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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개정증보판)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16년 4월
평점 :
지 성 이 면 감 점 이 다 :
순수지성비판
상관 관계를 인과 관계로 오인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예를 들어 :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상관 관계이지 인과 관계는 아니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흡연자가 모두 다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흡연과 암의 상관 관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담배는 건강에 있어서 매우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상관 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유의미한 것도 아니다. 어느 경찰관이 범죄 통계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강력 범죄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수 A( : 아이스크림 판매량 급증)와 변수 B(:강력 범죄 증가)는 서로 상관이 있기에 상관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 만약에 경찰관이 이 통계값을 근거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난폭해진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주장하면 아마도 " 상또라이 " 라는 소리 듣기 쉽다. 왜냐하면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날씨가 덥다는 것이고,
고온다습한 한국의 여름 날씨를 감안하면 날씨가 덥다는 것은 불쾌지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쾌지수와 강력 범죄는 상관 관계일 수가 있지만 아이스크림과 강력 범죄는 상관 관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관계일까 ? 그냥, 아무 관계도 아니다. 다음 주장은 어떤가 ? " 어릴 때 평범했던 아인슈타인은 14살 때 칸트의 << 순수이성비판 >> 을 읽었다. 그는 커서 천재가 되었다. 그러므로 인문학 고전을 읽으면 천재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 순수이성비판 > 을 읽고 나서 천재가 된 것일까, 아니면 그는 천재였기에 14살 때 < 순수이성비판 > 을 이해한 것일까 ?
우선, 순수이성비판을 읽으면 천재가 된다는 가설은 인과 관계도 아니고 상관 관계도 아니다. 그것은 그냥 시간 경과를 순서적으로 나열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누가 화장실에서 똥 싸고 나와서 밥을 먹었다는 단순한 시간 순서의 나열을 두고 그것은 똥 싸고 나면 식욕이 상승한다는 인과 결과(라고 우기는)라고 주장한다면 ? 이지성은 < 리딩으로 리드하라 > 라는 책에서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은 < 순수이성비판 > 을 읽고 천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너무 황당한 주장이어서 그 주장의 과학적 증거와 증명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지만 저자는 아무 설명이 없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이 글을 쓰는 나도 천재가 되어야 한다. 왜 ? 나도 그 책을 읽었으니까 !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고등학교 때 낙제 점수를 얻었고 대학 입학 시험에서도 낙방했던, 별 볼 일 없던 둔재 아인슈타인을 천재로 만든 것은 유클리드의 < 기하학 > 그리고 칸트의 < 순수이성비판 > 과 같은 인문학 독서 때문이라는 주장했는데, 이 주장을 반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0.01초면 충분하다. 이 간단한 판단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굳이 뇌를 빌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기록에 의하면 아인슈타인은 < 기하학 > 을 12살 때 읽었고, < 순수이성비판 > 을 14살 때 읽었다.
그런데 14살 때 인문 고전을 읽고 천재가 된 아인슈타인은 16살 때 학교에서 낙제를 했으며 18살 때에는 대학 입학 시험에서도 낙방을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아인슈타인은 << 순수이성비판 >> 을 읽고 나서 천재가 된 것이 아니라 둔재가 되었다고 해야 되는 것 아닐까 ? 변수 A(:14살 때 순수이성비판 독서 체험)와 변수 B(천재가 된 아인슈타인)는 인과 관계도 아니고 상관 관계도 아니다. 시간의 스펙트럼이라는 선 위에서 두 점이 우연히 근접 조우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과 관계라고 우긴다면 그 관계는 인과 관계가 아니라 관계 망상'이다.
이 사례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가름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지성의 순수 지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데, 이 정도 수준의 지성이면 감점이다. 하지만 이따위 책을 읽었다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독서 행위의 팔 할은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 길이 아니면 저 길을 가면 되는 법. 출판 문화의 수준을 한탄하며 판교 다리 무너졌다고 징징거리지 마라. 마포대교도 무너졌냐, 새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