 정도면 자기계발의 압승이다. 자기 계발서가 전체 독서 시장의 70%를 차지하다 보니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형국이다. 


급기야는 << 20대, 자기계발에 미쳐라 >> 라는 낯 뜨거운 제목의 책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지성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그대의 삶이 10~20대 시절 원했던 바로 그 삶이 아니라면, 운명이나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그대의 혀를 탓해야 한다. " 우리는 성공한 자의 고생담을 통해서 교훈을 얻으려고 하지만 성공한 자의 고생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다. 성공한 자의 고생담(실패 스토리)은 자기 PR에 불과하기 때문이다(타인의 고생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성공한 자의 고생담이 아니라 실패한 자의 고생담이다)


스스로를 인문학 전도사라고 말하는 이지성은 어느 인터뷰에서 독서량을 묻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요약하자면) 20~30페이지 정도 되는 원고지 분량을 쓰기 위해서 구입한 책은 대략 500만 원 됩죠. 헤헤헤. 음.... 생각하는 인문학이라는 책의 경우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2000만 원~3000만 원어치 책을 구입했습니다요. 헤헤헤. " 기승전돈돈돈돈이다. 몇 권을 읽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몇 원으로 환원하는 이지성의 인문학적 지성은 과연 얼마일까 ?  원빈은커녕 넙데데한 원판처럼 생긴 내가 인문학적 지성으로 흘러넘치는 당신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 얼마면 되는데 ? " 







​                         


모든 질문을 환전으로 환원하는 버릇은 이지성의 습관처럼 보인다. 그는 한겨레와 인터뷰하면서 대중작가로서 재벌 개혁 얘기도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책은 원래 상품성이 없어요. 자기계발서는 제일 상품성이 없고요. 사람들이 변화의 계기가 필요한데 환경이 워낙 척박하니 이런 책이라도 읽을 뿐이에요. 돈을 생각하면 사업을 해야죠. 회사 세우고 3박 4일에 300만~400만원씩 받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1년에 80억을 벌었다고 소문난 분도 있어요. 대기업에 새끼강사를 파견해서 커미션을 받는 산업이 짱짱해요. 시이오(CEO)를 위한 고전강좌를 하고 1인당 1000만원씩 받는 분도 있어요. 제가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재벌이 됐겠죠. 그러나 그건 돈벌이고 사업이지, 작가의 길이 아니에요. 저에게도 얼마나 많은 유혹이 있겠어요. 회사를 세우자, 이름만 걸고 대기업에 새끼강사를 보내자, 강의만 하면 수백명이 오니까 강당 빌려서 1일 80만원짜리 프로그램을 하자, 작가님은 와서 강의 한 시간만 하고 가라. 다 거절했어요.”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39206.html )



20대 독자의 전체 독서 중에서 자기계발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70% 정도인데 이지성은 반대로 자기계발 분야가 제일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대답한다. 이 주장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 그는 열심히 사느라 연애는 언제하냐 _ 라는 질문에는 미인대회 출신인 여성만 세 번 사귀였다고 대답한다. 아이구야. 그에게 중요한 것은 트루 러브가 아니라 트로피 후광 효과'이다. 그가 표현한 " 미인대회 출신 여성 " 은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이자 트로피 와이프에 대한 과시욕이다. 진짜 묻고 싶다. 당신의 지성을 돈으로 환전하자면 도대체 얼마냐 ? 




▦ 그는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고3 학생의 필독서로 칸트의 << 순수이성비판 >> 을 뽑았다. 철학이 전공인 학생들조차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정독이 힘든 텍스트인데 과연 고3 학생이 이 책을 읽을 수가 있을까 ? 그는 수많은 인문학서를 추천하면서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 고전은 원어로 읽어라. 그리고 원전일 읽어라 ! 맙소사, 원전을 읽으라고 하면 고대 히브리어와 고전 그리스어를 통달해야 하는데 정작 본인은 고대 히브리어와 고대 그리스어를 알고 있을까 ? 쉽게 말해서 아래 문자를 해석할 줄 아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가 고전 그리스어를 한 글자도 모른다는 데 500원을 걸겠다. 


ὦ φῶς, τελευταῖόν σε προσβλέψαιμι νῦν,
ὅστις πέφασμαι φύς τ᾽ ἀφ᾽ ὧν οὐ χρῆν, ξὺν οἷς τ᾽
οὐ χρῆν ὁμιλῶν, οὕς τέ μ᾽ οὐκ ἔδει κτανών.

오 빛이여, 내가 너를 보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기를,
나야말로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과 결혼하여,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였구나!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1183-1185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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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02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새해인사가 늦었습니다!ㅠ 작녀에도 곰발님의 명쾌하고 시원한 글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좋은 시간도 가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1년도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1-02 21:56   좋아요 1 | URL
앗,막시무스 님....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정신이 늘 산만해서...
작년에 맹활약을 펼치신 막시무스 님, 올해도 맹활약 부탁드립니다아. 꾸벅.

레삭매냐 2021-01-02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아무리 좋게 봐도 저자가 아니라
희대의 약장수 같아 보입니다.

성경은 불가타 버전의 라틴어로
그리고 오디세이아는 지적해 주신
대로 고대 그리스어로 읽어야겠네요.

혹세무민하는 자기계발서가 독서시장
을 교란시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
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약이 무시로
팔리니 약장수들이 활개를 치는 거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21-01-04 00:52   좋아요 0 | URL
궁금하죠 ? 그는 과연 성경을 불가타 언어로, 고대 히브리어로, 옛날 그리스어로 읽었을까 ?
아마 구별도 못할 걸요. 세 언어를..
 















                              


영화 < 조제 > 에  대하여   :










위스키의 바디감










내가 싫어하는 영화 부류는 슬픈 장면에서 슬픈 배경음악을 과도하게 삽입한 경우다. 이런 영화는 십중팔구 배경음악이 전체 사운드를 잡아먹는다.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음악을 활용하여 관객 몰입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하는 수작이다. 감독은 슬픈 표정을 짓는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은 후 슬픈 음악의 볼륨을 점점 높이면서 관객과 밀당을 펼친다. " 자, 이제 울어 ! 안 울어 ?  이래도 안 울래 ? " 관객이 울지 않으면 주인공을 더욱 비참한 상황으로 몰아넣겠다는 태도다. 이것은 감독이 슬픔을 볼모로 관객을 협박하는 것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격렬비열도에서 태어난 죽방멸치 새끼라면 콧방귀도 안 뀌겠지만, 관객 대부분은 그 장면에서 가거도 우럭도 아니면서 울컥하게 된다. 타인의 비참에 대하여 슬픈 마음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관객이 눈물을 보였다고 해서 그 장면(그 영화)이 작품성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관객이 꼴렸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훌륭한 에로 영화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마찬가지로 관객이 크게 웃었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훌륭한 코미디 영화가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작품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영화적 재현의 윤리이다. 


내가 장애인을 다루는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장르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들에게 장애인은 웃음 코드와 감동 코드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에 불과하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프레임에는 동물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저변이 깔려 있듯이 장애인보다도 못한 비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은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차별이 깔려 있는 태도'다. 그리고 이성애를 다루는 사랑 영화 속에서 여성은 " 여자에게는 사랑이 전부 " 로 등장하지만  현실 속에서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없다. 가난을 다루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상을 타자화할 때 발생하는 오류이다. 이런 오류들이 발생하는 영화는 대부분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다루고, 남성 감독이 여성을 재현하고, 가난한 적이 없는 자가 가난을 병풍처럼 활용할 때 발생한다.  무지할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다. 영화 << 조제 >> 는 이 오류와 기만과 무지가 만든 최악의 영화'다. 관객들은 프라이팬 대신 다리미로 스팸을 굽는 조제의 장면이 등장할 때 웃었지만 나는 그 장면이 빈곤에 대한 무지와 조롱처럼 보여서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가난이 결핍의 세계라 해도, 낯선 남자 앞에서 다리미 위에서 스팸을 굽는 궁상을 보여주고 싶은 여자가 있을까 ?  


감독은 그것이 꽤나 신선한 영화적 상상력이라며 낄낄거렸겠지만 재현에도 윤리가 있는 법이다. 감독은 가난을 병풍처럼 세워놓고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감독이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위스키의 바디감과 커피의 바디감1)을 남발할 때마다 나는 그 옛날 박근혜 정권 때 워싱턴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윤창중의 그립감 발언이 떠올랐다. 영화는 조제의 빈곤과 비참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화면으로 모든 장면을 채웠지만 그것은 마치 6성급 호텔 만찬회에서 산해진미를 맛보며 세계의 가난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가난과 장애와 여성을 병풍처럼 세워놓고는 정작 위스키와 커피의 바디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낮게 속삭였다. " 아이, 시발. 격렬비열도의 죽방멸치만도 못한...... " 




​                               


1)    위스키와 커피의 공통점은 살롱 문화의 오브제라는 점이다. 위스키가 중산층 남성의 (룸)살롱 문화를 대표하는 오브제라면 커피는 중산층 여성의 살롱 문화를 대표한다. 감독이 위스키와 커피의 바디감을 소재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는 것은 그가 살롱 문화에 익숙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장르는 멜로가 아니라 살롱 영화'다. 살롱에 모인,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위스키와 커피의 바디감을 즐기며 문학을 이야기하며 예술을 논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만 다리미 위에서 스팸 굽는 여자를 안줏거리로 사용하지는 말자. 부탁이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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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12-31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벌써 2020년이 다 지나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31 21:34   좋아요 1 | URL
겨호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고양이도 건강히 잘 지내고, 따님도 항상 신나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han22598 2021-01-02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생각을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선 했어요. 죽었다 깨어나도 비장애인인 나는 장애인을 대변할 수 없다고....거의 불가능한일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1-02 20:49   좋아요 0 | URL
실격..... 이 책이 아마 작년에 나온 책이죠 ? 인상 깊은 책이었습니다.

후부키 2023-07-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는 다리미 위에 스팸굽는 장면이 없는데요? 소설을 읽어보고 글을 작성하신건지?
 
더 해빙 (40만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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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휴게소 트럭에서 파는 신바람 이박사 트로트 메들리 테입보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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