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장하영 씨
프랑스 여행 중에 인종 차별을 당했다며 씩씩거리는 유튜버가 있었다. 식당에 갔더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식당 주인이 자신을 차별했다는 것. 그는 얼굴을 붉히며 프랑스 사람을 막돼먹은 민족이라며 욕을 했다. 그런데 그 유튜버가 인종 차별을 당했던 곳은 프랑스만이 아니었다.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영국에서도 똑같은 차별을 당했다는 것. 그녀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녀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 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폈다. 나이는 30대 초반 / 주요 활동 무대는 청담동 / 관심 분야는 미용과 패션 / 플라스틱 성형 미인 / 시간 날 때마다 해외 쇼핑 / 특히 루이비통과 샤넬 ㅡ 성애자 / 청담동 고급 빌라에 살며 고급 외제차 소유 / 그녀의 재정 상태를 보니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할 정도의 강남 부자. 견적이 나오자 내 호기심은 해결되었다. 손님이 왕인 한국 사회에서 VVIP의 삶이란 럭셔리한 것. 서비스 감정 노동자의 과잉 친절 서비스만 받다가 유럽인의 불친절 아닌 무친절 서비스를 받다 보니 그것을 차별로 인식한 것이다.
그는 유럽이 사회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국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민 혁명군의 손으로 왕의 모가지를 잘라낸 후예들이 손님따위를 왕(대접)으로 생각할 리는 없지 않은가 ! 이건희, 이 자식 때문일까 ? 한국 소비자들은 감정 노동자의 과잉 친절 서비스를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친절하지 않다 싶으면 삿대질은 기본이다. 이런 발상은 아마도 이건희가 삼성 그룹 사훈으로 " 손님은 왕 " 이라고 선언한 이후 생긴 이씹세기 최악의 악성 바이러스'일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하나인 << 친절한 금자씨 >> 는 교도소 재소자에게 친절하기로 유명세를 떨쳐서 결국에는 " 친절한금자씨 " 라는 별명을 얻은 금자 씨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 친절 > 은 친절한 금자 씨'라는 캐릭터에 후광을 부여하는 일종의 트로피'인 셈이다. 도대체 얼마나 친절해야 친절한 ㅡ 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을까 ? 하지만 금자 씨가 교도소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친절했던 금자 씨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 유명한 대사는 친절한 금자 씨가 친절이라는 가면을 벗는 순간에 탄생한다. " 너나...... 잘 하세요 ! "
그녀는 친절을 무기로 그루밍했던 촐소자를 조종해서 복수를 위한 소모품으로 활용한다. 친절의 두 얼굴이 아닐 수 없다. < 친절 > 은 현대인이 갖춰야 할 소양이자 교양의 한 덕목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연출한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친절은 양면성을 띤다. 갓난아기를 입양한 후 잔인하게 살인한 장하영 사건을 접할 때마다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이미지는 친절한 금자 씨였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을 훌륭한 기독교인으로 포장하기 위해서 친절이라는 감정을 연출했을 것이다. 그리고 입양은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장하영에게 있어서 입양아는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트로피이자 황폐한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충동 구매한 명품 가방에 불과했던 것이다. 입양 초기, 아이를 품에 안은 장하영이 카페 주인에게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 저, 이 아이 입양했어요 ! " 라고 말했다는 후일담은 그녀의 악마적 과시욕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녀가 입양한 것은 따스한 체온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피도 눈물도 없는, 명품 로고가 박힌 차가운 가죽 가방이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영화 속 대사처럼 너(장하영)나 잘 했으면 없었을 비극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은 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본질을 들여다볼수록 먹먹하다.
1) 양모 하영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 하나님의 영광 " 을 줄인 말일 것이다. 그리고 양부 성은이라는 이름은 " 성스러운 은혜 " 가 아닐까 ? 목사 자녀의 흔한 이름이 바로 하영과 성은인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과 성스러운 은혜가 충만한 가족에게서 일어난, 이 극렬한 비극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빛도, 영광도, 은혜도, 동정도, 사랑도 없는, 지옥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