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아마존은 세계 최고 부자 회사입니다. 아마존 회장 제프 배조스 자산은 220조입니다. 그는 올해에만 80조를 벌었습니다. 주가가 껑충 올라서 하루에 11조를 벌기도 했죠.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아쉬워서 눈물을 흘릴 사람은 제프 베조스입니다. 그가 돈을 하루에 " 백 억씩 죽을 때까지 ㅡ " 흥청망청 쓴다고 해서 그의 자산이 줄어드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시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요, 화수분이죠.
그가 잠을 자는 동안 자산은 100억씩 불어나 있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는 시간에 1억을 벌기도 했죠. 세계 최고 부자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는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저임금 노동으로 의료 시설 이용과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메디케어와 푸드시스템(꿈나무 카드)이 있습니다. 이 혜택을 이용하는 노동자 중에서 대략 35%는 월마트, 아마존,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대기업 풀타임 노동자입니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지만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마존 노동자 임금은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저임금입니다.
세계 1위 기업의 작업 환경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을 초월합니다.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재해발생률은 산업계 평균보다 2배 높습니다. 또한 결근은 말할 것도 없고 지각 한 번 하면 해고입니다. 이 물류창고에는 최소한의 냉난방 시설도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아마존 노동자는 여름에는 일사와 싸워야 하고 겨울에는 동사와 싸웁니다. 탈수나 일사병으로 쓰러진 직원이 속출하지만 아마존은 에어컨을 개선하는 대신에 밖에 구급차를 상주 대기하도록 했습니다. 결원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대기실에는 직원을 대신할 대기자도 있습니다. 시설 개선보다는 구급차를 상시 대기하는 비용이 저렴하거든요.
아마존은 노조가 없습니다, 아마존은 최저 임금 정책을 고수합니다, 아마존은 해고가 자유롭습니다. 작업 도중 허락 없이 화장실에 갔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도 있습니다. 배조스의 성공 스토리와 아마존 노동자의 노매드랜드 서사를 20자평으로 요약해 볼까요 ? 베조스는 돈벼락, 노동자는 날벼락 ! 제프 베조스야말로 진정한 오징어 게임의 승자입니다. 그는 자유로운 해고를 통해 노동자가 받아야 할 정당한 노동 품삯을 줄여서 부를 축적한 인물입니다. 베조스에게 빼앗긴 노동자의 돈은 " 땀 흘려 번 돈 ㅡ" 이고 " 피 같은 돈 ㅡ" 이라는 점에서 제프 베조스는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드랴큘라입니다.
어젯밤에 제임스 웨일의 << 프랑켄슈타인, 1931 >> 를 다시 봤습니다. 이 영화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대부호의 아들입니다. 명망 높은 정치인들도 그의 아버지 앞에서는 하수인처럼 쩔쩔 맵니다. 스탠포드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프랑코 모레티가 쓴 << 공포의 변증법 >> 에서 그는 < 프랑켄슈타인 > 과 < 드라큘라 > 를 맑스 자본론'으로 풀어냅니다. 그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괴물은 프롤레타리아를 대표한다고 지적합니다. 괴물은 이름이 없습니다(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 이름이지 괴물 이름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은 “ 그것 : it, thing ㅡ ” 이거나 “ 흉측스러운 것 ㅡ ” 으로 지시될 뿐입니다. 과학자인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은 특정한 용도를 위한 만든 전시품(things)에 불과하지요. 그것은 주인의 욕망에 따라서 언제든지 폐기처분될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이기도 합니다. 모레티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괴물)는 전적으로 창조자에 속(屬 : 무리 속)한다. 프롤레타리아와 마찬가지로 그는 집단적이고 인공적인 피조물이다. (공포의 변증법, 23쪽)” 괴물은 죽은 민중의 시체 파편들을 꿰매서 만든 복수형입니다.
메리 셀리‘가 묘사한 괴물은 정확히 태양 아래 검게 그을린 육체 노동자-들에 대한 표현입니다.
누런 살갗은 아래 비치는 근육과 혈관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발은 출렁거렸고 이빨은 진주처럼 희었지만 이런 화려한 외모는 허여멀건 눈구멍과 별로 색깔 차이가 없는 희번덕거리는 두 눈, 쭈글쭈글한 얼굴 살갗, 그리고 일자로 다문 시커먼 입술과 대조되어 오히려 더 끔찍할 뿐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육체 노동자를 대표한다면 드라큘라는 독점 자본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 피 > 는 < 화폐 > 에 대한 은유이지요. 그러니까 드라큘라는 “ 피 ”를 빠는 것이 아니라 호주머니에서 “ 화폐 ”를 빼앗는 것입니다. 드라큘라는 사람 목숨을 빼앗는 데는 관심 없습니다. 그는 인간을 자신의 노예로 부리기 위해 이용할 뿐이죠. 그는 필요한 만큼만 빨아먹습니다. 그가 치사량에 가까운 피를 흡혈하지 않고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소량의 피)만 흡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그들을 살려두어야지만 피(화폐)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최저 생계비만 지급하는 제프 베조스의 경영 전략을 닮지 않았습니까 ? 프랑코 모레티가 << 드라큘라 >> 텍스트에서 < 피 > 를 < 화폐 > 로 치환한 데에는 마르크스 자본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쉽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자본 1 >> 에서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본은 흡혈귀처럼 오직 살아 있는 노동을 빨아먹어야 살 수 있으며, 더 많은 노동을 빨아먹을수록 더 오래 사는 죽은 노동이다.
- << 자본 1 상 >> , 비봉출판사 296쪽
넷플렉스 드라마 << 오징어 게임 >> 에서 오일남은 이렇게 말합니다. "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공통점이 무엇인 줄 아나 ?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 "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드라마의 명대사로 뽑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을 전혀 믿지 않습니다. 투자의 다른 이름은 도박입니다. 투자는 합법적 노름이죠. 세계적 거부들은 모두 다 도박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정 ? 도박 습관의 대표적인 요인은 행운에 대한 믿음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맞아떨어졌을 때 느끼는 희열은 상상을 초월하는 오르가슴입니다. 아흥, 야메떼구다사이 !!!
행운의 여신이 자기 편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그는 신이 내 곁에 머물고 있다는 종교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오함마로 손모가지가 부서지기 전까지 도박을 합니다. 그들에게는 천문학적인 돈은 도박 자금에 불과합니다. 내기에 건 돈이 클수록 짜릿하죠. 그래서 부자들은 사는 게 재미있습니다. 돈 버는 재미만큼 짜릿한 재미가 어디 있나요 ? 코로나 여파로 제프 베조스 같은 부자들은 천문학적인 재미를 보았죠. 오일남은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것처럼 말하지만, 그 나이에도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는 것을 보면,
그는 도박에 중독된 인물입니다. 사는 게 즐거우니까 놀이에 탐닉하는 겁니다.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사람에게는 한가하게 재미를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다른 이에게는 생존 게임이지만 오일남 같은 노인에게는 한갓 유한 계급의 레크레이션(여가 활동)일 뿐입니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불행할 것이라는 신파적 맹신은 지나가는 봉천동 방동사니에게나 주세요. 이재용은 당신보다 안락하고 평온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이새끼, 사는 게 존나 마음에 들걸요 ? 가난한 자와 부자의 공통점은 별거 없습니다. 언젠가는 죽습니다. 신이 가난한 인간에게 하사한 유일한 선물이지요.